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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 크라운라스
편지 회수 담당인 판은, 어쨌든 아주 성가신 녀석이야. 뭐냐 하면 선배 바람을 불고 있어.
항상 싱글벙글하고 있어서, 붙잡을 만한 데가 없어.
알아차리면 도망치고 있고. 요술쟁이같이 약삭빨라서, 요리 실력도 좋아.
하지만, 틈만 나면 땡땡이 쳐대.
아, 이 녀석이 주는 차만은 마시지 않는 편이 좋다고.
크레이브 소릿슈
항상 찡그린 얼굴인 크레이. 내 반년 후배로 우편국이 됐어, 성실하지만 무른 후배군.
선배를 전혀 존경하지 않는 건 어떨까 하고 생각해?
배당을 담당하고 있는건, 전할 상대가 있는 곳을 대충 아니까.
은으로 된 오른팔의, 신비한 힘에 바로 의지해버리는 것도, 어떨지.
1화
마녀의 집의 고용인
우리가 편지를 찾으러 갔 을때, 이 아가씨는, 혼자서, 두려운 소문이 있는 집에 살고있었어..... (크)
2화
쥬누비에이브
큰일이었어, 그녀에게 편지를 읽게 하기까지. 흡혈귀의 성을 방문했더니, 밤의 종족 이미지가 쳐부서졌어. (판)
3화
빅토리아
누구야?.... 아아, 증기와 안개의 마을에서 배들에 휘말려버린 품위있는 아가씨인가. 그래서 누구였던 거야, 이 녀석? (크)
4화
앨리스
이 젊음에 카지노의 우두머리니까, 굉장한 아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녀에게는, 게임에 대해 약 1시간, 이야기를......(판)
5화
치카치
내 미스로 다 죽어가게 한 새 인간 아이다. 그 탓에, 나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다시 생각할 수 있었다..... (크)
크레이와 판의 꿈꾸는 편지
CONTENTS
프롤로그 영원의 오후 숲
제 1화 마녀의 편지
제 2화 흡혈귀의 성
제 3화 귀족의 의무
제 4화 바퀴벌레들의 카지노
제 5화 새의 무녀
에필로그
영원의 오후 숲
커다란 창문에서, 부드러운 햇빛이 쏟아져 들어온다.
넓은 방이었다.
바닥에는, 많은 종잇조각이 흩어져 있다. 편지지에 봉투 우표 시트.
벽에는 큰 것이나 작은 것, 오래된 것이나 새로운 것, 무수한 옷장과 찬장이 늘어서 있다. 그중 하나는, 다리가 부러져 버렸다. 그 밖에도 이래저래 이상이 있는 것 같아서, 서랍이 세 개정도 떨어져 있다. 흩어진 종잇조각은, 거기서 튀어나온 것이겠지.
방의 한가운데에, 커다란 소파가 놓여있다.
소파 가장자리를 베개로 한 명의 소년이 쿨쿨하고 숨소리를 세우고 있다. 몸의 반은 소파에서 떨어져 있다. 가냘픈 체격이다. 하얀색에 가까울 정도의 맑은 금발에, 우아한 곡선을 그리는 코, 화려한 라인을 뽐내는 뺨의 윤곽. 어딜 봐도 미소년이다.
달칵, 거기서 문이 열렸다.
숲의 냄새가 나는 상쾌한 바람과 함께, 후드 차림의 청년이 들어왔다.
그렇게 큰 나이 차이는 없어 보이는데, 청년, 이라는 인상이 되는 것은, 근육이 붙었는가 근육이 붙지 않은 탓인가, 그게 아니면 험상 굳은 눈빛 탓인가. 새까만 머리와, 무뚝뚝한 표정을 더욱더 기분 나쁜 듯이 보인다.
정신적인 의미로, 이래저래 무거운 짐을 떠맡는 타임으로 생각된다.
지금은, 현실에 무거운 짐을 껴안고 있다. 찬장을 수리하기 위해 손에 넣어온, 널빤지에 쇠망치에 못 같은 것이 나무상자에 들어가 있다. 청년은, 소파를 향해 걸었다. 소탈하게 보이지만 발소리가 전혀 나지 않는다, 집안 침입 프로가 쓰는 걷는 방법이다.
청년은, 소파 옆에서, 나무상자를 소년의 머리에 떨어트렸다.
쿵 하는 소리를 내고, 소파가 나무상자를 받아낸다.
소년의 머리가, 거기에 으스러진다--- 고, 순간 그렇게 보였지만.
"너무하네에, 크레이군. 찌부러 지면 어쩔 거야"
맑은 금발 소년은, 어느 사인가 소파 등받이 위에 서 있다.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이동한 것이다. 그 얼굴에는, 조금 시니컬하게 싱글싱글거리는 미소가 떠올라있다.
"밥 당번, 대신해 달래서 가줬다고"
흑발의 청년이, 소년을 노려보고, 낮은 소리로 으르렁거렸다.
"네네, 육체노동 담당 크레이군은, 내 밥을 정말 좋아하네에"
"누가. 배고프니까, 성미가 급한 거야, 이쪽은"
"크레이는, 항상 성미가 급하잖아. 어쨌든, 잽싸게 요리할 테니까"
그렇게 말하고, 중력이 없는 것처럼 둥실 하고 소년이 뛰었다.
우아하고 아름다운 포즈로 착지 --- 바닥의 종잇조각을 밝고 다리가 미끄러졌다.
흑발의 청년이, 소년의 발목 근처를 찬다. 미끄러지는 기세가 가속해서, 다리가 높게 떠오른다. 청년의 손이, 소년의 허리에 더해져 있다. 거길 중심으로, 빙글하고 일 회전. 다시 직립.
총총총 맑은 금발의 소년이 걸어간다. 열어둔 문 건너는 주방.
"어이, 도와줬는데 감사는 하나도 없어?"
"후배군의 일은, 선배인 내 서비스죠"
소년은 그렇게 말하면서 청년을 보지도 않고, 정확히 사과와 컵을 던져 넘겼다.
"일이, 방금?"
청년이 오른손으로 사과를 받아낸다. 금속제 손이다. 가볍게 쥐면 사과가 부서졌다. 왼손으로 받아낸 컵에 과즙을 들이부어 즉석 쥬스의 완성.
"확실히 건망과 암시 최면 약초 차가, 다 떨어졌었지, 덤으로 만들까요:
찬장을 열었을 때, 큰방에서 찌르릉 하는 벨 소리가 들렸다.
흑발의 청년 -- 크레이보다 순간 빠르게, 맑은 금발의 소년이 돌아왔다. 벽에 걸린 커다란 오래되고 오래된 상형 전화기에서, 수화기를 손에 쥐고, 상자에 설치된 송화기에 얼굴을 가까이한다.
"네, 이쪽, 베태랑 두뇌 담당 판과 육체노동 신인 크레이의 우편지국입니다. 회수와 배달의 일이죠? 이제 닿지 않은 편지 쓰이지 않은 편지, 정말로 가지고 싶었던 편지, 평범하지 않은 편지의 회수와 배달은, 숲의 우편국에서도 우리담당 입니다. 그럼, 자세한 이야기를"
금발의 소년이, 이야길 시작한다. 그 모습을 본 크레이는, 부엌으로 들어갔다. 식빵을 두껍게 잘라, 꺼내둔 프라이팬에 기름을 둘러, 계란 프라이를 만들었다.
판이 전화로 지금 이야기를 끝냈다.
"라는 이유로, 일을 알려드립니다, 후헤이훈"
바꾼 맑은 금발의 소년 -- 판의 입에, 흑발의 크레이가 계란 프라이를 얹은 토스트를 밀어 넣는다. 크레이는 이미, 기다리는 도중에 먹는 것을 끝냈다.
크레이는, 크로셋에서 옷을 꺼냈다. 어느 지구에서 태어난 사람이라도 공무원 같은 제복으로 보여, 실제론 어느 지구에서도 제복으로 쓰인 적 없는 옷. 움직이기 쉬운 튼튼한 우편국의 옷이다. 또 후드 달린 상의를 몸에 걸치고, 커다란 우편 가방을 어깨에 걸친 크레이는, 판에게, 애용하는 흰 코트를 넘겨주고, 물었다.
"어디야?"
판이, 대답 대신 찬장 중 하나에서 가이드 북을 꺼냈다. 그것을 보고 크레이가 중얼거린다.
"미국 .... 아니, 누덕누덕 기워 붙인 지구에선, 신대륙이라고 불렀나"
"사슴고기 스테이크가 맛있는 곳인 모양이야. 기대되네에"
"관광할 여유 따위, 있을 리 없잖아"
크레이와 판이, 문을 열었다.
거긴 숲. 영원의 오후 숲이라는 이름이 붙은, 시간의 틈에 존재하는 숲이다. 상쾌한 바람이 상할 불어, 햇빛이 반짝이고 있다. 녹색 사이사이에 작은 성이나, 사무소 같은 빌딩, 과자 같은 장식이 달린 작은 집 같은 것이 여기저기 세워져 있다. " 기사: 견고한 지킴이" "교섭인: 중재는 맡겨줘" 같은 간판이 걸려있다. 크레이와 판의 집에도, 걸려있다.
"우편국: 지국, 사라진 편지의 회수와 배달 전문. 그 외 우편업무는 본국으로 부디"
"소속: 판 크라운라스, 크레이브 소릿슈"
나란히 늘어선 나무 틈에서, 희게 빛나는 안개가 샘솟았다. 물론, 그냥 안개가 아니다.
"왔다 왔다. 그럼, 갈까"
판이 미소짓고, 짙은 안갯속으로 다리를 디딘다. 바로 그때 시간과 공간이 녹았다.
크레이가 불쾌한 표정으로 입을 꾹 다물고, 뒤를 이었다.
"..... 이 일에 스카우트되고 3개월. 안개를 빠져나가 시간과 공간을 넘는것은 ..."
그들은 우편국. 구하고 버려진 것들을 누덕누덕 기워 얽은, 마지막 지구를 향해, 이런저런 시대, 이런저런 토지에, 전하지 못할 편지를 전해 인연을 잇는다.
앞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그런 그들이 전한, 몇 통인가의 편지에 대한 이야기다.
제 1화, 마녀의 편지
세상 밖에 있는 영원의 오후 숲과,
세상 안에 있는 다른 숲을,
하얀 안개가 잇는다 ---.
1.
기차가 옅은 안개를 빠져나가면, 공석이었던 의자에, 젊은 남자가 둘, 앉아있다.
통로 측에 앉아있는 것은, 맑은 금발의 미소년. 방실방실 웃고 있다.
창가의 또 한 명은, 기분 나쁜 듯이 턱을 괴고 있다. 흑발에 눈매가 나쁜 청년이다.
마주 보는 시트에 앉아있는 노인은, 눈을 말똥말똥 크게 끄고, 그들을 바라봤다.
"당신들, 대체 어디서 온 거야?"
방금 전 까지, 노인의 앞자리는 텅 비어있었다.
반짝반짝 빛나는 기묘한 안개를 기차가 빠져나가기 전까지는.
상냥한 미소를 띠고, 밝은 금발의 소년이 답했다.
"싫네에, 아저씨. 우린, 전 역에서 계속 여기에 앉아 있었어. 그 술, 내가 나눠준거 아냐"
소년이 노인 옆, 비어있던 자리에 놓아둔 머그컵을 가리켰다.
"그랬...나? 가까부터 있었누, 이런게...?"
"자잘한 건 신경 쓰지 마. 또 한 잔 어때?"
어디서도 아닌 요술처럼 소년의 손안에 작은 수통이 나타났다.
"당신, 술 마시는 나이인가?"
"글쎄, 어쪄죠. 문제 있다면 그만두지만"
10대로밖에 보이지 않는 플래티나 블론드 소년이 손을 가볍게 흔들면, 수통이 사라졌다.
노인은 눈을 끔뻑였다. 장년, 방 밖에서 일하고 온 것이겠지, 햇볕에 그을린 손에, 소년이 어느 사이 머그컵을 쥐었다.
"술을 가지고 돌아다닌다고, 자기가 마신다고만은 할 수 없네"
아까완 반대 손에, 작은 금속 수통을 쥐고 있다. 쪼르르 술을 따라서, 주위에 고급술 냄새가 채워지면, 노인은 참지 못하고 컵을 입으로 옮겼다.
"아까도 말했지만, 나는 판 크라운라스고, 후배군이 , 크레이브 소릿슈. 여기서 당분간, 계속 수다 떨었어?"
플래티나 블론드 소년이, 상냥하게 웃으면서 말한다. 노인은, 눈이 풀리기 시작했다. 자잘한 것은 어찌되도 좋았다.
"그랬을까.... 미안하네, 잊어버려서"
"괜찮아. 괜찮아. 아저씨는, 다음 역에 살고 있어서, 지금부터 돌아갈 참이었지. 우리 직업은 우편국. 편지를 회수하거나 배달하거나 하는 거야. 사업이지만 말이야"
판이라는 이름을 댄 플래티나 블론드 소년은 자기들이 입고 있는 옷을 가볍게 두드려 보였다.
크레이는 언뜻 노인을 보고, 창으로 시선을 돌린다.
창밖은 잿빛 숲이 이어져 있다.
여긴 신대륙 동부. 다른 지구에서는, 미국 동해안이라고 불리는 지방이다.
뾰족한 나뭇잎을 가진 나무들에, 하얀 눈이 드문드문 쌓여있다. 나무 사이를 달리는 작은 그림자가 보였다. 늑대일까.
그 모습을 확인한 때, 크레이의 입에, 처음으로 어렴풋한 미소가 떠오른다.
야생의 생물을 좋아하는 것이다.
판 쪽은, 변함없이 노인에게 마을 이야기를 듣고 있다.
"... 그래서, 이야기의 계속인데, 아비게일 파토남은 어떤 사람?"
"우리... 그 마녀 할멈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 건가?"
비틀비틀 머리를 흔들면서, 노인은 말했다. 꽤 취기가 돌았다.
"어떠냐고 말해도 말이야..... 나는, 잘 몰라. 소문으론, 마녀였던 모양이다"
"마법이라던가 쓰는 거야? 조금 시대에, 마법 따위 좀처럼 들리지 않아? 구대륙 흡혈귀나 남방 대륙에서도 쓰지 않죠. 완전히 과학으로 구축됐고, 증기기관차의 선로가 깔리면 정령도 악마도 철에 제거된다고 하고"
"사실인진 나도 몰라. 마을의 오래된 사람이 말했을 뿐이야. 몇 번인가 본적은 있지만, 내가 이사 와서 3개월 정도에, 죽어버렸어"
"아아, 역시 그렇게 된 거네. 죽어버린 마녀 할머니, 인가"
판이 얼굴을 찌푸렸다. 그 표정을 보고, 노인은 위로하는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
"아아, 그런가. 우편국이라는 건, 편지라도 전하러 가는 거네. 안심해, 제자라는 젊은 아가씨가 있으니까, 대신 받아주면 될 게야. 제법 미인이야"
"전할 뿐이라면 편해서 좋지만 말이야"
"그것뿐이라고 해도, 편하지 않다고"
옆에 앉아있던 크레이가, 중얼거렸다. 차분하고 진정된 저음이다. 눈빛이 무섭다. 노인은 떨림이 있었지만, 판은, 태연하게 있다.
"우리 일은, 전해야 할 편지를 찾아내는 시점에서, 이미 귀찮은 경우가 많아서 말이야. 그건 제쳐놓고, 마녀씨의 제자는, 어떤 아가씨야?"
판이 물으면, 노인은 딱하단 표정으로 머리를 좌우로 흔들었다.
"나는 외견밖에 모르지만, 소문으로 들은 것에 의하면, 솔직함과는 거리가 먼 아가씨인 거야. 떠맡으려는 사람도 있었는데, 마녀의 저택에 눌러앉은 듯해. 저주로 묶여있다는 소문도 잇지만, 어떨까. 마법을 독학하고 있을지도 몰라"
"흐음? 그렇게나 무서운 아이야? 미인이죠?"
"... 그렇지 않을까, 예쁜 복장으로 안정됐다던가, 살롱에서 남자에게 술을 따른다든가 그런 부류의 미인이 아니야"
창밖으로 시선을 던지고 노인은 말을 이었다.
"저 숲이 어울리는, 그런 미인이야"
두꺼운 구름이 자욱하게 낀 하늘을, 암녹색 나무들이 들쑥날쑥 찌르고 있다.
하지만, 다음 순간, 깊이 어두운 숲은, 무참히 밝은 구르터기 황야로 바뀌었다.
"저게, 벌채 흔적?"
판이 말하면, 노인은, 끄덕였다.
"여긴, 작은 마을이었다. 하지만, 숲에 신기한 나무가 발견되 .... 이렇게 잘려나가, 철도도 통한다. 나 같은 것이 흘러 들어와서, 주민 수는 수배가 된 모양이야"
원래 수액에 상처의 치유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나무인 건가, 근래, 농축하면 더욱더 효과가 있단 걸 알았다.
구대륙의 나라들은, 제국연맹과 왕국연합으로 나뉘어, 이미 전쟁을 3년이나 계속하고 있다. 그래서 이 나무 진액은, 날아갈 듯이 팔린다.
나무들은 배어버려 지고, 거기에 살고 있던 동물들도 모습을 지웠다. 지금, 휑하게 잘린 그루터기
벌판은, 어떤 움직이는 것도 없다.
".... 늑대는 ... 잘 못 본걸까"
크레이가 중얼거렸지만, 그 말은 노인의 귀에 닿지 않은 모양이다.
"마녀 할머니의 저택은, 마을을 벗어나, 숲 속에 있어. 가까이 가면 화를 입는다는 소문으로 말이야...... 실제, 저택에 밀어닥친 젊은이가 도망쳐 돌아온것도 그래 .... 마녀의 망령이 나온다고"
"정말로? 제자가 마술로 뭔가 한 게 아냐?"
판은 농담할 생각이었는지도 모르겠지만, 취해있어도, 노인은 정말 진지하다.
".... 아까도 말했지만, 그냥 아가씨가 아냐. 눈을 보면 알아. 저쪽 형씨 같은, 두려운 눈빛이었어. 애초에, 소문으로, 그 아가씨는 이랑종(異狼種)이라는 이야기야. 그렇다면, 무엇을 해도 이상하지 않아...."
취기가 돌아 노인이 푹하고 머리를 떨어트렸다. 그것과 거의 동시에, 기차는 역 홈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도착한 모양이네. 자아, 내릴까"
판은, 잠든 노인을 방치한 채로 일어섰다.
"어이, 판. 네가, 이야기를 듣기 위해 약을 넣어서 이렇겠지만"
크레이가, 꽁하게 말을 건가. 안 그래도 나쁜 눈매가, 좀 더 험상궃다.
"하지만, 무거워 보여. 이 아저씨. 네가 옮기고 싶다면 말리지 않지만?"
판은, 뒤돌아보지도 않고, 빨리 객차를 나간다.
크레이는, 긴 한숨을 쉬면서, 노인의 몸을 가볍게 들쳐 맺다. 장신이지만, 어느 쪽인가 하면 가느다란 체격이다. 것 보기론 예상 가지 않는 파워다.
크레이는, 홈에 내려, 근처 벤치에 노인을 재웠다. 성큼성큼 걸어, 판을 따라간다.
"바로 가는 건가?"
구대륙의 나라들은, 제국연맹과 왕국연합으로 나뉘어, 이미 전쟁을 3년이나 계속하고 있다. 그래서 이 나무 엑기스는, 날아갈듯이 팔린다.
나무들은 배어버려지고, 거기에 살고있던 동물들도 모습을 지웠다. 지금, 휑하게 잘린 그루터기
벌판은, 어떤 움직이는 것도 없다.
".... 늑대는 ... 잘본것이었을까"
크레이가 중얼거렸지만, 그 말은 노인의 귀에 닿지 않은 모양이다.
"마녀 할머니의 저택은, 마을을 벗어나, 숲속에 있어. 가까이 가면 화를 입는다는 소문으로 말이야...... 실제, 저택에 밀어닥친 젊은이가 도망쳐 돌아온것도 그래 .... 마녀의 망령이 나론다고"
"정말로? 제자가 마술로 뭔가 한게 아냐?"
판은 농담할 생각이었는지도 모르겠지만, 취해있어도, 노인은 정말 진지하다.
".... 아까도 말했지만, 그냥 아가씨가 아냐. 눈을 보면 알아. 저쪽 형씨 같은, 두려운 눈빛이었어. 애초에, 소문으로, 그 아가씨는 이랑종(異狼種)이라는 이야기야. 그러다면, 무엇을 해도 이상하지 않아...."
취기가 돌아 노인이 푹하고 머리를 떨어트렸다. 그것과 거의 동시에, 기차는 역 홈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도착한 모양이네. 자아, 내릴까"
판은, 잠든 노인을 방치한 채로 일어섯다.
"어이, 판. 네가, 이야기를 듣기 위해 약을 넣어서 이렇겟지만:
크레이가, 꽁하게 말을 건가. 안그래도 나쁜 눈매가, 좀더 험상굿다.
"하지만, 무거워 보여. 이 아저씨. 네가 옮기고 싶다면 멈추지 않지만?"
판은, 뒤돌아보지도 않고, 빨리 객차를 나간다.
크레이는, 긴 한숨을 쉬면서, 노인의 몸을 가볍게 들쳐 맺다. 장신이지만, 어느 쪽인가 하면 가느다란 체격이다. 것 보기론 예상 가지 않는 파워다.
크레이는, 홈에 내려, 근처 벤치에 노인을 재웠다. 성큼성큼 걸어, 판을 따라간다.
"바로 가는 건가?"
"... 마녀의 제자와, 마녀의 망령이라는 게 신경 쓰이네"
총총총 걸으면서 판은 말했다.
"순조롭게 편지를 회수하기에는, 사전의 조사가 필요하겠죠"
라고 말하고, 판은, 아주 새로운 역사를 나와, 역 앞 광장을 둘러봤다.
"저기, 어느 쪽이 맛있을까나? 사슴고기 스테이크만으로, 가게 이름이 말이야..."
판이, 아주 새로운 레스토랑과 꽤 오래된 술집을 번갈아 보고 있다.
"맛보다. 마녀의 오래된 소문을 듣기 좋은 쪽이겠지. 너, 두뇌 노동을 담당하는 자각이 없다면, 육체노동을 떠맡아"
크레이는, 오래된 술집을 향해서, 걸어갔다.
2.
역 앞의 광장, 판과 크레이가 있는 반대 측을, 한명의 소녀가 걷고 있다.
(..... 보고 있네)
그녀는, 몸을 움츠렸다. 거리를 걷고 있으면 노골적인 시선이 평소처럼 항상 따라다닌다.
그것은, 자신이 이 마을에 있는 누구와도 달라서다, 라고 그녀는 생각한다.
그녀가 이랑종이니까, 라서가 아니다.
그런건 겉 보기만으론 바로 모른다. 특징적인 외견이다. 치켜 올라간 눈이라던가, 양이 너무 많은 회색 머리라던가, 뾰족한 송곳니라던가.
하지만 그녀 자신이 나는 주변과 다르다고 느끼고 있는 것은, 먼저 무엇보다, 이름이다. 이름을 가지지 않은 것은, 자신 정도다.
그건 겉보기론 몰라? 그렇겠지. 사람들이 빤히 그녀를 보는 것은 ,마녀의 집에 살고 있는 이랑종이라는 평판을, 모두가 알고 있어서 라는 논리는 알고 있다.
(... 흠. 관계없어. 아무리 봐도, 얼마든지 바보 취급하면 돼. 익숙해. 어차피, 이제까지고 앞으로도, 계속 혼자였어. 혼자라면, 이름 따위 필요없어 ....)
태어나서 계속 혼자였다. 내버려두는 편이, 고마워. 고독밖에 모르니까, 누군가와 함께라니, 어쩌면 좋을지 몰라. 그 사람도.
(나는, 제자로 들어가지 않아. 애초에, 아비게일은 마녀 같은 게 아니였다 .... 라고 말해도 쓸데없네)
마을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내가 그 저택에 계속 살고있기에는, 평판이 퍼진 쪽이 형편 좋을 지도, 고)
그 저택에서 그녀를 내쫓을 것 같은, 끌어내려고 하는 연중이 있다. 그 녀석들을 내쫓을 때, 두려운 저주와 소문이 퍼져, 징계를 내린 녀석이 줄어든다.
아비게일과 함께 살고았던 것은 1년 반 정도겠지. 외톨이가 옆에있었던 것 뿐, 이였다고 생각한다. 둘, 이 아니었다.
앞으로도 계속 혼자. 그거면 된다.
그저, 이 평판이 퍼져서 하나 곤란한 것은, 장보기였다. 두려워해서, 많은 것을 팔아주지 않는다.
(지금은 아직, 에렌의 자제가 먹을 것을 나누어 주지만 ......)
역 앞 광장에 있는 술집 딸과, 그 동생이다. 저택에서 나와, 거리에 살아, 라고 항상 시끄럽다.
(거리에 라니 ... 그런 거 가능할 리가 없어. 먹을 것을 팔아주지 않게 된다면, 황야에서 사냥 ...... 가능할까. 옆 숲의 부족은 시끄럽고 .....)
사냥은, 그녀의 종족에게 있어선 본능이다.
한데 묶어서 이랑종이라고 말해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그녀는 인랑(人狼). 늑대의 모습으로 태어나, 사람의 모습으로 오가는 것이다.
그녀는, 이 숲에서 태어난, 최후의 인랑이다. 마지막에서 두 번째인 인랑은, 그녀의 어미.
인간이, 그루터기의 진액을 위해 숲을 베어버렸을 때, 어미는 숲을 지키기 위해 싸워, 살해당했다. 그저 늑대라고 밖에 생각 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날, 그녀는 태어난 지 마침 1년이라, 처음으로 이름을 받을 것이었다.
인랑은, 늑대의 속도로 자라, 인간의 속도로 나이를 먹는다. 이름을 받는 때, 늑대에서 인간의 모습이 되는 법을 배운다. 그날, 그녀는 이름을 받지 못한 채로, 무리하게 사람의 모습이 됐다.
엽사들은, 늑대의 아이는 붙잡겠지만, 잿빛 머리인 어린 인간이라면 눈감아 줘서다.
하지만, 이름도 없는 채로 인간의 모습이 되어, 그녀는 완전한 늑대로 돌아갈 수 없게 돼버렸다.
그녀는, 옆 숲을 찾아, 도움을 구했지만, 늑대로 돌아갈 수 없는 그녀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물론, 인간의 사회에도 들어갈 수 없었다. 이름을 가지지 않은, 가족도 없는 아가씨는, 어디에도 살 수 없다.
『여긴 네가 있을 곳이 아냐. 너는 인랑이 아닌 것이다』
『여긴 네가 있을 속이 아냐. 너는 인간이 아닌 것이다』
『어딘가 가버려』
『물러가라』
이름을 가지지 않은 그녀에게, 퍼부어졌던 말은 전부 이렇다.
지쳐서 이 숲으로 돌아온 때, 인간이 떨어트렸던 낡은 못을 밟아, 큰 상처를 입었다.
인간의 모습이 되어, 아비게일의 저택 앞에서 쓰러진 것은, 약 1년 반 정도 전이다.
정신을 잃었던 것을, 머리부터 물을 끼얹어져서 눈을 떴다.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눈은 차가워서, 그때는 여름이었는데, 얼어붙는 줄 알았다.
『거기서 자면 냄새나. 자고 싶다면, 냄새를 없애. 헛간에 쓰는 방이 있으니까, 거기라면 자도 돼』
빙글 하고 등을 돌려서, 아비게일은 집으로 돌아갔다.
잠시 후 아비게일은 부엌문에서 목을 내밀고 『뭐하는 거야!』하고 노성을 질렀다.
그녀는 오른 다리가 움직여지지 않아서, 기어서 부엌문으로 향하는 도중이었다.
『걷지 못하면 걷지 못한다고 말해』
아비게일은 어이없는 듯이 말한 것이다.
보면 알겠지 하고, 그녀는 생각했다. 자신의 몸을 뒤돌아보면, 진흙투성이로 상처는 눈에 띄지 않았다.
아비게일은, 80세의 여성이었다. 처음 만났을 때의 그녀는, 지금보다 꽤 작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옮길 수 없다. 하지만, 아비게일은, 어떤 이유를 붙여서도 누구의 힘도 빌리지 않았다.
통나무를 써서 조금씩 물을 끓여, 그녀를 씻기고, 치료해 줬다.
그 사이 계속, 불평을 흘리고 있었지만.
『왜 내가 이런 짓을 해야만 하는 걸까』
『이만큼은, 제대로 일해서 갚아요』
『우리 집에서 일한다면 예의와 교양을 몸에 익혀야겠네. 물론 수업료도 일해서 갚는 거야』
물어 뜯을 듯한 어조로 말하길 계속하고, 손짓도 난폭해서, 한번, 상처에 손가락을 찔러 넣어, 격통이 달렸지만, 사과해 주지 않았다.
치료가 끝나서, 그대로 마당에서 자라고 말했다.
『당신은 나에게 빚이 있어. 이 대로 도망쳤다간 강도로서 수배해줄 테니까 말이야 』
그녀는 이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 갈곳 따위 어디에도 없어 』
『그럼, 좋을 대로 여기에 있으세요. 일해서, 내 명령을 지키는 거야. 그래서, 당신, 이름은? 』
『..... 지어주기 전에 어마, 죽었어 』
아비게일은, 픽 하고 콧소리를 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후로 1년 반, 그녀는, 아비게일의 집에서, 사용인으로서 지냈다.
(내가 있는 동안, 아비게일은, 정말로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 ....)
적어도, 가사는 무엇하나 하지 않았다. 전부, 그녀에게 밀어붙이고, 하는 법의 설명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불평도 하지 않았다. 세탁에 실패해서 옷을 너덜너덜하게 만들어도, 청소 도중에 장식돼 있던 항아리를 가루도 만들어도, 누룽지 덩어리 같은 요리를 만들어도, 그것을 받아들였다.
『 다음엔 잘해. 같은 실패를 되풀이하는 것은, 바보야. 당신, 바보가 아니지 』
라고, 그렇게 말할 뿐이었다.
휴식은 없었고, 갈아입을 옷은 3벌과, 사용인의 유니폼뿐. 지금도 입고 있다.
먹을 것은 충분한 양은 아니었지만, 아비게일 자신도 완전히 같아서, 그런 거겠지 하고 생각하고, 그녀는 불평 하지 않았다.
모든 것을 그녀에게 맡기고, 아비게일은, 계속 뭔가의 계산을 하고 있다. 일요일의 밤에만, 술을 한잔 입에 댔다.
취했을 때, 자신이 이전에 수학자였다고 이야길 해준 적이 있다.
하지만 여자가 어쩐 이론을 제창해도, 지금의 세상속 에서는 받아들여 주지 않는 것이다, 라고. 그 말은, 분노가 아닌, 슬픔으로 가득했다.
계속 연구하곤 뭔가의 계산 식이 완성된 그 날에, 아비게일이 쓰러져, 언제나 쓰고 있던 책장을 가리키면서, 그녀에게 한마디만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저 안에 있는 것은 다른 누구에게도 읽게 하는 거 아니야.... 아.... 』
그게 마지막, 말. 라스트의 '아'가 어떻게 이어지는 것이었는 지는, 모른다.
(... 결국 아비게일에게서도 어이라던가 당신이라고 밖에 불리지 않았어...)
그 후로 계속 넓은 저택에, 그녀는 혼자서 살고 있다.
먹을 것이 떨어져서, 오랜만에 마을에 나와봤지만, 다음에 올 일은 있을까.
그녀의 등 뒤에서 열차가 울었다.
증기 관차가 움직여, 겹겹이 소리가 난다.
여기 밖에 있을 곳이 없는 건 알고 있어. 하지만 찾아보면 어딘가에......
(없어. 없는 게 당연해)
그녀는 자신을 타일렀다.
그녀는 저택을 향했다. 아비게일의 명령을 지키는 한, 자신은 저기에 있어도 된다. 그곳만이 그녀에게 허락된 있을 곳이다.
그런데, 허락된 장소로 향하는 그녀의 발걸음은 무거웠다.
이름이 없는 자신에게는 달리 있을 곳도 없다.
달리 선택할 길이 없으니까, 그저 나아갈 뿐. 나아가? 제자리걸음과 변함없다.
그녀는, 자신의 바로 뒤를 지나가는 이 인조 에게는 아무런 주의도 하지 않았다.
3.
"아비게일 파토넘!? 정말로 마녀야! 마녀인 게 당연하겠지! 신을 믿지 않았다고, 그 썩을 할머니는"
당신도 상당한 나이로 보입니다만, 이라는 대사를 판은 꿀꺽 삼켰다.
들어간 술집에서 주문한 사슴고기 스테이크를 구워주고 있는 여 점주에게, 무심코 마녀에 대해 질문해 봤더니, 매우 흥분한 말이 되돌아왔다.
"마법을 쓰는 것? 그런 모독적인 것, 보고 싶지도 않아! 하지만 말이야 그 할멈 교회에 가는 우리와 엇갈려선 흥하고 콧소리를 냈다고!"
"그건 그냥 무신론이지 마녀라기에는...."
크레이가 무심코 말참견을 하면 고가를 굽고 있는 뜨거운 프라이팬을 손에든 채로, 몸을 앞으로 내밀었다.
"뭐니, 당신! 하느님을 믿지 않는 것 같은 여자가, 아무리 미인이라도, 제대로 된 인간일 리가 없잖아, 랄까, 80이 넘어서 허리도 구부러지지 않아, 입이 붉어. 마녀 이외에 뭐라는 거야"
"...... 건강하고 미용에 신경 쓰는 여성"
라는 말을 입안에서 밖으로 내지 않을 정도는, 크레이도 공기를 읽는다.
"항상 우리를 깔보는 듯한 눈빛으로, 세상은 하느님이 만든 게 아니야 인간의 선조는 원숭이야, 모독적인 것만 잔뜩 말했어! 당신들 뭐니! 꾸물꾸물 거리지 말고 그 녀석에게 나가라고 재판소의 명령이라도 배달해줘"
"나가라고 말씀하셨습니다만, 망령이 재판소의 명령으로 나갈까요?"
여 점주의 흩날리는 침이 튀지 않은 사이에 판은 접시를 이동한다.
"망령 따위 있는 거니!"
"밀어 닥친 젊은 사람들이 봤다고 들었는데도?"
"핫. 대강 그 썩을 시건방진 계집에게 지독하게 차인걸 속일려고 적당한 말을 하는 거야. 정말이지 어쩔 수 없는 녀석이야 바보가!"
프라이팬을 휘둘러서 판을 머리를 움츠렸다.
"계집이라 하면 ... 마녀의 제자라던가 하는"
"그냥 메이드야. 썩을 시건방짐이지만 말이야. 길에서 엇갈려도 인사 따위 안하니까"
"호우호우. 그것은"
판은 고기를 먹으면서 끄덕였다. 크레이의 몫이 타기 시작하는 건 신경 쓰지 않는다.
"정말 아줌마도. 이쪽의 주문이 뚝 끊겼잖아"
안에서 20을 넘긴 정도의 아가씨가 나와서 여 점주를 꾸짖었다.
"그랬니? 나는 이제 지쳤어. 나머진 엘렌, 당신이 해줘"
여 점주는 에이프런을 벗어 건네주면서 교대로 안에 들어가버렸다.
"정말 아줌마도. ... 죄송합나다 손님. 동생 일이 되면 발끈해버립니다. 옛날 사람이니까 어떻게 해도 이랑종에게 편견이 있고. 그렇다고 무조건 꽥꽥거려도 반발하는 것뿐만이 아니니까"
엘렌이라고 불린 손녀딸은 척척 요리를 시작했다.
"에에음, 잘 모르겠지만 무슨 소리야"
판은 고기를 꿀꺽 삼키고 말한다.
"어라 뭐야 할머니 아무 말도 안 했습니까. 마녀 저택의 여자애 이랑종이지만 우리 집 바보 동생이 반해서, 옆집에서 불평은 없지만 가족이 될순 없겠죠. 하느님의 가르침에 반하고 있으니까. 자, 부디"
대충 표면을 구웠을 뿐인 고기를 접시에 올려 통채로 삶은 당근과 감자를 계속 어림짐작으로 잘라 넣는다.
"..... 그런가"
크레이가 중얼거린 대답은, 요리에대해선지 그 이외에 대한 감상인지. 어느쪽이던지 엘렌 이라는 아가씨는 듣지 못했다.
천천히 설거지를 시작하면서 이야기를 이었다.
"나는 말이야 링컨 대통령을 존경하고 있어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서, 이 신대륙 합주국 제일 대단한 사람이라니. 그래서 노예해방 단언도 인종평등 단언도 당연합니다. 하지만, 피를 섞는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겠죠. 거길 말이야 마녀의 제자에게 눈이 먼 바보 동생은 모르는 거예요. 그렇다고 그걸 좀 더 바보인 사람이 말하는 것처럼 차별은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어라 한 그릇 더 먹겠습니까?"
판이 말참견 할 수 없을 정도로 가속된 말이 우편국 사람들의 접시가 빈것을 보고서야 딱 멈췄다. 생글생글 웃으면서 먼저 판을 바라보고 있다.
"아아, 응"
판이 끄덕였다.
"별도요금이지만"
"......머, 먹을게"
"대단히 감사합니다"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고깃덩어리를 던져 넣는다.
"저기 말이야, 아까부터 마녀의 제자라고 하는데 그 아이의 이름은?"
"어라. 그러고 보니 들은적 없네에. 어째 적당히 부르고 있지만, 당신, 이라던가, 이봐, 라던가. 이랑종 애라고 하면 대체로 알고"
라고 엘렌이 말한 참에 안에서 또 한 명이 뛰쳐나왔다. 아주 강해 보이는 체격의 젊은이다. 뾰족한 코가 안에 틀어박힌 여 점주와도 엘렌과도 쏙 빼닮았다. 마녀의 제자에게 반한 엘렌의 동생이겠지. 가슴도 두껍고 팔도 크다. 체중은 비슷한 신장의 크레이보다도 더욱더 5할은 늘어날 정도다. 젊은이는 판의 옆에 붙어서 시작했다.
"어이, 너희. 마녀의 저택에서 그 아이를 내쫓으러 왔어...."
크레이가 젊은이의 팔을 붙잡았다. 반사적으로 젊은이는 팔을 빼려고 했다. 그 힘을 이용해 크레이가 일어서, 그 기세로 상대의 밸런스를 무너트리고 밀어 넘어트렸다.
물 흐르는 듯한 동작으로 먼지 하나도 일으키지 않고 크레이는 쓰러트린 젊은이의 위에 올라타, 목에다 무릎을 먹였다. 무릎을 비틀어서 상대는 전혀 움직일 수 없다.
"적어도 이야기 정도는 마지막까지 들려"줘"
멍하니 있는 엘렌에게서 스테이크 한 덩어리를 인수하면서 판은 말했다.
".... 어차피 말하는건 알고 있다. 그리고 이쪽이 말하는 걸 들으면, 때려눕히게 돼, 시간 절약이다"
크레이는 무뚝뚝한 목소리로 팔을 비틀어줬다. 젊은이는 비지땀이 번졌지만 목을 눌려서 목소리도 내지 못한다.
"저기, 우린 쫓아내려고 온게 아니야. 그저 우편국인걸. 보내지 못한 편지를 찾아내거나. 전하기 어려운 곳에 전하는 것이 일. 몇 번이고 그것밖에 못해"
여기서 크레이가 힘을 조금 뺏다.
"... 그래서... 너희... 그 애에게 나가라고 독촉장을 배달하러 온 ... 거겠지"
크레이가 흘끗 판을 봤다.
"네네. 대화는 두뇌노동이니까. 네 육체 언어 쪽이 통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크레이가 다시 한 번 판을 노려봤다. 판이 젊은이에게 말을 건다.
"우리가 회수하거나 배달하는 것은 평범한 편지가 아니야."
젊은이는 무언이다. 판이 크레이에게 신호한다. 크레이는 손을 풀었다. 해방된 젊은이는 바닥에 주저앉은 채로 몸을 일으켰다.
"누나네는 오해하고 어. 그 아가씨에게 이상한 마음은 가지지 않았어. 나는 평등주의의 활동을 하고있어. 그 아이도 신뢰해서 자신이 어떤 이랑종인지 숨김없이 이야기해줬어. 친구들이야"
"종류를 가르쳐줬으니까 친구드을? 뭐 , 괜찮지만. 주의는 언뜻 봐선 모르니까"
판이 국적을 불었다. 크레이가 그건 뭐야 하는 눈으로 물었다.
"즉 모든 인종이 평등한 권리를 얻을 수 있도록 행동하는 거야"
젊은이가 끄덕였다.
"그 애는 그 할멈에게 착취당했어. 제대로 된 옷도 입지 못하고 식사도 살 수 있을 정도로 아슬아슬. 할멈이 죽었는데도 세상이 무서워서 저택에서 나오지 못해. 그런 그녀를 구하기 위해 나는 힘냈어"
젊은이의 말에 누나가 한숨을 쉬었다. 판도 크레이도 의심스러운 낯빛이다.
"가엽다는 것은 반했다는 말, 이라는 문구가, 고전 로물루스 때 있었네에"
"동양의 섬나라 노래가 아니였던 건가"
소곤거리고 판이 젊은이의 얼굴을 엿본다.
"그건 좋은데, 마녀의 망령은 있었어? 그것을 답해 줬으면 하는데"
젊은이는, 파랗게 질린 얼굴로 부들부들 떨었다.
"..... 봤어. 그 애를 데리고 나가려고 했더니, 피아노가 날아와서, 우리를 덮쳤어. 피아노라고! 아무리 그 애가 인랑이라고 해도, 피아노를 피아노를 내던지는 짓은 못 하겠지. 게다가, 대낮인데 갑자기 저택이 새까매졌고"
"망령이 했다니, 조금 대단하네"
크레이가, 입 끝을 살짝 들어 올렸다.
"후음. 이랑종이라니까 어떤건가 하고 생각했지만, 인랑인가"
판은, 다른 곳에 반응한다.
"그렇다면, 혹시 우리가 가게 안에 들어오기 전에 엇갈렸던 아이였다던가 하는걸까나아"
판은, 중얼거리면서 알아보기 어려운, 주류 인종 형태의 이랑종도, 바로 간파한다.
"하아? 어째서, 너, 그때 말 안 한거야"
"거기서 만나버리면, 스테이크 먹으러 못 가겠네, 하고 생각해버렸어. 데헷"
"데헷, 이라던가 말하지 마! 젠장, 회수처가 아닌 배달처라면, 보면 아는데....."
"데헷 데헷, 유감이네"
부외 자에게는 이해되지 않는 대화라, 술집 남매는, 멍해진다.
"아니니, 이래저래 참고됐어. 그쯤에 있는 치프도, 세금과 조사료 포함하는 걸로"
판은, 두 사람 몫의 식사량 2배 이상의 돈을, 식사를 하고 있던 카운터에 두었다. 엘렌의 기분이 순식간에 좋아진다.
"저기, 당신들. 그 애를...."
판이 동생의 입을 막았다.
"저기, 동생군. 네 마음은 중요하지만, 네가 생각하는 올바른 모습이나 행복을 그 인랑 아가씨에게 밀어 붙여버린다면, 결국, 누나나 조모씨와 같아"
그 말만을 남기고, 두 우편국은 떠나갔다.
4.
마녀라는 소문이 흐른, 고 아비게일 파토넘의 저택은, 그것도 이해될 분위기의, 오래된 뱃집지붕의 건물이었다.
뱃집지붕- ㅅ 모양의 지붕.
한밤중에 오면, 담력시험에 딱 좋겠지. 지금은 저녁, 멀리서 까마귀가 울음소리를 내고 있다. 이것도 또한, 분위기에 딱 좋다.
"죄송합니다. 편지를 회수하러 온 우편국입니다. 열어주세요"
담쟁이 덩쿨이 휘감겨있는 현관문을, 전혀 두려워하지도 않고, 판이 노크한다.
"죄송합... 이런"
갑자기 문이 열려, 판은 앞으로 고꾸라졌다.
사용인의 옷을 입고 있는 작은 소녀가, 얼굴을 내민다.
그녀다. 마녀의 제자라고 불리고 있는, 고독한 인랑 아가씨.
"일없어, 돌아가. .... 어?"
그녀는 판을 되돌려보내려고 했다.
판의 자랑인, 눈으로도 따라잡을 수 없는 몸을 따돌리는 방법으로, 벌써 저택 안에 있다.
현관을 들어가면, 바로 대공간이었다. 갑주나 항아리, 그림 같은, 많은 것이 벽에 골고루 장식돼있다. 커다란 책장에, 두꺼운 학술서가 잔뜩. 바로 옆에, 무거운 판자 하나로 만들어진 문서 책상.
날아왔다는 피아노가, 제일 깊은 곳에 설치돼있다.
"꽤 옛날에 만들어진 집 같은데, 비교적 최근, 커다란 손이 들어갔네. 이거라면, 앞으로 30년은 살 수 있는거 아냐. 무리만 하지 않으면"
"나가!"
그녀가, 스커트를 나부끼며 판에게 달려간다.
여기저기로 튀어 오르는 회색 머리, 조금 뾰족한 귀, 입술에서는 송곳니, 그것들 전부를 제쳐놓고라고, 그 몸놀림. 모든 것이 야생을 연상시킨다.
소녀가 뻔은 손을, 판은, 빠져나가는 듯이 피했다.
"우리, 나쁜 사람이 아니니까 안심해. 아비게일씨가, 보내고 싶지만 보내지 못한 편지를 회수해서 ...."
"안돼! 읽으면 안 돼!"
손끝에 날카로운 손톱을 뻗으면서, 그녀가 판을 노려본다. 물어 죽여주지 하고 말하지 않았을 뿐인, 분노의 얼굴이다.
아니, 아니야. 이것은 --- 격한 두려움의 표정이었다.
"움직임은 어린아이가 손발을 휘두르는 것과..... 큰 차이는 없지만 ... 기본 스팩, 높아아아"
앗 하는 사이에, 판은 벽 구석으로 몰렸다.
"나는, 여기에 있어도 괜찮아. 여기만은, 내가 있어도 되는 장소야"
소녀의 손톱이, 판의 뺨을 스쳤다. 판은, 느긋하게 크레이를 부른다.
"어어이, 육체노동 담당~?"
".... 알고 있어"
불렀을 때는 이미, 다음 손톱을, 크레이가 받아들였다.
바닥을 기는 듯한 낮은 자세로 날아들어 온, 크레이의 오른팔과 그녀의 손톱이 부딪쳤다.
끼이라고, 딱딱한 것끼리 부딪치는 소리가 울렸다.
튕겨 나가는 듯이, 서로 떨어진다.
그녀는 온몸을 반전해서, 또 손톱을 휘두른다. 크레이가, 회전해서 피한다.
빙글빙글하고, 맹렬한 회오리가 론도를 춤추는 듯이, 그녀와 크레이가, 서로의 주변을 돈다.
한 번 더, 날카로운 격돌음이 울려서, 그녀의 손톱이, 뿔뿔이 바닥에 흩어졌다. 그녀가, 놀란 얼굴로, 벽 구석 까지 후퇴한다. 크레이의 소매가 찢어져서, 은색의 피부가 엿보인다. 크레이의 오른팔은, 맨몸이 아니다.
그녀는, 파랗게 질린 얼굴로, 두꺼운 커튼 옆에 서 있다. 손가락 끝에서 피가 흘러 넘치고 있다.
하지만, 물러설 생각은 눈곱 만큼도 없다.
크레이는 혼잡한 공간 한가운데에 서 있다. 크레이를 사이에 두고, 현관 반대 측 위치에 서 있는 판이, 입을 열었다.
"구대륙의, 저주로 발생한 인랑은 만월의 밤에만 변신할 수 있어. 하지만, 이쪽 인랑은, 좋을 대로 늑대가 될 수 있고, 평소에도 날렵하고 힘도 있었지?"
"시끄러워 .... 좋을대로 늑대가 된다면 ... .이런...."
그녀가, 분노로 뺨을 붉게 물들인다.
"화나게 해서 어쩔거야, 누되 노동담당"
크레이가, 덤벼들려고 준비하고, 으르렁거린다.
"이제 와서, 달래기에는 무리니까 말이야아. 자아, 잘 부탁해, 육체노동담당"
판이 말한 다음 순간, 주변이 새까매졌다. 동시에, 무시무시한 웃음소리가, 주변에 울려 퍼졌다. 여성, 그것도 연로한 여성이 위협하는 듯한 웃음 소리다.
"헤에, 과연. 정말로 망령 같아"
판은,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침착하고 있을 상황이 아니라고, 어이"
크레이가 낮은 소리로 주의를 재촉한다. 둥실하고 떠오른 그랜드 피아노가, 판을 목표로 날아왔다. 건반이 일괄적으로 소리가 났다.
"우와와와왁"
판이 하얀 코트를 나부끼며 도망간다. 피아노가 뒤쫓는다. 더욱더 그것을 크레이가 쫓는다.
부웅하고 뭔가가 허공을 자르는 소리가 난다, 그리고 삐걱삐걱하고 뭔가가 부딪치는 소리.
크레이는 피아노가 어떻게 날고 있는지, 알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을 가르쳐줄 틈도 없이, 판이 다른 덫에 걸려서 비명을 질렀다.
"폴터가이스트!?"
두꺼운 책이, 책장에서 우르르 떨어져 판을 삼킨 것이다. 근처에 잘못하면 크게 다치지만, 까딱하면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중량이었다.
"어이, 판.... 쳇!"
크레이에게, 그녀가 뛰어들어왔다. 만들어진 암흑 속에서, 소녀 인랑의 눈이 금색으로 빛난다.
그녀와 크레이는, 서로 뒤엉켜서 굴렀다. 그대로, 그녀가 크레이의 목에, 살며시 물어뜯는다. 몸집이 작은 데 비해 커다란 가슴이, 크레이에게 닿았다. 그 부드러움을 의식할 여유는 없었다.
크레이가, 금속제 오른팔을, 그녀에게 내려치려고 했다.
"네, 거기까지 입-니다"
판의 목소리가, 경박하게 울려 퍼졌다. 동시에, 커튼이 일제히 열린다.
여느 때 같이, 책 눈사태에서도 빠져나온 것 같다. 그리고, 설치해둔 것을 찾아낸 것이다.
스위치 하나로, 커튼은, 모두 닫히거나, 열리게 돼 있다. 어두워 진 것은, 태양 빛을 들어오게 하는 커튼이 닫혀서다. 그리고, 도르래를 짜 맞춰, 검은 칠된 피아노 선으로 낚아올린 피아노가, 빙글빙글 허공을 돌고 있다.
"아비게일씨의 일은 기계 기사. 취미는 수학. 하지만, 어느 쪽에서도 여성이라는 것 뿐만으로 경시당했다 .... 라고. 그거야 성격이 비뚤어질 만도 하네"
서류 책상위에 펼쳐진 채인 서류를 보고, 판은, 죽어번린 아비게일의 경력을 간파했다.
"편지는, 여기일까나아"
판은, 요술처럼 꺼낸 열쇠 따는 도구를 써서, 책장의 서랍을 열려고 한다.
"싫어어어어어엇"
비명을 지르고, 소녀 인랑은 크레이의 위에서 갑자기 물러섰다. 새파란 얼굴로, 판의 곁으로, 쏜살같이 향한다.
하지만, 판의 손끝에는, 질풍 같은 그녀보다도, 더욱더 민첩하게, 요령이 좋았다. 서랍에서 작은 봉투를 꺼냈다.
"네, 내 일은 끝. 편지의 회수는 완료. 나머진 크레이군의 일, 배달이네"
".....아"
그녀는, 털썩 무릎을 떨어트리고, 그대로 뚝뚝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절망의 표정이다.
"에? 뭐야? 왜 그래? 왜, 그렇게 푹 쳐진 거야?"
판이 허둥거린다. 아무래도, 되찾으려고 덮치는 건 예상했지만, 울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않은 것이다.
무뚝뚝한 얼굴인 채로 크레이가 일어서, 머리를 긁으면서, 그녀에게 가까이 갔다. 어깨를 팡 하고 쳐도, 그녀는 도망치지도 반격도 하지 못했다.
"왜그래, 아까까지의 기세는. 에에음 .... 기운 내"
크레이도 평범한 말밖에 하지 않는다.
"안돼..... 이제 나, 있어도 되는 장소가 없어. 어디에도 없어"
그녀는 완전히 상심하고 있다.
크레이와 판은 얼굴을 마주 봤다. 바로 전까지의, 격한 싸움의 기척은, 완전히 날아갔다. 둘은, 그녀의 안색을 보고. 이 이가씨의 마음은, 아직 어린아이라는걸 깨달았다.
어쩌면 좋을지 모르는 모양으로, 판이 쭈뼛쭈뼛 말을 건다.
"그럴리 없다고 생각해. 술집 아가씨라던가 동생 군이라던가. 갈 곳을 소개해줄 테니까"
"거짓말이야. 그 사람들은, 어딘가로 가버리라고 말했어. 일어도 괜찮다고는, 말하지 않았어. 아비게일뿐이야. 명령을 지키는 한, 여기에 있어도 된다고 말한 것은"
베여나오는 실의와 절망은, 너무나도 짙다.
"에에음, 그 명령은, 대체 뭐였어?"
"서랍 안의 물건을, 다른 누구에게도 읽게 하지마 .... 마지막, 말"
아비게일의 유언이 그것이었다.
"그럼, 아직 명령을 거스르진 않았어"
크레이는, 가라앉은 낮은 소리로 말했다. 이런 때는, 판의 높고 귀여운 목소리 보다, 크레이의 목소리 쪽이, 상대를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다.
그리고, 흑발의 청년은, 봉서를 판에게서 빼앗았다.
"내용물은 아직 보지 않았으니까. 거기에, 이것은 ... 당신에게다"
쌀쌀맞은 봉서에는, 발송인인 아비게일의 이름은 있지만, 수신인의 이름은 없다.
그런데 확신에 차서, 크레이는 말했다.
그녀는, 놀라서 눈물을 멈추고, 흑발의 청년을 올려봤다.
"누구에게도,가 아닌. 다른 누구에게도니까, 이것은 당신이 읽을 것 이라는 뜻이다"
"그냥 추리가 아니야. 그는, 이런 제대로 전해지지 않은 편지를 가지고, 그것을 읽어야 할 사람이 어디에 있는지, 왠지 모르게 알아. 직업적 특기라는 거"
그녀는 아직 멍하니 있지만, 크레이가 내민 봉투를, 그녀는 받았다.
"글은, 읽을 수 있어"
크레이가 말하면, 그녀는 끄덕하고 수긍했다.
".... 아비게일이, 읽는 법은 가르쳐 줬어. 심부름하는데, 있으니까"
당분간 주저했지만, 있는 힘껏 끝을 뜯었다. 들쭉날쮹 뜯은 입구에서, 그녀는 내용물 편지지를 끌어당겼다.
"부끄러우니까, 누구에게도 읽게 하지 마"
목소리를 내서, 그녀는 편지를 읽기 시작했다. 음독밖에 할 수 없는 것이다.
크레이와 판은, 얼굴을 마주 봤다. 판이 입을 움직여서, 목소리를 내지 않고 말했다.
『괜찮지 않아. 읽고있는 게 아니라 듣고 있는 것뿐이고 』
『억지 이론이네, 어이 』
크레이는 그렇게 말했지만, 그도 역시, 자리를 피하려고는 하지 않았다.
인랑 소녀는, 음독을 계속하고 있다.
"내 인생은, 이제 곧 끝나겠지. 마지막의 마지막에, 이런 마음이 들지는, 꿈에도 생, 생가... 생각하지 못했다"
조금씩 바꿔가면서 그녀는 읽길 계속했다.
"당신과 살았던, 당분간, 즐겁다는 마음을, 오랜만에 떠올렸다. 그리운 옷을, 너덜너덜하게 만든 것은, 그다지 즐겁지 않았지만 말이야"
읽으면서, 자신의 실패를 떠올린 것인지, 그녀가 얼굴을 찡그렸다.
"이런 이런. 강철의 여자라고 불렸던 이 몸이, 이런 어설픈 편지를 쓸 줄은. 또 한 번 말하는데 아무에게도 읽게 하는 거 아니야"
크레이와 판은, 얼굴을 맞대고, 분위기 나쁜 듯이 머리를 움츠렸다.
『죄송한 마음이 되네 』
『오히려, 부끄러워. 하지만 어쩔 수 없네. 우린, 꺼내지 못한 편지 전해주지 못한 편지가, 제대로 읽길 끝내는 것을 확인하는 것 까지가 일이니까. 그렇게 하는 것으로, 누덕누덕 기운 세상을 잇는 인연을, 강하게 해 』
『때때로 그것을 들려주지 않으면, 내 일의 의미를 잊어버릴 것 같네 』
크레이와 판이 그런 대화를 하고 있는 사이도, 그녀는 편지를 계속 읽고 있다.
"계속 망설였어. 사랑이 가장 짧은 내기. 당신에게 남겨줄 것은 뭔가. 가능한 한 읽고 쓰기와, 가사를 가르쳤다. 당신이, 빨리 여길 나가서, 어디서든 살아갈 수 있게...."
그녀의 목소리에서, 힘이 사라졌다.
"아비게일도... 내가 없는 편이.... 좋았던 건가...."
"마지막까지 읽어"
편지를 떨어트린 그녀의 손을, 크레이는, 제대로 지탱해 줬다.
"하지만 ...."
"마지막까지, 읽어. 중요한 것을 처음에 쓰는 녀석도 있어. 하지만, 이 할머니는, 마지막의 마지막에 써..... 감이지만"
매서운 눈을, 크레이는 가늘게 떴다. 그렇게 하면 실 같아져 버려서, 좀처럼 하지 않는다.
그 표정에 격려받았는지, 그녀는, 편지지에 또 한 번 더, 눈을 떨어트렸다.
"어디서든 살 수 있게 했다. 물론, 이 집에, 있어도 좋아"
그녀의 목소리가 들뜬다.
"수속은 했어. 하지만, 아무래도, 당신은, 넓은 세상을 봐줬으면 해. 나는, 어디에 있어도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후회는 하지 않아. 재밌는 일도 잔뜩 있었어. 당신과 만나서, 솔직히 그렇게 생각하게 됐어"
그녀의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한다. 멈췄던 눈물이, 또 흐르기 시작했다.
"어찌할지, 선택하는 것은, 당신이야. 하지만, 마지막에 하나만 받아줬으면 하는 게 있어. 계속 계속, 당신에게 주고 싶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이것만은, 내가, 사라지고 나서가 아니면, 줄 수 없는 것이야"
그녀가, 합하고 숨을 죽였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심호읍 하면서, 드디어, 그녀는 그다음을 편지의 마지막을 읽었다.
"이름을 받아줬으면 해. 폐가 아니라면, 당신은, 오늘부터 아비게일이라고 칭해줬으면 해. 내가, 언제까지고 당신을 보고, 재미있어할 수 있도록.... 그러니까 ... 계속 .... 내가.... 당신과.... 함께야"
그녀는, 새로운 아비게일은 울었다. 바닥에 엎드려 울었다. 또 한 명의, 이름을 준 아비게일이 죽었을 때도 울지 않았다. 누군가에게 쫓겨났을 때에도 울지 않았다. 생모와 죽음에 이별했을 때, 울고 있을 시간은 없었다.
그 아비게일이 울고 있다.
슬픔이다. 좀 더 빠르게, 진심을 들려줬으면 하고 생각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기쁨이, 이 눈물의 근원이다.
- 얼마나 울고 있었을지. 아비게일의 이름을 받은 아가씨는, 바닥에 몸을 둥글게 말고 자고 있다. 인간이라면 15살이나 16살로 보인다. 하지만, 인랑인 아비게일은, 아직 태어나서 3년 정도다.
판과 크레이는 특히 하는 것도 없이, 그녀를 지켜보며 서 있다.
"이 아이가, 편지를 읽어, 세상이 벌어진, 금이 간 것이 수리되는 것인가?"
크레이가 뚱한 얼굴로 말했다.
"혹시 아비게일이, 할머니 쪽이 말이야, 그녀가 뭔가의 발명이라도 남겨준 것일지도 몰라. 새로운 아비게일이, 그것을 확실히 이어받지 않으면, 세상이 떨어져 버릴지도. 괜찮아, 거길 조사하는 것은, 같은 영원의 오후 숲에 사는 누군가의 일. 우린 우편국이야. 그 이외에, 손을 대는 건 너무 큰 일이야"
"그런 그렇지만 말이야.... 돌아가도 괜찮은건가. 수속은 해둔다고 써있었지만, 이 아이에게, 숲이나 저택을, 악당에게서 지킬 힘이 있는건가?"
크레이가 화난 듯한 어조로 말하면, 판은 어깨를 으쓱했다.
"그 역할도, 우리 이외가 도와줄 거야. 자 변화사가 왔어"
창밖에 희게 빛나는 안개가 뻗치기 시작했다.
그 건너에서, 슈트를 입은 남자가 온다.
"뒤는 맡겨줘, 우린 연원의 오후 숲에 돌아가자. 바로 다음 배달이야"
판이 그렇게 말한다. 크레이는, 아비게일이라는 이름의 아가씨를, 마지막으로 또 한 번 바라봤다.
그녀는, 지금은 그저 처름으로 얻은 안식의 장소에서, 푹 잠들어있다.
제 1화 마녀의 편지 끝
제2화 흡혈귀의 성
세상 밖에 있는 영원의 오후 숲과,
세상 안에 있는 달의 성을,
하얀 안개가 잇는다 ---.
1.
안개에 인도되어, 크레이와 판은, 어떤 방에 들어왔다. 새로운 다른 배달이다.
천창에서 들어오는 청백색 달빛만이, 그 방의 빛이다. 방안은 넓고, 천창에서 들어오는 달빛은, 방 가운데에 있는 커다란 침대에 밖에 닿지 않는다.
".... 놀래켰어? 미안. 우린 우편국이야"
성의, 가장 높은 일각에 있는 침실이다. 호화로운 침대 머리맡에, 눈빛 나쁜 청년이 그림자처럼 서 있다. 손에, 커다란 봉투를 가지고 있다.
"나쁜 짓 하러 온 게 아니니까, 소란피우지 마. 그리고, 굉장히 전에 태양이 져서, 너희 종족이 일어날 시간은, 훨씬 전에 지났어"
맑은 금발의 소년이, 피식하고 미소 지었다.
"나는 옛날부터 늦잠 꾸러기예요....... 혹시, 대공에게서의 편지입니까. 요전날 격전에서, 연락이 없습니다만...."
"전쟁이 시작하고 3년과 3개월. 왕국의 반격도 격하네. 제국 측은 눌린 기미. 대공이 있던 전장은, 제국 측은 아무도 살아남지 못했어"
판이, 드물게 미소를 지우고, 담담하게 말했다.
".... 역시, 돌아가신 거네요?"
그들의 말에, 가냘픈 목소리로 그렇게 응한 것은, 침대에 누워있는 여성이다.
아니, 외관은 소녀라고 불러야 할지도 모른다.
눈을 크게 뜨고. 안구만을 움직인다. 눈동자는 잿빛. 죽은 사람이 입는 옷처럼 새하얀 넥글리제로 몸을 감싸고 있다. 그녀의 피부는, 그 옷 이상으로 희다, 머리도 새하얗다.
시체처럼 가로막은 양손을 가슴 위에 겹치고 있다.
용모는 아름답다. 취미에 의하면, 눈이 너무 크다, 전체가 너무 화사하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약한 유리 세공같은 아름다움이다.
그녀는, 실로 끌어당기는 인형처럼 상반신만을 일으켜, 목을 구부려 크레이와 판을 바라봤다.
" 아무리 도착하지 않았을 편지를 전하는 역할이라고 해도, 여자아이의 방에 무단으로 들어오는 것은, 어떤 자인가 하고 생각해요. 대낮도 아닐 뿐, 아직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그녀는, 어깨를 움츠리고 담담히 말했다.
".... 에에음, 너, 우리를 알고 있어? 그 .... 전해지지 않은....이라니"
금발의 소년 --- 판이, 당황한 기색을 얼굴에 띄운다.
옆에 있던 파트너, 크레이가 『신기한 걸 봤다 』는 얼굴이 됐다.
물은 그녀는, 당분간 생각하면서 작게 수긍했다.
"..... 흡혈귀의 오랜 비호를 받고 있으면, 많은 세상의 뒤 측이나 외측에 대해 귀에 들어옵니다"
덧없는 미소를 띤다.
그대로 달빛에 녹아드는 듯하다, 고 우체부들은 생각했다.
사라지기 전에, 읽게 해야지.
"받아줄까나"
크레이는, 조금 당황한 모양으로, 손에 든 봉투를 내밀었다.
그러고 나서, 설마 사라질 리 없다고 생각을 바꾼다.
달빛에 채워진 방의, 수상한 무드가 환상의 원인인가. 현실에 돌아가려고 의식한다.
방의 가구는, 모두, 진정된 분위기다.
봉투도 그랬다. 금박으로 인연을 장식하고 있지만, 반짝거리는 하품이 아닌, 아무렇지도 않은 상품이다. 붉은 로우를 늘어트려서, 봉해놨다.
발신인의 이름은 브랄드 대공. 수신인은, 쥬누비 에이브 알렉.
가늘고 흰 손가락이, 자기 앞의 편지를 받아들였다. 어렴풋이 떨고 있다.
".... 정중한 글. 전장에서, 죽을 즈음에 쓴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네요..... 그분답습니다"
쥬누비 에이브는 봉투를 그대로 사이드 테이블에 놓았다.
크레이와 판에게 시선을 돌린다. 조용히 미소 짓고 있다.
"에에음, 이런 것이 필요할까?"
판이, 어딘가에서도 아닌 상품 같은 페이퍼 나이프를 꺼냈다. 사이드 테이블에 놓아두었을 봉투도, 그의 손안에 돌아와 있다.
그 봉투가, 판의 손을 떠나서, 둥실 하고 공중에 날아올랐다.
쥬누비 에이브의 눈동자가, 주홍색으로 빛나고 있다. 입술도 같은 색이다.
편지는 그대로 공중을 감돌고, 사이드 테이블 위로 돌아갔다.
"제가 귀에 들은 소문으론, 두 분은, 수신인의 상대가 받은 편지를 읽을 때까지, 세상의 좁은 틈에 돌아갈 수 없다던가? 그럼.... 으, 콜록, 콜록, 콜록콜록"
쥬누비 에이브가 갑자기 콜록거린다.
호쾌한 재채기다. 가련하고 덧없는 흡혈귀 소녀의 재채기로서는 어떤것인가......
"에에음, 괜찮을 까나? 재채기에 잘 듣는 차가 있지만"
페이퍼 나이프가 사라지고, 금속제의 작은 수통이 나타났다. 호쾌한 재재기처럼, 조금 동요하고 있는 것인가, 판의 수제는, 보통 상품 레벨이다.
쥬누비 에이브는 재채기하는 채로, 머리를 좌우로 흔들었다.
"괜찮습니다.... 저, 마시는 것은 한정돼 있어요"
얼굴을 들면, 붉은 입술에서, 짧은 어금니가 보인다.
여긴 흡혈귀의 성, 드라켄 허스트.
대륙 상의 순혈종 흡혈귀가 모여, 살고 있는, 백수십 층에 달하는 성이다.
그 최상층, 탑의 정점에 사는 그녀도, 물론 흡혈귀다.
판과 크레이는, 어금니를 보고, 무의식적으로 한걸음 뒤로 물러났다.
여기서 영원의 오후 숲까지 돌아가려면 편지를 읽게 하지 않으면 무리지만.
"두려워 하지 말아주세요. 최근 좀처럼 피는 마시지 않았고. 그래서, 하나 부탁이 있습니다만"
어금니를 구태여 숨기지 않고, 쥬누비 에이브가 말했다.
크레이와 판은, 얼굴을 맞댔다.
(네가 말해)
(네가 말해)
(대화는 두뇌노동이잖아)
(배달은 네... 알았어, 이번 주 청소당번 바꿔줘야 하니까 말이야)
라는 대화를, 아이 컨택 만으로 3초 만에 해치우고, 판이 말했다.
"혹시, 그 부탁을 들어주지 않으면, 편지를 읽어주지 않는 거야?"
"저, 그런 협박 같은 것은 좋아하지 않습니다"
쥬누비 에이브가 미소 짓는다.
"그저, 제가 편지를 읽을 안전한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과 관계가 있어요"
"나이에 비해 복잡한 말을 하는 아가씨네"
크레이가 무뚝뚝한 어조로 말했다. 쥬누비 에이브는, 20세 정도로 보인다.
"흡혈귀의 성에서 살게 되면, 어떻게든, 솔직한 말을 쓰지 않게 됩니다"
띄운 미소는, 새삼스레 천진난만한 인상이다.
"먼저, 그 소원이라는 걸 들려줄래?"
라고, 판이 말했다. 말할 때, 말참견 하지 마, 하고 크레이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쿡쿡 찌른다.
쥬누비 에이브는 콜록하고 헛기침을 하고 그대로 재채기가 멈추지 않게 됐다.
"어이어이 괜찮아"
"제법..... 콜록록록..... 조금... 뭔가가 목에.... 거--"
"흡혈귀는, 약해 보여도 튼튼하다고 생각했으니까"
무심코 등을 문질러버리면서, 크레이가 중얼거렸다. 무뚝뚝한 얼굴인 채로.
"정말로 필요 없어? 내 차, 맛도 나쁘지 않아"
판이, 수통의 뚜껑을 잡고, 그 내용물을 들리 붓는다. 거기서 흘러넘친 온기를 들이마시고, 쥬누비 에이브의 재채기가 가벼워졌다.
".... 마, 마셔볼게요"
천천히, 훌쩍거리는 듯이 차를 마신다. 어떻게든 재채기도 진정되고, 쥬누비 에이브는 이야기를 이었다.
"브랄드 대공이 돌아가셨으므로, 이 성을 다스릴, 새로운 대공을 고르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렇겠네. 거기에, 네가 어떤 관계인 걸까나?"
이 성에 들어오기 전에, 간단한 조사는 했다. 쥬누비 에이브는, 10년 정도 전에, 어딘가에서 브랄드 대공이 데리고 돌아왔다, 순혈종 흡혈귀다. 숨겨둔 자식이라는 소문이다.
덧붙여서, 브랄드 대공은, 겉보기 연령은 40에 가깝다. 야무진 좋은 남자로, 청초한 분위기의 어른스런 여성이 취향이라고 한다.
"저에 대해선 나중에. 순혈종은 혈연과 실력으로 후계자를 고릅니다"
순혈종이란, 태어나면서 흡혈귀인 자들이다. 신체능력도 지능도 인간을 웃돌고, 불로장생으로, 귀족의 이름을 대는 자들도 많다.
"혈연으로 후보자를 뽑고, 이 성에 사는 귀족들의 합의로 결정합니다. 옛날에는, 그저 강하고 현명하면 좋았던 것 같았지만 말이예요....... 그런 전승으로, 들었습니다"
겉보기에 어울리지 않는 어른티 나는 어조로 말한 쥬누비 에이브는, 작은 손을 사이드 테이블에 올리고, 대공의 편지를 가슴 가에 끌어당겼다.
"브랄드 ... 대공이 보내온 이 편지는, 그 새로운 대공을 선택하기 위한 , 저에게..... 지시, 라고 생각합니다. 대공의 대변자가, 저의 역할 이니까, 개봉하는 것은, 성에서 그 나름의 지위를 가진 흡혈귀 모두를 모은 총회가 아니면 안됩니다"
"... 내용물을 조작했다고 트집을 잡히고 싶지 않아?"
판이, 조금 고개를 갸웃하고 물으면, 쥬누비 에이브는 조금 입을 일그러트렸다.
"그런 것을 말하는 무뢰한이 없다고 한할 순 없기에. 지금, 대공의 후계자에 어울리는 혈연분은...."
쥬누비 에이브는, 뭔가 잊은 것을 떠올리려고 하는 듯이, 당분간 침묵했다.
"... 혈연분은, 둘. 어느 쪽이 선택돼도, 소란은 수습되지 않겠죠. 하지만, 적어도 제삼자의 눈에서, 그 둘을 평가하고있었을 뿐아닙니까?"
쥬누비 에이브의 목소리에 번진 작은 감정에서, 크레이는 반사적으로 이렇게 말하고 있다.
"당신은, 사실 어느 쪽이고 싫은 거지?"
".... 선입관을 가지지 않게, 거긴 비밀이라는 것으로"
쥬누비 에이브가, 피식 웃었다.
"인수해주겠습니까?"
조금 울먹이는 쥬누비 에이브의 눈동자가, 둘을 올려다봤다.
"이 편지를 읽게 하려면, 하는 수밖에 없네에"
판이 과장스럽게 어깨를 으쓱한다.
"너.... 조금 재미있어하고 있지"
크레이의 미간에 새겨진 주름이, 점점 깊어진다.
거대 성내에 사는 흡혈귀의 정치 투쟁. 둘 다, 흡혈귀에 음산하고 쿨한 이미지를 품고 있다.
그것이 철저하게 둘을 때려 부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다.
쥬누비 에이브의 재채기가, 이미 그 조짐이었지만......
2.
"이 드라 켄 허스트 성은 높이 150층에 이르고, 세워지고 나서 1500년. 순혈종의 상징으로서, 제국 동단에 세워져 있어. 내 지구 명에서는 트란실바니아라고 불리는 구획이야"
"우리 지구에서도 같아"
판과 크레이는 술집에 있다.
성 안이지만, 어쨌든 큰 성이다. 원랜 커다란 산꼭대기에, 작은 성이 세워져 있을 뿐이었다. 거기에 각지에서 쫓겨난 순혈종 흡혈귀가 모였다. 차례차례로 성이 세워져, 상호 이어져, 산 안에도 터널이 뚫려 용이 웅크려 앉았다는 의미의 이름을 가진 그 산은 통째로 성이됐다. 이윽고, 더욱더 흡혈귀들이 모여, 공간이 부족해지면 성이 위로 겹쳐졌다.
지금의 드라 켄 허스트 성은, 성 그 자체가, 순혈 흡혈귀의 수도다. 무척 커서 천명 정도 들어갈 것 같은 홀이나, 마차가 엇갈릴 듯한 정도의 폭이 넓은 복도도 있다.
안에는, 상점가가 되어있는 복도도 있는 것이었다. 높고 높은 천장이 있는 것만 빼면 평범한 마을과 다름없다. 그 한구석의 술집에 있다.
"나는 말이야, 흡혈귀라는 것에, 꿈과 로망을 품고 있었어, 후배군"
"이 일에 스카우트되고 반년, 처음으로 너와 의견이 일치했다고, 판"
둘은 취해있다. 오픈 테라스 가게에서, 이미 한 병, 꽤 강한 술을 비웠다.
고풍적인 귀족 의상을 입은 남자가, 가시 달린 가죽 레오타드를 입은 아가씨를 설득하고 있거나, 젊어 보이는 남녀 혼합 그룹이, 뭔가의 게임을 즐기고 있어, 굉장히 시끄럽다.
"흡혈귀가 퇴폐적이라고 들었지만 말이야, 이건 방향성이 다른 거 아니니?"
비교적 침착한 눈으로, 판이 말한다.
"이 일에 스카우트되고 반년, 처음으로 너와 의견이 일치했다고, 판"
크레이가, 같은 말을 반복했다.
"애초에, 왜 흡혈귀가 술을 마시는 거야. 마시지 못하는 거지, 와인은"
마시고 있는 술은 와인 뿐만이 아니지만, 판이 말하고 싶은 것은 그런 것이 아니다.
붉은 와인은, 자주 피의 상징으로서 다루어진다. 대용품 같은 걸로 입에 대는 걸까 하고, 프라이드 높은 흡혈귀는 자주 이런 대사를 입에 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술집투성이인 홀은, 얼큰하게 취한 상태의 흡혈귀가 넘쳐나고 있다.
"흡혈귀는 이런 거였나아?"
"이 일에 스카우트되고....."
판이, 푹하고 테이블에 엎드려 투덜거리고, 크레이가 세 번째의 반복을 입에 댔던 그때다.
"아니 아니, 핫하. 뭘하고 있는 걸까나, 너희는. 지금은 전쟁이 한창이니까 말이야, 똑바로 있어"
전혀 똑바르지 않은, 점잔빼는 목소리가 주위에 울려 퍼졌다.
"이런, 이것은"
판이, 무심코 머리를 들었다.
"기다리는 사람이 모습을 드러낸 듯한..."
크레이는, 글라스에 반 정도 남아있던 위스키를 한 번에 비웠다. 판도 크레이도, 아까까지의 나른한 분위기는 사라졌다.
둘이 주목하고 있는 것은, 추종자를 많이 동반하고 모습을 드러낸, 키가 큰, 겉보기는 적어도 청년이다. 흡혈귀니까 실연령은 100세 이상일지도 모른다.
나이는 어쨌든, 블론드 머리에 에메랄드색의 눈동자가 특출난 미남자다.
"이런 이런, 아름다운 순혈종 제군. 오늘도 충분히 마셔주십시오, 핫핫하"
척 포즈를 정한다. 이가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알겠나, 제군! 이것은 단드릿지 자작 각하에게서, 동포인 제국에게의 선물이다. 단드릿지 자작이라고. 단드릿지 자작의 이름을 잊지 마!"
몸 좋은 흡혈귀들이, 이빨, 라고 할까 어금니를, 반짝반짝하고 빛내며 상쾌하게 청년의 이름을 부르며, 나무통에 피를 채우고 있다.
전장에서 행방불면 된 --- 크레이와 판은 죽은 것을 알지만, 정식적인 통지는 아직 흘혈귀들에겐 없다 --- 대공의 손자에 해당한다.
전장의 전장의 실력자로서 이름을 떨린 조부와는 정반대인 잘생긴 남자이다.
"아름다운 처녀의 것으로 엄선해왔다. 아니 아니, 가난하다는 것은 슬픈 거네. 인간이라는 것은, 슬픈 거네, 싫어졌어"
진수성찬에 기뻐하며 몰려드는 것이 반수 정도. 뒤에 있는 흡혈귀들은 질린 얼굴이다.
".... 뭐랄까, 굉장하네"
판이, 질린 듯이 중얼거리면, 옆에서 마시고 있던 남자가 말을 걸어왔다.
"대공이 전장에서 행방불명이 되고 나서 계속이래. 대를 잇기 위한 인기 얻기... 이런"
단드릿지 추종자 중 한 명이 가까이 오는 것을 보고, 남자는 입을 닫았다.
자작 본인은 못 미더운 느낌이지만, 주변의 추종자는, 모두, 근육질이고, 한편 총이나 검으로 무장하고 있다. 그건 그거대로, 흡혈귀의 이미지가 쳐부서졌다.
"너희, 신인이네"
우락부락한 흡혈귀 귀족이, 크레이와 판을 내려봤다.
"에에, 이제까지 인간에게 쫓겨서, 겨우 진정됐습니다"
판은 만면에 미소를 띠고, 두 손을 비볐다.
입가에서 어금니가 보인다. 붙인 어금니다. 흡혈귀 행세하는 데 필요하다고, 쥬누비 에이브가 렌탈해준 것이다.
"후음......"
추종자 흡혈귀는, 갈라진 척을 쓰다듬으면서, 둘을 노려보고... 그리고, 피식 웃었다.
"그런가 그런가. 그건 큰일이었겠지. 하지만, 그 나름의 자산은 있겠지?"
"하? ....... 에에, 그건 뭐"
판이 재빨리 대답하면, 남자는 점점 미소를 무너트렸다.
"그런가, 그런가. 차기 대공 선택은, 자작님에게 투표를 부탁한다고. 자아, 충분히 해보게나"
자작의 추종자는, 피가 넘실넘실 따라진 황금 제 컵을 내밀어 왔다.
.....곤란하다.
인간에게는, 향기롭다고는 말할 수 없는 향기가, 주변에 자욱하다.
"아니이, 유감. 무척 감사합니다만, 난, 물나우 셀쵸크 증후군이라, 미녀의 피는 의사가 금지해서. 그가, 대신 받아줄 거예요"
판이 말을 엉터리로 얼버무려서 컵을 크레이에게 밀어붙였다.
".... 뭐야, 마셔도 죽진 않는다고"
귓가에 속삭이는 판을, 크레이는 굉장한 눈으로 노려봤다.
"왜 그래? 설마 자작께서 대접하신 것이 입에 맞지 않는다고 말하는 게 아니겠지?"
추종자는, 크레이 보다 험악한 눈이 됐다. 체육계 흡혈귀 답다.
"그렇고말고! 대공님의 생사도 모르는데 인기 얻으려고 하는 것 같은, 점잔빼는 애송이가 주는 피라고, 못마셔! .... 라고 말하고 싶은 거다, 그 젊은이는!"
술집 어딘가에서, 목소리가 날아왔다. 아까까지 옆에 있던 남자가 모습을 감췄다.
"뭐라고! 누구냐, 방금 말한 건!"
추종자 흡혈귀는, 어금니와 손톱을 길게 늘여서, 점내를 돌러봤다.
손님들이, 일제히 그 시선에서 몸을 교차한다.
빙글하고 점내를 돌은 시선이 돌아오기 전에, 크레이는, 내밀어 둔 채로 위치에 있던 황금제 컵을 노려보고 빼앗았다.
"도금아냐"
크레이가 중얼거렸다. 감촉으로 하는 것이다.
"뭐라고! 네놈.... 후악!?"
빼앗은 컵에서, 상대의 얼굴에 피를 세차게 뿌리고, 그대로 가게에서 거리로, 교칙 본 대로의 원투를 먹인다. 턱에 맞고 어이없이 근육 흡혈귀가 녹아웃 당한다.
어차피 이대로면, 싸움 걸리는 결말이다. 그렇게 판단한 크레이는 선수 필승 전술에 들어간 것이다.
"뭐야! 거기! 뭐하고 있어!"
"잘도 키퍼를!"
소란을 알아차리고 단드릿지 자작과 다른 추종자도 달려왔다.
"휘말려서 정당방위라고 .... 말하는 거예요, 이 사람이"
싱글벙글 웃으며, 판이, 의자로 스르르 물러나 크레이를 가리켰다.
단, 손끝에 이미 크레이는 없다. 땅을 기는듯한 자세로 대시해서, 이미 자작과 거리를 좁히고 있다. 상대가 군단이라면, 먼저 우두머리를 쓰러트리는 것. 싸움의 철칙이다.
"뭐야 또, 이건 뭘 까나. 네놈! 불경하다고!"
자신의 발 밑에 돌연 나타난 흑발의 청년에게, 아름다운 남자 단드릿지 자작은, 허리에 꼽아둔 세이버를 빼냈다.
"나를 아름다운 외견으로 깔봤겠다! 우리가 전장의 영양을 말하는 건 겉 멋든 .....부웃"
지면에 아슬아슬하게, 하늘로 찔러주는 어퍼컷.
"후배군, 흡혈귀 상대니까 적당히.... 아, ..... 해둬서, 다행인 모양이네"
판이 질린 얼굴이 됐다.
단드릿지 자작은, 펀치 한 방에, 정신을 잃었다.
"흡혈귀는, 인간보다 터프하다고 들었지만 말이야 .... 이거, 그냥 생 주먹이라고?"
라고 말하고, 크레이는 단드릿지 자작이 떨어트린 세이버를 주워들었다. 은으로 된 팔을 써서, 확실히 부러트린다. 자작의 추종자들이 흠칫 다리를 멈춘다.
"이 석의 목을, 똑같이 부러트리고 싶지 않으면, 우리에게 손대지 마"
"복수 형으로 말하지 않아도 괜찮아. 난 애초에 관계 없으니까, 여러분"
판이, 생글거리며 동료 관계를 부정한다.
"너말이야..."
크레이가 역시나 싫은 얼굴을 했다. 그 크레이의 발밑에서, 단드릿지 자작이 눈을 뜬다.
"오, 부활 빠르네. 역시 썩어도 흡혈귀네"
판이 짝짝짝 손뼉 친다.
단드릿지 자작은, 바로 아래에서 크레이의 얼굴을 바라봤다. 반격해올까 하고, 크레이는 또 한 번 공격태세를 취했다, 그때, 자작은 벌떡 일으켜, 크레이의 팔에 매달렸다.
".... 참으로, 방금 건 실로 굉장한 일격이었습니다, 형님"
뺨을 붉힌 자작은, 매니큐어를 바른 손톱으로, 쑥 크레이의 손등을 쓰다듬었다.
완전히 예상외.
"히이이잇"
크레이가 도망간다. 하지만 자작은 놓치지 않는다. 힘차게 바짝 다가간다.
"이 몸을 일격에 쓰러트린 펀치 상쾌해! 전장의 영예를, 우리 흡혈귀 일족에게 가져오기에는, 그런 기술이 필요합니다. 부디, 우리에게 전수해주시지 않겠습니까, 형님!"
속눈썹이 긴 눈동자를 반짝반짝 빛내는 단드릿지가, 크레이의 손을 꼭 붙잡으려고 한다. 그런 둘을, 검은 질투의 불을 활활 태우며 노려보는 추종자들. 질린 손님들. 일부 여성객들은, 실로 즐거운듯하다. 썩은 것은 자작뿐만이 아닌듯하다.
틀림없는 혼돈.
"네, 죄송합니 - 다. 그의 가르침을 받고 싶다면, 매니저인 나를 통해주세요!"
방관자인 척 하고 있던 판이 갑자기 깨고 들어왔다.
"그그그그, 그래. 이 녀석을 통해"
크레이가, 이제까지 보여준 적 없는 당황을 드러내고, 판의 뒤에 숨었다. 전혀 면역 없는 사태인 것이다. 판은, 조금 미간을 찡그리고, 영업 스마일을 띄웠다.
"전장의 영예라고 말씀하셨습니다만, 확실히, 선대 대공 폐하는, 이 전쟁에 참가 가능한 흡혈귀는, 300세 이상의 지원자만을 인정했을 터입니다. 실례지만, 여러분은 아직 300세를 채우지 않았다, 그렇죠?"
판의 말에, 자작은 조금, 진정한 모양이다.
크레이는, 판의 귓가에 속삭였다.
"어느새 그런 조사를 했어?"
"영업이야, 후배군"
그렇게 대답한 후, 크레이는, 태클 걸지도 않고 판에게서 떨어졌다. 등골에 차가운 것을 느껴서다, 둘의 속삭임에 자작이 질투의 눈을 향하고 있다.
".... 에에음 그러네, 그, 전장을 동경하고 있을 뿐인 아이에게, 내 무술을 전수할 리가 없는 거다. 포기해"
크레이는 혀를 꼬부라트리면서, 어떻게든 임시방편으로 핑계를 댔다.
하지만, 단드릿지 자작은 전혀 포기하지 않는다.
"아니요, 아뇨 아뇨. 그 규정은, 변경하는 게 가능합니다. 그러므로 정식발표는 아직입니다만, 조부가 돌아가신 것은 틀림없고, 그리고 후계자는 제가 되는 거예요. 저에게는 카드가 있으니까"
크레이에게 다가갔다. 도망가지 못하고, 크레이는, 손을 잡혀 버린다. 경직했다.
"제가 새로운 대공이 된다면, 우리 영은, 보다 제국에 가까워져, 흡혈귀는 제국최상급 귀족과 어깨를 나란히 합니다. 흡형귀령의 최상급무술 사범인 당신은, 말하자면 제국 최고의 ...."
"알겠습니다. 그럼, 빨리 계약서를 작성하고 싶으므로, 당분간 시간을"
경직한 크레이와 자작의 사이에 한 번 더 판이 끼어든다.
"그런...."
"역시, 여러분에게도 상담할게 있습니다! 아닙니까?"
판이, 추종자들에게 말을 건다.
"그렇습니다! 신참자를 경솔히 끌어들이다니!"
"그런 녀석, 대단한건... 아, 아뇨, 우리 첫 번째 달인인 자작님을 쓰러트린 이상은, 달인이 아니라는 이치가 있습니다만, 하지만, 이런 녀석 정도. 아, 아니 그"
당신이 최강입니다, 라고 항상 추켜올리는 거겠지. 추종자들은, 그 자작을 쓰러트린 크레이가 자신보다 약하다고 말할 리가 없다. 하지만, 강하다고 인정하기도 싫다. 그들은, 혼란하면서 단드릿지 자작을 설득하려고 했다.
"자, 이 사이에 말이야"
"오, 오우"
이렇게, 어떻게든 크레이와 판은, 궁지에서 탈출했다 ..... 일단 그 곳에서는.
3
그, 다음날 일. 성의 최상층 한 모퉁이에 둘은 있다.
"다음 분, 부디"
비서가, 크레이와 판을 보고 말했다.
뒤로 잡아당긴 머리에 수수한 복장의, 화려함의 조각도 없는 여성이다. 하지만, 흡혈귀다.
".... 여 흡혈귀는, 좀 더 생기있겠지. 이런 ... 사무원 같은게 아니라"
"후후후, 수수함에 감춘 여자의 아름다운 모습을 모른다니. 크레이군도, 아직 젊네"
"젊어도 괜찮아. 그런 건, 후배라도 괜찮아, 나"
시시한 말을 하면서, 두꺼운 문을 빠져나간다.
"너희에게 주어진 면회시간은 5분이다"
실내에 들어가면 그저 그것만 선고당했다. 공손히 모래시계까지 뒤집힌다.
장부나 서류가 잔뜩 모여있는 책장이, 넓은 방 사방의 벽을 천장 가까이 차지하고 있다.
거대한 집무 책상도 모든 서류에 덮여 책상이 보이지 않는다.
그런 책상 건너측에 앉아서, 지금도 뭔가를 써내려가고 있는 것은, 실내인데 중산모를 뒤집어쓴 긴 옷깃을 세운 코트룰 입은, 중년 남 흡혈귀였다.
가운데가 움푹 파인 턱에 뾰족한 매부리코, 긴 턱수염에 덕지덕지 포마드를 발라서, 우뚝 세웠다.
대공의 의동생, 크로록 후작이다. 이 흡혈귀령의 재정을 한 손에 쥐고 있는 인물이다.
"기가 죽은 건가. 하지만, 시간은 연장하지 않는다고"
시선을 손바닥으로 떨어트린 채로, 약간 높은 쉰소리로, 크로록 후작이 말했다.
그렇게는 말해도, 일단 얼굴을 보려고 면회 신청을 한것이다.
재정 쪽이나 소송 일체를 맡는 크로록 후작은, 예약하지 않으면 누구라도 만나주지 않는다고 한다. 정말로 그랬다.
그렇다고, 5분간, 얼굴을 보고 앉아있기만 해선 안 된다. 솔직히, 30초면 질린다, 평범한 얼굴이었다.
한순간, 후작이 판과 크레이를 봤다. 안광은 날카롭지만, 커다란 도회 경찰 장이라던가, 수백 명 규모의 범죄 조직 보스에게도 있는 정도다. 두려움이 느껴지는 정도의 레벨이 아니다.
크레이는 판의 옆구리를 찔렀다.
"말로 얼버무리는 건 네 일이겠지. 자칭 두뇌노동"
"알고 있어..... 에에음, 오늘은 이 성의 새로운 수입원에 대한 제안이"
"흡혈귀는 결코 새로운 세금을 받아들이지 않아. 상업행위를 미천하게 깔본다. 그런 사이에, 내가 어느 정도로 고생해서, 이 성의 재정을 유지하고 있는지. 너희가 이해할 수 있을까"
손바닥을 보고 있던 눈을 올려서, 크로록 후작이, 희번덕하게 판과 크레이를 봤다.
역시나 단드릿지 후작과는, 흡혈귀로서의 경력 급이 다르다. 장부 달린 출납을 맡는 것도 또한, 하나의 거대한 전쟁이라고 이해하고 있다, 기백이 가득 찬 시선이었다.
"그러니까, 기울어야 할 말에는 귀를 기울이고말고. 설령 그것이, 어제오늘 흡혈귀가 된 사이비 순혈종의 말이라도 말이야"
두 사람의 안색이 변하지 않은 것은, 최대한 노력의 성과이다.
(...... 이쪽이 가짜라는 걸 들켰다고. 아마. 어이, 어째서야?)
(이 정도 오랜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이라고, 많은걸 알고 있는 거겠죠)
아이컨택으로 말을 나누고, 판은 미소, 크레이는 무뚝뚝한 얼굴을 유지한다.
(이 성에 있는 흡협귀는, 태어나기를 순혈종이니까. 이상한 힘이 있는 걸지도 몰라)
아이컨택으로는 무리라, 판은, 속삭였다.
(변이종 흡혈귀는, 죽어서 되는 흡혈귀지만, 순혈종 흡혈귀는, 인간과는 다른 생물이야. 인간보다 수명도 길고, 개체차는 크지 않지만, 외견의 노화를 막는 것도 가능해)
(우리 지구 전설도 이래저래 있어. 인간보다 강하지만, 낮에는 움직이지 못하는 거지?)
(그리고, 생물의 피로만 영양을 보충할 수 있고, 아이기 생기기 힘든 체질이야. 그게 아니면 흡혈귀가, 이 지구의 왕자였을지도 말이야. 하지만, 결국, 인간에게 쫓겨나, 이 성에서 몸을 맞대고 있어, 어차피, 소수파라는 걸 아니까,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그래서, 쓸데없이 프라이버시가 높은 거야)
(.... 싱글벙글 웃으면서, 시니컬한 소리 하지 마, 너)
(그러니? 뭐어 이 크로록 후작은, 꽤 합리주의자로, 프라이드보다 실리를 중시한는 것 같지만, 마음속으론 역시 흡혈귀를 최상의 존재라고 생각하고 싶은 거겠지)
소곤소곤 이야기하고 있는 사리, 후작은, 경리 일에 몰두하고 있다.
판은, 콜록하고 재체기를 했다. 마침 쥬누비 에이브를 떠올린다.
"그럼, 내가 제안하려고 생각한것은 ... 전쟁에 대해, 라서"
"전쟁이 이제 가벼울 리 없겠지"
크로록 후작은, 눈을 맞추지 않는다. 노골적으로 흥미가 없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하아, 하지만, 대공의 후계자를 자칭하고 있는 단드릿지 후작은 ...."
꽝하고 격한 소리를 내고, 크로록 후작은, 집무 책상을 쳤다.
"그 애송이에게, 의형님의 후계자 따위 감당할 수 있을까! 그런 녀석에게 성을 맡겨서, 쥬누비 에이브 아가씨에게 뭔가가 있었다간 어쩌려는 거야!"
돌연, 크로록 후작이 냉정함을 전부 내던지고 진심으로 부르짖었다.
멍하니 말을 그림으로 그린듯한 얼굴이 된 판과 크레이다.
"아, 아니, 그렇지 않아. 쥬누비 에이브 아가씨나 그녀 같은 볼륨 없는 체형의 아가씨들을, 그 남자가 적시하고 있는 것은 일단 그대로 두었다"
내버려두지 않는 편이 좋다고, 재빠르게 판은 판단했다.
"적시하고 있는 겁니까? 에에음, 빵빵한 야한 여성이 아니라"
"그쪽은 녀석이 생각하는 아름다운 흡혈귀상에 적합하니까. 하지만, 그런 건 어차피 건전히 지나. 흠, 대충, 그 녀석이 또 애송이었을 적에, 첫사랑 상대의 남자가 납작 가슴의 미를 이해하는 신사로서의 소양에 눈떠, 놈을 버렸다는 게 아닐까. 그냥 상상이지만"
"그쪽 후작님의 신사 동료로 계신?"
"으므, 꽤 흥미로운 사람이... 아닌, 그냥 상징이다. 네놈, 이익 이야기를 가지고 온 게 아니였는가? 앞으로 1분 30초라고. 전쟁이 뭐라는 거야"
판은, 거기서 재빠르게 후작의 취미에 무뚝뚝한 이야기로 꾸며냈다.
"포인트는 전쟁이 아닙니다. 전시 그러므로, 아이들의 장난감으로서, 장난감 군사가 극구 떠받들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손바닥 사이즈의 쥬누비 에이브님에게, 언제까지 곁에 있게 해, 위안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겁니다. 그렇게 하면, 흡혈귀령 전제 생산성도 상승하겠죠"
판의 말 도중에, 크로록 후작의 손이 멈췄다.
"자세히... 이야기를 들을까. 말해 두는데, 열정을 불러일으킬 만한 것은 아니라고. 쥬누비 에이브 님에게는... 그 분의 모습이 있어. 이 흡혈귀 령의 중흥 할아버지인 분의. 그것이 따라서 우린 지켜보고 있다는 발상을 평가한 것이다. 알겠지. 간사한 생각 따위 일제 없는 것이다. 에초에..."
말하면서, 크로록 후작은, 모래시계를 뒤집었다.
그리고 10번, 후작은 모래시계를 뒤집었다. 그 정도의 시간을 들여서, 자세한 사업시안을 검토한 후, 크레이와 한은 해방되었다.
"..... 저건 ...... 안돼네"
"..... 저건 ...... 안돼네"
둘은, 녹초가 되어 어제완 다른, 더욱더 상당한 아래층에 있는 술집에서, 테이블에 푹 엎드려있디. 한번에 비운 큰 맥주잔이 저마다의 앞에서 구르고 있다.
이 근처 아래층에 사는 것은, 흡혈귀라고 해도 가난한 자들이나, 빚을 구실로 피를 착취당하는 인간들이다, 하지만, 그런 전제지식에서, 둘이 상상하고 있었던 것과는 아주 다르다 거기에 사는 사람들은 생기가 넘친다.
흡혈귀와 인간이 피를 주고받고 있는 것도, 음탕한 분위기는 아니다. 그거야 맨살에 입을 대는 거니까, 어딘가 조금 외설스러움은 있지만, 뭔가가 다른 기분이 든다.
"살아있네, 흡혈귀도"
중얼거리고 있는 판이 느릿느릿 얼굴을 들었다. 크레이가 끄덕인다.
"변이종은 죽고 나서 되는 거니까, 저런 기운 없겠지만 말이야. 순혈종은 살아있단 말이야...... 누나, 한 잔 더"
몸을 일으킨 크레이는, 손을 들어서, 술을 한 잔 더 부탁한다. 판도 등을 폈다.
"이 성에 와서, 겨우 이틀 만에, 흡혈귀의 이미지, 굉장히 변했네"
"나쁜 쪽으로 말이야"
술은 바로 왔다.크레이는 쭈욱하고 반을 비웠다. 조금 눈빛이 무섭다.
"단드릿지 자작도 크로록 후작도, 대공의 후계를 시키면 위험하겠지. 다른 성적 기호로 말참견을 하려고 생각하지 않지만, 그 이외로도 이래저래 안돼"
크레이가 얼굴을 찡그리면, 판도, 진지한 얼굴로 끄덕였다.
"후작 쪽은, 지금 경리 일이 정말 좋은 모양이니까, 진심으로 뒤를 이을 생각이 없겠지. 자작이 안 되니까, 방해하지 않는, 정도로 하자"
"자작을 후보에서 빼고, 좀더 제대로된 것을 세울까? 하지만, 달리 있는거야"
크레이는, 꿀꺽 잔을 비웠다.
"그렇다 해도, 너, 잘도 그런 엉터리, 잘도 나오네. 혹시 평소에도 그런 걸 생각하는 건가?"
판은 조금 눈썹을 찡그렸다.
"내가 원래 있던 지구에서는 일반적이었어. 네가 원래 살고 있던 지구도, 멸망하는 게 앞으로 50년인가 100년 정도로, 평범한 게 됐을지도 몰라"
"그렇게 되기 전에, 이렇게 세상을 이어 붙여서 잘된 걸지도 모르고"
크레이가 뻐끔하고 말하면, 판이 눈을 크게 떳다.
"네가, 세상의 이 상황에 농담할 줄이야. 조금은 이 일에도, 마음의 여유가 생긴 거니? 뭐어, 힘든 생각을 얼버무리게 된 것은, 나쁜 게 아니야"
그런 말을 듣고 크레이가 조금 놀란 얼굴이 됐다. 자각하지 못한 모양이다. 답이 막혀 더욱더 술을 한 잔 더 부탁했더니 말을 걸어온 남자가 있다.
"요우, 형씨들, 어젠 미안했어. 여기서 재회할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고"
"누구야 당신"
빈약하지도 않고 고급도 아닌, 평범한 남자다. 크레이는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뭐어 뭐어. 민폐를 끼친 사죄야, 다음 한잔을 내게 해줘. 어이, 누나"
남자가, 웨이스트리스에게 손짓한다. 거기서, 판이 떠올렸다.
"아저씨, 어제, 우리와 단드릿지 자작의 추종자를 싸우게한 사람인가"
"우리, 가 아니겠지. 나뿐이다. 너도, 이 아저씨도 동범이라고"
크레이의 항의를 판은 무시했다.
남자도 무시했다. 두리번 두리번 좌우로 시선을 달리면, 두 사람을 껴안는 듯이 이야기했다. 흡혈귀 주제에, 입 냄새 난다. 생피만 마시니까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이봐, 알겠지. 귀족을 자칭하고는 도중에, 성을 맡게 되면, 제대로 되지 않아"
어금니를 내밀고, 남자가 속삭인다.
"당신들도, 이 체제에 불만이 있겠지? 어때, 우리 동지가 돼주지 않겠어?"
판과 크레이는 아이 컨택을 했다. 구태여 이야기에 올라타야 하는가? 눈으로 서로 밀고 당기고 밀고 당기고라며, 이야기를 계속 하는 역할은 역시 두뇌노동담당인 판이 맡았다.
"동료는... 뭐야?"
"흡혈귀 영토 공화 제도 도입 준비 검토 위원회다"
"멋있는 약칭 아냐, 그거?"
"현재, 분과회를 만들고 논의를 겹치고 있어. 이번 달 중에 결론이 나올 예정이다"
"이번 달은 앞으로 3주 남았네?"
"우린, 현재, 중대한 계획을 진행하고 있어"
"중대?"
판을 머리를 갸웃했다. 크레이는 술이 돌아서, 하품을 눌러 죽이고 있다.
"대공은 우리 적이지만, 위대한 흡혈귀였어. 하지만, 단드릿지는 달라. 녀석만은 새로운 대공 지위에 둬서는 안 돼"
"그런 그렇지만..."
"하지만 녀석은 흡혈귀 총회에서 대공에서 지명될 카드가 있다고 공언하고 있어. 그렇게 되면...."
남자는, 거기서 팔에 힘을 넣어, 판과 크레이의 머리를 꽉 뜰어당겼다.
"그만둬, 키스해버릴 테니까"
남자는, 판의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더욱더 소곤거렸다. 입냄새도 더욱더 심해진다.
".... 이제 암살밖에 없어. 당신의 실력은 봤어. 우리에게 힘을 빌려줘"
크레이는, 지긋지긋한 얼굴로, 아무런 말도 없이. 어쩔 수 없으므로, 판이 말했다.
"굉장한 단골, 굉장한 진부하다고 그도 말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해. 대신 말하지만, 거절했다간 역시 입막음 당해?"
"물론이다. 지금이 술집에 있는 반은 우리 동지. 도망칠 수 없다고"
"우연한 재회가 아니네. 우릴, 어딘가에서 미행하고 있었던 거네?"
"신경 쓰지마, 동지야. 자아, 단드릿지 암살에 관해, 세세한 협의를:
남자의 속삭임을, 짠하고 잔이 부딪치는 소리가 방해했다.
'저기이... 저기이... 곤란합니다만"
웨이스트리스 여성이, 한심한 듯이 눈초리가 처린 커다란 눈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다.
안경에, 쫙 뻗은 흑발. 수수한 모습이지만, 가슴만큼은 눈에 띈다. 잔을 3개 끌어안기에는 굉장히 방해될듯하다.
"오오, 미안해, 아가씨. 테이블 위에 몸을 올리고 있어선 안되는가"
"아니요, 그게 아니라. 아무리 무능하고 망상을 가지고 보기에도 아름다운 점이 없다고 말하는 거네요. 역시 망살 당하면 뒷맛이 개운치 않겠죠 사촌 형이니까"
벌벌 떨며 웨이스트리스는 말하고 싶은 것을 마지막까지 말했다. 아니 웨이스트리스로 가장한 누군가라는 것이 되겠지만.
흡혈귀령 공화제 도입 준비 검토 위원회의 남자는, 당분간 멍하니 있다가, 딱 5초 후에, 팟 하고 정신 차린 모양으로 일어섯다. 품에서 무기를 꺼내려고 한다.
"너! 혹시 비밀경찰인!"
빵빵빵. 눈으로도 잡히지 않는 3연발로, 남자의 정수리에 잔이 부딪쳤다.
"자경 위원회입니다아. 남 듣기 나쁜 소리 하지 말아주세요오"
희미하게 눈물을 띄우고, 웨이스트리스로 가장한 자경 위원회의 수수한 아가씨가 말했다.
이제, 상대는 정신을 잃어서, 들리지 않았겠지만.
"위원회! 전원, 검거했습니다!"
팟하고 크레이와 판이 정신을 차리면, 주변에세는 몇 건의 검거 극이 펼쳐져 있다.
"반은 뭐라나 위원회고, 남은 게 경찰인가. 뭐야 이 술집"
판이 말했을 때, 암살계획 측은, 이케맨 흡혈귀들에게 눌려있다.
"역시나네요, 위원장! 이 둘을 내버려두고 녀석들을 일망타진. 완벽한 작전이었습니다"
신장 180 정도의 초 미남이 반짝반짝한 눈으로 수수한 아가씨를 바라보고 있다. 잘 보면, 다른 자경 위원회 맴버도, 모두, 같은 눈빛이었다.
"죄송합니다. 그런 이유로 미끼가 되었습니다. 에에음, 쥬누비 에이브씨의 에이전트씨죠? 만일을 위해, 함께 와주시겠습니까. 민폐네요. 하지만, 대공님의 부재는 지켜야 하기에, 정말로 죄송합니다"
수수한 아가씨는, 허리도 최대한 낮게, 꾸벅 머리를 숙인다.
하지만, 그녀가 우수한것은 틀림없다. 쥬누비 에이브와의 연결을 알고 있다.
"저기이, 괜찮다면 이름을 알려주시겠습니까? 난 판 크라운라스. 이쪽은 크레이브 소릿쥬. 우체부입니다"
"네,넷. 전, 그, 대공 폐하의 혈족 말석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대공의 손자는, 단드릿지 자작 말고도 있었네?"
"말석이기에, 잊혀진 겁니다"
"그 밖에도 있어, 다른 사촌 형제 자매?"
"아니요. 역시 순혈종 흡혈귀니까, 아이가 베풀어지지 않고, 독자인 두 분 뿐으로. 어머니와 큰아버지를 만든 조부님 부부는 흡혈귀로서 굉장한 분이었습니다"
"으음. 아름다운 아가씨가, 아이 만들기라던가 입에 대면, 두근두근해버리네에"
"에? 하!? 저, 저, 그런 게 아니라 말이예요!"
"너, 일일이, 말참견하지 마, 판. 언제까지고 이름을 들을 수 없어"
크레이가 은으로된 왼팔로 판의 입을 막았다.
"에에음, 전, 마리안느 카른슈타인이라고 합니다"
"마리안느씨...."
크레이가, 좀처럼 내지 않는 점잔은 목소리로 오른손으로 그녀의 손을 잡았다. 입을 막힌 판은, 크레이가 완전히 취한 것을 깨달았다.
"아가씨... 쿠데타에 취미 있습니까"
크레이가 말하고, 자경 위원 전원이, 크레이에게 총을 겨눴다.
4.
"정말이지, 그때는 어떻게 되는가 하고 생각했다고"
판이 투덜거린다. 마리안느와 만나고 나서 5일 후.
"... 전혀 기억이 없어. 정말로 내가 그런 말을 한건가?"
대공의 죽음은 공식적으로 인정 돼, 성의 흡혈귀들에 의한 호의가 열리는 그 날이다.
"무슨 이야기입니까?"
휠체어를 자기가 움직여서, 쥬누비 에이브가 가까이 왔다.
"아니요, 아무것도 아닙니다. 들어갈까요"
판이 완벽한 예의 작법으로, 우아한 인사를 하고, 쥬누비 에이브의 뒤로 돌았다. 돌고 그대로 선다.
"내가 해"
당황해서 크레이도 뒤로 돌아서, 휠체어를 밀기 시작했다.
"싫네에. 난 두뇌노동, 너는 육체노동. 그 원칙을 잊어버리면 곤란해. 더구나 이 수일은,일 밀어주기였으니까"
'그래서, 무슨 이야기입니까?"
"조사예요, 당신에게 부탁받은. 그것보다, 제대로 편지 읽어주세요"
"네, 안심해주세요. 오늘로, 당신들은 제대로 숲으로 돌아갑니다"
쥬누비 에이브의 말에, 크레이와 판은 어딘가 나쁜듯한 얼굴이 됐다.
"에에음, 가능하면 이 사이에 읽어주시며는...?"
'제대로, 여러 사람이 보는 환경이 아니면 안 된다고 말씀드렸을 텐데요"
그렇게 말하면서, 쥬누비 에이브와 함께, 크레이와 판은, 회의 회장에 들어갔다.
이 성에는, 수백 명을 수용 가능하다, 대 의사당이 설비돼있다.
연탁을 중심으로, 반원 형태의 의원석이 계단 위에 에워싸있다. 이미, 그 팔 할이, 이 성에 사는 흡혈귀들로 채워져 있다. 그 태반은, 느릿느릿한 분위기다. 누군가 지도자가 되던 자신들의 안락한 생활만 지키면 돼 --- 그런 태도다.
크레이는 혼자서 휠체어를 안아 올려, 계단석 최상부까지 옮겼다.
"오히려 귀찮아"
쥬누비 에이브를 위한 자리가, 모든 것을 내려보게 하는 장소에 준비돼있다. 총회 의장을 포함한 크로록 후작이 판과 크레이를 보고, 조금 인사를 했다. 그리고, 쥬누비 에이브에겐, 중산모를 잡고 깊이 인사를. 머리끝이 마구 뾰족한 이상한 형태였다. 저래선 모자에 손을 떼지 못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쥬뉴비 에이브의 휠체어가, 정해진 위치에 고정돼, 판과 크레이가 좌우에 선 참에, 그는 커다란 나무망치를 휘둘러 개막을 알렸다.
"하하핫! 쓸데없는 논의는 필요 없는 거예요!"
실내인데 망토를 두른 채인 단드릿지 자작이, 자신에게 주어진 자리에서 일어섰다. 펄럭하고 소리를 내고, 망토를 뒤집는다. 의석 일부에서, 열광적인 박수가 일어났나. 하지만, 출석자 태반은, 불만의 야유가 날아왔다.
" 꼬마야. 의사 진행에 대해선 나에게 맡기고... 이봐! 그만해!"
멈추려고 하는 크로록 후작을 단드릿지의 추종자들이 밀어붙였다.
"제군, 논의의 필요는 없다고! 어째서냐면 조부는 나를 후계자로서 지명한 것입니다. 그럼 또한, 빨리 이것을 들어주시지 않겠습니다. 알고 계십니까? 방금 전 발명된 납관식 축음기 최신형입니다고!"
단드릿지 자작이 신호하면, 부하 둘이 대형기기를 옮겨와, 점점 연탁 위에 놓았다. 음성 보존과 재생이 가능한 기기다.
"최신이네. 확실히 본적 없는 형태지만 말리야. 랄까, 직접 만든 걸로 보이는데"
"이렇게 멀리서 봐선, 잘 모르겠네, 판. 그러고보니, 좋아했지, 저런거"
판과 크레이가 말을 주고받는 사이에 녹음기를 만기고 잇던 단드릿지의 부하가 환호성을 질렀다. 겨우 움직이는 방법을 안것 같다.
"우리는 !!!!!!....... 대공이되!!!!!!!"
흡혈귀 전원이, 귀를 기울였다. 사실은 그것과 동시에 닫혀있을 터의 의사당 문이 한 번 더 살짝 열려서, 숨어들어온 자들이 있었지만, 커다란 울림소리 덕에, 누구도 알아채지 못한다. 부하가, 어떻게든 음량을 조정한다.
".....인. .....단.......드......릿지.......가..... 이어......나의.........의 지위"
무리하게 이어진 그 말이 녹음기에서 울리면, 흡혈귀들이 동요했다.
"저것은... 틀림없는 대공각하의 목소리"
"그럼, 후계자 지명이라는 것은 사실이었나"
"기다려 기다려 기다려 기다려! 노골적으로 편집 당했다고, 어이! 너희 누구도....!"
"녹음을 잘라내다니 개념이 없겠네, 저거, 우리 적이 만든 거야. 자작의 카드가 저것이라면, 이쪽도 카드를 써야만 할지도"
판의 말에, 크레이의 표정이 굳었다.
누덕누덕 기워 붙인 세상.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두 사람을 일하고 있다. 세상 밖에 있는 영원의 오후 숲에서, 그것을 위해 해오고 있다.
하지만, 세상 바깥에서는 무더운 한밤중의 골짜기라는 곳도 있다. 거기서는 암색 열기를 몸에 두른 연중이 세상을 갈가리 찢으려고 하고있다. 그것이 적이다.
녀석들은, 좀처럼 그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세상 안의 주민을 앞잡이로 만든다. 크레이와 판도 그렇지만, 바깥 주민이, 세상 안으로 들어오려면 이래저래 제한이 있는 것이다.
"녹음... 은 알겠습니다. 이렇게 대공의 목소리를 녹음 하는 것. 하지만 편집... 이라는 것은?"
쥬누비 에이브가 갸웃했다. 대부분 흡혈귀는 만들어진 목소리를 믿고 있다. 크로록 후작마저 단드릿지의 추종자에게 붙잡힌 채로, 무릎을 꿇고 있다.
단드릿지는 이미 승리를 확신하고 있다. 크레이를 찾아내서 윙크를 보냈다.
크레이가 떨었다.
그 사이에도, 흡혈귀들 사이에는, 대공의 유언이라면 어쩔 수 없나, 하는 웅성거림이 퍼져간다. 그것을 알아차리고, 쥬누비 에이브는 진 한숨을 쉬었다.
"어라 뭐어.... 어떻게 된 걸까. 누구나 직접 생각하지 않고, 의지하고 있던 권위에 굴복한다면... 이 흡혈귀 성도 슬슬 해체하는 편이 좋을지도 모르겠네요"
'"잠깐 기다려 주세요. 쥬누비 에이브씨"
싱글거리며 판이 말했다. 그것을 신호로, 의석 여기저기에 일어선 인영이 있다.
"사,사,사, 사촌 오라버니......그! 그!"
"나를, 사촌 오라버니이라고 부르는 너는, 대체 누구였던 걸까?"
단드릿지 자작이 이상한 듯이 머릴 갸웃한다.
"사촌 누이인 마리안느입니다! 죄송합니다, 바쁘신 것을 방해해서 죄송합니다!'
꾸벅 머리를 숙이는 수수한 용모의 아가씨를, 단드릿시는 당분간 멍하니 바라봤다.
그리고 잠시 후 탁하고 손을 쳤다.
"오오, 그대는 마리안느짱. 우리 사촌누이가 아닌가! 아니이, 오랜만이네. 태어나고 이래니까, 50년 정도가 됐을까"
"지난주 운영회의에서 만났습니다! 전, 자경 위원장이니까"
"마리안느 자경 위원장..."
쥬누비 에이브까지, 눈썹을 세우고 있다.
"그녀가 우리의 답이에요, 쥬누비 에이브씨"
판이 조금 자신있 게 말했다.
"죄송합니다만, 사촌 오라버니가 기계를 가져오게 한 분들은 진압했습니다. 정말로 죄송합니다. 이분들도 구속해야겠습니다. 겹겹이 면목없습니다"
"....에에음, 무슨 소리야, 일까?"
단드릿지 자작은, 전혀 상황이 파악되지 않는다.
"방금 전 목소리는 만든 것으로, 지금부터 증명한다는 것이다!'
크레이가 다시 한번 큰소리로 부르짖는다. 그것을 가로막은 단드릿지 추종자들이 차례차례로 진압되고 있다. 그들도, 싸우는 것에는 자신이 없었던 것인지, 자경 위원회 프로들이 한 수 위다. 반드시 다수 인재 한 쌍의 조를 만들고 있다.
그것을 보고, 뷰누비 에이브가 미소짓는다.
"과연 그랬습니까... 또 한 명의 후보가 있었습니까?"
"그런 것이다. 자아, 이걸로 편지를 읽을 수 있겠지?"
크레이가, 그녀를 재촉했다. 하지만, 단드릿지 자작은, 아직 잠꼬대를 하고 있다.
"나를 배신해 줬네요 형님!"
뚝뚝 눈물을 흘리는 단드릿지 자작이 한스럽게 크레이를 올려다본다.
"아니 아니 아니! 배신한다던가 표했다던가 그런 관계가 된 적이 애초에 없다고!?"
"너무해. 나를 끌어안고 일생을 함께해주겠다고 말씀해줬는데!"
"말한 적 없어!! 절대로 말한 적 없어! 너를 만진 건... 때렸을 때밖에 없어!"
크레이가 부르짖으면, 흡혈귀 반수가 향하는 눈은 개운치 않다.
"알겠습니다. 진짜 카드는, 당신도, 이 녹음도 아니니까. 마지막까지 제대로 있어주시길!"
뭔가의 스위치를 꺼내 단드릿지 자작이 그것을 눌렀다.
당분간은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윽고 멀리서, 뭔가가 부서지는 소리가 가까이 왔다. 벽이 부서져, 천장이 사라져, 박에 구멍이 뚫려, 그리고 문이 달려가는 소리다.
이 방문이 날아갔다. 이어서, 주변 벽도 날아간다. 거길 빠져나와서, 열기를 띈 상이 날아온다. 크로록 후작의 놀란 목소리가 울린다.
"이것은!? 어제, 내가 가지고 온 것을 검토한 동상! 대현관 장식이라고 들었는데!"
"알아차리라고! 관절이라던가 톱니바퀴가 보이잖아! 코가 망치가 돼 있고! 어금니도 전격 포야!"
몸을 내밀고 호통치고, 그리고 크레이는 깨달았다.
"...오?"
그 전격 포가, 크레이와 판를 노리고 있다. 이대로는, 쥬누비 에이브나 주변에 있는 흡혈귀들도 말려든다. 하지만, 크레이의 다리로도 이 거리를 한 번에 좁히는 것은 무리다.
"젠장, 이런 커다란 걸 가지고 왔을 줄은. 판, 이쪽도 가지고 있어!"
크레이가 왼손을 내밀었다. 그들에게도 필살의 무기가 있는 것이다. 크레이의 은으로 된 오른팔이다. 하지만, 그 기동의 열쇠는, 판이 관리하고 있다.
"잠깐 기다려! 옷 갈아 입을 때 어디에 뒀는지..."
판이 허둥거리고 있다. 오늘은 총회에 출석하기 위해, 쥬누비 에이브에게 공여된 새까만 야회복장인 것이다. 이것이 흡혈귀의 정장이라는 것으로.
"너! 아까 멋지게 카든가 뭔가 말한 건 ---!"
크레이가 절규했다. 늦는다. 이미 전격포는, 이쪽을 목표로 정했다.
그때 크레이의 오른팔을 쥬누비 에이브가 물어뜯었다.
"어이, 마지막 만찬은 아직....에? 에? 에에에에에에에에?"
꿀꺽 꿀꺽 꿀껄. 목이 움직여, 즉 크레이의 피를 마실 때마다, 쥬누비 에이브의 육체가 성장하고 있다. 손이 길어지고 머리가 질어진다. 머리도 풍부해졌다. 일어섰다.
앗 하는 사이에 육체적으로 성인이 되어 버린다. 하얀 넥글리제 같은 드레스를 내측에서 찢어버리고 발달한 수족의 새하얀 여신이라도 되야할 모습이 나타났다. 거대한 바스트 사이즈는, 마리안느와 꼭 빼닮았다.
"네 피, 굉장히 맛있었다고"
우아하게 미소 짓고, 알몸의 여신은 우아하게 날았다. 그 등에 나타난 새하얀 날개는, 천사 같은 빛으로, 악마같 은 형태를 하고 있다.
"요는, 흡혈귀령이 개조 블래드 드라쿨의 아내로서, 제2대 대공 쥬누비 에이브 드란쿨이다!'
의사당을 하얀 번개처럼 비상해서, 그녀는 그렇게 단언했다.
단언한 때는, 이미 기계상은 완전히 파괴당해 있다. 쥬누비 에이브가, 정말 조금 만진 것 뿐으로, 가루가 되어 부서진 것이다. 실로 마법 같다.
단드릿지 자작도, 날아온 파편의 직격을 받고, 완전히 기절해있다. 얼굴에 커다란 쇳조각이 밖혀 있어, 흡혈귀가 아니면 아마 죽었을 참이다. 자랑인 얼굴에 상처가 남는다면 눈을 떠도 당분간은 얌전하진 않을까.
쥬누비 에이브는, 허공에서 유연히 포즈를 취하고, 거기에서 돌아왔다.
"알았다고! 그러니까 재채기가 할머니 같았던 거야!"
눈을 크게 뜬 판이, 쥬누비 에이브가 돌아온 순간 소리쳐 날개의 일격을 배에 먹고 웅크렸다.
그 직후, 쭉쭉 그녀의 몸이 줄어들었다.
"이런 이런, 이 나이가 되면, 이만큼이나 마셔도 30초가 한계네요"
영차 하고 휠체어에 앉는다. 정신 차린 크레이가 서둘러 그 알몸에 자신의 상의를 걸쳤다.
"나중에, 충분히 피가 되는 것을 먹어주세요"
"돌아가면 말이야. 빨리 읽어버려 줘"
무뚝뚝하게 대공의 편지를 내밀었다.
"무엇을 위해, 이런 차 시중을 시키는거야?"
"제가 눈에 띄기 위해서 입니다. 하는 법은 바꿨습니다만, 포기하진 않았어요"
그렇게 말하고 쥬누비 에이브는 아무렇게나 봉투를 찢었다.
찌어진 입구에서 하얀 아지랑이 같은 것이 떠올랐다. 안개가 의사당 천장에 잔뜩 퍼져, 거기에 수염을 기른 수수한 미남자가 나타났다. 대공이다.
"흡혈귀 장의 편지니까, 이 정도는 해주지 않으면"
좀 더 빨리 꺼내줘, 라는 투덜거림을 크레이는 꿀꺽 삼켰다. 어차피 노인의 이치를 꾸며댈 뿐이다.
대공의 환영은, 자신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것 그리고 다음 세대가 자랄 때까지, 은둔생활을 하고 있었던 예전 지도자, 쥬누비 에이브을 따르라는 것을 알리고, 사라져 버렸다.
"라는 것입니다만 대공도 나도, 성장을 놓친 자가 있습니다. 저는 후견이라는 것이겠죠. 그렇죠, 크로록?"
어느 사인지 휠체어 바로 옆까지 후작이 올라왔다.
"분부대로! 설령 진짜 모습이 빵빵한 가슴이던, 태조의 쥬누비 에이브님 본인이 나타난 이상 어떠한 것이든 분부대로!"
쥬누비 에이브는, 순간, 복잡한 얼굴을 했지만, 바로 진지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그럼 마리안느. 당신이 오늘부터 대공입니다"
"핫?네 ! 그 생각이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저 같은 거라 죄송합니다. 하지만, 여러분도 쥬누비 에이브님의 말에 따라주세요"
자경 위원들이 찰칵하는 소리를 내고 총을 준비했다.
"흡혈귀의 행복을 위해, 힘내겠습니다!"
맹렬히 박수가 일어난다. 움직이지 않으면, 총구로 찌르기 때문이다.
"으으므, 제가 젊었을 때와 같네요"
쥬누비 에이브는, 눈을 가늘게 뜨고 바라 봤다.
".... 음, 역시 이아이도 잘못됐을지도 몰라"
크레이는, 입속에서 중얼거렸다. 편지는 다 읽었다. 어쨌든 빨리 도망치자.
빛나는 안개가, 일각이라도 빨리 마중 오기를, 멈추지 않는 박수 속에서, 그는 빌길 계속 했다.
제 2화 흡혈귀의 성 끝
제 3화 귀족의 일
세상 밖에 있는 영원의 오후 숲과.
세상 안에 있는 안개의 도시를,
하얀 안개가 잇는다 ---.
1.
하얀 안개가, 새파란 밤거리를 채우고 있다.
왕국 수도, 론디아. 다른 지구라면 런던이라고 불리는 마을.
그, 조금 낡은 저택이 늘어선 일각이다.
이 마을은, 매연과 안개의 도시라는 이명으로 불리고 있다.
안개가 많고, 기계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것이다.
하지만, 오늘밤, 이 마을에 채워진 것은, 평범한 안개와 열기가 아니었다.
하얗게 빛나는 안개 사이로 어두운색을 띈 줄기가 여기저기 섞여 있다.
그 안개에, 해매 버린 소녀가 있다.
가지런한 아름다운 얼굴이다.
미끈한 높은 코가 특징적으로, 나이는 10대 후반. 재봉질 좋은 비단 블라우스와, 언밸런스한 군사교련용 카키색 슬랙스다. 커다란 여행용 트렁크를 질질 끌고, 뭔갈 생각하면서, 주변에 눈길도 주지 않고 걷고 있다.
"앗"
트렁크 바퀴가, 말려들어간 납작한 돌에 끌려서, 소녀는 밸런스를 무너트렸다.
흰색에 가까울 정도로 옅은 금발이, 크게 펄럭이고 순간 안개에 뛰어든다.
훌륭하게 굴렀다.
"으으... 실패해버렸어요"
코를 쓰다듬으며, 그녀는 당분간, 구른 자세로 있었다. 뭔가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잠시 후 뭔갈 깨달은 듯이, 느릿느릿 일어났다.
"그랬네요. 지금은, 이제 수행원 여러분은 없습니다"
무릎에 아픔이 지난다. 까진 모양이다.
(... 일반 시민들의 경우, 아픔을 크게 표현하거나, 욕을 하거나 하는 걸까?)
그렇게 생각하면서, 그녀는, 가까이에 구르고 있던 트렁크를 주워들었다. 구석에, 빅토리아라는 그녀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지금, 이 나라에서, 제일 대중적인 이름이다.
빅토리아는, 등을 똑바로 폈다.
"똑바로 해야지. 고민할 건 오늘 밤 머물 곳을 찾아내서, 진정하고 나서지? 가만히 있어도, 주변에서 뒤를 봐줬던, 이제까지와는 다른 겁니다"
일어선 빅토리아는, 두리번 두리번 좌우를 둘러보면서 걷기 시작했다.
"이상하네요. 생각하고 있던 장소와 달라요"
주변은 안개에 덮혀 있어, 집들이 늘어선 어렴풋한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잘 생가각하면 그것마저 이상하다.
가로등의 가스 불도 빛나지 않는 것이다. 사실이라면 좀 더 새까말 텐데.
빅토리아는, 밤새도록 켜놓는 등을 준비해준 저택에서 살앗던 아가씨라,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군사교련에 참가했을 때도, 야행 때는 불이 잔뜩 있었다.
주변이 보이는 것은, 안개 그 자체가 다른 빛을 뿜고 있어서지만, 빅토리아는, 거기까지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호텔 같은 걸 찾아내면 좋겠지만...."
정처 없이 빅토리아는 안개속을 걷길 계속했다.
하지만, 안개 속에서 혼자뿐이면 점점 불안해진다.
저택을 도망쳐 나온 게 잘못된 것이었을까.
하지만, 도망치지 않았다면, 자신에게는 책임이 너무 과한 역할을 떠맡아야만 했던 것이다. 그런 역할, 도저히 자신에게는 무리다. 자신이 사라지면, 어울리는 인간을 끌어들이겠지.
누군가를 비난하고 싶지만, 책임을 덮어씌워도 되는 건 누구지.
일족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최전선으로 나가, 전사한, 너무 용감한 아버지가.
아버지의 사후, 손자가 성인이 될 때까지는 열심히 하고 있었는데, 10일 전에, 훌쩍 떠나버렸다, 모두에게 대단하다고 칭찬받던 할머니가.
평범하게 자란 자신과는 어쩔 수 없이 울며 매달리는 약하고 친절한 어머니가.
아니, 역시 나밖에......
"아아, 그래! 나쁜 건 먼저 달려간 나야! 내 판단이 물렀던 거야! 이 일을 하루 이틀 한것도 아니고 조금 방심했다. 인정할게"
갑작스러운 소리에, 빅토리아는 놀라서 뛰어올랐다. 젊은 남자의 목소리다.
"선배던지 스승이던 님을 붙여서라도 불러줄게. 어떻게든 해서 추가 예산을 비틀어 짜야 한다고!"
낮고 맑은 목소리지만, 어조는 험악하다.
하지만, 상대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은 어떻게 된 거지. 안개 건너에서,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목소리는 취향으로, 조금 신경 쓰였지만, 역시 관계없다. 빅토리아는, 트렁크를 조금 들어 올려, 걸어가려고 했다.
"어이, 거기 아가씨! 위험하니까, 이 근처를 어설프게 돌아다니지 마!"
"제가 보입니까?"
무심코 대답하고 나서, 빅토리가는 이런, 하고 입술을 물었다. 이렇게나 짙은 안갯속이다, 건너에서도, 확실히 보이지 않을지도 모르는데.
"아까, 화려하게 구르는 소리가 났다고. 안개의 출구는 그쪽이 아니야"
안개의 출구? 이상한 말을 한다. 가까이 가면 위험한 상대 같다.
하지만, 상대가 따라올 마음이라면, 이 물건을 들고 달아날 수 없다.
"발밑을 조심해. 굴러서 움직일 수 없게 되도 이쪽이 도와줄 수 없어"
남자의 목소리는, 냉담하지만. 진심으로 이쪽을 염려하는 울림이 있었다. 인품을 알아보는 눈은 훈련해왔다. 조금 안심하고, 빅토리아는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다가갔다.
안개 건너에, 갑자기 벽이 나타났다.
"어라? 저기이... 어느 쪽입니까?"
남자의 목소리가 지시하기 전에, 빅토리아는 이미 왼쪽으로 가고 있다.
어느 쪽이라도 좋다고 말한 이유는 바로 알았다. 이것은 벽이 아니다. 쓰러진 마차다. 바로 중간에 끊어졌다.
그리고, 오른쪽이 좋다고 말한 이유도 알았다. 말이 쓰러져있다. 죽은 것이다. 두려워하며 더욱더 크게 돌아간다.
한 마리의 거대한 고양이가, 거기에 웅크려 앉아있다.
그렇게 생각하고, 빅토리아는 몸을 움츠렸다.
잘 보면, 커다란 귀 같은 실루엣의 후드를 뒤집어쓴 청년이 아닌가. 마차를 등에 대고, 지면에 앉아 있다.
하지만, 그냥 젊은이가 아니다.
그가 내팽개친 다리 위에, 커다란 개 --- 아니, 늑대가 쓰려져있다. 죽은 걸까?
"... 부서져 있네요"
빅토리아는, 가라진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늑대의 복부에서, 톱니바퀴나 나사라 밀려나와 있다. 기계장치인 것이다.
청년이 빅토리아를 봤다. 흑발에, 날카로운 눈. 범죄자 풍이다, 라고 빅토리아는 생각했다.
등을 돌리려고 했던 순간, 그가 말했다.
"길의 반을 넘어오는데, 얼마나 걸리는 거야. 귀찮은 아가씨네. 떨지 마. 멋대로 도망가지 마"
자신의 표정을 알고 있는 것 처럼, 거침없이 말해, 빅토리아는, 울컥 했다.
"당신, 갑자기 그런.... 실례죠! 도망쳐야 할 때 도망치지 않는 것은 어리석은 자라고, 성왕 죠지 8세 폐하도 말씁하셨어요!"
청년은 무뚝뚝한 얼굴로, 늑대를 치우면서, 이렇게 대답했다.
"도망치는 건 좋지만, 무턱대고 도망치지 마. 쫓길 뿐이다. 반격하려고 해도 따돌리려고 해도, 방향을 확인해. 지금은, 어느 쪽이 좋은지, 내가 가르쳐 주지"
"당신....! .... 그 상처론 어찌할 수 없습니다. 헛소리하며 놓치게 해주겠습니다"
도중에, 피 웅덩이를 눈치채고 빅토리아는 노여움을 다스렸다. 간호 병으로서 훈련받은 조건반사다. 다리가, 자연히 앞을 향했다.
청년은, 오른 다리에 상당한 상처를 입었다. 기계 늑대에게 물린 것일까?
곡예용 장치 동물 이야기는 들은 적 있다. 하지만, 어째서 덮쳐진 거지. 솟아오른 몇 개의 의문을, 빅토리아는, 일단 옆으로 밀었다.
"피가 줄어든 정도로, 망언을 뱉거나 하지 않아. 흡혈귀 여왕에게 피를 빨리고도, 태연했었어, 난"
그것이야말로 망언이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
"이 만한 피를 흘려두고, 욕할 기운이 있는 건, 대단한 겁니다"
빅토리아는, 일정 순서를 밟아, 트렁크를 열고, 의료용품을 꺼냈다.
"... 좋은 솜씨네. 본직인가?"
"간호 병 훈련을 받았어요. 날치기지만"
11개월 간의 훈련이었지만, 교관역 의사에게 몇 번인가 칭찬 받았다.
"당장 지혈은 했습니다. 하지만, 빨리 제대로 의사 선생님에게 진찰받아야"
빅토리아가 말한 때였다.
근처를 누르는 포효가 들렸다. 등골을 얼어붙게 하는 기분 나쁜 울림이다.
근처는 아니다, 마을 하나 정도 건너일 텐데, 귀를 막게 될 정도의 음량이었다. 찌르르하고, 돌길이 흔들린 듯한 기분이 든다. 이전에 서커스에서 본 호랑이가 포효하는 것을 들었던 적도 있지만, 비교할 것이 아니다.
"어이, 아가씨. 바로 도망쳐"
청년의 목소리에서, 고통의 울림이 사라졌다. 그는 일어서려고 하고 있다.
"안됩니다! 악화해요!"
빅토리아는 재빨리 손을 뻗어, 청년의 다리를 붙잡았다. 부상당한 쪽을.
"죄송합니다....!"
고통으로 주저앉은 청년에게, 빅토리아는 당황하며 사죄했다.
흑발의 청년은, 얼굴을 들어, 삼백안을 빅토리아에게 향했다.
"걱정 없어. 나는, 보통보다는 꽤 튼튼하게 돼 있어"
눈빛은 나쁘고 말은 투명스럽지만. 악의는 느껴지지 않았다. 빅토리아는, 교육 환경 탓에, 감춘 악의에는 민감하다. 청년에게서는, 분노가 아닌 슬픔과 친절함을 느꼈다.
"어쨌든, 당신을 숨기지. 저쪽이네"
청년은 안개 건너에 있는 저택을 바라보고 있다.
"저는 달립니다. 도와줄 사람을 불러옵니다"
청년은 바로 옆에 두었던 가방을 손에 쥐었다. 우편 가방이다.
"도와줄 사람은 불렀어. 판이라고, 대충인 녀석이지만, 이런 때는 배신하지 않아. 나는 크레이. 이름을 대면 도와준다. 귀찮아졌으니까, 때려"
크레이라고 칭한 흑발 청년은, 우편 가방 안에서, 손바닥에 들어갈 정도의 기계를 꺼냈다. 빅토리아는, 그 기계의 정체를 알아차리고, 흠칫했다.
"도움을 부른. 상대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전화.... 혹시, 무선 통신기입니까? 하지만, 그렇게나 작은 무선통신기가 있다니, 들은 적 없어요"
"최신형이다. 신경 쓰지마"
크레이는 언뜻 말했지만, 그렇다면 더욱더, 민간인이 가지고 있을 것이 아니다.
음성이 보내지는 무선 통신기가 발명된 것은, 전쟁 직전이니까, 3년 반 정도 전이다. 왕국연합도 제국 동맹도, 필사적으로 연구해왔다. 이 정도 작은 물건을 발명 가능하다면 군사기밀이 되겠지. 하고는 해도, 빅토리아의 입지라면 발명된다면 귀에 들어올 것이다.
빅토리아는, 청년을 바라봤다. 짐승의 귀 모양의 실루엣 후드가 달린 검은 상의 위에, 뭔가 제복 같은 복장이.... 하지만 군복은 아니고, 경찰이나 소방사, 의료관계도 아니다.
크레이의 외견에 이거다 하는 이상한 점은 없지만, 어딘가 세상에 익숙하지 않은 인상을 받는다. 빅토리아는 이제까지 특수한 일에 종사하는 인물과는 만난 경험이 있다.
왕국이 발명한 것이 아닌 최신 기술 장비를 가진, 기묘한 분위기의 청년. 빅토리아가 생각한 그의 정체는, 하나뿐이었다. 그렇게 번뜩이면서 갑작스레, 추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당신이 제국 측 스파이라면, 즉각 항복해야 합니다. 제가 말합니다. 바로 처형될 일은 없다고 보증하죠"
"무슨 근거가 있어, 당신에게"
크레이의, 그냥 있어도 험악한 눈이 더욱더 가늘어져, 미간에 주름이 새겨졌다. 입을 잘못 놀린 것은 이쪽이었을 지도 모른다고, 빅토리아가, 내심 격하게 초조해했을 때다.
대지가 쿵 하고 크게 흔들렸다.
재차 포효. 좀 더 가깝다. 그래, 마차 방향 측.
안개를 뚫고, 마차 너머로 불쑥 뛰쳐나온 것은 도마뱀과 닮은, 거대한 머리였다.
빅토리아를 한입에 먹어버릴 듯한, 커다란 턱. 나이프 보다 커다란 어금니가 늘어서 있다.
그 입이, 말을 먹었다.
"에.... 공룡!? 드래곤!? 하지만, 어느 쪽이던 간에....."
있을 리 없다. 지금 세상에 살아있을 동물이 아니다. 빅토리아는 제 눈을 의심했다. 애초에, 이런 거체가 접근해와서, 지금의 지금까지 몰랐다는 것이 가능할까.
하지만, 이것은 악몽이 아니다. 현실이다.
진화론 교과서에서 본, 폭군용이라고 불리는 최강의 육식공룡과 꼭 닮은 괴물이, 마차를 덮치는 듯이 빅토리아를 내려다 보고있다.
꿀꺽하고 목이 울렸다. 거대한 턱이 말을 먹고, 우적 하는 소리를 내며 씹어 부셨다. 잔뼈가 지면에 떨어진다. 산산 조각난 마차, 흘러넘치는 검은 기름. 말도 기계장치였던 것이다.
말의 파편을 내팽겨치고 이족보행 육식공룡이, 재차 마차에 다가갔다. 우지직거리는 소리를 내며 마차가 부서져 간다.
재차,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울리고, 빅토리아의 전신을 떨게 했다. 거대한 입속에서 불어온 것은 짐승의 악취가 아닌, 뜨거운 열기다. 새까만 색을 띈 기괴한 열기였다.
"앗.....!"
빅토리아는, 재빨리 양팔로 얼굴을 감쌌다. 공포에 눈을 감아 버린다.
하지만, 생각한 정도로 뜨겁지 않다. 눈을 뜨면, 흑발 청년의 등이 눈앞에 들어왔다.
"젠장, 갑자기 카드를 사용하는 거냐. 있을 리 없다고..... 눈을 감고 있어"
크레이는 무뚝뚝하게 말하면, 오른 주먹을, 공룡의 커다란 턱을 목표로 꿰뚫었다.
왼손으로, 오른쪽 팔꿈치를 붙잡고, 뭔가 복잡한 조작을 한다.
크레이의 오른팔 여기저기에서, 빛나는 열기가 분출했다. 그것이, 어두운 열기를 되돌려 보낸다.
그의 오른팔은, 진짜가 아닌 모양이다. 뭐가 일어나고 있는 건지, 빅토리아가 이해하지 못하는 사이에, 오른 주먹이, 강렬한 은색의 빛을 발했다. 빅토리아의 시야가, 빛으로 채워진다.
직후에, 굉음이 울렸지만, 그것이 무엇에 의한 것인지 확인할 순 없었다.
몇 번인가 반짝이고, 빅토리아의 눈은 한 번 더 보이게 됐다.
".... 뭔가요, 이거"
공룡의 머리가, 전부 날아가 있다. 목에서 내부 기계장치가 보인다.
증기기관으로 움직이고 있던 괴물은, 그대로 마차 위에 무너져, 뭉개졌다.
2.
공룡이 부서지고, 지면이 크게 흔들렸다. 그 흔들림에 내팽개쳐진 빅토리아는 엉덩방아를 찧은 채로다.
"구르지 말라고 말했겠지"
크레이가, 손을 내밀어 와, 빅토리아는, 반사적으로 몸을 피해버렸다.
내민 것은 왼손, 빅토리아는 그의 오른손을 봤다. 은색이다. 만든 것이라고 생각했다. 전장에서 돌아온 사람들에게 흔히 있던것이란것 생각하고, 부끄러워졌다.
그녀의 태도에, 크레이가 상처받은 기색은 없다. 눈빛도 어조도 처음부터 과격하다.
"우물쭈물 하지 마. 도망간다고. 도와주지 않을 테니까. 자기 발로 제대로 달려"
"에..... 하지만?"
빅토리아가, 쓰러진 괴물의 동체를 가리키면 청년을 그녀를 노려봤다.
"증기용은 이 녀석이 마지막이 아냐. 앞으로 한두 마리는 나와. 카드가 떨어졌다. 장소를 바꾼다"
그는 걷기 시작했다. 미약하게 다리를 끌고 있지만 그다지 불편하지는 않은 모양이다.
아까 치료했을 때는, 걸을 수 있을 만한 상처가 아니었다. 설마, 이 청년도 기계장치?
빅토리아는 발밑에 뒹굴고 있는 태엽이나 나사를 내려봤다.
"빛의 안개에 어두운 증기가 섞여. 그래서, 당신은 세상의 균열에 해매 들어온 거야"
크레이가, 뒤돌아서지도 않고 말했다.
"나쁜 꿈같은 거야. 안개에서 나가면 바도 잊어"
"자세한 설명을 원합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당신을 헌병에게 넘겨야만 합니다"
다른 사람을 따르기 위해 훈련된 목소리로 빅토리아는 고했다.
"좋을대로해. 이 안개에서 나가고 나서 말이야. 지금은 다리의 안개를 맞이해서, 따라와"
흑발의 청년은 1mm도 머리를 숙이지 않는다. 무리하게 따르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잘못된 인식만은 고치지 않으면, 하고 빅토리아는 생각했다. 한 층 더 머리를 높이 들었다.
"말해둡니다. 안내와 지켜준 것은 감사하고 있습니다만, 모욕은 내버려두지 않습니다. 제 다리는 떨고 있지 않습니다"
크레이가, 뒤돌아섰다. 바리를 제대로 디디고 선 빅토리아의 시선을, 똑바로 받아들였다.
그 입가가 일그러졌다.
"미안하네, 아가씨. 자란 환경이 나빠서, 긴장하면 필요없는 소릴 말해"
정말 조금 지나고 나서, 빅토리아는 크레이가 쓰게 웃은 것이란 것을 깨달았다.
"눈매도 나쁘고 말이야. 자주 들어"
자신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라는 어조였다.
"눈을 보면, 내 눈매가 나쁜 것 정도는 바로 알 수 있는 것입니다만"
아, 하지만, 속눈썹은 의외로 기네, 하고 빅토리아는 생각했다. 다시 한번 청년을 바라본다.
머리는 검정, 피부는 조금 검다. 이 나라 출신도, 대륙 어느 나라 출신이라도 통할 듯한, 무국적인 얼굴이지만, 이성적으로, 꽤 반듯한 것은 확실하다.
"폐허 어딘가에 거울이 남아있다면 보는 걸로 할게"
무심코 미간을 찡그리고, 크레이는 바로 옆 건물에 대수롭지 않게 들어갔다.
"당신, 무단으로....! 설마, 당신의 집입니까?"
"나에게 집은 없어. 이 세상 어디에도.... 당신도 신경 쓰지 말고 들어와, 폐허야"
빅토리아는, 트렁크를 들어 올리고, 청년의 등을 쫓아, 건물 안으로 다리를 디뎠다.
확실히 폐허다. 남아 있는 것은 외벽뿐. 내용물은, 타서 떨어져 있다.
".....폭격 흔적이네요"
그녀의 나라 엥그리아 왕국을 시작으로 구대륙 모든 나를 휘말리게 한 전쟁은, 벌써 3년 하고도 5개월, 이어지고 있다. 적인 제국 동맹은, 기술에 두드러져 있어, 이 마을을 직접, 폭격 가능한 병기를 가지고 있다. 이 마을도, 그 공격으로 파괴된 것이다.
"지명에 기억이 있습니다...."
수도의 거대란 피해에 대해, 보고를 들은 빅토리아는, 마음 아파하며 불에 타 집을 잃은 사람들을 위해 사비로 피난소를 세웠다.
"여긴... 남은 건물에 파괴 위험이 있어서 피난을 내렸습니다. 당신은,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었습니까!?"
"몰랐어. 배달지가 불타버렸다니"
크레이가 어깨에 걸친 가방을, 탁 쳤다.
"나는 우편국이라 말이야. 사적 배달부라는 녀석. 이사 가더라도, 어디까지고 쫓아가주지"
"전쟁 전에는 그런 일이 있었다고, 들은 적은 있습니다만..."
믿을 수 없다. 저 은색 팔도 그렇고, 정체불명이다.
제국의 스파이라면 방치할 수 없다. 자신보다, 나라와 시민을 먼저 생각한다. 그런 사고 법은, 빅토리아의 영혼에 배어들어 가 있다.
그때, 주변에서 한번에, 와사삭하고 뭔가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뭐죠, 방금 소리.... 헤에엑!!"
빅토리아는 비명을 지르고, 크레이는 뛰어올랐다.
기와 사이에서, 검게 빛나는 갑충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크다. 빅토리아의 트렁크와 거의 비슷해 보인다.
"뭐야. 피나 동물의 시체는 태연한 주제에"
"괜찮을 리가 없습니다! 참은 것 뿐입니다! 하지만, 저건 무립니다!"
"벌레는, 이래저래 도움이 된다고"
투명한 말을 하면서, 흑발 청년은 빅토리아의 등 뒤를 감쌌다.
"뒤에도 있으니까 말이야?"
침착한 목소리가 빅토리아의 사각지대에서 들렸다. 신사계 급 악센트다.
흑발 청년이, 빙글 몸을 뒤집고 한순간 빅토리아를 왼팔로 끌어안았다. 빅토리아는, 순간, 혐오감을 느꼈지만, 그럴 참이 아니라고 눌러 삼켰다. 가슴 앞에, 방패처럼 트렁크를 댄다.
크레이는, 약간 허리를 내리고, 경계하고 있다. 싸울 생각이다.
"요우 인형 조종사. 흡혈귀 성에서는 물 만난 물고기었네. 이번엔 증기용으로, 크게 주먹구구 해주지 않았어, 예인이라면 조금 더 궁리하라고"
그렇게 말한 흑발의 청년에게, 갑충에서 말소리가 울렷다. 방금전, 신사풍의 목소리다.
"궁리했겠지. 그래서 신작, 기계 갑충이다. 우편국 같은 놈들이 예술을 알고 있을까 보냐"
기분 나쁜 듯한 목소리가 울림과 함께, 몸길이가 10cm는 되어 보이는 갑충이, 더욱더 몇 마리, 벽돌 사이에서 출현했다. 이 벌레도, 방금 전 공룡 같은 것과 같은 만든 것 같다.
"이미 포위 했다고 우편국군. 도망칠 곳은 없어. 쓸데없는 짓은 그만두고, 이번 편지를 넘겨. 자랑인 은팔도, 이미 동력이 다했겠지?"
"굉장해요?"
빅토리아가, 갑자기 목소릴 올렸다. 흑발의 청년뿐만이 아닌, 벌레들도 쩔쩔맨다.
"이런 것을 통해서 대화 가능하다니... 이 기술, 가지고 싶습니다, 우리나라에!"
"감동할 때냐!"
"여자 같은 게 기술을 평가하다니 건방지네"
크레이와 기계 갑충을 경유한 목소리가, 저마다 반응했다. 벌레의 말을 듣고, 빅토리아는 금색의 눈썹을 팽팽하게 치켜 올렸다.
'벌레, 빛 그것은 조종하는 방법, 성별과 인격 능력을 혼동하다니, 그런 편견은 용서하지 않습니다. 정정당당. 덤비세요"
허리를 끌어안고 있던 청년의 팔을 풀고 트렁크를 방패가 아닌 무기로서 휘둘렀다.
"용감한 것은 평가할 테니까, 신인 우편국 계집 군. 발버둥 쳐도 쓸데없어. 편지를 전하는 것은 이제 불가능해"
주변을 둘러싼 기계 갑충은, 6개의 다리를 저마다 날카로운 발톱을 내밀었다.
빅토리아는 떨리는 듯한 무릎에 꽉 힘을 줬다. 집을 빠져나왔을 때 두고 왔을 프라이드를 버리고, 두려움을 그 아래에 눌러 감춘다.
"어리석은. 폭력은 단기 목표 당에는 유효해도, 장기 목표 달성에는 대부분의 경우, 장해가 됩니다. 그 정도도 이해하지 못한 겁니까. 아아, 성별의 차이를 멸시 대상으로 하는 정도의 분이었네요. 슬퍼해 드립니다!"
크레이가 작은 한숨을 쉬었다.
"말해두겠는데 인형 조종사. 이 아가씨는 안개에 해매 들어온 것 뿐이다. 아가씨도 관계없는 주제에 쓸데없는 도발 하는 거 아냐"
"그건 어떨까? 이 안개는 세상의 균열이야. 관계없는 것이 휘말려 들지 않아"
"예외는 있겠지. 가르쳐 줄까, 이번 배달처는, 그냥 남자아이다. 내용물도 시시한 거야. 세상을 부수고 싶다면, 우리 같은 것 보다 기사나 의사를 노려"
"자기평가가 너무 낮네, 너는. 말이야 말로, 세상을 잇는 인연이야"
기계 갑충이, 서서히 주변의 고리를 좁혀온다. 크레이는, 트렁크를 휘두르는 채로 굳은 빅토리아의 팔을 살짝 밀어 내렸다.
"나는 이틀에 한 번은 근처에서 강도사건이 일어나는 마을에서 자랐어. 우격다짐으로 상대에게는, 솔직히 상대가 가지고 싶어하ㅣ는 것을 넘기고, 좀더 중요한 목숨같은 것을 줍는 편이 현명하다고"
"넘기고 솔직히 돌아가 준다면, 베풀어주셔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생각할 수 없습니다. 진심으로, 나의 것이 아닌, 당신의 편지를 멋대로 할 수 없습니다"
".... 정말이지 정론이네, 미안"
크레이는 조금 미간을 찡그렸다.
"내가 어떻게 할지 판이 예산을 빼앗아 오길 바라지. 자기 부담은 봐줘"
크레이는 가방에서 작은 공을 꺼냈다. 스위치가 달려있다.
"이번 달 물과 빵만으로 지내가 되면 일생 원망할 거라고, 네놈. 알고 있겠지, 우리 일생은, 꽤 길다.... 고!'
흘발 청년은, 공을 벽으로 향해 던졌다. 끝에서 작은 폭팔이 일어난다.
"네놈! 목숨을 건 건가!?"
작다곤 해도, 폭격으로 혼쭐난 폐허의 벽을 무너트리기에는, 충분한 것이다.
벽은, 천천히 그대로의 모습으로 쓰러져, 그 도중에 뿔뿔이 부서졌다. 기계 갑충들에서, 파편이 비 처럼 쏟아지고, 눌러 부순다. 파괴 소리가 빅토리아의 귀를 웅성거리게 했다.
물론, 빅토리아의 머리에도, 벽돌이 부서져 떨어졌다.
빅토리아는, 트렁크를 머리 위로 올리고, 비명을 질렀다.
그녀는, 공포에 눈을 감고, 쑥 끌어당기는 감각에, 다시 눈을 떴다.
동시에, 피가, 빅토리아의 얼굴을 더럽혔다.
그녀 자신의 피가 아니다. 흑발 청년의 피다. 달아온 벽돌이, 그의 이마를 찍었다. 청년의 피는 따뜻하고, 은색의 팔도 따뜻하다. 빅토리아는 끌어안겨 있다.
"미안하네. 화내지 마"
자신이 상처 입으면서 빅토리아를 지켜준 상대다. 끌어안기는 정도로 화내지 않는다. 그저, 처음 있었던 일이라서, 심장 박동을 상대에게 들리지 않게, 뺨이 붉은 것을 들키지 않게, 그렇게 비는 것이 빅토리아에겐 최선이었다.
벽돌이 떨어지는 소리가 끊겼다. 하지만 하얀 안개에 먼지와 연기가 섞여, 주변이 잘 보이지 않는다. 기계 갑충은 쓰러졌을까.
"이것을 가지고, 여기서 도망쳐"
청년이, 빅토리아의 블라우스 주머니에, 뭔가를 밀어 넣었다.
묻지도 따질 것 까지도 없이, 뭘 부탁했는지는 알았다, 편지다.
"어째서? 이건 당신의 ..."
"당신은 신용할 수 있어. 바보 파트너가 올때 까지다. 녀석들은 내가 떠맡는다"
크레이의 눈동자가 똑바로 빅토리아를 비췄다.
빅토리아는, 자신의 일을, 막 만난 참인 타인에게 부탁해서 불안하지 않은지, 묻고 싶었다. 상대가 실패했을 때는 자신이 책임져야 하는데 무섭지 않은지, 그것을 듣고 싶었다. 입으로 내기 전에, 크레이가 대답했다.
"내 일이니까, 쓸 수 있는 건 뭐든 쓸 거야. 잘못 선택한다면, 내 책임이다. 내가 책임지고..."
말하는 도중에, 크레이는 몸을 뒤집었다. 휘두른 은으로 된 팔이, 기계 갑충과 부딪쳐, 갈카로운 금속음을 울렸다. 부서진 기계 갑충이, 겹겹이 쌓인 벽돌 틈에 떨어진다.
"도망쳐! 당신은 관계없으니까!"
아까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큰 소리다. 부르짖으면서 크레이는, 벽돌을 망치 대신에 들어 올렸다. 가는 몸으로 보이지만, 대단한 괴력이다.
"도망쳐! 도망칠 때는 방향을 잃지 마! 무엇을 위해 도망치는가, 살아남기 위해선가 반격을 위해 선가, 그걸 생각해! 혹시 그걸 잘못해서 도망치지 못했다면 내가 책임지고 너를 처벌해!"
"어째서 처벌받아야 하는겁니까!"
책임을 진다, 라고 계속 말할 거라고 생각했던 빅토리아는, 화난 소릴 냈다.
그러면, 아까까지 굳어있던 마리가 움직이게 됐다.
노여움에 두려움이 눌려 흘러가는 타입이라고 간파된 걸지도 모른다. 우연이라는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 하지만.
"... 도망칠 거예요, 물론! 당신에게 휘말릴 처지가 아닌걸!"
고의적으로 목소리를 높게 올려서, 빅토리아는 말했다.
달리려고 한 빅토리아의 발 밑에, 기계 갑충이 한 마리, 바싹 다가와 있다.
"히아....!"
빅토리아는 비명을 삼켰다.
흑발 청년은, 그녀 쪽을 보고 위험을 깨달았지만, 달리려고 해도, 8마리의 기계 갑충들이 방해하고 있다. 빅토리아는, 푹 어깨를 늘어트렸다.
".... 갈아입을 옷은, 포기하죠"
"어이!?"
그녀의 중얼거림이 반정도 들린 크레이는, 빅토리아가 도망을 포기한 건가 하고 착각해, 초조하게 말을 건다.
"마음에 든 것 뿐이니까요!"
빅토리아는, 결정한 수순을 밟지 않고, 여행 트렁크를 열었다. 물론 기계 갑충을 향해서. 설치된 함정이 작동한다.
트렁크에서 불이 분출해, 주변에 하얀 연기가 채워졌다. 외교상 비밀서류 같은 것이 들어가 있는 경우에, 한순간 소각하기 위한 장치다. 갈아입을 옷이 희생되었다. 하얀 연기로, 기계 갑충의 눈을 속이는 것은 무리였지만, 붉은 시간을 끌어줬다.
달리는 빅토리아의 등 뒤로 또 폭발음이 울렸다. 크레이가 뭔갈 한건지, 그게 아니면......
그가 무사히 있기를 바라며, 빅토리아는 달렸다.
전력으로 달리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평소엔 금지돼 있다. 그래서, 이런 상황인데, 자유롭게 좋아하는 방향으로 달리는 것이 빅토리아는 기분 좋았다.
3.
안갯속을 얼마나 달린 걸까.
빅토리아는, 자신이 완전히 헤매고 있는 것을 알았다. 어디까지 가도, 폐허에서 나가지지 않는 것이다.
폭격으로 폐허가 된 것은, 마을 하나. 기껏해야 사방 100m 일 텐데.
그런데, 언제까지 걸어도 좌우는 폐허. 아무래도, 같은 곳을 당당히 돌고 있는 것 같다.
"내가 들어온 이상, 출구가 없을 리가 없습니다. 없습니다만...."
자신을 격려하기 위한 혼잣말도, 마지막에는 가늘어져 버린다.
청백으로 빛나는 안개는 사람을 삼키고 돌려보내지 않아---.
안개 낀 밤에 만난 상대를 믿지 마---.
"그런 근거 없는 미신에 떠는 아이가 아닙니다만, 저는, 하지만...."
역시나 지쳤다. 어딘가의 저택 앞 정원에, 의자가 나와 있는 것을 찾아냈다.
이제 무리다. 앉는다. 어차피 안갯속이다, 살금살금 숨을 의미가 없다. 앉아서, 심호읍을 했다. 배가 고프고, 목이 마르다.
"그래 그래. 그게 있어요"
가출에 준비해, 저녁 식사 빵을, 슬쩍 주머니에 넣어온것이다. 꺼내보면, 찌그러져 있다. 빡빡해서 먹기 힘들지만, 참고 입을 움직인다.
그리고, 빅토리아는, 빵과 함께, 주머니에서 나온 것을, 찬찬히 바라봤다.
편지다. 흑발의 청년에게, 맡은 것이다.
꾸임없는 봉투에는, 관청이나 군대에서 지급되는 것과 같은 것이었다.
"수신인은 마가렛 스마이스와 토마스 스마이스 .... 부부? 모자일까?"
중얼거리면서 봉투를 뒤집으면 송신인도 같은 성이었다. 알랜 스마이스라고 쓰여있다. 못으로 판자를 긁은 듯한, 어색한 필체였다.
유혹적인 곳에 입이 벌어져 있다. 내용물은, 역시 지급품 편지지가 4,5 장이다. 봉해져 있지 않으니까 그럴 마음이 들면 간단히 읽을수 있다.
내용물이 신경 쓰였다.
기계 장치 괴물들이 쫓는 편지다. 크레이도, 그냥 우편 배달인 일리가 없다. 감정은 믿어도 된다고 속삭이지만, 이성은, 국가의 안전을 위해 의심하라고 알리고 있는 것이다. 이 나라는 전쟁 중이다. 이 편지가, 싸움에 커다란 영향을 가져올 정보를 숨기고 있지 않아, 라고 잘라말할수 없다.-
"... 확인하지 않으면 안돼네요"
빅토리아는, 죄악감을 누르고, 손을 희미하게 떨며, 살짝 편지지를 꺼냈다. 입안에는, 아직 빵 덩어리가 남아있어 조금 숨이 막혔다.
봉투에 흩어진 빵 부스러기를, 서둘러 턴다.
편지지를 펼쳤다.
『사랑하는 메그, 사랑하는 토미에게』
당분간 읽길 계속하는 사이에, 빅토리아의 표정에 재차 죄악감이 떠올랐다. 하지만 동시에, 흐뭇하게 미소 지을수밖에 없다.
그것은, 평범한 한 병사가, 아내와 자식에게 보낸 편지 엿다.
『토미의 성적이 올랐다고 들어서 무척 기뻐. 나와 달라서, 토미는 머리가 좋으니까. 항상, 군대 동료들에게도 자랑하고 있어』
결코 능숙한 문장은 아니다. 철자를 틀린 것도 많았다. 아마, 학교에 제대로 다니지 못하고, 공장인가 뭔가에서 일한 것이겠지. 하지만, 한 문자 한 문자에 애정이 스며 있다.
자식을 칭잔하면서, 이번엔 자질구레한 주의, 마마가 하는 말을 들어, 무슨 일이 있다면 널 의지하게 된다고, 남자아이의 프라이드를 키워주고 있다.
『이웃이 뭐라고 말해도 신경 쓰지마. 토미가 공부하고 싶으니까, 제국어도, 통용어도 배우게 해. 우리 대장이 말했어. 적이기에야말로, 상대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 질투해 버려, 상대가 인간이라고 생각하면, 방아쇠를 당길 수 없게 돼. 하지만 괜찮아. 토미가 어른이 될 때는 전쟁은 끝나있어. 우린, 제국을 모두 죽여버리고 싶은 게 아니야. 서로 죽이는 것이 아닌 경쟁이라면, 상대의 말 정도도 몰라선, 이길 수 없어 』
빅토리아는 깊게 끄덕였다. 그녀도, 제국 연맹 강국인 프로이센의 말은, 어렸을적 부터 배웠다. 언어 재능은 있었던 것 같아, 대륙 제국 말은 더듬거리는 것까지 포함해 7개는 할 수 있다. 말은 문화의 기초로서 문화를 이해하는 것은 교섭에 필수. 뛰어난 교섭이야말로 전쟁에 승리를 가져온다고, 빅토리아의 가정교사는 가르쳤다.
"이 편지를 쓴 분은, 지식이나 교양은 어쨌든, 견식은 선생님에게 필적하고 있어요...."
뒤는, 정신없는 생각 잡담이나, 군대 동료의 소문이 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싸움에 대해서, 다. 사실이라면, 작전에 대해서나, 지금있는 장소에 대해서는 검열돼있다. 어딘가에서, 적에게 정보가 전해질지 몰라서다.
그런데, 이 편지는, 그 사라져야 할 것이, 모조리 남아있다. 소속된 부대명 이제까지 이동해온 경로, 그리고 앞으로 향할 곳.
흘려선 안 될 정보가 들어있는 편지다.
"역시... 크레이씨는 스파이? 하지만 ...."
믿고 싶지 않아서, 끝을 읽는다.
"뭔가요, 이건...."
스파이 같은 것이라는 간단한 이야기는 아니라고, 빅토리아는 깨달았다.
『이번 싸울 곳에서는 제국 녀석들도, 철수 하겠지. 내일, 우린, 슈라스 벌크라는 남부를 공격해. 여길 점령하면, 적은 , 우리나라를
공격하는 것이 무척 어려워질 것 같아. 슬슬 점등 시간이야. 사랑하고 있다고, 100번 반복할 시간은 없으니까, 그렇다고 생각해줘 』
"그.... 슈라스 벌크의 참극. 거기서 편지를 가지고 나오다니 무리예요"
"고생했어. 전장을 달려 나와서, 죽은 군대씨의 배낭에서 회수했어"
부드럽고 맑은 목소리가, 빅토리아의 귀를 간질였다.
"히야...!"
빅토리아는 뛰어오를 절도로 놀랐다. 실제로 일어서서, 몇 걸음 도망쳤다. 블라우스 단추가, 날아갔다. 가슴 골에 숨겨둔 초소형 권총을 잡아당긴다.
빅토리아가 총구를 들이댄 것은, 싱글벙글 웃는 맑은 금발의 소년이었다.
"뭐어 뭐어. 편지를 훔쳐 읽은 걸 들켜서 동요한 마음은 알지만, 그건 위험하네-"
북해 같은 조금 어두운 파랑으로 물든 눈동자가, 이쪽을 생글거리며 바라보고 있다.
총구를 들이대도, 이런 얼굴로 있을 수 있는 이상, 보이는 그대로 천진난만한 소년일 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어느새, 제 등 뒤에!?"
"편지에 열중하고 있어서 말을 걸수 없을 뿐이니까 말이야. 정말이야?"
거짓말이다, 라고 빅토리아는 생각했다. 편지에 정신을 빼앗겨있었지만, 제대로 주의하고 있었다. 그런데, 숨어들어와 버렸다.
빅토리아는, 왼손에 스마이스가의 편지를 쥐고, 오른손으로 권총을 겨눈 채로, 격한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은 누구입니까. 제국의 스파이라면 즉각 항복해 주세요"
빅토리아의 말에 소년은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겨눠진 총구 따위 모기가 앉아있는 정도로도 신경 쓰지 않는다.
"나는 판. 판 크라운라스.후배군은 이름을 말해줬어?"
흑발의 청년에게, 들었던 이름이다.
"당신이... 대충인 귀찮다는"
판이라고 이름을 댄 맑은 금발의 소년은, 조금 어깨를 으쓱했다.
"심한 소개를 하네에, 크레이는. 아, 눈빛 나쁜 남자 말인데, 그 녀석은 이름을 말했어? 크레이브 소릿슈. 나는 크레이라고 부르고 있으니까, 너도 그렇게 말이야. 너는....?"
".... 빅토리아 입니다"
순간 주저하면서, 빅토리아는, 솔직히 이름을 말했다. 이름만으로, 혈통을 들킬 일은 없겠지. 그리고 총구를 들이민 채로 말했다.
"크레이는, 판이, 나를 도와줄 거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그 판인 증거는 있습니까? 사람의 모습을 한 기계장치라는 가능성도 있죠?"
판이, 또 조금 어깨를 으쓱했다.
"너 같은 여자애가, 거기까지 의심 깊을 줄은, 이래저래 복잡한 환경에서 자랐겠네. 증거는, 이 녀석으로 어때? 너를 쫓아왔으니까, 퇴치했지만, 이 잔재는 적어도 내가 인형 조종자의 앞잡이가 아니라는 증거는 될 거라고 생각해"
그렇게 말하고 판은 가볍게 내밀었다. 너무나 자연스러운 움직임이어서, 빅토리아는 쏠 생각을 벗어나, 방아쇠를 당기지도, 움직이지 말라고 경고하는 것마저 늦어버렸다. 쭈그려 앉은 판은 근처의 수풀에 손을 내밀어, 거기에 구르고 있던 것을, 빅토리아의 발밑에 내팽개쳤다. 개 정도의 사이즈인, 도마뱀이다.
".......!?"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고, 빅토리아는 뛰어올랐다.
도마뱀의 머리에서 흘러 떨어진 태엽을 봐선, 만든것 이라는 걸 알았다.
"갑자기, 위협하는 것은 그만두세요! 당신을 쏠 참이 아니었습니까?"
"즉, 쏘고 싶다고는 생각하지 않는거네. 내심, 날 믿고있는거 아냐?"
"간파한 듯한 말을 하지 말아주세요....!"
성을 내면서도 그것을 인정하고, 빅토리아는 총구를 하늘로 향했다.
필시, 이 소년은 거짓말을 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어째서지, 어딘가 신용할 수 없는 것을 느낀다. 빅토리아에게는 뭔가슬 숨기기 위한 미소가 분간이 돼버리는 것이다.
"그의 동료라고 해도, 아뇨, 그렇다면 더욱더, 스파이의..."
"실패한 작전의 정보라던가, 이제 와서 제국의 스파이가 가지고 싶어 할 리가 없죠"
판이, 또 웃는다. 계속 찡그린 얼굴이었던 흑발의 청년, 크레이와는 정반대다.
"실패... 에에, 그렇습니다. 그랬습니다..."
공격의 준비를 위해 모인 군은, 연료 탄약 창고의 폭발사고와, 거기에 이은 기습공격으로 전멸했다.
참극이 일어난 것은 3일 전이다. 군은 동요하고, 책임 전가가 이어지고 있다. 조모가 살아있다면 노성을 지르고, 선후책을 새웠겠지.
장군들의 욕지거리를 떠올리면, 가슴이 아프다. 그 회의에서, 누구도 자신의 말에 귀를 기울여 주지 않았던 것이, 집을 나온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많은 사람이 죽었다는데, 이 편지를 읽기까지, 나는, 단지 숫자라고 밖에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이 평범한 군사, 알랜 스마이스는, 그 참극의 3250명의 사망자 중 한 명이다.
아내와 자식을 사랑한, 극히 평범한 남자가 희생된 사건을, 장군들은 권력 전쟁의 도구로 쓰고 있다. 그것을 깨달은 때, 빅토리아는 사람들을 위해 뭔가를 해내고 싶어라는 마음이 재차 눈뜨는 것을 느꼈다.
"... 당신들은, 정말로 뭐하는 자입니까?"
편지에 쓰여 있는 날자는 참극의 당일이다. 편지를 쓸 수는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편 업자에게 넘기는 것은 불가능이다.
"크레이가 말한 대로 우편국. 물론, 그냥 우편업자가 아냐. 우리 본래 일은, 누덕누덕 기운 세상의 연결을 강하게 하는 거야"
곤란한 얼굴의 빅토리아를, 생글생글 바라보면서, 판은 근처에 있는 의자를 끌어당겼다.
"너도 앉아. 설명해 줄게. 크레이는, 어차피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지? 그는, 말하는 게 어려운 의식이 있는것 같으니까 말이야. 아, 어때, 이거?"
이번엔 어디 선가도 아닌 곳에서 수통을 꺼냈다. 컵까지도 있다. 마치 요술쟁이다.
판은, 좋은 냄새가 나는 차를, 수통에서 컵에 따랐다.
빅토리아는, 자신이 목이 말랐던 것을 깨달았다. 아까 먹은 빵 덕분에, 입안의 수분이 사라졌다.
총을 가슴골에 집어넣고, 빅토리아는, 허리를 내렸다. 방심은 하지 않을 생각이지만, 냄새가 너무나도 유혹적이었다.
"고약하지 않은 냄새입니다만, 좋은 찻잎을 사용하고 계신 모양이네요. 그렇다고 해도, 수통에 들어가 있는 차가 이렇게 따뜻하다니...?"
"이 수통의 보온성능이 특별한 거야. 독은 들어가 있지 않으니까 안심해"
"이런 것은 의심하지 않습니다만"
빅토리아는, 손을 뻗어, 차를 입에 머금었다. 맛있는 차는 마시는데 익숙해진 빅토리아지만, 이것은 월등히 맛있다. 하지만 찻잎을 특정하기 전에, 컵의 감촉이 신경 쓰였다.
"신기한 소재네요. 금속도 나무도 아냐. 물론 도기도 아니네요"
"플라스틱이라고 하는 거야. 이 세상에서는, 아직 발명되지 않았을 지도"
"... 이 세상에서라는 것은, 무슨 의미입니까?"
판은, 생글생글 웃고 있다.
"말 그대로의 의미야"
판은, 크게 손을 펼치고, 빙글 돌았다. 세상이라는 것은, 무엇이든 전부라는 의미라고, 몸을 돌려서 표현한 것이다. 아무것도 없었던 손안에, 작은 공이 출현했다. 역시, 이 소년은, 요술쟁이인 모양이다.
청백으로 중앙이 나뉜 작은 공에는, 그물 같은 금이, 그물망이 그어져 있다.
"이 세상에는, 균열이 생기는 일이 있어서 말이야. 내버려 두면, 세상은, 떨어져 나와, 그리고 사라져버려. 그렇게 되지 않게, 균열을 메우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 우리. 균열을 크게 만들고 있는 것이, 그 녀석들"
발밑의 도마뱀을 가리켰다. 아까는 갑작스러워서 놀랐지만, 뱀에 비하면, 도마뱀은 훨씬 났다.
빅토리아는, 찬찬히 그것을 바라봤다. 입에서는 어지러운 태엽이나 널판지 용수철, 슬러넘친 톱니바퀴 이외엔, 생물로 밖에... 아니 정말 시체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당신이 말하고 있는 것은, 의미가 전혀 이해할수 없습니다"
"모르겠네. 다원 세계라던가 시간 선이라던가, 개념이 발명되지 않았는걸. 그러니까 이해는 하지 않아도 좋아. 그냥 믿어. 현실이라는 건 말이야, 빅토리아.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계속 부서지기 쉬운 거야. 오늘은 어제와 같지 않고, 내일은 오늘과 같지 않아. 안개마저 개인 건너로 빠져나가 보면, 믿고 있던 것과 다른 풍경으로 변해있거나 할지도 몰라"
"... 그렇네요. 정말이지 그 말대로"
이 수일간의, 자기 신변의 격변을, 빅토리아는 뒤돌아보고, 자연히 수긍했다.
하지만, 판은, 미소 지으며 머리를 좌우로 저었다.
"빅토리아가 떠올린 건, 사랑하는 사람이 사고로 죽어 인생이 크게 변했다던가, 그런 이야기죠? 그것도 확실히 중대하지만 말이야. 내가 말하는 것과는 달라. 빛나는 신비한 안개나, 어둠처럼 검은 증기와 같이, 괴물이 들어와서, 문자 그대로 세상이 찢어져 변해가는, 그런 거야"
뭔가, 바보 취급당하는 기분이 들어, 빅토리아는 미간을 찡그렸다.
"증기기관으로 움직이는 거대란 공룡이 인간을 사냥하는 일상이 방문한다,고 말씀하시는?"
"있을 수 있네. 내일 런더니아는, 기계장치의 중생대일지도 몰라"
빅토리아가 농담으로 말한 말에, 미소를 지운 판이 끄덕인다.
"찢어버리려고 하는 연중이 있고, 그걸 방해하는 우리가 있어. 물론, 상대가 성실하지 않으니까 말이야. 우리도, 어딘가의 세상에서 흘러넘친 것을 주워진, 흘러넘친 사람이야 . 조금 별난 특기를 가지고 있지만 말이야. 조금 같은 게 아니야 동업자도 있어. 악에서 사람들을 지키는 기사나, 대부분의 병을 치료하는 의사씨 같은 거, 대단하지. 우린, 보내지 못한, 쓰지 못한 편지를 전할 뿐인 수수한 일이야"
".... 그래서, 당신들은 우편국이라고 불리고 있어?"
"예스. 네. 그 말대로"
"웃기지 말아 주세요!"
빅토리아는, 눈앞의 테이블을 탁하고 쳤다.
"그렇다면, 어째서 아버지나 할머니에게서, 제 앞의 편지를 전해주지 않은 건가요!"
"없어도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어서가 아냐? 빅토리아짱은, 확실한 사람이니까"
천연덕스럽게 말해서, 빅토리아는 말문이 막혀, 얼굴이 붉어졌다.
"... 죄송합니다. 조금, 이성을 잃었네요... 하지만, 그것이 현실이라고 해서. 대체 누가 세상을 찢으려고 하고, 누가 이어 맞춘 다는 건가요? 악마입니까? 신이라고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렇다면, 당신들은 천사인가 뭔가?"
판이, 눈을 가늘게 떴다. 차갑다. 어둡다. 크레이 같이 눈빛이 나쁜것과는 다르다.
"적어도, 너희 교회가 말하는 신이 아니네. 그래도 말이야, 세상을 찢으려고 하는 그 녀석들이 악이고, 이으려고 하는 우리가 선으로 정해진 것도 아니고"
미소 지으며, 판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한다. 빅토리아는 말을 잃었다.
"하지만 ,크레이의 선의는 믿어도 좋아"
재차, 판이 웃는다.
"그의 동기는, 속죄니까 말이야. 나와는 달라"
뭔가를 갚으려 하고 있어? 세상을 지키는 것으로? 흑발의 청년이, 자신의 죄 때문에, 이 세상에 있을 리 없는 편지를 전하려고 있는 것이라면, 그런, 판, 당신의 동기는? 그런 의문이, 빅토리아의 뇌리에 떠올랐다. 하지만, 그 이전에, 또 하나 신경 쓰이는 것이, 그 의문을 눌러 흘려버렸다.
"... 그래! 그 예요! 도와줘야! 이런 곳에서, 차 같은 거 마시고 있을 상황이 아닙니다!"
빅토리아는, 당황해서 일어섰다. 손에 든 컵의 내용물을 한번에 마셔 버리고, 내동댕이치는 듯이, 테이블에 두었다.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아. 나는, 쓸데없는 노력을 낭비하는 건 싫지만, 후배를 돌보지 않을 정도로 박정하지도 않아. 제대로, 손은 써뒀어"
판은, 정원 구석 안개의 일각을 보고, 빙그레 웃었다.
".... 유도해뒀으니까"
그리고 안개가, 갈라졌다.
그녀가 있는 위치에서 조금 떨어진, 넓은 도로 거의 중앙. 거기에 이변이 생겼다.
빅토리아는 뭔가의 착각이라고 생각했다. 두꺼운 유리에 망치를 두드리는 듯한 사는 금이, 갑자기, 허공에 생겨난 것이다.
다음 순간, 금이 퍼져 가루로 부서져, 흑발의 청년이 별안간 튀어 나왔다. 지면에 어깨부터 굴렀지만, 어떻게든 낙법을 취해, 돌길 위를 굴렀다.
"크레이!?"
빅토리아는, 이름을 불렀다. 청년이 튀어오르는 듯이 몸을 일으켜, 뒤돌아봤다.
"왜, 당신이 여기에 있어!"
엄하게 꾸짖는 듯한 노성을 지르는 소리. 방금 전 해어지기 전과는 조금 달랐다, 초조함이 번진 목소리.
"내가 말려서야. 자기가 미끼가 돼서, 이 사람의 안전을 확보하려고 했죠. 안 되죠. 항상 말하고 있잖아. 과도한 자기 희생은 의미 없어"
판이, 낄낄 웃었다. 크레이의 얼굴이, 분노로 붉게 물들었다.
크레이에게, 반론할 여유는 없었다.
방금 전, 마치 유리가 갈라지는 듯이 부서진 빛나는 안개가, 더욱더 크게 파괴된 것이다.
하얀 안개 건너에, 검은 연기 같은 소용돌이로 채워졌다. 이상한 공간이 틈으로 살짝 보였다.
이상한 증기가, 빅토리아의 전신에 불어왔다. 그것은 검은 연기가 아닌, 증기다. 통상의 증기보다도, 아득히 높은 에너지를 숨긴, 어둠의 증기.
거기서, 거대한 턱이 튀어나왔다.
기계장치 공룡이, 크레이를 쫓아 출현한다. 아까, 목을 날려버린 것 보다는, 한차례 작다. 그대로, 턱은 크레이의 허리를 뚝 하고 물어뜯겠지.
자신은 도망가야한다고 빅토리아는 생각했지만, 경솔하게 도망치면 저 어금니가 이쪽을 노리는 건 아닌가 하고 생각해서, 의자에서 일어날 수 없다.
그런데 판은, 대수롭지 않게 공룡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잠깐! 판씨!"
역시나 빅토리아도 목소리를 올렸지만, 판은, 빙긋 웃고 그녀에게 손을 흔들어 보였다.
그 손안에, 어느샌가 길이는 10cm 직경 20cm 정도의, 금속 원통이 모습을 드러냈다. 어디에 숨겨서 가지고 있었는지. 역시 요술쟁이다.
"크레이 가지고 와줬어, 휘증 실린더. 알고 있어? 이게, 우리 지국의 다음달 다시 다음달의 예산을 다 써버렸으니까"
금속 통을, 집게손가락으로 붙잡고 흔들흔들 흔든다.
"이쪽으로 넘기고, 그 아가씨를 데리고 도망쳐! 한 마리가 아냐...!"
"어라 정말. 그걸 빨리 말해줘"
조금 다가가면서, 증기용이, 쿵 하고 앞에 나왔다. 아무래도, 무릎이 무서진 것 같다.
그 거체가 전진한것 만으로 틈이 생겨서, 더욱더 한 번 더 공룡이 모습을 드러낸다. 3개의 뿔을 갖춘 4개의 다리로 성큼성큼 걷는 공용이다. 생물 교과서에는 초식이라고 쓰여 있었지만.
"... 에초에 만든거니까요.... 두분다 도망쳐요!"
겨우 빅토리아도, 공포심이라는 주박을 물리쳤다. 하지만, 그 목소리에, 3개의 뿔을 갖춘 증기용이 반응한다.
"아, 이쪽 이쪽 용군"
판이, 경쾌한 스탭을 밟았다. 창끝을 바꿔, 뿔용이 돌격 자세를 취한다.
육식용에 쫓기는 크레이가, 그곳으로 몸을 날렸다.
"한 발으론, 어느 한쪽 밖에 시말 할 수 없어. 2개 내놔"
등을 맞대고, 공룡을 노려보는 채로, 판을 보지도 않고, 크레이가 손을 내민다.
"그런 예산, 있을 리가 없겠죠. 한 발로 2개 치워줘"
"하아!? 억지 부리지마! 어쩌란 거야!"
그런 둘의 대화에, 또 한 명의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정리해 줬겠다! 귀중한 인형을 쓸데없이 보내주고! 이번에야말로! 압도적인 전력으로, 네놈들을 뭉개주지!"
신사풍 말은 죄다 잊어버렸는지 인형 조종사라고 불리고 있던 남자의 목소리다. 뿔용의 턱 근처에서, 목소리가 울린다.
허공에 열린 검은 증기 구멍에서, 더욱더 또 한 마리, 육식공룡이 나타난다.
그것을 보고, 판이, 질린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겁먹은 것은 아니다. 질렸다.
"... 저기, 인형 조종사. 전력이라는 건 말리야, 제대로 쓸때야 말로 전력을 발휘 가능한거. 알아? 수를 갖춰도, 놀게 놔둬선, 전력이라곤 말할 수 없어"
"이 몸에게, 이 정도의 수를 조종할수 없다고....!"
마지막까지 말을 끝내지도 못하고, 판이 처음으로 진지한 표정을 보였다. 화려하다고 해도 좋을 포즈로 공격태세를 취했을 때, 그의 양손에 셀 수 없을 정도의 얇은 포로 된 손수건이 흘러넘쳤다.
바람이 불어서, 그 포를 흩뿌린다. 극채색의 회오리가 생겨난 듯하다. 허공을 춤추는 포가, 증기용들의 눈을 덮어 가렸다.
"카메라를 막은 정도로 도망치게 둘까!"
증기용에서 인형 조종사의 목소리가 울렸다. 쿵 하고 뿔용이 움직인다. 동시에 최초의 육식공룡이 다른 위치로 돌아가려고 해서, 밸런스를 무너트렸다.
"네 네-에, 이쪽이에요"
떨어진 위치에 있던 빅토리아도, 판이 어느 사이에 움직인 것인지, 볼 수 없었다. 판이, 마지막으로 나타난 증기용의, 다리 사이에서, 우아하게 인사하고 있다
거기에, 목소리만을 의지해, 남은 두 마리가 끼어든다. 발끈해있다.
머리 3개의 용이, 판의 모습을 덮어 가렸다. 거체가 뒤엉켜서, 서롤 밀어 쓰러트린다.
"이것 봐? 나머진 쏴줘, 후배군"
"시끄러. 내 시야까지 막았잖아!"
"내가!!"
빅토리아는 크레이의 오른 주먹을 뒤엉켜버린 세 마리에게 향했다.
다음 순간, 은색의 빛이 주변을 채우고, 괴물들은 급소를 날려버렸다.
이 싸움에 가담한 빅토리아는 승리의 맛을 알았다.
4.
(헤어지기 전과, 뭔가 인상이 다르네, 이 아가씨)
하고, 크레이는 생각했다.
"... 너, 뭔가 말했어? 설마, 또 약이라도 탄 거 아니겠지?"
판에게, 속삭인다.
"말했지, 탔지만 말이야. 오히려 말하고 싶은 걸 말해서, 이래저래 개운해진 거 아니야?"
판은 잘됐구나 한 얼굴로 말한다. 주변에서는, 빛나는 안개가 옅어지기 시작했다.
크레이와 판 우편국 두 사람이 존재하기에는 충분하지만, 증기용처럼, 이 세상의 법칙을 흔드는 괴물이 나오기에는, 이미 세상의 균열은 너무 좁은 모양이다.
주변이 어둠으로 채워지고 있는데, 소녀의 주변 만은, 어째선지 밝은 인상이 있다. 달빛에 비친다는 것보다, 그녀 자신이 태양으로 느껴지게 하는 밝기다.
빅토리아라는 이름의 소녀는, 당당한 태도로, 둘을 바라보고 있다.
"이 편지의 수취인이, 이 마을에 살고 있다면, 레가렌스 마을에 세워진 일시 주거에 있을 것입니다. 제가 안내하죠"
소녀는, 편지를, 권총과 같은 곳에 넣었다. 크레이에겐 손을 대고 싶지 않은 장소다.
"우리만으로도 갈 수 있어. 그 녀석을 내놔"
무뚝뚝하게 말하고, 크레이는, 위협하는 듯이 오른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그것에 대해 빅토리아가 되둘려준것은, 압도적인 위엄을 품을 미소였다.
"당신들에게는,이 전쟁을 끝내기 위해, 협력해주셔야 겠습니다"
"하아?"
무슨 말을 하고 있어, 라고, 크레이는 노려봤다. 하지만, 소녀는, 조금도 기가 꺾이지 않는다.
"당신들에게는, 정말 짧은 기간에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3마리의 괴물을, 한번에 시말하는 방법이라던가. 당신이 말한 듯이, 도망칠 방향을 착각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러니까, 책임지고 처벌해 주시길 원합니다. 의지할 수 있는 분에게는 의지해야 하는 것, 틀림없습니까?"
공교롭게도, 무엇을 어떻게 말해도, 받아 들여선 안될 사정이 있다. 사성이라고 할까, 받아 들일 수 없는 존재인 것이다, 우리 둘은.
그래서, 크레이는, 다른 쪽을 향한 채로 어깨를 으쓱했다.
"네가 뭘 말하는지 깔끔하게 몰라"
눈을 맞추고 있으면 그대로 그녀에게 빨려들어, 수긍해버릴 것 같이 느껴졌다.
소녀는, 침착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말은 유창합니다만, 당신은, 우리나라의 시민이 아닙니다. 그래서, 이해할 수 없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만, 저는...."
부들부들 소녀의 몸이 무너져 내렸다.
"어, 어이...!?"
크레이는 당황해서 그녀를 끌어안았다.
"겨우 효과가 나타났네"
판은, 방금 전 수통과 컵을 회수했다. 어디에서도 아닌, 선명하게 사라져 버린다.
"약을 탄 건 이거냐"
크레이의 물음에 판은 가볍게 수긍했다.
"눈이 뜨면, 요 한 시간 정도는 잊어버릴 거야. 하지만 ,방금 결의나 교훈은 남아있지 않을까나"
그렇게 말하면서, 판이, 그녀의 가슴골에 손을 집어넣는다.
"어어어어, 어이이이? 너"
크레이의 목소리가 높아지는데도 상관없이, 여기저기 뒤적인 판은, 빅토리아의 가슴골에서 편지를 꺼냈다.
"회수는, 내가 메인이라서 할 일이 없었죠. 너는 정에 흘러가기 쉬우니까, 그 근처를 향하지 않네에"
판은, 천연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그가 애용하는 코트와 비슷할 정도로, 새하얀 얼굴이다.
"시끄러워. 방금, 불필요하게 길어, 손을 집어넣는 게!"
크레이가 노성을 지르면, 후드의 귀 모양 돌기까지 곤두선것 같다.
" 부수입 부수입. 역시나 국모님. 풍만하게 있으시네에. 뭐어, 이대로 그녀어게 전해줘도, 괜찮았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렇게 말하면서, 판은, 편지를 배달담당 크레이에게 내밀었다. 낚아채는 듯이 빼앗아, 크레이는 그것을 우편가방에 넣었다. 넣으면서, 미간을 찡그린다.
"어이, 이 아가씨가 배달처라니 무슨 의미야. 수신인이었던 건 아내와 자식 뿐이라고... 그러고보니 인형 조종사도 묘한 말을 했지만. ..."
"빛나는 안개는 세상의 균열. 관계없는 사람이 해매 들어올 리가 없어. 거기에, 네 권능은, 여기가 배달 터라고 지정하고 있죠?"
판이 말한 권능이란 영원의 오후 숲에 사는 자들에게 주어지는, 특별한 힘에 대해서다.
대강, 크레이와 판처럼 변변치 못한 것 밖에 없다,
"지금은, 이지 그 감각은 없으니까. 다른 곳에, 배달처가 있는 느낌이 들어"
크레이의, 머리 중심에 날카로운 고통이 있다. 가볍게 밀리는 듯한 감각. 다른 곳으로, 크레이를 밀어내려고 하고 있다.
"즉, 그녀가 읽길 끝냈다, 즉 배달은 끝났으니가 권능의 감각이 사라진 거겠죠. 다른 배달처가 출현했다는 것. 서두르자, 읽어주지 않으면 돌아갈 수 없어"
"그러네, 오늘은 지쳤다. 빨리 끝내자.... 예산을 매우는데 알바하는 것도 생각해야하고"
잠든 소녀를 옆에 있는 의자에 앉히고, 두 명의 우체부가 안개로 사라져 간다.
그 수시간 후, 순찰 경관이 잠들어 있는 공주님을 발견하고, 깜짝 놀라게 된다.
빅토리아는 자신이 태어나 자란 궁전으로 돌아갔다. 가출 사실은 없었던 것이 되었다.
그 후 그녀를 시중드는 사람들은, 소녀가 불과 하룻 밤만에, 몰라볼 만큼 성장을 이룬 것에 경희하게 되었다.
위대한 조모의 이름을 이어받아, 그 조모를 뛰어넘어 엥그리아 역사 최대의 명군이라고 까지 칭찬 밭은 빅토리아 3세는 이날부터 10일 후에 즉위 해, 길게 이어온 전쟁을, 그후로 반년만에 끝내게 되지만 .....
그것은 또한, 다른 편지에 쓰일 이야기다.
제 3화, 귀족의 의무 끝
제 4화 바퀴벌레의 카지노
세상 밖에 있는 영원의 오후 숲과,
세상 안에 있는 지하 미로를,
하얀 안개가 잇는다 ---.
여긴 오래된 마을이지만, 지하에는 더욱더 오래된 마을이 채워져 있다,
고대의 공화국에서 그리고 교국에서 왕국이라는 역사가, 계속 겹겹이 쌓여 있는 것이다.
다른 지구라면, 로마라는 이름으로 불릴 마을이다.
지하에 채워진 유적의 일각에서, 10명 정도의 남자들이, 흙덩이를 파거나, 돌길의 흔적을 뒤집고 있다.
그중 한 젊은 남자가, 끝에 이가 빠진 도기 접시를, 지면에서 파냈다.
"우두머리, 이 정도인 편이, 유물 같아서 관광객이 기뻐해"
"그런가, 그런 건가"
남자들의 장사는 유물 줍기다. 지하도에 구르고 있는, 학술 가치도 없는 미술품으로서도 쓰레기인, 태고의 식기나 장신구를 관광객에게 팔고 있다. 제국연맹과 왕국연합의 전쟁이 시작하고, 3년하고도 9개월이 돼, 광관객의 수는 줄었지만, 아직 이 일로 먹고 살고 있다.
"어이, 벌써 이런 시간이라고. 지면 위에선, 벌써 완전히 해도 졌어"
남자 중 한 명이, 아주 낡은 회중시계를 보고 말했다.
"슬슬 끌어올릴까. 위에서 팔아볼까? 그게아니면....?"
남자들은 얼굴을 마주 봤다.
"괜찮지 않을까, 거기서"
제일 나이를 먹은 남자가 말하면, 남자들은 끄덕이고, 줄줄이 걷기 시작했다.
"뭐야 이거, 신기하네"
전방에, 안개가 감돌고 있다. 지상에서 흘러들어온 것일까.
하지만 특히 문제없다. 걷는데 익숙해진 지하도다. 석유등도 있다.
안개 속을 걷는 사이에, 서로의 모습이 모이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외길이라 해매 진 않는다.
그런데, 안갯속을 지나는 사람수가 어느샌가 두 명 늘어있다.
마지막에 있던 남자는, 물론 아무도 앞지르거나 하지 않는다.
"저기 저기, 바퀴벌레 카지노는 여기서 괜찮아?"
늘어난 한 명이 말했다.
밝고 태평한 어조다. 낮게 흐르는 시니컬함을 알아차리는 인간은 얼마나 있을지.
그래서, 말을 건 남자도 태평하게 대답했다.
"아아... 뭐야, 너? 신입인가?"
방문한 실루엣은 화사한 체격으로, 아무래도 소년 같다. 맑은 금발이다.
금발의 소년 옆을, 흑발의 청년이 걷고 있어서, 대답을 한 것은 그쪽이었다.
"아니, 조금 멀리서 왔다. 소문을 듣고, 지하의 비밀 카지노를 시험해보고 싶어서 말이야"
흑발 쪽이 조금 체격이 좋아서, 목소리가 낮았다.
"비밀 카지노라니 대단한 것도 아냐. 자하에 살고있는 친척없는 꼬맹이들이, 밥을 먹기 위해 하는거야. 너무 억지 부리지는 마"
"꼬맹이들이라고 해도, 얕보면 안돼네. 리더인, 손가락 자르는 앨리스는, 우리가 한꺼번에 덤벼들어도... 이런, 도착했다고"
구불구불 구부러진 지하도를 더듬어, 가는 길 커다란 문으로 막혀있다.
"아아, 마침 안개도 개였네.... 너희, 경찰의 끄나풀 아니지?"
유물 줍는 남자는 조금 딱딱한 목소리로 말했다. 확실히 보이게 된 금발의 소년과 흑발의 청년이, 제복 같은 복장을 걸치고 있어서다.
"그렇다고 해도, 솔직히 끄덕일 거라고 생각해? ... 아팟"
금발의 소년이, 놀리는 듯한 대답을 해서, 낮은 목소리인 흑발에게 맞았다.
"물론, 아냐.... 우린 우편국이다"
흑발의 청년이 말했다, 그때였다.
"어서 오세요!"
젊은 아가씨들이 뛰쳐나와, 남자는, 낯익지 않은 2인조 따위 어찌 되든 좋게 됐다.
"오늘은 이 녀석으로 놀아준다고"
이 카지노에서는 주운 유물을, 갬블용 칩으로 교환해주는 것이다.
모두, 우르르 안으로 들어간다.
금발의 소년과 흑발의 청년도, 유물 줍는 남자들에게 섞여 통칭 바퀴벌레의 카지노에 슬쩍 들어갔다.
"헤에, 생각한 것보다 훌륭하네"
금발의 소년 쪽이, 호기심으로 눈을 반짝이고, 고대의 유적을 이용한 즉석 카지노를 두리번 두리번 둘러본다.
" 마음 편히 구경할 때야, 판"
흑발 쪽은, 그 옆에서, 못마땅한 것을 꾹 눌러 참는 듯한 얼굴이 돼있다.
"여기 보스가, 전달 처인 앨리스 인건가?손가락 자르기라니 위험한 이명이네"
품평하듯이, 흑발의 청년은, 천천히 카지노를 둘러봤다.
지하에서, 비합법으로, 오갈 데 없는 아이들이 멋대로 열고 있는 도박장이다.
쓰고 있는 테이블도 의자도 어딘가에서 주워온 것이고, 빛은 랜턴에 촛불. 너무 품질 좋은 것이 아니라 주변에는 연기와 악취가 자욱하다.
대가족 식탁 정도의 테이블이 5개 정도 있어 저마다 주사위나 카드를 쓰는 갬블을 하고 있다.
손님도, 결코 부자론 보이지 않는다. 홈리스 같은 사람이나 유물을 주울 것 같은 하루 벌어 살 것 같은 출세 못 한 남자들이다. 정말 약간의 소액 교환에 일희일우하고 있다.
"진짜 카지노라면, 프로페셔널인 딜러가 카드나 주사위를 조종하고, 피부를 노출한 미녀가 술을 가져오지만"
흑발의 청년은, 말 만큼은 기분 나빠 보이지 않는다.
"이봐, 할아버지는 술 마시면 안돼. 이쪽으로 하세요. 건강에 좋으니까"
그런 말을 하고 있는 에이프런 차림의 여자아이도 있다.
금발의 소년 --- 판은, 테이블 하나에서, 두 번 정도 승부를 하고 바로 돌아왔다.
"카지노는 비교적 너무 건전하네. 테이블이 완전히 아마추어고. 단순한 사기도 간파 못 해. 손님도 물러. 져주기 없는데, 손자에게 용돈 주는 할아버지 같아. 너라도 이기는 거 아냐, 크레이"
판의 손이 목 언저리에서 팔랑거리면, 마술처럼 게임에 쓰이는 카드가 나타났다.
"어이. 사기 친 거 아니겠지. 상대는 어린애라고"
흑발의 청년 -- 크레이가 눌러 죽인 목소리로, 판의 멱살을 붙잡는다.
"걱정한 모양이네, 후배군. 한푼도 벌지 않았으니까. 기부하고 왔어. 그렇다고 해도 쿠쿠에 얏시이에 스컬 엔드 로즈에 바이바이 같은 게 모여있지만.... 바퀴벌레 레이스가 눈에 띄지 않는데. 왜 통칭이 바퀴벌레의 카지노 일까?"
판이 물으면, 크레이는, 점점 떨떠름한 얼굴이 돼었다.
".... 이 아이들을 바퀴벌레라고 부르는 변변치 못한 녀석들이 있어서다"
3년 9개월 동안 이어지고 있는, 대륙을 2개로 나눈 대전쟁에, 이 오래된 마을을 수도로 하는 나라도 참전했다. 덕분에, 아버지나 어머니를 잃은 아이들이 늘었다. 집도 없이, 다른 사람의 음식을 빼앗아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아이들을, 바퀴벌레라고 이름 붙이 연중이 있는 것이다.
판은, 싱글벙글 웃으면서 잡담하는 어조로 말했다.
"어쩌다 운이 좋았던 덕에, 자신에게 집과 직분이 있다고, 타임을 내려봐도 좋다고 생각하는 인간이 있네에. 자기가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해, 후배군?"
"내가 알까 보냐. 그리고, 슬슬 후배라고 말하지 마, 이제 곧 1년 이라고, 내 경력"
침이 튈 기세로 크레이가 말했을 때였다.
카지노 문이, 날아갔다.
"꼬맹이들! 오늘이야말로 구분을 지어 주겠어!"
더러운 노동복을 걸친 억세 보이는 남자들이 10명 정도 밀어닥쳤다. 어느 녀석이고 인상이 나쁘다. 나이프를 번쩍이는 사람도 있다. 갱 일당이다.
여자아이들이 비명을 지르고, 주변의 누군가에게 달라붙었다.
금발인 판에게도, 술을 나르는 여자아이가 매달렸지만, 그는 스르륵 몸을 바꿔 흑발인 크레이에게 밀어 붙여버렸다. 여자아이는, 마술에 속은 듯한 얼굴이지만 어느 쪽이라도 괜찮은지 그대로 끌어안는다.
내리눌리면 에이프런 아래의 풍만함은 의외로 컸다. 하지만, 크레이는, 그 부드러움을 두 팔로 느껴도, 붉어지지 않는다. 무연하게 있는다.
비명을 지르는 여자아이들에게 질질 끌려 노인 손님들이 벽 구석으로 옮겨간다.
대신, 주사위 흔들기나 카트 배분을 담당하고 있던 딜러 남자아이들이, 욕설을 퍼부으며 방 중앙으로 뛰어들었다. 곤봉이나 쇠망치를 무기로 손에 들고 있는 아이도 있다.
"헤에, 이건 제법"
판은, 재미있는 듯이 중얼거렸다. 크레이는, 점점 무뚝뚝해진다.
카지노 측의 비명에 욕소리, 뛰어들어온 갱 측의 노성에 위협. 소란스러워서 참을 수 없다.
"시끄러워, 조용히 해!"
갱 선두에 서 있는 수염이 덥수룩한 커다란 남자가 천장을 향해 피스톨을 발사했다.
탄이 박혀, 산산 조각난 파편이 떨어진다.
"알겠냐! 여긴 카다몬 일가의 세력권이다"
"땅 위의 결정이라고, 알바 없어!"
딜러를 하고 있던 남자 아이들 중 하나가 화난 소리로 돌려준다.
"시끄러! 지상도 지하도, 하늘 위 까지 우리 세력권이다! 나갈 놈은 나가!"
"그라믄, 하늘 위 꺼정 징수하든가! 하늘님 있는 데 꺼정 댕기와!"
남방 대륙의 사투리지만, 시원하고 늠름한 목소리. 말이 끝나지 않는 사이에, 은빛이 날았다.
피스톨을 잡은 손에 닿는다.
"부갸아아아"
두꺼비가 밟혀 죽는 듯한 비명을 지르고, 수엽이 덥수룩한 남자가, 총을 떨어트렸다.
"앨리스 누나!"
"역시 앨리스짱"
"나왔다, 손가락 자르기다!"
카지노 측 아이들과 손님이 환성을 지르고, 갱들이 증오의 눈을 향한다.
그 시선 끝에 서 있는 것은 손가락 떨어트리기 같은 위험한 이명에 어울리지 않는, 아름다운 소녀다. 아직 16세나 17세 정도지만. 남자용 옷을 입고 있어선지, 발달한 바디라인이 눈에 띈다. 소매도 옷단도 짧아, 조금 검은 피부에 늘씬하게 뻗은 팔다리를 드러냈다. 느릿하게 굽이치는 검은 머리를, 뒷머리에서 꽉 묶고 있다.
여자아이로서는 조금 커다란, 손에 쥐고 있는 것은, 기묘한 무기였다.
대충 말하자면, 직경 30cm 정도의 금속 고리에, 수 미터 이상의 가는 체인이 묶여있는 것이다. 물론, 녹색 고리는 날카롭게 연마한 검이 돼 있다.
"과연. 집게손가락을 자르면 방아쇠를 당길 수 없어. 엄지를 자르면 나이프를 쥘 수 없어... 죽이기 전에 상대에게 이길 궁리인가. 대단한 아가씨야. 실력도 상당하네"
중얼거리는 크레이의 얼굴을, 그에게 달라붙어 있던 웨이스트리트 여자아이가 올려봤다.
"오빠, 잘아네. 엣 헤헤. 앨리스는 정말 착한 아가씨인 모양이야. 하지만, 우리를 위해..."
웨이스트리트 여자아이가, 기쁜 듯이 말한 때다.
오른손을 누른 채로, 구부리고 있던 수염이 덥수룩한 남자가, 총을 버리고 일어섰다.
"위험해 위험해. 하지만 말이야, 어찌 올지 알면, 막을 수도 있다고"
수염 덥수룩한 남자는, 오른손을 내밀어 보였다. 손가락이, 철제 방호구로 덮여있다.
손가락 떨어트리는 앨리스라는 이명이 될 정도니까, 그거야, 예측도 가능하겠지.
앨리스는 크게 혀를 차고, 다시 한번 수염 덥수룩한 남자를 노려봤다.
"죠반니! 카다몬 일가의 세력권이라고 잘도 말해줬당겨. 여긴, 카다몬도 아레스타도, 어느 세력권도 아녀!"
"하하앗, 그거야 어제까지의 이야기다. 네놈이 의지하고 있는 아레스타 할멈은 돈으로 굴렀다고. 경계선을, 개선 길 까지 내려줬어"
".... 젠장. 멍청히 어른이 말하는 걸 믿은 내가 바보였데이!"
여긴, 2인조 갱의 경계선 위에서 해왔다.
하지만, 뭔가 괘씸함이 생겨 매수당해, 깔끔하게 손바닥을 뒤집었단 것이다.
"역시나. 모두, 어른은 거짓말쟁이여. 자신의 형편 밖에 생각하지 않혀. 믿지말여"
앨리스가, 동료들에게 소리 지른다. 아이들은 끄덕이고, 슬쩍 도망치려고 한 손님들의 얼굴이 나빠 진다.
".. 그런 말을 하고 있지만, 너희도 슬슬 어른 아냐?"
판의 시선은, 앨리스의 꽤 풍만한 가슴 가에서 얼굴로 흘렀다.
그녀의, 두꺼운 미간에 야무진 눈매는 남자다운 늠름함이 흘러넘칠 듯이 빛나는 두꺼운 입술은, 커다란 꽃을 피우려 하고 있다.
"보는 데가, 아저씨의 눈이네. 역시나 선배"
"객관적인 관찰이야, 이건"
크레이와 판이 속삭인다. 웨이스트리트 소녀는, 머리 위에서 주고받는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갱들을 노려보고 있어서다.
"오늘은, 군의 매각으로 이런 걸 준비했다고, 앨리스!"
죠반니라고 불린 남자가 신호 하면, 카타몬 일가의 갱들이 좌우로 나뉘었다.
안에서, 떼 지어 검은 총신들이 내밀어 진다. 전장에서 쓰이는 신병기. 수십 체의 소총을 다발로 묶어 연사가 능하게 한,개틀링 기관총이다.
"죽고 싶지 않으면, 이 몸에게 넓적다리를 벌리는 거야, 앨리스!"
우쭐한 죠반니가, 상스러운 요구를 내건다.
"용담이라도 용서못해야...!"
얼굴을 새빨갛게 한 앨리스가, 그래도 정확히, 손가락 떨어트리는 검을 던졌다. 하지만, 검은 소리를 내고 튕겨 졌다. 사수의 손을 지키는 장갑판을 준비한 것이다.
"죽어어어어어!"
겁먹은 듯한 비명을 지르고, 사수가 개틀링 기관총의 방아쇠에 손가락을 건다.
"여자는 죽이지 않게, 꼬마와 할아범만으로도 좋아!"
죠반니가, 지시를 내렸다. 하지만, 회전 연발식 총은 반동도 무시무시하다. 익숙하지 않으면, 컨트롤은 어렵다. 여기저기에 표적을 정하지 않은 탄이 날아, 패닉에 사로잡혀, 모두가 앞다투어 도망치려고 했다. 앨리스마저, 머물러있는 것이 최선이었다.
그 판국에, 단 한 명 뛰쳐나온 인영이 있다.
"바보 자식! 하게 둘까!"
짐승 귀 실루엣 후드를 움찔거리고, 크레이가 달린다. 눈으로도 잡을 수 없는 속도로, 바닥을 기는 듯한 태세로 달려나가, 캐틀링 기관총 바로 아래에 도달한 참에 발돋움한다. 크레이는, 오른팔의 손목을 뻗어, 총신을 위로 밀어붙였다. 그의 오른팔은, 은색으로 무디게 빛나고 있다.
총신이 밀려 올라가, 총탄이, 천장을 연사해 부순다.
"네놈!"
갱들이, 차례차례 검 끝을, 혹은 총구를 크레이에게 겨눈다.
하지만, 흑발 청년이 상처 입기 전에, 앨리스의 손가락 자르기 날아왔다. 갱들 중 3명 정도가 비명을 지른다.
크레이는, 그 틈에, 후방으로 물러났다.
"고마맙데이, 손님. 덕분에, 모두 살았다야!"
앨리스가, 크레이에게 말을 건가.
"신경 쓰지마. 나는 당신에게 편지를 ....."
뒤돌아본 크레이는, 앨리스에게 말을 걸었다. 하지만, 그의 말은, 다시 방해받았다.
"위험해, 천장이!"
방금, 총탄을 밖아 넣은 탓에 노화된 천장이, 부서져 떨어졌다.
양초가 쓰러져, 랜턴이 부서진다. 불이 퍼져, 먼지와 아지랑이 연기가 시야를 덮어 가렸다.
"모두, 이 사이에 도망치래이! 안에 있는 미로로!"
앨리스가 부르 짖는다.
"놓치지 마! 놓칠 것 같으면 쏴 죽여!"
죠반니가 부르짖는다.
너나 할 것 없이, 좋을 대로 달려가, 수습되지 않는다.
"갈까 크레이. 여기선 무리야"
"하지만, 편지를 읽게 하지 않으면 우린 돌아갈 수 없다고! ... 어딜 간 거야, 앨리스!?"
옥신각신 하면서, 금발의 소년과 흑발의 청년도, 몇 개인가 있는 안에 있는 문 중 하나를, 근거 없이 선택해, 뛰어들고 있다.
2.
문을 빠져나간 그 순간에 둥실 공중에 떴다.
"엑? 가게 바로 뒤에 떨어지는 구멍을 장치한다던가 일을 리 없죠오오오오"
곤두박질치며 굴러떨어져 추락사, 라는 정도는 앨리스에게도 입장은 나쁘지 않았다.
미끄러지는 대상이 되어 상당한 급속도다. 얇게 기름이라도 친 건지, 잘 미끄러진다.
"무리해서라도 멈추는 편이 좋을까나아, 어떻게 생각해애애애애"
먼저 미끄러지고 있는 판은, 부츠 너머 크레이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
크레이의 은팔이라면, 좌우의 오른 벽에 파고드는 것도 가능한 것이다.
"멈춰서, 뒤에서 오는 녀석에게 부딪치고 싶지 않은데"
크레이는 무뚝뚝한 어조로 대답했다.
과연, 잘 들으면, 머리 위에서 살짝 굵은 비명이 들려온다. 크레이와 판을 쫓아 뛰어든 갱이, 같은 함정에 걸린 거겠지.
"이런이런, 곤란하네"
그다지 곤란하지 않은 목소리로 말하고, 판은, 크레이를 붙잡고 있던 손을 놓았다. 그 손으로 벽을 꽉 밀고, 더욱더 가속한다. 쭉쭉 내려와 출구에서 한번에 튀어 나온다. 공중에서 화려하게 몸을 구부려, 우아하게 착지한다.
착지의 충격이, 방아쇠가 된 건지, 벽 여기저기에서 불이 붙었다. 행동에 불편하지 않을 정도의 밝기가 된다.
판은 주위를 둘러봤다. 납작한 돌을 쌓아올린 벽. 고풍스러운 지하도다.
"비켜"
이어서 튀어나온 크레이는, 최소한의 낙법으로, 빈틈없이 전투준비를 했다.
두 사람의 뒤에, 또 한명 분의 부르짖는 목소리가 길게 꼬리를 끌며 다가온다.
"우오오오오오오오오! 오옷!!"
튀어 나온 것은 아니나 다를까 권총을 손에 쥔 지저분한 남자였다. 내팽개쳐진 기세로 돌길 바닥을 굴렀다. 즉각 크레이가 한 발 먹여, 네 기절.
"역시나 육체노동담당. 굉장하네"
판이 다가 와, 남자의 손에서 떨어진 권총을 주워든다.
"어이, 그런거...."
"어디에 버렸겠죠?"
판이, 팟 하고 손을 펼쳐 보인다. 정말로, 어디에 숨긴 건지, 크레이도 모른다. 거칠고 큰 권총이지만, 판의 옷 어디에도 부자연스럽게 부풀어 오른 곳은 없었다.
"쓰거나 하진 않아. 가지고 있게 하면 위험하죠"
"그건 그렇지만 ..."
둘의 대화는, 거기서 끊겼다. 비명이다. 이번엔 소녀의 것이다.
"그녀일까?"
판이 묻는다. 앨리스일까, 라고 말하는 것이다.
"몰라"
다시 크레이는 달리고 있다.
"배달처가 있는 곳을 아는 게 네 권능이겠죠"
"대략적이라 여기까지 가까이 오면 가까이 있는 것 밖에 몰라"
의문의 답은 바로 나왔다. 비명을 의지해 코너를 돌면, 6살 정도의 여자아이가, 온몸으로 뛰어들어왔다. 크레이에게 꼭 안겨 미명을 질렀지만, 코 끝에 쵸코렛을 내밀어서, 도중에 멈췄다.
"두뇌노동 담당이라도, 이 애 정도는 떠맡을 수 있잖아!"
여자아이를 판에게 넘기고, 크레이는, 구부러진 코너에서 뛰쳐나갔다.
달려온 갱이, 깜짝 놀라 나이프를 꺼냈다.
크레이는, 그 나이프에, 갑자기 은의 오른팔을 휘둘렀다. 무기를 튕겨내 단순한 앞차기를 사타구니에. 몸을 앞으로 숙여, 후두부에 무릎을 내리친다.
"우와, 용서없네에. 괜찮니, 그 아저씨"
"죽지 않을 정도로 해뒀어"
그렇게 답하면서, 뒤돌아본 크레이는, 기분 나쁜듯한 얼굴이 되었다. 여자아이가 자신을 보고, 조금 겁먹은 얼굴에 된 것을 알아차려서다.
"걱정하지 않아도 좋아. 그는, 크레이브 소릿슈. 크레이라고 불러. 말이랑 태도가 난폭하고 깊게 생각하지 않아서, 바로 화내고, 선배를 경의 하는 것이 빠져있고, 대단해 보이는 녀석과 악당과 바보라는 자신의 동류에게는 용서 없지만, 근본은 나쁜녀석이 아니니까. 나는 판 크라운라스. 판이면 돼. 네 이름과, 쫓아온 아저씨의 이름을 알려 줄수 있을까나? 우린, 저 사람과는 초대면 이라서 말이야"
"나는 지나! 아저씨는 몰라! 나쁜 녀석이야!"
판은 조금 어깨를 으쓱하고, 크레이는 미간을 찡그리고, 지나라는 여자아이에게 말했다.
"안전한 곳은 있는 건가. 보내줄게"
크레이가 말하면, 판에게 안긴 채로, 여자아이는 손발을 바둥 거렸다.
"안전한 건 앨리스가 있는 곳!"
"그러면, 앨리스가 있는 곳은 알고 있을까나?"
지면에 내려주고, 판이 물으면, 지나는, 여차저차 끄덕였다.
"알아! 하지만, 경찰이랑 악당은 앨리스에게 데려갈 수 없어! 어느 쪽이고 윌등한 거짓말쟁이니까 말이여! 라고 앨리스가 말했어!"
그렇게 말하고, 커다란 눈동자로 빤히 판을 올려봤다.
"괜찮아. 우린 악당이 아니고 경찰도 아냐. 마침 앨리스에게 용무가 있어"
"경찰이랑 달라?"
지나는, 찬과 크레이의 옷을 빤히 봤다.
"이건 우편국의 옷. 우편국이라고, 아니?"
"알아. 편지 주는 사람이야!"
빙긋 웃으면서 한 바퀴 돌아, 여자아이는 뺨을 둥굴 게 부풀렸다.
"편지 주는 사람이랑 옷이 달라!"
"그거야, 우린 특별한 우편국이니까. 전해지지 않은 편지, 보내지 못한 엽서, 꿈꾸는 말을 수중에 전하는 것이, 우리 일. 그것을 알다니, 사람이 변해가네, 그런 마음을 전하도록, 안개에 인도되는 것이 우리니까. 알겠니?"
"몰라!"
지나는 기세 좋게 대답했다.
크레이가, 맥이 탁 풀릴 것 같아 진다. 판 쪽은 생글생글 웃고 있다.
"그렇다고 생각하면서 가르쳐준 거니까 말이야. 몰라도 괜찮으니까, 믿어줘. 우린 앨리스짱에게 편지를 전하러 왔어. 멀리 있는 신비한 숲에서 말이야. 자, 크레이 증거를 보여줘"
"증거는 뭐야?"
"편지"
".... 증거가되는건가, 그거"
불평을 하며, 크레이는 평소 우편가방에서 편지를 꺼내, 지나에게 넘겼다. 빙글빙글 돌려보고 있는 지나에게 판이 물었다.
"글은 읽을 수 있어?"
"읽어! 앨리스! ... 다음은 모르지만"
지나가, 편지를 크레이를 향해 내밀었다.
"이 녀석을, 앨리스라는 아이가 읽어주지 않으면, 우린 돌아갈 수 없어"
크레이가 편지를 집어 넣으면서 말한다.
"전해주는 게 일이야?"
"응. 라는 이유로, 믿어준다면, 앨리스가 있는 곳으로, 너를 보내주게 해줘"
지나는, 생글생글 웃고 있는 판과, 무서운 얼굴로 입 다물고 있는 크레이를 번갈아 보고, 크레이에게 시선을 돌린 참에, 응 하고 끄덕였다. 그리고, 판을 한 번 더 본다.
"저기 말이야, 아까 그 쵸코렛 한번더 주면 믿어줄게"
"네-에, 좋아요. 함께, 차는 어떤가요?"
수통이, 어디선가에서 도 아닌 판의 손안에 나타났다. 지나가, 눈을 둥글 게 떴다.
"잘먹겠습니다. 잘먹겠습니다. 차는 달게, 달게 해줘"
거기서 지나가 움직임을 멈췄다. 머리를 그러올리고, 커다란 귀를 꺼낸다. 귓볼이 움직였다.
크레이는, 조금 놀라서 물었다.
"움직일 수 있는 건가, 너?"
"응. 지나 밖에 못해. 이렇게 하면, 종소리가 잘 들려"
".... 종소리?"
앵무새처럼 맞장구치고 크레이도 판도 청각에 정신을 집중시켰다. 지나가 말한 종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그 대신, 대량의 물이 흘러오는 소리가 들렸다.
"도망칠 길을 가르쳐 줄게! 과자는 도망친 뒤에!"
지나가, 다다다 달리기 시작했다. 그대로, 가까이에 있는 벽이 휙 날아든다. 교묘히 손잡이가 숨겨져 있다. 작은 지나가, 전 체중을 걸어 그것을 끌어내리면, 전장의 돌이 어긋나, 열린 구멍에서 사다리가 내려왔다. 지나가 깡총깡총 재빠르게 올라간다.
"오래됐으니까, 아저씨들은, 부서질지도. 조심해"
".....아저씨..."
지나가 다 올라가기를 기다리고, 아연실색한 얼굴로, 판이 뒤를 이었다.
돌로 된 천장 위에, 작은 방이 설치돼있다. 마지막으로 크레이가 그곳에 들어온다. 그는, 아직 아직 정신을 잃은 갱을 끌어안고 있다.
"우리 체중을 걸면 부서질 지도라고 말했는데"
판이 질린 얼굴로 크레이를 바라봤다.
"그렇다고, 내팽개쳐둘 수도 없겠지만"
크레이가 입을 へ모양으로 일그러트렸을 때는, 눈 아래를 거침없이 수류가 지나갔다. 흘러가고 있었던 것은 30초 정도다. 내려갈 때는 사다리를 사용하지 않았다. 갱은 천장 뒤에 남겨두고, 크레이가 지나를 안고 뛰어내렸다. 판이 그것을 잇는다.
"아저씨들, 좋은 사람이네. 앨리스와 만나게 해줄게. 하지만, 돈이 없으면, 바로 도망가야 돼"
지나가 말한 순간, 머리서 종소리가 들렸다.
"아아, 저건 괜찮아. 여기까지 오지 않으니까"
직후에, 가볍게 지하도 전제가 떨렸다. 뭐가 일어난 것인지는 모르지만, 생각하지 않기로 한다.
"굉장한 함정이 잔뜩 있는 모양이네. 너희가 만든거니?"
"아니야"
판이 물으면, 지나는, 상반신 전부를 좌우로 흔들었다.
"옛날에 남아 있었던 거라고. 이안 오빠네가, 조사해서, 장치를, 고쳤어"
지나가, 말에 맞춰서 뿅뿅 튀어 오르며 걸어간다. 그것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판과 크레이는, 걸으며 뒤를 따랐다. 그러면, 발밑의 돌이, 짤깍하는 소리를 냈다.
"아, 아저씨, 저기 말이야, 갈색 돌은 밟으면 안 돼"
"으음 그런 중요한 건, 조금 더 빨리 말해줬으면 하네, 지나"
위에서 내려온 그물에 걸려버린 판이, 쓰게 웃고 있다. 그물에는 빈틈없이 세세한 가시가 걸려있어, 묶는 것이 아닌, 옷에 걸리게 돼 있다.
"미안해, 일부러 가 아니야"
풀죽은 지나가, 눈을 치뜨고 본 것은, 판이 걸려있던 함정에 휘말려 들어 함께 그물에 휩싸인 크레이였다. 크레이는, 길게 한숨을 쉬고 말했다.
"신경 쓰지마, 라고 말하고 싶은 참이지만... 그럴 수도 없네"
5명 정도의 갱들이, 모퉁이를 돌아서 모습을 드어낸 것이다.
지나가 몸을 움츠린다.
선두에 서 있는 것은, 죠반니라고 불리던, 털이 덥수룩한 남자다. 녀석은, 지나와, 그물에 싸인 판과 크레이를 바라보고, 히죽 웃었다.
3.
크레이와 판이 함정에 걸린 장소에서 수십 미터 정도 간 곳에, 큰방 같은 공간이 있다.
천장도 높고, 주변 벽에 고대의 장식 원기둥이 늘어서 있다. 원기둥에 램프가 켜져 있어, 꽤 밝다. 둥근 방의, 딱 반은, 완만하게 움푹 꺼져, 거기에 물이 모여, 맑은 호수가 돼 있다. 맑다고는 해도 호수 쪽에는 밝지 않고, 물은 검게 보여, 참방참방하는 파도소리만 들려온다.
갱들은, 물가에 모여있다. 크레이와 판은, 그물에 싸인 채로, 그들의 발밑에 구르고 있다. 판은 재밌어하는 모양으로, 크레이는 진절머리난 얼굴이다.
"앨리스으으으으으! 어디에있는거야아아아아아아? 앨리스으으으으!"
큰소리를 지르고 있는 죠반니는, 지나를 자신의 바로 옆에 세우고, 어린 소녀의 양어깨를 거친 손으로 누르고 있다. 지나는 소리를 내지 않고, 겁먹어 울고 있다.
"우린 신경 쓰지 않아도 좋지만, 앨리스씨이. 지나짱이 큰일이니까, 조금 얼굴 보여주지 않을까나아"
자유의 몸이었던 때와 정말이지 변함없는 어조로, 판이 불렀다.
"죠반니이이. 님마, 지대로 죽여주겠어어어어어!"
원기둥 그늘에 있는 통로 하나에서, 앨리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혼자뿐이다.
쇠사슬이 달린 검 손가락 떨어트리기는 건재하다.
탁탁탁 발고리를 높여 가까이 온다. 등을 쑥 뻗어, 묶은 머리가 등 뒤로 길게 뻗친다. 커다란 눈동자에 들어간 결의는, 폭력과 위협으로 살아온 갱들마저 주눅들 정도다.
"어,어이, 거기서 멈춰!"
팟 정신을 차리고, 죠반니가 목소릴 올렸다. 동시에, 등뒤 호숫가로 아슬아슬하게 후퇴한다.
이미 손가닥 자르기가 닿을 거리까지 가까워졌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갱들도, 당황해서 조금 떨어졌다. 총도 모두, 앨리스를 노리고 있다.
"냉큼 지나를 돌려줘라야. 그라믐, 낸 나간다. 어차피, 우린 바퀴벌레여. 어딜 가도 먹을 수 있데이. 시궁쥐가 먹다 남긴 걸 찾아 해매도 된다야"
억센 5명의 남자들,게다가 총을 가지고 있는 상대인데, 앨리스는, 한걸음도 물러서지 않는다. 16살 근처의 아가씨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당당한 태도다.
-라고, 그렇게 보이겠지, 갱들에게는.
"조금, 무릎이 떨리고 있네"
판이, 크레이의 귀에 속삭였다.
"지적 하지 마. 무리해서 힘내고 있는 거다"
두 사람의 우편국만은 앨리스가 나잇 값하는 여자아이로 보이고 있다.
"자아, 지나를 풀어야. 지금 당장이데이. 그게 아니믐 피를 본단겨. 이 녀석은 손가락을 자를수 없어야. 드런 니둘의 제일 드러운곳, 떨어트려도 괘안타고"
죠반니가, 오싹하고 순간 떨고, 조금 안짱걸음을 걸었다.
"옥신각신하기 전에 그렇게 솔직하게 나가면 놓쳐줬을지도 몰랐는데"
"거짓말하는거 아니래이. 니들이, 체면이 부서져 가만히있을 리가 없제"
앨리스가, 딱 잘라 말했다.
묶은 머리를 휘두르고, 다시 한번 손가락 자르기를 준비했다.
"3초 센단겨. 그 사이에 지나를 안 놔주음, 어찌 될지, 몰라야"
"너야말로 알고 있는 거야! 인질을 붙잡고 있는 건 이쪽이라고!"
"하나아"
힘있게 소리를 내서, 앨리스가 오른손과 왼손 사이를 폈다. 가는 체인이 빛을 반사해 빛났다.
"두우둘!"
휙휙 바람을 가르고, 앨리스가 손가락 떨어트리기를 회전시키기 시작한다.
"기다려! 기다리라고! 거기 애송이들, 너, 이 녀석들의 신분을 알고 있나?"
죠반니가 말해, 앨리스는 겨우 판과 크레이를 봤다. 크레이가, 아까 도와준 손님이란 것을 인식한 건지 조금 표정이 움직였다.
"신경 쓰지 않아도 괜찮다고. 이런 연중 상대 교섭은 강한 기세가 중요하니까 말이야. 이 녀석들도 목숨은 아까운 거야. 확실히 없앨만한 짓은 안 해"
판이 말했다. 이것은 즉, 지나에게 위해를 가하면, 너희 모두 죽여버린다고, 라는 의미다. 앨리스가 손가락 자르기를 돌리고 있으니까 설득력이 있다. 갱들이 얼굴을 파랗게 했다. 이제까지, 상당한 꼴을 당한 거겠지.
"사아암...."
"편지다! 이 편지가 가지고 싶지 않나!"
죠반니가, 초조하게 말했다. 주머니에 손을 대, 봉투를 꺼낸다.
수를 다 세기 전에 손가락 떨어트리기의 회전이 느슨해졌다. 앨리스가, 수상쩍은 표정을 띄웠다. 그 앨리스를 보고, 떨며 말도 하지 못하던 지나가, 용기를 쥐어짰다.
"덥수룩한 수염이 편지씨에게서, 훔친 거야. 편지씨, 맛있는 과자 줬어, 좋은 사람이야"
"저녁밥 전에, 과자 먹으면 안된다고 했제! ... 에 음, 편지가게?"
"우린 우편국입니다. 할아버님의, 사캄비트 경에게서 맡았습니다"
"눈데! 거짓부렁으로 번 돈으로 귀족의 지위를 산 할아방구이 따위 낸 몰려!"
"알고 있잖아!"
기회를 탈 틈이라고 생각했지만, 죠반니가 긴장감 넘치는 목소리를 냈다.
"나라도 알고 있다고, 사캄비트 경이라면, 엥그리아 왕국에서도 1,2를 다투는 군수 상인 아냐. 앞장서서 죽어버려서, 후계자 싸움이 귀찮아져서 말이야. 설마 네가, 그런 부자의 손자라고 생각 못했지만 말이야, 케헤헤, 사캄비드 상회의 데릴사위라니, 나에게도 운이 따르네"
"하아? 니, 머리의 나사가 빠짔나. 아님, 원래 없든 기, 쓸데없는 거라도 찔려버린기가?"
앨리스의 반듯한 얼굴이, 웃고있는 건지 화내고 있는 건지, 곤혹으로 잃그러진다.
"이 편지, 보아하니, 너에게도 재산을 나눠준다는 이야기겠지. 첩의 아이지만 손자 아냐, 제대로 피를 이어받았다는 증거가 있다면, 나에게 맡겨둬. 며느리가 가져갈 몫은 확실히 친정에서 가져다주지, 의지 되는 남편님이라고, 나는"
"바보냐. 나는 모른다고 말했잖아. 그런 편지, 태워버려"
허세가 아니다. 앨리스는 진심이다. 하지만, 죠반니 쪽도 진심이다.
"네가 필요 없어도, 나는 필요한 거야, 돈이! 사캄비트의 유산을 받으면, 너희 바퀴벌레 전원이, 일생 먹을 수 있는 돈이다. 나는 대물이니까, 전원에게 1년분의 식재 정도는 나눠줄게. 그러니까, 나의 며느리가 돼. 먼저 기성 사실을 만들면, 너도 각오가 되겠지. 뭐어야, 무서워할 필요 없어, 충분히 기분 좋게..."
"아 앞에서, 상스런 말하지마아아아아!"
울컥한 모양으로, 새빨간 얼굴인 앨리스가 손가락 자르기를 던졌다. 커다란 호를 그리고 지나를 우회해, 죠반니의 고간으로.
"헷, 아무리 던져도 닿을까"
지나를 안아 올리고, 죠반니가 뒤로 도망친다. 앞을 보는 채로, 찰박찰박하며 호수로 발을 디딘다. 무릎이 빠질 정도의 깊이까지 들어간다.
"욧샤!"
앨리스가 목소리를 낸 것과 동시에, 물속에서 3명의 인영이 뛰어올랐다.
"이안 오빠! 로코 오빠! 벨데 오빠!"
앨리스의 친구 바퀴벌레다. 물속에서, 몰래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던 것이다. 양다리에 매달린 두 사람이, 죠반니를 거꾸로 뒤집고, 또 한 명이 지나를 빼앗았다.
"네놈들! 이런 장치를!"
물가에 남아 있던 죠반니의 부하들이, 당황해서 총을 호수로 겨눈다. 죠반니가 방해돼 쏠 수 없다. 거기서, 앨리스 보다 빨리, 판과 크레이가 움직였다.
날카로운 총성이 4연발로 울린다. 판이, 아까 주어둔 권총을 발포해서, 부하들의 총을 날려버린 것이다. 그물에 싸여 뒹구는 채로. 경탄할만한 실력이었다.
"어, 어디서, 그런걸!"
갱중에 한 명, 몸 조사를 담당했던 남자가, 경악하며 부르짖는다. 그들도 프로다. 권총 같은 커다란 것을 내버려둘 리가 없다.
"편지를 숨기려고 생각했죠, 너희들. 미스디랙션은 마술의 기본"
판이, 그물 안에서, 무대 위에 있는 듯한 미소를 띤다.
"본업인 편지를 미끼로 쓰는 녀석이 있냐"
그렇게 말하면서, 크레이는 훌렁 그물을 벗어 던졌다. 그의, 은으로 된 오른손에 닿으면, 녹는듯이 그물이 끊여져 가는 것이다.
무기를 잃을 갱을, 한 명이 일격으로 졸도시켜간다. 그쯤에는 호숫가의 죠반니도, 3명이 달라붙어 가라앉혀, 의식을 잃었다.
일을 끝낸 크레이는, 판에게 뒤돌아보고, 그는 물어뜯는 듯한 어조로 말했다.
"편지가 사라지면, 우린 돌아갈 수 없다고"
"어쩔 수 없잖아. 지나짱을 무사히 도울 찬스를 만들기 위해선 말이야"
마침 그때, 죠반니의 손에서 도망친 지나가 호수에서 올라와, 크레이에게 향해서, 흠뻑 젖은 봉투를 내밀었다. 주워준 것이다.
"버려버려, 그런 거!"
앨리스가 날카롭게 말한다.
"후에...."
지나가 울것같다.
"아, 아니, 지나짱. 버리지마. 저기...."
4.
.... 내 피부색, 왕국인 같지 않제? 말도 남방 풍이여.
내 엄마야는, 남방 대륙서 왔어야. 물론 고용인이여. 요리사로서, 저택에 팔려온 것 같으야. 아빠야는, 그 요리에 반했다고.
물론, 대상인의 자제와 요리사, 게다가 인종이 다르단건 용서될리가 없데이. 아빠야와 엄마야는, 집을 뛰쳐나왔어. 근디, 건강한 엄마야가, 병으로 쓰러져 버렸데이. 케도, 아빠야는, 내가 주늑 들지 않기, 저택으로 돌아가지 않읏다. 이 나라의 항구 마을에서, 어부가 되스, 남자 손 하나로 내를 키워줬으야.
케도, 그 아빠야도, 태풍 치는 밤에, 동료를 구하러가서, 그대로 돌아오지 않았어야.
절대로 돌아와, 글케 말하믄스 나가는걸 용서했는데 말이야. 그 때야, 어른은 거짓말쟁이라고, 내가 첨으로 알게된게.
아빠야가 사라지고 바로, 할배탕구, 아니 할아범에게서 마중나왔어. 아무래도 예전에 찾아낸 모양이라야. 역시나 나도, 아직 10살 정도 였으니께. 키워줄테니 와라, 카고 말하는 거야. 할아범, 나를 보고 너는 귀여운 손자야 같은 말을 캤지만, 눈을 봤더니, 진심이 아니라는 걸 알았으야. 먼 친적이라는 연중도, 할아범의 앞에서 만큼은 추어올려 주지만, 뒤로 돌면, 내 욕을 하는기다.
어른의 드러운 얼굴을 보는게 질려서, 3개월 째에 슬쩍 빠져나왔으야. 배를 갈아타고, 항구 마을에 돌아 왔지만, 내가 살고있던 집은 다른 사람 손으로 넘어갔어야. 그 후로 내 혼자서 살아가는 사이에, 나랑 같은 어른들의 보살핌을 받고 싶지 않아 하는 아들이 모여, 이렇게 된기다.
라고, 거기까지 한 번에 말하고, 앨리스는 판과 크레이를 바라봤다.
그녀의 바로 오른쪽 옆에는 지나. 왼쪽 옆에 조반니를 기절시킨 3인조. 그리고, 다른 아이들도 모여있다. 기절한 갱들은, 묶어서 쌓아올려져 있다.
"라는 이유니께, 새삼스레 편지 같은 걸 받아도 어쩔수 없으야. 유산이 가지고 싶지 않다곤 말 못한데이. 모두에게 도움이 돼겠제. 케도, 그것을 위해, 또 분쟁에 휘말리는건 됐어야. 이 갱보다, 더 질 나쁜게 온데이"
"사정은 알아. 하지만 말이야, 읽어주지 않으면, 이쪽도 곤란해"
설득하려는 판을, 크레이가 밀어냈다.
"할아버지가 당신에게 보내려고 한 편지는, 이제까지 계속, 친척에게 매수된 고용인의 손에 몰래 처분돼왔어. 이 편지도 난로에서 타고 있었어"
"헤에, 글나"
앨리스는 관심 없어 보이는 듯이 외면했다.
"근디, 불안에 손을 넣어서, 꺼낸기가?"
"이 편지씨는 말이야, 전해지지 못 한 편지를, 전하는 게 일이라고. 그래서 ... 타는 편지도, 전해주는 게 아닐까나?"
오른쪽에 있는 지나가, 앨리스의 소매를 잡으며 말했다.
"형씨, 아 한티 이상한 이야기를 들려주는건 고마해라. 낸, 현실을 직시하지 않으면, 살아갈수 없으야"
"그렇기에야말로, 떠받치고 있는 과거가 없기에야말로, 미래의 꿈이 필요한 게 아닐까"
진지한 얼굴로 정면으로 크레이가 말해서, 앨리스는, 숨이 막혔다.
그녀가 대답을 망설이는 사이에 크레이는 말을 이었다.
"마지막 이 편지만은, 어떻게든 당신의 손에 전하고 싶었겠지. 그래서, 우리에게 부탁했어.... 당신의 할아버지는, 확실히 거짓말쟁이 였다"
"그거야 이미, 왕국 상업 사상 드물게 보인달까 기록에 남을 레벨. 조금 조사하는 것 만으로도, 사기에 가까운 사례가 나오고 나오는 ...아야"
크레이가 주먹으로 판의 코를 때려 입다물 게 했다.
"하지만, 이 편지는 거짓이 아냐"
"어째서 알아"
눈을 번뜩이는 앨리스에게, 크레이는 태연히 말했다.
" 내 감이다"
앨리스는 다시 말을 삼켰다.
"즉, 당신이 할아버지를 믿고 있으니까, 당신을 믿으면 할아버지를 믿어도 괜찮은 건가?"
"복잡하지만.... 그런 거다"
크레이의 답에, 떫은 표정이 된 앨리스에게, 왼쪽에 있던 소년들이 말을 걸었다.
"누나. 그럼, 평소 그걸로 결정하면?
"
"거짓말쟁이인가 어떤가를 알아보는 눈을 키우기 위해, 우리, 그걸 했으니까"
"오, 즉, 게임을 해서 이긴 쪽이 올바르다던가, 그런걸 까나?"
판이 기쁜듯한 얼굴을 한다. 크레이가, 수상한 듯한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 너, 그냥 게임으로 놀고 싶은것 뿐만이 아니겠지"
"설마. 하하하. 그런 설마"
"형씨의 거짓말은 거짓말의 레벨이 아녀"
앨리스가 질린 듯한 얼굴로 말했다.
"승부하려고 케도, 도구가 없어야. 누구, 카드 없어야?"
"주사위라면"
소년 중 한명이, 품에서 주사위를 꺼냈다.
"다이스 컵이라면 대신할게 있어"
판이, 또 어딘가에서 선명하게, 유물 술잔을 꺼냈다.
"하지만, 주사위 도박으로 거짓말쟁이를 구분하는 건, 조금 어려울 까나아"
"아니 .... 컵이 있다면.... 바이바이를 할까. 누가, 말을 대신할 돌을 주워와. 변칙룰로... 한 명, 두 명으로 하자. 나와, 이 오빠와"
"나도 나도. 놀아줘"
".... 3명용이야"
앞으로 나온 판을, 앨리스가 밀어 제친다. 크레이는 아직 떫은 얼굴이다.
"... 어이, 나는 도박 따위 일체 모른다고"
"룰은 단순혀. 거짓말과 허세의 게임이야"
벽돌을 가지고 있던 동료가 있어서, 지면에, 10의 칸 보드를 그렸다.
"말하자믄, 주사위 놀이여. 이 컵에 주사위를 넣어서, 아무한티 보이지 않게 흔들어야. 그 후에, 흔든 본인 만은, 슬쩍 봐도 괜찮여. 본 후에,
1칸에서 4칸까지, 자기 말을 몇 개 옮길지, 좋아하는 숫자를 선택해 정하는거여"
앨리스의 설명을, 판은, 끄덕이면서 듣고 있지만, 크레이는 어리둥절하고 있다.
"...기다려? 잘 모르겠다고? 멋대로 수를 정해도 되는 건가? 그럼 얼마라도 4를 말하면 되는 거 아냐? 주사위 놀이라면 빨리 골에 들어가는 편이 이기는 거겠지.그럼, 무엇을 위해 주사위를 굴려?"
"에에음 이걸 깨달은거여"
앨리스는 빙긋 웃었다.
"주사위를 흔든 놈이, 몇 칸, 말을 움직일지. 그것을 정한 후에, 다른 플레이어는, 순서 대로, 도전할지 어떨지를 정하는거여"
크레이는 정말이지 종잡히지 않는 얼굴이다. 판은, 빙긋 웃으며 끄덕이고 있다. 게임 장치를 알겠는 모양이다.
"누군가가, 도전한다,고 말하믄, 컵을 열어서 주사위 눈을 보는기다. 글고, 숫자가, 흔든 놈이 진행한다고 말한 수가 같다면, 도전자의 패배. 제일 앞으로 나온 말을 버린다"
"하지만, 단언한 수와, 주사위의 수가 다르면, 도전한 쪽의 승리. 주사위를 흔든 쪽의 말이 버려진다, 그런 거죠?"
즐거운 듯한 얼굴로 판이 말했다. 크레이는, 아직 이해하지 못한 얼굴이다.
"... 그럼, 끝까지 진짜 수를 말하면 되는거 아냐"
"그런 말이야..."
"1에서 4까지라고, 앨리스짱이 말했지? 하지만, 주사위는 5나 6이 나올 때도 있어. 수가 5인데, 말할 수 있는 게 1에서 4까지라면 어떻게든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어"
판이, 술술 설명했다. 크레이가 끄덕인다.
"아아, 과연. 겨우 알았다. 거짓을 말한 때에 간파당하면 패배인가"
"고거, 금발 오빠야, 룰 설명에, 옆에서 말하는건 매너 위반이라캤다"
앨리스도, 사실 뿌리부터 게임을 좋아하는 모양이다. 험악함은 사라지고, 생기가 넘치고 있다.
"물론, 도전은 하지 않아도 좋아. 골인한 말은, 이제 버릴수 없어. 모든 말이 골인하던지, 버려지면 끝이야. 골인한 말의 수로 겨뤄. 같으면 먼저 골인한 쪽의 승리. 알겠어?"
"어떻게든 이해했다... 고 생각해"
주사위를 흔들어서, 순서를 정했다. 판, 앨리스, 크레이순이다.
판이, 고대의 술잔에 주사위를 던져넣고, 달그락 달그락 돌려서, 그대로 지면에 엎는다. 얼굴을 지면에 가까이하고, 술잔의 끝을 올려, 살짝 였본다.
"... 유감이지만 2칸 밖에 나가지 못했어"
판이, 흘끗 앨리스를 봤다. 다름으로 주사위를 흔든 건 그녀이므로, 판이 거짓말을 했다고 생각한다면, 전전할 권리는 먼저 그녀에게 있다.
"어쩔래? ... 라고 말해도, 대체로 알겠네. 이런 순서니까, 게다가 2칸 나간 정도로 이판사판 걸 녀석이 아니야"
"너, 거짓말했겠지"
크레이가 말하고, 갑자기 컵을 열었다.
"봐, 1이야. 네 거짓말은 소견이 좁으니까... 어라? 왜 그래?"
앨리스와 판이, 함께 반눈으로 보고 있어, 크레이는 어리둥절했다.
"내가 말하기도 뭐하지만, 당신들끼리 싸울 필요 없어"
"....아"
크레이는 이제 알았다는 얼굴이 되었다. 그리고, 머리를 벅벅 긁었다.
"하지만, 당신, 거짓말이 싫은 거지? 그럼, 역시 거짓말은 안된다고 생각해버렸어"
"...머리 나쁜거 아냐, 당신"
질린 목소리였지만, 눈 깊숙이서 조금 웃고 있다.
"어쨌든 내가 1개, 버려야 하는건 변함 없지만 말이야"
판이 드물게 기분 나쁜 듯이 말한다. 이어서 앨리스가 주사위를 굴렸다. 그녀는 3칸 나간다,라고 단언하고, 크레이도 판도, 그것에 대해, 도전은 단언하지 않았다.
다음으로 크레이가 주사위를 굴렸다. 엎은 박자에, 컵에서 나와 굴러버린다. 당황하며 붙잡아, 한 번 더 굴렸다.
"에에음 ....아아음..... 1? ....은 너무 겸손하데. 3, 정도"
"패스"
"도전할게"
앨리스는, 빙긋 웃었다. 크레이가, 아연실색한 얼굴로 술잔을 연다. 나온 주사위 눈은 5다. 판이, 길게 한숨을 쉬었다.
"나라면 일부러 걸리 라고 일부러 한건가 하고 생각할 레벨이야?"
"... 그런 방법도 있는건가"
진지한 얼굴로 크레이가 끄덕였다.
다음 한 바퀴는, 판이 3 앨리스가 2 크레이는 4라고 말해서, 누구도 도전하지 않았다.
"에에음, 다음은 2"
3바퀴에, 판이 그렇게 단언했다. 앨리스가, 크레이의 낯빛을 살피고 눈을 돌렸다.
".... 도전할 게"
"어째서어어어!?"
판은, 포기하고 술잔을 열었다. 나온 주사위 눈은 1이었다.
"정말로 거짓말이 좁데이, 아. 저. 씨"
"알고 있어, 후배군? 이 아이를 이기지 않으면 안돼요?"
"에? 방금 건, 내가 나쁜 건가!?"
순간, 한심한 듯한 표정이 괘서, 크레이가 표정을 굳혔다.
"... 그러네. 이 녀석들에게, 한 번 더, 타인을 믿는 마음을 되찾아주기 위해"
"그런 의미가 아니지만 ...뭐, 됐나, 그래도"
"내 순서네"
앨리스가, 주사위를 술잔에 던져넣었다. 달각달각 돌려서, 에잇 하고 덮는다. 상반신을 구부려 살짝 엿본다.
"가슴 가에서 가슴골이 보일 것 같아. 후배군의 집중을 흩트릴 작전일까나?"
앨리스가, 후다닥 일어났다. 얼굴이 붉다. 가슴 가를, 꽉 누르고있다.
"안 흩트려! 애초에 엿보지 말어!"
크레이가 이쪽도하고 얼굴을 붉히고 말했다. 바퀴벌레 소년들이 속삭인다.
"... 신기하네"
"... 목욕 후, 팬티 한장으로 돌아 다니는데 말이야"
"니들, 시끄럽데이!"
앨리스가, 술잔을 던진다. 숫자가 보여버렸다.
"이런 이런"
판이 중얼거렸다. 숫자가 6이다. 즉, 거짓말을 해야만 하는 수였다.
"내는, 거짓말은 안 해. 처음부터, 이럴 생각이였어야"
거짓말인지 진심인지. 아니, 진심이겠지만, 그렇게 말하면서 앨리스는, 자신의 말을 떨어트렸다. 그녀를 보고, 판이, 어째선지 불만스러운 듯이 한쪽 눈썹을 올렸다.
다음은, 크레이 차례다. 그는 주사위를 굴리고 엿봐, 나온 수는 3이라고 말했다. 이걸로 6칸 진행하게 된다. 그래서, 다름에 4가 나오면 크레이가 이긴다. 형편 좋은 숫자다.
앨리스는, 빤히 크레이의 눈을 보고, 3초정도 길게 생각했다.
".... 도전, 하지 않을게"
판은 모든 말을 잃어서 실패했다. 차례로 앨리스가 주사위를 굴려서, 4칸 나간다, 라고 단언한다. 이래도 크레이는 도전하지 않는다.
"거짓말 할 리가 없으니까 말이야"
그런 크레이를 판이 남은 또 하나의 눈썹을 올리고 바라보고 있다.
"뭐야, 네 그런 얼굴, 처음으로 봤다고? ...흐음"
크레이가 주사위를 굴렸다. 술잔을 바라보고, 당분간 생각한다.
"이건 4다"
술잔의 내용물을 보지도 않고, 크레이가 단언했다.
"잠깐!?"
앨리스가 당황해서 말한다. 크레이는, 앨리스를 진지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나는 이겨야만 해. 당신과 동료들을 위해서도. 그 마음을 담아, 주사위를 굴렸다. 이건 4가 아니면 곤란해. 하지만 거짓말을 하고 싶지는 않아 그래서...."
앨리스가, 고집부리며 입을 삐죽이던 그때다.
빵! 화려한 소리가 울렸다. 판이, 크레이의 후두부를 손바닥으로 때린 것이다.
"적당히 해, 크레이! 앨리스도!"
"... 에, 왜?"
크레이가 멀거니 어리둥절하고 있다. 판이, 부드러운 금발을 반대로 세울 기세로, 화났다. 판은, 앨리스를 노려봤다. 앨리스는, 초장에 꺽여, 입을 뻐금거리고 있다. 거기에, 판이 맹열히 으르렁거리기 시작했다.
"알겠니! 이건 게임이야! 룰에 반하고, 상대의 기분을 읽고, 운을 자기 옆으로 끌어들이는. 단순하지만 굉장한 흥정이야. 거짓말이라던가 말 하지 마! 그건 테크닉이야. 자신을 갈고닦아, 승리를 끌어들이는 당법이야. 누군가를 떨어트리기 위한 게 아냐. 알겠어! 너희가 하고 있는 건 게임에 대한 모독이야!"
"... 네가 그런 식으로 화내는거... 처음이네"
크레이가 멍하니 중얼거린다.
"에에음, 그.... 뭔진 모르겠지만 .... 미안"
앨리스가 사과했다. 주변의 아이들도, 잘 모르는 채로, 끄덕인다.
한번에 짖걸여서, 하아하아 하고 어깨로 숨을 쉬고있던 판이, 팟하고 정신을 차린다.
"아니이, 그, 뭐야. 내, 내가 한 일이. 있을 리 없이. 이런건 ...뭐랄까"
모두가, 허둥거리는 판에게 정신을 뺏겨 공기가 살짝 느슨해진다.
"위험해에에에!!"
지나의 부르짖음에, 공기가 팽팽해졌다. 그녀만이, 갱들을 신경 쓰고 있었던 것이다.
"젠장, 이 암컷 꼬마!"
죠반니가, 어느 사이에 의식을 되찾아, 포박을 풀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신체검사라던가..."
눈에 보이게 무기를 가지고 있어서, 그것을 빼앗고 방심하고 있었다. 팬티에서 소형 권총을 꺼내, 죠반니가 그것으로 앨리스를 노린다.
"내 체면을 세우려면, 이것밖에 ....아아아앗"
지나가, 죠반니의 손목을 있는 힘껏 물어뜯었다. 그 여세로 방아쇠가 당겨졌지만 탄환은 엉뚱한 방향으로 나아가, 누구도 명중시키지 못했다.
"오 그것은!"
"우쭐 하지마..."
앨리스가 손가락 떨어트리기를 던져, 크레이가 땅을 기는듯한 자세로 다가간다. 죠반니는 이번에야말로 총을 가지고 있지 않는 손이 되어, 충분히 1시간은 눈이 뜨지 않게 공들여 맞았다. 부하들도 포함해서, 2중 3중으로 묶는다.
"그럼 ... 이건 어떻게 된걸 까나? 처음부터 다시 할래?"
판은, 그것엔 손을 대지 않고, 게임에 쓰이고 있던 술잔을 바라보고 있다. 바라볼 필요 따윈 사실 없었지만.
충탄은 술잔에 명중해서, 안에 있는 주사위를 부셔버렸다. 무슨 숫자였는 지는 이제 알 수 없다.
"아니, 확인 할 수 없는 이상, 흑발 오빠의 단언을 그대로 지나갈수 밖에 없겠지. 금발 오빠는 화낼 것 같지만"
앨리스는 묘하게 상쾌한 표정이다. 크레이의 말을 붙잡고, 골까지 이동시킨다. 아이들 몇 명이 웅성거렸지만, 소매를 잡고 입을 막아, 조용해졌다.
"주사위가 사라졌으니까, 게임은 여기까지. 라는 이유로, 당신의 승리야"
앨리스는, 크레이에게 손을 내밀었다.
"... 그 그런가. 뭔가 상쾌하지 않아...."
중얼거리는 크레이의 손에서 봉투를 빼앗아, 판이, 앨리스에게 건넀다.
앨리스는 손가락 떨어트리기의 검을 써서, 정중히 봉투를 열었다.
읽고 나서 잠시후, 갑자기 웃었다. 혼자서 웃고 웃고, 그리고, 배여나온 눈물을 닦고, 그녀는 빙글 돌아 모두를 둘러봤다.
"모두한티 읽어줘야제. 우편국씨도, 들어줘"
『-- 손자에게
처음부터 말해둔다, 앨리스. 너에게 남길 재산 따위 동화 한 푼도 없다 』
앨리스가 격하 목소리로, 거기까지 읽은 참에, 모두 웅성거렸다.
거기서, 앨리스가 깔깔거리며 소리 높여 웃었다. 화내고 화내고 화내길 계속했던 아가씨가, 처음으로 웃는다. 새빨간 입술은, 정말 커다란 장미 같다.
『-- 미안하다곤 생각하지만, 애초에 손을 가지고 있는 척을 한 것뿐이니까. 전쟁이라는 건 준비하는 사이뿐이라고, 벌이가 되는 건 말이야. 마지막으로 종업원의 금후 수배를 하고, 빈털터리야. 친척들은, 아직, 유산이 있다고 믿고 있으니까, 당분간은 아주 소란스럽겠지. 리처드와 엘렌을 불러들이는 걸 방해를 하니까. 내 마지막 장난으로 심한 꼴을 당해라. 아무쪼록 너는 말려드는 거 아니라고. 알겠니, 돈은 정말로 없어 』
여기서, 앨리스는 얼굴을 들었다.
"리처드와 엘렌, 이라는건 우리 아빠야와 엄마야야. 안돼야, 아까 너무 웃어서, 아직 눈뭄이 멈추지 않어"
앨리스는, 눈물을 닦았다. 계속 읽기 시작한다.
『나는 좋을 대로 살아왔다. 즐거웠다. 리처드도,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했다고 믿고 있다. 단 하나 후회하고 있는 것은, 너와 처음 만났을 때, 웃으려고 해버린 것이다. 죽은 엘레노아에게 항상 들었는데도 말이야. 당신은, 무리하게 웃으려고 한때, 제일 무서운 얼굴이 되니까, 안돼요 하고. 하지만 너, 무리하게라도 웃는 것 이외에, 처음으로 손자를 만날 때, 어쩌란 거야? 울 건가?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 다 큰 남자가, 여자아이에게 우는 얼굴 따위 보여줄까. 아, 엘레노아는, 앨리스, 네 할머니의 이름이야 』
앨리스는, 거기서 읽는 것을 멈췄다. 몇 줄인가 뛰어넘는다. 뛰어넘은 것은 이런 문장이다.
『이제 죽고 20년이 되지만. 천국에서 기다리고 있겠지. 딱 엘렌을 닮았어. 너와도 닮았어. 여자아이는, 자신의 부친과 닮은 남자에게 반한다고 하지만, 아무쪼록 리처드 타입은 그만둬. 그건, 전형적인 마더콤이다 』
앨리스는, 크레이를 보고, 작은 소리로 물었다.
"저기, 당신. 어머니는 어떤 사람?"
크레이의 표정이 굳었다. 그 눈에서, 모든 표정이 사라진다.
"... 잊었다"
자신이 물어선 안 될 것을 물어버렸단 걸 알고, 앨리스는 방금 그 질문을 한 마음을, 살짝 가슴 제일 안쪽 밑에 묻었다.
다시 한번 편지를 읽기 시작한다.
『라는 이유로, 너에게 남길 것은 아무것도 없어. 오오, 그래, 하나 있어. 충고다. 겨우 3개월이지만 너와 함께 살았던 시간, 너는 거짓말이 싫다고 말했지. 이봐, 앨리스 하나만, 너에게 가르쳐주고 싶은 게 있어. 평범한 인간은 말이야, 거짓말 따위 하지 않아. 사실과 다른 말을 입대 내는 일은 있겠지. 하지만 그것은, 이렇게 해줬으면 해라던가, 이래도 좋은데 하고, 진심을 담은 것이야. 사실과 다른 것을 입에 대도 그것도 포함해서, 인간이다. 얻기 힘든 마음을 경멸 하지 마. 이것만을 기억해줘. 그리고, 그것을 알고, 누군가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어. 나에겐 엘레노아가 있다. 진짜 친구도 몇 명인가 있다. 나는 말이야, 너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는 없어. 좋을 대로 해. 그것이, 이 할아버지부터 대대로 내려온 방법이니까 』
앨리스는, 편지를 접었다. 그리고, 성큼성큼 원기둥 램프에 다가가갔다. 덮개를 열고 편지를 안에 넣는다.
어린아이들 중 누군가가 작을 소리를 냈다.
편지는 불길이 치솟아 불타간다. 그 불을 뒤로하고, 앨리스가 뒤돌았다.
실루엣이 되어 표정이 보이지 않는다.
"내가, 이미 영혼의 밑바닥에서 알게된 것 밖에 쓰여 있지 않았데이"
"그러네. 항상 언니가 말하는 거네!"
지나가 전신을 써서 끄덕이고, 아이들도 모두 찬동한다.
"그으럼, 내는, 좋을대로 할테니께. 니들도, 글케 하라고!"
앨리스의 말에, 아이들이 응! 하고 대답했다.
"그렇네, 이번엔 편지를 전해도,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느낌?"
끄덕이는 판의 옆에서 크레이가 머리를 좌우로 흔들었다.
"전한 것은 앨리스만이 아니겠지"
바퀴버레들은, 앞으로도 늠름하게 살아간다.
미움받아도 대수롭지 않다. 마지막까지 자신을 관철한 남자의 편지를 가슴에 품고.
그것을 확인하고, 두 명의 우편국은 안개 건너로 향했다.
제 4화 바퀴벌레들의 카지노 끌
제 5화 새의 무녀
세상 밖에 있는 영원의 오후 숲과,
세상 안에 있는 산 줄기를,
하얀 안개가 잇는다---.
1.
무엇하나 문명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 황야 한가운데. 기울어진 태양이, 하늘에서 반짝반짝한 빛을 보내온다.
적토 지면에서 뚫고 나온 하얀 바위에 허리를 걸친 작은 소녀가, 무뚝뚝한 표정으로 흑발의 청년 ---- 우편국의 크레이를 올려보고 있다.
그녀의 팔은, 독수리 같은 날개가 돼 있다. 피부는 갈색으로, 이마에는 문신이 있다.
이 산악시대에, 무수한 부족이 나누어 생활하고 있는 이모종(異貌種)중 하나 조인족 (鳥人族) 소녀다.
종족 풍습대로, 허리와 가슴에 최저한의 복장을 걸치고 있다. 아직 어른으로서의 발육이 시작되지 않은 것이 확실히 보인다.
"치키치는, 배가 고픈거라니. 날개도 움직이지 않고, 먹여주면 좋을테니"
그렇게 말하고, 치카치라고 말한 소녀는, 아앙 하고 입을 벌렸다.
연령은 10살 정도라는 이야기지만, 어조나 행동은 좀 더 어리게 느껴진다.
"... 그 그런가. 배가 고픈 건가"
난감한 크레이가, 주머니 속을 뒤지면 정강이를 차였다.
"오왁!"
소녀의 다리는 새와 같은 모양의 발톱이 나 있어, 꽤 아팟다.
"이봐, 안돼!"
크레이가 야단치면, 소녀는, 똑 하고 눈물을 흘렸다.
"치카치가, 배가 고프다고 말했다니"
와아아아앙 하고 소리 놀여 울었다.
"아니이, 눈치 없는 오빠네. 곤란하네에"
훌쩍 모습을 드러낸 것은, 맑은 금발을 가진 소년, 판이다.
"이걸 줄테니까, 우는 거 멈춰줘"
크게 벌린 소녀의 입에, 소용돌이 모양의 막대 사탕을 밀어 넣었다. 놀란 소녀의 눈물이 멈춘다. 쭈뼜쭈뼛 입을 우물우물 움직여서, 바로 열중하기 시작했다.
"우물! 모라고 하는 거야?"
눈을 반짝이며, 날개의 소녀는, 판을 바라봤다. 눈물은 완전히 말랐다.
"이건 말이야, 우물 우물 캔디라고 하는거야? 맛있죠. 처음?"
치카치는, 끄떡뜨떡 수긍했다.
"또 있으니까, 말이야"
머리를 쓰다듬으려고 하면 소녀는 몸을 비겨 판의 정강이를 발톱으로 찼다.
"아욱"
좋은 느낌으로 정해져 버린 것 같다. 판이 기절해 웅크려 안는다.
"네 자랑인 길들이기도, 로마 같이는 안돼는 모양이네"
바로 조금전 까지 펄쩍벌쩍 뛰고 있던 크레이가 아픔도 사라진 모양으로, 킥킥 웃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진지한 표정으로, 치카치를 꾸짖는다.
"이봐! 이 녀석은 확실히 수상하고, 손놀림이 불쾌하지만 말이야...."
"어이, 잠깐? 크레이군?"
"그래도, 너에게 캔디를 준 상대로. 갑자기 차면 안 돼"
날개 소녀는, 무뚝뚝하게 아랫입술을 내밀고, 크레이를 올려봤다.
팔-- 이라고 할까 날개는 상처로 움직일 수 없어, 다리를 올려 우물 우물 캔디를 붙잡는다. 허리에 감긴 천이, 대담하게 펄럭였다. 크레이가 눈을 피하면, 파닥파닥하고 날개로 맞았다.
"이야기를 할 때는, 상대제대로 보는거다니"
"오, 오우"
소녀의 눈동자는, 매를 똑 닮았다. 날카로운 반짝임을 띄고, 거기만은 어른스럽다.
"치카치의 머리는, 여신이 내려주신것 이다니. 남자는 만지면 안되는 거다니"
담갈색 머리는, 복잡하게 엮여 묶어 올려져 있다. 몇 개인가의 머리장식이 찔려있어, 무심코 만지면 머리형이 무너질듯하다.
"... 이 애는... 조인족 무녀님이니까 말이야 .... 많은 관습이 있는 거야"
끄덕인 판이 꾸물꾸물 얼굴을 들었다.
"그럼 말하면 돼. 말하지 않으면 전해지지 않아. 갑자기 차니까, 알아줄 것도, 몰라버리지....?"
크레이의 어조가, 도중에 외로워진 듯 했다. 어딘가 절실함이 배어있다. 하지만, 치카치에겐, 그 감정을 읽어낼 정도의 인생경험은 아직 없었다.
"... 귀찮아. 무리의 모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치카치를, 알아준다니"
"하지만, 공교롭게도 여긴 네 고향이 아냐. 고향은 저기"
크레이는, 황야의 저편에 고고히 치솟은, 검은 산봉우리를 가리켰다.
"그리고, 가야 할 곳은 저쪽이다"
그쪽에는, 하얀 눈이 덮인 산맥이 줄지어있다. 이 에스파니아 반도와, 구대륙 본토를 가로막는 산맥이다. 다른 지구에서라면 피레네라고 불리는 산맥이다.
"알고 있다니. 여신님의 마을이다니. 저쪽의 모두는, 치카치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아도 알아주는 게 당연한데. 심술궂은 날개 없는 거랑은 다르다니"
"배고파, 졸려, 목욕하고 싶어, 그것뿐이라면, 얼굴을 맞대는 것만으로도 알아"
".... 목말라,도 있다니. 말라 말라. 목이 마르다니"
치카치가, 우물 우물 캔디를 붙잡은 다리를, 붕붕 휘둘렀다. 한쪽 다리만으로, 흔들리지도 않고 서 있다. 대단한 밸런스 감각이지만, 스커트 안이.
"네네, 이것을 부디"
판이 수통을 내밀었다. 거기에 들어있는 것은, 그 특제의 차다. 입에 대고, 마시게 해준다. 조금 넘쳐서, 턱을 젖신다.
"뭐 하는 거야, 자"
짜증난 어조로 말하면서, 크레이는, 치카치의 턱과 목을, 구깃구깃한 손수건을 꺼내, 닦아줬다.
"헤에, 네가 손수건이라는 걸, 가지고 다니다니 생각하지 못했네"
"시끄러워"
크레이가, 판을 노려 봤을 때, 툭하고 치카치가 머리를 기울였다,
색색하고 숨소리를 내고 있다. 방금 전 판이 미시게 한 차의 효과가 나온 것이다. 우물 우물 캔디는 확실히 붙잡은 채지만.
"어이, 설마. 약이라도 마시게 한 건가?"
크레이의 목소리는 조용하지만, 조금 노기가 섞여 있다.
"일어나면 어떻게 할거 아냐, 이 애. 무심코 비명이라도 지르면 큰일이야. 이 나이 대의 조인 여자아이는 성가시단 말이야"
판은 태연히 말했다.
"아이를 상대로, 억지 부리는거 아니라고"
크레이는, 판을 노려봤다. 동시에, 캔디를 기름 종이에 싸고, 적당히 깊어 넣고있다. 그것을 보고, 판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네가, 엄마야"
들리지 않게 살짝 중얼거리고, 생긋 웃는다.
"안심해, 내 하는, 오히려 건강에 좋을 정도니까. 마음의 건강에 말이야. 그 기억을 옅게 하지 않았으면, 이런 식으로 기운 넘치게 있진 못했을 거 아냐?"
".... 잊어버리게 하면 돼, 라는 게 아니겠지"
크레이는, 치키치를 들어 올렸다. 머리가 흐트러지지 않게, 살짝 업는다.
깃털처험 가볍다는 비유가, 이런저런 의미로 어울렸다.
"... 정말로, 전하는 게 이 아가씨인 거야. 편지가 아니라"
크레이의 물음에, 판이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우리 우편국이 옮기는 것은 본질적으로 메세지야. 물론 편지라는 형태가 제일 많지만, 그것만으로 한 할 수 없어. 인간을 배달하는 일도 있어. 메세지를 전한다는 의미는 같아. 경험 부족 후배군에게는, 어지간히 와 닿지 않네"
"후배는 반년뿐이겠지. 나도 이 일은 1년이야"
화내는 말만 내뱉고, 크레이가 걷기 시작한다.
"그 반년의 경험 차이가, 그 아이를 구한 거야"
등에다 판에게 그런 말을 던지고, 크레이가 움직임을 일순간 멈췄다.
"... 두번 다신 그런 실패는 하지 않아"
"그렇게 바라고 싶네"
판은, 치카치에게 마시게 한 것과는 다른 수통을 꺼내서, 쑥 들이켰다.
"아, 목마르면 사양 말고 말해? 아무리 우리가 튼튼하다고 해도 이 햇빛과 열기는 힘들어. 그 아이를 등에 업는 것이, 네 일이고 약속 번복할 생각은 없으니까 말이야"
"몇번이고 확인하지마 몇번이고"
다시 걷기 시작하면서, 크레이는 던지듯이 말했다.
"기분 나쁜 건, 아직 이렇게 생각하고 있어서니, 도와줄 수 없을까, 하고"
크레이는 대답하지 않는다. 대답하지 않는 것 그 자체가, 긍정의 의사표시였다.
이 아가씨는, 여기서 도보로 6시간 정도 떨어진 장소에서, 다 죽어가고 있었다.
크레이와 판이, 빛나는 안갯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때.
거기선, 제국연맹 군용비행기가 불타고 있었다. 잔재 주변에는, 10명 정도의 조인족들이, 무참한 모습으로 쓰러져 있었다. 무승부가 난 것 이겠지.
치카치는 날개가 없는 쪽으로 구부러져, 어른들의 피로 붉게 물들어, 기절해있었다.
처음, 크레이는 치카치가 죽었다고 생각해서, 그대로 지나치려고 했다.
판이 알아차리고, 그곳에서 끌어내지 않았으면, 비행기에 탑재되있던 폭탄의 유폭에 말려들어, 죽었겠지.
크레이가 실패는 없다고 말한 건, 그것이다.
"모두 비행기에 실은 폭탄으로 날려버려서, 사정은 몰라. 네가, 보낼 곳을 아는 권능이 있어서 다행이야"
판이 말하는 권능은, 영원의 오후 숲의 주민들이 가지는 일에 도움이 되는, 조그만 능력에 대해서다. 크레이는 편지를 보낼 곳을 직감적으로 아는 것이 가능하다. 판은 어느 것이 전달할 편지가, 어디에 있는지 안다.
치카치가 잠든 것을 확인하고, 크레이는, 판에게 말을 걸었다. 조인족은 용맹 과격하지만, 의미 없는 싸움은 하지 않는다. 비행기와 싸운 것은, 재대로 이유가 있었겠지.
판과 크레이가 치카치를 간병 하고 의식을 되찾게 하는데, 하루가 걸렸다. 눈을 뜬 치카치는 싸움의 이유를 몰랐다. 여행의 이유만은, 알고 있다.
"이 아이는 무녀야. 조인족이 받드는, 붉은 관의 여신 축제를 열기 위해, 태어나 자란 검은 고고한 봉우리에서, 만년설을 품은 산맥으로 옮겨가는 도중이었다...."
조인족은, 수많은 부족으로 나뉘지만, 한번 여신의 아래에서 일단 한번 단결하고 있다.
"왕국연합과 제국연맹의 전쟁도, 벌써 4년이야. 엥그리아에 새로운 여왕이 즉위해서, 흡혈귀가 배반하고...."
하고, 거기까지 말하고, 크레이는 흡혈귀의 여 리더들을 떠올리고, 몸을 떨었다.
"지금은 왕국 연합 측이 유리하지만 말이야아. 그 만큼, 위험하다고 생각한 제국연합이 뭘 할지 모르고 말이야"
판은 말하는 내용에 비해 편해 보인다.
"아무리 조인족이, 전쟁하고 있는 어느 왕국에도 속하지 않는 독립종속이라고 해도, 뭐어 무관계하지 않게 돼. 그래서, 다시 한번 여신님의 말을 구한 거겠지"
"조인족에게 이 아이를 보내는 것이, 세상의 균열을 매우는 건 좋아. 세상을 묶는 인연이라는 건, 좋은 말이야. 하지만 말이야, 애초에, 균열이 생기지 못하겐 못하는 건가"
어질러진 조인족의 시체를보고, 토해버리면서, 크레이는 계속 기분이 나빴다.
우린, 항상 항상 선수를 빼앗겨 돈다. 그것을, 무참한 사자(死者)들을 보고, 다시한번 뼈저리게 느껴버린 것이다.
판은 이런이런 하고 말할 뿐으로, 머리를 좌우로 흔들었다.
"그래서, 너에겐 회수를 맡길 수 없는 거야. 회수하고 불렀으면 좋았는데 말이야"
"...."
크레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치카치가 눈을 떠서, 재우고 있었던 것이다.
쇠약해진 치카치를 되살아나게 한 것은 판의 약초차다. 더욱더, 사건의 기억을 옅게 해, 눈앞에서 가족이나 친구인 어른들이 죽은 충격에서, 그녀의 마음을 지켰다.
덕분에, 구하고 나서 2일째 그녀는 필시 평범하게 행동하고 있다.
그것이 아직,크레이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
"좀 더 빨리 오면, 이 아가씨의 마음을 조종할만한 짓을 하지 않아도....."
"10명의 조인족 전투와 군용 비행기의 배틀에, 하늘도 날지 못하는 우리가, 어떻게 개입한다는 거야. 네 은 팔도, 닿지 않아"
그렇게 판에게 지적당하면, 크레이는, 수긍하지도 못한다.
"어쩔 수 없잖아. 우린 애초에, 세상 밖의 주민이야. 균열이 생겨야, 처음으로 들어가는 거야"
판의 목소리가, 너무나도 편한 듯이 들려서, 그만 크레이는 반론해버렸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가 없잖아. 좀 더....."
"누가 포기한다고?"
비등한 크레이의 감정에, 얼음을 털어놓는 듯한 판의 목소리.
"그건 모욕이 아닐까나. 학자나 연구자에게"
세상의 구조를 조사하고 있는, 숲에 사는 동료들이다.
세상에 균열이 생긴 때 그것을 막지도 못하고, 한발 앞서 달려갈 수도 없지만. 그런 시행착오는 계속 행해졌던 것이다.
"한 조각의 성과도 없지만, 포기한 게 아니야. 쓸데없을지도 모르지만, 끈질기게 계속하고 있으니까 말이야. 쓸데없을지도 모르겠지만. 거기에 한번 벌어진 균열에 계속 이쪽에 남아, 특별한 힘도 없이, 힘내고 있는 동료도 있어. 선생님들이라던가 보모씨들이라던가.... 그러고 보면, 너에겐 소개하지 않았지만. 그런 사람들도 있어. 포기 따위, 안 한다고"
판의 말에는, 자신에게 들려주는 듯한 울림이 배여 있다.
"... 하지만, 도움이 되지 않겠지"
크레이는 아직 이해하지 못한 얼굴이었다.
하지만, 그 이상 대화는 이어지지 않았다. 아니, 이을 수 없게 됐다.
지평선 건너에서, 1대의 증기 자동차가 온 것이다.
숨을 곳 따윈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평원이다. 도망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크레이와 판은, 증기 자동차가 가까이 오는 것을 기다렸다. 군용 덮개 없는 타입이다. 뒷좌석에 커다란 기관총이 고정돼 있다.
타고 있는 것은, 제국의 군복을 입은, 3명의 남자이다.이 근처는 조인의 독립자치구로 중립이지만, 남으로 가면 바로, 제국연맹에 참가하고 있는 카타로니아 왕국이 있다.
증기차는, 10m 정도 거리를 두고 정차했다. 기관총이 크레이를 노린다.
"치카치를 내려두는 편이 좋지 않을까나"
그렇게 말한 판을, 크레이는 가볍게 노려봤다. 조금 망설이면서, 충고에 따르기로 한다.
조인 소녀는, 꾸벅꾸벅 조는 상태로, 흔들거리면서 지면에 섯다.
그런 모습을 증기차 조수석에 앉아있던 남자가, 차가운 눈으로 바라봤다.
남자가 일어선다. 총을 조종하는 것과 운전적에 있는 것은 군사 제복을 입고 있지만, 이 녀석은 장교 제복을 입고있다.
기관총수가, 쾌활하게 웃었다. 아직 젊다.
"소위 해냈네요. 연료보급하러 돌아가는 도중에, 표적을 찾아내다니. 소령은, 운이 좋은 부장이라고 들리지만, 정말이네요!"
"시끄럽다고, 한스"
운전수가, 기관총수를 입 다물게 한다. 군사들은, 무기를 손에 쥐고, 압도적으로 우위인 장소라고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역시나 지휘관인 장교는, 방심하지 않는다. 권총을 손에, 빈틈없는 눈빛으로, 크레이와 판, 그리고 치카치를 바라보고 있다.
신체능력은 발군인 크레이도, 이 상황은 경솔하게 움직일 수 없다. 자기만이라면 어쨌든, 만에 하나, 치카치가 총이라도 맞으면 곤란하다. 상대는 프로 군인이다. 서투른 갱들과는 사정이 다르다.
"그 새를 이쪽에 넘겨"
"어느 새?"
일부러인 듯이 판이 두리번두리번 돌아보면, 빵하고 발 밑의 작은 돌맹이가 튀었다.
제국 장교가, 총을 쏜것이다. 물론, 일부로 빗나갔지만.
서 있는 채로 자고 있던 치카치가, 깜짝 눈을 떴다.
"우리, 중립국 민간인입니다만. 이무리 목격자가 없다고 해도, 쏴죽이는건 위험한 거 아닙니까. 제국 국인의 명예를 걸고"
천연덕스러운 얼굴로, 판이 말했다. 느긋한 울림에 안심한 건지, 치카치가 다시, 비틀거리기 시작한다.
"민간인이라고 생각하기야말로, 먼저 경고하고 있는 거다"
장교의 표정은 냉정한 것이었다.
"거기에 있는 병아리를 가엽게 여긴다면, 우리에게 보호하게 햐야할 따름이다. 인간의 말을 이해하는 새들을, 악랄한 왕국연합 놈들이 속여, 우리 제국에 무모한 전쟁에 달리게 하고 있어. 병아리는, 그 씨앗으로 쓰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제국 군인의 자기 시점의 말을, 공평한 입장에서 다시 말하면 이렇게 된다.
중립이었던 조인족이, 왕국 연합 측에 붙으려고 하고있다. 제국은 그것을 저지하고 싶다. 덤으로 그 아가씨는 동맹을 맺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래서 넘겨.
라는 게 된다. 제국비행기와 조인들의 싸움도, 그것이 원인으로 일어난 것이다.
"과연. 대략적인 사정은 이해 됐네"
"...그러네"
판의 말에 끄덕이며, 크레이는, 오른 다리를 계속 앞으로 냈다. 치카치가, 거기에 달라 붙어서 색색 숨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다시 총성이 울려 퍼졌다.
"움직이지 마"
크레이는 오른 다리를 당겼다. 치카치가 지지대를 빼앗겨, 칭얼거리지 시작한다. 겉보기 이상으로 내용물은 어리다. 행동은 아기다.
"... 역시 이모종 따윈 짐승에 지나지 않아, 흡혈귀 놈들이 반역해줘서, 도리어 잘됐다는 것이다. 가축으로서 길들여야만 해"
장교의 말은, 제국 연맹의 일반적인 생각이다.
한편, 왕국 연합은, 말을 이해하는 모든 생명을 인간으로 본다.
"길들여 지는 것에 반항하는 짐승은, 살려두면 인간에게 해를 가하게 돼 ... 움직이지 마, 민간인!"
장교의 총이, 이번에야말로 판을 노린다.
그는, 일부러인 듯이 귓구멍에 손가락을 넣고, 청소하는 척을 하고 있다.
"미안하네요, 권총 소리로 잘 들리지 않게 되서. 하지만, 넘기고 자시고, 비무장인 민간인이, 반항할 거라고 생각합니까?"
판은, 귀에서 뗀 양손을, 높게 들여 보였다. 크레이도 마지못해 손을 올린다.
"네놈, 그 팔은 뭐야?"
크레이의 은팔이, 석양빛은 반짝하고 반사했다. 3명의 제국 군인이 주의를 집중한다.
그 순간의 틈에, 판이 웅크려 앉았다.
"미안해, 치카치짱. 있는 힘껏 울어도 되니까"
소녀의 엉덩이를, 꽉 꼬집었다.
BI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
귀에 직점 손을 넣라 뇌수를 흔드는 듯한 소리가 울렸다.
운전수와 기관총수는, 저마다 핸들과 방아쇠에서 손을 떼고, 귀를 눌렀다. 장교는 깜짝 놀랄 정도의 근정을 보여서, 권총을 조준한 채지만, 전신이 부들부들 떨고 있다.
판만이 재빠르게 움직였다.
귀를 청소하는 척을 하고, 귀마개를 미리 끼워둔 덕분이다. 이 같은 손 끝 기술 트릭은, 그가 자랑하는 기술이다.
판은, 재빠르게 크레이의 귀에도 귀마개를 끼웠다. 등을 찌른다.
그 의미를 이해하는데, 말의 보충은 필요 없다. 한번에 거리를 줄이고, 저마다의 목덜미에, 은 팔을 날린다. 3명을 기절 시키는데, 합계 10초도 걸리지 않았다.
그 등 뒤에서, 판이, 새로운 캔디바를 꺼내 울부짖는 치카치의 입에 쑤셔넣었다. 딱 울음을 멈춘 치카치가 열심히 먹기 시작한다.
초음향 절규가, 조인들의 카드다.
판은, 기절한 군인들이, 당분간 눈을 뜨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의기양양한 얼굴로 해설을 시작했다.
"... 역시 이모종 따윈 짐승에 지나지 않아, 흡혈귀 놈들이 반역해줘서, 도리어 잘됐다는 것이다. 가축으로서 길들여야만해"
장교의 말은, 제국 연맹의 일반적인 생각이다.
한편, 왕궁연랍은, 말을 이해하는모든 생명을 인간으로 본다.
"길들여지는 것에 반항하는 짐승은, 살려두면 인간에게 해를 가하게 돼 ... 움직이지마, 민간인!"
장교의 총이, 이번에야말로 판을 노린다.
그는, 일부러 인듯이 귓구멍에 손가락을 넣고, 청소하는 척을 하고있다.
"미안하네요, 권총소리로 잘들리지 않게 되서. 하지만, 넘기고 자시고, 비무장인 민간인이, 반항할거라고 생각합니까?"
판은, 귀에서 뗀 양손을, 높게 들여보였다. 크레이도 마지못해 손을 올린다.
"네놈, 그 팔은 뭐야?"
크레이의 은팔이, 석양빛은 반짝 하고 반사했다. 3명의 제국 군인이 주의를 집중한다.
그 순간의 틈에, 판이 웅크려 앉았다.
"미안해, 치카치짱. 있는 힘껏 울어도 되니까"
소녀의 엉덩이를,꽉 꼬집었다.
BI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E!!!!!!
귀에 집점 손을 넣에 뇌수를 흔드는 듯한 소리가 울렸다.
운전수와 기관총수는, 저마다 핸들과 방아쇠에서 손을 떼고, 귀를 눌렀다. 장교는 깜짝 놀랄 정도의 근정을 보여서, 권총을 조준한 채지만, 전신이 부들부들 떨고있다.
판만이 재빠르게 움직였다.
귀를 청소하는 척을 하고, 귀마개를 미리 끼워둔 덕분이다. 이 같은 손 끝 기술 트릭은, 그가 자랑하는 기술이다.
판은, 재빠르게 크레이의 귀에도 귀마개를 끼웠다. 등을 찌른다.
그 의미를 이해하는데, 말의 보충은 필요없다. 한번에 거리를 줄이고, 저마다의 목덜미에, 은 팔을 날린다. 3명을 기절시치는데, 합계 1ㅔ초도 걸리지 않았다.
그 등뒤에서, 판이, 새로운 캔디바를 꺼내 울부짖는 치카치의 입에 쑤셔넣었다. 딱 울음을 멈춘 치카치가 열심히 먹기 시작한다.
초음향 절규가, 조인들의 카드다.
판은, 기절한 군인들이, 당분간 눈을 뜨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의기양양한 얼굴로 해성을 시작했다.
"좀더 상대를 공부해두면 좋았을텐데, 군인씨. 조인의 절규는, 10살 정도에 제일 효과가 높은거야"
"자세하네..."
귀마개를 벗을 크레이가, 비틀비틀 증기차에 다가가, 조수석에 주저앉았다.
안색이 새파랗다. 잠지 듣고 있었지만, 꽤 타격을 받은 것 같다. 소리 크키 만이 아니라, 뇌에 주는 자극이, 자율신경을 혼란시켜서, 고동이나 호흡의 페이스를 흐트러트리는 것이다.
"조인은, 나와 같은 지구의 동료니까 말이야. 이래저래 알고있어"
"... 미리, 나한테도 알려줘...."
크레이가, 눈과 손 끝 만으로, 치카치를 불렀다. 캔디바를 먹고 있는 채로 아가씨는 순수히 가까이와, 툭하고 크레이의 무릎에 탓다.
"아, 내가 운전하는 거야?"
"당연하겠지. 나는, 이 아이를 안는 일이 있어"
크레이는 눈을 감았다. 판이 옆 운전석에 앉으면, 치카치는 빤히 노려본다. 먹을 것을 준건 어쨌든 엉덩이를 꼬집은 것은, 잊지 않은 모양이다.
2.
증기 자동차로 간것은, 도보로 12시간 걸리는 거리다. 산 중턱까지 도착했다.
거기서 연료인 석탄이 떨어졌다. 기관총과 무선기를 부셔두고, 산골짜기레 버려버린다. 무기로서 기관총에는 매력이 있었지만, 유감스럽게도 너무 무겁다.
여기서 부터는, 마침 바위산을 오르게 된가. 어차피, 자동차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해는 이미 져서, 어둠속을 올라가는 것보다도, 하룻밤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물과 전투식량이 자동차에 준비돼 있다. 맛보다도 영양중시지만, 황야에서 도마뱀을 붙잡거나, 선인장 과육을 아시는 것보다는 아직 낫다.
"딱딱하다니. 대신 앂어줘라니"
하지만 치카치의 턱으로는 제국군의 긴급시에는 쇠망치 대용으로 쓰인다고 말하는 빵을 문자 그대로 이가 들어가지 않는 모양이다. 모닥불로 가겹게 구웠지만 아직 딱딱하다.
"대신 앂으라니 너.. 10살을 됐지 .... 그"
빵을 내밀어서, 크레이가 당항한다.
어린아이 대신 부모가, 소화하기 힘든 음식을 앂어 부셔준다는 것은, 야생동물이라면 흔히 있는 이야기다. 조인족에겐 평범한 ㄷ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크레이에겐 곤란한다. 아앙하고 입으로 옮겨달라니 더욱더 곤란하다.
"아아, 치카치는 그런거 먹지 않아도 돼니까. 자, 이거"
어디에 가지고 잇었던건지, 판이 새로운 치즈케이크 바를 내밀었다.
"너무 달지 않다니"
한입 베어먹고 치카치가 머리를 갸웃한다. 덧붙여서 날개에도 작은 손톱이 있어, 가벼운것이라면 들수있다. 상처입은 힘줄도 좋아져서, 그 정도는 들수있게 됐다.
"단편이 좋니?"
"이건 그래도 맛있다니"
"... 과자만 먹는 건, 어떤가 생각한다고"
크레이가 판을 노려봤다.
"역시 엄마 속성이네, 크레이는"
"하앙?"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지 못한 모양으로 크레이는 미간에 주름을 지었다.
"괜찬잖아, 오늘 내일 인걸"
판이, 머리위를 올려다 봤다. 가득찬 별하늘에, 험악한 산의 실루엣.
그 산위에 산다는, 조인들의 취락에 도착하면, 확실히 치카치는 원래 생활에 돌아가겠지... 하고 크레이가 생각한 때.
별들의 조명에 커다란 그림자가 지나갔다.
"모닥불을꺼"
판이 지시를 내리기보다도 빨리, 크레이는 물에 흙을 덮었지만 정말 조금 늦은 모양이다. 거대한그림자가, 크레이의 앞으로 급하게 내려왔다.
맴금류에 닮은 날개는 폭이 10 미터, 5미터 정도의 진 머리 끝에, 악어와 맹금류를 매단듯한 머리가 달려있다. 깃털있는 용 하늘을 나는 죽음 같은 것으로 물리는, 이 지방에만 살아있는 거대란 육식생물이다. 새와 공룡의 중간에 해당하는 생물이다.
괴물은, 천천히 머리를 움직여, 크리에와 판을 본다.
크레이가, 판에게 속삭였다,
".... 이번엔 몇 발분 가지고 왔어?"
"2발이네"
크레이의 은팔에는 모든것을 파괴하는 에너지를 방출하고있다. 하지만 그것을 사용하기에는 고가의 에너지 탄을 소모해야만 한다. 탄알을, 판이 관리하고 있다.
"지금은... 써야할때가 아닌가?"
"으으응... 그럴지도"
판이, 우편가방 제일 깊은 곳에 손을 뻗었을 때였다.
아침이 왔다.
아니, 해가 떳다고 착각했다. 작은 새의 지저귐이 들려서다. 지저귐은 동시에 몇개나 들려오는 듯했다.
치카치의 입에서 작은 새들의 아침 코러스가 들려온다. 하나의 목에서, 동시에 볻수의 기저귐이 연주된다. 가사 없는 노래가, 이슬의 반짝임과 상쾌한 바람을 노래했다.
지저귐이, 급속도로 탬포를 올려, 휴이리리리리리리 하고 꼬리를 끄는 울림 소리로 바뀌었다. 낮에 사냥하는 조류 독수리의 소리, 날개가 바람을 가르는 소리. 한밤중인데, 눈부신 태양이 느껴질듯한 곡이었다.
그것이 천천히 속도를 떨어트려, 이윽고 까마의의 자장가가 돼었다. 낮은 저녁이 되어, 외로움을 격화시키는 샛소리가 몇개고 교차하고.
밤이 왔을때, 깃털에 덮인 거대한 새는, 잠이들어있다.
"길을 애해 지쳤다니. 밤에 사냥을 할 녀석이 아니다니"
치카치는, 부드럽게 입가를 구부렸다.
크레이의 눈에는, 그 때의 치카치가, 자애로 넘지는 어머니의 표정으로 보였다.
판과 크레이가, 자신을 보고있는 것을 깨닿고, 치카치는 발끈 해서 웃었다.
"치카치는 여신의 무녀니까니. 여신씨의 우내를 대신 노래해준다니"
그렇게 말하고, 커다한 하품을 하고, 대구루 잠들어 버렸다.
아무래도, 그대로 거대란 새 옆에서 잠들정도로, 크레이와 판도 배짱 좋지는 않다.
치카치를 안아올려, 조금 떨어진 장소로 이동했다.
물론, 거대 새가 그럴 마음이 들면, 바로 찾아내 버리겠지. 위안이다.
서로 선잠을 자고, 밤이 밝앗다. 결국 새는 오지 않앗다.
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본격적으로 힘든건 여기부터다.
본래라면, 재대로 훈련을 쌓은 등산가가, 장비를 준비해 도전할 만한 산이다. 조인들이 살수있는 것은, 하늘을 날수 있어서다.
하지만, 크레이와 판은, 평소의 우편국 제복차림이다.
등에 치카치를 동여매고, 자신의 손발만을 의지해 돌산에 도전해 간다.
자갈에 덮힌 고개를 지나며 손 끝의 감각만을 의지해 절벽을 오른다.
아침 일찍 오르지 시작했지만, 길은 험하고, 꽤 진척되지 않았다.
절벽 오르기를 끝내고, 조금 완만한 고개가 되었다. 이제, 주변에 식물은 대부분 보이지 않는다. 변변찮은 녹색이, 바위에 달아붙어있는 정도다.
"이.... 상태면.... 도착은 ... 내일이 될....까나"
판은, 완전히 숨을 멈추고 있다. 그래도 휴식하자고는 말하지 않는다.
"너는 화물이 가벼운데, 왜 그렇게 지치는 거야"
크레이도 사실 꽤 힘든 느낌이지만, 의지로 얼굴에 내지 않는다.
"... 조인 .... 이니까... 그렇게 무겁지 않.... 죠"
"우냐우?"
크레이의 등에서 자고있던 치카치가 눈을 뜬다.
"무겁다니? 치카치, 무겁다고 말했다니?"
"말 안했어. 공기처럼 가벼워"
크레이가, 고개를 달렸다. 등에 있는 치카치가, 꺄 꺄하고 기뻐한다.
"치카치는 가벼워. 가벼우니까 괜찮아"
조인 소녀는, 크레이의 등에서, 꿈지럭대기 시작했다.
"치카치, 슬슬 날고 싶다니"
".....정말일까나...."
비틀비틀 가까이온 판이, 날개가 달려있는 부분을 가겹게 움켜쥐었다.
치카치가, 깜짝놀라 떨었다.
"아웃. 판은 싫어. 아픈것만 해"
치카치가, 울먹이며 판을 노려본다. 싱처입은 날개는, 아직 낫지 않은 모양이다.
판은, 노려보는 치카치를 향해서, 조금 입을 내빌어 보였다.
"하지만 ... 맛있는것 준것도... 나야? 크레이는 야단만치치 않아?"
"크레이는 무서워. 무섭지만 조아"
치카치가, 크레이의 목덜미에 뺨을 댔다. 그녀가 날개가 아닌, 팔을 가지고 있다면, 끌어안았겠지.
"아니, 이건 곤란하네. 아직 우리 후배군은, 신부를 얻을 만한 한사람 몫을 하지 못해"
"누가 누굴 신부로 삼아! 너는 사람을 놀리는 때만은 숨이 멈추는게 낫는건가"
"어라 이런. 휴식하자고 말할 생각이었는다. 아직 걸을수 있는게 들켜버렸어"
판이 웃으면, 치카치도 웃었다. 그리고 그녀는 말했다.
"치카치는 누구의 신부도 아냐. 무녀니까"
그것은 최선의 자랑을 담은 말이었지만, 동시에, 깊숙히 외로움을 집어넣은 것이기도 하다.
"무녀는, 신의 아내니까, 사람인 남편은 가질수 없다던가, 그런 건가? 어라, 하지만, 너희 신은 여신이지?"
크레이가, 드물게, 너무 생각하지 않고 말을 했다. 그때다.
"변함없이 무지하네. 그래도 안팔의 소유주인가"
약간 인공적인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붉은 관의 여신을 섬기는 무녀가, 누구와도 결혼하지 못하는 것은, 여신의 신탁을 전할 때 죽어버리기 때문이 아닐까. 어째서 생각하지 못하는걸까, 약차 사용자"
"어디야 인형 조종사!"
크레이는, 또다시 드믈게, 황급하게 좌우로 시선을 달렸다.
크레이와 판의 숙적, 세상을 잇는 그들에게, 융합한 세상을 떼어놓으려고 암약하는 갈라 놓는 자중 한명이다.
"새삼스레, 당황하지 않아도 괜찮겠지, 은팔. 거기에, 본인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있어. 그 아이에게 듣지 않아도 괜찮아"
"자각이 있는데, 타인에게서 무신경하게 들이대는건 싫죠"
판이 뛰쳐나가, 가까이에 있던 작은 풀숲에 다리를 디뎠다. 튼튼한 구두에서 빵하는 소리가 들리고 한줄기 연기가 피어올랐다.
"그 아이가 이 산을 향하고 있던 이유를 알려주지"
근처 바위 그늘에서, 소리가 들렸다. 거기에, 판이 달려간다. 바위그늘에서 튀어나온 작은 거미가, 스피커에서 인형조종사의 목소리를 계속 흘린다.
"여신의 신탁을 받기 위해서야. 어떤 신탁이 될지는, 정해져있으니까 말이야. 자기들을 새라고 부르는 제국 놈들과 싸우라고 알리는거야. 신탁이 없으면, 조인들은 중요한 결단을 내리지 못해. 정해도, 자신을 가지지 못해, 실행하지 못하는 거야"
거기서 판이 뒤쫓아, 거미를 밟아 부셨다.
크레이의 등에서, 치카치는 계속 떨고있다. 목소리가 또 다른곳에서 울린다. 울린다. 울린다.
"그 어이가 가지 않으면, 조인들지, 왕국연합에 붙을일은 없어. 그렇게 돼면 전쟁은 길게 끌게 될지도 몰라. 붙엇다고 해도, 전쟁이 빨리 끝난다고만을 할수없고, 죽지 않아도 될 조인이 죽을 뿐이야. 아닐까?"
"적당히해!"
크레이가, 은판을 치켜들었다. 만일에 대비해 준비한 에너지는 장전해뒀다.
"우와..... 잠깐"
판이 발 밑으로 뛰어오는 것을 기다리고 크레이는 전방위에 파괴 에너지를 내뿜었다.
그들을 중심으로한 반경 20 미터가, 평평한 빈땅이 된다.
"이런, 써버렸네, 카드를"
비웃음 소리가, 쿠웅 하는 무거운 발소리와 함께 가까이 왔다.
급한 산맥을 달려오는 것은, 유달리 거대한 검은 산양이다. 그 뒤에 많은 무리가 달리고 있다. 이 산악시대의 왕이라고 불러야할, 셈레슈 산양. 그 발굽에 걸렸다간, 인간따윈, 순식간에 넝마조각과 다름없어 지겠지. 바위사태가 거꾸로 올라오는 것 같은것이다. 도망칠수 있을리가 없다.
"너희, 내 재주는 익숙하니까, 새로운 취향을 준비했어. 진짜야"
"기게가 아니라고 해도, 전부 조종할수 있는게 아니겠지"
크레이는, 정면으로 밀어닥치는 산양들을, 정면으로 바라봣다. 선두의 검은 산양이 리터다. 뒤는, 그냥 달리고 잇을뿐이다. 어째서 리더가 폭주를 시작햇는지도 이해하지 못하고, 어째서 그렇게 해야하는지도 모르고, 그저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따라오고있다.
"판, 내놔"
산양들을 바라보는 채로, 크레이는, 말빝에 앉아있는 판에게 손을 내밀엇다.
"쓰는거야아? 런더니아에세 쓴 것도 아직 대금을 갑지 못했어?"
"됐으니가, 내놔. 늦어"
"... 당분간은 밥에 불평하지 마"
판이, 우편가방에서, 카트리지를 꺼냈다. 밖아채는 듯이 빼앗아, 재빨리 장전한다. 크레이는, 치카치를 등에 엎은채로, 은팔을 똑바로 정면으로 향햇다.
검은 산양은, 아무런 죄도 없다. 그저, 조종당하고 잇을 뿐이다.
하지만, 다른 수단을 생각할 시간이 없다.
".... 사과 않한다고"
중얼거리고, 선두에 서있는 검은 산양을, 은팔로 소멸시켰다. 리더가 사라진 순간, 무리는 보조를 흐트렸다. 제멋대로 달리기 거나, 서있는 것도 있다.
치카치에게 다가오는 것은, 없었다.
3.
모닥불이 불타고 잇다.
산양들의 폭주가 완전히 흩어지기 까지 움직이지 않고 있었더니, 완전히 해가 져버렸다.
바위 그늘에서, 야박하기로 했다. 이런 일도 있겠지 하고, 얼마의 장작을 가져온것이다. 그 불로, 사라지다 남은 검은 산양의 말을 구워, 식사했다.
죽여버린 상대를, 잊지 못하는것 또한, 죽인 쪽의 예의라고, 크레이는 생각한다.
오늘 밤도 모닥불을 둘러싸고, 크레이와 판은 마주보고있다.
"녀석이 일부러, 이쪽에게 가르쳐준 이유는 알겠지? 넘어가버릴 생각?"
판은 인형조종사가 일의 진상을 알린 이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크레이의 무릎 위에서, 치카치는 잠들어있다.
여신의 신탁을 받는 의식을 위해, 살해당하는 운명을 가진 소녀다. 자신도 그것은 알고도, 소녀는, 의식이 행해지는 마을로 향하고 잇다.
크레이와 판에게, 거기까지 옮겨지려고 했다.
치카치 자신은, 그것에 의문을 가지지 않는다.
그것을 위해, 순수배양돼서다.
"일고있었네, 너"
크레이의 물음에, 판을 어깨를 으쓱했다.
"알고도, 나에게 이 아이를 데려가게 하려고 한거네?"
한번더, 크레이가 물어서, 판은 긴 한숨을 쉬었다.
"조인족은, 내가 살고있던 지구의 종곡이니까말이야. 그 나름의 지식이 있어"
완곡한 긍정이었다.
"독립독보의 조인족이 왕국연합측에 붙으면, 원래 제국에 반감을 가지고 잇던 이모족은, 모두 왕국연합에 붙겠지. 흡혈귀도 배반했고, 제국은 져. 전쟁이 빨리 끝나면, 전체적으로 봐선 죽는 인간의 수는 줄어"
".... 대를 살리기 위해 소를 잘라버린다. 흔히 있는 일이야. 하지만, 그것을 핑계로 아무것도 맞서지 않고 잘라버리고 잘라버리고, 결국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게 되버린 세상을 나는 알고있어"
크레이는 딱딱한 목소리로 내뱉었다.
"크레이의 지구는, 이 누덕누덕 기운 세상에도, 대부분 남아있지 않으니까...."
역시나 진지한 표정으로, 판은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평행세계, 혹은 멀티페이스라는 개념이있다.
조금씩 달라진 세상이 서로 이웃하여 서로 그 존재를 모르는 채로, 섞이지 않은 평행세선으로서 지대고 있다, 라는 생각 방식이다.
누군가가 나뉘어진 길로 오른쪽으로 갈지 왼쪽으로 갈지를 선택한다. 선택하지 않은 쪽은 사리지지 않고, 세상 그 자체가 거기서 2개로 나뉘는 것을 알게된다고 한다. 이렇게 역사는 무한하게 갈라져있다.
흡혈귀도 인랑도 존재하지 않는, 인간밖에 없는 지구.
증기기관이 없는, 내연기관이 발달한 지구.
제국이 독일, 왕국이 영국, 신대륙이 미국이라고 불리는 지구.
있을리 없을 역사는 모두 지금도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다. 그것이, 평행세계다. 그런 무수란 지구 안에서는, 멸망의 길을 선택해버린 것도 있다.
파멸한 무수의 지구. 그 지구의 조각을, 누군가가 이어 붙였다. 시간과 공간의 틈에 사라져버릴 것이었던 여러가지 마음 소원 사랑이나 행복을 주워들었다. 조각이, 어떻게든 하나의 세상으로 모인 때, 크레이와 판이, 지금 존재하고 잇는 세상이 태어났다.
패치 워크 어스(patchwork earth: 그러모은 지구)
투박한 누더기에 지나지 않으니까, 때로는 벗겨져 뿔뿔히 흩어질것 같아지기도 한다.
세상의 주민 대부분은, 누덕누덕 기운 세상이, 처음부터 이런 형태였다고 믿고있다. 사실을 믿고있는 것은 2종류의 존재뿐이다.
벗겨져 뿔뿔히 흩어지려고 하는 세상을 매어두는 크레이와 판같은 꿰매는자들과, 이유는 모르겠지만, 세상을 한번더 갈라놓으려고 하는 자르는자들.
크레이는, 이런 식으로 세상을 이은 것이 어떤자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주어진 일에는 만족하고있다.
그가 있던 지구는 이 세상에도 정말 미약한 흔적밖에 없다. 대부분 고향의 사물을 찾은 적도 없다. 그래도, 어딘가에 있다면 지키고 싶다고 생각했다.
"크레이는 고향인 세상이 멸망의 길을 선택한 것에는, 자신에게도 책임이 남못지 않게 있어. 그래서, 이 일을 진지하게 하고싶어... 라고 생각하고 잇는 거네"
"... 너에게, 전 세상에 대해 이야기한적은 없을텐데"
"그건 피차일반. 하지만, 함께 일하고 있으면, 어쩐지 전해지는 것도 있고"
"나는, 네가 뭘 생각하고, 이 일을 하고있는 건지, 전혀 몰라"
"너는 알기 쉬워. 죄 의식이, 항상 얼굴에 나와. 어떤 죄인지는 모르지만"
죄, 라고 말했을 때, 크레이의 몸이, 미약하게 떨린다.
"그런걸 간파해서 인형 조종사녀석은 일부러 이런 걸 생각한거야. 동요한 네가, 치카치와 도망쳐, 결과로서 배달은 하지못하고 끝난다..."
"그럼, 뻔히 알고 있으면서 이 애를!"
노성을 지르려고 한 크레이의 목소리는 도중에 시들었다.
무릎 위에서, 치카치가 자다가 몸을 뒤척여서다.
"... 이 애를 희생하라는 건가? 대를 구하기 위해, 하나를 희생하라고"
"치카치가 신탁을 내려, 대가 구해질지 어떨지 따위, 몰라"
판의 목소리는, 온화했다.
"우리가 가능한건, 전해지지 못할것 같은 메세지를 넘기는 것. 거기서 무엇을 퍼내서, 어떻게 행동하는데에 대한 간섭은... 에-음, 가끔은 해버리지만 말이야"
자신의 행동을 떠올리고, 모호해졌다.
"어쨌든, 간섭하는 것도, 메세지를 전하고 나서의 이야기야. 우리가 전하는 것은 치카치가 아냐. 치카치에게 맡겨진 닿지 못한 마음이니까"
"... 그런 진지한 얼굴을 보는건 처음이네"
크레이가, 치카치의 머리를 섬세한 손짓으로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그럴까나?"
".... 항상 그런 태도라면, 나라도, 선배 티를 내더라도 순수히 말을 들을지도 몰라"
침착한 표정으로, 크레이는 말했다.
"금후는 노력해 볼게. 어쨌든, 네가 단념해줘서 다행이다"
그런 말을 듣고, 크레이는 깊이 수긍했다.
"아아. 판이 말하는건 옳아. 이치론 이해할수밖에 없어. 마을에 도착했다고, 치카치가 의식에 쓰인다고 정해진게 아니고, 그 신탁이 어찌 나올지 정해져 있다는건 거짓말일지도 몰라. 전쟁이 어떻게 될지도 몰라"
크레이는 일어섰다. 치카치는 지면에서 색색 자고있다.
조금 떨어진 바위에서, 이끼를 한움큼 뜯어온다. 의외로 잘 타는 것이다.
".... 하지만 말이야"
크레이는, 판의 옆에 서서, 이끼를 불에 던져 넣었다. 한번에 너무 잔뜩 집어넣어서, 불이 꺼졌다. 자욱하게 시야를 가로막을 정도의 연기가 떠오른다.
"잠깐, 크레이. 뭐하는거야?"
"... 치카치가, 죽을 생각으로 가는게, 나는 마음에 들지 않아!"
판은 크레이에게 있는 힘껏 맞았다.
잠시후.
대가로 누워있던 판이, 딱 눈을 떳다.
모닥불은 사라지고, 그는 어둠속에서 혼자 뿐이다. 크레이와 치카치의 모습은 없다.
"아야야야... 그건 정말로 적당히할 생각인걸까나. 크레이니까, 이몸이 펀치 정도는 간단히 피할수 있다는 것도, 몰랐던 거네에"
판은, 투덜거렸다. 물론 어디에서도 대답은 없다.
크레이는, 은 팔로 판을 때리고 치카치를 데리고 모슴을 감춰버렷다. 하지만, 판의 태도에서 보면, 아무래도 기절한 척을 한 모양이다.
"그으럼, 여기까지는 예상 범위지만. 앞으로, 나 혼자서, 조인들을 설득하는건 괜찮을까나아"
크레이가 함께 일을 하게 될때까지, 판은 혼자서 배달을 소화해왔다. 지국에 돌아와도 혼자다. 그래서, 완전히 혼잣말이 버릇이 돼있다.
"하지만... 혼잣말은 외롭네, 오랜만에 중얼거려 보면"
그 때, 연배 있는 여성의 목소리가, 어둠 건너에서 들렸다.
"누군가 오는 기척이 든다고 생각했더니, 당신이였네, 판 크라운라스"
출석이라도 부르는 듯이 명확한 목소리로, 판의 풀네임을 부른다.
판은 얼굴을 빛내며, 목소리가 들리는쪽을 봤다. 달빛이 비추고 잇는 것은, 우아하고 하지만 발랄한 인상의 연배 있는 여성의 모습이었다.
".... 와오! 여교사 선생님아님니까. 조인들을 가르치고 있었습니까! 마침 오늘, 파트너에게 당신의 이야기를 했던 참입니다"
누구에게나 대충인 판이 제대로 등을 펴고있다.
"파트너? 소문의 크레이브 소릿슈일까? 당신이 여기에 있고, 그저께 와야할 무녀가 아직 도착아지 않았어. 대강 사정은 이해했어"
여성은, 상냥하게 웃었다.
"조인족을 설득할 필요가 있더면 도울게요"
4.
아침안개가 주변에 자욱히 끼여있다.
수 미터는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자욱하다.
그래도, 밤이 밝은 것은 안다. 발소리 마저 흡수하는 안개 속을, 크레이는 간다.
".... 벌써 도착했다니?"
크레이의 등에서, 치카치가 일어났다.
"아니, 그건 말이야... 조금 생각할 시간을 가지고 싶어서, 떨여졌어"
".... 다행이다..."
치카치가 크레이의 등에 얼굴을 꽉 눌렀다.
"에?"
"치카치는 무녀. 무녀는, 여신님의 말을 듣는게, 일생에 한번의 역할이다니. 모두가, 치카치를 어리광 부리게 해주는건, 가여워하는거다니"
크레이는, 말이 막혔다. 이 아이는, 이제까지 생각하고 있었던것 같은, 어리기만 한 아가씨가 아니다.
아직 10살이지만, 자신이 놓여있는 입장은 확실히 알고 있다.
"... 치카치는 일을해. 모두가 무서워하고 있으니까, 도와주는게 무녀. 하지만, 조금만더. 시간이 필요하다니. 조금만. 앞으로 한번, 사탕을 먹을 시간. 그러면, 무서워하는 모두에게, 무녀가 여신을 데리고와"
"무서워하고있어?"
크레이는, 머릴 갸웃했다. 군용비행선과 싸운 흔적을 보면, 한눈에 알았다. 조인족에게, 겁쟁이는 없었다. 판 정도로 자세히 알고 있지는 않지만, 조긴족이라고 하면 용감하고 사납다고 알려진 종족이다. 그런데도.....
거기서, 크레이의 의사는 중단됐다.
"우와하하아하아아"
안개를 빠져나와, 하얀코트 소매를 펄럭이며 훨훨내려 앉은 인영. 판이다.
".... 싫은게 왔다"
치카치가 크레이의 등에 뺨을 문지른다.
"... 하지만, 캔디를 준다면, 괜찮네"
하지만, 판은 주머니에서 아무것도 꺼내지 않았다. 바스락서리는 날개소리가 주변에 울려, 크레이와 치카치는 둘러싸였다. 조인이라도 익숙한 지사들이겠지.
정면에 있는 것은, 알개도 머리카락도 흰 조인이다. 상당한 연령이지만, 육체는 늠름하다. 전신을 복잡한 문신이 덮고있다.
"무녀여, 용케도 무사히"
"대사제님... 안녕하세요...."
치커치가, 등에서 꾸물거려, 크레이는 각오를 굳히고, 그녀를 지면에 내렸다.
"하얀산들 꼭두서니 빛의 대지, 어두운 숲, 모든 부족이 이미 모여있습니다. 부니, 여신을 우리 곁으로 인도해 주십시오. 우리 조인족은 긍지 높아, 하지만 그래서 다른 자을 따르는 것을 싫어한다. 부족 모두가 단결하기 위해서는, 여신의 인도가 없어서는 안됩니다.
조인들이 하나의 나라가 되지 않는 이유가 이것이다.
개개의 부족이, 자신들의 독립적인 문화 풍습에 고집하는 이유로, 타인의 밑에 서지 않고, 즉 지휘계통이라는 것이 확립되있지 않다.
고로 종족 전체의 레벨로 무언가를 해내기에는 여신이라는 대의명분이 필요한것이었다.
"알고있습니다. 가죠"
치카치의 어조가 변했다. 태도나 움직임까지 달라져있다. 어른같은 태도다.
아니, 그녀는 어른이 돼었다. 이 순간에.
이제까지, 어떤 생각으로 어린아이로 지내온것일까.
크레이가, 걸어가려는 치카키의 등을 쫓으려한 때, 주변에서 살기가 그를 감춘다. 조인족 전사, 대사장의 측근들이, 가는것을 막은 것이다.
그들이 크레이를 덮치지 않은 것은, 치카치의 말이 있어서다.
"제가 갑니다. 하지만, 이분. .... 이 분들은"
순간, 치카치에게서 날카로운 시선이 향해, 판은 어깨를 으쓱 했다.
"미움받아 버렸네... 마지막으로 이건 어때? 별사탕이라는 과자"
주머니에 손을 넣은 판을, 기사들이 제지했다.
"정해진 음식 외에는, 무녀를 상처입히므로"
마지막에 남긴 어린아이로서의 추억을, 치카치는 그 한마디로 버렸다.
조인의 대사제는, 자애로 가득판 눈동자로, 종족 모두의 어머니가 된 아가씨를 바라보고, 크게 끄덕였다. 그리고, 판과 크레이에게 위협에 가득찬 눈동자를 향한다.
"무녀를 여기까지 데려다 준것엔 감사를 말하지. 하지만, 이제 괜찮다. 다른 국민이 무녀의 목소리를 듣는건 용서되지 않아. 다행이, 오늘은 날씨도 평온하다, 우리가 배웅하지 않아도, 여기까지 올라온 그대들이라면, 산을 내려가는 것도 어렵진 않겠지"
오늘만은 놓쳐준다, 빨리 사라져, 라는 것이다.
대국의 왕에 필적하는 위협도, 하지만 크레이를 위축시키지 못했다.
"치카치, 네가 대신 죽어도, 이녀석들은, 언제까지고 구원받지 못한다고"
"이상한 말을 하지마 다른 국민"
대사제가, 하얀 날개를 나부꼈다. 일어난 바람이 깃털을 포함해 크레이를 덮친다.
"... 부끄러운 이야기라고 자각은 있어. 어머니가 된 여신을 인도하지 않으면, 우리는 서로 으르렁거리고 하나를 목표하는 것마저 불안하다. 하지만, 구원받지 못한다... 라는건 무슨의미냐"
라고, 물었다. 묻고, 하지만 마음을 바꿨다.
"아니, 대답하지 않아도 좋아. 필경 높은 곳을 보르는 다른 국민"
대사제가 등을 돌린 때, 크레이는 입가를 덮은 깃털을, 잡아뗐다.
"남의 입을 막아두고, 대답하지 않아도 좋아, 라니. 그렇게나 내 답을 듣는데 무서운가, 하얀 날개 아저씨"
"이봐 이봐, 실례되는 말 하는거 아니야, 크레이군"
판이, 과장된 인사를 해보이고, 이렇게 말했다.
"이쪽으로 말하자면 용맹 과격한 조인족 대사장이야. 어린아이를 죽이는 것 마저 무서워하지 않는데, 우리 가벼운 말따위...."
"죽이거나 하지 않는다!"
우레와도 같은 노성. 대사장은 뒤돌아봤다. 동시에, 기사들이, 치카치를 애워싸고, 크레이와 판의 시선을 차단한다.
"여신과 말을 나누는것은 터무니 없는 체력을 쓴다. 하지만, 무녀밖에 할수 없다. 결코 죽이려고 하는것이 아냐...."
마지막 말이 가랄진것은, 대사장도, 전면적으로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지않으니까, 겟지.
"태고에, 신비한 돌을 가져왔다. 그것은 조인족의 독특한 부르짖음에 공명해, 미래의 소리를 울리게하는, 신비한 결정이다. 하지만, 미래를 듣기에는 수시간, 계속 부르짖을 필요가 있어, 부르짖음의 전성기인 소녀의 것이 아니면 안돼...는거였지?"
도중까지 진지한 얼굴을 하고있던 판이, 빙긋 웃었다.
"네놈... 어째서 그것을... 그것은 여신을 섬기는 자의 밀사라고...."
대사제의 얼굴이 경악의 색이 물들었다. 그레이도 신경쓰였는지만, 지금은 판의 정보원보다 먼저 확인해야만 하는 것이 있다.
아직 나이도 차지 않은 소녀가, 수시간에 걸쳐, 특수한 부르짖음을 울리길 계속한다... 어찌 생각해도, 체력의 한계를 넘는 것이겠지.
"이제까지 여신과 이야기하고, 살아남은 무녀는 있는건가?"
크레이가 물었다.
대답은것은 대사장이 아니였다.
".... 한명만. 태고에 살아 돌아온 무녀가 있다고 합니다"
사라져들어가는 듯한 목소리로, 치카치는 말했다.
"... 그래서, 나도 살아서 돌아옵니다. 무녀의 역할을 다하면, 이제... 당당히 다른 국민의 먹을 것을 입에 대도, 누구에게도 혼나지 않습니다. 크레이의 따뜻한 등으로 돌아옵니다...."
크레이가 한걸음, 앞으로 내디뎠다.
대사장과, 그리고 내려온 기사들이, 치카치와 그 사이를 가로막는다.
"다른 국민이여, 여기까지다. 이 이상은...."
"어쩐다는거야?"
크레이가 묻는다.
눌러죽인 조용한 목소리였다. 그런데, 이제까지 많은 전투를 경험한, 수만의 조인을 거느려온 대사장이,순간, 기세에 눌렸다.
"이 아이는, 당신들을 위해, 용기를 쥐어짜 도전하는 거야. 혼자서, 당신들 모두의 두려움을 짊어져 가는거야!"
"네놈! 우릴 겁쟁이라고 말하는 건가!"
기사들이, 공격하려고 하늘을 날아 올라간다. 치카치의 모습이, 그 표정이 보였다. 뺨이 젖어있다. 눈물이다.
"뭐가 긍지 높아! 서로의 주장이 부딪치니까, 하나로 단결할수 없어? 거짓말하지마! 그럼 어째서, 미래의 소리라는 걸로, 확실한 겅공이 조증됐을때만, 단결가능한데!"
크레이의 화난 목소리는, 그의 제일 깊숙한 곳에서 끓어 오르고 있다. 필시, 그의 고향이 멸망한 경위에서 유래한 것이겠지, 이 분노는.
"조인은 용맹 과격한 국민이라고 들었어! 그럼 어째서, 자신의 결단에 따르는 용기를 가지지 못해! 누군가에게 보증 받지 못하면, 자기가 이렇게 하고 싶다고 생각해도, 이렇게 야해야만 한다고 생각한 것을, 진심으로 하지도 못하는 거 아냐!"
그 순간, 크레이의 내측에, 달성감이 끓어올랐다.
그가 대변한 이것이야 말로, 치카치가 전해야할 메세지였던거겠지.
"네놈... 우릴 모독하고....!"
하지만, 대사제와 측근인 전사들에게는, 크레이의 말은 닿지 않는다. 그들은, 무기를 활용해, 크레이를 영원히 입다물게 하려고 했다.
"안돼에에에에에!"
치카치가 부르짖는다. 하지만 전사들은 멈추지 않는다.
머추지 않는 대신, 응하는 부르짖음이 하나.
"무녀가 말씀하시는 대로! 그 남자를 죽여선 안된다고!"
아니, 둘.
"우린 겁쟁이가 아니다! 우릴 새라고 욕하는 제국 무리에게 도전하는데, 승리의 보증이 필요한 것인가!"
셋, 넷, 다섯.... 수를 헤아리지 못한다.
"우리 모두에게, 모든 붉은 관의 여신은 길을 보여주었다!"
"대사제여, 당신의 설교는 필요없어!"
"우수한 것을 확인하려고 긍지를 버려서는 안돼!"
그리고, 아침 햇살이 미추어, 안개가 개였다. 푸르게 물든 하늘에는, 무수한 조인족들이 떠올라있다.
모두 듣고있었던 것이다.
판과, 그 협력자의 소행이다.
대사제에게, 크레이와 치카치가 있을 곳을 알리고, 똑바로 안내하는 척을 해서 시간을 벌었다. 그리고, 여신의 신탁을 듣기위해 모인 조인족들을, 여기로 유도했다. 그리고, 모든 진실을 듣게한것이다.
안개는, 판의 협력자가 불렀다. 세상 밖과 안을 잇는, 그 안개와 같은 것이다.
그리고, 안개가 완전히 개였을때, 판에게 손을 빌려준 또 한명의 꿰매는자가 모습을 보였다.
"네, 네놈!"
대사제가, 온화한 미소를 띄우고 나타난, 연배 있는 녀성을 노려본다.
"소개하죠, 크레이. 이 분은 죠 크레이블. 동료 사이에서는 여선생님이라고 불리고있어.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가르쳐 주는 것이 일. 상당히 전부터, 조인족을 방문했었어"
판이 그렇게 말하는 바로 옆에서, 대사제가 부르르 몸을 떨었다.
"여자아이들에게... 새로운 베를 짜는 법이나 편리한 도구를 만드는 법을 가르쳐준다고 하니까... 출입을 허락해줬다고. 그게, 어떻게 이렇게...."
"당신도, 슬슬 하는 법을 바꿔야한다는걸 알고 있었을거야"
죠는, 대사제에게 부드러운 어조로, 하지만 확실하게, 그렇게 말했다.
"말했겠지, 크레이.우리 동료는, 제법 많이 있어. 포기한게 아냐"
멍하니 있는 크레이에게, 판은, 한쪽 눈을 감고, 빙긋 웃어보였다.
하늘에서, 많은 족장들이 내려 앉아 무녀인 치카치에게 예를 올린다.
물론, 바로 새로운 체제가 될리가 없다. 하지만, 이걸로 적어도, 치카치의 자기희생은 회피됐다 --- 고, 모두 생각한 때.
"하지마아아아아아아안, 하지마아아안! 여기서, 너희 모두를 말살해 버리며어어어어언, 문제는 아무것도 없어어어어어어어!"
하늘에서 인형 조종사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우와, 끈질겨... 게게"
산양을 조종한것과, 같은 장치겠지. 이번엔, 그 육식 거대한 새를 조종해서 습격해온것이다.
그것도 1마리가 아니다. 5마리다. 이쪽에도, 조인족 토박이 전사들이 있지만, 손위운 상대가 아니다. 아니, 이쪽이 전멸하지는않더라도, 과반수라도 족장들이 죽으면, 조인전체가 대혼란에 빠진다. 대(対) 제국에 참전할리가 없다.
"조종당하는 거라면, 치카치의 노래도 통하지 않는다고. 어쩔래? 네 은팔은...."
"탄이 떨어졌다"
그렇게 말하고, 크레이는 팔을 겉어 올렸다.
"포기하지 않겠지, 우리 꿰매는 자는"
"라고는 말했지만 말이야, 이건 역시나...."
"어떻게든, 저 새 머리에 다가가면, 어떻게든 돼"
크레이의 말을 듣고, 조인족 전가들이, 많이 떼지여 모였다. 그 사이, 체격이 튼튼한 두사람이, 그의 몸을 들어올렸다.
거대새의 육체적인 강인함을 과신한건지 인형 조종사는, 똑바로 바고든다.
실제, 조인족 전자들의 투창도 통하지 않는다. 더욱더 귀찮게도, 조인족의 절규도, 전혀 듣지 않는다. 인형 조종사가 육체를 주무른 탓일까.
"부탁해, 우릴 저 볏에 매달리게 해줘"
크레이의 말에, 조인족 전사들은, 무언으로 속도를 늘였다. 거대새는, 강산정 타액을 써,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한다. 다른 전사들이 벽이 돼어 막아줬다.
"좋아 ,지금이다!"
조인족 전사들이, 붙잡고 있던 크레이의 팔을 놓았다.
자유낙하--- 에서 몸을 비튼다. 정말 미약하게 남아있던 파괴 에너지로, 제세를 바꿨다.
거대새 머리에, 크레이가 매달렸다.
"흠, 아무리 금속 팔이라도, 때려서 어떻게 될까하고 생각하지만 말이야"
어디에선가 인형 조종사의 조소가 들려왔다.
"조종하는 방법, 우리가 모른다고 안심했겠지"
크레이는 침착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공교롭게도 말이야. 그렇게 생각하게 만들기 위해, 구태여 통채로 파괴한거야"
허세다. 사실은, 매달리면 어떻게든 되겠지, 라고 생각한것 뿐이다.
"하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크게 부르짖고, 크레이가, 주먹을 휘두른다. 거대새가 맞는걸 싫어하는 듯이, 머리를 격하게 흔들었다. 볏과 깃컬이 흔들린다. 깃털 사이에, 반짝하고 뭔가가 빛났다.
"쓸데없는 짓을 하니까 약점이 보이는 거라고오오오!"
그 빛난 물건, 금속 와이어를 크레이는 꽉 쥐었다.
끼이익하는 소리를 내고, 그것을 잡아 뗀다. 잡아떼진것은, 크레이의 체중을 걸어서다. 그는, 공중에 매달렸다.
이 높이에서 떨어지면, 확실히 죽음이 기다리고있다.
-물론, 조인족 전사들이 받아주겠지만.
"모처럼의 조종실이! 하나 만드는데 얼마나 걸릴거라고 생각하는거야!"
비명같은 소리가 울리고, 하늘에서 목소리는 그것을 끝으로 침묵했다.
아무래도, 이번에야 말로 일단락.
크레이는, 지면을 내려다봤다. 동쪽에서, 천천히 안개가 오고있다. 크레이와 판를 되돌아오게할 안개겠지.
"크레이! 어부바해줘니!"
날아온 치카치가, 크레이의 등에 뛰어들었다.
안개가 가득찰때까지 시간이 조금 있다. 치카치에게 등을 빌려준다.
크레이는, 소녀를 엎고, 멀고 먼 어떤 날을 떠올리고 있다.
그 날, 어떤 소녀가 바라고 있던 것을, 그것을 받아들여야할 누군가에게 전했으니, 세상의 상태는 변했을까.....
제5화 새의 무녀 끝
에필로그
" 이 전쟁이 시작하고 4년하고도 2개월이 지났습니다. 왕국연합이, 오늘 우세를 얻은 것도, 두분의 덕분입니다.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어요, 쥬누비에이브님, 그리고...."
"저는 마리안느 카른슈타인이라고 합니다, 빅토리아 여왕 폐하"
흡혈귀의 성 드라 켄 허스트의 지도자 둘이, 엥그리아 여왕의 사실에서, 차를 마시고 있다.
반년 전에는, 생각하지도 못할 정경이다.
"두 분에게서 연명해, 제국에게서 보호를 묻는 편지를 받았을 때는, 정말로 고민했습니다만, 결단해서 다행이라고, 지금은 진심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써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렇게 말하고, 쥬누비에이브는, 차를 머금고----.
"후홋하, 콜록, 켈록"
성대하게 재채기를 했다. 마리안느가, 당황해서 등을 문지른다.
"괜찮습니까, 대 조모님... 이 아니라, 대 누님"
"... 당신이 제 부르는 법을 기억할 때까지, 저도 당신의 이름을 기억하지 않을 테니까요"
쥬누비에이브가 말해, 마리안드가 슬픈듯한 얼굴이 된다.
빅토리아 여왕은, 시치미 뗀 채, 호쾌한 재채기도 대화도, 듣지 못한 척을 했다.
"홍차, 마시고 있으니까.... 어다에서 마셨는지 기억하진 못합니다만, 무척 맛있는 차를 마셨던, 어렴풋한 기억이 있어. 언젠가 그 맛을"
"혹시, 직접 타신겁니까?"
마리안느의 물음에, 빅토리아는, 빙긋 미소 지었다.
쥬누비 에이브의 재채기가 겨우 멈춘다.
"아니요, 맛있었어요. 그저, 제 체질에는, 조금 자극이 너무 강해서, 괜찮으시다면, 목에 좋은 차의 레시피를 가르쳐드릴까요"
쥬누비 에이브가 덧없는 분위기를 어떻게든 되돌리려고 미소 짓는다.
"에에, 부디"
빅토리아 여왕이 끄덕인 참에, 구대륙 서방 이모종을 대표해서, 조인족 무녀가, 왕국연합과의 동맹조인을 위해 도착했다는 알림이 들어온다.
"드디어네요. 그까짓 모습으로 몇 개인가 분열되 있던 인류가, 하나의 연으로 묶인다, 이것은 그 시작...."
고양되어 뺨에 홍조를 띄우는 젊은 여왕을 두 흡혈귀는 평가하는 듯이 바라본다.
"자아, 가죠"
빅토리아가 일어섰다. 어제, 여왕이 있는 곳에 고용된 신대륙 출신의 인랑 아가씨가, 재빨리 다가와, 그림자처럼 대기했다.
빅토리아가 제창하는, 범인류 주의의 상징으로서, 그녀는 항상 여왕의 곁에 있다.
"어라... 지금, 정원을"
마리안느가, 창문에서 밖을 보고, 문득 중얼거렸다.
"어찌, 되었습니까?"
여왕이 묻자 마리안느가 고개를 좌우로 흔든다.
"아니요, 그저.... 안개 건너에 우편국의 모습이 보인듯한 기분이 들었으니까"
여왕은, 멍하니 그리고 바로, 화려하게 웃었다.
"제가 여왕이 되고 나서 첫 명령은, 이 궁전 모든 곳에, 재빠르게 편지를 옮기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배달부가 있어도 이상할 것은 없습니다.... 말을 인연이니까"
그렇게 여왕이 말하는 사이에, 세상 밖에서 들어온 안개는, 남몰래 원래 숲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다시, 시간과 공간을 넘어, 그들은, 받아줬으면 하는 마음과 소원과 기도를 꿈의 저편, 세상 밖에서 전하는 것이다.
후기
우와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MF 문고 J씨에선 처음 뵙겠습니다. 토모노 쇼우라고 합니다.
제법 길게 라이트 노벨을 쓰고 있습니다. 그 사이, 계속, 큰 웃음을 트레이드 마크로 하고, 이벤트라던가 현실적인 곳에서도 가끔 크게 웃고 있습니다.
저, 소설 쓰는 것과 병행해서, 아날로그 게임이라던가 비전원계 게임이라던가 불리는, 전자기기를 쓰지 않고, 인간끼리 대전하는 게임을 만드는 일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보드게임이라던가, 테이블 토크 RPG라고 하는 분류네요.
아날로그 게임은, 유사씨와 만드는 수의 거리가, 꽤 가까운 장르라, 함께 게임을 즐기는 이벤트가, 자주 개최됩니다. 제 4화에 주인공들이 보드 게임으로 노는 장면이 있었죠? 본편에서는 바이바이라는 이름이었습니다만, 이것은 챠오챠오라는 실제 게임을 바탕으로 합니다. 굉장히 전에 나온 게임으로, 절판돼서, 꽤 어레인지 해서 이름도 바꿨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다 썼을 즈음에 복각돼버려서. 무슨 우연. 보드 게임 이벤트 같은데 나오면 바탕이 된 게임을 함께 놀거나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평균적으로 달에 1번인가 2번 정도, 이벤트에 나옵니다. 토크쇼로, 큰 웃음을 피로하는 일도 있습니다. 덕분에 복근을 단련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웃음).
아, 안돼. 후기인데, 본편의 이야기가 적어. 이 기획은 담당 y씨에게서, 스오우씨의 일러스트를 보고 시작했습니다. 이 터치 그림이 어울리는 소설을 생각해주세요... 라는 계기가 됐습니다. 그리고, 크레이와 판이 태어났습니다. 소설이, 스오우씨의 그림의 멋있습에 조금이라도 다가가면 좋겠습니다만.
세기가 변하는 날이라던가 레트로 퓨쳐라던가, 인간과 이종족이 공존하는 세상이라던가, 또 하나 역사라던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이래저래 넣었습니다만, 무엇보다 캐릭터들을 사랑으로 새롭게 조형했습니다. 크레이와 판을 시작으로 하는 장면을 여러분이 마음에 들어 해준 것 만으로도, 가까운 사이에, 다시 만나는 것을 기도합니다. 부디 잘 부탁 드립니다.
2013년
토모노 "이벤트의 정보라전가 신간정보라던가 트위터로 발신하서나 하므로, 좋다면 토모노 쇼우를 팔로우해봐 주세요" 쇼우
크레이와 판의 소원 편지 (0) | 2014.04.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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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쿠모의 하늘우산 (0) | 2013.12.24 |
땅끝의 구세주 PAPERI 파괴자 (0) | 2013.12.24 |
보복-Re:vival- (0) | 2013.12.24 |
땅끝의 구세주 PAPERII 황금화산과 행복의 소녀 (0) | 2013.12.04 |
츠쿠모의 하늘우산
"으-음 역시 없나...."
책장에 늘어선 만화책 뒤표지를 바라보며, 나는 중얼거린다.
거의 무의식으로 중얼거리는 혼잣말.
하지만 그 소리는 생각한 것보다 크게 울려. 가게 안에 퇴적된 조용함이 조금 흔들린다.
나는 당황해서 근처를 둘러본다.
가까이에 있는 동년배 정도의 여자아이와 눈이 확실하게 마주친다.
리본이 어울리는 귀여운 애다.
내가 순간적으로 상냥한 미소를 띠면 그녀는 시선을 돌려 다른 책장으로 걸어갔다.
방금, 별로 웃을 필요는 없었지......
쓸데없이 이상하게 보였을 거라고, 가슴 속으로 반성.
기분이 나빠져 나는 가게의 입구로 향한다.
여기는 역 앞 상점가의 어떤 작은 서점.
계산대 뒤로 어떤 시계가 5시 반을 가르키고 있다. 돌아가자.
이제 볼일은 끝났으니까.
아마도, 분명히.
나를 위한, 무척이나 애매한.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나는 사실, 왜 서점에 왔는지 "기억하지 못하"니까.
그런고로 추측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번엔 간단한 편이다.
내가 서점에 들어갈 이유는 많지 않다.
라고 할까 하나밖에 없다 말해도 좋다.
계속 찾고 있는 책이 있다. 어릴 적 좋아했던 만화.
가능하다면 또다시 읽고 싶어서, 서점에 들어가면 반드시 만화가 진열된 책장을 둘러본다.
하지만 아까처럼 발견하진 못한다.
이번에도 허사. 하지만 그렇게 유감인 것도 아냐.
이건 거의 반은 포기하고, 습관적으로 계속하고 있을 뿐이다.
서점의 출입구에 선다.
투명한 유리문 밖으로는 비가 오는 모양.
자동으로 문이 열리고, 커다란 빗소리에 둘러싸인다.
문 옆에 있는 스탠드엔 내 파란 우산이 걸려있다.
비를 피하려고 이곳으로 뛰어든 게 아니란 걸 알고, 한숨 놓았다.
우산을 손에 쥐고, 하늘을 향해 펼쳐 걸어간다.
오늘은 뭘 잊어버린 거지. 안개 낀 경치를 바라보며 생각한다.
나는 별로 몽유병자도, 심각하게 뭔갈 잘 잊어버리는 것도 아니다.
단지- 잊어버리는 것이 특기일뿐.
싫은 것 잊어버리면 돼. 즐거운 것만을 기억해.
흔해 빠진 대사. 누가 처음으로 생각해낸 건지도 모르는 말.
그걸 처음으로 들은 게 언제인지.
아마, 무척 어렸을 때였다.
자신이 어떻게 살아가야 좋을지,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어린데도, 그런걸 생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세상은 두려운 것으로 가득 차 있다.
그래서, 시험해봤다. 잊으려고 해봤다.
처음엔 잘되지 않았다.
하지만- 점점 익숙해졌다.
잊어버리는 것이 특기가 되었다.
어느샌가, 굉장히 간단히 할 수있게 됐다.
괴로운 일이나 슬픈 일 싫은 일 불쾌한 일......
어떤 기억이라도 머릿속의 "쓰레기 상자"에 휙 던져넣으면, 깨끗이 사라져 버린다.
전부, 전부 없었던 일이 된다.
그렇게 했더니, 무서운 것이 사라졌다.
즐거운 것만이 남았다.
나는 세상을 두려워 할 것 없는, 나날을 보내게 되었다.
그런 삶의 방식을 나는 찾아냈다.
오늘도 분명 필요하니까 뭔가를 잊은 것이겠지.
내가 필요없는 추억을 버린 것이겠지.
나 자신이 한 일이니까,
당황할 것도 없다.
초조해할 것도 없다.
이렇게 몸이 젖지 않게 우산을 쓰는 것과 같은 것.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
비구름에 덮인 석양의 마을은, 이미 어둠에 침식되기 시작했다.
우산 속에서 바라보는 마을은 가로등의 불빛과 오가는 사람의 헤드라이트에 비쳐 반짝이고 있다.
아름다운 경치.
빈틈이 생긴 마음에 아름다운 정경이 기분 좋게 물든다.
가슴속에 맑은 공기가 채워져 가는 듯한 감각. 무척 좋은 기분.
이런 기분이 드니까, 내 삶의 방식도 그렇게 나쁘진 않다고 생각해.
앞으로도, 이렇게 살아가겠지.
근거도 없이 막연히, 나는- 그렇게 믿었다.
제 1화 하늘빛 우산
"우린 인간이 아니야. 물건에 남은 마음이야. 본래- 인간이었던 너는 훨씬 전에 죽었어 "
"하,하지만 난...... 이렇게 살아있어?"
똑 똑 똑 똑-.
작은, 소리. 희미한 짧은소리.
몇번이고 몇번이고- 같은 간격으로 울리길 계속한다.
내 머리 위에서 울리길 계속한다.
소리가 들릴 때, 조그만 진동이 손에 전해 진다
-똑
흔들린다.
- 똑
튄다.
나는 소리의 정체가 신경 쓰여, 눈을 떴다.
이제까지 눈을 감고 있었던 것을 처음으로 알았다.
그곳은 조금 어두운 방이었다.
너덜너덜해진 다다미, 기울어진 테이블, 액정이 깨진 TV, 찢어진 문지방,
그것들로 구성된 좁은 공간. 낡았지만 알고 있다. 여긴 내 집.
-똑.
또다시 들렸다. 또 흔들렸다.
위로 시선을 옮기면 하늘색이 펼쳐져 있다.
하늘색의 우산이 내 머리 위를 덮고 있다.
방안인데 나는 우산을 펴둔 것 같다.
어째서지. 의문을 가지고 우산을 치우면 얼룩진 천장이 눈에 비친다.
그곳에서 물방울이 내 눈으로 떨어진다.
"히약!?"
이마까지 차가운 것이 튄다. 생각 이상 목소리를 높여버린다.
"-비가 새고 있어."
미묘한 수치심이 뒤섞여 나는 중얼거린다.
비가 새는 벽 때문에 우산을 원위치로 돌려놓는다.
이상하네, 이전에는 이런 적은 없었는데.
잘 보면 나는 구두를 신고 있다.
검은 단화로, 거친 다다미를 힘껏 밟는다.
내 옷도 확인해본다.
감색 블래이저에 체크 스커트.
내가 다니는 중학교 지정 교복.
즉 종합하자면 이렇다.
나는 교복을 입고, 흙발로 거실에서 우산을 펼쳐놓았다.
게다가 방은 심하게 부식된 상태.
"이거...... 어떻게 된 거야?"
의문을 입 밖으로 낸다.
하지만 대답해 줄 만한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어질러진 방에 있는 것은 나 하나.
일단 직전까지 뭘 하고 있었는가 생각해본다.
"......어라?"
하지만 도달하지 못한다,
오늘이 몇 월 며칠인가 어제가 무슨요일이었는가 내일 뭘 할 예정이었는가- 모르겠다.
어쩔 수 없이, 조금 거슬러 올라간다. 최근 기억을 끄집어낸다.
중학교 3학년이 되고 난 후의 추억.
특별히 즐거울 것도 없이 괴롭지도 않은 나날,
그래서 누락은 없다.
재미없는 것은 늘어났지만,
싫은 게 줄었으니까 쓰레기 상자를 사용할 기회도 좀처럼 없었다.
그랬을 텐데-.
중얼거림,
그것만으로 상황이 설명돼지 않는다.
이 상태는 너무 이상하다.
- 똑.
또 우산에 물방울이 떨어져, 소리가 난다.
우산의 손잡이를 잡고 있는 손에 진동이 전해진다.
아아, 비가 새는 거라면, 밖에는 비가 내리는 거겠지.
"멍하니 있어도...... 할 수 없네"
일단 밖으로 나가자. 어떠면 현상이 파악될지도 몰라.
게다가- 우산을 쓸 거라면, 여기보단 비구름 아래가 어울린다.
뒤로 돌아 문지방에 손을 댄다.
제대로 된 상황이 아니란 건 이해했지만, 별로 공포나 혼란은 없었다.
나에게 무서운 건 없다.
싫은 건 전부 잊어버리면 되니까.
언제라도 사라저 버리는 기억에 떨어야 할 필요는- 조금도 없다.
썩은 나무 복도는 여기저기에 구멍이 뚫려있다.
나는 바닥을 세계 밟으면 구멍이 뚫리는게 아닌지 조심조심 발을 움직인다.
"누구 없어?"
인기척은 없지만 불러봤다.
바닥과 똑같이 부식된 천장과 회반죽이 벗겨진 벽에서 돌아온 것은, 무거운 고요함 뿐, 아니나 다를까, 아무도 없다.
아까 그 거실도 그렇지만 이상하게 낡았다.
내 기억으론 이 집은 지어진 지 20년 정도 됐다.
삐걱삐걱하고 비명을 지리는 복도도 예전에는 조용했다.
신발을 신은 채로 복도를 걷는 위화감도,
귀에 거슬리는 삐걱이는 소리도 참으면서,
나는 현관을 찾아간다.
솨아아아아아 -
현관에는 문이 반밖에 없었다.
가로로 열린 문은 한쪽이 빠져, 밖으로 쓰러져있다.
남아있는 문도 확실하게 찌그러져 있고,
비바람이 불어 들어와 덜컹덜컹하고 소리를 내고 있다.
경계를 잃어버린 현관에는 빗물이 흘러들어와 거대한 물웅덩이가 만들어져있다.
한쪽 구석에 굳어진 갈색 덩어리는 구두였던 걸까.
사각형으로 잘려나간 바깥 풍경은 비로 흐릿해져 있다.
강한 비다. 격돌하는 물방울이 물보라가 돼 지면을 안개처럼 덮고 있다.
한 가지 확신했다
여긴 이미 집이 아니야.
문도 없는 집은 이미 집이 아니야.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떻게 된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이곳은 이미 집의 역할에서 해방돼있다.
"이런일.... 있을 리가 없지. 있을 리가 없으니까......이건 꿈?"
중얼거리면서 걸어간다.
첨벙.
나는 물웅덩에 신발을 담그고 빗속으로 걸어간다.
머리 위에서 난 커다란 소리. 우산에 무거운 충격.
비가 새서 떨어지는 물방울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양의 강한 빗방울이 우산을 때린다.
나는 우산의 손잡이를 확실히 쥐고, 빗소리를 들었다.
신발은 앗 하는 사이에 질척질척.
지면에서 튀는 비의 물보라는 우산을 쓰고있어도 다리를 젖게 한다.
-차가워
감각은 무척 리얼하다.
꿈이라고 생각하지 못할정도로......
".....뭐, 상관없나"
어쨌든 조금 걸어보자. 고민하며 멈춰서 있어도 결론은 나오지 않아.
비는 싫지 않아. 그러니까 이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도 싫지 않다.
애매한 풍경도 모든 방향에서 밀려오는 소리의 홍수도. 기분 좋다.
하늘색의 우산을 손에 들고 나는 비로 흐릿해진 마을로 다리를 옮겼다.
내가 나온 집과 똑같이 길가에 좌우로 늘어선 주택은 전부 다 완전히 썩어있었다.
누군가 살고 있다곤 생각할 수 없는 상태.
아스팔트로 포장된 도로도 여기저기 균열이 가있고 잡초가 그 틈에서 생기를 띄우고 있다.
비는 세상의 윤곽을 애매하게 만들고 있지만, 그래도 구멍은 여기저기서 보였다.
"이런 걸 고스트 타운이라고 했던가......"
인간이 사라지고 폐허만이 남은 마을, 틀림없는 그대로의 광경.
학생이 없는 방과후의 학교와 닮은 불안함. 있을 리가 없는 위화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공포는 없어도, 흘러넘치는 의문이 당혹감을 낳는다.
일단 가설을 세워보자.
하나 이건 꿈
가장 유력한 가능성. 하지만 뺨을 내 손으로 꼬집어보면 평범하게 아프다.
물에 젖은 발은 무척 차갑다. 감각은, 이것이 현실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꿈일지도 모른다. 아픔도 차가움도 느껴지는 꿈일지도 몰라.
둘 이건 현실
뭔가의 원인으로 마을에 사람이 사라져,
오랜 시간이 기나 건물의 상태가 나빠지고
어째선지 나 혼자 여기에 있다...... 제일 현실성 없는 생각.
어찌해도 이 지경이 이를 정도는 아니다.
가령 어느 날 세계가 멸망해 버린다 해도.......
나만 살아남을 리가 없겠지.
내 마을과 똑같은 폐허를 만들어서,
그곳에 나 하나를 던져넣었다는 편이 더 설득력 있다.
"하지만 뭐...... 어느 쪽이냐 하면, 당연히 꿈이네"
나는 냉정한 소리로 중얼거린다.
무척 리얼한 꿈.
그것만이 이 상황을 설명할 수 있다.
꿈이라면, 언젠간 깨어나겠지. 혹시 깨어나지 못한다면-
그때는 그때다. 나는 그저, 기다리면 된다.
시간이 답을 알려준다.
방침을 정하니 홀가분해졌다.
기왕이면 이 비가가 멈춤 때까지 빗소리를 들으며 걷자. 나는 그렇게 정했다.
참방 참방 물웅덩이를 튀기며 경쾌한 발소리를 새긴다.
어디까지고 폐허뿐인 마을을 둘러본다.
아무도 없어 나뿐이야.
다른 사람이 없다는건 무척 즐겁다.
불안하단 마음보다, 해방감이 앞선다.
일부러 모르는 길을 택한다.
목적 없는 산책을 시작한다. 돌아가야 할 길 걱정은 하지 않았다.
분명 갑작스레 꿈이 끝나고, 나는 이불 속에서 눈을 뜬다.
그때까지는- 그렇게 생각했다.
다리가 무겁다. 우산을 든 손도 나른하다.
집을 나서고, 얼마나 지난 걸까.
시간 감각이 애매하지만, 그래도 굉장히 걸었다.
주위에 잇는 것은 변함없이 폐허.
가본 적도 없는 마을의 일각.
커다란 집이 늘어선 주택가.
이 근처는 비탈길이 많아 숨이 차오른다.
꿈은 아직 끝나지 않아.
아스팔트를 총알처럼 때리는 비는 점차 약해졌다.
빛과 소리를 차단하던 비가 멀어지고 우산을 치던 충격도 작아진다.
이윽고 하늘이 우는 것을 그치고 구름은 비에 흘러가
오렌지 색의 빛이 구름 사이에서 나를 비추었다.
나는 다리를 멈춘다. 비가 그쳤어도 꿈은 계속되고 있다.
이젠 저녁인 모양이야.
아까는 수 미터 앞까지 흐릿하게 보였던 경치가 지금은 먼 산까지 확실히 눈에 보인다,
태양은 산 끝자락에서 새빨갛게 빛나고 있다.
석양의 장관은 강하게 대조적으로 마음의 모습을 드러낸다.
내가 서 있던 곳은 마침 비탈길이었다.
여기서라면 마을이 잘 보인다.
우산을 놓지 않은 채로 나는 경치를 바라봤다.
그것은 마을이었다. 마을이었던 것이다.
건물은 전부 너덜너덜하고 덩굴로 뒤덮힌 집도 있다. 부서진 집도 있다.
도로를 달리는 차도 없고 엔진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마을의 서쪽- 태양이 진 방향은,
커다란 물웅덩이가 보인다.
마을의 수원이기도 한 유일의 관광자원 아시나 호수다.
호우의 건너편에도 마을이 있고 평소에는 연결선이 정기적으로 운행되고 있지만,
지금은 그 모습도 없었다.
"마을이... 텅 비었어"
나는 느낀 것을 그대로 내뱉는다.
명망을 어디까지고 펼쳐져 있다.
눈앞에 펼쳐진 것은 문명의 껍데기였다.
인간의 영위가 사라진 세계였다.
이런 비현실적인 풍경, 믿을 리가 없다.
하지만 꿈은 언제까지고 꿈은 끝나지 않았다. 끝나지 않는 꿈은- 현실이다.
"-어쩌지"
울상 짖고 중얼거린다.
이것이 현실이라면 이런저런 귀찮은걸 생각해야 한다.
나는 배에 손을 댄다. 제일 문제인 건 음식이다.
지금은 아직 공복이 느껴지지 않지만, 머지않아 싫어도 배는 소리를 내겠지.
마을이 정말로 멸망한 것이라면 식당에서 식사를 할 수도 없다.
배가 아픈 건 싫다.
공복도 아사도 별로 무섭지 않지만 괴롭고 고통스러운걸 좋아할 리가 없다.
오히려 정말 싫다. 이것이야말로 지워버리고 싶다고 바랄 정도로.
"이대론 곤란하네......"
그러니까 싫은걸 피하려고 나는 걸어간다.
이번엔 목적을 가지고 걸어 비탈길을 내려갔다.
편의점이나 슈퍼를 찾아보자. 혹시 먹을 수 있는 게 남아 있을지도 몰라
석양이 눈부셔서 우산을 쓴 채로 양산으로 쓰자.
하지만 비탈길을 내려가는 것만으로 햇빛은 약해져 있었다.
해가 지면 안 되는 건 아니다.
안개가 주위를 둘러싸기 시작한다.
뭔가 무척 차갑다.
안개는 점점 짙어져,
썩은 집이나 석양빛을 덮어 감춘다.
비탈길 아래는 새하얘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이 이상 나가길 주저하고 다리를 멈춘다.
"돌아가는게... 좋을까"
이 안개는 이상하다.... 너무 차갑다.
게다가 이 시야로는 가게를 찾을 수도 없다.
몸이 떨린다. 어쨌든 추위에 견딜 수가 없어서 나는 발을 돌렸다
-다른 길을 찾아보자.
하지만 비탈길 위를 걸어가는 나를 갑자기 짙은 안개가 차단한다.
마치 살아있는 생물같이 안개가 불어나더니, 내 주변을 감싼다.
"뭐야... 이거?"
얼떨결에 나를 포위하는 안개를 바라본다.
안개는 점점 밀도를 더해, 애매한 윤곽에서 행태를 만든다.
사람의 팔.... 처럼 보여.
그저 내 키보다 큰 팔이다.
아아, 역시 꿈이야... 라고 한구석에서 생각한다.
그탓 인지 위기감도 느껴지지 않아.
안개의 팔은 다섯 손가락을 펼쳐 나에게 다가온다.
- 빛에 그늘이 졌다. 머리 위를 새햐얀 손바닥이 덮는다.
그제야 나는 겨우 이대론 위험하단 걸 깨달았다.
입이 달려있어
딱 딱 딱 딱.
들리는 것은, 이를 씹어대는 소리.
"- 윽!?"
오싹하고 등골에 오싹한 기운이 느껴진다.
생리적인 혐오감이 초조함을 낳는다.
거의 반사적으로 지면을 박찼다.
비탈길을 전속력으로 달려 내려간다.
딱딱딱딱!
소리가 뒤쫓아온다. 가깝다.
도망가는 게 너무 늦었다. 곧 붙잡힌다.
냉정한 마음으로 그렇게 분석한다.
하지만 다리를 멈출 마음은 없었다.
이치가 아닌 직감이 말하고 있다.
저건 나를 먹으려 하고 있다고.
싫었다. 무서운 게 아니라, 그저 장안에 기분이 나빴다.
이것이 꿈이라고 해도, 저것에 먹히는 건 싫다.
딱딱딱딱딱딱딱!!
이빨 소리는 이미 귓가에서 울리는 것 같았다.
펼쳐진 우산이 방해되서 뒤돌아보지도 않고 뒤를 향해 내던지려 한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사태가 일어났다.
우산이- 손에서 떨어지지 않아. 손가락은 떨어지는데 손바닥에 붙어있다.
"뭐......?"
손에서 떨어지지 않는 우산이 바람을 받다 커다란 공기 저항을 낳는다.
나는 우산에 이끌려 밸런스을 잃는다.
뒤를 향해 넘어져 엉덩방아를 찍고 그대로 비탈길에서 조금 미끄러진다.
위를 향해 스러진 내 시야를 - 안개의 손바닥이 덮었다.
"아-"
6개의 입이 나에게 가까워져 온다.
검붉은 입에서 침이 떨어진다.
딱딱딱딱딱딱딱딱딱딱딱딱딱딱딱딱딱딱딱딱딱딱딱딱딱딱딱딱딱딱딱딱딱딱딱딱딱!!
맞물리는 이빨 소리가 고막을 울렸다.
"싫어!?"
순간적으로 우산을 방패로 삼는다.
이런 건 시간 끌기도 못한다는건 알고 있다.
하지만-.
"한 개의 탄환- 공격"
안개의 건너편에서 낮은 소리가 들렸다.
계속해서 탕하고 마른 파열음이 울린다.
그 순간 잇소리가 멈췄다. 우산 너머의 기척도 멀어진다.
"에?"
우산을 접고, 주변을 둘러본다.
안개 팔은 조금 떨어진 장소에 떠있다.
손바닥 정중앙에 구멍이 뚫려 전신의 윤곽이 흔들리고 있다.
나는 그것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이쪽으로 다가오는 발소리를 알아챈다.
소리가 나는 곳으로 향하면 전신이 새까만 남자- 인식한 것은 그것뿐이었다.
남자는 이쪽으로 똑바로 걸어오면,
문답 무용으로 나를 들쳐 엎고 달린다.
"헥!? 뭐, 뭐야?"
놀라서 발버둥친다.
"움직이지 마"
하지만 남자에게 날카로운 목소리로 명령받아 몸을 움츠렸다.
남자는 검은 머플러로 입을 가려서 표정이 보이지 않아.
나를 안은 채로 남자는 비탈길을 달려올라 간다.
이 일대는 안개의 벽으로 둘러싸여 있지만
그래도 비탈길의 위쪽에는 다소 안개가 흐릿한 모양이다.
일 절의 주저도 없이 안개의 벽으로 돌진하는 남자.
몸을 가를듯한 냉기에 휩싸인다.
폐까지 얼려버릴 듯한 냉기에 나는 숨을 멈췄다.
눈도 뜰 수 없다. 피부가 찌릿찌릿 아프다.
이런 건 결딜 수 없어-
그렇게 생각했지만,
냉기에 고문 받는 것은 금방 끝났다.
거짓말같이 갑자기 공기가 따스해지고 눈꺼풀 너머가 밝아진다.
눈을 뜨면 새빨간 석양이 보였다.
아무래도 안개의 벽을 넘은 것 같다.
멍하니 있던 잠깐 사이 나는 지면으로 던져졌다.
남자가 손을 놓은 것이다.
두 번째 엉덩방아를 찍은 나는,
석양의 눈부심에 눈을 가늘게 뜨고 남자를 올려봤다.
마치 그림자가 서 있는듯한 검은색 일색의 모습.
검은 코트에 검은 머플러 검은 머리카락 사이에서 엿보이는 검은 눈동자는
나를 비추고 있다.
눈초리는.... 심하게 험악하다.
눈을 아래로 깔고 눈 밑의 기미가 더욱 인상을 나쁘게 한다.
미심쩍다
그것이 남자를 빤히 바라봤을 때의 첫인상이였다.
밤길에서 만났으면 틀림없이 경찰에게 통보할 정도의 레벨이다.
"왜 안갯속에 들어갔어."
남자가 책망하는 듯한 어조로 묻는다.
머플러 너머로 입속으로 우물거리고 있지만 어린 목소리다.
"에? 뭐,뭐냐니......"
명확한 이유가 있었던 게 아니라서 말이 막힌다.
그저 음식이 남아있을 듯한 가게를 찾고 있었을 뿐이다.
그렇게 설명하려다 그 도중에 좀 더 중요한걸 깨닫는다.
이 폐허가 된 마을에 나 이외의 인간이 있었던 것이다.
엉망진창에 미심쩍은 점은 있지만......
나를 그 괴물에게서 구해준 것을 생각하면, 나쁜 사람은 아니겠지.
"그, 그게-"
일단은 예의를 표하려 한다.
하지만 그것보다 빨리,
눈동자에 짜증 난 기색을 띄운 남자가 나에게 무디게 빛나는 날붙이 덩어리를 들이밀었다.
"에......"
그것이 무엇인지 수초 뒤에 이해한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밖에 본적없는 무기- 권총.
사람은 상처입히고, 죽이는 병기.
어둠을 채우는 새카만 총구가 나에게 항하고 있다.
"네가 먹히면 곤란한 건 남은 녀석들이다. 죽고 싶다면- 내가 죽여주지."
남자의 시선에 머문 명확한 살의에 나는 내가 잘못 생각했다는걸 깨닫는다.
또다시 살아날 리는 없다. 이 남자는 보이는 대로 위험한 인간인 모양이야.
하지만 나는 위기감을 품는 것 보다, 그저 순수하게 놀랐다.
"그거 진짜?"
나는 총구를 바라보면서 묻는다.
긴장은 했지만 몸을 떨리지 않는다.
권총은 아까 그 괴물보다 현실적인 위협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것보다 싫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 당연하다"
약간의 틈을 두고 의아하게 대답하는 남자.
"당신은 나를 죽이는 거야??"
계속해서 묻는다.
"아아"
남자는 짧게 대답한다.
"그래......나, 사람을 죽이는 사람은 처음으로 봤어."
솔직한 감상을 말한다.
사람은 타인을 상처입히고 박해하고 죽음으로 이끄는 경우가 있다.
그런 인간이라면 잔뜩 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고 결과다.
죽이는 게 목적이 아냐.
그저, 어느샌가 그렇게 되버린 것뿐.
"사람을 죽이는 건 나쁜 거야?"
나는 남자를 올려다보며 말한다.
사람을 죽이는 건 범죄로, 나쁜 일.
그건 당연한 것.
누구도 나쁜 사람은 되고 싶지 않다.
그런데...... 이 사람은 죽인다고 한다.
그게 무척 신기하다.
"사람......? 너, 아까부터 무슨-"
남자의 목소리에 당황한 기색이 섞인다.
그리고 뭔가를 이해한 듯이 남자는 하던 말을 끊었다.
나를 바라보는 시선에서, 날카로움이 사라지고,
남자는 총을 내리곤 작게 한숨을 쉬었다.
"갓 태어난 건가. 귀찮은......"
귀찮게 중얼거리는 남자.
총구가 빗나간 것으로 여유가 생겨, 나는 곁눈질로 주변을 둘러본다.
이곳은 비탈길의 중간쯤으로 아래에선 뒤엉킨 새하얀 안개가 보였다.
옆에 있는 녹슨 문이 바람에 삐걱거리는 폐허.
도망친다면, 비탈길 위로 달릴 수밖에 없다.
총을 내려놓는 것을 보니 뭔가 나에 대해 오해를 하고 있었던 것 같지만......
남자가 사람을 죽이는 위험인물이라는 것은 확정돼있다.
어ㅉ쨌든 조금 더 이야기해 보고 싶지만, 몸의 안전을 위해 도망치는 편이 좋겠지.
싫은 건 잊어버리면 되.
하지만 그 권총- 문답 무용의 끝에는 대항책이 없다.
"......"
지면에 손을 대고 움직일 자세를 만든다.
그제야 알았는데 내 오른손에는 아직도 하늘색 우산을 움켜쥐고 있다.
이 우산......
내던지려고 해도 손에서 떨어지지 않았던걸 기억해낸다.
이건 도대체 뭐지. 생각에 잠긴 것은 정말 짧은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 근소한 차이 때문에 남자가 다음 행동을 시작해 버린다.
"일어서"
나에게 명령하는 남자
"으......"
퍼뜩 정신이 든다.
도망갈 타이밍을 놓친 나는,
어색하게 일어섰다.
"-따라와. 안개가 퍼지고 있어"
남자는 시선을 비탈길 아래로 돌린다.
그의 말처럼, 안개는 점차 짙어지는 것 같았다.
마을의 모습이 점점 보이지 않게 된다.
"거절하면 어쩔거야?"
여기서 떠날거란 것은 알고 있지만 일부러 묻는다.
그러면 남자는 다시 나에게 총구를 향했다
"따라와"
반복해서 명령 당한다.
아무래도 거부권은 없는 모양이다.
지금 도망가면 등을 쏴서 끝나겠지.
".....알았어"
할 수 없이 나는 끄덕인다.
남자는 내 대답을 듣고, 권총을 코트 안쪽에 넣는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걸어간다.
나도 그 뒤를 이었다.
남자는 이쪽으로 돌아보지 않는다.
객관적으로 보면, 아까보단 도망가기 쉬운 상황
하지만 그것은 도망가면 용서 없다는 의사표시 같다고 느꼈다.
우산의 손잡이를 질질 끌면서 나는 남자의 등을 바라본다.
검은 코트는 굉장히 오래된 것인지 여기저기 해져있다.
이 사람은 어떻게 살아온 걸까. 그런 걸 생각한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알고 있는 건 2개의 사정뿐
그는 사람을 죽이는 인간.
그리고- 내가 처음으로 만난 "악인"이었다.
터벅 터벅 터벅
규칙적인 두 사람의 발소리가 울린다.
금이 간 도로의 양측에 늘어선 것은 붉게 물든 폐허의 군락.
이미 20분 가까이 무언의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태양은 산자락에 사라졌다. 하늘의 절반만이 푸른색으로 칠해져 있다.
앞서 가는 남자에게서 일정 거리를 유지하면서,
나는 다리를 움직인다.
걸으면서 한동안은 "어디 가는 거야?"하고 물어보기도 했지만
아무런 대답도 해주지 않아 대화는 포기했다.
한가해서 대신 주변을 관찰한다.
이 주변은 집보다는 상점이 많다.
와본 적 없는 길이지만,
아마 마을의 북동쪽이겠지.
산으로 둘러싸인 마을은 크게 3개의 구획으로 나뉜다.
주거나 학교가 있는 남부,
호수와 아웃도어 시설의 북서부
그리고 전차 역이나 상점가가 있는 북동부다.
내가 식재를 찾으려 향한 곳도 이쪽 방면.
상점에는 거의 셔터가 내려가 있다.
열려있는 가게도 있긴 하지만 가게 안은 거의 다 텅 비었다.
가게를 이전한 것처럼 상품은 전부 남아 있지 않다.
이렇게 한산한 마을의 일각에서 남자는 다리를 멈췄다.
눈앞에는 4층 빌딩이 있다.
1층이 카페 같은 잡거 빌딩이다.
카페 입구에는 준비 중이라는 문패가 걸려있다.
"이쪽이다"
남자는 대충 반 정도만 문을 열고 빌딩의 옆에 있는 계단을 올라간다.
여기가 남자의 주거지인 걸까.
어슬렁 어슬렁 따라가면 밀실에 둘만 있는 상황이 되는건......
나는 폐가가 늘어선 길을 바라보며 한숨을 쉰다.
이 상태로 남의 눈을 신경 쓸 필요는 없다.
어딜 봐도 둘뿐인 모양이다.
게다가 밀실에 가두지 않더라도 총으로 위협하면 나를 제멋대로 할 수 있다.
좀처럼 상황은 변하지 않아.
- 죽이지 않는다면. 그걸로 됐어.
마음속으로 중얼거리곤 계단에 다리를 올린다.
설령 험한 꼴을 당하더라도 잊어버리면 된다.
그건 나에겐 간단한 것.
남자는 계단을 빠르게 올라가 4층 층계참에서 다리를 멈췄다.
계단은 여기서 끝난 게 아니라 계속해서 위로 이어져 있다.
아무래도 옥상으로 가진 않을 것 같다.
4층은 어떤 사무소로 사용된 것 같다.
철제문에는 "상담합니다"라는 벽보가 걸려있고.
사무소의 이름은 인쇄 면이 벗겨져 있어서 읽을 수 없다.
"들어가"
남자가 문을 열고 나를 재촉한다.
먼저 가라니 어떻게 된 거지.
"...... 실례합니다"
나는 어째선지 그렇게 인사하고 문 안으로 발을 방안으로 집어넣는다.
방안은 무척 살풍경하다. 사무소의 비품이라고 생각되는 소파나 책상은 있지만,
서류나 책 같은 것은 전혀 없다. 벽 쪽에 늘어선 책상 안도 텅 비었다.
창문은 4개 있지만 그중 하나가 깨져 덧문을 꼭 닫아뒀다.
안에 문에 또 하나 있는 걸 보면 방이 또 하나 있는 것 같다.
찰칵하고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나고 남자도 안으로 들어왔다.
나를 앞질러 창문으로 걸어간 남자는 유리문을 열고 밖으로 날카로운 시선을 보낸다.
심심했던 나도 옆 창문으로 가까이 가서 마을을 내려다본다.
4층의 높이가 있어서 과연 경치가 좋다.
마을 이곳저곳에 희미하게 새하얀 안개가 끼어있는 것이 보였다.
"안개가 이쪽까지 흘러왔어. 한동안은 밖으로 나가지 마"
"......에? 아,응"
나에게 하는 말이란 걸 바로 알고 황급히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사고가 따라가면 의문이 솟구쳤다.
"저기...... 그건, 아까 같은 괴물에게 습격당하니까?"
아직도 믿기지 않는 광경을 생각해내고 나는 묻는다.
"그래"
남자의 대답은 변함없이 간결하고 짧다.
"여긴 안전해?"
"저 안개는 무거워. 그래서 낮은 곳에 모인다. 이 높이까진 오지 못해"
확실히 하얀 안개에 싸여있던 구역에서도 건물의 지붕이나 전봇대는 보였다.
아까, 나도 비탈길을 내려가서 안개에 삼켜졌다.
남자가 말하는 건 사실이겠지.
"요컨대 그 괴물은 안갯속에서 밖에 나오지 못한단 거야? 도대체 그건 뭐야? 으으응, 그 이전에 왜 마을이 이런 상태야?"
내가 다다다 질문하면 남자는 얼굴을 찡그렸다.
"글쎄......"
적당히 대답하고 남자는 창문에서 떨어진다.
그대로 코트와 머플러를 책상 위에 벗어 놓고,
접대용으로 생각되는 소파에 드러누웠다.
남자가 코트 안에 입고 있었던 것은 하얀 셔츠와 청바지.
생각한 것보다 평범한 복장.
이렇게 보면 뭔가 생각했던 것보다도 어리다.
아마도 20살 전후겠지.
검은색투성이였던 것이 사라진 것만으로 수상쩍은 것이 반감됐지만,
눈매가 더러운 것과 바지 벨트에 걸어둔 권총 때문에 위험한 분위기는 사라지지 않았다.
"가르쳐, 주지 않아?"
완전히 드러난 권총을 조금 기가 죽으면서도 묻는다,
"- 귀찮아. 안개가 개면 나보다 설명을 잘하는 녀석에게 데려다 주지. 그때까지 얌전히 있어"
무책임하게 남자가 말한다.
아무래도 이 사람 말고도 마을엔 사람이 있는 것 같다.
나는 창문 너머를 슬쩍 보고 입을 열었다.
"...... 안개는 언제 개는 거야?"
"몰라. 하지만 하늘 보면 내일도 보가 내릴 것 같다. 비가 내린 후에는 안개가 나오기 쉬워. 어쩌면 ...... 1주일 정도 걸릴지도"
남자는 졸린듯한 목소리로 대답하고 눈을 감아버린다.
"일주일......"
오래 걸린다. 그동안 계속 답답하게 있는 건 피하고 싶었다.
나는 책상 사이 남자의 정면에 있는 소파에 걸터앉아 말을 건다.
"그렇겐 못 기다려. 적어도 마을의 상태만이라도 가르쳐줘"
"............"
하지만 남자는 대답하지 않는다,
이렇게 빨리 잠들 리는 없으니까 그냥 무시하고 있는 거겠지.
"안 가르쳐주면 밖에-"
"쓸데없는 짓을 하면 죽인다."
시험 삼아 부추기는 듯한 말을 해보면 바로 날카로운 협박이 돌아왔다.
"...... 죽인다고 말하고 있지만 결국 당신을 나를 도와주려고 하는 거지?"
나는 그렇게 확인한다.
"............"
또, 입을 다문다. 나는 한숨을 쉰다.
"그럼, 제멋대로가 아닌 행동은 뭐야? 그걸 안 가르쳐주면 나는 아무것도 못 해"
라고 물으면 남자는 눈도 뜨지 않고 귀찮게 대답했다.
"-내가 너에게 원하는 건 이 방에서 나가지 않는 것. 그것뿐이다"
즉, 방안에서라면 자유롭게 있어도 되는 것 같다. 나는 방안을 빙글빙글 돌아본다.
"하지만 여기 이런저런거 ...... 없네. 배고프다던가...... 화장실 가고 싶으면 어쩌면 돼?"
나로서는 당연한 걸 물은 것이었다.
하지만 남자는 뜻밖의 말을 들은 것처럼 코웃음을 친다.
"우리에게, 그런 건 필요 없어"
"에......? 무슨 뜻이야?"
나는 당황한다.
"금방 알아. 그러면 네가 뭔지 정도는...... 알 수 있을 거다"
남자는 입을 삐죽이며 말하고 있지만,
그대로 숨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정말로 졸렸던 모양이다.
이번에는 얕게 잠든 게 아닌 것 같다.
산더미 같은 의문을 풀어놓은 나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뭐야, 이사람...."
조금 치를 떨었다.
이 틈에 내가 도망갈거라 생각하지 않는 걸까.
그게 아니면 내가 밖으로 나간다는 걸 절대로 알아챌 자신이 있는 걸까
아무래도 후자일 것 같았다.
뭐어 안갯속에 괴물이 있다는 걸 들은 이상
나는 지금 일부러 위험한 장소로 나갈 생각은 없다.
나를 해칠 생각은 없는 것 같고,
상태가 파악될 때까지는 여기에 머물러야 하겠지.
- 이건, 깨어나지 않는 꿈 같네.
현실이라곤 생각하지 않더라도 현실로 대처할 수밖에 없다.
어느새 저녁도 지나가고 창문 밖으로 보이는 하늘은 짙은 갈색으로 변한다.
바깥의 어둠이 짙어질 즘에는 방안도 어두워진다.
그제야 나는 이방에 또 한 가지가 모자라 다는 걸 알아차린다.
"......"
나는 소파 위에서 일어서 입구 옆에 있는 형광등의 스위치를 눌렀다.
팟.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방안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다-.
솨아아아아-.
빗소리가 들린다.
가야 해, 가야 해, 가야 해!
내 마음이 소리 지르고 있다.
가다니, 어디로?
자문해 보지만 모른다.
아무것도, 모른다. 내가 어디에 있는지 조차도 모른다.
솨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들리는 것은 빗소리뿐.
모든 잡음을 지우는 하늘의 울음소리뿐.
비에 이끌려 다리를 뻗는 순간 빛이 들어왔다.
"아......"
지저분한 천장과 금 간 형광이 눈에 들어온다.
내가 눈을 떴다는 것을 인식한다.
나, 잠들었었다.
즉, 아까 본 것은 꿈. 이것이 현실. 꿈같은 현실.
솨아아아아아-.
빗소리는 아직도 계속 울려온다.
내가 누워있는 것은 방안에 잇는 소파다.
어젯밤은 실내가 새까매져서, 그대로 잘 수밖에 없었다.
익숙하지 않은 곳에서 잤는데도 몸이 아프지 않다.
오른손은 여전히 하늘색 우산을 붙잡고 있다.
이 우산- 대체 뭐지.
잘 때는 솔직히 방해돼서 어떻게든 손에서 떼어놓으려고 했지만 결국 놓지 못했다.
손바닥에 접착제를 붙여놓은 것도 아니다.
왼손으로 옮겨 쥐는 건 가능하지만...... 몸에서 떼어놓지는 못한다.
어디든지 몸 일부분에 닿아있어야만 하는 것 같아.
어째선지 RPG에서 나오는 저주받은 아이템을 연상한다.
중학생이 되어선 접할 기회가 사라졌지만,
옛날엔 게임이나 만화가 가까이 있었다. 내 것은 아니었지만, 자주 빌렸다.
나는 싫은 건 금방 잊어버리지만, 그 대신 즐거운 일은 마음에 새긴다.
그래서 어릴 적 추억을 끄집어내려고 하면 나오는 건 거의 다 놀았던 기억뿐.
"이 물건은 저주받았어."
괜히 그리워져서 우산을 천장으로 추켜올리고 작을 소리로 중얼거린다.
하지만 바로 부끄러움이 밀려왔다.
여기에 있는 건 나 하나뿐이 아니란 걸 생각해 내고 급히 몸을 일으킨다.
방안은 어둡다. 창문 너머에서는 비가 내리고 있다.
건너편 소파에서는 아직 남자가 자고 있다.
아까 중얼거린 혼잣말은 듣지 못한 모양이라, 한숨 놓는다.
"............ 하아"
툭 하고 등받이에 체중을 걸었다.
당분간 소파에 앉아서, 멍하니 보낸다.
하지만 정신이 멀쩡해서 점점 지루하단 자각이 싹튼다.
일어서서 창가로 다가간다.
4층 높이에서 내려다보는 상점가는 비 때문에 흐릿해져 있다.
안개는 비가 내린 후에 나온다고 한다.
이 상태로면 오늘도 여기서 갇혀있겠지.
할 일이 없어서, 방안을 둘러본다.
라고 해도 물건이 좀처럼 없어서 재미없다.
사무용 책상과 의자는 거의 사용하지 않은 것 같이 먼지가 얇게 쌓여 있었다.
유일하게 흥미를 끄는 것은 방안에 있는 문. 남자의 숨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확인했으니까,
쭈뼛쭈뼛 손잡이를 돌려본다. 하지만 예상대로 잠겨있었다.
"...... 시시해"
탐색을 끝내고 나는 소파 앞으로 돌아온다.
벗어둔 검은 코트와 머플러가 눈에 들어왔다.
옆에는 멀쩡한 옷걸이가 있다.
한숨을 쉬고 나는 코트와 머플러를 손에 들었다.
코트는 생각한 것보다 무겁고. 그리고 조금 냄새가 난다.
"뭐해"
코트를 옷걸이에 걸려고 하면 뒤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드디어 일어난 것 같다.
"심심해서 옷을 걸고 있어. 제대로 걸어놓지 않으면 이상한 주름이 진다고?"
뒤돌아보지도 않고 나는 대답한다.
"...... 별로 나는 신경 안 써"
무뚝뚝한 목소리로 남자가 말한다.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코트와 머플러를 옷걸이에 걸고 남자를 바라봤다.
"나도 어찌 돼 든 상관없어. 하지만 어찌 돼도 상관없는 걸
일부로 할 정도로 한가 했던 거야"
그렇게 말하고, 소파에 앉는다.
몸을 일으킨 남자를 정면으로 바라본다.
막 일어난 남자는 그다지 무섭지도 않고
눈매가 더러운 것도 어디서라도 있을 듯한 평범한 대학생으로 보였다.
허리춤의 권총이 심한 불균형이다.
".... 뭐야?"
빤히 시선을 향하는 나에게, 남자는 의아한 얼굴을 한다.
"어제 있었던 일의 계속. 내가 뭔지 곧 알게 된다는 건 무슨 의미?"
나는 계속 신경 쓰이던 것을 솔직히 물었다.
"아직도 모르겠다면 설명하는 것도 쓸데없어"
하지만 남자는 그렇게 말하고 머리를 돌린다.
"뭘 알아야 해?"
"............"
어깨를 으쓱이기만 할 뿐으로 남자는 대답하지 않는다.
"저기"
"............"
"난 심심하고 온종일 질문할 거야?"
그 말에는 과연 남자도 괴로운 표정을 띄운다.
크게 한숨을 쉬고 어이없는 듯이 입을 열었다.
".... 너, 내가 어제 말한 걸 잊은 건가?"
"에?"
뭘 말하는 건지 알 수 없어서 나는 당황한다.
"식재나 화장실은 필요 없다고 말했지. 그에 대해서 뭔가 생각은 없는 건가?"
"아......"
듣고서 깜짝 놀랐다.
그러고 보니 전혀 배가 고프지 않아.
게다가 한 번도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일몰과 동시에 잠들고,
일어났더니 아침이었으니까 그 후로 10시간 정도 지났을 거다.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든다.
"긴장한 탓일까나........"
나는 배에다 손을 대고 중얼거린다.
하지만 남자는 머리를 가로저었다.
"아니, 앞으로도 계속 배가 고플 리는 없어.
그리고 밥을 먹지 않는 이상 배설도 필요 없어 "
"무슨...... 소리야?"
당혹감을 숨기고 나는 되묻는다.
"우리는 그런 존재라고 설명하고 있다. 요컨대 인간이 아니야."
"에?에......?"
농담하는 거라 생각하고 남자의 얼굴을 보지만 그 표정은 아주 진지하다.
"- 역시 아직 믿지 못하나. 하지만 2, 3일 지나면 싫어도 알아. 밥을 먹지도 않고 멀쩡하게 살아가는 자신을 알면"
그걸로 말은 끝났다고 하는 것처럼 남자는 다시 소파에 누워버렸다.
"자, 잠깐, 끝까지 설명해주지 않는 거야?"
"...... 이 이상은 무슨 말을 해도 쓸데없겠지. 나는 설명하기 귀찮고, 어려워. 네가 실감하는 게 제일 빨라"
"그렇다곤 해도 인간이 아니면 뭔지 정도는 알려줘. 믿진 못하더라도- 신경 쓰이잖아"
내가 몸에다 올라타 물고 늘어지면 남자는 귀찮은 듯이 낮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츠쿠모카미(九十九神)"
*인간의 손이 닿은 물건이 100년이 지나면 인간의 념이 쌓여 요괴 또는 정령이 된다는 전승.
이 전승은 일본이 아니더라도 세계 곳곳에 퍼져있는데
한국의 도깨비라거나 서양의 비스크돌 인형 괴담 등이 이것에 속한다.
츠쿠모카미(付喪神)라고도 하지만 츠쿠모카미(九十九神)로도 쓰고 읽을 수 있다.
말 그대로 99신이라는 의미로 물건이 99년이 지나 100년째에 신이 된다는 의미로 읽힌다.
솔직히 성향으로 보자면 신령에 가깝지만 츠쿠모카미의 경우 요괴로 보는 경우가 더 많다.
주로 물건에서 요괴화 한 것은 물건이 인간의 신체 부위에서 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역자왈 ㅋㅋㅋ)
"츠쿠모카미?"
나는 귀에 들린 말을 그대로 반복한다.
"들어 본 적은 있겠지? 오랜 시간에 걸쳐 영혼을 품은 물건이나 장난감을 말하는 거다"
확실히 처음으로 듣는 말은 아니다.
옛날에 읽은 만화 속에서도 나왔던 걸 기억한다. 하지만-.
"그게 우리.... 라는 거야?"
완전히 비현실적인 단어라서 놀리는 것일 거라 생각해버린다.
하지만 남자는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아아, 우리는 인간이 아니라- 신이야"
자랑하는 것도 아니고 교만한 것도 아닌,
그저 지친듯한 말투로 남자는 말했다.
그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을 말하는 듯한 무척 무거운 목소리였다.
츠쿠모카미.
구십구 신.
물건이나 장난감이 변화한 신.
내가 읽은 만화에서는 요괴로 다루어졌었다.
그 이상의 지식은 없어.
하지만 자세히 모르더라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그런 건 존재하지 않아.
어디까지나 가공의 존재다.
정말 내가 츠쿠모카미라니 이해할 리가 없다.
"왜 츠쿠모카미야?"
"............"
"증명, 할 수 있어?"
"............"
물어보지만, 남자는 대답하지 않아.
아까 말한 것 처럼 내가 인간이 아니란 걸 "실감"할 때까지는,
이 이상 설명해도 쓸데없다고 생각하는 거겠지.
-뭐어 확실히, 그러네.
조금 냉정해진 나는 소파에 앉는다.
지금은 무슨 말을 들어도 믿을 수 없을 것 같다.
내 몸을 봐도 인간이라고 밖엔 생각할 수 없고,
배가 고프지 않은 건 역시 긴장해서 그렇다고 생각해.
신비한 것은 잔뜩 있다.
어제 습격당한 괴물과 손에서 떨어지지 않는 우산, 멸망한 마을.
범상치 않은 뭔가가 일어나고 있는 것은 싫어도 안다.
하지만...... 그렇다곤 해도 비현실적인 것을 믿을 리가 없다.
비현실이 현실이라고 실감하지 않는 한, 그것은 불가능하다.
"알았어...... 이제, 이 화제는 그만할게"
나에게 남자가 말한다.
"...... 그게 현명해"
남자는 작게 한숨을 쉬고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하지만 나는 말을 계속이었다.
사태파악을 뒤로 미루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또 하나 커다란 문제가 남아있다.
"응? 뭐냐?"
귀찮은 듯이 나를 보는 남자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말한다.
"-나 굉장히 심심해"
"하......?"
남자는 어이없는 표정을 짓지만, 나에게 있어선 중요한 사정이었다.
밖으론 나갈 수 없고 방안에선 심심풀이할 물건이 없다.
잠에서 막 깨어난 남자는 또 소파에 드러누워 잠잘 자세다.
이런 상황에서 잘못하면 일주일 동안.... 심심해서 죽어버려.
"당신은 심심하지 않아?"
이상하게 생각 돼서 남자에게 물어본다.
"......별로"
하품을 하면서 담백한 대답.
막 일어난 참인데 졸려 보인다.
"심심하다고, 그렇게 자기만 할 거야?"
"............ 뭐어 그렇지"
아까보다 조금 더 긴 침묵을 끼고, 대답이 돌아온다.
뭔가를 포함한 것인지, 그저 졸린 건지, 나로선 구별되지 않아.
하지만 이대로 잠드는 것도 곤란하다.
말상대가 사라지만 혼자서 멍하니 있을 수밖에 없어.
"뭐든 좋으니까 말해줬으면 좋겠는데. 당신에 대한 것....... 이라던가"
"...... 귀찮아"
조금 용기를 내 말 해보지만 무뚝뚝한 말로 일축된다.
정말 졸렸던 건지 눈을 감는 남자.
위험해 어떻게든 해야.
나는 남자기 흥미를 느낄만한 이야기를 하나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래도 어떻게든 화제를 찾아야지, 남자와 만났을 때를 기억해내 본다.
인상적인 것은 안갯속에서 달려온 검은 모습.
그러고 보니, 그때 했던말......
다시 생각해낸 기억에 끌려온 것이 있다.
나를 습격한 괴물을 공격한 것은 아마 남자의 권총이다.
울려 퍼지는 파열음은 두려운 총성.
그렇다면 남자는 총을 쏠 때 일부러 소리 질렀다는 게 된다.
마치, 기술이름처럼.
아, 그래, 그 말은-.
겨우 기억이 이어져, 나는 남자를 불렀다.
조금 소리를 올린다, 조금 흥분했다.
"............ 뭐야?"
눈을 뜨지 않은 채 희미한 목소리로 대답하는 남자.
혹시 이 사람과 사이 좋아질지도 몰라.
그런 기대를 품으며 나는 묻는다.
"'한 개의 탄환, 공격'은 분명 '칠총사'의 기술명이지? 나 그 만화 정말 좋아해서-"
하지만, 나는 말을 끝까지 할 수 없었다.
벌떡 몸을 일으킨 남자가 엄청난 눈빛을 쏘아댔기 때문이다.
"너....... 왜 그런 마이너한 만화를 알아?"
낮게 떨리는 목소리는 살기까지 들어가 있다.
"에? 음.... 옛날에 그 만화를 가지고 있던 사람이 있어서, 그 사람에게 빌려......."
횡설수설 대답하면 남자는 주먹을 불끈 쥐고 나를 노려본다.
"절대....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
"아무에게도 라고 해도, 여긴 당신밖에 없는데.......?"
"앞으로 만날 녀석을 포함,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는 의미다"
남자의 표정은 무서울 정도로 진지하다.
"당신이 만화에서 나온 기술명을 외친걸?"
"아아"
즉답하는 남자. 나는 그 기세에 앞도 돼서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이지만,
이건 남자와 대화할 기회라는 걸 알아챈다.
그래서 일부러 끄덕이며, 이렇게 물었다.
".... 혹시, 부끄러워?"
흠칫 남자의 어깨가 떨렸다.
"몇 가지 복잡한 사정이 있어"
남자는 태연히 얼버무리려고 대답하지만, 아마도 머지않아라는 느낌이다 .
뭐어 평범하게 생각하자면 목숨이 걸린 전투도 아닌데
만화에서 나오는 기술명을 외치진 않겠지.
소리를 낸다는 것은 상대에게 발각당할 수도 있는 리스크를 지게 되니까.
뭔가,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을지도 몰라.
"하지만--- 부끄러운 부분도, 많은 거네?"
확인하듯이 묻는다.
"............"
남자는 입을 다문 채로 시선을 돌린다. 즉 그런 모양이다.
"- 알았어. 아무한테도 말 안 해"
이 이상 계속하면 조금 불쌍해져서, 나는 남자에게 말한다.
"정말, 이냐?"
남자는 의아한 눈빛을 향한다.
"응"
확실하게 끄덕이면 겨우 안심한 듯이 남자는 한숨을 쉬었다.
탈진해서 소파에 몸을 기대고 천장을 바라보는 남자.
그 상태로 낮은 목소리로 묻는다.
"너.... 그 만화, 좋아한다고 했지"
"그래. 내가 아직 기억하는 건, 그런 거"
다시 한번 말하자면, 서점에 들어가면 반드시 찾고 있다.
그 정도로 '칠총사'를 좋아한다.
하지만 이제까지 팔고 있는 서점을 찾은 적이 없다.
"............?"
내 말에 의아한 표정을 짓는 남자.
그 후로 남자는 당분간 뭔가를 궁리하는 것처럼 미간에 주름을 지었지만,
천천히 일어서 방구석으로 향한다.
"왜 그래?"
".... 거기서 기다려"
계속 말하려고 하면 남자에게 저지당해버린다.
나는 할 수 없이 소파로 돌아갔다.
바지 안에 있던 열쇠를 꺼낸 남자는 문을 연다.
안에 뭐가 있는지 신경 쓰였지만 내 위치에서는 보이지 않아.
남자는 바로 대량의 책을 품에 안고 돌아왔다.
털썩하고 책상 위에 올려놓은 것은 전부 만화.
이런저런 작품이 뒤섞여있지만, 그 안에는 칠총사도 있다.
"앗....!"
생각 이상 소리 높여버린다.
"이 정도 있으면 심심하진 않겠지"
남자는 그렇게 말하곤 만화책 한 권을 손에 들고 소파에 앉는다.
"저기.... 이건-"
"내 취미다"
내 말을 자르고, 남자는 짧게 말한다.
아무래도 이게 이 사람의 심심풀이인 모양이다.
"- 고마워"
예의를 표하고 나는 조금 두근거리면서 칠총사 1권을 손에 든다.
종이는 그을려있고 표지는 거의 색이 남아있지 않다.
하지만 계속 찾고 있던 칠총사가 틀림없다.
나는 그리움을 느끼면서, 책을 펼친다.
역시 이 사람과는 사이가 좋아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솨아아아아아아아아-.
빗소리를 들으면서, 만화를 조용히 읽는다.
대화는 없다. 책을 넘기길 반복하는 소리만이 같은 간격으로 울리기만 할 뿐.
남자는 나보다 읽는 속도가 조금 빠른 것 같다.
딱 좋을 때 말을 걸었다고 생각하지만, 만화에 몰두한 사이에 잊어버린다.
추억을 덧그리듯이 칠총사를 읽어간다.
'한 개의 탄환, 공격'이라고 등장인물이 소리칠 때는 남자의 모습을 조금 떠올렸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난다.
방이 어두워지고, 만화를 읽기가 어렵다.
그때가 되어서야 해가 지고 있단 걸 알았다.
구름이 하늘을 덮어버려 석양빛이 들어오지 않아.
솨아아아아아아아아-.
빗소리가 아침보다 조금 부드럽다.
비는 약해지고 있는 모양이다.
탁하고 남자가 읽고 있던 만화책을 덮었다.
나도 이 이상 읽기를 그만두고 만화를 책상 위로 올려둔다.
남자와 시선이 맞았다.
".... 잘자"
나는 어색하게 인사한다.
이런저런 말을 찾아봤지만,
이것밖에 생각나지 않았다.
"아아"
나직하게 짧게 대답하고, 남자는 소파에 엎드려 눈을 감았다.
나도 할 일이 사라져서 자기로 한다. 몸을 가로누워 천장을 바라본다.
어제는 보지 못한 풍경이었다. 하지만 온종일 여기서 보낸 탓인지 그다지 위화감이 없다.
이런 무슨 일 인지도 모르겠는 상황에서 말이야......
나는 혼자서 고소한다.
폐허가 된 마을에서, 모르는 남자와 단둘. 거의 연금당한 상태.
남자는 사람을 죽이는 악인. 처음 만났을 때는 총으로 위협당했다.
하지만 오늘은 만화를 빌려줬다. 그리고 아마 나를 도와주고 있다.
이 사람은.... 나쁜 일도 착한 일도 전부 다 하는 사람이겠지.
쌓아둔 만화책 건너에서 자는 남자를 곁눈질로 바라보면서 생각한다.
그는 나를 인간이 아니라고 말했다.
츠쿠모카미라고 가르쳐줬다. 그 말을 아직 믿지 않아.
하지만--- 배는 아직도 고프지 않아.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생각하지도 않아.
남자도 오늘 온종일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계속 내 앞에서 만화를 읽고 있었다.
슬슬 상식이 와해한다. 남자가 말한 "실감"을 나는 느끼고 있다.
-내일 눈을 떴을 때도 배가 고프지 않다면...... 인정하자.
내가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그렇게 정하고 눈을 감는다.
의식적으로 구분하지 않으면 질질 상식에 끌려가 버린다.
그래서, 아침까지. 오늘은 아직 나는 인간.
솨아아아아아아-.
조금씩 약해져 가는 빗소리를 들으면서, 잠이 오길 기다린다.
손에서 떨어지지 않는 우산을 끌어안으며, 수마를 꾀어낸다.
솨아아아아아아-.
옆에서 숨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의식이 애매해져 간다.
............ 가야 해, 가야 해.
그러면 또 오늘아 침에 꾼 것과 같은 꿈을 꾸었다.
꿈과 현실의 사이에서 나는 남 일처럼 생각한다.
.... 가야 해, 가야 해, 가야 해!
소리치고 있는 건 내 목소리.
솨아아아아아아아-.
울려 퍼지는 빗소리.
어디로- 라고 묻는다. 꿈을 향해 말을 건다.
--- 곳에.
나는 대답한다. 꿈속의 내가 대답한다.
하지만 들리지 않는다.
솨아아아-.
빗소리가 약해질 정도로, 외치는 소리도 작아진다.
들리지 않을 정도로, 희미해져 간다.
------.
이윽고, 소리가 끊겼다.
비가 그친 것을 꿈속의 나는 알고 있다-.
눈꺼풀 건너로 빛을 느낀다. 무척 밝다.
"응...."
나는 작게 신음하며 눈을 뜬다. 실내는 무척 밝아져 있다.
창문에서 새하얀 아침 햇살이 들어온다.
방안을 떠다니는 작은 먼지가, 빛 속에서 떠올랐다.
밖은 맑게 갠 모양이다. 빗소리도 들리지 않아.
건너편 소파는 이미 텅 비어 있다.
남자의 모습은 창가에 있다. 오늘은 내가 늦게 일어난 모양이다.
눈을 비비고, 하품을 억지로 참으며 소파에서 일어선다.
남자의 옆으로 걸어가, 옆에서 창밖을 엿봤다.
"--- 좋은 날씨"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중얼거린다.
푸른 하늘 아래, 부식된 상점가가 펼쳐져있다.
아주 멀리 까지 잘 보인다. 흐릿하게 보이지도 않는 경치는 마을에 채워진 멸망을 나에게 들이대지만,
이제 와서 동요하진 않아. 조금, 으스스한 기분이 들뿐.
"근처에 안개가 나오지 않은 모양이다."
남자는 그렇게 말하고 창가에서 떨어져 옷걸이에 걸어둔 코트와 머플러를 손에 든다.
"밖에, 나가는 거야?"
"......아아, 상태를 보고 온다."
코트를 걸치고 머플러를 목에 두른 남자는 출구로 향한다.
그걸 본 나는 정말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은 채 충동에 몸을 맡기고 입을 열었다.
"나도 같이 갈래"
옆으로 뛰어가면, 남자는 시선으로 나를 억눌렀다.
"필요 없어. 한가하면 만화를 읽고 있어"
"-- 그것도 좋지만, 바깥 공기를 쐬고 싶어. 안개가 나오지 않았다면 오늘은 안전한 거지?"
"그걸 확인하기 위해 간다. 안전한지 어떤지는 아직 몰라."
기막힌 듯한 어조로 남자가 말하지만, 나는 물고 늘어졌다.
"그렇다면 더 더욱 나를 데려가야 한다고 생각해. 날 혼자 두면 무슨 짓을 할지 몰라?"
반은 진심으로 말한다.
남자도 그건 전해진 모양이라 궁리하는 듯한 복잡한 표정을 띠었다.
"-- 멋대로 나간다는 것만은 진심인가"
불쾌한 어조로 중얼거리는 남자는 문을 연다.
그것은 승낙의 표지겠지.
"내 어리광을 받아줘서 고마워"
억지 부린 건 알고 있어서, 예의를 표한다.
그러면 남자는 어째선지 더욱더 복잡한 표정이 되었다.
"널.... 잘 모르겠어"
접은 우산을 손에 쥐고 한숨을 쉬며 걸어가는 남자의 등을 나는 쫓아갔다.
낡아서 균열이 간 아스팔트 위를 걷는다,
어제 내린 비 때문에 길은 여기저기 물웅덩이가 생겨있다.
셔터가 내려가고 창문이 깨진 상점이 늘어선 거리는 변함없이 한산하다.
남자는 우리 이외에도 사람이 있는 듯이 말했지만 정말일까.
-아, 인간이.... 아니네.
나는 어젯밤, 내가 정한 "구분"을 생각해낸다.
오늘도 배는 고프지 않아.
아무것도 먹지 않았는데, 몸은 기운 넘친다.
그러니까.... 이제 인정하자.
한걸음 앞서 걷는 남자를 빠른 걸음으로 쫓아가 옆에 선다.
"저기"
내가 부르면, 남자는 시선을 이쪽으로 돌렸다.
"나.... 당신이 말한 거 믿을게. 내가 인간이 아닌 걸 실감했어."
"--- 그런가"
별로 표정의 변화도 없이, 맞장구치는 남자.
"하지만 츠쿠모카미 라는 건 굉장히 이해하기 어려워. 그런 어떻게 실감하면 되는 거야?"
어젠 대답해주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이라면 대답해줄 거라 생각했다.
그 예상은 맞았다.
잠깐의 침묵을 끼고, 남자는 입을 열었다.
"너 뭔가 손에서 떨어지지 않는 물건이 있어?"
남자가 물으면 내 시선은 자연스레 오른손에 들고 있는 우산으로 향한다.
"역시, 그 우산인가"
남자는 처음부터 예상하고 있었던 듯이, 이해한 것처럼 고개를 끄덕인다.
"응, 이 우산.... 아무래도 떨어지질 않아. 손에 바꿔 쥘 수는 있는데-"
"당연해. 네 매개체가 손에서 떨어질 리가 없어"
"매개체?"
잘 모르는 단어가 나와서 나는 어깨를 으쓱한다.
"본체로 받아들여도 좋아. 너는 그 우산에 머물러 있던 츠쿠모카미 좀 더 알아듣기 쉽게 말하자면 그 우산이 너다."
"우산이, 나......?"
너무 당치도 않은 소리를 들어서 나는 어이없어진다.
하늘색 우산을 바라봐도 이제 나라곤 생각되지도 않아.
"우리는 인간이 아니야. 물건에 남은 "마음"이야. 원래- 인간이었던 너는 옛날에 죽었어"
물웅덩이가 없는 곳으로 피해 걸으면서 남자는 말한다.
"에-?"
놀라서, 발을 멈춘다. 남자는 그대로 걸어간다. 나는 당황해서 남자의 등을 쫓았다.
"주, 죽었다니.... 내가?"
남자를 쫓아가며 되묻는다. 남자는 멈춰 서서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하, 하지만 난.... 이렇게 살아있어?"
가슴에 손을 올리고 호소한다.
"아아, 너는 츠쿠모카미로서 여기에 있어. 하지만 인간은 아니야 그런 거다."
"그런거라니 .... 어떤 거? 전혀 모르겠어"
나는 당황하여 말을 쏟아낸다.
그런 나를 보고 남자는 한숨을 쉬었다.
"-- 역시 나는 설명을 못 해. 그저 어지럽혔을 뿐인가......"
"에? 아......"
남자가 조금 우울한 듯이 보여서 나는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 죄송해요. 기껏 설명해 줬는데......"
"아니, 됐어. 내가 설명을 급하게 했다"
남자는 그렇게 말하고 다시 걷기 시작한다.
나는 반 보 정도 떨어져 걸어간다.
다리를 움직이면서 생각한다.
- 이 사람은 제대로 내 질문에 대답해줬다. 혼란스러운 건 내가 이해하지 못한 탓.
그러니까, 남자의 마을 머리속에서 되새긴다.
이번에는 거절하지 않고 받아들인다.
이 우산이.... 나.
하늘색 우산을 내려다본다. 남자는 매개체라고 말했다.
이게 내 본체라는 것. 그 말을 믿는다면 나는 우산의 츠쿠모카미가 되는 거겠지.
우산에 남은 "마음"이 지금의 나. 인간인 나는 죽었다. 그것이 의미하는 것은-.
".... 나는, 내가 아닌 거야?"
남자의 옆모습에 묻는다. 그는 이쪽을 향하지 않은 채로 수긍했다.
"아아, 너는 네가 아니야"
얼핏 보면 의미불명인 대화. 하지만 우리 사이에선 의미는 통했다.
"그런... 거야"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나는 인간이 아니야. 그 말의 의미는, 생각보다 더 무거웠다.
인간이 아닌 시점에서 나는 다른 인간이다. 내가 아닌 거다. 왜냐면 진짜 나는 인간이니까.
츠쿠모카미의 이야기를 부정하는 건 간단하지만, 나는 이미 인간이 아니라는걸 인정했다.
그래서 난 내가 아니라는 것에서 눈을 돌릴 수는 없다.
마치 서투른 언어유희. 내가 뭔지, 모르게 된다.
- 어려운데, 잊어버릴까나.
그런 기분이 들지만 그러면 설명해준 남자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주의가 산만해진 탓에 균열이 생긴 아스팔트의 틈에 발이 걸려 넘어진다.
"----- !?"
꼴사납게 굴러버린다.
심한 통증을 참으며 일어서면 무릎에 피가 스며있다.
인간이 아니더라도, 피는 나는거야......
조금 마음이 편해진다.
"...... 괜찮은가?"
어느 순간 남자는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는 내 상처를 보고 손을 내민다.
"잡아. 웬만한 상처는 한숨 자면 나아. 그러니까 신경 쓰지 마라"
"아, 그런 거 구나...."
남자는 나를 안심시키기 위해 말한 걸까,
기분이 가라앉는다.
역시 인간과는 다른 몸인 모양이다.
"저기, 난 내가 아니라면.... 나는 누구인 걸까?"
내밀어 준 손을 보면서 묻는다.
대답해줄 질문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물을 수밖에 없었다.
그만.... 매달려버린다.
하지만 뜻밖에도 남자는 즉답한다.
"너는, 우산이다"
"아.... 확실히 그러네"
나는 고소한다.
하늘색 우산이 내 매개체라면,
이것이 나.
용서 없지만, 확실한 대답
.
"츠쿠모카미는 거의 매개체의 이름을 자신의 이름으로 하고 있어. 너도 카사(우산)이라고 칭하면 돼"
"카사....?"
나는 그 말을 되묻는다.
"아아, 싫다면 직접 생각해"
조금 망설인다. 하지만 머릿속에서 되풀이해보면 나쁘진 않았다.
"......으으응 카사면 돼"
나는 머리를 흔들고 내밀어 준 손을 붙잡는다.
남자의 손바닥은 크고 조금 거칠었다.
아까보단 천천히 남자가 걷는다.
아마 부상당한 나에게 맞춰주는 거겠지.
무릎은 따끔따끔하지만 걷지 못할 정도는 아냐.
구불구불하고 가느다란 길을 빠져나와 다른 길로 나간다.
짐작은 간다. 마을에서 제일 번화한 역 앞의 상점가다. 나도 몇 번인가 온 적이 있다.
하지만 지금은 사람들의 떠들썩함도 없이 상점가의 천장이 떨어져 있다.
바닥에는 천장의 부서진 조각이 흩어져 있다.
허공에는 철골의 뼈대만이 남아있다.
상점가 전체가 마치 백골화된 거대한 생물 같다.
그리고 나는 그 안을 걷고 있다.
자박자박......
발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천장의 조각이 더욱더 잘게 부서진다.
나는 우산 끝을 질질 끌고 있을 때가 많지만, 이번엔 땅에서 떼어 놓고 있다.
이것이 내 본체라고 말하면, 험하게 다룰 수는 없었다.
아, 그러고 보니....
나는 옆에서 걷고 있는 남자를 곁눈질로 살핀다.
처음 만나고 나서 3일째인데 아직 듣지 못한 게 있다.
그건 아마 평범한 사람이라면 맨 처음으로 묻는 것.
하지만 나는 평범하지 않으니까--- 그럴 필요는 없었으니까, 깜빡 잊었다.
"저기.... 당신의 매개체는 뭐야?"
작은 소리로 남자에게 묻는다,
남자는 나에게로 얼굴을 향하고, 코트 안에서 권총을 내밀었다.
"이거다"
짧게 답하는 남자. 놀라진 않았다.
예상은 하고 있었다. 정말로 알고 싶었던 것은 또 다른 것.
"그럼, 당신의 이름은......츄우?"
조금은 긴장하고 묻는다.
타인의 이름을 묻는 것은 아마 처음.
아는 것은 기억하는 것.
잊어버리는 것은 정반대. 그래서 익숙하지 않다.
흥분한 채로 대답을 기다린다.
"아니, 달라"
이번엔 예상이 빗나가 부정의 말이 돌아왔다.
조금 좌절하지만 계속해서 질문한다.
"그럼 뭐야?"
"----시그"
낮은 소리로 남자는 말한다.
"시그?"
"아아"
시그, 인가......
마음속에서 되풀이하며 기억에 새긴다.
잊어버리지 않게, 깊숙히, 깊숙히.
이걸로 평생 기억할 자신이 있어서,
얼굴을 들어 남자에게- 시그에게 묻는다.
"왜 시그야? 츠쿠모카미는 매개체의 이름을 칭하는 거지?"
"총의 츠쿠모카미는, 나뿐만이 아니니까 다"
"에, 그런 거야?"
의외라고 생각했다. 종은 이 나라에서 흔한 건 아니야.
그런데도 또 다른 츠쿠모카미가 있는 건 이상하다.
"아아, 몇 명인가 있어. 그 중 하나가 총을 보고 나를 시그라고 부른 거다, 아마 이 총의 이름에서 딴 거겠지"
"......왜 그렇게 애매한 거야? 네 총인데"
내가 의문을 표하면 시그는 고소한다.
"이것은 아마 내 것이 아냐. 츠쿠모카미로 태어났을 때, 나는 총을 쏘는 법조차 몰랐으니까"
그렇게 말하고 시그는 권총을 흔들어 보였다.
"그럼...... 누구거야?"
"----글쎄. 확실한 건, 이 총에 내 "마음"이 들어가 있단 것뿐. 기억은 그다지 남아있지 않아. 기억하는 것은 있지만.... 거의 단편적이라 애매하다."
"그렇구나...."
나는 내심 놀란다. 기억이 애매한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완전히 나는 내가 잊어버렸다고 생각했다.
"저기, 시그"
조금 의식하고 이름을 부른다.
"왜 그래?"
"츠쿠모카미는 그런 거야? 인간이었을 적의 기억은 그다지 없는 거야?"
"츠쿠모카미는 마음의 현신이다. 그리고 마음은 감정에 가까워. 그래서 기억이 남은 거겠지."
"마음......"
하늘색 우산을 바라본다.
"내 마음은 뭘까나...."
그것은 단순히, 생각한 것을 입으로 중얼거린 것 이였다.
하지만 시그는 믿지 못할 소리를 들어버린 것처럼 나를 봤다.
"너, 지금---"
나에게 뭔가 말하려는 시그. 하지만 그는 말을 도중에 잘랐다.
그 이유는 나도 금방 알았다.
"...... 추워"
나는 내 팔을 감싼다. 갑자기 주위 기온이 내려갔다.
상점가는 조금 있으면 끝나고 이대로 가면 역 앞이 나올 거다.
하지만 길 앞에는 새하얗게 흐리다, 보이지 않는다.
"안 되겠네, 여기론 갈 수 없어. 돌아간다"
시그는 그렇게 말하고 발을 돌린다.
"아, 알았어......"
괴물에게 습격 당했을 때를 기억해내고 나도 빠르게 시그의 뒤를 쫓아간다.
걸을수록 차가움은 누그러져,
원래 체온으로 돌아온다. 뒤돌아보면 이미 새하얀 안개는 보이지 않아.
나는 긴장이 풀려 가슴을 쓸어내렸다.
"주택가 쪽도 보고 싶은데.... 아직 걸을 수 있어?"
시그는 상처 난 내 다리를 보고 묻는다.
"괜찮아. 살짝 스친 거고"
"그런가"
시그는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내 발걸음에 맞춰 상점가를 역방향을 걷기 시작한다.
"....너, 아까 네 마음을 모른다고 했지"
잠시 걸은 후, 시그가 생각난 듯이 입을 연다.
"응"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어째선지, 슬슬 물을 거라고 생각했다.
나도 아까 본 시그의 표정이 신경 쓰였다.
"그런 건 거의 없어"
"에......?"
하지만 갑자기 시그가 단언해서 나는 당황한다.
"기억이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다고 해도 매개체에 남은 마음만큼은, 알아, 강한 마음이니까 우리가 태어난거다. 반대로 마음이 사라지면, 우리는 사라져.그런 존재다"
시그는 드물게 강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나, 정말로 모르는 거야?"
비난하는 듯이 느껴져서, 나는 움츠러든다.
시그는 그런 나에게 곤란한 표정을 띠었다.
"거짓말은-- 아닌 모양이네. 그럼, 어째서냐......?"
내가 아닌 자기 자신에게 묻는 듯이, 시그는 지면에 시선을 떨어트린다.
"............저기"
하나 생각난 게 있어서 나는 작게 손을 든다.
"뭐야?"
"혹시...... 잊어버렸을지도"
"잊어버렸다?"
시그는 의아하게 나를 본다. 하지만, 나는 아마...... 그것이 가능하다.
"난 딱하나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거야"
망설이면서도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이것을 내가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한 적은 없다,
내 행동에서 알아채는 경우는 있더라도.
일부러 설명하지는 않았다.
오늘은 처음하는 일투성이네, 라고 마음 한구석에서 생각한다.
"......특별?"
"응, 나...... 잊어버리는 게 굉장히 익숙한 거야. 지워버리고 싶은 기억을 꾸깃꾸깃 뭉쳐서 머릿속의 쓰레기 상자에 휙 던져넣으면....깨끗하게 지워지는 거야"
"그런게......"
시그는 의심스러운 듯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정말이야? 나 이외의 인간에게 증명 할 수 는 없지만...... 그래도, 정말이야"
바로 믿어줄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지만,
조금 후회한다.
역시 말하지 않는 게 좋았을지도 몰라. 이상한 눈으로 보는 건 싫다.
시그는 잠시 생각하는 듯했지만, 이윽고 머리를 흔든다.
"...... 그러네, 네가 거짓말을 할 이유는 없나"
"에? 믿어주는거야?"
"아아, 대체로, 나는 츠쿠모카미다. 네 이야기보다 훨신더 비현실 적인 존재다"
"아하하하, 그러네"
나는 웃는다. 뭔가 무척 오래간만에 웃은듯했다.
"단 네가 그런 게 가능하다 해도, 마음을 잊어버렸다곤 생각할 수 없어. 아까도 말했지만, 마음이 사라지면 존재 할 수 가 없으니까.
"그런가......"
어깨를 늘어트린다.
"단순하게네가 자각하지 못한걸 지도 몰라. 아주 당연한 것이 "마음"인경우도 있어"
"응...... 알았어. 다시 한번 천천히 생각해볼게"
나는 그렇게 대답하고, 걸으면서 하늘색 우산을 바라본다.
이것은 내 우산이다.
비오는 날 밖으로 나갈 때 들고가는 원터치식 우산.
일부러 떠올려봐도, 추억이 있는 것도 아냐.
아무리 바라봐도- 여기에 있는 마음을 모르겠다.
시그가 고른 상점가에서 주택지로 가는 길은 내가 물건을 사러 갈 때 쓰는 루트였다.
익숙한 만큼 그 변화가 눈에 들어온다,
기억에선 신축이었던 집도 문이 녹슬고, 벽에서 마당까지 뻗은 덩굴에 덮여있다.
현관 앞에 있는 개집은 텅 비었다. 강아지용 밥그릇에는 물이 담겨있고, 이끼가 자라고 있다.
이제 곧.... 내 집이네.
시그에게 가르쳐주려고 생각했지만, 그만두자.
입을 다문 채로 문이 사라진 내 집을 곁눈질 하며- 그대로 지나간다.
더럽혀진 문패가 눈앞에 아른거렸다.
그 이름은 이미 내 이름이 아니야.
처음부터.... 내 이름이 아냐. 그래서 그다지 미련은 없었다.
이 길은 중학교로 가는 통학로.
늘 보아오던 풍경이 완전히 변해버린 모습이 한동안 계속된다.
하지만 풍경의 차이보다,
이 길을 시그와 나란히 걷고 있는 상황의 위화감이 더 크다.
뭔가 신기해......
- 사아아아아.
감상에 빠져있으면, 귀울림 같은 희미한 빗소리가 들렸다.
"에......?"
하늘을 올려다본다. 구름은 드문드문 있다.
따스한 햇볕이 내리쬔다, 맑다. 하지만....
-사아아아아아.
빗소리가 들린다. 계속 걸어갈수록 커진다.
오른쪽에 담뱃집이였던 폐허가 보인다.
여기서 꺾는 게 내 일상. 몇백 번이고 지났던 길.
이 길을 똑바로 걸어가면 중학교가 있다.
"시그"
나는 옆에다 말을 건다.
"응?"
"빗소리 들리지 않아?"
"....? 무슨 소리야?"
시그는 눈을 맞추고 대답한다.
이 소리는, 나한테만 들리는 모양이야.
그전에 비가 내리는 것도 아닌데 빗소리가 들릴 리 없다.
평범하게 생각하자면 내가 잘못 들은 거다.
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하지만, 들린다. 점점 커진다.
격렬한 빗소리가 울려 퍼진다.
담뱃가게 앞에서 멈춰 선다.
시그는 그대로 똑바로 걸어간다.
빗소리는 방향을 돌리기 전부터 들려온 모양이었다.
- 가야 해
그런 마음이 들어서,
시그와는 다른 방양으로 다리를 내디딘다.
비가...... 나를 부르고 있다.
"어이"
"--!?"
뒤에서 손목을 강하게 붙잡혀서, 정신이 번쩍 든다.
".... 시그?"
뒤돌아보면 무서운 얼굴을 한 시그가 나를 노려보고 있다.
"멋대로 어디가"
"아......"
나는 멍해진다.
왜 시그한테서 떨어져 방향을 꺾고 싶었는지 나도 모르겠다.
"이 길은 위험해. 날씨완 상관없이 안개가 때때로 발생하는 장소가 있어. 이 앞도 그 중 하나다."
"그렇구나.... 미안, 여기 내 통학로였으니까....무의식적으로 한번 돌아보고 싶었다고 생각해."
그 이상 생각나는 가능성은 없어서, 나는 그런 식으로 변명한다.
시그는 내 변명을 듣고 조금 시선을 누그러트렸다.
"그렇게 신경 쓰지 마 여긴 이미 네가 아는 마을이 아니야. 나도 이제부턴 위험한 장소를 가르쳐주지. 기억하고, 주의해"
"알았어"
순순히 고개를 끄덕인다.
시그는 내 팔을 놓고, 원래 가던 길로 돌아간다.
나도 옆에 붙어 따라간다. 방향을 돌리기 전에 한번 더 뒤돌아보지만,
이미 빗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태양이 서쪽으로 기울어, 햇살이 오렌지색으로 변하기 시작한다.
완만한 비탈길인 주택지를 걸어, 우리는 전방이 좋은 장소에 도착했다.
아마 나와 시그가 처음 만난 장소와 가깝겠지.
길은 다르지만, 비탈길 위에서 내려다보이는 풍경은 이틀 전을 기억나게 한다.
그리고 그때와 똑같이, 비탈길 아래에는 새하얀 안개가 차있다.
멀리 있는 호수도 흐릿해서, 마을의 경계가 보이지 않아.
"여기도 갈 수 없네. 해도 졌고..... 슬슬 돌아갈까"
시그는 왔던 길을 돌아가기 시작한다. 나도 반 보 떨어져서 발걸음을 돌린다.
오늘의 수색은 이걸로 끝인 모양이다.
시그가 체크한 장소로 추측해보면 아무래도 마을의 북서부로 통하는 길을 찾는 것 같아.
이제까지의 이야기로 생각해보면 거기에 시그 보다 설명을 잘하는 츠쿠모카미가 있는지도 몰라.
하지만 이제 와서 다른 사람한테 맡겨도 말이야....
가슴 속으로 중얼거린다. 솔직히, 설명이 능숙하든 어설프든 상관없다.
이야기를 들을지 말지는 상대를 믿는가 믿지 않는가다.
나로서는 인간의 됨됨이를 조금이라도 이해하는 시그 쪽이 안심된다.
나는 슬쩍 등 뒤를 보고 저지대에 서린 새하얀 안개를 봤다.
"시그, 물어봐도 돼?"
조금 망설이면서 묻는다. 시그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걸 확인하고, 나는 말을 이었다.
"저 안개랑-- 나를 습격한 괴물은, 뭐야? 귀찮지 않다면 가르쳐줬으면 좋겠는데"
"............ 그러네. 안개의 위험성은 확실히 이해시켜두는 게 좋나"
저번에는 애매하게 풀어놓더니, 이번엔 적극적인 대답이 돌아온다.
아까 내가 멋대로 위험지대로 가려고 했던걸 생각해낸걸 지도 몰라.
"커다란 의미 묶으면 그건 우리와 동류다 "
시그는 앞을 바라보면서 짧게 말한다.
"그건.... 안개를 말하는 거야? 괴물을 말하는 거야?"
생리적 혐오감이 느껴지는 괴물의 모습을 생각해내면서 나는 묻는다.
"양쪽 다다. 라고는 해도, 둘 다 같은 거야. 안개가 일시적으로 응축되면 네가 부르는 괴물 같은 모습이되"
"안개 전체가 괴물이야...."
그렇게 생각하면, 쓸데없이 기분이 나빠진다.
상점가에서는 안개의 차가움을 느꼈지만,
그것은 괴물이 몸을 쓰다듬은 것이나 마찬가지.
그래도 그것을 시그는 동류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싫다고 생각하면서 묻는다.
하지만 괴로운 듯이 시그는 고개를 가로젓는다.
"아니, 츠쿠모카미는 아니야. 우리는 카타나시(형태없습)라고 부르고 있어"
"카타나시?"
"형태가 없으니까, 카타나시. 카타나시도 우리와 같이 마음에서 태어난 존재다. 하지만 머무른 물건이 없어, 안개로서 떠돌아다닐 수밖에 없어"
나는 손에든 하늘색 우산을 바라본다.
"카타나시는 매개체가 없단거....?"
"아아, 그래서 불안정하고 애매한거야. 애매한 복수의 마음이 섞여들어 간 것도 많아, 그때는 네가 본 것 같은 흉악한 괴물이되. 하지만.... 불안정해서 웬만한 카타나시는 시간이 지나면 소멸해. 말하자면 자연현상 같은 거다."
"비나 눈 같은 느낌?"
"아니.... 태풍이나 번개와 비슷한 거야. 우리에겐 재앙이다. 카타나시는 형태와 안정을 원해서 츠쿠모카미를 습격해. 너처럼"
딱 딱 딱 하고 울려 퍼지는 이빨 소리를 생각해내고 나는 팔을 감싼다.
"역시 그거.... 나를 먹으려고 했어"
내 중얼거림을 듣고 시그는 고개를 끄덕인다.
"츠쿠모카미의 매개체를 빼앗은 카타나시는 우리와 같은 모습을 얻어. 불안정한 안개의 몸이 아닌 거야. 그렇게 되면 재앙은 천적으로 변해버려"
"그래서 시그는 그때 굉장히 화냈던 거네...."
총을 나에게 향하고 죽고 싶다면 내가 죽여준다고 시그는 말했다. 거기엔 이런 사정이 있었던 거겠지.
안개 말고도 다른 괴물이 나온다면 안심하고 잠들 수도 없다.
"그래. 자살로서는 최악의 방법이니까. 끝내고 싶다면- 나한테 말해"
"시그......?"
나를 죽이려고 말했을 때의 대사완 조금 뉘앙스가 다른 것 같아서,
시그를 바라본다. 하지만 시그는 그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귀로에 올랐다.
잡거 빌딩에 도착 했을 땐 태양이 산기슭에서 가까이 붉게 빛나고 있다.
태양이 완전히 질 때까지, 우리는 또 만화를 읽으며 시간을 때운다.
"시그-- 이 만화는 어디서 난 거야?"
지금 읽는 만화는 그다지 취향이 아니라 적당히 페이지를 넘기면서 시그에게 말을 건다.
"발굴해서, 모았어"
만화를 읽으면서, 시그는 대답한다.
"발굴?"
"폐가를 돌면서 보존상태가 좋은 책을 모았다"
"그건 도둑질 아냐?"
나는 생각한 것을 입으로 냈지만 시그는 코웃음 친다.
"도둑질? 피해자가 전혀 없는데도? 이 마을엔 인간이 없어. 법도 없어. 이를테면 전시대의 유적. 나는 사라져가는 문명을 보존하고 있을 뿐이다"
"말하고 싶은 건 알겠는데.... 뭔가 고고학자의 가죽을 뒤집어쓴 도굴꾼같아"
논리가 미심쩍어서 나는 대답한다. 그러면 시그는 떨떠름한 표정이 되었다.
"--너, 점점 부담이 사라지는 거 아냐?"
"시그도 처음보다 말수가 늘었네"
서로 시선은 만화를 향한 채 말한다.
창문에서 흘러들어오는 붉은 빛이 약해지고 방도 완전히 어둠이 퍼졌다.
"......잘까"
시그가 만화를 덮고 나에게 말한다.
"그러네"
나도 만화를 책상에 올려놓고, 소파에 눕는다.
아직 완전히 태양이 진 게 아니라서, 천장은 붉은 그늘이 졌다.
점차 색이 사라져가는 천장을 바라보며,
오늘은 이런저런 일이 있었던 것을 기억해낸다.
나는, 내가 아니라는걸 알았다.
나는, 우산이었다.
다친 무릎을 만져보면, 이미 피가 굳어있단 걸 알았다.
시그는 자면 낫는다고 말했지만 정말일까.
게다가 잊는게 특기라고 시그에게 말해버렸다.
그 후로 별다른 추궁은 없었지만,
사실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 조금 신경 쓰인다.
그리고, 카타나시도 가르쳐줬다.
안개가 얼마나 위험한지 이해했다.
통학로를 그대로 걸어갔다고 생각하면 닭살이 돋는다.
그러고 보니 그때 시그는......
조금 신경 쓰이는 게 있어서 누운 채로 시그에게 묻는다.
"저기, 시그 계속 안계가 나오는 위험한 지역 가르쳐줬지"
"... 그게 어쨌단 거지?"
건너편 소파에서 낮은 소리가 돌아왔다.
"안개는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거 아니야?"
"....보통은. 하지만 마음이 비정상적으로 강하고 다른 마음을 거부하는 성질 일때는 예외다. 안개의 상태도 안정적이고, 자연소멸은 하지 않아. 뭐어.... 장소를 아는 한 돌발적으로 발생하는 카타나시보단 안전해. 가까지 가지만 않으면 끝나는 이야기니까"
함축성 있는 어조로 시그는 설명한다. 그 외에도 다짐을 해두는 거겠지.
"응, 조심할게. 고마워, 조금 그게 신경쓰여서...."
나는 예의를 표하고, 눈을 감았다.
"-- 나도 신경쓰이는게 있어"
하지만 뜻밖에도 시그가 말을 걸었다.
"뭐야?"
"네 마음에 대해서다. 짐작 가는 건 있었어?"
".... 으으응, 역시 모르겠어"
나는 우산의 손잡이를 쥐면서, 대답한다.
"그런가......"
시그의 목소리에 낙담은 없다. 단순히 확인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저기, 역시.... 마음을 잊어버리는 경우는 없어?"
"아아. 마음이 없으면 우리의 존재는 없어. 그것은 절대 변하지 않는 대전제다. 뭔가는 있을거야. 기억으로 남아있지 않더라도, 강한 감정이나 충동이......"
충동--.
그 말에 점심에 일어났던 일이 뇌리를 스친다.
그때, 나는 빗소리를 듣고, 어딘가로 가야 한다고 강하게 생각했다.
혹시 그게.... 아니, 그럴 리 없어. 그런일이 있으면 안 돼.
"시그는 내가 거짓말한다고 생각해?"
감정이 조금 고조된 탓에, 책망하는 듯한 말을 해버린다.
하지만 시그는 신경 쓰지도 않고 태연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아니 네 말은 의심하지 않아. 좋을 대로 기억을 잊어버린다.... 너는 그게 가능한 거겠지. 하지만 하나 신경 쓰였다. 네가 잊는 기억은-- 안전히 사라지는 건가?"
"에......?"'
생각지도 않게 눈을 뜨고 시그를 바라본다. 시그도 소파에 누운 사제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다.
"한번 생겨난 것은 사라지지 않아. 설령 지워버렸다고 생각해도, 흔적은 남아있어...... 우리처럼"
츠쿠모카미는 인간의 잔재라고 시그의 눈동자는 말하고 있다.
"기억도 아마 같아. 잊어버렸다고 생각해도, 어딘가 분명히 남아있어. 네가 잘하는 것 잊어버리는게 아니라, 생각하지 않는 거겠지. 나는 그렇게 생각해"
그것은 내가 정말 조금 생각한 가능성이었다. 하지만, 부정한 생각이었다.
"아니야.... 나는, 내 기억은.... 사라져.... 사라져야만, 싫어"
내 몸을 끌어안고, 목소리를 짜낸다.
사라져야 할 것이 사라지지 않았다니 어찌 할수도없이 기분 나쁘다.
뭐든 사라지니까 아무것도 무섭지 않았다.
그걸 못한다면 모든 게 무서워진다.
시그는 몸을 떠는 나를 보고 시선을 돌렸다.
"--- 네가 그렇게 말한다면, 그걸로 상관 없어"
"....?"
시원스레 시그가 물러나서, 나는 당황한다.
"나는 별로 네 마음을 알아내고 싶은 게 아니야.이지에 맞지 않는 상황에 진정되지 않았으니까, 무리하게 이치에 맞는 가능성을 찾았을 뿐이다. 내 생각을 너에게 강요할 생각은 없어"
"...... 그래"
휴 하고 한숨을 쉰다. 조금 어색한 침묵이 흐른다.
밖에서 강한 바람이 불었던 건지, 창문이 삐걱삐걱 흔들린다.
"거기에, 혹시--- 잊어버리는 편이 좋을지도"
이젠 잠들어버렸을까 하고 생각하기 시작했을 때 시그가 갑자기 중얼거렸다.
"왜?"
나는 작은 목소리고 이유를 물었다.
"-- 츠쿠모카미는 '마음'에서 태어나. 그래서 '마음'에 묶여있어. '마음'대로 살아가는 건 결코 즐거운 일이 아냐"
방에는 이미 새까매져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시그의 표정도 몰라.
"시그는, 힘들어?"
".... 글쎄"
긍정도 부정도 포함한듯한 어조.
"혹시, 잊을 수 있다면.... 잊고 싶어?"
내 물음에 시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1분 정도, 그 이상의 침묵을 끼고,
드디어 그는 자신의 결론을 말했다.
"아니---- 나는 잊지 않아"
그건 결코 크지 않은 목소리였다.
하지만, 시그의 말은 귀에 깊숙이 남았다.
나는 우산을 끌어안고 꽉 눈을 감는다.
무언가 무척 가슴이 아팠다.
그날은,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다,
바람이 강해진 건지 창문이 흔들리는 소리가 들린다.
건너편 소파에선 시그의 숨소리가 들려왔다.
아마 아까 대화를 구겨서 잊어버리면 나도 기분 좋게 잘 수 있겠지.
이제까지라면 망설임 없이 그렇게 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은 그게 망설여졌다.
달각달각 달각달각
톡, 톡톡--.
창문 소리에 섞여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또 비가 내리기 시작한 것 같다.
내일은 또 온종일 방에서 나가지 못할지도 몰라.
솨아아아아아아아-.
빗소리는, 연이어 겹쳐지며 마을을 채운다.
.... 가야 해.
또 그 목소리가 들렸다. 빗발이 강해질수록 목소리도 커진다.
가야 해, 가야 해!
나를 재촉하는, 강한 마음. 격렬한 충동.
이미 얼버무릴 필요는 없었다.
꿈이라고 눈을 피하고 귀를 막을 순 없었다.
이것이 분명 내 마음.
하지만...... 굉장히, 굉장히 괴로워.
가야 해, 라고 말하는 목소리는 후회와 죄악감으로 물들어있다.
힘든 것도 괴로운 것도 고통스러운 것도 싫다.
바로 지워 버리고 싶다.
그래서--- 나는 잊어버린 것이겠지.
하지만 사라지지 않았던 것이겠지.
시그가 말한 대로야.
나는 생각하지 않는 게 특기였던 것 뿐이다.
나를 츠쿠모카미로 만들 정도의 강한 마음만큼은 잊어버릴 수가 없었다.
쓰레기 상자에 버려버린 기억에서 비에 젖은 마음이 배여나온다.
가야 해, 가야 해, 가야 해!
아마 이 목소리에 귀를 기울기며 더러워진 기억의 쓰레기상자를 끄집어내면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있겠지.
우산에 남은 마음의 정체를 알수있겠지.
하지만 그럴 용기가 없었다. 한번 더 쓰레기 상자의 뚜껑을 열 생각은 없었다.
빗소리는 좋아하는데, 오늘은 무척 얄밉다.
빨리 비가 그치길 빌면서, 나는 조금씩 잠에 빠져들었다.
솨아아아아아아-.
눈을 떠도 비는 계속 내리고 있었다.
어젯밤보다 강하게, 창문을 두드리고 있다.
가슴 속에서 지껄이는 목소리는 시끄러울 정도.
아마 사라지지 않은 기억이 있단 걸 자각한 것이겠지.
의식이 확실히 깨어있어도 목소리는 사라지지 않는다.
마음에 묶이면, 확실히 즐겁지 않아.
무척 괴로워. 시그가 말한 걸 실감했다.
그 시그로 말하자면, 이미 잠에서 깨어나 만화를 읽고 있다.
내가 몸을 일으키자 한번 시선을 이쪽으로 향했지만,
바로 다시 책 읽기로 돌아가 버린다.
벌써 4일째니까 인사정돈 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좋은 아침"
울리는 목서리에 두통을 느끼면서도 시그에게 말을 건다.
"......아아"
시그는 만화를 읽으면서 건성으로 대답했다.
나도 만화를 집어들지만, 속에서 소리 지르는 목소리가 시끄러워서 집중할 수 없다.
그래서 나는 만화를 읽는 걸 그만두고, 시그를 바라본다.
진정되지 않는 마음으로 내 무릎을 쓰다듬는다.
그곳엔 이미 딱지조차 없다. 정말로 하룻밤 자고나니 상처는 나아있다.
"저기 말이야......"
가벼운 목소리로 부른다.
"............?"
시그는 만화에서 얼굴을 떼고 시선을 나에게로 돌린다.
"-- 시그의 마음은 뭐야?"
물어도 괜찮은 건지는 모르지만, 마음껏 물어본다.
시그는 자신의 마음을 어떻게 마주하고 있는지 알고 싶었으니까.
"...... 죽고 싶지 않아"
낮게, 마치 신음하는 듯이 시그는 중얼거린다.
"에?"
내가 엉겹결에 다시 물어버리면,
시그는 무거운 목소리로 반목했다.
"죽고 싶지 않아. 그게 이 총에 남은 내 마음이다"
"그렇, 구나..."
시그가 손에든 권총을 바라보면서, 나는 맞장구친다.
"--- 죽고 싶지 않으니까, 살아왔어. 계속....말이야"
"그건 괴로워?"
"............"
내 물음에 시그는 대답하지 않아.
복잡한 얼굴로 침묵을 지킨다. 아마 저에 마음을 잊어버리고 싶냐고 물었을 때도,
지금 같은 표정이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괴로워"
".......? 무슨 의미야?"
"기억난거야.... 내 마음. 시그가 말한 대로였어. 지워버리고 싶었어. 지금도 나를 굉장히 재촉하고 있어"
솔직히 지금 상태를 생각해보면, 시그는 역시 놀란 표정이다.
"하지만 이 마음..... 무척 괴롭고 고통스러워. 아마, 생각해내면 좀 더 힘들 거야 그래서 생각해 내려고 하는 나를 잊어버리고 싶어"
"그러면, 왜 잊어버리지 않은 거야?"
"......아마, 시그를 같이 잊어버릴 테니까. 그건 조금 싫다고 생각했어"
나는 고소한다.
"물론 전부는 아니야? 하지만 잔뜩 없어져. 그러면 말이야, 내가 본 시그도, 시그가 본 나도 다른 사람이 되는 거야. 뭐어, 그런 거 익숙해졌지만.... 이번엔 뭔가, 아까운 기분이 들었어"
"조금, 잘 모르겠는데....."
시그는 드물게 곤란한듯한 표정을 띠었다.
"요컨대, 시그 때문에- 나는 지금 힘들어"
".... 그건, 미안하다.'
알기 쉽게 설명하면, 시그는 아직도 이해하지 못한 얼굴로 사과한다.
조금 미안해져서 나는 뺨을 긁었다.
"미안, 아까는 농담. 조금 짓궂은 소릴 해서 부탁을 들어주게 하려고 했어, 시그 탓이 아니야"
"부탁?"
"응...... 나, 밖에 나가고 싶어"
"이 빗속을 말인가?"
"그래. 내가 찾고 싶은 건 빗속에서 밖에 찾지 못할 것 같으니까"
그 말로 지는 내가 뭘 하려고 하는지 짐작한 모양이다. 만화를 책상에 올려놓고 진지한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비는 카타나시의 안개를 불러. 내가 허가할 거라고 생각해?"
"안 할거라고 생각해. 하지만 가야 돼. 잊고 싶지 않다면--- 가야 하는 거야"
이 마음에는 반대하지 않아. 비가 내리는 한, 마음은 배여 나온다.
유일하게 도망치는 방법이 있다면, 잊어버리는 것.
생각날 때마다 잊어버리는 것. 하지만 그건 처음으로 내가 기억한 이름을 지워버리는 선택.
괴롭고, 싫은 건 잊어버리고 싶어.
하지만--- 정말 조금 즐거웠다고 생각한 건 계속 기억하고 싶어.
물러서지 않고 부탁한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선택하지 않으면 답은 정해져 있다.
괴로운 것보다, 즐거운 게 중요한 건 누구나 당연한 것.
나는 각오를 하고 일어선다.
그러면 시그는 망설임 없이, 권총을 나에게 향했다.
"네가 카타나시에게 먹힐만한 행동을 하면 내가 죽인다. 몇 번이고 말했을 거야?"
"응, 몇 번이고 들었어. 하지만 나는 먹히러 가는 게 아니야. 시그는 내가 죽고 싶다고 말하지 않는 한 쏘지 않을 거야"
근거는 없지만 단언하고, 나는 총구를 무시하고 방문으로 향한다.
"멈춰라"
저지하는 소리가 울린다. 그것은 차갑고 날카로워, 사람을 죽이는 악인의 목소리였다. 손잡이로 손을 뻗었으면 손끝이 굳었다. 하지만 그대로 마음껏 문을 열었다.
솨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커다란 빗소리가 방안으로 흘러들어온다.
총소리는 울리지 않았다.
대신 발소리가 들린다. 검은 코트와 머플러를 몸에 걸친 시그가, 내 옆에 선다.
"---이번뿐이다"
시그는 거기에 더해 챙이 넓은 검은 모자를 뒤집어쓰고 불쾌한 목소리로 말한다.
"응.... 고마워, 시그"
나는 미소로 예의를 표하고, 하늘색 우산을 손에 쥐고 비 내리는 하늘 아래로 걸어갔다.
무수한 빗방울이 하늘에서 떨어진다. 나는 그것을 하늘색 우산으로 받아낸다.
타다다다다다-.
물방울 튀는 소리를 우산 아래서 듣는다.
나는 옆이 신경 쓰여서 눈을 돌린다.
전신이 새카만 시그는, 우산도 없이 조용히 걷고 있다.
"-- 우산, 안 써도 괜찮아?"
화났을 거라고 생각돼서 말걸기가 그랬지만, 조금 걱정돼서 묻는다.
"아아, 내가 숙여야 하니까 네 우산은 필요 없어"
확실히 나와 시그의 키는 차이가 엄청나서 조금 무리가 있다.
우산은 내 매개체라 시그에게 빌려줄 수도 없다.
"하지만....."
".... 상하긴 했지만, 이 모자랑 코트는 일단 방수다. 젖어도 츠쿠모카미는 감기에 걸리지 않아"
그걸 듣고 안심한다.
"시그의 옷은 발굴품?"
"코트하고 머플러 모자만. 남은 건 전무 츠쿠모카미의 부속품이다"
"부속품......?"
"츠쿠모카미로서 태어났을 대부터 입고 있던 옷이란 의미다. 너에겐 그 옷이 되겠지"
지적당해, 내는 중학교 교복을 내려다봤다.
"이 옷, 내 몸의 일부 같은 거야? 혹시 못 벗어?"
"아니, 몸의 일부분이란 인식은 잘못된 게 아니지만, 매개체와는 달라서 몸에선 떨어져. 하지만 벗거나 찢어지더라도, 상처와 똑같이 하룻밤 자고 나면 원래대로 돌아와 있다. 우리에게 수면은 몸을 기본적으로 회복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 같아"
"헤에......"
뭔가 깨알 지식 같다고 생각하면서, 맞장구친다.
"--- 생각보다. 여유 있는 모양이네"
그런 나를 바라보면서 시그가 말한다.
"에, 뭐가?"
"너는 네 마음을 아는 것을 두려워하 는듯이 보였다. 하지만 지금은, 괜찮아 보이네"
"......그런거 아니야. 이것 봐"
나는 팔을 뻗어서 시그의 손에 살짝 올린다.
"............"
그러면 시그는 순간 위험한 표정으로 변한다.
내 차가워진 손의 떨림이 전해진 거겠지.
"그렇지?"
"-- 무섭다면, 무리하게 말하지 않아도 돼"
미묘하게 화난듯한 어조로 시그가 말했다.
"반대야. 무서우니까, 즐거운 걸 말하고 싶은 거야"
"즐거워...? 잡담이, 말인가?"
"응. 보통 사람과 대화하는 건 즐거워. 계속 기억하고 싶을 정도로"
별로 과장할 생각은 없었지만 시그는 복잡한 얼굴을 한다.
"너는... 대체 어떻게 살아온 거야?"
나는 가까이에 있는 물웅덩이를 찰방하고 밟으면서, 시그를 뒤돌아본다.
"글쎄? 거의 잊어버렸어"
고소하면서, 솔직히 대답했다.
"...그런가"
시그는 물웅덩이를 한걸음에 뛰어넘어서,
내 옆에 선다. 거기서 조금 대화가 끊긴다.
그러면 신경 써준 것인지 이번엔 시그가 말을 걸어온다.
"길은 이쪽이면 괜찮은 건가?"
"응 장소는 어떻게는 알아"
거긴 비가 내리는 것도 아닌데 빗소리가 들렸던 장소.
중학교 통학로. 담뱃가게가 있는 골목.
한번 더. 거기로 가면 뭔가 알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방금 전 자택 앞을 지나간다.
"내가 전에, 츠쿠모카미는 마음에 묶여있다고 했었지"
"-- 기억하고 있어. 나, 실감하고 있어"
내가 고개를 끄덕이면, 시그는 말을 계속했다.
"마음이 츠쿠모카미에게 주는 리스크는 그 밖에도 많아"
"에?"
"소화할 수 있는 종류에서 태어난 츠쿠모카미는 곧 사라져."
"무슨 뜻이야?"
"이를테면 츠쿠모카미의 핵이 되는 마음이, 석양을 보고 싶다는 실현하기 쉬운것이였을경우...... 그 츠쿠모카미는 석양을 본 순간 마음에서 풀려나, 사라져버려
"-- 뭔가, 성불하는 듯한 느낌이네"
내 감상을 듣고 시그는 수긍한다.
"그러네. 우린 영령과 그다지 차이가 없어"
고소하는 시그에게 나는 불안한 기분에 둘러싸인다.
"나도... 혹시 사라질지도 몰라?"
"가능성은 있어. 그걸 생각하게 하고 싶었다"
"그런가......"
나는 비를 튀기는 하늘색 우산을 올려다본다. 다리는 멈추지 않고, 앞으로 나가면서-.
"뭐어, 어느 쪽이 행복할지는.... 모르겠지만"
한숨을 쉬며 중얼거리는 시그.
"그런 거야?"
"죽고 싶지 않아.... 그런 지속적인 마음이라면 괜찮지만, 실현 불가능한 마음의 경우엔 채워지지 않는 갈증을 영원히 품게 되. 그건 그다지 행복하다곤 말할 수 없겠지"
"......그러네"
겨우 담뱃가게 앞에 도착한다. 나는 갈림길에서 다리를 멈춘다. 시그가 놀란 얼굴로 나를 본다.
"어이, 이 길은--"
"알고있어. 하지만 이쪽이야. 이 앞으로....가야만해"
안개가 항상 나오는 위험한 지역이 있다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마음에 스미는 충동이 이쪽으로 가라고 부르짖고 있다.
"... 진심인가?"
"부탁이야, 이제---- 멈출 수 없어. 여기로 되돌아가면 나는 잊어버릴 수 없어. 이제 두번 다시 용기를 내지 못할 거라고 생각해. 시그가 함께인 지금이니까 앞으로 나가는거야"
코트 자락을 붙잡고 호소한다.
이 앞에 있는 것은 기억하고 싶지 않은 기억이 잠든 장소.
카타나시가 나오는 위험한 지역.
혼자선 가지 못한다는 건 알고 있다. 그럴 용기도 힘도 없다.
"너는.... 잊고 싶지 않은 거지?"
"응"
"-- 정말이지, 정말로 귀찮은걸 주웠어"
시그는 작게 독설을 퍼붓고는 다리를 뻗어--- 갈림길을 돌았다.
"......시그"
기뻐서 눈물이 나왔지만 울고있는건 아냐.
나는 눈가를 훔치곤 시그를 뒤쫓아갔다.
"나보다 앞으로 나가지 마. 한 걸음 떨어져서 따라와"
코트 안쪽에 손을 넣고 주변을 경계하며 시그는 말한다.
"알았어"
시기의 넓은 등 뒤에서 한걸음 정도의 거리를 띄우고 길을 따라 걷는다.
빗발이 약해졌는지 우산을 때리는 빗소리가 약해진다.
타다다다다다다닥-.
비 튀기는 소리가 가볍다.
솨아아아아아아아-.
마을을 둘러싼 빗소리는 부드럽다.
길의 양측에 늘어선 페허가, 갑자기 한순간 원래 모습으로 돌아간다.
생각해내기 시작한 기분이 들었다. 쓰레기 상자에 밀어 넣은 기억이 흘러 넘치고 있다.
빗물을 빨아들이고 불어나서 쓰레기 상자에 들어가질 못하고 있다.
매일 아침 눈에 넣은 풍경의 본상을 본다. 친구끼리 둘러싸여 걸어가는 같은 학교 학생.
쓰레기를 내놓고 집으로 돌아가는 아줌마. 역으로 향하는 샐러리맨 강아지 산책을 시키는 아저씨.
부모님의 손을 잡고 유치원으로 가는 아이-----------.
당연한 듯이 되풀이하면서 봤던 정경. 계속될 거라고 생각했던 일상. 그것이 내 눈앞에 펼쳐졌다.
나는 교과서가 들어간 가방을 가지고, 우산을 쓴 채 걸어가고 있다.
좋아하는 빗소리를 들으면서 학교로 향하고 있다.
주면 사람들도 모두 우산을 쓰고 있어서, 시선을 신경 쓸 필요가 없다.
그래서 오랜만에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찾아내 버린다.
그것을--- 찾아내 버린다.
"--- 아얏!"
얼굴에 뭔가 부딪쳐, 내 회상은 끊겼다.
콧등을 누르고 앞을 보면 거기엔 새까맛고 커다란 등.
아무래도 시그가 멈춰선 것 같다.
".... 왜그래?"
몸을 기울여서 전방의 상태를 확인...... 숨을 들이마셨다.
비단 실 같은 부드러운 비가 내리는 속에서 민가의 담장 옆에 새하얀 안개가 서려 있다.
"저건...... 카타나시?"
"아아"
긴장을 품은 목소리로 시그는 대답한다.
"거짓말.... 전혀, 차갑다던가 느껴지지 않았는데----"
안개의 영역엔 들어가지 않았다. 저 뼛속까지 얼려버릴 듯한 차가움은 설사 다른 생각에 빠져있더라도 절대로 안다.
"아마도 비에 섞여버릴 정도의 안개였던 거겠지. 꽤나 소규모인 카타나시지만...... 그 탓에 눈치채는 게 늦었다"
시그는 코트 안에 손을 넣은 채로, 괴로운 표정으로 중얼거린다. 잔뜩 긴장하고 말한다.
공간에 가득 찬 살기 탓으로, 숨쉬기가 힘들다. 포화된 빗소리 속에서 우리는 카타나시의 행동을 주시한다.
안개는 이윽고 형성된 새하얗고 애매한 윤곽이--- 흔들렸다.
"------!"
시그가 코트 안에서 권총을 뽑아든다, 하지만 총구를 향했을 땐 이미, 카타나시는 그곳에 없다.
엄청난 속도로 도로를 달려와 마로 눈앞까지 다가왔다. 새하얀 꼬리를 끌며 달리는 모습은 마치 네발짐승.
"윽!?"
요격할 틈도 없이 시그는 몸을 비틀어, 바로 뒤에 있던 나를 안고 지면에 엎드린다.
"왁!?"
등 뒤의 충격. 날카로운 아픔과 차가운 감촉. 하늘을 바라본 내 시야를 새하얀 짐승이 가로지른다.
바로 몸을 일으킨 시그가 새하얀 짐승을 뒤쫓듯이 총구를 향한다.
"1개의 탄환- 공격!"
날카로운 소리와 겹쳐치는 듯이, 마른 파열음이 울린다. 그것은 처음에 나를 도와줬던 때와 같은 말. 만화에서 나오는 기술명.
타아아앙-.
울려 퍼지는 파열음. 머리를 든 나는, 지름 1미터정도에 걸쳐 함몰된 거리를 본다.
이런 건 총의 위력이 아냐. 마지 거대한 망치를 내려친 듯한 파괴된 흔적.
이래서 일부러 기술명을 외치는 걸까.
하지만 카타나시에겐 명중하지 않은 모양, 조금 떨어진 블록담 위에서 유유히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다.
그 모습이 점점 커지면서 연상되는 것은 호랑이나 표범. 하얀 안개가 형성한 짐승은 새빨간 입에서 어금니를 드러낸다.
저번에 덮쳐진 카타나시에게도 입만큼은 있었다. 지금은 그 이유도 안다. 츠쿠모카미를 먹기 위해, 입만큼은 꼭 필요한 것이 겠지.
-냐아아아아아오.
짐승 소리가 울린다. 예상에 반해, 호랑이나 표범의 포효는 아냐.
"...... 고양이?"
무의식적으로 중얼거린 내 목소리를 들은 순간, 강력한 기시감에 덮쳐진다.
주변을 둘러싼 빗소리가 갑자기 커졌다. 중단된 기억의 복원이 재개된다.
쓰레기 상자에서 추억이 단숨에 흘러나온다.
"---고양이?"
그것은 내 목소리. 지금의 내가 아닌, 나의 중얼거림.
중학교로 통하는 길. 평소와 다름없는 통학로. 빗속,
우산을 쓰고 걸어가는 나는, 어느 집 처마 밑에 버려진 고양이를 찾아냈다--.
냐-, 냐아-.냐아아-.
아직, 새끼였다. 3마리나 있다. 사랑스러운 소리로 울고 있다.
하지만 나는 새끼 고양이를 곁눈질하고, 멈춰 서지도 않고 계속 걸어간다.
별로 어떻게 해 줄 생각은 없었다.
이렇게나 사람의 눈에 띄는 장소에서 울고 있으면 언젠가 착하고 예쁜 사람이 주워가겠지.
나보다, 행복한 일생을 지내겠지.
그래, 나보다 더-.
싫은 걸 잊어버리고 척척 지나가 버린-- 나. 객관적으로 본다면, 아마 불행한 나. 그런 나보단 아마 나을 거다.
그러니까 부러워해도, 슬프진 않았다. 학교에 도착했을 즈금엔 이미 새끼 고양이는 머리 구석에 쳐박아놓았다.
하지만- 방과 후. 같은 길을 지나던 나는, 알게 된다.
세상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조금 더 차갑고 잔혹한 것이었다. 착한 사람도 예쁜 사람도 그렇게 많이 없다는 걸 이해했다.
고양이는 1마리가 돼 있었다. 저녁이 돼서 강해진 비 때문에 처마 밑까지 비가 흘러들어왔다. 고양이는 전신이 젖어서 떨고 있다.
나는 두 마리가 어떻게 됐는지는 몰라. 누가 데려간 건가, 그게 아니면 여길 떠난 것 뿐인가......
하지만 어느 쪽이든 남은 1마리 새끼 고양이가 절망적인 상태 인건 확실했다.
가늘게 울고는 있지만, 나보다 불행 하단건 알았다. 부러움도, 없었다.
하지만 눈을 돌리고 빠른 걸음으로 새끼고양이의 앞을 가로질렀다.
저 고양이를 신경써봤자 힘들어질것이라는게 눈에 보였으니까.
나 하나 돌보지 못하는 나인데, 다른 동물을 도와줄 여유 따윈 없었으니까.
아마, 잊어버리는 게 늘어날 뿐이니까.
.... 그 다음 날도, 비가 왔다.
하늘색 우산을 쓰고, 같은 길을 나는 걸어간다.
새끼고양이는 움직이지 않는다. 울음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나는 또다시 그 앞을 그냥 지나갔다.
방과 후에는 비가 그쳤다.
새끼고양이가 버려져 있던 곳에는 아무런 흔적도 남아있지 않았다. 근처에 있던 사람이나, 보건소에서 처리했겠지.
나는 전부 씻겨나간 도로에서, 처음으로 멈춰섰다.
그제야 알아차렸다. 나는--.
"엎드려!"
시그의 외침에 정신 차린다. 눈앞에 하얀 어금니와 빨간 입이 보였다.
머리를 숙이고 물웅덩이 위로 쓰러진다. 우산을 가지고 있어서 손으로 감싸지도 못하고 이마와 코를 박아버린다.
코가 찡하게 아파. 피 냄새. 흙탕물을 닦고, 나는 얼굴을 든다.
시그는 반대쪽 담장에 올라타 있는 카타나시에게 총을 쏘고 있다.
"2개의 총알-파도(破刀)!"
총소리. 힘껏 당기는 방아쇠.
카타나시는 착지한 직후라 이번엔 피할 시간이 없다.
"-- 잠깐!!"
나는 순간적으로 시그의 팔에 매달린다.
"!?"
총의 조준을 잘못해, 카타나시가 서 있던 벽이 부서졌다.
콘크리트 파편이 비에 섞여 주변에 세차게 떨어진다. 마치 폭탄이 작렬한 것 같은 위력.
서 있을 곳을 잃은 카타나시는 허공에서 빙글하고 한번 돌아, 아름답게 도로에 착지했다.
그 동작은 마치 고양이 그 자체.
".... 어쩔 셈이야?"
시선과 총구는 카타나시를 향한 채로, 낮은 목소리로 시그가 묻는다.
"미안.... 아지만 나 생각난 거야. 그랬더니, 알아버린 거야"
"너, 뭘---"
당황하는 시그의 앞으로 나는 걸어간다.
등 뒤에 숨지도 않고 카타나시와 대치한다.
전신이 폭삭 젖었는데도,
그래도 하늘색 우산을 흐린 하늘에 치켜 올린다.
"나, 아마... 이 애를 알아"
카타나시는 츠쿠모카미와 같은 마음의 잔재.
하지만 누구나 그냥 지나가 버리기만 할뿐인 이런 도로에 강한마음이 남을 일은 드물다고 생각해.
하지만 하나 딱 마음에 걸리는 게, 맞을 가능성이 높아.
여기에 고양이의 모습을 한 카타나시가 있는 건 분명-- 우연이 아니야.
샤아아아아악!
위협하는 소리를 내는 카타나시가, 지면을 박찬다. 나에게 가까까이 덮쳐온다
"피해!"
시그가 내 어깨를 붙잡고, 뒤로 끌고 가려고 한다. 하지만 나는 거부했다. 다리로 버텨, 거기서 버텼다.
"큭-----......"
급소를 감싼 팔에 카타나시의 어금니가 찔러 들어온다.
격통이 팔을 달려 뇌수를 흔든다. 아픔이라고 부르는 미지근한 열기가 몸을 안에서부터 태워버린다.
또 동시에 안개의 차가움이 상처로 침입해, 전신이 떨린다.
".....으윽-----!"
이를 악물고 비명을 참는다. 뜨겁고, 뜨겁고.... 어쩔 수 도 없이 차가워.
어금니가 파고든 부분에서 피가 흘러넘친다. 카타나시는 내 팔을 먹어버리려고 턱에 힘을 준다. 딱 하고 뼈가 삐걱이는 소리가 울린다.
"젠장!!"
그 목소리와 표정에 초조함이 번져 시그가 카타나시의 이마에 총을 가져다 댄다.
"3의 탄환---"
"안돼!!"
하지만 나는 팔을 물어뜯는 카타나시의 머리를 끌어안고, 총구를 감싼다.
"치워! 먹힌다고!!"
분노와 짜증을 숨기지 않고, 시그가 명령한다. 내가 몸으로 억누를 수 있을 만한 형태가 된 카타나시도 몸 아래에서 날뛰고 있다. 발톱으로 내 피부를 찢고, 어금니를 더욱 깊게 밖에 넣는다. 하지만, 시그의 말은 따르지 않아.
"-- 괜찮아. 나를 지키지 않아도 괜찮아. 나는 아마, 조금있으면 사라질 테니까 "
"무...."
내 말에 시그는 말이 막혀버린다.
"있지... 여기는 말이야. 버려져 있던 새끼 고양이가 있었어. 3마리였는데 어느새 한 마리만 남아서.... 그대로, 여기서 죽었어"
아픔을 참으며 목소리를 쥐어짜내며, 팔을 물어뜯으며 떨어지지 않으려는 카타나시에게 시선을 떨어트린다.
"그게 아마---- 이 애. 분명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던 것에 굉장히 분노하고 있다고 생각해. 그래서 카타나시가 돼버렸다고 생각해. 그래도 이 애가 있어서--- 나는 내 마음을 이룰 수 있어"
그렇게 말하고 나는 자유로운 손으로 우산을 들어올린다.
"네... 마음?"
"---응, 이 우산에 남은 내 마음은.... 후회"
우산으로 비를 막아서 비에 젖지 않는 장소를 만들어낸다.
"나는 이 애에게, 우산을 씌워주고 싶었어. 비를 피하게 해주고 싶었어 도와 주고 싶었을지도 모르겠지만, 도와주지 않았어. 그냥.... 그렇게 생각했어"
카타나시를 우산 안으로 끌어들인다. 그랬더니 나를 물어뜯던 행동을 거짓말 같이 그만둔다,
후회나 죄악감은 사라지지 않아. 이 행동은 자기 만족 밖에 안돼. 하지만 그래도, 내 마음이 채워진 것을 느꼈다.
기절해버릴 듯한 아픔이 사라지고. 전신의 감각이 무뎌진다. 나는 내몸이 투명해지기 시작한 것을 알아챈다.
"헤에--- 이렇게 사라지는 거구나...."
신비한 관경. 난 남일 같이 느껴진다.
"카사...."
시그가 총을 내리고, 작게 중얼거린다.
"아, 시그가 처음으로 내 이름을 불러줬다"
"--그랬던가?"
슬픈듯한, 그래도 부러운듯한... 그런 표정으로 시그는 대답한다.
"응, 계속 '너'였다고? 카사라고 칭하면 돼 라고 말한건 시그인데,너무하네"
"그건... 미안해"
고소를 띠곤 시그가 사과한다.
"미안하다고 생각한다면.... 하나 부탁을 들어줬으면 하는데"
"뭐야?"
"내가 사라지면, 이 애를 죽이지 말고 여기서 도망가. 시그라면 가능하지?"
시그와 시선을 맞추고 부탁한다.
카타나시는 츠쿠모카미를 덮치지만, 가까이 가지만 않으면 해는 없다.
특히 움직있 수 있는 곳이 한정된 다면 더욱더 다. 죽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으으응.... 좀 더 단순하게, 그게 죽이지 말아줬으면 하는것 뿐.
시그는 잠시 침묵했지만, 내가 빤히 쳐다보고 있으면 한숨을 쉬고 고개를 끄덕였다.
"-- 알았다, 하지만...."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이쪽으로 보내는 시그.
"왜 그래?"
내가 이상하게 생각하고 대답하면, 시그는 내가 몸으로 누르고 있는 고양이 카타나시를 가리켰다.
"그 녀석... 이렇게나 작았던가?"
"에?"
그 말을 듣고서야 알아챈다.
처음엔 호랑이나 표범이라고 생각했던 거구가.
지금은 중형 개 정도의 크기가 되 있다.
고양이치곤 큰 편이지만, 처음보다 반 이상 작아졌다.
잘 생각해 보면, 호랑이 정도로 크면, 내가 몸으로 누르지도 못했다.
팔을 물려 갈기갈기 찢겨졌을 것이다.
언제 부턴지... 어디서 부턴지, 카타나시는 줄어들기시작한것 같아.
게다가 처음엔 그렇게 날뛰었는데, 어째선지 지금은 얌전히 있다.
"어째서......"
놀라서 바라보고 있는 사이에도, 점점 카타나시는 작아져--- 평범한 고양이와 다름없는 크기가 되었다.
팔을 물고 있던 이빨을 빼서 출혈이 심해진다. 아픔은 거의 없지만, 시야가 흐릿하다.
의식이 끊어질 것 같아서 머리를 흔든다. 기울어진 우산을 고쳐쥐고, 가슴에 품은 카타나시를 바라봤다.
그르르르르르!
줄어든 카타나시는 어금니를 들어내고,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낸다.
하지만 발버둥치는 힘은 약하다. 발톱을 세우는걸 주저하는 것 처럼, 앞발로 내 팔을 때린다.
그 몸은 차갑다. 하지만 차가움이 느껴질 정도는 아니야.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모르겠다.
하지만 마음을 느낀다. 카타나시의 표정에서 체온에서 마음이 전해진다.
- 적이, 아니야?
이 카타나시를 구성하고 있는 것은 적의나 악의가 아닌 모양이다.
츠쿠모카미의 매개체를 원하는 식욕마저 느껴지지 않았다.
아픈 팔을 움직여서, 머리를 쓰다듬어본다. 안개인 몸은 솜 같은 감촉으로 조금 설렁했다.
카타나시가 으르렁 거리는 것을 그만두고, 입을 연다.
하늘색의 우산 아래에서 나는 카타나시와 마주본다.
카타나시도 나를 올려다 본다. 그 얼굴에 눈이나 코는 없다. 하지만 시선이 느껴진다.
한번 더,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고 조금 강하게 끌어안는다.
어째선지, 이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구해지는 듯한 느낌이다.
쓰다듬어 줄때, 손바닥에서 전해지는 차가움은 약해져간다. 다음번엔--- 따듯해진다.
---어이-.
카타나시가 어리광부리듯이 울며, 내 손가락을 핥짝 핥는다. 그 까슬까슬한 혀는 따듯했다.
"아......"
카타나시의 감촉이 갑자기 사라진다. 안개로 형성되 있던 카타나시의 몸이 풀려서 실체가 사라진다.
안개로 돌아간 카타나시는 체온도 여전히 따스하다.
확산된 안개는 내 우산과 상처에 흘러 들 어가---- 보이지 않게 됐다.
"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고 나는 당황한다.
전신의 아픔이 사라졌다. 반투명해진 몸에는, 상처가 하나도 없어.
비에 젖어 차가워진 몸은 어째선지 따끈따끈해졌다.
"니야-"
울음소리가 들린다.
놀라서 발밑을 보면, 그곳엔 새하얀 고양이가 앉아있다. 안개로 만들어진 애매한 윤곽이 아니라, 실체로 여기에 있다.
"카타나시...인 거야?"
쭈뼛쭈뼛 손을 뻗으면 새끼 고양이는 내 손가락에 이마를 대고 골골거리며 어리광부린다.
"....너, 아까 그 애?"
물어보면서 안아 올린다. 그러면 새끼 고양이는 내 뺨을 핥고 니야-하고 울었다.
마치"그래"라고 대답하는 것 같아. 뭐가 어떻게 된거지.
상황을 파악 못하고 혼란하고 있으면 머리 위에서 감탄하는듯한 소리가 들린다.
"...... 설마, 공생하는 건가?"
시선을 올리면, 시그가 믿을수없는 본것같은듯한 표정을 띄우고있다.
"공생?"
팔 안에서 고양이를 어르면서 나는 묻는다.
"...... 1개의 매개체에 2개 이상의 마음이 담겨 공생하는 거다. 전례가 없는건 아니지만.... 거의 없어. 왠 만큼 마음이 맞물리지 않은 한은"
시그의 목소리는 당황한 기색이 퍼졌다.
"마음이.... 맞물려?"
잘 의미를 모르겠어서 머리를 갸웃했다.
그러면 시그는 내가 안아 올린 고양이를 가리켰다.
"이 녀석의 핵이 되는 마음은, 원한 같은게 아니라.... 좀 더 단순 했던 게 아닌가?"
"좀 더.... 단순---"
나는 새끼고양이를 내려다본다. 확실히 직접 닿았 을때 전해진 마음은 악의가 아니었다.
이 애는 증오를 품은 게 아니였다. 그것 만큼은 단언할 수 있어.
"전력으로 살아갈 수 없는 생물이 필요한 것은, 도움을 주는 무언가다.
원한을 품을 여유는 없어. 그 녀석이 버려진 고양이 라면, 오로지 도움을 구하고 있었을 거다"
상상한다. 내가 새끼 고양이였다면, 어떻게할까 하고.
죽고 싶지 않다면, 살아가기 위한 수단을 찾겠지.
그것이 누군가의 정을 움직여, 도움을 받는 게 아니라면 그렇게 되겠지.
살아남기 위해, 숨이 끊어질 때까지 도와줄 누군가를 원하겠지.
"그게... 이 애의 마음"
"틀림없이, 그저 살고 싶다고 생각했을 테니까"
"그런가......"
나는 눈처럼 새하얀 새끼고양이를 끌어안는다.
덮쳐졌을 때는 아마 떨고 있었을 테니까. 몸이 작아진 것은 내가 안아줘서 마음이 채워지기 시작했으니까---.
정말로 이 애를 구해주었단걸 나는 알았다.
"---그래서 어쩔 셈이야"
"어쩌다니?"
"너, 사라지는걸 잊어버린 게 아닌가?"
"아"
나는 당황해서 내 투명해진 몸을 내려다본다.
"어쩌지, 이대로는--"
"아아, 그 녀석은 다시 혼자가 돼버려. 혹시 제어되지 않는 츠쿠모카미가 된다면, 내가 손을 쓸 수 밖에 없게 되겠지"
시그는 어깨를 움츠리고 가벼운 어조로 말한다.
"그런! 도와줄 순 없어?"
"...... 무리다. 도와줄 수 있는 건, 너뿐이다. 그래서 어떻게 할 거야? 한번 도움받아 만족하고 사라지는가, 그게 아니면 앞으로 계속 도와주길 계속하는가 -- 어느 쪽이야"
"아......"
나는 시그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겨우 이해했다. 그리고 내가 어떻게 대답할지도, 시그는 예상하고 있겠지 하고 고소한다.
"시그.... 그런거, 당연하잖아"
몸에 비쳐 보이던 경치가, 보이지 않게 된다. 내 마음에 힘이 머문다.
만족하고 사라지기 직전이였던 소원이.... 끝나지 않을 소원으로 변한다.
"나, 이 애를 계속 도울거야. 계속, 계속..... 언제까지고"
"-- 그런가, 뭐, 열심히 노력해"
시그는 탁하고 내 머리에 손을 올리고, 웃었다.
처음으로 보는 평범한 미소. 안에 괴로운 감정이 하나도 섞이지 않은, 미소.
"응"
뭔가 굉장히 안심돼서 눈물이 맺혔다.
"니야-?"
새끼 고양이가 맺힌 눈물을 핥고 조금 머리를 든다.
"아하하하 걱정끼처 버렸네"
나는 눈물을 닦고 웃는다.
"---- 돌아간다, 카사"
시그가 이쪽으로 등을 향하고 걸어간다.
나는 새끼고양이를 품고, 그 뒤를 쫓아간다.
부드러운 비를 하늘색 우산으로 받아내면서-.
막간
오늘도 변함없을 거라 생각했다. 모든 것이 이대로 계속될 거라 생각하고 있다.
정체된 세계에서, 나는 같은 하루하루를 반복하고 있어야 했다.
해가 지면 자고, 해가 뜨면 일어난다. 맑은 날에는 폐허를 탐색하고, 비가 오는 날엔 여기저기서 모은 만화를 읽는다.
그리고 손님이 왔을 땐 일을---, 아니 임무를 받는다.
그것이 내 일상.
하지만 이 며칠, 몇 년이고 변하지 않았던 일상에 커다란 변화가 일어난다.
"아하,아하하하하하하- 잠깐 간지럽다고!"
시끄러운 소리에 만화에서 눈을 떼고 얼굴을 든다. 건너 소파에선 교복차림의 소녀가 새끼고양이와 장난치고 있다.
소녀는 외견으로는 14, 15살. 허리 중앙까지 뻗은 검은 머리카락과 치마는 새끼 고양이 때문에 어질러저 있다.
이상한 오해를 사고 싶진 않아서, 나는 바로 시선을 돌린다.
그녀는 카사. 이름대로, 우산의 츠쿠모카미.
새끼고양이는 그녀의 매개체에 공생하는 고양이 카타나시.
아니...... 실체를 얻은 지금은, 새끼고양이도 이제는 츠쿠모카미다.
탁 탁 탁-.
가벼운 발소리.
"저기, 시그"
부르는 목소리.
나는 금세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고 얼굴은 든다. 소파 옆에 고양이를 안은 카사가 서 있다.
"저기, 이 애한테 이름을 붙여 주려고 해"
새하얀 고양이를 나에게 들이밀며 카사가 말한다.
"니야-"
동의하는 것처럼 고양이가 운다.
얼마간 뚫어지게 바라보고 알았지만,
새끼고양이의 눈동자는 탁한 파란색이다.
카사가 손에 들고 있는 우산과 같은 색. 희귀한 품종의 피가 섞여 있는 걸지도 몰라.
"... 괜찮은 거 아냐. 이름이 없으면 불편하고 말이야"
일단 동의해 둔다. 별도 반대할 이유는 없다.
"그렇지. 그럼 어떤 이름으로 할까?"
"왜... 나한테 물어"
카사를 반쯤 노려본다.
"에? 물으면 안 돼?"
"그런 건 아니지만...."
이 소녀를 상대하고 있으면 상태가 이상해진다.
이 마을에 있는 내 입장을 모르더라도, 너무 허물없다고 생각한다.
처음 만났을 때 총을 겨누고 협박하고 있을 때도 어느샌가 이상하게 잘 따랐다.
"그럼, 같이 생각해 줬으면 하는데. 역시 고양이 카타나시라면 네코(고양이)라는 이름이 최고지?"
"--- 그런 조금 미묘한데......"
고양이를 보고 네코(고양이)라고 부르는 건 무척 바보 같은 관경이라 생각한다.
"시로라던가 타마라던가, 그런 것이 좋은 게 아닌가?"
부정하기만 하면 이야기가 진행되지 않아서, 나는 적당히 의견을 내놓는다.
"우와, 굉장히 평범"
"돌려 말할 필요는 없겠지"
"으-음, 하지만 말이야.....아, 그래. 시로이 타마(하얀 알) 시라타마는 어때?"
얼굴을 빛내며, 카사는 내 의견을 구한다.
"....뭔가 맛있어 보이는 이름이네"
첫 번째 인상을 전한다. 그러면 카사는 고양이를 품에 안았다.
"---못 먹는 다고?"
"안심해 츠쿠모카미는 배가 고프지 않아"
어깨를 으쓱하고 나는 말한다. 카사는 고양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었다.
"다행이네, 시라타마. 잡혀먹히지 않아서"
".......... 시라타마로 결정인가"
별로 찬성할 생각은 없었지만, 카사는 시라타마로 결정한 것 같다.
"응. 왜 시그가 먹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귀여운 이름 같고"
"어이"
생각지도 않고 츳코미를 걸면 카사는 몸을 돌려 건너 소파로 달려간다.
"아하하 농담이야"
탁하고 앉으면 카사는 새끼 고양이와 장난질을 재개한다. 시라타마 시라타마 하고 부르고 있다.
자주 웃게 됐다라 생각한다. 카사와 새끼 고양이-
시라타마는, 서로 같은 이유로 존재하게 되어 안정됐다.
이제 마음으로 괴로워 할 일도 소멸할 위험도 없다.
하지만--- 이 마을에서 오랫동안 살 생각이라면, 지금 환경은 그다지 좋지 않은데.
나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시선을 창문으로 돌렸다.
밖은 쾌청. 벌써 9일째 비가 내리지 않아.
이대로 날이 맑으면 내일은 안개가 개이겠지.
뭐어..... 앞으로 2, 3일이면 되나.
시끄러운 카사와 새끼 고양이를 보는 사이에, 그런 기분이 든다.
하지만 나는 잊고 있었다.
얼마나 내가 선정했다 해도 손님은 건너에서 찾아온다는 것을
똑똑.
그날 밤-- 조심스러운 노크소리에 눈을 뜬다.
방은 어둡지만, 창문에서 흘러들어오는 달빛으로 방안은 잘 보인다.
건너 소파에선 새끼 고양이와 카사가 함께 숨소리를 내고 있다.
방금 노크소리로 일어나지 않아 나는 안도하고, 소리를 죽이고 문으로 향했다.
밸트에 채워놓은 총에 손을 댄다.
잠깐의 소란스런 나날이 끝을 알리고, 앞으로의 일상이 반복될 것이라는 것을-- 나는 알았다
.
제2화 은색의 총
"-- 누군가는 짊어져야 하는 역할이야"
"마음을 계속 품기는... 괴로우니까"
----...........!
멀리서, 꿈의 건너편에서, 희미한 잔향이 귀에 닿는다. 그것은 몇 번인가 들어본 적 있는 파열음과 닮았다. 가슴을 소란스럽게 하는 내 의식을 깊은 잠속에서 밀어 올린다.
잠기운에 반항하면서 나는 살짝 눈을 떴다.
달과 별빛이 비치는 방안은 뜻밖에도 밝다. 맑은 날의 밤하늘은 이렇게나 눈부시구나 하고, 나는 놀란다.
내 바로 옆에는 시라타마가 몸을 둥글게 말고 자고 있다. 마치 새햐얀 경단 같다. 시라타마라는 이름에 딱 맞는다고 마음속으로 생각한다.
시라타마를 바라보는 사이에 다시 잠에 빠져버릴 것 같지만.... 문득 건너 소파에 시그가 없단 걸 알아차린다.
어라....?
이상하다고 생각해, 몸을 일으킬 때- 밖에서 신발 소리가 들렸다.
- 탁 탁 탁.
발소리는 문앞에서 멈춰 선다. 나는 일어나지 않고, 누운 채로 귀를 새웠다. 찰칵하고 손잡이가 돌아가고, 발소리가 방 안으로 들어온다. 그 소리는 아까보다도 작다. 아무래도 방안에선 발소리를 줄이는 모양이다. 살짝 눈을 떠 상황을 살핀다.
아마 그렇다고 생각했지만, 역시 시그다. 총을 손들고 왠지 지친듯한 모습으로 소파에 앉는다. 방 안의 공기가 약간 움직여, 확라고 화약냄새가 순간 코를 쓰다듬는다.
...... 어디 갔다 온 거지.
자는 척을 하지 말고 물어볼까 했지만, 시그는 바로 소파에 누워버린다 .위를 향해 누워 팔로 눈 주변을 덮는다.
어째선지 그 옆모습이 울고 있는 것처럼 보여서, 나는 눈을 가늘게 뜬다. 하지만 시그의 뺨에 눈물은 묻어나 있지 않아.
기분 탓...... 인가. 뭐, 뭘 했는지 묻는 건 내일 하자......
눈꺼풀이 무거워진다.
나는 수마의 유혹을 뿌리치치 못하고 눈을 감았다.
하지만 다음날- 나는 어젯밤 일을 물을 기회를 좀처럼 잡지 못했다.
잠에서 깨어나니 내 눈에 보이는 것은 검은 코트와 머플러를 몸에 걸치고 문앞에 서 있는 시그의 모습. 창문에서 들어오는 햇살의 각도를 봐선, 이미 정오에 가깝다. 오늘은 제법 자 버린 것 같다. 어젯밤, 늦게 잠에서 깨어나 버려서 그런 걸까.
"-겨우 일어났나. 간다, 카사"
인사도 없이, 갑자기 그런 말을 시그에게서 듣는다.
"헤.....? 어디에?"
아직 반정도 밤에서 덜 깨 있는 나는 멍하니 물었다.
".....니야?"
나와 동시에 일어난 시라타마도 머리를 갸웃한다. 아마 내 흉내를 내는 것이겠지.
"전에 말했을 거다. 안개가 개이면 나보다 설명을 잘하는 츠쿠모카미에게 데려다 준다고"
"아, 응.... 그러고 보니, 그랬네. 하지만 츠쿠모카미나 카타나시에 대해선 시그한테서 들었고, 이젠 별로...."
서두를 건 없다고 말하지만, 시그는 고개를 가로젓는다.
"이 마을에서 살 거라면, 얼굴은 봐야 한다. 게다가- 네가 모르는 게 아직 많아."
그렇게 말하고 시그는 내 대답도 듣지 않고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정말"
할 수 없이 시라타마를 가슴에 품고, 뒤쫓는다.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시그는 내가 나온 걸 확인하고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뭔가 서두른다. 어딘가 초조해 하는 것 같이도 보인다.
내가 모르는 건.....가.
확실히 여러 가지 있다. 나는 아직 나에 대한 것만 알뿐. 이 상황- 나를 둘러싼 세계에 대해선, 아무것도 몰라. 며칠이고 지낸 빌딩마저, 거의 파악하고 있지 않다.
"시그, 그런데 빌딩 2,3층은 어떻게 돼 있어?"
각층에 있는 문이 신경 쓰여서 나는 한번 물어봤다. 1층이 카페인건 기억하지만, 2층이랑 2층은 안을 엿보지도 못해서 완전히 미지의 영역이다.
어째선지 무시당하는 기분이 들지만 시그는 3층 복도에서 다리를 멈춘다.
"- 그런가, 보여주는 편이 나은 가. 그 편이 나중에 이해하기 쉽고...."
작은 중얼거림, 내가 내려오는 걸 기다리는 시그.
"들어가도 돼?"
시그는 고개를 끄덕이고, 문을 열려고 시선을 재촉한다. 손잡이는 녹슬어 있어서, 살짝 밀면 삐걱하고 문이 움직였다.
그다지 들어가지 않는 것인지, 안은 먼지가 가득한 공기가 충만해 있다. 4층과 구조는 같지만, 안방을 구분하는 벽이 없다. 그만큼, 방이 굉장히 넓다고 느껴진다.
방에는 이런저런 것이 잡다하게 놓여 있다. 가구나 생황 용품, 거기에 더해 악기나, 의류, 공구, 전화제품까지 있다. 물건의 종류에 통일성은 없지만, 하나 공통점이 있다.
- 전부 다 부서져 있다.
나는 방을 한 바퀴 돌고 확신한다. 역시, 모든 물건에 결함이 있다. 두동 각 나거나. 금이 가거나, 파괴된 것도 있다.
그리고 부서진 물건 몇개에는 탄흔 같은 것이 새겨져 있다.
"여긴... 창고?"
방 입구에 서 있는 시그에게 말을 건다.
"아니, 여긴-- 묘지다"
"묘지?"
의미를 모르고 나는 되묻는다.
"의미는 곧 알아. 이 관경과 내 말을.... 기억해 둬"
"알았어......"
시그의 목소리가 엄청나게 무거워서, 나는 기가 죽는다.
"-- 이제 간다"
시그에게 재촉받으며 방을 나갔다. 그대로 시그는 계단을 내려간다.
"저기...... 2층은?"
"2층엔 아무것도 없어"
복도에서 다리를 멈추고 안을 들여다본다. 확실히 텅 비었다. 책장이나 책상마저 없는 완벽한 빈방이다.
하지만 바닥이나 벽에 많은 자잘한 구멍이 뚫려 있는 걸 알아차린다.
"여기서 총 쏘는 연습 같은걸 하는 거야?"
"............"
물어보지만 지금은 대답해주지 않아. 살짝 본 옆모습이 조금 무서워서, 나는 그 이상 추궁하는 걸 그만뒀다.
"나-"
공기를 읽지 않고 시라타마가 운다.
그 덕에 조금 긴장이 풀린다.
"시라타마~"
감사를 담아 손가락으로 머리를 문질러준다. 시라타마는 기분 좋은 듯이 눈을 가늘게 뜬다. 시그는 그런 나를 보고, 조금 발검걸음을 늦춰준다,
조금은 평소의 공기가 돌아와, 우리는 빌딩을 나와 나란히 걸어간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음. 기분 좋은 바람이 불어와 거리를 빠져나간다.
뭔가 오늘은- 이런저런 일이 일어날 듯한 예감이 들었다.
천장이 떨어진 상점가를 빠져나와, 역 앞의 교차점으로 향한다.
저번엔 안개가 껴서 보지 못했던 경치를 지금은 햇빛 덕분에 부서진 모습이 확실히 보인다.
타이어 없이 틀만 있는 자동차. 점등 부분이 부서진 신호등. 열화 돼서 뿌리까지 꺾인 전신주. 지면에 흩어진 커다란 전선. 역앞 광장 분수대에선 탁한 물웅덩이가 생겼고 분수 중앙에 있던 석상은 부서졌다. 고가지에있던 전차 역도, 녹슬어 더러움이 눈에 두드러진다. 완전히 변해버린 마을의 모습은 아무리 봐도 충격적이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눈을 끄는 것이 역 앞에 있다.
".....에?"
생각지도 않게 목소리를 낸다. 빌딩 구석에, 무한궤도에 걸친 위엄 있어 보이는 철뭉치가 들어가 있다.
"전차?"
나는 그것의 이름을 중얼거린다. 장갑판은 패였고 포신은 구부러지고 여기저기 녹슬어있지만........ 틀림없는 전차다. 나에겐 총과 같을 정도의 비현실적인 것. 죽이기 위한 무기.
"왜 전차 같은게......"
시그는 내 목소리가 들린 것인지, 전차에 시선을 향한다.
"나 같은 츠쿠모카미도있다. 멸망하기 직전 이 마을은 상당히 끔찍한 상태였겠지. 뭐, 추측이지만"
"멸망한 이유도 몰라?"
그대로 의문점을 중얼거리지만 시그는 머리를 가로젓는다.
"그 당시의 기억을 간직한 츠쿠모카미는 없다. 인간이였을 적 자신이 어떻게 죽었는지... 누구 하나 모르는 거다. 너도 그렇겠지?"
"응......"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기억하는 건 중학교 3학년이 되고 몇 주간 정도. 그 이후는 애매해서 어디서 끊어진 건지도 몰라.
"츠쿠모카미 안에 확실히 남는 것은, 저마다의 마음뿐. 그리고 기껏해야 일상생활의 단편 정도야. 너는 아마 기억이 거의 남지 않은 편이겠지"
"내가 기억하는 건, 잊어버리는 거고 말이야"
고소하고, 다리 밑의 작은 돌멩이를 걷어찬다. 날아간 돌은 지면에 부딛치고, 전차가 있는 곳으로 굴러간다.
전차를 눈으로 좇으면서, 옆으로 지나간다. 가까이서 보면 전차의 외관은 흠집투성이. 거기에 싸움의 흔적을 느끼고, 나는 숨을 들이마신다.
당분간 걸으면 전차가 보이지 않게 된다. 한눈판 탓에 시그에게서 멀어져 빨리 쫓아가 옆에 선다. 시그는 역시 마을의 북서부로 향할 생각이다.
"앞으로. 얼마나?"
"15분 정도다"
"그래"
짧은 대화 후, 대화는 중단된다. 하지만 별로 따분하진 않았다. 나는 시라타마를 귀여워하거나, 머리를 쓰다듬거나, 조금 걷게 하기도 하고, 굉장히 즐겁다.
나- 나- 하는 시라타마의 울음소리와 내 웃음소리 그리고 시그의 단단한 구두 소리가 멸망한 마을에 울린다.
"--- 카사.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에 한가지 확인시켜두고 싶다."
하지만 오 분 정도 지났을 즈음에 시그가 괜히 진지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뭐야?"
시라타마를 품에 안고, 나는 자세를 갖춘다. 중요한 이야기일까.
"나와의 약속은..... 기억하고 있나?"
"에.........? 나, 뭔가 시그하고 약속했던가?"
멍하니 되물으면, 시그는 무서운 얼굴로 나를 노려본다.
"전에 약속했겠지. 내... 기술에 대해서다"
"아--- 그러보니.... 미안. 생각났어. 시그가 총을 쏠 때 만화 기술 외친 거, 비밀로 하란 거지?"
내가 확인하면, 시그는 불안한 시선을 향한다.
"아아 ,그래. 부탁이니까, 확실히 해줘"
"응, 알았어. 절대 아무한테도 말 안 해"
시그와 눈을 맞추고 확실히 책임진다. 그러면 시그는 말하기 괴로운듯하면서도 더욱더 주문했다.
"그리고..... 내가 만화를 모으는 것도, 말하지 말아줬으면 한다."
"별로 상관없는데--- 왜? 역시 부끄러우니까?"
나는 머리를 갸웃한다. 확실히 시그가 안방에서 만화를 가져왔을 땐 놀랐지만, 별로 숨길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해.
".... 내 캐릭터가 아니니까 다"
불쾌한 목소리로 시그는 대답한다.
"그런 거야?"
"아아"
"그럼, 시그는 어떤 캐릭터?"
"......뭐어, 흔히 말하는 하드보일드라는 느낌일까"
"하드보일드.......?"
위화감있는 단어를, 나는 의문을 품고 되묻는다. 확실히 만낫을 땐 그런 분위기도 있었지만, 매일 소파에 누워서 만화 읽는 모습을 보면..... 와닿지 않는다.
"요컨대, 그런 표정 짓게 하고 싶지 않다는 거야. 게다가 내 인물상이 붕괴가 오면, 이런저런 지장이 와"
시그는 내 얼굴을 지적한다, 아무래도 내면이 표정을 나온 모양이다.
"그런가 아하하하- 뭔가 시그는 숨겨진 오타쿠같네"
생각한 대로 말해버린 대사였지만, 시그는 지친 듯이 어깨를 떨궜다.
"... 부정은 안 해"
"헤에-..... 그럼 시그는 정말로 오타쿠인거야. 그런 인간이였을 때의 취미? 그게 아니면 츠쿠모카미가 되고 나서부터?"
시그에게 들을 기회가 없었단 걸 느끼고 나는 묻는다.
".... 인간이였을 때 부터다. 단편적으로 밖에 기억하지 않지만, 나는 오타쿠로... 게다가 히키코모리였다"
(* 히키코모리 집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는 사람. 다른말로 자택 경비원)
"에, 그랬어? 그건 그거대로 굉장히 위화감 있는데....."
시그를 둘러싼 분위기나 총을 쓰며 싸우는 모습은 히키코모리라는 이미지와는 멀다.
"-- 내가 츠쿠모카미로 태어난 건 10년 정도 전이다. 그 때 마을은 츠쿠모카미의 매개체를 뺏은 '형태 있는 카타나시'가 넘쳐 흐르고 있었다. 그런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몇 년이고 싸우길 계속하면.... 오타쿠에다 히키코모리라도 조금은 하드보일드해지는 거야"
자조하듯이 시그는 말한다.
"이 마을은, 그런 상태였어...."
놀라서 중얼거린다. 인간이 멸말하고나서, 츠추모카미들이 쌓아올린 역사를 나는 몰랐다.
"아아, 이렇게 평범하게 걸을 수 있게 된 게 2년 전 정도니까. 안개만 주의하면 위험은 없어"
시그는 그렇게 말하고, 길의 양측에 늘어선 폐허를 바라본다. 확실히.... 혹시 나를 처음으로 덮친듯한 카타나시가 주변을 서성인다면 이렇게 당당하게 걷고 있을 리 없다.
"그래서 그렇게 화낸 거야"
".....응?"
"나랑 처음 만났을 때 시그는 엄청나게 화냈지? 그건, 고생해서 손에 넣은 평화를 내가 어지럽히려고 해서였네?"
물어보면 시그는 모호한 표정으로 입가를 일그러트린다.
"그런 정의 편 같은 흉내를 낼 생각은 없어. 그저.... 나는 살아남은 책임이 있어. 그래서 시대를 거스르려는 녀석을 못 본 척할 수 없었다."
즉- 살아남은 츠쿠모카미가 많은거 겠지. 나는 시그의 말 안에 든 것을 느낀다.
"시그가 정의의 편이 아닌 건 알아. 왜 시그는 나쁜 사람. 나를 죽이려고 했던 인간인걸"
"... 굉장히 정확하게 말하네. 뭐, 그대로지만."
고소를 띄우는 시그.
"하지만 나쁜 사람이니까 나는 시그를 믿는 거야"
"무슨 의미야?"
어깨를 가까이 대고 시그가 묻는다. 나에겐 단순한 이유지만, 시그에겐 전해지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조금 알기 쉽게 설명한다.
"나쁜 사람은 나쁜 짓을 할 수 있는 사람. 그래서 나쁜 짓을 할지 않을지 자신이 정해. 시그는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나쁜 녀석보단 좋은 녀석 쪽이 신용이 가겠지? "
아마 칭찬하고 있는 건지 흉보는 것인지 모르는거겠지. 시그는 복잡한 표정을 띄우고 묻고 있다.
하지만 나는 확실하게 고개를 젓는다.
"으으응- 착한 사람은 말이야, 뭐가 나쁜지 모르니까 착한 사람이야. 그래서 믿을 수 있는 사람 따윈 없었어"
한 사람 한 사람 잘 기억하진 못하지만 내가 접한 사람은 모두 그런 사람이었다고 생각해. 그건 기억이 아닌 인식. 나에겐 상식.
"..... 말하고 싶은 건 알겠어"
시그는 무거운 목소리로 맞장구친다
"그래? 다행이다"
"하지만-"
길은 완만한 비탈길이다. 2차선 도로가 똑바로 뻗어 있다. 100미터 앞의 교차점에서 내리막길은 끝난다. 거기서부터 갑자기 오르막길이다.
시그는 그 비탈길 위로 시선을 향하고, 말을 잇는다.
"- 믿는 건 역시 악인보단 선인으로 해둬"
시선의 끝에는 주변의 건물과 조금 분위기가 다른 아파트였다. 뭔가, 붕떠있다.
어째선지 풍경에 섞이질 않아.
위화감의 이유는 가까이 가자 분명해졌다.
그 아파트는 다른 집에 비해, 확실히 새것이다. 신설이라는 의미는 아니야. 몇 십년 단위의 노화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의미로 새롭다.
나는 눈을 의심한다.
눈에 비치는 파란 건물. 그 바람에 휘날리는 하얀 머리카락. 손에는 검게 칠해진 칼집에 들어간 칼. 무척 아름다운 여성
그녀는 붉은, 비색의 눈으로- 가까워져 오는 우리는 바라보고 있다.
"-- 그쪽에서 오다니 신기하네, 시그"
우리가 아파트 앞에 토착할 즘에, 백발의 여성은 스스럼없이 말을 걸었다. 멀리서 볼 때는 친해지기 어려운 인상이었는데 표정을 띄운 순간 분위기가 부드러워진다. 여성은 시그와 나에게 시선을 옮기고 작게 웃었다.
"용건은, 그 앤가"
"아아, 얼마전에 마을에서 주웠다"
시그는 짧게 답한다. 그 표정은 어딘가 딱떡해서 나도 몸이 굳는다.
검을 가진 여성의 탓이 아니다. 그녀의 등 뒤- 아파트 부지에서 얼마의 시선을 느껴서다.
부지에 심어진 남우 그늘, 현관의 어두운 곳, 손님용 방 커튼의 틈... 그래, 이쪽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복수의 시선이 꽂힌다.
이 공기를 나는 알고 있다. 항상 나를 둘러싸고 있었으니까 이해한다.
이것은-- 무언의 거절이다.
시라타마가 털을 세우고 낮게 으르렁거린다.
".... 그다지 오래 있지 않는 게 좋아 보이네"
시그는 작게 한숨을 쉬고 내 등을 밀었다.
"카타나 이 녀석을 부탁한다"
검은 가진 여성은 카타나라는 이름인 것 같다. 즉 검의 츠쿠모카미인거겠지. 강하게 미는 듯이 나를, 여성- 카타나가 받는다.
"알았어. 맡겨줘"
내 몸을 지탱하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카타나. 하지만 나는 이야기의 전개를 따라가지 못하고, 당황해서 시그를 바라본다.
"에.... 무슨 소리?"
"카사, 너는 오늘부터 여기서 사는 거다"
묻는 나에게 시그는 일방적으로 알린다.
"무ㅡ 무슨 소리--"
나는 더 더욱 혼란해서 시그에게 말하려고 하지만 카타나에게 어깨를 붙잡혔다.
"그만둬, 그 녀석의 말에 거스르지 마"
진지한 말과 눈짓으로 나를 막는 카타나. 그 사이에 시그는 이쪽으로 등을 돌려버린다.
"기다려! 여긴 그냥 말을 들으러 온건데... 왜 그런 이야기가 되는 거야?"
나는 카타나의 저지에 아랑곳하지 않고 시그에게 묻는다.
"그녀-- 카타나가 나보다 설명에 능숙한 츠쿠모카미다. 카타나에게 이 마을의 상식을 배워. 그러면 이젠 나에게 가까이 올 생각도 사라져"
그건 아파트에서 쏟아지는 거절의 시선과 뭔가 관계 있는 것일까. 의문스럽게 생각했지만 그런 말로 이해할 리가 없다.
"--- 의미를 모르겠어. 멋대로 정하지 마!"
하지만 시그는 말에 절대적인 폭력으로 응수한다.
"딩연한 거다, 카사"
검은 코트가 뒤집히고 들이미는 총구. 그 깊은 어둠을 들여다보는 건 이걸로 4번째. 다리가 떨린여 움직이질 않는다. 나를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건 총구가 아닌 시선. 나를 바라보는 시그의 눈이 무척 차가워서 동요했다. 시그를 잘 모르게 돼버려서, 갑자기 불안해졌다.
"시그.... 어째서"
"이제 괜찮겠지. 신입을 그렇게 겁먹게 하지 마"
카타나가 나와 시그의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다. 시그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돼버려, 주박에서 해방된다. 다리에 힘이 들어가질 않아 털썩 그 자리에 주저앉아버린다.
그리고 --- 카타나의 등을 넘어서 들려오는 발소리. 멀어져가는 구두 소리.
바로 일어저질 못한다. 따라갈 수 없다.
"이야기를 다 들으면- 절대로 돌아갈 테니까"
그래서 쉰 목소리로 시그에게 전한다.
"그 빌딩은 돌아갈 곳이 아니야 끝나는 장소다"
발소리와 함께 들려온 소리는, 무척 공허하고--- 차가웠다.
내 다리가 움직이게 됐을 때는 이미 시그의 발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우산으로 짚고 일어나 비탈길을 내려다본다. 새카만 등은--- 어디에도 없다.
내 마음을 표연하는 것 같이 그렇게나 맑았던 하늘이 흐려지기 시작한다.
"시그....."
내 중얼거림이 들렸는지, 하얀 머리를 나부끼며 카타나가 나를 돌아본다.
"의외네. 그 녀석이 츠쿠모카미를 주워온 적은 몇 번 있었지만, 이별을 아쉬워한 건 네가 처음이야"
정말 신기한 듯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카타나.
".... 나는, 이야기를 들으러온 것 뿐, 헤어질 생각은 없어, 카타나씨"
카타나의 붉은 눈을 마주 보며 말한다.
"벌써 이름을 기억해 줬나"
"응, 나 잘 잊어버리니까 기억력은 좋아"
"그거, 어떤 의미야? 이상한 녀석이네... 분명-- 카사, 였나?"
고소를 띄우며 카타나가 물어온다.
"응. 나는 카사. 우산의 츠쿠모카미. 이 애는 공생하는 시라타마"
나는 품고 있던 새끼고양이를 가리킨다. 그러면 카타나는 흥미있는 듯이 눈을 가늘게 떴다.
"공생..... 그것도 고양이인가. 이거 신기하네"
얼굴을 들이민 카타나를 향해 사라타마가'냐-'하고 운다.
"그런 것 같네. 시그도 놀랐어. 츠쿠모카미랑 카타나시, 게다가 공생은 시그가 거의 설명해줬으니까 그 이야기는 됐어"
"- 빨리 이야기를 듣고 후딱 돌아가고 싶은 얼굴이네"
"하지만 여기서 살 생각은 없으니까"
"그런가... 하지만 이야기는 길어. 어쩌든 오늘은 여기서 묵고 다른 츠쿠모카미와 얼굴을 익힐 필요가 있어. 모두, 네가 흥미진진한 모양이고"
그렇게 말하고 카타나는 아파트 쪽을 바라봤다. 그때 알았다. 아가까지 있었던 무언의 거절이 사라졌다. 시선은 변함없이 느껴지지만 싫지는 않다.
즉- 거절당하고 있었던 건 시그였겠지.
시선의 주인보다, 그게 더 신경 쓰인다.
"저기, 시그는 미움받고 있어?"
카타나에게 묻는다.
"-아니, 그런 건 아냐. 단순히 두려워하는 거야"
어딘가 외로운 듯이 포기한 듯이 카타나는 답한다.
"두려워?"
"이유는, 뭐... 곳 있으면 알아. 어쨌든, 이쪽이다"
아파트 부지로 이끄는 카타나. 나는 조금 주저하면서도, 그 경계로 들어갔다. 그러면 공기가 변한다.
당황한 나를 보고, 카타나가 웃는다.
"신기해? 여긴 특별해. 카사는 지금 그녀의 영역에 들어온 거야"
"그녀라니?"
"그녀는 그녀야"
카타나는 그렇게 대답하고, 아파트 현관으로 향한다.
그러면 그 어두운 곳에서 싸리비를 가진 여성이 걸어나왔다. 물색의 롱스커트와 밤색의 머리카락을 나부끼며 그녀는 우리 앞으로 온다. 츠쿠모카미에게 나이는 상관없는 걸까, 외견은 20대 후반 같다. 부드러운 미소를 띠며, 그녀는 내 손을 잡았다.
"어서 오세요 츠쿠모관에. 당신도 부디 제 주민이되 주세요!"
"....에?"
무슨 말을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나는 얼빠진 소리를 낸다.
카타나는 멍해진 나에게 고소해 보이며 설명했다.
"그녀는 오오야시키(커다란집). 우리는 친애를 담아 오오야씨라고 부르고 있어. 아파트 부지 전체를 매개체로 하는 츠쿠모카미다"
"여기.... 전부가 매개체?"
나는 놀라서 주변을 둘러본다.
본래는 주차공간이라고 생각되는 부지는 20미터 정도일까. 아파트 본체는 튼튼한 철근과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3층 건물로. 창문 수로 판단하면 방은 6개 정도 있을 것 같다. 이 전부가 매개체라니 내 우산과는 스케일이 다르다.
"그런 츠쿠모카미도 있다는 거야. 그녀는, 상당히 예외적이지만"
카타나씨는 나에게 설명하고, 오오야씨의 어깨를 두드린다.
"오오야씨 권유는 나중에 해줘 지금은 이야기를 해야 해"
"아,아아, 그렇네요. 죄송합니다.... 잠깐 신이 나버렸습니다."
나에게 꽂힌 오오야씨는 내 손을 놓고 머리 숙인다.
"처음 뵙겠습니다. 이미 소개했지만, 제 이름은 오오야시키입니다. 여긴 대가족이라, 오오야씨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잘 부탁해요"
"저는 카사입니다. 잘부탁...."
떠밀려서 나는 대답했다. 잘 보면 오오야씨는 허리에 열쇠 뭉치를 차고있다. 아마 아파트 방 열쇠겠지.
"카사씨, 인가요. 참고로 묻고 싶습니다만, 1층 2층 3층... 살 곳은 어느 층이 좋은가요?"
탁하고 카타나씨가 검집으로 오오야씨의 머리를 두드린다.
".....우우, 죄송합니다."
머리를 누르고 울상 짖는 오오야씨는 풀이 죽어 물러났다.
"오오야씨는, 모두와 항상 저 준비를 해둬. 이야기가 일단락되면 그 사이가"
"네에에....."
싸리비를 집고 오오야씨가 아파트 안으로 사라 진다.
"... 소란스러웠네. 그럼 내 방에서 이야기하자"
한숨을 쉬고 카나타는 현관으로 향한다. 나도 카타나의 뒤를 따른다. 오오야씨가 츠쿠모관이라고 부른 건물은 다소 오래됐지만 더럽진 않았다.
내가 눈뜬 집과는 다르다. 사람이 살고 관리한 흔적이 있다.
벽에는 아무래도 이런저런 연락사항이 쓰린 종이가 붙어있었다. 잘 모르겠는 그림이 그려진 포스터도 있다. 마루는 깨끗하게 쓸어놔서 먼지나 쓰레기는 거의 없다. 오오야씨가 매일 저 싸리비로 청소하는 걸까.
"나는 높은 곳이 좋아서 말이야 3층에서 살고 있어"
카타나는 그렇게 말하고 아파트 안 깊숙히 있는 계단을 올라간다. 나는 방별 달려 있는 우편함을 보면서 계단으로 다리를 올렸다. 아무래도 츠쿠모관 중심에 계단이 있고, 좌우로 3개의 방이 늘어선 구조인 것 같다.
계단은 3층까지. 시그가 사는 빌딩 처럼 옥상으로 가는 계단은 없다.
그러고보니 한번도 빌딩 옥상에는 올라가지 않았네...... 시그에게 돌아가면 딱히 이유는 없지만, 옥상에 올라가자. 가슴속으로 그렇게 정한다.
카타나는 3층 복도 끝까지가 301호라는 팻말이 붙은 방앞에서 다리를 멈췄다.
"거기가 카타나의 방?"
내가 물으면, 카타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문을 연다. 골풀 냄새가 났다. 먼저 방에 들어온 카타나는 현관에서 쪼리를 벗고, 방안으로 들어간다. 나도 구두를 벗고, 방안으로 들어간다. 들어가자마자 마루가 나오고, 주방이 있다. 화장실이랑 욕실 같은 문이 바로 앞에 늘어서 있다.
(쪼리- 일본식 슬리퍼 혹은 샌들)
바닥은 다다미 6장으로, 벽 끝에는 베란다로 이어지고 창문이 있다. 창문에서 아파트 부지가 정면으로 보인다. 방안은 꽤 살풍경. 일본식 방 중앙에 작은 밥상과 방석이 있을 뿐. 카타나는 칼을 허리띠에 차고 다다미 위에 앉는다. 그리고 나는 방석에 앉게 한다.
"에, 실례합니다......"
앉는다. 방석은 납작해서, 조금 딱딱하다.
"나-?"
모르는 장소에 흥미를 보이고, 시라타마가 두리번두리번 방 주변을 둘러본다. 다다미 위에다 내려놓으면, 방안을 어슬렁 어슬렁 돌아본다. 내 우산에 공생하고 있는 시라타마지만, 어느 정도는 이렇게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다. 뭐, 이 방안 정도는 괜찮겠지.
"보통은 차를 내와야 하지만, 보이는 데로 아무것도 없어. 참아줘"
등을 꼿꼿이 세우고 앉은 카타나가 입을 연다. 밥상 다리에 몸을 문지르는 시라타마를 바라보고 있던 나도 자세를 바로잡았다.
"-- 그런 건 신경 쓰지 않아. 난, 츠쿠모카미고"
"그런가. 이제 자신의 존재에 대해 결론을 내린 모양이네. 그럼 필요없는 설명은 생략하고 먼저 츠쿠모관에 대해 설명하지"
카타나는 천장을 올려다본다, 그곳엔 둥근 형광등이 매달려있다.
"카사 저걸 당겨봐"
형광등에 매달려 잇는 스위치용 실을 시선으로 가리키는 카타나. 앉은 채로 잡을 정도로 길다.
"에, 이거?"
나는 들은 대로 실을 당긴다. 그러면 팟하는 소리가 나고, 형광등이 빛났다. 방안이 한층 밝아진다.
"켜졌다......? 전기, 들어와?"
놀라서 중얼거린다. 시그가 있던 빌딩은 스위치를 눌러도 불이들어오지 않았다. 마을 상태로 상각해보면 그게 당연한 것. 발전소가 움직이고 있을 리도 없고, 전선도 잘려있다. 그런데 어째서---.
"전기가 들어오는 게 아니야. 덧붙여서 가스도 수도도 쓸 수 있어. 뭐..... 초현실적 현상 같은 걸로 생각해줘"
"잠깐, 초현실적 현상이라니......"
농담하는 줄 알고 카타나를 보니, 그 얼굴은 웃고 있지 않다.
"츠쿠모카미로 태어났을 때, 구현되는건 마음뿐만이 아니야. 그 매개체도 옛날 모습으로 돌아와. 즉 이 아파트는 '전기. 가스. 수도가 당연한 듯이 쓸수 있을 적의 모습'을 재현하고 있다는 거다"
"...... 굉장히 편리하네"
반쯤 멍해져서 나는 중얼거린다. 내 매개체인 우산에 눈을 돌린다. 이 우산도 별로 낡은 건 아니다. 내가 사용하던 그대로다. 아무래도 츠쿠모카미라는 건 정말로, '물건이 둔갑한'존재 같다.
"아아, 무척 편리해. 이런 곳 거의 없어. 이 마을엔 유일하게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곳이야"
인간답게---- 라는 부분을, 카타나는 강조해서 말했다.
"하지만 우린 츠쿠모카미지?"
"그러네. 하지만 원랜 인간이었던 자다. 그래서 인간의 흉내를 내고, 인간 같이 살기를 원한다. 이 장소는 그 소원을 만족하게 해줘. 어때? 여기에 살고 싶지 않은가?"
능글맞게 웃는 카타나는 내 얼굴을 본다.
"뭐야...... 결국 카타나도 권유하는 거잖아"
나는 한숨을 쉰다.
"뭐, 시그가 너를 부탁했으니까. 행복하게 살 방법을 제시하는 것은 당연해."
"--쾌적하다고, 행복하다고 정하는 거 아니야"
"그럼, 어떻게 하면 행복하지는 거야?"
물어봐서, 생각한다. 무척 어려운 질문.
얼마 전까지는 싫은 것만 없다면 충분했다. 그 이상을 바랄 입장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란 것보다 '있는'것을 바라고 있다.
"잘 말하진 못하겟지만...... 시라타마에게 의지하고, 나도 시라타마를 지키고...... 그리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이 곁에 있다면.... 그러면 행복할거 같아"
나는 시라타마를 바라보고, 시그를 생각하면서 내 행복을 말한다. 그러면 카타나는 고소했다.
"하하- 나는 믿을 수 없는 건가"
"그러네, 카타나는 시그와 분위기가 닮았지만..... 좋은사람 같고"
솔직히 긍정하고 이유를 말한다.
"뭐야. 착한 사람은 안 되는 건가?"
"응, 나한테는"
"....너, 별나네"
어깨를 으쓱하고, 어이없는 듯이 카타나는 중얼거린다. 나는 애매한 미소로 대답했다.
"하지만, 나와 시그가 다르다고 생각한 거야?"
단순히 그게 의문이었는지 고개를 갸우뚱하는 카타나.
"어쩐지-- 카타나는 사람을 죽이지 않는 사람으로 보였으니까"
생각한 대로 말하면 카타나의 표정이 굳었다.
"나는 이런 걸 가지고 있는데.... 그렇게 보이는 건가?"
카타나는 자긴의 매개체인 검은 칼집 안에 들어있는 검을 내보인다.
"보여"
확실한 근거는 없다. 그저, 카타는 시그 정도로 "평범한 인간"이니까 빗나가지 않았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분명 나를 죽이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카사의 눈은-- 무섭네. 다른 츠쿠모카미가 보면, 나와 시그는 별다른 차이가 없을 텐데"
자조하는 것 같은 미소를 띠면서 카타나가 중얼거린다.
"무슨 뜻?"
"무기를 매개로 하는 츠쿠모 카미는 다른 츠쿠모카미와 명백히 선을 그어.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다른 츠쿠모카미나 카타나시를 죽일 수가 있다는 거야"
"평범한 츠쿠모카미는.... 무리야?"
"무리는 아니지만, 엄청난 리스크가 따라. 카사는, 이 몸은 부상당해도 그다지 의미 없는 건 알고 있는가?"
카타나는 자신의 가슴에 손을 얹고 물어온다.
"아,응.... 전에 상처 났을 때, 하룻밤 자고 났더니 나았어"
"그래. 우리 몸은 어디까지나 매개체. 그래서 츠쿠모카미를 죽이려면 매개체를 부술 필요가 있어. 하지만 매개체는 평범하게 부서지지 않아. 이 아파트처럼 일정상태로 유지돼"
방안으로 시선을 향하는 카타나. 확실히 시간의 노화마저도 거부하는 아파트는, 파괴라는 간섭도 통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럼 어떻게 부수는 거야?"
"답은 간단. 같은 걸로 부수면 돼. 즉 매개체는 다른 매개체에 간섭이 가능한 거야. 부서지기 쉬운 매개체라면 서로 부서질 수도 있지만, 하나가 무기라면 일방적으로 파괴가 가능해. 그래서 무기의 츠쿠모카미는 특별한 거다."
나는 자신의 우산과 카타나의 칼을 비교한다. 이 두 개가 부딪치면 부서지는 건 우산이겠지. 아무래도 츠쿠모카미 사이에는 확실한 규칙이 있는 것 같다.
"일시적으로 응고된 카타나시에게 통하는 것도 매개체에 의한 공격뿐. 즉 무기의 츠쿠모카미 만이 싸우는 힘을 가지고 있단 걸 알아줘"
카타나의 말을 듣고 떠오르는 것은 총을 매개로 하는 시그의 싸우는 모습.
"......그럼, 시그도 특별한 거네"
"그 녀석은-- 총의 츠쿠모카미 더욱더 특별해. 무기도, 마음도, 나보다 훨씬 강해"
카타나는 그렇게 말하고 비꼬는 듯이 입술을 일그러트린다.
평범하게 생각하자면, 멀리서 발포 가능한 권총이 칼보다 강해, 공격에 리스크가 따르지만 카타나가 말하고 싶은 건 그런 게 아닌 것 같다.
"카타나는 자기가 약하다고 생각해?"
"----- 아니, 그렇게 소극적이면 이곳의 경호원을 할 수 없어. 이제까지 이제까지 셀 수 없을 정도의 카타나시를 배었어. 하지만..... 배지 못한 것도 많아. 그게 나와 시그의 차이다."
마치 그게 나쁜 것 처럼, 죄악감이 묻어나는 어조로 카타나는 말했다. 아마도 배지 못한 것 이란건 츠쿠모카미를 말하는 거겠지. 말에서 그런 뉘앙스가 느껴진다.
"카타나는 경호원인거네. 뭔가 시대극 같아"
그 이상 파고드는 건 그만두고, 나는 밝은 말투로 말한다. 카타나는 조금 표정을 부드럽게 하고 작게 웃었다.
"츠쿠모관은 고지에 있지만, 가끔 안개가 흘러들어오는 경우가 있어.그 때 모두를 지키는 것이 내 역할이다"
"역할... 그럼, 시그도 뭔가 역할이 있어?"
아마 싸우는 츠쿠모카미는 중요하겠지. 그럼 왜 시그는 여기서 같이 경호원을 하지않는건지....... 그게 신경 쓰였다.
"그런....."
카타나가 조금으로 말을 흐린다. 그때, 똑똑하고 밖에서 노크소리가 들렸다.
"카타나씨-.준비가 다 돼서 언제와도 괜찮아요-."
오오야씨의 목소리가 울린다.
"알았다. 고마워"
카타나가 대답하고, 나를 본다.
"일단 이야기는 여기까지하자. 일단 휴식이다."
카타나는 도망치는 듯이 대화를 자르고 일어선다.
"하지만....."
"시그에 대해서는.... 앞으로 싫어도 알아. 많이 쇼크받지 않게 말이야"
현관으로 향하면서, 카타나는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파트 앞에서 느낀 무언의 거절. 그것을 내뿜은 것은 아파트의 주인이다. 확실히 앞으로 그들과 대면한다면, 카타나에게 묻는 것보다 빠르다. 내가 제일 알고 싶은 것은 이 아파트나 다른 츠쿠모카마가 아닌--- 시그에 대해서.
"니야-"
가까이에 있던 시라타마를 안아 올리고, 나도 일어선다.
앞으로 싫은 일이 있어도, 그것을 잊어버리진 않아.
시그에 대해선 전부 기억한다. 처음으로 이름을 들었을 때부터 나는 그렇게 정했다.
밖으로 나오면 구름에 덮안 하늘을 눈동자에 옮긴다. 전기의 밝음에 눈이 익숙해져서, 굉장히 어둡게 느껴진다. 태양이 서쪽으로 기울기 시작한 걸지도 몰라.
카타나는 나를 선도하며 아파트 1층 끝까지 데려간다. 마침 카타나 방 2층 밑에 해당하는 1층 패널은 101호가 아니다. 구조도 3층과는 달라서, 1층에는 방이 5개밖에 없는 모양이다. 보이는 대로, 눈앞의 방이 다른 2방을 구분하는 공간이 있다.
"관리인실....?"
나는 패널어 쓰여있는 문자를 읽는다.
"아아, 여긴 오오야씨의 방이다"
그렇게 말하고 카타나는 문 손잡이에 손을 댄다. 문 건너편에서는 이미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게 찰칵하고 손잡이가 돌아간 순간, 딱하고 소리가 멈춘다.
문이 열린다. 카타나의 어깨너머로 나는 방안을 엿본다.
방의 기본구조는 같은 것 같이 바로 앞에 바닥이 있는 일본식 방이다. 하지만 넓이는 2층으로 방에는 많은 사람이 긴 테이블에 둘러싸고있다. 틀림없이 10명 이상 있다.
"주빈이 도착했네요! 자아, 부디 이쪽으로-"
오오야씨가 이쪽으로 달려와, 내 손을 끌어당긴다.
"에? 왁!"
그대로 방안으로 끌려가는 나. 방안에 있는 전원 시선이 집중된 느낌이다. 이런저런 사람들이 있다. 남녀노소, 하나의 공통점도 없어보이는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있다.
"카사씨, 이쪽에 앉아주세요"
오오야씨에게 재촉받아 상석에 앉는다. 호기심과 기대에 충만한 시선을 정면에서 받으며 나는 "아, 아하하...."러고 애매한 미소를 띄웠다.
카타나는 제일 먼 말석에 앉고, 오오야씨는 내 옆에 앉는다.
"그럼 재개해서, 항례 신입씨 환영회를 열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항례구나......
커다란 목소리로 선언하는 오오야씨를 곁눈질하면서 생각한다. 항상 하는 그거라는 건 이걸 말하는 거겠지.
"저기, 환영이라니..... 전 아파트에서 살 생각이---"
작게 오오야씨에게 묻는다.
"아뇨 아뇨, 이건 당신이 츠쿠모카미의 동료가 됐다는 것을 환영하는 것이에요. 물론 여기에서 살아준다면 최고겠지만요"
오오야씨는 나에게 미소를 보이며, 등을 가볍게 두드렸다.
"먼저는 모두와 피로연입니다.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네,네에...."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고, 앞을 향해 전원의 시선을 받아들인다. 아니--- 잘 보면 전원은 아니다. 깊숙이 앉은 나와 동년배로 보이는 여자애만큼은 언짢은 듯이 아래를 바라보고 있다. 그녀가 조금 신경 쓰이지만, 일단 자기소개를 하기로 한다.
"에, 카사입니다. 이 애는 시라타마. 잘부탁립니다......"
시선을 의식해버려 마지막에는 소리가 작아져 버린다. 하지만 꾸벅 머리를 숙이면 커다란 박수가 돌아왔다. 아까 그 여자애 빼고는 모두 웃으며 박수를 치고 있다. 아마래도 진심으로 환영해주고 있는 것 같다.
"그럼 계속해서, 모두를 소개하죠. 쵸우씨부터 시계방향으로 부탁합니다."
"오우, 나부턴가"
남성이 고개를 끄덕이고, 해맑게 웃었다. 나이는 40대 중반 정도 일까 하얀 요리사 옷을 입고 있다.
"나는 부엌칼의 츠쿠모카미로 쵸우라고 불리고 있어. 잘 부탁해 아가씨"
그렇게 말한 남성--- 쵸우씨는 천을 싼 식칼을 보여줬다. 복장으로 봐서는 아마 인간이었을 땐 요리사였겠지.
다음으로 쵸우씨 옆에 있던 노부인이 나에게 온유한 미소를 보여준다.
"나는 피시예요. 매개체는 말이예요, 이거"
무릎 위에 감아뒀다고 생각되는 노트북을 노부인-- 피시는 올려다보인다. 어쩐지 어울리지 않는 배합.
피시의 건너편에 있는 초등학생 정도의 남자애가 몸을 일으켜, 손을 뻗었다.
"누나, 나는 호우시야. 잘 부탁해!"
씩씩한 남자애--- 호우시가 인사한다. 매개체는 설명할 필요가 없겠지만, 이름대로 모자가 본체겠지. 그는 프로야구팀의 로고가 들어간 모자를 쓰고 있다.
그리고 다음이, 계속 고개 숙이고 있던 소녀의 차례다. 색소 옅은 리본으로 머리를 묶고 있는 소녀는, 머리를 들지 않은 채 시선만을 이쪽으로 슬쩍 향했다.
"......아야노"
그리고 나직이 중얼거린다. 그게 그녀의 이름일까.
나는 의문의 눈초리를 향하지만, 그녀는 바로 눈을 돌려버린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도 계속 재촉하는 시선을 보내는 걸 그녀도 알고, 짜증 나는 표정을 띄우고 일어선다.
"이름은 말했고, 충분하지? 나, 이제 방으로 돌아갈 테니까"
일방적으로 선언하고, 척척 출구로 향하는 소녀. 역시 아야노라는 게 소녀의 이름인 모양이다. 하지만 그 이름만으로 소녀의 매개체는 몰라.
"아, 저 저기, 적어도 조금만---"
오오야씨가 멈추려 하지만, 소녀-- 아야노는 언짢은 듯이 얼굴을 찡그린다.
"... 자기소개면 된다고 말했잖아? 뭔가 문제 있어?"
"아뇨, 그건......"
"그럼, 상관없네"
말을 더듬는 오오야씨에게 등을 돌리고, 그대로 방을 나가는 소녀. 탁하고 난폭하게 문이 닫히는 소리가 방안에 울린다. 답답한 침묵이 퍼진다.
"에, 음, 죄송해요....카사씨.아야노짱은 조금 까다로운 애라....."
오오야씨는 급히 자리를 얼버무리며 나에게 사과한다.
"신경 안 써 괜찮아"
"정말? 카사씨 친절하네요"
"별로 그런건......"
멋대로 친절한 사람 취급당해서 당황한다. 나는 말 그대로, 그녀-- 아야노의 언동을 전혀 신경 쓰지도 나쁘지도 않다. 그걸 그대로 전했을 뿐.
확실히 아아노는 짜증부렸지만 그건 나를 향한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처음부터 그녀는 기분 나빠 보였다.아마, 빨리 여기서 나가고 싶었겠지. 사정은 모르겠지만, 그 마음은 공감한다.
이렇게 처음 만나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과도한 선의를 받으면 진정되질 않는다. 이 착한 사람 뿐인 공간에서, 빨리 도망가고 싶었다.
착한 사람은--- 믿을 수 없어. 언제 "나쁜쪽"으로 돌아설지 알 수 없으니까.
아야노란 애도...... 나랑 같을까?
그런 걸 생각한다. 물론 나와 같은 사람 따윈 이 세상 어디도 없다는 건 알고있다. 하지만, 정말 조금은 닮은 부분이 있을지도 몰라. 그렇다면--.
그렇다면.... 뭐지?
자신의 의사에 의문을 표한다. 마음의 소리는 계속 갈 곳을 잃고 방황한다.
"그럼, 가다듬고 자기소개를 계속하죠"
오오야씨가 손뼉을 치며 주위를 끈다. 자기소개가 재개된다. 하지만 내 의식은 내면으로 향해버려, 그들의 말은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다. 멍하니 있는 사이에 순서가 한바퀴 돌아버린다.
"왜 그러세요? 모두의 얼굴과 이름, 기억하셨어요?"
"---헤? 아, 음......"
오오야씨가 말을 걸어 제 정신이 들었다. 솔직히 후반에 소개한 사람들은 기억나지않았다.
하지만 내 모습을 보고 오오야씨는 호의적으로 미소 짓는다.
"뭐어, 이렇게나 많으니 무리네요. 앞으로도 시간은 많으니까, 천천히 조금씩 익혀가죠"
어딘가 선생님 같은 어조로 말하는 오오야씨.
"네,네에......"
거북한 생각을 하면서, 나는 끄덕인다.
"그러면 딱딱한 이야기는 여기까지. 앞으론 평소처럼."
모두를 향해 오오야씨가 알린다. 그러면 앉아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상 아래에서 접시와 컵을 꺼냈다.
"에......?"
상위에 늘어놓은 그릇을 보고 놀란다. 담긴 건-- 샐러드나 튀김 같은 것, 야채를 사용한 요리.
"어때, 아가씨. 이거 전부, 내가 만든거 라고?"
부억칼의 츠쿠모카미인 쵸우씨가 의기양양하게 가슴을 편다.
"왜......? 츠쿠모카미는 먹는 건 필요없는 게---"
"필요 없더라도, 식사는 살아가는 즐거움 중 하나지? 그래서 내가 가끔 요리를 하는거야. 뭐, 취미 같은 거지"
확실히 배가 고프진 않지만, 먹는 건 가능하다. 폐허가된 마을에서 동물을 본 적은 없지만, 덩굴로 덮인 집 같은 건 잔뜩 있다. 식물은 이런 환경에서도 자라, 식재로서도 이용 가능한 거겠지.
"이 채소는?"
"밭을 가꾸는 게 취미인 녀석도 있어서 말이야. 그 녀석에게 받고 있어. 덧붙여, 이런 것도 있다고?"
그렇게 말하고 쵸우씨가 꺼낸 것은 술병.
"혹시...... 술?"
"아아, 시행착오를 거듭해 완성한 물건이다. 아가씨는 마시는편이니?"
"저, 저는 미성년자고....."
앗핫핫하, 츠쿠모카미에게 나이 따윈 관계 없어. 뭐 주스도 있어. 좋을 대로 마셔줘"
자신의 잔에 술을 따르고, 쵸우씨는 웃는다. 그렇게 얼렁뚱땅 술잔치가 시작됐다. 보우시라고 말했던 소년 츠쿠모카미와 나, 거기에 피시 할머니는 황록색의 수수께끼의 주스를 손에 들고, 건배한다.
그 후, 나는 바로 술이 들어가 텐션이 올라간 사람들에게 둘러싸였다. 츠쿠모카미라도 술에는 취하는구나 하고, 나는 홀짝홀짝 주스를 마시면서 생각한다. 무슨 과일로 만든 건지는 모르겠지만, 주스는 무척 달다.시라타마는 졸린 건지, 무릎 위에서 몸을 둥글게 말고 하품하고 있다.
"그건 그렇고, 너도 재난이였네....."
아직 이름을 외우지 못한 샐러리맨 같은 남성이 친한 척 말을 건다.
"재난이라니?"
"그거야 물론, 그 사신에게 발견된 거 말이야. 아니, 사실은 나도 그 녀석에게 발견되서 말이야... 갑자기 총을 겨누고, 여기까지 강제연행. 정말이지, 살아 있는 것 같지가 않았다고"
시그는 옛날부터 그런 일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남성에게는 다소의 동정이 느껴지지만, 그것보다 신경쓰이는 단어가 있다.
"저기.... 사신은, 시그를 말하는거지?"
물어보면 남성은 깜짝놀란 얼굴은 한다.
"당연하잖아? 그 녀석 말고 누가있어. 나는 아직 츠쿠모카미가 된지 1년 정도지만, 그 사이 많은 츠쿠모카미가 그 녀석에게 살해당했어. 그 녀석은 틀림없이 우리에게 있어선 사신이야."
그 말에 새하얀 수염을 기른 키가 큰 노인이 끄덕인다. 그의 이름도 기억하지 못한다.
"그래. 그 녀석은 피도 눈물도 없어. 해방전선 때도---"
"그런 말 하면 안 돼. 그 덕에 지금의 우리가 있는 거니까"
".... 알아둬"
노인은 혀를 차면서, 잔에 있던 술을 다 마셔버린다. 대화를 전혀 따라갈 수 없었던 나는 샐러리맨에게 묻는다.
"왜..... 시그는 츠쿠모카미를 죽인 거야?"
시그가 사람을 죽이는 사람이라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시그는, 그 악을 자신의 의지로 행하는 사람이다. 그러니까 이유가 있을 거다. 그것 때문에 시그는 나를 멀리한 것 같다. 그렇다면, 시그가 역겨워하는 이유를--- 츠쿠모카미를 죽이는 이유를 모른다면 그 빌딩으로 돌아갈 수 없다.
"왜냐니... 혹시, 아직 그 녀석이 무슨 짓을 하는 건지 모르는 건가?"
"응"
"-- 그 녀석은 말이야, 츠쿠모카미가 죽음에 이르는 일을 하는거야. 하지만 그럴 필요 없어. 우리 츠쿠모카미에게 죽음 따윈 필요 없어......"
말 끝은 거의 혼잣말처럼 낮게 중얼거리는 남성. 뭔가가 생각 난건지, 위험한 얼굴로 잔을 꽉 쥔다.
그때 보우시가 끼어든다.
"어라, 하지만 카타나 누나는 필요한 역할이라고 말했어? 끝나고 싶을 때는, 그 녀석에게 말하라고"
"시끄러워! 끝날 수 있으니까 끝나고 싶다고 생각하는 거야! 썩을...왜 끝 같은게, 있는 거야......"
이미 술에 취해버린 건지, 남성은 언성을 높이고 머리를 감싼다. 보우시는 화난 소리를 들어 깜짝 놀란 건지 멀리 도망갔다.
이 이상 그에게 묻기가 그래서, 나는 시선이 방황한다. 그러면 방구석에서 잔을 기울이는 카타나와 눈이 맞았다. 이 대화가 들렸겠지.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 출구로 시선을 돌린다, 하고 싶은 말은 밖에서, 하는 의미겠지.
나는 요리를 손에 쥐고, 타이밍을 잰다. 술에 취한 어른들이 말을 걸어서 바로 움직일 수가 없다. 지금 당장 잊어버리고 싶은 싫은 말들이, 머릿속을 스친다.
"저기ㅡ 조금 지쳐서...... 슬슬--"
결국 참을 수 없어서, 나는 억지로 대화를 끊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가까이에 있던 오오야씨는 아쉬운 듯이 내 얼굴을 올려다본다.
"카사씨, 괜찮아요? 쉬고 싶다면 빈방으로 안내할게요"
오오야씨가 일어서려고 하지만, 그 타이밍에 카타나가 가까이 왔다.
"그렇다면 내가 데려다 줄게. 302호실이라도 괜찮아?"
"아,네. 어느 방이라도 바로 쓸 수 있게 해놨으니까, 괜찮습니다. 잘 부탁합니다. 카사씨,이거... 방 열쇠입니다."
오오야씨에게 현관까지 배웅받고 열쇄를 건네받는다. 술잔치를 하고 있는 사람들은, 이미 나를 신경 쓰지 않고 저마다 들떠있다. 몇 사람이 손을 흔들어줘서, 가볍게 인사하고 밖으로 나온다.
차가운 바람이 뺨을 쓰다듬는다. 밖은 이미 옅은 어둠에 덮여 흐린 하늘에서 내리는 가는 비에 경치가 스며있다. 정황상으로도 오늘은 여기에서 묵을 수밖에 없어 보인다.
갑자기 변한 기운에 놀란 건지 안고 있던 시라타마가 눈을 깜빡거린다.
"-- 미안해. 역시 사전에 가르쳐줘야 했는데"
카타나가 작게 말을 흘리며, 복도를 천천히 걷기 시작한다.
"시그가.... 사신이라고 불리는 거?"
"아아"
"... 그건 무슨 의미야? 츠쿠모카미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게 일이라고 말해도, 잘 모르겠어."
걸어가는 카타나의 등에다 대고 묻는다. 술에 취한 남성의 말은 추상적이라, 구체적이지 않다.
".... 확실히 말하자면, 시그가 하는 일은 츠쿠모카미를 죽이는 거다"
복도를 돌아 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한 카타나는 낮은 소리로 답한다.
"시그는....청부업자라는거?"
"아니-- 우리는 부수는 사람이라고 부르고 있어"
"부수는 사람? 뭘 부수는 거야?"
되물으면, 카타나는 걸음을 느릿하게 하고 나에게 답한다.
"--- 매개체다"
매개체가 부서지만, 츠쿠모카미는 죽는다. 그게 카타나가 가르쳐준 거였다. 부르는 법이 다를뿐으로 청부업자도 부수는 사람도 의미는 같다.
"왜..... 시그는 부수는 사람을 하는 거야?"
츠쿠모카미는 먹을게 필요 없다. 그러면 아무런 소비도 없이 살아갈 수 있다는 것. 일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
"--누군가는 짊어져야 할 역할이었어. 츠쿠모카미에겐 끝이 필요했어"
"끝...."
"그래 삶의 마지막이야. 츠쿠모카미에게는 수명이 없어. 마음이 사라지던가, 매개체가 부서지지 않는 한--- 존재는 이어져. 그건 경우에 따라선 영원한 고통이야"
계단에서 뒤돌아선 카타나는 나를 보고 슬픈 듯이 말한다.
비슷한 말은 시그와 한 적이 있다. 그래서 나는 카타나가 말하고 싶은게 예상간다.
"마음은 품고 살아가는게.... 힘든거네"
끝내지 못하는 마음을 가진 츠쿠모카미는 절대로 사라지지도 않고 채워지지 않을 마음에 목말라하며 괴롭게 살아간다. 그건 그다지 행복하지 않다고, 시그가 말했다.
"--그래. 그 고통에서 도망치기 위해, 끝을 바라는 츠쿠모카미는 많아.카사에게 푸념했던 그는 아직 어리니까, 그게 아직 실감 나지 않는거야"
"하지만 다른 사람들도 시그를 나쁘게 말했다고?"
"할 수.... 없어. 끝나고 싶다고 바라는 당사자는 이해하고 있지만, 남은 녀석들에게는 동료를 빼앗은 거야. 어떻든 간에 감정이 시그에게 향해"
계단이 끝나고, 302호실 앞에 도착한다. 다리를 멈추고, 뒤돌아본 카타나에게 나는 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그대로 부딪친다.
"끝나고 싶은 사람은, 자신가 책임지고 끝나면 된다고 생각해. 왜 시그가---"
그 말에 카타나는 아픔을 견디는 듯한 표정을 띄운다.
"매개체는 자기가 직접 부술 수 없어. 그래서 무기의 츠쿠모카미에게 부숴달라고 부탁할 수 밖에 없어. 이 근방에 있는 무기의 츠쿠모카미는 시그와.... 나 뿐이야"
"그건....."
나는 빤히 카타나를 바라본다. 비가 내리는 하늘에 스민 빛에 빛나는 은색으로 반짝이는 머리카락. 불안을 지신 붉은 눈. 다시 봐도 무척 예쁘다. 그녀는 아마 사람을-- 츠쿠모카미를 죽인 적이 없다.
분명, 죽이지 않아.
"아아... 시그는 나 대신에, 내 몫까지, 일을 받아줬어. 책임져야 하는 건 다른 누구도 아닌 나야."
죄악감이 스민, 허무하게 웃는 카타나를 보고 생각한다. 시그는 이 사람을 지키고 싶었던 걸까..... 하고.
"그 녀석은 강하니까.... 그만, 의지해버려, 나도 그 녀석 정도로 강해지면 좋겠지만......"
자신을 비웃는 듯이 중얼거리는 카타나. 난 그걸 듣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주먹을 쥐었다.
"저기, 카타나는 시그의 취미를 알아?"
감정이 나타나지 않게 주의하면서, 묻는다.
"아니... 모르지만. 그녀석, 뭔가 취미가 있는 건가?"
갑자기 화제가 변해 카타나는 멍해진 얼굴로 답한다.
비는 점점 강해져, 빗소리가 귀찮아지기 시작한다.
"그럼, 시그가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해?"
"어떻냐니... 강하고, 항상 냉정하고, 나 같은 거에 비하지 못할 정도의 아수라장을 겪은--"
"알았어. 이제 됐어"
장한 어조로 말을 자른다. 충분히, 이해했다. 카타나가 시그에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카사?"
머리를 갸우뚱하는 카타나를, 나는 노려본다.
"저기, 시그는--"
아마, 그렇게 완벽한 사람이 아니야.
입 밖으로 내려고 했던 그 말을 직전에 삼킨다. 시그는 분명 카타나가 상상하는 듯한 사람으로 있으려고 한다는 걸, 알았으니까. 그래서 취미에 대해서 입막음 한 거겠지.
"--- 으으응. 역시 아무것도 아니야. 이제 오늘은 쉴래. 이방... 써도 돼는 거지?"
무리해서 미소를 만들고, 카타나에게 묻는다.
"아,아아.... 좋을 대로 써줘. 이불은 있을거야"
카타나는 조금 당황하면서, 친절히 알려준다.
"알았어, 고마워"
예의를 표하고 나는 302호실 문을 열고 다리를 집어넣는다.
"그럼, 잘자"
인사하고, 대답을 듣기 전에 문을 닫는다. 달칵하는 소리와 빗소리가 함께 멀어져갔다. 문에 기대듯이 그 자리에 앉아버린다. 시라타마가 품에서 바닥으로 내려와, 나를 걱정하는 듯이 올려다본다.
문 너머로 옆방 문이 열렸다 닫히는 소리가 들린다.
"시라타마-- 모두, 좋은사람뿐이네"
나를 바라보는 푸른 눈동자의 새끼 고양이에게 비꼬는듯한 어조로 말을 건다.
착한 사람은 의식적으로, 무의식적으로, 악을 만들어낸다. 나쁜 사람이 있으니까, 착한 사람이 착한 사람으로 있을수있다.
이 마을에 있어서 악은--- 시그. 시그가 있으니까 카타나는 착한 사람으로 있을 수 있다. 다른 사람들도 시그를 나쁜 사람 취급하고, 규탄하는 것으로 정의의 편에 있는 듯한 기분을 가진다. 그것은 시그 자신이 바란 걸지도 몰라. 하지만---.
"이런 구도, 이제 지긋지긋해"
이유 따윈 옛날에 잊어버렸지만, 나도 나쁜 사람이었니까. 나 말고는 전부 착한 사람이니까... 이런 세상을 계속 보고 있으면 기분 나쁘다.
시라타마가 스커트를 잡아끌면서 운다.
"하하.... 시라타마는, 어느 쪽도 아닌가"
턱밑을 쓰다듬으면 시라타마는 기분좋은 듯이 눈을 가늘게 뜬다.
그래, 시라타마는 착하지도 나쁘지도 않아. 환영회에서 서둘러 나간 아야노라는 소녀에 가까운 것을 느꼈지만, 그녀도 아마 중간. 내가 아는, 나 말고 나쁜 사람은 1명뿐.
"시그, 뭐 하고 있을까나...."
살짝 어두운 방을 바라보면서, 혼자서 중얼거린다.
평소처럼 소파에 앉아서 만화를 읽고 있을까. 그게 아니면 뭔가 내가 모르는 걸 하고 있을까.
--- 그러고 보니, 이 방......
시그가 보여준 3층 플로어를 생각해낸다. 그곳에 늘어서 있던 부서진 무수한 도구들...... 그것을 보고 시그는 묘지라고 말했다.
지금은, 그 의미를 안다. 그곳에 있던 것은 시그가 부순 츠쿠모카미의 매개체였겠지.
어제 들은 파열음도 총성이었을지 몰라. 방에 돌아온 시그가 풍겼던 초연 냄새가 생각난다. 그리고 그 후--- 소파에 누웠을 때의 옆모습도.
"...........아아 정말"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서 일어서서, 옆에 있던 스위치를 누른다. 현관에 밝은 불이 옅은 어둠을 창문 밖으로 밀어낸다.
구두를 벗고 방안으로 들어간다. 시라타마도 딸랑딸랑 뒤를 따라온다. 방안의 전기를 키고, 창문 너머 비가 내리는 하늘을 올려다봤다.
"빨리, 그치지 않을까나"
나는 그런 말을 흘린다. 비만 내리지 않으면, 바로 시그에게 가고 싶었다. 이 츠쿠모관은 내가 있을 곳이 아니야. 모든 것을 알고도, 나는 그 빌딩에 있고 싶다고 생각한다.
창문 옆에 앉아, 비가 그치길 기다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비는 더 세지고 하늘은 어두워진다. 이제 해가 져버리면 어쩌지.
어둠에 싸인 경치를 바라보며, 마음도 어두운 그늘이 진다.
"내가 돌아가도 시그는 기뻐하지 않을지도......"
시라타마의 등을 쓰다듬으며 중얼거린다.
뇌리에 총과 함께 그때 띄운 시선이 지나간다. 그때 시그는 정말로 나를 거부했다. 그걸 알아서, 나는 움직일 수 없었다.
어쩐지.... 내가 빌딩에 돌아가도, 쫓아낼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난, 어떻게 되든 좋은거지"
어두운 하늘과 밝은 천장의 풍경을 바라보면서 백문 한다.
하지만 답은 어디에서도 돌아오지 않았다-.
똑똑, 똑똑.
똑똑, 똑똑.
이어지는 노크 소리에 나는 눈을 뜬다. 전기로 밝아진 다다미가 눈에 비친다. 방구석에서는 시라타마가 자기 꼬리로 장난치고 있다.
어느샌가--- 잠들어버린 모양이다.
창 밖은 별마저 없는 암흑. 빗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하늘은 흐릿한 것 같다.
똑똑!
이번엔 강한 노크소리. 그 소리에 반응해서, 시라타마가 깜짝 놀라 머리를 든다. 내가 손에 들고 일어서 현관에 가까이 갔다.
"......누구?"
문 건너에서 불러본다.
"열어, 잠깐 할 말이 있어"
돌아온 것은 여자애의 목소리. 내 질문에 대답하고 용건만을 알린다.
의심스럽게 생각했지만, 별로 위험할 것도 없겠지 하고 손잡이를 잡는다. 옆방에는 카타나가있고, 그전에 나는 방을 잠그지도 않았다. 들어오려면, 언제라도 멋대로 들어올 수 있었다.
문을 열면, 그곳에는 나와 같은 나이로 보이는 소녀가 서 있다. 색소 옅은 머리를 리본으로 묶고 하얀 파카와 짧은 스커트를 입고 있다. 그녀는 본적 있다. 날카롭게 째려보는 그녀에게, 내가 말을 건다.
"아야노... 였지?"
"이름만 부르지 마. 친하지도 않으니까"
그녀- 아야노는 얼굴을 찡그린다.
"그럼, 아야노짱?"
"왜 '짱'인거야"
"하지만 아야노씨라는 느낌은 아니고"
"...어린애 같다고 말하고 싶은 거야? 츠쿠모카미 선배에게 실례네"
허리에 손을 올리고, 언짢은 듯이 말하는 아야노.
"아냐노는, 츠쿠모카미가 된지 얼마나 됐어?"
보기엔 동년배 같지만, 실제론 배 이상을 살았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고 묻는다.
"윽, 아직도 이름으로 부르고. 내가 츠쿠모카미가 된건............ 반년 전이야"
말이 뒤로 갈수록 작아진다.
"아, 결국 최근이네"
"시, 시끄러워. 선배는 선배지? 됐으니까 빨리 안으로 들어가게 해줘. 이런 거 다른 녀석 눈에 띄긴 싫으니까"
"그래? 자아, 부디"
나는 아야노를 방안으로 부른다. 그녀는 복도를 둘러본 뒤. 빨리 현관으로 들어온다.
"하아....."
작게 한숨을 쉬고, 구두를 벗는 아야노. 잘 모르겠지만, 여기에 온 걸 다른 사람들에게는 알리고 싶지 않은 것 같다.
"니야-"
시라타마가 방안에 들어온 야야노를 맞이하는 듯이 운다.
"시, 실례하겠습니다"
마치 가주에게 인사하는 듯이, 진지한 눈으로 아야노는 머릴 숙인다. 그리고 앗차 하는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당분간 말없이 바라본다.
"가... 같은 츠쿠모카미로서 인사한 거니까!"
나에게 삿대질하면서 당당히 변명하는 아냐노.
"나는 인사 안 했는데?"
"너한텐 그런 거 필요 없어. 인간 따위--- 예의를 표할 필요 없어"
"같은 츠쿠모카미 야냐"
"츠쿠모카미도 인간은 인간이야"
잘 모르겠는 논리를 말하면서 아야노는 바닥에 앉는다. 주장에 일관성은 없지만 어쩐지 말하고 싶은 건 전해진다.
"아냐노는 인간이 싫은 거네"
"...그래. 그런데 또 이름으로 부르고... 이제 됐어. 좋을대로 해"
내가 물으면 그녀는 불쾌한 표정으로 답했다.
"그럼, 그런 싫어하는 사람한테 왜 야나노가 온거야?"
아냐노의 정면에 내가 앉고 묻는다. 시라타마가 폴짝 내 무릎에 올라온다. 그걸 조금 부러운 듯이 바라보면서 아야노가 말한다.
"묻고 싶은 게.... 있어"
"묻고 싶은 거?"
"에에--- 너, 사신에게 주워졌지?"
아냐노는 이 마을에 있어 악을 상징하는 단어를 말한다.
".... 사신이 아니야, 시그야"
작은 소리로 나는 말한다.
"어느 쪽이든 좋아, 그런 거. 그래서----"
"어느 쪽이든 좋지 않아. 시그는, 시그"
이번엔 강한 어조로 정정한다. 아야노는 조금 놀란 얼굴이지만, 바로 고쳐잡고 말을 잇는다.
"모두 사신이라고 부르니까, 이름을 몰랐어, 그--- 시그였던가? 난 그 녀석이 정말로 츠쿠모카미를 끝나게 해주는지 알고 싶어"
진지한 어조와 눈초리로 아냐노가 알린다.
"왜, 나한테 묻는 거야?"
츠쿠모관의 주인, 이를테면 카타나가 주변사정에 밝겠지. 아무리 시그가 데려다 줬다고 해도, 신입인 나에게 묻는 이유를 모른다. 게다가 샐러리맨 같은 남성도 시그에게 주워졌다고 말했다. 적임자는 잔뜩 있다.
".... 이제까지 계속 무시해왔는데 들었을 리가 없잖아"
시선을 돌리고 아야노가 중얼거린다.
아무래도 인간이 싫은 그녀는 츠쿠모관의 주민을 멀리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렇다면 확실히, 이제 와서 자기가 가까이 가지 않겠지. 시그에 대해서도, 소문 정도 밖에 모르는 걸지도 몰라.
하지만 문제는 그것을 알고 싶은 이유다. 나는 일을 예감을 느낀다.
"왜, 알고 싶은 거야?"
긴장하고 물었다.
"확실한 건아냐. 나-- 이제. 끝나고 싶은 거야"
오기 부리는 아야노의 표정과 목소리에, 축적된 피로가 스민다. 눈동자에 마지막으로 도움을 구하는듯한 눈빛이 빛난다.
그것은 내가 제일 듣고 싶지 않았던 대답. 시그의 임무가, 그 역할이, 츠쿠모카미에겐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하는 대사였다-.
"끝나고 싶다니, 왜?"
10초 정도의 침묵을 끼고, 나는 묻는다.
"이..... 아까부터 꼬치꼬치 캐묻고, 적당히 해. 나는 인생상담을 하러 온 게 아니야. 먼저 이쪽의 질문에 대답해."
짜증난 듯한 모습으로 아야노는 나를 째려본다. 이 이상 내가 아는 걸 가르쳐주지 않으면 대화가 진행되질 않아. 망설이면서도, 나는 입을 연다.
"- 시그는 부수는 사람이라고 카타나가 말했어"
"부수는 사람?"
"매개체를 부숴서 츠쿠모카미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그것이 시그의 임무로.... 역할이라고"
다시 말해도, 우울하다.
시그는 모두에게 소외당하고, 증오받는 일을 하고 있다. 혼자서 악의 편에 서 있다. 이곳에 온 것 만으로 나마저 착한사람이 되버린다.
시그의 역할이 필요한 한은, 아마 그는 그 위치에서 움직이지 않겠지. 분명 아무에게도 넘겨주지 않고, 내가 다가가는 것도 인정하지 않을 거라 생각해.
그는 취미마저 입막음하고, 사신으로서의 이미지를 유지하고 있다. 총을 겨누고, 나를 거부한다. 그 행동은, 그가 상태유지를 바란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내가 설득하는 정도로, 그 의사를 바꿀 수 있다곤 생각되지 않아.
"그래, 정말 가능한 거네. 부서지는 게 매개체라면 아프지도 않겠고, 잘됐네"
나와 반대로 아야노의 표정이 밝아 진다.
"......그렇게, 기뻐?"
"물론이야. 여기에 있어도 즐겁지 않고, 마음은 괴롭기만 하고.... 이런 일상이 영원히 이어지다니 참을 수 없어"
"아야노의 마음은 뭐야?"
아마 끝나지 않는 마음이라고 생각하며 묻는다.
"그런 거 너한테 말할 필요 없잖아? 그럼 용건 끝났고, 쉬어"
일어서서 이쪽에서 등을 돌리는 아야노. 현관으로 향하는 그녀를, 나는 앉은 채로 배웅한다. 그녀는 앞으로 시그에게 가는 거겠지. 시그는 그녀의 매개체를 권총으로 쏘는것 이겠지. 그리고-- 어제 같은 표정을 띄우겠지.
그것을 상상하면 가슴이 삐걱거린다.
"저기--"
일어서서, 순간적으로 불러버린다. 하지만 내가 말하기 전에 아야노는 다리를 멈췄다. 그리고 어색한 표정으로 나를 돌아보는 아야노.
"그래서.... 시그라는 사람, 어디서 사는 거야?"
뺨을 붉히며 아야노가 묻는다.
"풋"
예상외의 대사에 참지 못하고 웃어버린다.
"잠깐, 웃지 마! 돼, 됐으니까 빨리 가르쳐줘!"
"-- 알고 싶다면, 먼저 내 질문에 대답해"
웃으면서, 되돌려준다. 아까 아야노의 흉내다.
"뭐, 뭐 말이야. 마음?"
"응"
나는 끄덕인다. 웃어서 마음에 여유가 생긴 탓인가. 하나 집히는 게 있다.
그것은 내가 시그의 편에 서는 방법. 그 빌딩에 돌아갈 가능성.
그러니까 호기심이나 시간벌기가 아닌,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아야노의 마음을 알고 싶었다.
"...... 기억하지 못해"
불쾌한 표정으로 아야노다 답한다. 내가 의문스러운 눈을 향하면, 그녀는 당황한 듯이 손을 젓는다.
"거, 거짓말 하는 게 아니야. 기억하고 있을 거라 말하겠지만, 내 안에 있는 마음은 감정뿐이야. 마음에-- 기억이 없는 거야"
"무슨 의미?"
"내 핵이 되는 건 가지고 싶다는 마음. 하지만 뭐가 가지고 싶은 건지 왜 가지고 싶은 건지 그걸 모르는 거야"
아야노는 그렇게 말하고 어깨를 움츠린다.
"기억나지 않아?"
나와 닮은듯한 상황이다. 충동은 있는데, 그 정체를 모른다. 쓰레기 상자에 기억을 밀어 넣은 탓으로, 많은 걸 잊어버렸다.
"무리야. 나는 인간이었을 때를 그다지 기억하지 못해서. 실마리조차 없어. 마음 말고 확실히 남은 건 내 이름과 타인에 대한-- 혐오뿐이야"
내뱉는 듯이 아야노가 말한다.
그걸로 나와 아야노는 근본적으로 다른 것을 깨닫는다. 나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을 의식적으로 잊어버렸을 뿐. 하지만 아야노는 기억 그 자체가 남지 않았다. 없는 건 되찾을 수 없어. 그건 확실히 마음을 끝낼, 가지고 싶은 것을 손에 넣을수없어 괴로울 뿐이겠지.
"하지만.... 기억하지 않더라도, 그것을 손에 넣으면 알겠지?"
"에? 그런 아마-- 마음이 채워 질테니까, 알 거라고 생각하지만"
무슨 말을 하고 싶냐는 표정으로 아야노가 나를 본다.
이미 내 마음은 정해져 있다. 해야 할 것을 보고 있다.
무모할지도 모르지만, 할 수 밖에 없어. 시그와 같은 곳에 서려면 같은 일을 할 수 밖에 없다.
"내가 아야노가 가지고 싶어 하는 뭔가를 찾아낼게"
확실하게 선언한다.
"하.....? 무슨말이야?"
놀람을 뛰어넘어, 어이없어진 모습으로 이야노가 말한다.
"츠쿠모카미가 사라지기 위한 조건은 2개 있어. 하나는 매개체가 부서지는 것. 그리도 또 하나가, 마음이 채워지는 것. 어차피 끝날 거라면, 만족하고 사라지는 게 좋지?"
나는 시그처럼 매개체를 부술만한 힘은 없다. 하지만, 이 방법으로도 츠쿠모카미를 끝나게 할 수 있다.
"그, 그건 그렇지만...... 가지고 싶은 걸 모르는데 어떻게 찾는단 거야"
"이를테면 아야노가 기억하는 장소라던가.... 기억이 없어도 짚이는 곳은 있다고 생각해. 일단, 시그에게 가는 건 조금 기다려. 일단은 나한테 맡겨줬으면 해"
아야노의 눈을 바라보며 말한다. 그녀는 당황한 듯 시선이 방황하고 앞머리를 손가락으로 만지작거린다.
"왜 그런 귀찮은 짓을 하고 싶어 하는 거야. 너도 다른 녀석이랑 똑같이 착한 사람이라 참견하는 거야?"
"아니야. 나는 나쁜 사람. 전부 나를 위해서. 아냐노를 위해서 하는 게 아니니까 안심해"
능글맞게 웃으며 답하면, 아야노는 이마에 손을 대고 머리를 흔든다.
"정말, 넌, 이유를 모르겠어. 뭐, 나는 손해도 없고...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좋을 대로 해"
"정말!"
생각지도 않게 몸을 내밀지만 아야노는 내 눈앞에 손가락을 내민다.
"단, 기한부야"
"기한?"
"에에, 왜 그렇게 길게 기다릴 순 없어. 그러니까--3일. 3일이 지나면 시그라는 사람이 있는 곳을 가르쳐줘. 괜찮겠지?"
3일...... 그런 아무것도 모르는 걸 찾기에는 너무 짧은 기간이겠지. 하지만, 이 의뢰를 끝내지 못하면 시그 앞에서 가슴을 펼 수 없다. 같은 곳에 서고 싶다고 말 못해.
"알았어"
그러니까,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나는 아야노에게 가까이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뭐야, 이거?"
내 손바닥을 바라보고, 아야노는 고개를 갸우뚱한다.
"계약성립 악수"
"..... 할 수 없네"
마지못해 아야노는 내 손을 잡는다. 나는 그녀의 손을 맞주 잡고 웃는다.
"나, 열심히 할게"
"별로 열심히 하지 않아도 좋아"
다른 쪽을 보며 아야노가 대답한다.
하지만 그러면 안돼. 절대, 해내야 해.
이건--- 나에겐 첫 "임무"니까.
다음날 태양이 뜨기 전--- 산기슭이 밝아지기 시작할 무렵에 나는 살짝 방을 빠져나왔다. 하늘색 우산을 팔에 걸고, 시라타마를 가슴에 품고, 발소리를 죽이면서 복도를 걷는다. 이른 아침 공기는 차갑고, 습한 냄새가 섞여 있다. 하지만 비는 내리지 않고, 하늘에 구름이 듬성듬성 떠있다.
어젯밤에 내린 비는 소나기였는지도 몰라.
오늘 밤에는 비가 내리지 않을 것 같고.... 안개는 괜찮겠지.
그다지 자신은 없지만, 희망적으로 관측하고 판단한다.
복도 끝, 카타나의 방과 정 반대편--- 306호실앞에서 다리를 멈추고, 작게 똑똑하고 문을 두드린다. 그러면 찰칵하고 손잡이가 돌아가, 아야노가 얼굴을 내민다.
"... 아무한테도 들키지 않았겠지?"
두리번두리번 주위를 경계하면서, 밖으로 나오는 아야노.
"응, 아마. 하지만 왜 이렇게 노크해야 하는 거야?"
나는 오늘 아야노가 츠쿠모카미로서 처음 눈을 뜬 곳으로 데려다 주기로 약속했다. 오늘밖에 달리 조사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건 당연하지. 너랑 같이 있는 거 보여주고 싶지 않으니까 내가 마음을 바꿔먹었다고 생각할 거 아냐. 다른 사람과 친하게 지낼 마음이 들었나보네요~ 라는 소리 듣는걸 상상하는 것 만으로도 소름 돋아"
팔을 쓰다듬으며, 정말로 싫은 듯한 얼굴로 아야노가 답한다.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쓰는건 시그와 같다고 생각하고 나는 고소했다.
"방금, 오오야씨 흉내?"
"-그래. 정말이지, 귀찮아 어이없어"
작은 목소리로 독설을 내뱉곤, 아야노는 계단으로 걸어간다. 나로선 내가 하는 일이 모두에게 알려지면 좋지만, 아야노가 그렇게 말한다면 할 수 없다. 뭐, 이런 작은 커뮤니케이션이다. 비밀로 하더라도, 언젠간 소문은 퍼지겠지.
아야노의 뒤를 따르면서, 나는 주변을 둘러본다. 혹시 지금도 방안에서 우리 발소리를 듣고 있는 사람이 있을지도 몰라. 생활소음도, 새가 지저귀는 소리도 없는 마을은, 소리가 잘 울린다.
하지만 1층으로 내려오고 아파트 부지를 나가기까지 누군가에게 붙잡히는 일은 없었다. 아파트를 나가는 순간 공기가 변한다. 잘 말로 표현을 못하겠 지만, 조금 공기가 무거워지는 느낌이다.
"후우..... 어떻게든 탈출 성공"
아파트 앞 비탈길을 내려오면서, 아야노가 어깨에서 힘을 뺀다. 꽤 긴장했던 모양이지만 어딘가 즐거워 보이지도 했다.
"뭔가 조금 두근두근했지만 말이야"
나는 가슴에 손을 올리고 말한다.
"그, 그런 거 아니야. 어린애도 아니니까"
휙 하고 얼굴을 돌리고 빨리 걸어가는 아야노.
"기다려 아야노. 안개가 나오면 위험하니까, 조심해서 가야 돼"
고지에서 내려다보는 마을은 아직 새카맛다. 동쪽 하늘은 밝아지기 시작했지만,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무심코 안갯속으로 들어갔다간 위험하다.
"...알았어"
아야노도 카타나시가 위험한 건 아는 것 같아서, 걸음을 느리게 한다.
아직 밝아지지 않은 폐허를 아야노의 지시에 따라 걸음을 옮긴다. 점점 푸른색이 옅어지고 태양이 산 너머로 얼굴을 드러낸다. 아침노을에 황금빛으로 마을이 물들어, 밤을 꾸미던 별들은 푸른색에 스며들어 사라진다.
햇빛으로 빛나는 마을은, 안개가 나오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방심하지 않고 길을 걷는다. 아야노가 향하는 곳은 마을의 남쪽에 펼쳐진 주택지 같다. 하지만 집이 있는 방향과는 조금 틀어져 있다. 나와 시그와 처음 만난 던 곳 주변--- 커다란 집이 늘어선, 비탈길이 많은 구획이 목적지 같다.
"저기, 아야노"
계속 조용히 있는 것도 질려서 말을 건다. 시야가 좋지 않았는데 조금 여유가 생긴다.
"....뭐야?"
싫은듯한 얼굴이지만, 아야노는 받아준다. 그녀도 심심했던걸 지도 몰라.
"아야노라는 건 인간이었을 때의 이름?"
나는 자기소개했을 때 신경 쓰였던걸 묻는다.
"그래"
무뚝뚝한 어조로 아야노는 짧게 대답한다.
"왜 다른 사람들처럼 매개체의 이름을 대지 않아?"
"그 녀석들의 룰에 따라야 할 이유라도 있어? 나는 아야노니까, 아야노. 그걸로 된 거 아냐"
확실히, 문제없다. 특히 아야노의 경우엔 남은 기억이 없어서, 인간이었을 때와 구분할 필요가 없겠지.
"응, 그걸로 된 걸지도. 하지만, 아야노의 매개체가 뭔지 신경 쓰이는데"
이름으로 유추 할 수 없어서, 솔직하게 물어본다. 우산을 가지고 있는 나와는 다르게, 아야노는 손에 아무것도 없다. 매개체는 몸에서 떨어지지 않으니까, 뭔가 몸에 걸치고 있는 걸까... 한번 본 것 가지고는 모른다.
"-- 가르쳐줄 의리는 없어"
"에-..... 뭔가 단서가 될지도 모르는데"
"될 리 없어. 별로 특별한 것도 아니니까"
아야노는 안절부절못하며 머리에 묶은 리본을 만지작거리며 답한다.
"..... 혹시, 그거야?"
내가 아야노의 리본을 가리키면, 그녀는 깜짝 놀라 어깨를 떨었다.
"뭐,뭐.... 어떻게 아는 거야?"
다리를 멈추고 경악한 표정으로 아야노가 다그친다.
"어째서냐니... 뭐, 그냥"
행동에서 다 들켜 버렸다는 걸 말할 수가 없어서, 말을 얼버무린다.
"너, 절대 나를 매개체 이름으로 부르지 마!"
아야노는 어째선지 진지한 눈으로 나에게 다짐한다.
"매개체 이름이라니---- 리본?"
확인하기 위해 묻는다. 그러면 아야노는 예상외의 반응을 보인다.
"으갸아아아아아아, 그-만-둬!"
내 멱살을 쥐고 짤짤 흔들어대는 아야노.
"니얏!?"
시라타마가 놀라서, 폴짝 땅으로 뛰어내린다.
"잠깐,미,미안, 이제 안 그럴 테니까!"
나는 당황해서 사과한다. 그러면 아야노는 멱살을 놓고 크게 한숨을 쉰다.
"으와아.... 죽어버릴까 했어"
어째를 떨어트리고, 의기소침한 얼굴로 중얼거리는 아야노.
"그렇게 싫어.....?"
"당연하잖아! 리본짱이라고 불리는 거 상상해보라고! 전신에 닭살이 돋아서 닭살 때문에 죽을 거야!"
자기가 말하고도 기분 나빳는지 아야노는 팔에 돋은 소름을 손으로 감싼다.
"아, 새로운 사인이네"
고소하며 나는 맞장구친다.
"정말 이제 하지 마. 참나...."
아야노는 투덜대며 다시 걷기 시작한다.
"그게 인간이었을적 이름을 쓰는 첫 번째 이유?"
길가에 난 잡초에 흥미를 보이는 시라타마를 안아 올린 후, 아야노의 등에다 대고 묻는다.
".... 시끄럽네. 그럼 안돼?"
아야노는 뒤돌아보고 나를 째려본다.
"안 되는 건 아냐. 하지만, 재밌었어"
"너, 날 바보 취급 하고 있지"
도끼눈을 뜨고 바라보는 아야노.
"으으응, 재밌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
"역시 바보 취급 한거 잖아!"
아야노가 소리치며 어깨를 치켜 올리고 성큼성큼 걸어간다. 하지만 뭔가가 생각났나 다리를 멈춘다. 오른쪽으로 빙글 돌아 아야노는 나에게 삿대질한다.
"말해두겠는데, 나는 네가 싫으니까!"
"인간이니까?"
"그래. 원망할 거라면 인간 츠쿠모카미로서 태어난 걸 원망해"
"----별로 원망하지 않아. 아야노같은 사람이 대화하기 쉽고"
생각한 걸 그대로 말한다. 그러면 아야노는 "으-....."라고 낮게 신음한 후, 몸을 반쯤 돌린다.
"너, 이상한 애네"
"그러지도 모르네"
나는 웃는다, 이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대화를 한 건 처음일지도 몰라. 시그 정도로 친근감이 있는 건 아니지만, 착한 사람으로 있지 않으려는 아야노와는 신경 쓸 거 없이 말할 수 있다.
어제 내린 비로 생긴 물 울덩이를 밟으면서 걸어가면 아야노는 뒤에서 그 모습을 바라본다.
나는 싫다고 말했는데도, 아야노는 작은 둔덕이나 물웅덩이가 있으면 "조심해"하고 주의를 준다.
그녀는 착한 사람도 나쁜사 람도 아니야. 그저, 친절한 아이겠지.
바람에 흔들리는 분홍색 리본을 바라보면서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30분이 상 걸었을까. 우리는 마을 북서--- 산골짜기 경사면에 있는 주거지까지 왔다. 확실히 집 크기가 다르다. 이 구획은 유복한 가정이 많았던 거겠지.
하지만 훌륭했던 집도, 지금은 비바람에 방치되 부식돼있다. 문은 녹슬고 마당은 황폐하고 벽은 금이가 있다.
"여기야"
그리고 아야노가 멈춰서 가리킨 곳은 그런 집 중 하나. 앞마당과 2개의 주차공간이 있는 3층집. 어딘가의 건축 디자이너가 손댄 건지, 묘하게 점잔빼는 외견이다.
"아야노가... 처음으로 눈을 뜬 곳?"
"그래, 어느 순간, 이 집에 있었어"
아야노는 고개를 끄덕인다. 우연일까, 나도 같은 상황이었다.
"그럼, 일단 안을 볼까. 들어가도 돼?"
""왜 나한테 허락받으려고 하는 거야"
"하지만 여기 아야노네 집이지?"
"-- 아마 그렇겠지만, 기억하는 것도 적어서 내 집이라는 느낌도 아니고. 조사하고 싶다면 좋을 대로 하면 돼"
어깨를 으쓱하고 아야노는 들어가도 된다고 한다.
"그럼, 실례합니다"
부지에 발을 디디고 현관으로 향한다. 내 집과는 달라서, 제대로 문이 달려있다. 하지만 밀어도 당겨도 문이 열리지 않아.
"아아, 그 문은 열쇠가 삭아서 움직이지 않아. 안으로 들어가려면 이쪽"
아야노는 그렇게 말하고, 담을 넘어 뒤편으로 안내한다. 거기엔 작은 뜰과, 마루가 있다. 마루에 있는 창문에는 금이가 있어서, 너덜너덜해진 커튼 너머로 살짝 어두운 실내가 슬쩍 보인다.
"유리 파편이 흩어져있으니까 신발 신은 채로 들어와"
틀만 남은 창문 안으로 들어가는 아야노. 나도 마루에서 실내로 들어간다. 자박하고 발밑에서 유리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린다.
"...... 전부,낡아버렸네 "
나는 방안을 둘러보며 중얼거린다. 여긴 아마 거실이겠지. 방안은 넓고, 비싸 보이는 생활용품들이 모여있다. 하지만 전부다 너덜너덜하다. 나무제품은 썩어 문드러져 있고, 벽에 걸려있던 그림은 색이 바래 더러워져 있다. 마루 바닥은 유리 조각으로 반짝반짝 빛나고, 방구석에 놓인 커다란 화면의 TV는 액정이 깨져있다.
"바람이나 비가 새들어온 것 같고, 할 수 없잖아?"
남 일 처럼 아야노가 말한다.
"아야노가 눈뜬 곳은 이곳?"
"아니, 2층이야"
아야노는 주방에서 나와, 나를 현관 가까이에 있는 계단으로 이끈다. 삐걱삐걱하고 듣기 싫은 소리를 내면서, 계단을 올라가는 아야노. 푹 빠져버리지 않을까 하고 불안해하면서, 나는 신중하게 다리 밑을 확인한 후에 걸음을 옮긴다.
2층 복도엔 창문이 없어서 약간 어둡다. 방은 복도를 끼고 좌우에 2개 있는 모양이다.
아야노는 오른쪽 방으로 다가간다. 거기만 문이 열려있다.
"여기"
그렇게 말하고, 아야노는 방안을 바라본다. 나는 아야노의 앞에 서서, 방안을 였본다.
"와...."
생각지도 않게 소리를 내버린다. 방은 츠쿠모관의 방보다 넓고, 놓여 있는 가구는 책상과 책장, 옷장에 침대, 그리고 벽에 붙어있는 벽장. 침대 위나 벽에는 많은 옷이 떨어져 있다.
웃은 동물을 모티브로한 패션이 많지만, 안에는 잘 모르는 캐릭터도 있다. 방안에 창문은 없어서, 그 덕에 방 전체에 먼지는 쌓였지만 낡지는 않았다. 벽지는 색이 바랬지만. 핑크색. 아야노의 리본과 같다. 그녀는 이 계열의 색을 좋아하는걸 지도 몰라.
"... 여자애 방이라는 느낌이네"
나에겐 전혀 없는 것들뿐이라, 그런 감상이 무의식적으로 입에서 나온다.
"소녀 취향이라 미안하네"
하지만 아야노는 비아냥으로 받아들인 것건지, 언짢은 듯한 얼굴로 시선을 돌려버린다.
"저기... 이방, 여러 가지 조사해도 돼?"
"좋을대로 하라고 말했잖아. 같은 말 반복하게 하지 마"
"그러네. 미안"
나는 고소를 띄우고 사과하고 방으로 들어간다. 마루에 시라타마를 내려놓고, 양손을 자유롭게 하고 조사를 계시했다.
먼저 책장. 참고서도 있지만 거의 소녀만화. 보존상태도 나쁘지 않다.
- 시그가 보면 좋아하려나. 그게 아니면 소녀만화는 취향이 아닐까나.
머릿속에서 그런 걸 생각하면서, 시선을 옮긴다.
아야노의 핵이 되는 것은 뭔가를 가지고 싶은 마음. 그 뭔가를 알려면, 먼저 아야노를 알아야 한다.
하지만 책장에선 특별히 눈에 띄는 물건을 찾지 못하고, 나는 옆에 있는 옷장으로 이동한다. 안에는 속옷이나 얇은 옷이 들어있다.
"우와, 부들부들"
속옷을 하나 손에 들고, 중얼거린다. 살짝 낡긴 했지만, 그래도 고급스러운 옷감이다. 집이나 옷도 좋고, 아야노는 나름대로 아가씨였을지도 몰라.
"자, 잠깐, 남의 팬티 빤히 보지 말라고! 변태!!"
입구에서 가만히 있던 아야노가 가까이와 나한테서 속옷을 빼앗는다. 약간 뺨이 붉다. 기억이 별로 없다고 해도, 자기 걸로 생각되는 속옷을 빤히 보는건 부끄럽겠지.
"아하하... 실례했습니다"
"정말... 좋을대로 하는 것도 정도가 있는 거야"
투덜거리면서 아야노는 팬티를 집어넣는다. 더이상 옷장을 조사할 상황이 아니라서 나는 벽에 붙어있는 벽장 앞으로 이동한다. 문을 열면 곰팡내가 퍼진다. 벽 안에 있었던 탓으로 습기 차기가 쉬웠던 것이겠지. 옷은 곰팡이에 먹혀있다.
그중에, 교복 같은 것도 있다. 잘 보면, 옆 마을 유명한 사립중학교 교복이다. 아무래도 아야노가 다니던 중학교는 나완 다른 학교 같다. 책장에 있던 참고서도 내가 쓰던 것과는 다르다. 서랍 안에는 필기 용품이나 자질 구레한 물건들이 들어가 있다.
일단 조사를 끝내고, 나는 팔을 꼬았다. 어느 정도 정보는 들어왔지만, 아야노가 가지고 싶은 한정하기엔 아직 그렇다. 하지만 일단 현시점에서 적합한 것을 생각해보자.
"저기, 아야노. 가지고 싶은 게 책이나 만화일 가능성은 없어? 이를테면 다음이 궁금하다던가, 도중에 책이 빠져있어서 그걸 찾고 싶다 던가......"
바닥에 앉아 시라타마를 쭈뻤쭈뻤 쓰다듬던 아야노에게 물었다.
"헥? 그,그럼..... 힌트는 안 되겠지만"
당황해서 시라타마에게서 손을 떼고, 답하는 아야노. 그 모습은, 아무래도 예상외 인것 같다.
또, 이방에서 눈에 띄는건.....
"그럼, 인형은? 이걸 모았으니까, 좋아했던 거지?"
나는 침대위와 벽에 늘어서 있는 인형을 가리킨다.
"뭐..... 아마 그렇지 않았을까. 작고 귀여운 걸 난 좋아하고. 하지만, 인형이 가지고 싶다는 정도로 츠쿠모카미가 되진 않을 거야"
시라타마를 바라보면서 아야노가 답한다.
"으-음, 확실히......"
여긴 틀림없이 유복한 가정. 아야노는 무엇 하나 부족함도 없이 생활하고 있었다고 생각해. 가지고 싶은 게 있더라도 거의 간단히 손에 넣었겠지.
"나아-."
시라타마가 나를 격려하는 듯이 울고, 출입문으로 끌고 간다.
"그러네....생각만으론 어쩔 수 없네. 시라타마, 다른 방도 보러 갈까"
"냐"
마치 맞장구 치는 것같이 시라타마는 짧게 울었다.
나는 문을 열고 2층에 있는 다른 방을 엿본다. 아야노는 뒤에서 탐색하는 나를 바라본다.
건넛방은 부모님 방 같다. 옷이나 생활용품으로 그런 판단을 한다. 아야노의 옆방은 텅 비어서 아무것도 없었다.
3층은 베란다가 있는 방만 치워져 있지만, 남은 건 전부 창고 상태. 이런저런 물건이 어수선하게 쌓여있다.
그 후, 1층으로 돌아간다. 1층에는 주방이나 침실. 욕실 같은 게 있었지만 아야노가 가지고 싶은 물건의 단서는 얻지 못했다.
그리고 창문이 부서진 거실로 돌아간다.
"이걸로 일단, 모든방을 돌아본거네....."
흩어진 유리조각이 위험해서 시라타마를 안아 올리고 나는 중얼거린다.
"그 얼굴로는 앞길이 어두워 보이네. 무리라면 무리로, 별로 포기해도 상관없어?"
기대하지 않는다는 듯한 모습으로 아야노가 어깨를 으쓱인다.
"으- 앞길이 막막한 건 사실이지만, 알아낸 게 있어"
포기할 생각 따윈 없다. 나는 덤벼들 듯한 눈초리로 아야노를 바라봤다.
"헤에, 뭐야?"
"아야노가 가지고 싶은 것은, 손에 넣기가 힘든 거라고 생각해"
"비싸단 뜻이야?"
"그럴 가능성도 있고, 싸더라도 뭔가 의미가 있는 특별한 걸지도 몰라. 그런 쪽으로 뭔가 생각나는 거 없어?"
물어보지만, 아야노는 어려운듯한 얼굴이다.
".... 그런소릴해도, 정말 기억나는 게 조금뿐이니까---"
"그럼, 질문을 바꿀게. 아야노의 "욕구"는 어떤 "욕구"인지.... 가르쳐줘"
가장 큰 힌트는 아야노 자신의 마음. 그래서 나는 마음의 '바탕'을 묻는다.
"어떤?"
"이를테면 그... 격렬하다던가.... 갈증 난다던가.... 그런거"
가지고 싶은 것 때문에 살아가는 감정은 다르다. 그래서 마음의 '바탕'으로 어느 정도 좁힐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기대했다.
아야노는 위태로운 표정으로 자신의 가슴에 손을 댄다.
"으-음.... 말로 하기엔 어려운데"
"그걸 어떻게든!"
".... 뭐랄까, 미묘하게 장사꾼 같네"
한숨의 쉬고, 아야노는 눈을 감았다. 내면의 의식을 집중하는 것 같다. 나는 방해되지 않게 시라타마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조용히 기다린다.
"조금... 아픈 느낌일까"
툭 아야노가 중얼거린다.
"아파?"
"아프고, 무서워. 가지고 싶지 않은데, 굉장히 가지고 싶어. 그런 느낌이네"
아야노는 눈을 뜨고, 자신의 마음을 설명했다.
"에에-... 그러면 전혀 모르겠어"
하지만, 나는 쩔쩔맨다. 마음이 가지고 싶은 것의 모습이 모이지 않아. 전혀 상상할 수 없어. 가지고 싶지 않은데 굉장히 가지고 싶은 건 뭐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혼란하다.
"정말! 네가 부탁하니까 가르쳐준 거잖아!"
비위 상한 아야노가 고개를 돌려버린다.
"하지만 좀 더 알아듣기 쉬운 힌트가 필요했어-"
"그런 힌트가 있으면 내가 직접 찾아. 너는 말이야, 내가 못하는걸 하려는 거야 그 자각은 있어?"
"으......"
말이 막힌다. 자신의 마음을 제일 이해하는 건 아야노. 그런데도 가지고 싶은걸 예상하지 못한다면, 내가 알 리가 없다.
조사해서, 추리해서..... 그것을 찾아낼 만한 것이 아니였던 것이다.
"-미안. 난 지름길을 찾고 있었을지도. 역시 착실히 할 수 밖에 없네. 여기부터는, 샅샅이 뒤질게"
"너,너.... 어쩔 생각이야?"
싫은 예감이 든 것인지, 아야노는 쭈뻤쭈뻤 묻는다.
"말 그대로인데? 단서를 순서대로 아야노에게 이런 저런 걸 만져보게 해서, 뭔가 마음이 끌리는걸 찾을거야"
"......진심?"
"응, 완전 진심"
나는 미소를 띠고, 긍정한다.
지금, 떠오르는 방법은 이것밖에 없다. 여유도 없지만,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행동한다.
나는--- 시그와 같은 임무를, 다른 수단으로 처리하기로 정했으니까.
그날은 꼬박 하루 걸려서, 아야노의 집에 있는 물건을 조사하며 다녔다.
인형이나 책, 옷, 가구, 식기 같은 아야노를 억지로 끌고 가 전부 만지게 했다. 하지만 어떤것 도 아야노의 마음엔 반응하지 않고- 이윽고 창문에서 들어오는 햇빛이 붉어진다. 해가 지기 전까지 돌아가지 않으면 역시 걱정하겠지. 나와 함께 나온 걸 알리고 싶지 않은 아야노는, 오늘은 이제 끝내고 싶다고 선언했다.
어느 쪽인가하면 어두워지면 수색할 수가 없으니까 우리는 아야노의 집을 나와 츠쿠모 관으로 향한다.
"역시 아야노의 집에 있는 게 아닌것 같네. 내일은 다른 데서 찾아볼까"
"....이짓을 내일도 할거야?"
내 말을 듣고, 아야노는 지친 얼굴로 어깨를 떨어트린다.
"물론. 왜 다른 방법이 없잖아"
"절대로 찾아낼 거라 생각되지 않지만"
아야노의 목소리에는 이미 포기할 기미가 보인다.
"하지만 가능성은 제로가 아니야. 비슷한 거라도 연상해서, 가지고 싶은걸 생각해낼지도 모르잖아"
"왜, 그렇게 열심히 하는 거야. 널 위해서라고 말해도...... 나도 내 일인데도 그렇게까지 필사적이지 않아"
어딘가 의심스러운 듯한 눈으로 아야노는 나를 봤다.
듣고보니 나도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확실히, 오늘 내가 한 일을 객관적으로 보면 조금 우습게 느껴진다. 조금 너무 힘낸 것 같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만둘 생각은 없다. 포기할 생각은 조금도 없어.
".....어째서야. 혹시, 너를 위해서지만, 너를 위해서가 아닌 걸지도"
뇌리에 그제 밤에 본 시그의 옆모습이 스친다. 그리고--- 끝나길 바라는 아야노의 지친 표정도 생각해낸다.
"의미를 모르겠어"
아야노가 침울하게 중얼거린다.
"아하하, 나도 몰라"
천연덕스레 웃으면, 아야노도 조금 미소를 보여줬다.
"-너, 바보지"
황혼의 마을에 부드러운 바람이 분다.
붉게 비치는 시라타마의 털은 아야노의 리본과 같은색이 되었다.
츠쿠모관이 보일쯤에는 거의 태양이 산골짜기로 모습을 감추고 있었다. 아야노의 강한 요청으로 우리는 일부러 시간을 두고 따로 들어가기로 한다.
내일도 오늘처럼 빨리 출발하기로 약속하면서 나는 혼자서 츠쿠모관으로 이어지는 비탈길을 오른다, 휙 돌아보면 페허 뒤에 숨어서 이쪽을 엿보는 아야노와 눈이 맞는다.
나는 고소하고, 다시 앞으로 향한다. 부지 입구에는 카타나의 모습이 있다. 어제도 카타나는 그곳에 있었다. 경호원인 그녀는 거기서 밖을 바라보는 일이 많을지도 몰라.
"어디 갔었어. 방안에도 없어서 걱정했다고"
목소리가 들릴만한 거리가 되면 카타나가 말을 걸어온다.
"미안,조금 산책했어"
"....그런가. 뭐, 뭘 하든 자유지만, 안개가 나오는 날만큼은 외출을 자제해줘"
"응, 알아"
고개를 끄덕이고, 내 방으로 향한다. 카타나가 뒤따라온다. 오늘 무슨 일을 할지 말했다면 카타나는 밖에 있을 필요도 없고 나를 기다리지도 않았겟지.
".....미안해"
조금 미안해져 다시 한번 사과한다.
"내일도 맑으면 산책 할거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으니까"
미리 말해둔다.
"알았다. 미안하네-- 반대로 신경 쓰게 만들어버린 모양이다"
카타나는 옅게 웃고, 뺨을 긁었다.
그리곤 말도 없이 3층까지 올라간다. 하지만 문에 손을 댔을 때 확하고 생각난다.
"저기, 카타나 아야노는 어떤 애?"
옆방에 들어가려 하던 카타나가 멈추고 머리를 갸우뚱한다.
"왜 그래, 갑자기?"
"아니, 조금 신경쓰여서... 어제 바로 나가버렸고"
목소리를 높여버리지만 카타나는 그 설명으로 이해한 모양이다.
"아아- 그러고 보니 아야노는 자기 이름만 가르쳐줬네. 그녀는 리본의 츠쿠모카미로 본 그대로 조금 까칠해. 하지만 나쁜 녀석은 아니니까 친하게 지내줘"
나쁜 녀석은 아냐-. 카타나가 그런 확신을 가지고 있단 것에 놀란다. 완전히 아파트 안에서 미움 받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왜 나쁜 녀석이 아니라고 말하는 거야?"
"아야노는 우리가 말을 걸면 강하게 버티고 가끔은 거친 말도 내뱉어. 하지만 자신이 악언을 하거나 일부로 남이 싫어하는 짓을 하진 않아. 오랫동안 어울리다 보면, 그냥 성격이 뒤틀린 애라는 것 정도는 알아"
"그,그래...... 가르쳐줘서 고마워"
예의를 말하고 방으로 들어간다.
카타나가--- 츠쿠모관의 주민이 품고 있는 아야노에 대한 인식. 그건 내가 하는 생각과 거의 같다.
하지만 위화감이 있다. 뭐가 이상한진 몰라. 하지만 나는 아야노가 미움받지 않는다는 걸 알았을 때 놀랐던 거다.
....뭐지 이거.
그 날밤, 잠들 때까지-- 가슴속의 안개가 거치지 않았다.
나와 야야노는 다음날도, 아침 일찍 츠쿠모관을 나왔다.
어제보단 구름이 많지만, 오늘도 맑다. 안개가 발생할 상황은 아냐.
아침노을 속에서 향한 것은 역앞의 상점가. 마을 안에서 제일 다양한 물건이 모인 곳이다. 아야노의 물건을 찾기 좋다.
시그와 걸었던 길에 도착해, 나와 아야노는 역 앞의 교차점까지 왔다. 빌딩 사이에 밖혀 있는 전차는 변함없이 무겁게 이질적인 존재감을 풀고 있다.
-- 여기는, 시그가 있는 빌딩이랑 가까운데.
빌딩이 있는 장소를 바라보면서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은 돌아갈 수 없어. 아야노에게 시그가 있는 곳을 가르쳐줄 마음도 없고, 나는 아직 시그와 같은 곳에 서지도 않았다.
"오늘도 샅샅이 뒤지기 작전?"
시작하기도 전에 아야노가 핼쑥한 표정으로 묻는다.
"물론. 그럼, 저기 있는 편의점부터 시작할까"
상점가 입구에 있는 임대빌딩 1층- 전면의 유리가 부서져 드나들 수 있는 편의점을 내가 지목한다.
"....네네. 알았어"
어깨를 조금 떨어트리고 편의점을 향해 걸어가는 아야노. 시라타마가 그녀를 응원하는 듯이 냐아-!"하고 기운차게 울었다.
편의점 안은 지독했다. 거치대가 쓰러지고 천장에서 떨어진 벽돌이 굴러다닌다. 생각보다 남아있는 물품은 작다. 식료품은 전혀 없고, 풍화된 흔적조차 없다. 호치키스나 건전지 같은 썩은 잡화가 바닥에 흩어져있다.
아야노는 엄청나게 싫은 듯이 그걸 만지고 있다. 하지만 마음이 끌리는 건 찾아지지 않아.
"아아 정말, 손이 새까매"
편의점 조사를 끝낸 후, 아야노는 더러워진 손바닥을 치켜든다.
"그러네. 손수건 같은걸 가지고 있으면 빌려주겠지만....."
"됐어 이걸로 닦을 거니까"
아야논느 그렇게 말하고 내 스커트로 손을 닦는다.
"악, 하지 마!"
놀라서 날뛰지만 이미 스커트는 더러워졌다.
"츠쿠모카미의 옷은 한숨 자면 리셋되고, 손수건 대신 써도 상관없어?"
"그러면 네 옷으로 닦으면 된다고 생각해"
"그건 그거, 이건 이거. 내 손이 더러워졌으니까 너도 더러워지라고"
깨끗해진 손을 펴 보이며 아야노는 웃었다.
"정말 길동무 삼지 마"
나도 어째선지 웃고 있다.
"하지만 넌 모기만 하는걸. 길동무 삼지 않으면 내 수고에 어울리지 않아"
"할 수 없네.... 같이 더러워져 줄 테니까 빨리 다음으로 가자"
아야노를 재촉해, 옆 가게로 간다.
상점은 셔터가 닫혀있어서 안으로 들어가는 방법을 모르겠는 가게도 많다.
그런 데는 뒤로 미루고 우리는 수색을 진행한다.
기본적으로 남아있는 상품은 적다. 완전히 텅 빈 가게도 몇 개 있고, 샅샅이 뒤지기 작전은 좀처럼 진척되지 않아.
폐옥을 돌아본 탓으로 우리는 먼지투성이. 아야노의 손수건 대신이 돼버린 내 옷은 상당히 더러워져 버렸다.
태양이 질 때까지 조사한 건 20채 정도. 만진 건 아마 100종류 이상. 그래도 아야노의 마음이 반응하는 물건은 찾을 수 없다.
혹시 엉뚱한 짓을 하고 있는 건가. 그런 생각이 떠오른다. 그리고 남쪽에 있던 태양이 기울기 시작할 때, 약국 체인점에서 밖으로 나온 나는 바람 냄새가 변한 걸 깨닫는다.
"하늘, 흐려졌네...... "
철골만 남은 상점가의 천장을 올려다보고 아야노가 중얼거린다.
주위는 약간 어둡고, 공기는 습기가 차 있다. 먼지로 회색이 돼버린 시라타마는 계속해서 앞발로 세수한다.
비가 내릴 것 같다. 비는 안개와 카타나시를 부른다. 위험을 피하려면 이제 수색을 그만두는 편이 좋다.
하지만......
나는 상점가를 둘러본다. 아직 조사하지 못한 가게가 잔뜩 있다. 아야노가 가지고 싶은 것에 대한 단서마저 보이지 않는다. 아야노와 약속한 3일- 내일이 기한. 이제 남은 시간에 여유는 없다.
"아야노 츠쿠모관으로 돌아가자"
하지만.... 망설이면서도, 결국 그렇게 말한다. 나뿐이라면 몰라도 아야노를 위험에 노출할 수는 없다.
"그러네. 서두르는 편이 좋을지도"
"응.... 비가 내리기 전에"
마음속 초조함을 숨기고,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젖은 풀 향기를 풍기는 바람은 점점 강해진다. 빠른 걸음으로 츠쿠모관으로 향하면서 하늘을 올려봤다. 하늘을 덮은 구름이 눈에 보일 정도로 빠르게 흘러간다.
비구름이 --- 가까이 왔다.
하늘이 울기 시작한 것은, 우리가 츠쿠모관에 도착하고 바로 나서였다. 비가 내리는걸 미리 알았는지 밖에 주인의 모습은 없다. 아야노와 3층 복도에서 헤어진다. 내일--- 맑아서 안개가 나오지 않는다면, 계속 찾기로 약속했다.
그 후, 카나타의 방을 노크해서 돌아왔다고 알린다. 비가 내려서 걱정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예상대로 카타나는 나를 마중 나가려고 생각하던 중이었다.역시 카타는 조금 과보호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일시적으로 머무르는 방으로 들어오면 나는 창가에 앉아 하늘을 올려다봤다.
내리기 시작한 비는 점점 강해진다. 으르릉하고 멀리서 천둥소리가 난다. 놀란 시라타마가 내 무릎에 뛰어오른다.
나는 시라타마를 쓰다듬으면서, 하늘에 빌었다. 부디 비가 빨리 그치게 해달라고.
-솨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하지만 다음날, 나는 빗소리에 눈을 뜬다. 창가에 펼쳐둔 이불에서 몸을 반쯤 일으켜, 창밖을 본다. 해는 아직 뜨지 않았다. 경치는 어둠에 안겨있다.
새까만 세상을 채우는 것은 빗방울의 단말마. 저편에서 때때로 번쩍이는 것은 번개. 비명처럼 들리는 천둥소리.
바깥은 이 정도로 나를 거부하고 있다. 방안에 갇혀있으면 위압적인 번개에 몸이 떨린다. 무척이나 밖에 나가도 될만한 날씨가 아냐. 혹시 비가 멎는다 해도 안개의 위험성이 있어서 오늘 탐색은 중지겠지.
할 수 없어. 운이 없었다. 어차피 아야노가 가지고 싶은 것을 찾을 가능성은 낮았다. 이번엔 시그에게 맡기고, 다음번에 힘내면 돼. 이건 계속 되풀이되던 일 누구도 무엇도 불평하지 않아.
자신을 위로하는 말이 가슴속에서 흘러넘친다. 하지만, 시그의 괴로워 보이는 옆모습과 아야노가 가끔 보여주는 미소가 머리에서 떠나질 않아. 시그가 야야노의 매개체를 쏘아 부수는 순산을 상상하면 마음이 삐걱거린다.
아아- 이제, 되돌아갈 수 없어.
이제야 알았다. 다음 기회는 없다. 나는 아야노에게 너무 깊이 연관됐다. 어느 순간 그녀는 잊고 싶지 않은 사람이 됐다.
아야노가 살해당하면 그런 짓을 한 시그를 분명 같은눈으로 볼 수 없게 되버려. 츠쿠모관의 주민과 같은 편에 서버리겠지. 시그가 있는 곳에는 2번 다시 가까지 가지 않겠지. 아야노를 전부 잊어버린다는 수단은 선택할 수 없고, 그런 것 의미 없다.
강한 마음은 쓰레기상자에서 흘러넘쳐 나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으니까.
"냐-고"
베갯머리에서 몸을 둥굴게 말고 있는 시라타마가 나를 올려다보고 울었다. 현관 건너로 타박타박 걸어가곤 나는 뒤돌아본다.
"어울려 줄 거야?"
"나아-"
수긍하는 듯이 높은 소리로 우는 시라타마.
매개체에 공생하는 시라타마는 누구보다 내 마음에 민감한 걸지도 몰라
"--- 고마워"
나는 예의를 말하고, 일어선다. 마음은 정했다.
아야노를 끝내는 건 나. 그녀가 사라지면 태어날 슬픔도 안타까움도 분노도 죄도 전부 내가 떠맡는다. 다른 누구에게도-- 시그라도 넘기지 않아. 넘기고 싶지 않아.
시라타마를 안아 올리려고 몸을 숙인다. 그러면 시라타마는 자기가 직접 내 몸에 올라, 어깨 위에 앉는다.
"냐아-오"
출발이라고 말하는 것 같이 시라타마가 운다.
나는 감사의 말 대신에 시라타마를 한번 쓰다듬고, 하늘색 우산을 손에 들고 현관으로 향했다. 밖으로 나갈 거라면 모두가 자는 새벽밖에 없다. 혹시 들키면 절대로 말린다. 카타나시에게 습경 당할 위험을 무릅쓰는 것을 카타나는 절대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나도 이게 얼마나 모두에게 폐를 끼치는 행동인지 이해는 하고 있다. 하지만, 역시 나는 나쁜 사람이겠지. 다른 사람보다도 내 마음이 중요하다. 내가 깊이 얽힌 마음을 품고 있는 사람이 더 중요하다.
문을 열면 빗방울이 섞인 강한 바람이 흘러들어온다. 복도엔 불이 들어와 있다. 나는 밖에 나와서 가능한 한 조용히 문을 닫는다.
옆--- 카타나의 방을 바라보며, 입안에서 작게 중얼거리며 "미안"라고 사과했다.
젖은 복도를 걸어간다. 아야노의 방을 지나 계단을 내려간다. 이건 내 고집. 그러니까 아야노까지 끌어들일 이유가 없었다--.
아파트 입구까지 오면, 나는 하늘색 우산을 펼친다. 강한 바람에 우산이 뒤집어지지만, 안이 부서지진 않았다. 매개체는 매개체로만 부서진다는 말을 기억해낸다.
나는 우산을 바로 세우고, 몸을 앞으로 기울기고 빠른 걸음으로 나아간다. 츠쿠모관은 꽤 밝았지만, 부지 밖으로 나오면 어둠이 밀도를 더해 시야가 어둡게 칠해진다.
거의 보이지 않아. 눈에 익어도 알겠는 건 건물의 윤곽과 하늘과 땅의 경계뿐. 기억에 의지해, 어둠 속을 걸어간다.
목적지는 아야노의 집. 아야노가 같이 없는 이상, 샅샅이 뒤지기 작전은 쓸 수 없다. 한번 더 다시 정보를 모아, 아야노의 마음을 추측한다. 혼자서 할 수 있는건 그 정도다.
뺨을 때리는 비 때문에, 앗 하는 사이에 젖어버린다. 발밑이 보이지 않아, 몇 번인가 굴러버린다. 어두워서 알 수 없지만, 아마 옷이 진흙투성이가 됐겠지.
까칠까칠한 혀로 뺨을 핥는 시라타마에게 격려받으면서, 가혹한 진행을 계속한다. 하지만 당분간 그렇게 하면 구름 건너가 약간 밝아진다. 아마도 태양이 뜬 거겠지.
어둠이 옅어지고 마을의 모습이 보인다. 나는 걷는 속도를 올려 서둘렀다. 눈을 부릅뜨고 안개를 경계한다. 오한을 동반하는 안개의 차가움을 알아차릴 수 있게, 감각을 예민하게 한다.
계속 집중하고 있던 탓에 아야노의 집에 도착할 즘에는 정신이 심하게 지쳐있었다.시간도 저번보다 2배 이상 걸린 것 같다.
하지만 쉴 수 없다. 나는 뜰로 향해, 부서진 창문을 통해 실내로 들어간다. 쫄딱 젖은 교복에서 물방울이 뚝뚝하고 마루로 떨어진다.
우산을 접고 빗방울을 털며 스커트를 짠다. 젖은 옷은 차갑지만 감지는 걸리지 않겠지. 나는 츠쿠모카미니까.
구두 안에 들어간 진흙을 너덜너덜한 융단에다 닦고 2층으로 향한다. 아야노의 방은 아무것도 변하지않았다.
저번에도 여긴 세세히 봤지만, 그래도 아야노가 있던 탓에 재대로 보지 못한 부분도 있다. 이번엔 구석구석까지 조사할 생각으로 먼저 책장으로 향했다. 1권 1권 책을 꺼내서 안을 확인한다. 이런다고 해서 단서를 찾을 수 있을지는 몰라. 하지만 뭔가 있을 거라 믿고, 조사에 몰두한다.
책장 조사가 끝났을 때 즈음엔 빗소리가 조금 잦아들었다. 생각한 것보다 시간을 더 써버린 것 같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하고도 수확은 없다. 아야노가 취향의 책을 알게 된 것뿐.
다른 세계로 불려서 모험하고, 사랑한다. 그런 이야기가 많다.
옷장도 안에 잇는걸 끄집어내 깊숙이 까지 찾고 곰팡내 나는 벽장도 옷을 하나하나 확인한다.
하지만 별로 진전도 없는 채로, 시간만 흘러간다. 밖은 이미 밝아지고 있고, 천둥소리는 이미 들리지 않는다, 비는 잔잔하게 계속 오고 있지만, 이제 곧 있으면 그것도 그치겠지.
초조한 마음을 누르고 아야노의 책상 조사를 시작하지만- 저번과 같은 짓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책장에 꽂혀있는 어떤 참고서를 손에 들고, 페이지를 넘겼을 때, 뭔가 걸리는 것을 느꼈다.
"어라....?"
중얼거림을 듣고 어깨에 타고있던 시라타마가 깜짝 놀라 머리를 든다. 나는 참고서를 다시 바라보고, 위화감의 정체를 알아차린다. 책 자체가 낡아있어서 저번에는 몰랐다. 이 참고서는 한 번도 쓴 흔적이 없다. 책을 펼칠 때 지는 주름 자국도 없고 밑줄 긋고 중요한 부분을 체크해둔 흔적도 없다.
교과서도 조사해봤지만, 전부 같은 상태였다. 게다가 잘 생각해보면, 부족한 게 있다. 수업을 들을 때 쓰는 노트가 전혀 보이지 않는 거다. 책장을 뒤져 찾은 건 새하얀 노트 1권뿐
"혹시 아야노는..."
이런 점들에서 도출되는 추측을 나는 중얼거린다.
"학교에 가지 않았던 걸까나"
이유는 모른다. 아야노 자신이 기억하지 못한다면 아마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아야노가 인간을 싫어하는 것은 여기에 원인이 있을지도 몰라.
혹시 정말로 아야노가 등교거부를 했던 거라면 분명 무척 괴로운 일이 있었던 거겠지. 모든 사람에게 혐오를 품을 정도의 뭔가를 경험했다고 생각한다.
나는 교과서를 제자리에 돌려놓고, 크게 한숨을 쉬었다.
처음으로 아야노의 내면에- 마음 한구석에 다가간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아직. 아직.... 몰라.
빛바랜 핑크색 벽지로 덮인 방을 바라본다. 아야노는 이방에서 무슨 생각을 했던 걸까. 뭘 가지고 싶다고 생각했던 걸까.
이제 답을 낼만한 조각은 전부 모였다고 생각한다.
아야노의 기분이 돼서 생각해보려고 한다. 하지만 시선을 돌렸을 때, 창밖에 새하얀 안개가 낀 걸 알아차린다.
"---안개?"
나는 서둘러 창문 옆으로 달려가 바깥경치를 내려다 본다. 비는 이미 내리지 않는다. 구름 사이에서 밝게 비추는 마을을, 새하얀 안개가 덮이기 기작했다. 이 근처는 비탈길이 많다. 안개는 낮은 곳으로 흘러. 모인다, 밀도를 더해간다.
아야노의 집은 비교적 높은 장소에 있다. 게다가 내가 있는 곳은 3층 여기에 가만히 있는 한은, 위험할 일은 없겠지. 하지만-.
"한동안, 움직일 수 없겠네...."
나는 중얼거린다. 가령 아야노가 가지고 싶은 것을 찾았다고 하더라도, 오늘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면 쓸모없어진다.
"뭐 하지만, 지금은 먼저 아야노의 마음을 알아야 하네"
안개는 내가 걱정한다고 어떻게 되는 게 아냐. 기분을 바꿔서, 나는 생각을 재개하려 했다.
"------!!"
하지만, 뭔가.... 히미한 소리가 귀에 들린다.
"냐아-오 냐아-오!"
시라타마가 쫑긋 귀를 세우고, 창밖을 향해 울었다.
"----아앗!!"
또, 들렸다. 이번엔 아까보다 확실히 들렸다. 멀지만, 아마도 사람의 목소리. 여성의 비명. 사람의 생활 음이 사라진 조용한 마을에서, 누군가가 비명 지르고 있다.
싫은 예감이 솟아올랐다. 이 마을에 사람은 없다. 소수의 츠쿠모카미만이 살고 있을 뿐. 나는 방을 뛰쳐나와, 계단을 달려 내려갔다. 츠쿠모관의 주민이 안개가 나올 때 마을을 돌아다니는 건 무기의 츠쿠모카미인 카타나 정도지만 그녀는 내가 있는 곳을 모른다. 찾으러 온다 해도 너무 이르고, 카타나는 저런 비명을 지르진 않을 거다.
그렇다면, 남은 가능성은 하나.
"아야노....!
상상한다.
아침, 아야노는 비 내리는 하늘을 봤겠지. 오늘 탐색은 중지라는걸 이해했겠지. 그 후, 변덕스레 내 방으로 왔을지도 모른다. 텅 빈 내방을 보고 아야노는 내가 뭘 하고 있는지 알아차렸을지도 몰라.
하지만--- 그렇게 된다 해도 괜찮을 거라 생각했다.
아야노는 내가 터무니없는 짓을 하더라도 바보 같은 짓이라며 어이없어 할거라 생각했다.
왜, 아야노는 인간이 싫다고 말했으니까. 내가 싫다고 말했으니까.
위험을 무릅쓰고--- 나를 뒤쫓아올 거라고 상상하지 못했다.
"왜....왜.... 왜---!"
나는 같은 말을 되풀이하면서, 거실에 부서진 창문을 통해 밖으로 나왔다. 옅은 안개가 피부에 닿아 소름이 돋는다.
이 이상 앞으로 가고 싶지 않다고, 몸이 거부한다. 하지만 꼼짝 못하는 다리를 무리하게 움직여서, 나는 안갯속으로--- 비명이 들리는 비탈길 아래로 향한다.
오한이 등골을 타고 올라와, 딱딱하는 잇소리에 몸이 떨린다.
저지대에 꽤 광범위에 짙은 안개가 엉켜있다. 그 경계는 새하얀 벽 같다. 나는 숨을 들이마시고, 안갯속으로 다리를 들이밀었다. 아플 정도로 차가운 냉기에 싸인다. 눈을 뜰 수 없다. 나는 눈을 감고, 그저 똑바로 달려간다.
몸에서 열을 전부 빼앗아버릴 정도의 냉기에 견디며 앞으로 나간다. 당분간 그렇게 하면, 약간 차가움이 가셨다. 살짝 눈을 뜬다, 주변은 하얗게 흐려져 있지만, 10미터 앞이 보일 정로도 안개는 옅어져 있다.
여긴 안개의 벽에 덮인, 반경 20미터 정도의 공간. 그 중심에서 엉덩방아를 찍고 하늘을 올려다보는 아야노를 발견한다.
"--- 아야노!"
나는 바로 달려가려 한다. 하지만 아야노가 보고 있는 것을 알아차리고 몸이 긴장한다. 시선 끝에 떠 있는 것은, 거대한 하얀 팔. 다섯 손가락과 손바닥에 인간의 입이 있는 괴물.
---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울리는, 잇소리.
기시감이 나를 덮친다.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내가 처음으로 카타나시에게 습격당했을 때와 흡사하다. 하지만 역할이 다르다. 위기에 처한 것이 아야노고, 그녀를 구하기 위해 온것은 시그가 아닌.... 나.
카타나시는 저번에 나를 먹으려 한 것과 같지만, 크기는 2배에 달한다. 평범한 카타나시는 자연 소멸하는 것 같아서, 그때와 같은 카타나시는 아니겠지. 하지만--- 같은 마음에서 태어난 카타나시 일지도 몰라.
여기는 시그와 만난 장소에서, 별로 떨어지지 않았다. 안개가 흘러와, 더 많은 마음과 섞여 전보다 거대화한 카타나시가 됐을 가능성이 있다.
"싫어! 오지 마!!"
아야노는 주저앉은 채로 뒷걸음질친다. 하지만 카타나시는 유유히 거리를 지우며 아야노을 위에서 덮치려고 한다.
생각하기도 전에 나는 몸이 움직였다. 우산 손잡이를 꼭 쥐고, 강하게 아스팔트를 박찬다.
"아야노----!"
소리치면서 카타나시에게 우산을 휘둘렀다. 흐물흐물한 찰흙 같은 감촉이 전해진다. 안개 주제에-- 무겁다.
힘을 실어 전력으로 때렸는데도 카타나시의 진행방향을 살짝 비트는 것마저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아야노를 붙잡으려 했던 다섯 손가락은, 허공을 가른다. 그 기세에 카타나시는 지면으로 돌진해, 깊이 박힌다. 퍽하고 아스팔트 파편이 날린다.
"아야노 이 사이에 얼른!"
나는 아야노의 팔을 붙잡고 강하게 당긴다. 카타나시한테서 서둘러 멀어지려 한다. 하지만 안개의 벽에서 또 하나의 하얀 팔의 카타나시가 나타나 갈 길을 막는다.
-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앞뒤. 겹쳐지는 소리. 굶주린 잇소리.
잘 보면 카타나시의 동체는 벽에 붙어 늘어나고 있다 이어져 있다. 뱀 머리와 꼬리가 저마다 하얀 팔이 돼버린 듯한 상황. 둘이 아닌 것 같다.
우리는 완전히 둘러싸였다. 도망칠 곳은 없다. 어깨 위의 시라타마가 전신의 털을 세우고 그르르하고 울고 있다.
"어떻게 된 거야....아냐노"
오른손으로 우산을 검처럼 쥐고, 왼손으로 아야노의 손을 잡으며 묻는다.
"그ㅡ그건-"
"위험하단 건 알고 있을 텐데...."
생각치도 못하게 한스러운듯한 말투가 되버린다.
"너, 너야말로, 자기가 직접 안갯속으로 들어오다니 바보 아냐? 왜 이런 자살행위를 하는 거야!"
"하지만 목소리가 들렸으니까! 아야노라고 생각했으니까"
한발 한발 거리를 좁혀오는 카타나시를 바라보며 대답한다. 그러면 아야노의 손에 힘이 들어간다.
"--- 죽고 싶어 하는 츠쿠모카미를 살려서 어쩔거야. 이래선, 내가 온 의미가 없잖아.... 널 길동무 삼다니, 최악이잖아!"
말을 흐리는 아야노. 그 말에 자신에 대한 분노가 보였다.
"내가 싫은 거 아니었어?"
"싫어하는 게 당연해! 멋대로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참견하고, 그걸 자길 위해서라고 말한주제에.... 이렇게 위험에 뛰어들어. 이유를 모르겠어서, 짜증나!"
"야아노는 말하는 거랑 하는 게 뒤죽박죽이야. 싫으면 그냥 내버려두면---"
카타나시는 빙글빙글 하고 주변을 돌아, 동체를 길게 늘인다. 우리는 그 안에 갇혀버렸다.
"나도, 이렇게 하고싶지 않았어! 하지만 가만히 있을수없었으니까 할수없잖아!"
적하반장으로 아야노가 부르짖는다.
"아야노....."
이제 까지 계속 느끼고 있었던 아야노의 위화감. 그 정체가 지금 확실히 보인 것 같다. 아야노는 확실히 인간이 싫겠지. 하지만 타인에게 품고 있는 감정은.... 분명 그것뿐만이 아니다.
싫기만 하다면, 애초에 츠쿠모관에서 살지도 않았다. 혼자서 자기 집에 있으면 된다.
타인은 싫어하기만 할뿐이라면, 아야노 자신도 싫어할 거다. 그런데도 아야노는 비뚤어진 사람으로 츠쿠모관의 주민으로 받아들여져 있다.
나를 싫어하기만 할 뿐이라면, 이렇게 나를 찾아오지 않았다. 츠쿠모관은 마음에서 태어난 존재. 그래서 마음에 묶인다. 마음을 축으로 삼아 행동한다.
그렇다면 아야노의 마음은--.
내 안에 하나의 답이 떠오른다.
하지만 전부다, 너무 멀다. 최악의 결말이 정해져 있다.
-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하얀, 굶주린 2개의 손바닥이 잇소리를 내면서 거리를 지워간다. 손가락과 손바닥, 합쳐서 20개의 입이 침을 흘리며 붉은 혀를 내밀고있다.
카타나시는 츠쿠모카미를 먹어 매개체를 빼앗는다. 그건 즉 먹히는 건 마음이라는 것. 이렇게 인간의 모습을 모방한다는 것.
상상하는 것마저 거부감이 든다. 하지만 그 미래는 이미 바로 앞까지 가까이와 있다.
"카사--- 미안. 나 때문에......"
아야노가 내 이름을 처음으로 부른다. 포기한 목소리로, 나에게 사과한다.
"누구 탓도 아니야. 아야노는 나를 걱정해준 거고, 나는 아야노를 구하고 싶었을 뿐. 사과할 필요 따윈 없고, 아직 끝난것도 아냐!"
나는 접은 우산을 붙잡고, 카타나시를 견제한다.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 이런 우산으로 카타나시를 쓰러트릴 순 없지만, 얌전히 먹힐 생각은 없었다. 아마 혼자였다면 빨리 절망하고 꿇어앉아 있었겠지. 하지만 여기에 있는 건 나뿐만이 아니야.
어깨 위에서 떨면서 위협하고 있는 시라타마를 왼손을 뻗어 살짝 쓰다듬는다. 내 마음은 이 애의 우산이 되는 것. 으으응.... 사실 좀더 단순 해. 이런 하찮고 의지 되지 않는 우산이라도 지킬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지키고 싶어. 구할 수 있다면 구하고 싶어. 그렇게 생각했으니까, 나는 시라타마의 우산이 됐다.
이 몸을 만들어 움직이고 있는 건 그런 마음. 그래서 분명 마음속 어딘가에서 생각하고 있다고 생각해.
아야노를 구하고 싶다고.
시그를 지키고 싶다고.
앞뒤에서 동시에 굶주린 새하얀 팔이 덮쳐온다.
"---!!"
나는 아야노의 손을 당기며 달려간다. 하지만 길게 뻗는 카타나시의 동체 때문에 도망칠 곳이 막힌다
멈춰서, 뒤돌아본다. 우리를 노리는 팔은 그대로 정면출돌했다.
마치 박수치는 것 처럼 2개의 팔이 이어져, 섞인다.
경계를 잃어버린 하얀 팔은 팽창해서 나와 아야노의 머리 위를 덮었다. 더욱더 동체와 이어져 하얀 반구체의 돔을 형성한다.
꿈틀거리는 하얀 벽 천장에는 커다란 입이 열려 돔이 하나의 거대한 손바닥으로 변해간다. 완전히.... 갇혀버렸다.
- 갈작 갈작 갈작 갈작 갈작 갈작 갈작 갈작 갈작 갈작!
아스팔트를 뚫고 다섯 방면에서 거대한 나무줄기 같은 손가락이 다가온다.
-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
심하게 잇소리를 내면서, 굶주린 손바닥이 내려온다. 나는 순간 우산을 펼치고 천장의 입에 쑤셔 넣는다.
칵!!
귀에 거슬리던 잇소리가 멈추고, 카타나시의 체중이 우산에 깔린다. 우산은 삐걱거리지만 씹히지는 않았다.
매개체는 매개체가 아니면 부서지지 않아. 즉 카타나시는 츠쿠모카미의 마음을 먹을 수는 있어도 매개체는 문자대로 이를 세울 수 없는 거겠지. 하지만 머리 위의 입을 막아도, 5개의 손가락이 다가온다. 이 이상, 막을 방법이 없다.
"-----큭.....!"
나는 분해서 입을 씹는다.
역시, 분수에 맞지 않았던 것 같다. 내 작은 우산으로 아야노를 구하는건.... 더구나 시그를 지키겠다니, 교만했던 것 같다.
등을 민 결과, 시라타마 나 자신까지 지기지 못하게 됐다.
...... 미안.
말하지 않고, 가슴속으로 중얼거린다.
아야노에게 사과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니까 이건 아야노에게 하는 게 아니야 시라타마와-- 시그에게 향한 사죄.
눈을 감고, 최후를 기다린다.
형편 좋은 기적은 기대하지 않았다. 저번처럼 구해주러 올 리가 없다. 아야노도 아마 살짝 츠쿠모관을 빠져나왔을 거다. 비 오는 날에 외출은 키타나가 허락할 리가 없어.
그래서, 우리가 여기에 있는 걸 아는 사람은 없다.
"하나의 탄환 공격"
들릴리 없는 목소리가 하얀 절망을 꿰뚫었다.
마른 파열음과 겹쳐져 바로 머리 위에서 무거운 것들이 결투하는 것 같은 굉음이 울린다. 우산을 통해 강한 충격이 전해진다.
나를 부수려 하던 압박이 사라진다. 몸을 비트는 카타나시가, 우산 건너로 보였다.
카타나시는 10미터 정도 떨어진 곳으로 날아가 떨어져, 흙먼지가 올라온다.
"에......?"
얼빠진 소리를 낸 뒤, 나는 정친을 차렸다. 당황해서 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시선을 향한다. 건너편에서 발소리가 들린다. 하얀 안개의 벽 안에 검은 실루엣이 떠오른다. 카타나시 안개를 넘고 전신이 새가만 남자가 모습을 드러낸다. 그 손에는 옅은 회색으로 빛나는 권총.
"......시그?"
나는 그의 이름을 부른다.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 채, 시그는 나와 카타나시의 사이에 선다. 이쪽으로 등을 돌리고, 일어서려는 카타나시에 총을 겨눈다.
바람이 불고--- 검은 코트가 나부낀다.
멍하게 시그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면, 뒤에서 어깨를 친다. 뒤돌아보면, 그곳엔 안도의 표정을 띄운 카타나가 서 있었다.
"어떻게는 맞춘 모양이네. 무사해서... 다행이야. 여기선 시그에게 방해 돼 조금 떨어지자"
재촉받아, 나는 시그에게서 떨어진다. 아야노도 반쯤 방심하고, 카타나의 말에 따른다
"어떻게....."
내가 의문을 짜낸다. 그러면 카타나는 우리를 노려봤다.
"너희가 아무 말도 없이 사라지니까, 찾는 게 당연하잖아. 틀림없이 시그가 있는 곳으로 갔을 거라 생각하고 가봤더니 허탕이고.... 그때부터 둘이서 마을을 이 잡듯이 뒤졌다고?"
"하지만--- 왜, 여기에 있는 걸 알았어?"
구해주러 올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키스도 카타나도, 우리가 이런 곳에 있단걸 알리가 없다.
"너희가 있는 곳을 알고 있었던 게 아니야 시그의 지시로 먼저 안개가 발생하는 장소로 향했을 뿐이다. 안갯속에 없다는 것만 확인하면 일단 안심할수 있으니까"
요컨대 최악의 가능성부터 지우려고 했던 거겠지. 그래서 최악의 상황이었던 우리를 구했다.
탁 탁하고 자갈이 떨어지고, 카타나가 흙먼지 속에서 빠져나온다.
다섯 개의 손가락과 손바닥에서 입을 벌리고 있는 입은 이빨을 세우고, 시그를 위협하고 있다. 그 거대한 카타나시에겐 손목도 없고 이젠 팔이라고 부를 수도 없다.
"시그는 혼자서 싸우는 거야?"
불안해져서 묻는다. 그러면 카타나는 고소했다.
"내가 돕는다 해도 오히려 시그의 발목을 잡아. 걱정할 필요는 없어. 총은 무기의 매개체중에서도 특별하고 시그는 총의 츠쿠모카미 중에서도- 특별해"
카타나의 표정에서 나타난 것은 시그에 대한 절대적 신뢰.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
잇소리를 내면서, 카타나시는 손가락을 꿈틀거린다. 직후-- 5개의 손가락이 뱀처럼 늘어나, 시그를 습격한다. 손끝에 있는 입을 벌려 시그를 씹어먹으려고 하는 붉은 입을 엿본다.
맞서 싸우면서 강철같은 낮은말.
"2개의 탄환 파도(破刀)"
방아쇠를 당긴다. 총성은, 거의 동시에 울려 굉음에 사라진다.
폭탄이 작열하는 것 같은 폭발이 일어나 시그에게 다가오던 카타나시의 손가락이 전부 사라진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손바닥에 붙어있던 입에서 고통스러운 목소리를 흘리는 카타나시.
"저것이, 총의 츠쿠모카미가 특별한 이유다"
그 모습을 보면서 카타나가 말한다.
"무슨 뜻이야?"
"총은 탄환을- 매개체 일부를 쏘아내는 기능을 가지고 있어. 본체에서 떨어지면 탄환은 바로 매개체의 기능을 잃지만, 그때까지의 얼마 안 되는 시간.... 정말 일순간, 담겨있던 마음 구현화 하는 거야.그 현상을 공격에 이용하면, 저렇게 돼"
카타나는 그렇게 말하고 괴로워하며 뒹구는 카타나시를 가리킨다. 찌정진 손가락의 단면은 윤곽이 애매해지고 안개로 돌아간다.
엄청난 파괴력이다.
하지만 주변의 안개를 빨아들여 카타나시는 재생을 시작한다. 그것뿐만이 아니라, 더욱더 거대해졌다.
하지만 시그는 당황하지도 않고 재조준한다.
"탄환이 마음을 구현하는 시간은, 정말 짧아. 총 정도의 초속이 아니면 상대에게 닿지도 못하고, 공격으론 쓰지 못해."
카타나가 시그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시그는 복원해서 거대화한 카타나시를 향해 부르짖는다.
"3개의 탄환- 관령(貫?)"
총에 탄환에, 시그의 의사가 장전된다. 방아쇠를 당기고 담긴 마음이 해방된다.
키이이이이이이이이잉-.
귀 울림과 비슷한 새된소리가 울린다. 대기를 안개를 강한 빛의 기둥이 저편까지 꿰뚫는다.
뒤늦게 달아오른 강한 바람이 불어, 주변의 안개를 흩어버린다.
빛의 광선 위에 있던 카타나시는, 몸의 중심이 쏘아졌다. 손바닥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 전신의 윤곽이 부서져 간다. 안개가 바람으로 흩어져, 이제 재생도 되지 않는것 같았다.
카타나가 감탄의 숨을 흘리고 입을 연다.
"총의 츠쿠모카미 중에서도, 시그가 특별한 이유가....이 돌출된 위력이다. 시그가 마음에 그린 공격의 이미지 구축은, 누구보다도 정확하고 빨라, 명확하고 강력하다"
혹시 그건, 시그가 만화 기술을 흉내 내는 것에서 기인한 걸지도 몰라.
카나타나 하는 말을 들으면서, 나는 생각한다. 시그가 쓰는 건 칠총사에서 나오는 캐릭터가 쓰는 공격. 주인공들의 앞길을 방해하는 악역이 쓰는 기술.
일부러 악인의 기술을 선택한 점이, 시그 답다고 생각한다.
카타나시는 안개 손가락을 뻗지만, 밀도가 너무 옅어서 시그의 몸을 그냥 통과해버린다.
시그는 카타나시의 바로 옆에 멈춰서,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총을 겨눈다. 내 기억이 맞다면 악역이 쓰는 총탄은 네종류. 다음이, 마지막.
"마지막 탄환- 흑양(黑陽)"
날카롭고, 무거운, 시그가 파멸로 인도하는 마음을 장전한다.
방아쇠를 당기고 마른 총성이 울린다.
총구 바로 앞 공간에, 팟하고 검은 균열이 달린다. 만들어진 균열은 바로 무너져 공간 건너편에서 칠흑의 불꽃이 흘러나온다. 검은 불꽃은 구형으로 부풀어 올라 카타나시를 완전히 집어삼킨다.
원망과 한탄의 소리는 바로 사라져, 불꽃과 함께 카타나시는 흔적도 없이 소실했다.
핵이 되는 마음을 잃은 탓인가 주변의 안개가 개인다.
시그가 총을 내리고, 나는 위기가 지나간 것은 안다. 기간의 실의 끊긴 것인지 아야노는 털석하고 지면에 주저앉는다.
시라타마가 "냐아-오" 라고 시그를 부르는 듯이 운다.
그 소리가 들린 것인지 시그는 이쪽을 돌아본다. 하지만 그의 표정에 서린 낯빛은 무서운 색.
그것을 보고 알아차린다.
내 싸움은---- 진짜 승부는, 이제부터라고.
"왜 이런 짓을 했어"
내 앞에 다가온 시그는 입을 열자마자 딱딱한 목소리로 물어왔다. 숨을 들이마시고, 나는 대답하려 한다. 하지만, 조금 빨리 아야노가 입을 열었다.
"전부, 내 탓이야. 내가, 카사를 말려들게 했어"
"무슨 뜻이야"
시그의 시선이 아야노를 붙잡는다, 아야노는 조금 풀죽으면서도, 경위를 설명했다.
"----- 즉, 카사는 내 흉내를 내려고 했단 건가"
이야기를 끝내면 시그는 나를 노려본다.
"응... 아야노에게 무리하게 말해서, 말이야. 그러니까 아야노 탓이 아냐. 이렇게 된 건 내 책임"
시그와 시선을 맞추고, 나는 말했다.
"그래, 네 책임이다. 이제 두번 다신 이런 흉내 내지마. 츠쿠모카미를 끝내는 건 내 임무다"
단언하는 시그. 하지만, 나는 최대한 용기를 쥐어짜서 머리를 가로 젓는다.
"그건..... 아니야"
"뭐라고?"
"억지 부려서 카타나시에서 습격당하고...... 민폐 끼친 건 미안하다고 생각해. 정말로..... 미안. 하지만-- 아야노를 끝내는 건 시그의 임무가 아니야. 나에게 의뢰했어, 내 임무. 기한인 3일은 아직 지나지 않았어!"
절대로, 넘기지 않아. 그 마음을 담아서 시그를 바라본다. 시그는 더욱더 표정을 위험하게 해서 나를 노려본다.
긴장이 높아진다. 그러면 그곳에 있던 아야노가 끼어들었다.
"이제 됐어, 이제 됐어...... 이 사람이 시그인 거지? 나, 이 사람이게 부탁할 테니까 이제 억지부리지 마!"
부르짖는 아야노. 그 말에 시그는 끄덕인다.
"--- 그녀가 말하는 대로다. 이 역할은 짐이 너무 무거워. 그녀를 끝내는건 너는 할 수 없어"
"으으응, 할 수 있어"
하지만 나는 즉답했다. 아야노라 놀란 듯이 숨을 들이마시고, 시그는 의문스러운 듯이 어깨를 으쓱했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우리 대화를 듣고 있던 카타나의 표정도 조금 변한다.
"나, 찾아냈으니까. 아야노의 마음- 아야노가 가지고 싶은 것, 아마 알았으니까. 이제 억지 부릴 필요 없어. 지금, 이곳에서 아야노의 소원을 이루워 줄게"
"정말......로?"
멍해진 얼굴로 아야노는 묻는다.
"정말이야. 그러니까, 맡겨줘"
아야노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이면서, 시그 쪽을 바라본다.
"시그 내가 앞으로 할 일..... 봐줬으면 해. 마지막까지"
매개체를 부숴서 무리하게 존재를 끝나게하는 것 보다도.... 만족하고 끝을 맞는 편이 좋아. 시그라도, 분명 그렇게 생각해. 자신의 손으로 누군가의 인생을 끝내는 것은 힘들 거야. 굉장히----- 아플 거야.
그날 밤, 시그는 그런 얼굴이었으니까.
".....알았다. 하지만, 실패 했다간 내가 한다. 그리고 너는 내 임무에 절대로 끼어들지 마"
"응, 약속할게"
시그의 조건을 받아들이고, 나는 아야노에게 향한다. 아야노는 날 걱정하는 듯한 표정을 띄웠다. 자신보다, 나를 걱정하고 있다.
역시 매우 착한 아이라고 생각한다.
"아야노"
나는 그녀의 이름을 부르고, 그 손을 양손으로 잡았다.
"뭐, 뭐야?"
"지금, 뭔가 느껴지지 않아?"
"에.... 어떤 의미?"
당황한 모습으로 아야노는 잡힌 손과 내 얼굴을 번갈아 바라본다.
"그대로의 의미야. 이렇고 있으면 아야노는 뭐가 느껴져? 어떤 기분이야?"
"잘 모르겠지만...... 뭐, 따듯해? 그리고.... 조금,안심 돼. 이건 아마, 아까 너무 추워서 그런 거라고 생각하지만. 정말..... 네가 갑자기 나타나서 우산으로 카타나시를 후려쳤을 땐 어이없었어"
그 때를 생각해 낸 것인지 아야노는 고소를 띄웠다. 그 대답을 듣고, 나도 안심했다. 내가 낸 대답은 잘못된 게 아니야. 그렇게 생각했으니까.
"미안해, 아야노, 나 완전히 이상한 곳만 찾아다녔어"
확신을 품은 나는 아야노에게 사과한다.
"....그래?"
"응, 아야노는 말이야..... 계속 자기가 가지고 싶은 것을 찾고 있었던 거야. 누군가에게 부탁하지 않더라도, 자기 힘으로 마음을 채울 수 있었어. 시간만 조금 지나면, 언젠간 아야노는 그것을 손에 넣었을 거라 생각해"
아야노는 사람이 싫다고 말하면서도 츠쿠모관에서 살고 있다. 그렇게 한 이유가, 아야노에게 가지고 싶은 것을 손에 넣는 수단이었으니까. 하지만 나라는 끝낼 계기가 나타난 탓에 아야노는 도중에 포기해버리고 만 거다.
"이제 조금만 참으면 됐다는 거야? 조금 힌트가 부족한데......"
"그래, 서두를 필요 없었어. 천천히, 진심을 알았다면 소원을 이루워졌을 거야"
"아-정말-..... 으쓰대지 말아줬으면 하는데. 정답을 알았다면, 빨리 가르쳐줘"
초조해졌는지 아야노는 나를 재촉한다.
나는 미소를 띠고 내심 각오를 하고 이렇게 물었다.
"아야노는 아직도 내가 싫어?"
"..... 몇 번째야, 그 질문. 인간은 싫다고 말했겠지"
"정말로?"
"...... 정말이야"
눈을 바라보고 다짐하면 아야노는 시선을 돌렸다. 분명 거짓말을 하는 건 아니야. 아야노는 정말로, 어떻게 할수도 없을 정도로 인간에게 혐오를 품고 있는 거겠지. 하지만 인간에 대한 감정은 그것뿐만이 아니야. 다른 것도 있으니까, 아야노는 내 눈을 피했다고 생각해.
"나는 많이 아야노가 좋아"
그러니까 먼저 내가 솔직해진다. 아야노에게 대한 마음을 확실히 내보인다.
"무......"
아야노는 기막혀하면서도 순식간에 뺨을 불게 물들인다.
"가, 갑자기 부끄러운 소리 하지 마! 바보 아냐!?"
"뭐, 확실히 바보일지도 모르겠네"
이런 간단한 답을 몰랐으니까.
"하지만- 부끄럽지 않아. 생각하는 걸 그대로 말한거니까. 나, 아야노와 이야기 할 수 있어서 즐거웠어, 폐허 탐색도 아야노와 함께여서 굉장히 재미있었어. 츠쿠모관을 슬쩍 빠져나왔을 때는 두근두근 했어. 아야노는 어때?"
"우... 확실히ㅡ 탐험 같아서 즐거웠지만--- 너, 너는 싫어. 특히, 지금같이 부끄러운 대사를 할때가!"
"응, 싫어도 괜찮아. 하지만, 함께 있어서 즐겁다면---"
작게 숨을 들이마시고, 그리고, 내 본심을 사실은 말하고 싶지 않은 말을 한다.
"친구가..... 되지 않을래?"
그 목소리는 조금 떨려버렸다.
아야노가 깜짝 놀라 어깨를 떤다.
어이없는 얼굴. 하지만 그다음 변화가 나타난다.
아야노의 뺨이 붉어진다.
눈동자가 촉촉해진다.
주르륵 흘러넘친 눈물이 뺨을 탄다.
아야노의 손을 붙잡고 있던 내 양손이---- 허공을 가른다.
계속 느끼고 있던 온기가, 멀어졌다.
"내가 가지고 싶은건.... 이런, 이런거 였던거야?"
실체을 잃고 투명해진 자신의 팔을 바라보며 아야노는 중얼거린다.
"--- 그런 것 같네"
나는 코맹맹이 소리로 대답한다. 참으려고 했지만, 문물이 멈추질 않아. 게다가 콧물까지 나온다. 엉망진창인 얼굴을 팔로 닦는다.
등교를 거부할 정도로 인간을 싫어했던 아야노가 가지고 싶었던 것은--- 타인. 싫어하는 이상으로 좋아하는 친구. 혼자뿐인 방에서는 결코 손에 넣을 수 없는 것.
아야노는 계속 그것을 바라고 있었다. 그러니까 싫어하는 사람들 속에서 일부러 지신을 몸을 두고 있었다.
"뭐야, 이거.... 어째서, 어째서 이렇게, 기쁜거야......"
꽉 주먹을 쥐고 억울한 듯이 말하는 아야노.
"몰라. 나도 기쁘지만, 왠지 몰라"
나는 고소를 띄우고 대답한다. 투명해진 아야노의 몸은 이제 만질 수 없다. 눈에서 흘러넘쳐 멈추지 않는 것은 분명 기쁨의 눈물.
"--- 네, 탓이야......"
"그러면..... 내가 기쁜 건 아야노 탓"
그렇게 대답하면 아야노는 웃었다. 울면서, 기쁜 듯이 웃었다.
아야노와 지낸 나날이 뇌리를 스친다. 짧았지만, 나에겐 굉장히 특별한 3일이었다.
무뚝뚝한 자기소개, 방으로 찾아왔을 때의 언짢은 얼굴, 옷장의 솟옷을 빤히 봤다가 화내던 모습, 내 치마를 손수건 대신으로 썼던 때의 미소-- 그것이 현재 아야노의 미소와 겹쳐진다.
흘러넘친 눈물이 가느다란 빛의 알갱이가 돼서 허공에 퍼진다.
"------- 고마워, 카사"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분홍색 리본을 남기고 아야노의 모습이 반짝이는 입자로 변한다. 그 빛은 한번 공간에 퍼진 후 리본으로 모인다. 빛은 리본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이 사라지고, 아야노의 보습은 세상에서 사라졌다.
"아......"
툭하고 떨어지는 리본을 나는 손으로 받아낸다. 체온이 남은 리본은 약간 따듯하다.
너무나 갑작스럽게. 어쩔 수도 없을 정도로 어이없다.
이별의 말을 할 여유도 없었다.
좀 더 전하고 싶은 게 있었는데, 내 목소리는 이제 닿지 않아.
"이걸로.... 아야노는, 끝난 거야?"
리본을 움켜쥐고, 나는 중얼거린다. 지켜보고 있는 두사람에게, 자기 자신에게, 묻는다.
대답해 준 것은 카타나.
"엄밀히 말하자면 끝난 것 보다는 잠들었다는 표현이 올바르겠네. 매개체가 부서진 게 아닌한 츠쿠모카미는 죽지 않아. 아야노의 마음은 변함없이 그 리본에 머물러 있어. 그저-- 마음이 채워져서, 실체화할 필요성이 사라진 거야."
"..... 그런거야"
조금 마음이 편해진다. 가슴에 활짝 열려있던 구멍을 채운 감정이 있다.
나는 손안에 있는 친구를 바라본다.
끝난 게 아니야. 아직, 계속되고 있는 거야.
"앞으로 잘 부탁해 아야노"
나는 그렇게 말하고, 아야노의 리본으로 자신의 머리를 묶는다. 목덜미에 공기가 닿아서 갑자시 시원해진다.
아야노가 원한 것은 친구. 아무리 원하고 바래도 손에 넣을 수 없었던 것.
나는, 아야노의 친구가 된 것이 기뻤다. 아야노가 나를 친구라고 인정해 준것에---- 굉장히 안심했다.
아마 제일 두려웠던 것은, 나는 안된다는 말을 듣는 것.
아야노와 이야기 하지 못하는 것은 무척 슬퍼. 친구가 돼서, 힘들어.
하지만 후회는 하지 않아. 잊어버리겠다니, 당치도 않아.
손에 들어온 인연을 없었던 걸로 하지 않아.
왜냐면--- 나에게도 아야노는 처음으로 생긴 친구였으니까.
나는 이런저런 것을 잊어버리지만, 분명 그렇게 단언한다. 이런 마음을 한번 품은 적이 있다면 나는 결코 잊지 않을 거야.
바람에 흔들리는 리본을 만지고, 시그쪽을 바라본다.
"끝났어 시그"
"--아아"
시그는 낮은 목소리로 맞장구친다.
"나, 아야노의 소원을 이루어 줬어. 시그와 다른 방법이지만, 시그와 같은 일을했어"
"그래"
"이 일... 나는 계속할 거니까"
"다음에도 잘될 거라 할 수 없어. 첫 번째 이번에도 우리가 달려오지 않았다면 너희는 카타나시에게 먹혔어"
냉정하게 시그는 현실을 말한다.
"확실히 나로선 어쩔 도리가 없을지도 몰라. 시그의 총이 아니면 구할 수 없는 사람도, 반드시 있어"
"그럼----"
"그러니까!"
시그의 말을 자르고 나는 부르짖는다.
"그러니까- 같이 일하자, 시그"
"같이....?"
시그는 당황한 모습으로 되묻는다.
"응, 같이 츠쿠모카미의 소원을 이루어주는 일을 하자. 매개체를 부숴서 끝내기만 할 뿐인 부수는 사람이 아니랴...... 좀 더 이런저런 방법을 찾아서 절대로 무리라는걸 알 때까지 마음을 이루어주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 그런 만물상을 시그와 하고 싶어"
"...... 꿈같은 이야기다. 상대에게 깊이 관련될수록, 끝났을 때는 고통이 깊어. 부수게 된다면 더욱더 다. 거기에 더해 다른 녀석들에게 미움받아. 그런 반복에 네가 견딜 수 있을거라 생각하지 않아"
이상을 말하는 나에게 시그는 무거운 현실을 아는 목소리로 부정한다.
"괜찮아, 아마"
자신은 없지만, 나는 밝게 말한다.
"무슨 근거로....."
"시그와 함께니까"
"대답이 되지 않아"
현재 마음을 말할 생각이었지만 시그는 화난 얼굴이다. 웃기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몰라. 그래서 이번엔 진지한 표정을 만들어서, 생각하고 있는 것을 시그에게 전한다.
"---- 그건 말이야, 되고 말고가 아니야. 나는, 그렇게 하고 싶어. 그게 내 마음이야. 이런 보잘것없는 우산이라도 구할 수 있는 사람이 지킬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힘이 되고 싶어"
"마음..... 인가"
그것은 츠쿠모카미에게 있어서 가장 무거운 말. 시그의 눈동자에 망설이는 듯한 빛이 흔들린다.
"응- 그러니까 부탁이야, 시그. 나를 시그와 같은 곳에 있게 해줘"
총을 붙잡고 있는 시그의 오른손에 손을 겹치고 묻는다. 똑바로 시그의 눈동자를 바라 본다.
"...... 내가 있는 곳은, 어둡고, 싶어. 누군가의 힘이 되고 싶어 도와주고 싶어라는 각오는 대단하지만...... 그런 생각으론 바로 파멸해. 구하지 못하고, 부술 수 밖에 없을 때-- 너는 정말 그것을 허용 할 수 있어? 나를 미워하지 않을 건가?"
나는 매개체를 부술 수 없어. 그럼, 최후의 수단은 시그에게 맡길 수밖에 없다. 그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
아마 시그는, 어떻게해 서든 나를 같은 곳에 세울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이겠지.
하지만 아니야. 두 사람이 다른 것을 하면, 함께 일할 수 없어. 이번처럼 내가 실패하면 시그가 끝내는... 그런 관계가 돼버린다. 그건 안돼.
"시,시그.... 무겁다고"
결국 버티지 못하고 무릎 꿇는다. 어떻게 된 것인지 시그의 얼굴을 엿보면 눈을 감고, 숨소리를 내고 있다.
"뭐, 슬슬 이렇게 될거라고 생각했어"
카타나가 가까이 와서, 내 반대편에서 시그를 지지한다.
"무슨 뜻?"
사정을 모르고, 묻는다. 그러면 카타나는 고소를 띄웠다.
"탄환을 해방한다는 것은, 자신의 영혼을 깍는 거야. 쏘면 쏠수록 소모되. 이번엔 네발이나 썼으니까 쓰러져도 어쩔 수 없어"
"..... 괜찮은 거야?"
"아아, 걱정 없어. 자면 회복해. 하지만-- 이 화물을 빌딩까지 옮기는 건 등골이 휘겠는데"
정말로 질리는 듯한 말투여서, 나는 웃는다. 시그를 제대로 지지하기 위해 자세를 바꾸면 시라타마는 시그의 어깨로 이동한다.
"니야-?"
시그의 얼굴을 발끝으로 건드리는 시라타마를 보면서, 카나타와 보폭을 맞추고 걸어간다.
드디어 돌아간다.
시그의 빌딩에---- 우리가 있을 곳에.
에필로그
잠은 깊고, 무거웠다. 어두운 의식 아래에서 기어 올라와 깨어남의 빛이 보여와도--- 좀처럼 그 이상 진행되지 않아.
총탄은 전부 써버렸을 때는 항상 이렇다.
정신력의 소모도 크지만, 총탄의 소실은 매개체의 누락과 같다. 그 데미지를 회복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는걸 나는 알고 있다.
잠에서 깨어나면 총탄은 재사용할 수 있다. 단, 네발까지만, 본래, 탄창에는 여덟 발까지 탄이 들어가는 모양이지만, 회복하는 건 네발까지.
이것은 내가 츠쿠모카미가 된 시점에서, 탄은 네발이 남아있었겠지. 남은 네발이 어떻게 쓰였는지는--- 모른다.
나는 어두운 잠의 바다에 흘러가면서 눈뜰 때를 기다린다.
꿈과 현실의 경계에는 그다지 오래 있고 싶지 않아. 이곳에 있으면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이, 기억의 아래에서 떠오른다.
이를테면, 이제까지 부순 츠쿠모카미의 얼굴.
이를테면, 나를 증오하는 츠쿠모카미의 눈초리.
빨리 눈뜨고 싶어. 하지만 현실의 빛은 아직 멀다.
"--------"
하지만 돌연, 의식이 급격히 떠오른다. 꿈의 건너가--- 굉장이 소란스럽다.
"--- 아, 시라타마! 거긴 아직 안 말랐으니까, 올라가면 안 돼! 윽, 아아-...... 발자국 남았다"
"나아-?"
떠들썩한 목소리가 들린다. 눈을 뜨면, 익숙한 천장이 시야에 들어온다. 자신이 있는 곳을 인식한다. 주거로 삼고 있는 빌딩의 사무소, 항상 자는 소파 위.
"으......"
신음하면서 몸을 일으킨다.
"아, 시그 겨우 일어났어?"
튀어나온 목소리가 귀에 닿는다. 시선을 이동하면, 건너 소파에 앉아있는 소녀와 눈이 맞았다.
"카사.....?"
나는 소녀의 이름을 부른다. 분홍색 리본으로 머리를 묶은 카사는 "좋은 아침. 꼬박 이틀 잤어?"라고 말했다.
그렇게나 잔건가하고 생각하면서, 카사가 손에 쥐고 있는 것을 보고 어깨를 으쓱인다.
"뭘 하고 있어?"
카사는 붓을 가지고, 탁상 위에 올려놓은 커다란 나무판자에 이상한 마크를 그리고 있다.
"아, 이거? 츠쿠모관에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있어서, 그 사람에게 빌린 거야"
붓과 그림 도구를 보여주며 대답하는 카사.
"아니, 그게 아니라.... 뭘하고 있는지, 묻고 있는 거지만"
"뭐냐니, 간판 만들고 있는 거야"
당연한듯이 카사는 말한다.
"간판?"
"응. 이제 여기는 부수는 집이 아니니까, 그것 알리기 위해 새로운 간판을 만들려고. 저기ㅡ 어때? 이 마크 좋다고 생각하지 않아?"
카사는 나무판자를 들곤 나에게 가까이 온다. 거기엔 하늘색으로 우산과 총의 실루엣이 조를 이룬 마크가 그려져 있다. 그 옆에는 고양이 발자국이 붙어있다. 게다가 잘 보면 글이 새겨져 있다.
"시그와 카사의 만물상.....?"
나는 얼굴을 찡그리고 그 문자를 읽는다.
"그래, 어때?"
"어떻냐니.... 너---"
말하고 싶은 건 산더미처럼 있지만, 나는 그럴 기분을 잃고 "좋을 대로 해"라고 말한 것을 기억해낸다.
카사는 그 말대로 좋을 대로 한거 겠지. 이제와서 무슨 말을 하던지, 그만둘 생각은 없겠지.
나는 한숨을 쉰다.
"마크는 괜찮다하고...... 그 명칭은 어떻게 안 되는 건가?"
"에에- 알기 쉽다고 생각하는데...... 그럼 시그는 뭔가, 있어?"
물어봐서 생각한다.
"이를테면-- 총과 우산의 영어에서 따와서 칸브렐라 라던가"
"우와...... 시그 센스없네"
제법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하지만, 카사에게 슬픈 눈을하게 해버린다.
"아니, 시라타랑 비슷한 발상이겠지"
이름이 불려서 탁상 위에 있던 시라타마가 이쪽을 바라본다.
"같은 취급하지 마. 시라타마는 귀엽잖아"
"칸브렐라도 멋있잖아"
"으으응,촌스러워"
확실히 말해서 어깨가 처진다. 이해 가지 않지만, 카사에게 이길 마음은 없었다.
포기하고 다시 소파에 눕는다.
".... 어떻게든이라고 말한다면, 영어로고 정도는 넣어줄까?"
삐쳤다고 생각했지만, 어린애를 상대로 하는듯한 목소리로 카사가 물어온다.
조금 자존심에 상처 입었지만, 나는 그 아픔을 삼키고 낮은 소리로 답한다.
"..................... 부탁한다"
간판의 이름에는 고집부리고 싶다.
왜냐면 이 다음에도 계속---- 잘못하면 언제든지--- 어울리게 될 이름일테니까.
후기
제가 어렸을 적부터, 어째선지 우산에 로망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로망이라는 것은 거대한 로봇이라던가 치마와 니삭스의 사이라던가, 정형화된 필살기 같은 것에 느껴지는, 그 말이 되지 못하는 뭔가가 들어오는 듯한 차가운 야망의 충동입니다 (개인적인 견해입니다.) 아마 우산의 형태나 존재의의라던가, 그 주변에 끌린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합니다. 내가 소설을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하지 전, 학생 시절 그렸던 그림을 다시 보면, 제법 많이 우산을 가진 소녀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혹시 그것이 "츠쿠모의 하늘 우산"의 주인공 카사의 원형 이었던 걸지도 모릅니다. 아마 나는 계속 그녀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던 거겠죠. 쓰고 싶은 것이 잔뜩 있어서, 이번 작품은 제1화 2화의 이부 구성이 되었습니다. (머릿속에는 24화 정도 있었던 건 비밀입니다.) 이 세계를, 등장인물을, 조금이라도 좋아하셨다면 기쁘겠습니다.
그럼, 이제 남은 페이지가 적어서 감사의 말을 옮기려고 생각합니다. 이름이 세글자 라는 걸로 묘하게 친근감을 느낀 에비비씨. 매우 맑은 일러스트 감사합니다. 카사는 무척 귀엽고, 시그는 굉장히 멋있었습니다. 담당 M씨, 항상 문제점을 지적해주셔서 살았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합니다. 마지막으로, 츠쿠모의 하늘 우산을 사주신 독자분들, 정말로 감사합니다. 그럼 또 다시.
츠카사
크레이와 판의 소원 편지 (0) | 2014.04.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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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이와 판의 꿈꾸는 편지 (0) | 2013.12.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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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끝의 구세주 PAPERII 황금화산과 행복의 소녀 (0) | 2013.12.04 |
땅끝의 구세주
2차 배포하다 걸리면 저한테 디짐니다.
프롤로그
태양이 녹아서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 같은 더위였다.
"한가해-"
붉은 페인트로 "미소라 상점"이라고 벽에 쓰여있는 건물 옆에서, 하마지요 리쿠는 탄식했다.
상점 앞에는 다섯대의 자동판매기. 가게 앞에 있는 가는 차도에는, 평일 점심이라 사람도 적고, 바다에서 날아온 모래가 희미하게 쌓여있다.
오키나와 현, 카데나 마을.
바다에 가까운 주거지에 있는 잡화 겸 음식점, 미소라 상점.
그곳이 하마지요 리쿠의 거점이다.
작년과 같이 고등학교에 들어가서 맞은 첫 여름방학도, 그것은 변함없다.
"오늘은 또, 덥네......"
상점 옆에는 간이 지붕이 있고, 의자와 둥근 테이블이 놓여있다. 리쿠는 오른손에 아이스바를 들고, 왼손으로 부채질하면서 자신의 얼굴을 부친다.
한여름의 오키나와는 소란스럽다. 주거지 건너편에 있는 국도에는 지역 주민과 관광객의 차로 정체된 것이겠지. 하지만 바캉스나 레저를 목적인 관광객과는 연이 없는 주거지 내부는 그런 떠들썩함과는 관계없다. 계절과 풍경은 변함없이, 평온 그 자체다.
"으왁. 여차아"
멍하게 있는 사이에 아이스 캔디가 붕괴해 버렸다. 해에 탄 얼굴과 숏커트를 한 머리에 소다 맛의 그것을 한 번에 공략한다. 탱크톱 아래로 떨어진 캐미솔 어깨끈이 흘러내릴 것 같다.
"가게 보는 거야?"
하나의 소년이 나타났다. 다니고 있는 고등학교의 체육복 반바지와 샌들, 이란 조합은 익숙하다.
리쿠는 아이스 캔디를 먹는 채로 머리를 좌우로 저었다.
"으-응"
"흐음"
실패한 맞장구를 남기고, 소년은 가게에 모습을 지웠다.
그는 리쿠보다 나이가 한 살 많은 소꿉친구로 나츠키라고 한다. 동급생 여자애들은 그를 멋있다던가 쿨하다던가 말하지만 오래 사귄 리쿠에겐 눈매가 골든 리트리버와 닮은듯하단 감상밖에 없다.
소꿉친구인 소년이 아이스크림 봉지를 찢으며 온다. 리쿠의 건너편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물어뜯는다. 색으로 봐선 사과 맛이다.
"나-츠- 동아리는?"
리쿠가 물으면 축구부에 소속돼있는 소년이 탁탁 손을 턴다.
"땡땡이. 오늘은 무리. 너무 더워"
"아, 그래"
그것뿐으로 새로운 화제도 없이 의자에서 풀어져 있으면, 작은 그림자가 들어왔다.
"리쿠 언니 가게보기?"
긴 소매 티셔츠를 입고 머리와 얼굴에 수건을 감은 인물이다. 이상한 외견이지만, 소프라노 톤의 목소리로 여자라는 걸 안다. 그녀도 또한 리쿠의 소꿉친구로, 이쪽은 두 살 아래다.
"으-응 오늘 가게보기는 엄마야"
수건 소녀가, 리쿠의 옆에 탁 앉는다.
"저기, 나츠 오빠 그거 한입만 줘. 먹다 말았으니까"
"이봐. 테루. 또, 나츠한테 어리광부리고"
"응-, 조금 기다려, 한 입만... 그리고 줄게"
"와-아. 고마워-"
"아- 정말, 나-츠-. 어리광 받아주지 마!"
"알았어, 알았어-- 그러고 보니 테루, 오늘은 알바 있지 않았나?"
"오전 중에 끝났고. 온종일 하면 수건으로 방어해도 햇볕에 타니까"
평소와 다름없는 대화.
어릴 적부터 근처에서 살았던 소꿉친구는 그런 것이다. 작년도, 재작년도, 똑같이 가게 앞 의자에서, 어찌 돼도 좋은 수다로 여름을 끝냈다.
"한--가아-하-고오-!"
테루가 어리광부리며 손발에 달라붙는 것도 항례 행사다.
"그러니까 테루, 이런 점이 싫고! 빨리 어른이 돼서 도쿄에 가고 싶어-!"
"테루는 도쿄에 가면 안 돼. 너무 걱정 끼쳐"
"엑-! 리쿠 언니는 테루의 도쿄 진출의 성과인데!"
"으-음, 그럼..... 우헤헤 귀엽네에, 테루짱. 용돈 줄 테니까, 조금 어디로 따라오렴, 이라고 모르는 아저씨가 그러면 어쩔래?"
"에, 용돈 주는 거야? 얼마나?"
".... 리쿠도 네가 도쿄가는거 반대고....."
"그리고 너, 무리해서 도쿄에 정작 하려는데, 뭔가 이상하다고"
"무슨-! 그럼, 지금 당장 테루를 즐겁게 해줘! 안 그럼 바로 도쿄 갈래!"
탁탁탁하고 탁자를 양손으로 치는 수건 소녀.
즐겁게 하라고 말해도 리쿠가 있는 관경은 이제까지 무엇하나 변함없다.
푸른 하늘과 펼처진 바다. 주민과 철들기 전부터 보아온 얼굴뿐이라, 섬 안 장소 대부분에도 모조리 가봤고 오락거리도 한정되 있다.
그대로 리쿠는 익숙한 부모 같은 이 땅이, 싫은 건 아니지만--.
"아, 그러고 보니"
리쿠는 어떤 것을 생각해 냈다.
"우리집 옆에, 누가 이사와. 엄마가 말했어"
"엑? 누구? 도쿄사람?"
"리쿠네 집 옆에.... 밭인 아저씨집이였던게?"
오키나와 사투리로 농가 사람을 밭인 이라고 말한다.
"응, 저번 달 아저씨는 미국에 있는 아들에게 가버렸으니까. 거기서 만난 사람한테 팔아서 우리 집에 연락 있었어-. 대단한 선생님이니까 잘 부탁한다고 부탁받았어. 아마 오늘 오는 게 아닐까나"
"가자! 보러 가자! 자, 빨리!"
따분함에 싫증 난 테루가 눈을 빛내며, 가게 앞을 뛰쳐나간다. 리쿠도 거길 잇는다.
가게를 나와서, 빙글 뒤를 돌아보면, 새파란 바다가 있다.
완만한 내리막 경사에 주거가 늘어서, 그 끝에 작은 모래사장이 있다. 관광객이 모이는 해변과는 다른, 주차장도 레저 시설도 아무것도 아닌, 그냥 모래사장이다.
"미국에서 만났다면 미국인인가? 기지 관계자일까"
민가에 끼어 있는 가는 길을 걸어가면서, 나츠키가 말했다.
오키나와에는 미군 관계 시설이 여러 가지 있다. 그것 때문에 미국인의 모습이 잘 보이고, 여기에 있는 테루 또한 양친이 미국인이다.
"어떨까. 아저씨는 어딘가의 대학 박사 아니면 교수라고 들었는데"
"에? 그럼 부자라는 거?"
"부자가 그런 너덜너널한 집을 살까?"
"우리 엄마랑 언니는 은거하는 노인인가 뭔가라고 말했으니까"
소꿉친구 3인조는 바로 목적지에 도착했다.
경사면 제일 아래, 바닷가에 리쿠의 집이 있다. 문제의 집은, 그 옆이다.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1층 건물로, 아담한 집이다. 눈앞에 있는 모래사장에서 불어오는 바닷바람 탓에, 담도 건물도 거의 흡집 나 있다. 작은 정원도 잡초가 자랄 정도다.
세 사람은 정면을 돌아 몸을 기울여서 끝에서 안쪽을 엿본다.
그러면--.
"썩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을!
잔뜩 교차하는 듯한 절규가, 소꿉친구 3인조의 안면을 후려쳤다.
"바보 취급 하지마아아아아아아!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야! 천재, 이 굴욕은 몇 배로 돌려줄 테니까! 절대! 일생, 잊어버릴까아아아아!"
리쿠는 입이 떡 벌어진 채로 그 관경을 봤다.
그대로 열어둔 창문에서, 집안에서 몸을 ㄱ자로 구부리고 부르짖는 사람이 보였다. 양 주먹으로 힘을 잔뜩 쥐고 바닥을 친 직후 같다.
눈을 붉게 물들이고, 찢어질 듯이 커다란 입을 벌리고 부르짖고 있는 것은-.
"이 자식도 저 자식도, 얕보고오오오오오오오!"
리쿠와 같은 나이 정도의 인물이었다.
화사하고 몸집이 작은, 중학생 같은 얼굴을 하고 있지만, 목소리로 보면 아마 소년이다. 더욱더 보태자면 굉장히 눈매가 나쁘다.
"어라? 저 녀석....."
수건 소꿉친구가, 중얼거린다.
아는 사이? 라고 리쿠가 물었을 때, 이번엔 소년이 부들부들 어깨를 떨었다.
"이건 도망치는 게 아니야. 결코! 단연코! 도망치는 게 아니야! 다른 쓰레기 녀석의 잡음에서 몸을 멀리해 천재적인 사고를 하기 위해 일시적인 피난이야. 그러니까, 나는 도망친 게 아니야..... 썩을, 절대로 복귀하겠어..... 보여주겠어.... 나는 혼자라도 뭐든 할 수 있어.... 천재야.... 우윽...."
눈물을 참는 것 같다.
하지만 갑자기 팟하고 이쪽을 본다. 리쿠네를 알아챈 것 같다.
"뭐ㅡ뭐야, 너흰!"
일어서, 옆에 있던걸 던진다.
"이 섬의 인간인가? 그게 아니면 섬사람의 흉내를 내는 공작원인가, 나를 감시할 생각인가! 어느 쪽이든, 지금 바로 사라져! 여긴 내 집이다! 누구든 가까이 오게 할까!"
"으와악! 뭐야, 저 녀석! 왁, 나왔다!"
"꺄아아아! 쫓아와!"
"도 도망가!"
당황해서 모래사장까지 도망가는 리쿠. 수수께끼의 소년이 던진 전동 칫솔이 나츠키의 뒷머리에 명중해 "아팟!"하고 비명을 지른다.
"아무도 내 집에 가까지 오지마! 저속하고 머리 나쁜 평범한 인간 자식들!"
그렇게 노성을 지르는 소년은, 이를 씹으며, 울상짓는 듯이 보였다.
그 모습은, 리쿠가 상상한 모습과는 닮았어도 닮지 않아.
엄마나 언니가 말한 것과 같은 은거 노인도 아니고.
아무리 봐도 의지할 사람 없는 어린애로 밖에 보이지 않는 소년이, 리쿠의 등에다 외쳤다.
"썩을.... 바보 취급하고.... 지금 보여주지"
중얼중얼 원망스러운 말을 하면서, 작은 집으로 돌아가는 소년.
"저게..... 대단한 선생님.....?"
리쿠는 어이없이 중얼거리고, 두 사람의 소꿉친구와 얼굴을 맞췄다.
1화
공항 터미널을 지나, 로비로 나온 참에 사도 요우는 다리를 멈췄다.
『이번 여행에 나하 항공을 이용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이 공항은.....』
얼굴의 반을 가린 커다란 선글라스와 입가를 덮은 머플러. 다른 이용객들과는 선을 긋는 패션으로 몸을 두른 요우는 머리를 숙이고 중얼거린다.
"8월 11일, 나는 일본국의 남단 오키나와 현에 도착했다."
스틱 형태의 디지털 레코더를 입에 대고, 자기 목소리를 불어넣는다.
"펜실브아니아에서 여행에 요한 시간은, 19시간 13분과 53초--- 후후후"
자연스레 웃음이 넘쳤다. 레코더를 잡고 있는 손에 힘이 들어간다.
"후하하하하하핫!"
머리를 들고 요우는 크게 웃었다.
로비를 지나가는 이용객이 놀라서, 일제히 돌아본다.
"어떠냐! 완벽히 도망쳤다고! 뭔가 성가신 쓰레기 자식을! 설마 이 내가 이런 촌구석에 있다곤 꿈에도 생각 못해!"
자연히 안짱다리가 된 두 다리는, 신세계로 들어선 감동을. 그리고 엉거주춤하게 뭔가를 붙잡은 듯이 힘을 쥔 양손은, 손으론 붙잡지 못하는 승리를 재현한 것이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한 포즈라서, 잘 모르지만.
"쓸데없는 잡음만 없으면, 이 논문도 바로 완성해 보이겠어! 그렇게 되면 그 자식들도 아무런 말도 못해! 이 나를 바보 취급한 벌을 갚아줄 테니까!"
로비에서 술렁거림이 계속된다. 하지만 요우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게 아니면 지금 당장에라도 복수해줄까? 불가능한 건 없다고! 시작은 펜타곤이지. 세큐리티 시스템은 모조리 알고 있어. 가짜정보를 흘려 넣어 당황시켜서... 아니, 그것보다 왕가의 비밀을 다른 나라에 모조리 넘겨버릴까? 병기 수송 루트나 각국에 잠복하고 있는 공작원의 정보 같은, 재밌겠는데. 후하하! 단 그것만으로도 그 나라는 신용이 바닥으로 떨어져 새빨간 수치다! 원래, 신용 따윈 없었지만! 이 몸을 깔보고 업신여긴 죄를 이번에야 말로-- 앙?"
즐거운 복수극에 가슴이 두근거리는 요우의 어깨를, 뒤에서 어떤 사람이 쳤다.
공항 직원 같은 남자가 한 명. 그리고 경비원 같은 남자가 두 명, 요우를 노려보고 있다.
이리하여 약 한 시간.
공항의 검사실에서 요우는 쓸데없이 시간을 보내는 처지가 되었다.
"-- 쳇! 조금 병기 같은 소릴 한 거 가지고 화물조사나 약물 조사 같은 걸로 쓸데없이 시간들이게 하고! 첫 번째로 처음 질문이 이 몸의 성별을 묻다니, 성희롱 말고는 뭣도 아니잖아! 재판 증언석에서 전라가 돼서, 성별은 보이는 대로입니다 하고 훌라댄스라도 쳐줄까!"
중얼중얼 욕을 퍼부으면서, 캐리어를 끌고 공항을 나온다. 성능이 너무 좋은 공기조절기와 오랫동안 받은 심문 탓에, 목이 마르다. 면세점이나 음식점이 늘어서 있지만, 페스트푸드점을 찾아서, 컵에 따라진 음료를 구입한다.
"푸핫!'
빨대에서 액체를 빨아들이고 성대하게 내뿜는다. 소독액 맛이, 제법 임팩트다. 시골의 맛에 익숙해질 수 있을지 자신이 없어진다.
1층 웰컴 홀에 내려오면, 커다란 현수막이 눈에 들어온다.
"혼저옵서예 오키나와에!"
(*죄송합니다.... 제주도랑 제일 비슷하다네요.....)
혼저옵서예는 무슨 말이지? 다른 광고를 제쳐놓고 제일 눈에 들어오는 곳에 걸어둔 점으로 보면, 웰컴에 가까운 의미겠지.
『미국의 오하이오 주에서 해군의 무기군이 습격당해, 무기를 빼앗기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국방부에서는 조직적인 범행으로 보고, 이 몇 달간 다발하고있는 게릴라 활동과의 연관성을.... 』
로비에 설치해둔 TV 화면 위에서, 뉴스가 흘러나온다. 한 번 본 기억있는 CNN의 뉴스 캐스터가 사건 현장에서 떠들고 있다.
"흠, 변함없이 시끄러운 나라야. 나랑은 이제 관계없지만"
요우는 이용객의 사이를 누비고 출구로 직행한다.
유리로 된 자동문에 자신의 모습이 비친다.
15년간 정든 화려한 몸과 더벅머리는, 매일 아침 세면대에서 보아오던 것이다.
가슴께에 커다랗게 "오키나와"라고 쓰여있는 티셔츠 7부 바지, 그리고 샌들이라는 러프한 패션은 이곳에 녹아들기 위해서 사전에 입수해둔 것이다. 커다란 선글라스는 얼굴을 숨긴다는 점에서 역할을 충실히 다하고 있다.
자동문을 빠져나오면 열기가 전신에 밀려온다.
덥다.
무지 덥다.
램프의 요정 이프리트의 한숨마저 미적지근 한 것이 틀림없다.
"완전히 잘못 갈아타서, 사막에 왔다던가....?"
하지만 바다 냄새가 코를 찔러, 몸이 끈적인다. 항공이 바다에 붙어있는 탓이겠지.
항공밖에는 로터리가 있고, 관광객이 버스나 택시에 타는 것이 보인다.
요우도 아직 손님을 기다리는 듯한 택시에 다가간다.
뒷 자석에 문이 열려있다. 요우는 올라타려 하다 멈춘다.
"-- 정말로, 나는 그 녀석들에게서 도망치는 것이 가능한가?"
이마에 손을 대고 생각한다.
"이 택시는 함정일 가능성도 있어"
운전석의 남자가, 이상한 듯이 뒤를 돌아본다.
"오랜 여행으로 피로한 내가 택시를 쓴다.... 그리고 방심한 사이 운전사로 분장한 공작원이 납치할 생각인가. 아니, 그저, 지나친 생각일 가능성도 있어. 보이는 대로, 운전사는 일반적인 현지인 같고...... 좋아, 조금 기다려, 운전사. 지금, 이것이 함정일 확률을 계산해서-- 힉!"
택시 문이 닫힌다. 아슬아슬하게 얼굴을 강타할뻔한다.
"우... 위험하잖아! 후,후하하, 하지만 나를 태우지 않은 점을 보면, 역시 함정이었던 거네 간파당해서 폭력으로 답할 생각인가! 그런 수에 넘어갈까!"
택시에다 대고 떠들어대면서 그곳을 철퇴 한다.
"이렇게 된다면, 버스를-- 아니, 그건 안돼. 버스를 점령당해 폭탄을 장치하거나, 이제까지 몇 번이나 죽을뻔한 적이. 그런 위험한 탈것은 지긋지긋해"
요우는 뜻을 정하고, 머리를 들었다,
"필연적으로, 최후의 안전 수단은--도보라는게 되네"
1*2
일본국 오키나와 현
북위 약 25도, 동경 약 125도에 있는, 면적은 2,275킬로 제곱미터. 160개가 있는 섬에는 총인구 180만 명이 살고 있다.
이곳이 요우에게는, 새로운 출발점이 된다.
항공을 나오고 나서, 대략 수십 분.
"...."
요우는 해안을 달리는 국도의 보도에서, 다리를 멈췄다. 캐리어를 열어, 머리위로 크게 휘두르는 와인드업 *투법으로, 선글라스와 머플러를 그 안에 쳐넣는다.
(* 야구에서 하는 투구법)
"죽어어어! 이딴 거 썼다간!"
하늘은 타오르는 태양, 다리는 달궈진 철판 같은 아스팔트. 내일부터는 프라이팬에서 눌어붙은 팬케이크를 타인이라고 생각하지 못하게 될 것 같다.
"이제 얼굴을 숨기지 않아도 내 얼굴을 아는 사람은 없겠지....."
요우는 오키나와라는 토지에 대해 인식을 고쳤다. 바다밖에 없는 리조트라고 생각했더니, 고도에 정비된 도로를 일본 차가 모두 메우고 있고, 전방의 도시는 높은 빌딩이 난립하고 있다. 모노레일의 선로도 보이고, 문명레벨은 생각한 것보다 높아 보인다.
"창을 가지고 우라라하고 부르짖는 민족은 지금은 나와주지 않네.... 일단, 경계해 뒀지만"
목적지는, 한참 멀었다.
도보로 충분히 도착할 가능성도 계산했지만, 이 더위와 자신의 운동부족을 변수로 넣는 것을 잊었다. 대폭의 수정이 필요해 보인다.
달그락거리는 캐리어를 끌고, 커다란 다리를 건넌다. 선박이 머무는 항이 보인다.
잡다한 빌딩이 들어선 도시--- 아마 나하시의 중심지 같은 번화가를 곁눈질로, 국도를 그저 걸어간다.
"서브 사하라 사막에서 조난당했던 때가 생각나네...... 그때는 게릴라에게서 도망 치는 것 때문에 고생한거.... 하지만 그것을 되잡아서 나라를 구했을 때의 혁명가 연합의 게릴라가 무슨 얼굴이었는지.... 후후, 사진 찍어서 라미네이트 가공을 해서 위에다 팔면 좋은 민예품이 됐을 건데"
이마에서 땀방울을 훔치면서 걸어가면, 무턱대고 긴 철망으로 둘러싸인 부지가 나타났다.
철망에 걸린 판자에는 "미 해군 기지 시설"이다.
"미군 캠프인가....... 대령급 인간이라면 나를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이런 벽지까지 지배수의에 손을 뻗다니, 질색이라는 말밖에 나오지 않아"
철조망 건너편에는 숲이 있고, 더욱더 깊은 곳에는
잔디밭과 건물이 보인다.
"하아.... 하아......."
열기와 피로에 눈이 흐려진다.
거기에 무릎이 탁하고 꺾인다. 머리를 숙인다.
"......후.... 내 영광에 가득 찬 인생도 여기까지 인가......"
전신이 화로 같다. 항온동물의 체온조절에도 한도라는 게 있다.
"지금, 세계는 둘도 없는 천재를 잃는거야.... 한 명의 천재의 사망으로 인류의 문명은 발전 도중 쇠퇴로 돌아서서, 명망으로의 카운트 다운을 시작---- 캬아아아아!"
사세([?世)의 저주를 노래하는 요우의 목덜미에, 강렬한 냉기가 달렸다. 요우는 뛰어올라 발에 걸려 넘어져, 지면 위를 데굴데굴 구른다.
(사세- 사람이 죽을 때 지어 남기는 시)
"차, 차가워! 아니, 더워!"
이번엔 달궈진 아스팔트에 맨살이 닿아 뛰어오른다.
"뭐뭐뭐ㅡ 뭐야....?"
미군 캠프 비상용 입출입문이겠지. 철망이 끊기고 여닫을 수 있는 문이있다. 국도에 닿은 보도가 일부 열려있다.
그곳에 이상한 생물의 모습이 있다.
"아이스크림"
머리와 얼굴에 수건을 두른, 작은 생물이다. 일단은 인간의 형태를 하고 있고 애니 같은 높은 목소리를 내고 있는 점에서, 인간 소녀라고 추측한다.
그 소녀가 가지고 있는 것은, 콘에 올려놓은 아이스크림으로 보인다. 아까의 자극은 그것을 목덜미에 들이대서다.
"에....."
"아이스크림"
이 지방의 민속 의상이 뭐지. 수건을 두른 소녀가, 아이스크림 아니 아이스크림 같은 것을 요우에게 들이댄다.
타지 사람을 대하는 섬사람의 환대라는 건가?
요우는 쭈뼛쭈뼛 그것을 받아들였다. 싸늘한 공기가 느껴진다.
"돈"
소녀가 손을 내밀었다. 돈은 받는 것 같다.
"빨리. 태양에 구워진다고"
소프라노 톤의 목소리로 재촉해, 요우는 지갑을 꺼냈다. 말하는 만큼의 지폐를 내민다. 수건 괴물이 지폐를 받아들이고, 몸을 날렸다. 문 옆에 파라솔이 설치돼 있어, 냉장 박스와 작은 의자가 놓여있다.
아무래도 소녀는, 거기서 아이스크림을 야외판매하는 것 같다.
".... 잔돈은 어떻게 된 거야"
의자에 앉은 채로 소식이 없어 말을 걸면, 소녀의 혀 차는 소리가 들린다. 총총걸음으로 돌아온 그 녀석이, 잔돈을 몇 개 요우에게 건넨다. 그리고 툭 던지는 듯한 말투로 말한다.
"고맙-수다-양-"
"몰라. 일본어나 영어로 부탁해"
"감사합니다~"
휴일에 페인트칠을 부탁받은 아버지같이 귀찮게 하는 소녀가 파라솔로 돌아갔다. 석연치 않은 점도 있지만, 요우는 다시 걸어간다. 결과적으로 강매당한 것처럼 됐지만, 이 상황에선 빙과는 신에게 기도하는 것보다 실용적이다.
"쳇, 시골 서비스업은 이런것뿐이니까. 대접하는 것도 뿌리쳐야 돼"
파라솔을 노려보면, 뒤돌아본 소녀가, 찌릿! 하고 쏘아본다.
"뭐, 뭐야....! 해, 해볼 셈인가? 괘, 괜찮지, 나는 이래 봬도---"
이번에는 탁! 하고 지면을 강하게 차올려 위협당한다.
"히익! 제, 젠장, 기억해두지!"
야만적인 섬사람의 상대를 하는 건 시간 낭비다. 요우는 빠른 걸음으로 그곳에서 떠난다.
"어찌나 탐욕스럽고 호전적인 민족이야... 총만 있으면 놀래켜 줄 수 있는데"
걸어가면서, 아이스크림을 입에 댄다.
차갑다. 화끈해진 체온과 함께 짜증 남이 빠져나가는 기분이다.
이걸로 조금은 더 걸을 수 있을 것 같다.
"......흠, 먹지 못할 정도는 아니네"
수개월 전에 들린 3성 급 레스토랑 이후의 빙과가, 자연스레 입에 들어간다.
1*3
중심지를 빠져나가, 도보로 국도 58호선을 북상하길 수 시간.
그곳에 카데나 마을이라는 곳이 있다.
육지 대부분은 카데나 비행장--- 흔히 카데나기지라고 불리는 미군기지가 차지하고 있지만, 주거지도 있다. 특히 해변에 있는 그것은, 가파르지 않은 경사면에 콘크리트로 지어진 민가가 늘어선 밀집지였다.
그 경사면 중턱.
국도와 바다에 끼어 있는 좁은 비탈길 한가운데에, 요우는 엎어졌다.
"...."
이미 더위마저도 느껴지지 않는다. 떨리는 팔로, 레코더를 입에다 가까이 가져간다.
"8월 11일... 목적지가 눈앞에 있는데 마침내 한계에 달했다..... "
기력을 쥐어짜네 몸을 일으킨다. 지면에 남은 인간 형태의 땀 자국이, 바로 증발돼 사라진다.
"아니, 이 몸에게 사도 요우가 이런 깡촌에서 썩을 리가 없어... 지금, 나는 몸소 사명을 위해 운명에 맞서 싸워--- "
요우의 흘러넘치는 결의와는 정반대로 털썩 그곳에 주저앉는다. 거인이 지구에서 저글링이라도 하는 건지, 세계가 흔들린다. 시야가 뿌예진다.
"으....음....? 이, 이건 정말로 위험한가.....?"
손끝이 저리고 사고능력의 저하를 느꼈다. 탈수증상 및 열중증의 징후다.
"혈압이 낮고, 부정맥이 있어.... 즉시 음지로 피난하지 않으면 생명에 관계되지만, 신체기능의 저하가 현저해서, 이동할 수 없어....."
죽음에 가까워진 상황을 레코더에 불어넣고 있으면, 도로 끝에서 인영이 나타났다.
노모다. 바짝 마른 몸에는 깊은 주름이 새겨져, 허리가 굽고, 머리에 오래된 수건을 두르고 있다.
"이 지경에 이른 원인은 수분보급을 소홀히한 것으로, 현지 환경의 조사부족에 희한 점이 크다... 그럼, 나는 생명의 위기를 회피해야 할 필요성이 있지만...."
"안녕하수꽈"
어느 순간, 노부인이 눈앞에 있다.
"어디서 와수광?"
뭔가 질문받았다. 요우가 모르는 언어다.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른다.
"어이, 괜찮수꽝?"
"저리가... 나 지금, 바빠...."
요우는 잔뜩 귀찮은 듯한 얼굴로, 쫓아내려 한다.
노모가 가지고 있던 가방에서, 마법 병을 꺼냈다. 뭔가 액체를 뚜껑에 따라, 요우에게 내민다.
"또 강매인가.....? 그런거 필요 없어...."
노부인이 잠자코 있는다. 하지만 뭔가 생각난 것인지, 갑자기 붙잡혀 끌려간다.
"히익! 뭐, 뭐야! 그만... 푸학! 켈록!"
예상 밖의 힘으로, 노부인이 요우의 입에 액체를 따른다. 마법병의 뚜껑을 들이민다. 거절하는 요우에게 무리하게 그것을 마시게 한다.
액체의 정체는 쟈스민 티였다. 강한 향기가 코를 찌른다.
"주, 죽일 셈이냐!"
숨막혀 콜록거리는 요우.
노모가 마법병을 요우에게 들이민다. 반사적으로 요우는 그것을 받아든다.
"두린아이가 사양 햄시냐 아니꽈"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노모는 느릿느릿 걸어간다.
"뭐, 뭐야.....?"
초대면의 인간을 만나자마자 익사시키려 하는 건가, 이 주변의 풍습인가?
어디까지 무서운 민족이지.
"......"
하마터면 익사할뻔 했지만, 결과적으로 차가운 쟈스민 티를 손에 넣었다.
강매할 생각이었지만 나이 탓에 돈 받으려던 걸 잊은 걸로 보인다.
요우는 목을 울리고, 내용물을 다 마셔버린다. 문안에 수분이 스며드는 것이 느껴진다.
"운 좋게도 섬사람에게서 수분을 얻었다. 뭔가에 씌어 나를 따라다니는 사신도 제멋대로 모르는 토지 때문에 낫을 휘두르는 솜씨가 미친것 같다"
삼지 음지에서 쉬고, 조금 체력을 회복했다. 무릎은 아직 떨이지만 걷지 못할 정도는 아냐. 레코더를 가방에 넣는다.
"좋아"
요우는 일어서, 다시 비탈길은 내려간다.
암기한 지도상에는 목적지는 바로 앞이다.
그리고 바다.
반짝반짝 비치는 태양을 쬐면서, 요우는 다리를 질질 끌며 나아가---.
마침내, 도착했다.
"여기네"
광대한 바다와 작은 모래사장이, 바로 눈앞에 있다.
태양을 반사해 반짝이는 바다를 봐도, 요우에게는 아무런 감회도 솟아나지 않는다. 그곳에 있는 것은 유기물이 놓아진, 그저 커다란 물웅덩이다.
요우의 목적은, 바다가 아니다.
바다에서 작을 도로를 낀 건너편에 있는, 작은 단층집.
페인트가 벗겨진 울타리로 둘러싸인, 직육면체의 건물이다. 작은 뜰에는 잡초가 자라고, 문에 이르러서는 없다. 창문은 나무문이 막고 있고, 현관은 모래와 먼지가 옅게 덮여있다.
"새로운 내 집이다"
조금 우연히 겹쳐, 요우의 소유물건이 된 주거.
새로운 집이 필요하게 된 사정이나, 너덜너덜한 풍취는 어쨌든, 자기 자신의 의지로 있을 곳을 손에 넣은 것은 나쁘지 않다.
하지만 그런 사소한 기쁨도, 바로 사라진다.
가지고 있던 열쇠로 삐걱거리는 현관을 열고, 가득 찬 열기를 해방한다. 나무판자를 깔아둔 복도에는 먼지가 쌓여있고, 천장에는 거미줄이 쳐져 있다.
"...."
폐허를 넘어선 유적이다, 라는 현실을 받아들이기까지 20분 정도 흘렀다. 냉동된 사고를 재가동해, 실내로 들어간다.
쭈뼛쭈뼛 집안을 수색해 창문이랑 창문은 모두 연다. 방 배치는 2LDK. 일본식 방과 서양식 방이 하나씩 있다. 일본식 방에 깔려있는 다다미는, 요우가 처음으로 보는 방식으로 엮여있다. 일본식 방에는 옷장과 커튼 주방에는 작은 테이블과 골동품 같은 TV가 남아있다. 전 주인이 두고 간 것이겠지. 주방에는 녹슨 가스풍로가 2개. 사전에 준비해둬서, 수돗물은 문제없이 나오는 모양이다.
차단기를 찾아, 스위치를 켠다. 전기도 무사히 쓸 수 있는걸 확인했다. 다음으로 욕실에 가면 먼지 앉은 샤워기와, 곰팡이 핀 욕조가 있다. 타일에는 금이 가서 호러영화의 살해 현장으로 쓰려고 세팅해두고 빌려주면 돈 좀 될 것 같다.
주방으로 돌아가, 뒷문으로 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출구의 손잡이가 녹슬어서 움직이지 않아. 사실상 외부로의 액세스는 현관뿐인것 같다. 뜰에 닿은 거실의 창문에는 작은 툇마루가 있고, 그곳에서 밖으로 나가려고 하면 못할 것도 없어 보인다.
일단 탐색은 끝내고, 요우는 거실로 돌아갔다.
지금이라도 부서질 것 같은 툇마루에서, 바다가 보인다. 희미한 파도소리가 들린다.
"... 인류가 사는 곳이 아니야..."
마음속에서 뭔가가 끊어졌다. 먼지투성이인 마루에 엎드린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요우는 다른 사람에게 존경받는 위치에 서 있었던 것이다.
그게 지금, 이런 너절한 작은집으로 쫓겨났다.
왜 이렇게 된 것인지, 경위를 생각해내 보면, 괜히 화가 난다.
"내 논문을 바보취급하고......"
돌연 중얼거린다. 너무 화나는 굴욕에, 미소 짓는다.
"내가 이상해졌다고.....? 천재를 잃었다고....? 제멋대로 말하고.... 왜 이 몸이, 이런 비참한 생각을 해야 하는 거야......"
결국, 참다못해 부르짖는다.
"썩으으으으으으으으으을!"
양 주먹을 바닥에 내려친다. 충격이 아픔으로 손목에서 머리까지 찌른다.
"바보 취급하고오오오오오오오! 이 몸을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야! 천재, 사도 료우라고오오! 이제까지 제멋대로 부탁하다가, 갑자기 태도를 바꾸오오오오! 이 굴욕을 배로 돌려줄 테니까! 절대! 일생, 잊을까 보냐아아아아아! 이 자식도 저 자식도 얕보고오오오!"
뇌리에 되살아난 것은 자신을 내려다보는 모멸과 동정의 눈빛이었다.
요우는 어떤 문제에 직면하여 이제까지 살고 있던 미국에서 탈출했다.
하지만 도망친 게 아니야.
어디까지고 잡음에서 떨어져, 자신의 연구에 몰두하기 위해서다.
"이건 도망친 게 아니야. 결코! 절대! 도망친 게 아냐! 하등한 쓰레기 자식의 잡음에서 몸을 멀리해, 천재적인 사고를 돌리기 위한 일시적인 피난이다. 그러니까, 나는 도망친 게 아니야...... 젠장, 절대로 복귀하겠어... 보라고... 나는 혼자서라도 뭐든 할 수 있어..... 천재라고... 우으윽....."
눈물이 스며 나오는 눈가를 닦고, 얼굴을 든다.
그러면, 인간의 머리를 3개 발견했다. 울타리 끝에서 삐죽 자라난 그것이, 요우를 빤히 엿보고 있다. 그중에는 이곳의 민족의상인 수건을 두른 녀석도 있다.
"뭐, 뭐야, 너흰!"
근처 주민인가. 요우는 얼굴을 새빨갛게 만들어 옆에 있던 물건을 던진다.
당황해서 엿보기 범들이 도망간다. 요우는 물건을 집어들고 뒤쫓아간다.
"이 섬사람인가? 그게 아니면 섬사람의 흉내를 내는 공작원인가, 나를 감시할 셈인가! 어느 쪽이든 간에, 지금 당장 사라져! 여긴 내 집이다! 누구라도 가까지 오지 못해!"
선글라스, 자명종, 전동칫솔. 모래사장으로 도망간 세 명을 향해 차래 차래 내던지는 요우. 그 중 하나가 섬사람의 머리에 명중해, "아팟!"하고 비명을 지른다.
"아무도 내 집에 가까이 오지 마! 저속하고 머리 나쁜 게 옮아!"
머리 나빠 보이는 꼬맹이들을 내쫓고, 요우는 자택으로 돌아갔다.
"윽"
흠칫한다. 뒤돌아본 요우의 눈앞에, 탱크톱 차림의 노인이 서 있다.
"뭐, 뭐야 넌"
나이대는 70대 후반일까. 머리카락은 없고, 하얀 눈썹과 햇빛에 탄 피부가, 아마 해변의 주민인 것 같다. 얼굴이 길고 마른 몸 때문에, 참외과 식물에 닮았다고 생각했다.
"...."
오이와 닮은 노인이, 빤히 요우의 얼굴을 의심스러운 눈으로 봤다. 그리고 이번엔 그의 자택을 본다.
"무, 무슨 용무냐고 묻고 있겠지. 일본어가 통하지 않는 건가?"
노인이 뭔가 이해한 듯이, 응 응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대로, 아무 말도 없이 졸린듯한 얼굴로 떠나간다.
"뭐, 뭐야......? 정말이지, 미지 민족의 사고는 이해할 수 없어"
정신을 가다듬고, 요우는 자택으로 돌아갔다.
거실에 앉아 캐리어에서 레코더를 꺼낸다.
"다소의 트러블이 있었지만, 무사히 새로운 집에 도착했다....그 논문을 계속 쓰려고 한다... 그러기 위해,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을듯한 벽지에 온 것인데...."
입으로는 그렇게 말했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무거운 권태감에 덮쳐진다.
새로운 집에 도착해, 외적을 내쫓은 것으로, 축적된 피로가 빠져나온다.
"아무래도 기운이 빠진 것 같다.... 강렬한 수마에 덮쳐졌다... 어쩔 수 없지, 한숨 돌리고.... 아니, 한숨 자는건....가, 이런 곳에서 자면 하우스 다스트가 걱정.... 다니도...."
레코더를 쥔 손이, 마루에 떨어진다.
그렇게 사도 료우는, 먼지가 쌓인 마루에 얼굴을 떨어트렸다.
1*4
벌떡 몸을 일으키면, 요우는 어둠속에 있다.
팔에 간지러운 감각이 있다. 보면, 다리 긴 거미가 자신의 팔에 붙어있다.
"으와아아아아악!"
팔을 휘둘러, 홱 물러선다. 그 자세로 뒷머리를 벽에 강타해 버린다.
"쿠오오오오오옷!"
머리를 누르고, 뒹굴뒹굴 구른다. 그러면 지면이 사라졌다.
"캬악!"
충격이 뒤통수를 습격한다. 순간 호흡이 멈춘다. 아무래도 열어둔 거실 창에서 뜰로 떨어져 버린 모양이다.
"큭.....누으으으으"
고통에 얼굴을 일그러트리고, 일어선다.
눈앞에, 풍화된 던전이 있다.
아니, 달라. 바닷바람에 풍화된 철근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단층집이다.
틀림없는 요우의 새로운 집이다.
"망령보다도 고블린과 조우할 듯한 집이다. 전화부만 있으면 전사와 마법사의 배송도 가능한 것인가"
그 자리에 있어도 어떻게 할 수 없어. 의지를 굳히고 창에서 거실로 뛰어든다.
"핫!"
전 방향 낙법 자세를 취해, 재빠르게 천장에 손을 뻗는다. 형광등에서 늘어뜨려진 끈을 잡아당겨, 밝게 점등하는데 성공한다. 그 후도 "핫!" "훗!"하고 각 방, 세면대, 주방을 밝혀간다.
"...후으"
집 안의 조명을 켜고 겨우 일단 안심.
하지만 직후, 팟하는 소리가 나고 집안이 새까매진다.
"캬아아아악!"
주방에 돌진해, 떨어진 차단기를 칠 듯이 올린다. 다시 불이 켜지지만 바로 꺼지지 않게 거실 이외의 형광들을 끈다.
"좀 밝게 만든 것 만으로 전력을 차단해버리다니! 푸큭! 믿을 수 없어! 이 땅은 정말로 문명사회인가?"
시급한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 라고 할까, 개선이 필요없는 방이 하나도 없다.
"이런 건 인간이 살곳이 아니야... 조금이라도 빨리 자가 발전기를 설치하지 않으면--- 아니, 세큐리티 쪽이 먼저네. 내가 아무런 주의도 없이 졸다니... 자는 사이에 습격받았다면, 지금쯤 통구이가 돼 있을 거야"
열려있는 창을 닫는다. 필연적으로 실내가 더워진다.
굴러간 리모컨을 주워, 냉방 전원을 넣는다.
기계는 무반응이다.--- 망가진 것 같다.
"기대는 안 했지만! 푸큭!"
리모컨을 바닥에 던지고 실내를 돌아본다.
"전력차단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데 공기조절기능까지 되지 않는다.--- 대충 본 느낌으론 도청기나 도촬 카메라가 없는 건 다행이네. 긴장을 늦추면 그 나라는 바로 나를 감시하려고 하니까. 평범한 사람이 천재의 동향을 신경 쓴다고 하나, 프라이버시룰 쓸데없이 파고들지 않는 것 만으로도, 이런 시골에 온 보람이 있다고 하는 것이다"
요우의 배가 울었다. 캐리어에서 영양제가 들어간 병을 꺼내 안에 들어간 알약을 씹어먹는다.
"하지만 이 더위는 참을 수 없네. 샤워라도 해서, 체온을 내리자"
옷을 벗어버리고, 욕실--- 이제 글자를 쓰는 것도 쓸데없이 됐다. 욕실에 들어가 샤워한다.
○. 1초후, 요우는 액션 영화처럼 욕실에서 굴러 나왔다.
"캬아아아아악! 차가워! 게다가 색이 갈색!"
가스가 아직 들어오지 않는 모양이다. 하지만 이 시간, 철제 수도관을 쓴 것이, 대량의 녹이 섞여 나왔다.
가방에서 꺼낸 바스타올을 두르고, 소리 높여 우는 요우.
"이제, 싫어어어어어! 미국으로 돌아가고 싶어어어어어!"
"시끄럽네에에엣!"
돌연 거실 창이 열렸다. 숏컷의 인물이 뜰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꺄아아아아!"
요우는 얼굴이 뜨거워져, 타올로 몸을 숨긴다.
"소녀냐! 어라, 여자? 아니, 남자?"
선전 포고도 없이 습격해온 것은 장신의 소녀였다. 소매 없는 핫 패션으로 들이닥친 기다란 손발은 해빛에 타 있고, 짧은 검은 머리가 빛을 반사해 반짝이고 있다.
"뭐, 뭐하는 녀석이냐, 네놈! 여긴 내 집이라고! 용무가 있다면 벨을 울려! 전쟁이 목적이라면 성명과 전쟁일시를 문서로 제출해! 그것도 아니라면 불법침입으로 통보한다! 이런 섬이라도 경찰관계자 정도는-- 이런! 전화가--- 통보수단이 없어! 조, 좋아, 말로 하자! 이, 일본어는 통하는 건가?"
"이 정도로 경찰관이 올까! 의미를 모르겠네, 옆에서 시끄럽다고! 모처럼 보고 있던 드라마 분위기가 엉망--- 아니, 왜 창을 닫고 있는 거야?"
섬사람인 소녀는, 어째선지 화나 있는 것 같다. 샌들을 벗고 툇마루로 들이닥친다, 요우는 주방으로 도망쳐 급히 옷을 입는다.
"그, 그만둬! 강도가 들어오면 어떡해!"
"그런 대단한 게 이런 데 들어올까!"
"캬아아아악!"
"이번엔 뭐야!"
"나방! 나방이 집안에! 뭐야 이거, 엄청커어어어! 총...! 숏건은 어딨어! 이런, 이 나라엔 들고오지 않았어---"
허둥대는 요우를 무시하고, 소녀가 요우의 캐리어를 붙잡아 휘둘렀다. 메이저 리그에서도 통할듯한 스윙으로 캐리어가 나방을 밖으로 날려버린다.
"네.노.옴! 그 가방을 내 사물이라고! 캬아아아아악! 인분! 가방이 인분투성이로! 천이백 달러였던 가방이!"
"잘 보지 않으면 더럽지도 않은데, 이 방! 좀 쓸지? 빗자루는? 아아 정말 밖에 있는 거라도 좋아!"
소녀가 혼자 잘난 체 입구나 세면대를 둘러보고, 밖에서 빗자루를 가지고 왔다.
"어, 어이 쓸데없는 짓 하지 마! 지금 당장 여기서 나가! 아, 이봐, 청소를 시작하지 마! 애초에 너는 대체 누구야! 어이, 말들 들어! 말이 통하지 않는 건가? 아-.... 여기, 내 집, 네 집, 여기, 아냐"
현명히 대처하면 겨우 소녀가 뒤돌아봤다.
그 손에 있는 빗자루를 보고, 후퇴하는 요우. 아까 본 스윙이 뇌리를 스친다.
"포, 폭력, 그만둬. 난, 적, 아냐"
"평범하게 일본어 통해"
뺨을 부풀리는 소녀.
"그, 그런가. 다행이다. 그렇다면 먼저, 서로의 신원을 밝히는 걸로 시작하지 않을까. 너는 대체 누구냐"
"하마요지 리쿠. 옆집 사람이야"
그렇게 말하고, 헤죽하고 밝게 웃음을 띠는 소녀. 잘 보면, 그 짧은 머리는, 곱슬 같다. 여기저기 작게 뻗쳐있다. 나이는 요우와 비슷한 정도겠지. 화장기는 없지만, 피부에는 탄력이 있고, 스포츠 선수 같은 균형 잡힌 스타일을 하고 있다.
예상외로 우호적인 태도에 당황하며, 요우도 이름을 댄다.
"나는 사도--- 앗, 본명은 위험하다, 그러네, 도쿠면 돼. 익숙한 별명이니까"
"왜 본명이 위험한 거야?"
"개인적인 사정이다.-- 자기소개가 끝났으니까, 먼저 무장해제를 요구한다."
요우가 빗자루를 가리키면 리쿠가 머리를 갸우뚱했다. 의미는 통한 듯, 탁하고 그것을 놓는다.
미지의 위협에 대한 교섭 제1보로서는 더할 나위 없다.
"좋아. 그럼 이번엔 그쪽의 요구를 들려주지 않을래"
"리쿠의 요구?"
섬사람의 생태를 하나 밝혔다. 이 땅의 암컷은 자신을 자신의 이름으로 부르는 모양이다.
"그래. 하나씩 서도의 요구를 들어줘, 신뢰관계를 않겠는가. 이건 농성범과의 교섭술로도 쓰이는 수법이고, 원숭이 조교로도 쓰인다고"
"원숭이?"
"말장난이야. 뭐, 앉아. 키 큰 여자에게 내려다보이는 건 만핫탄 만으로도 충분해. 자아, 요구는 뭐야?"
리쿠는 순순히 그곳에 앉았다. 요우도 앉아, 정면에서 마주 본다.
"요구라니, 처음에 말한 대로야. 한밤중에 떠들지 마. 근처에 민폐니까"
"소음에 대한 불평인가. 알았다. 선처하지"
"아, 그리고 여기에 살 거라면, 청소 정도는 하지?"
"기다려, 다음은 이쪽은 요구를 낼 차례다"
"귀찮아...."
"지금 당장, 여기서 나가. 여긴 내 집이고, 네가 들어오는 것은 인정하지 않아, 미국이었으면 총 맞아도 불평 못 하는 상황이라고"
"여기는 미국이 아니라, 오키나와야. 그럼 다음은 이쪽? 청소해"
"이쪽의 요구를 무시하고, 다음 요구인가. 아직 룰을 이해 못 한 모양이네. 됐나, 내가 요구한다. 네가 요구를 받고. 그 다음, 네가......"
요우는 몸짓과 손짓을 교차해 설명한다. 여기까지 지능레벨이 낮은 상대에 게 여러 가지를 가르치는 건 처음이지만, 상대를 개나 고양이로 생각하면, 할 수 있겠지.
한동안 이야기를 듣던 리쿠가 지긋지긋한 표정으로 한숨을 쉬었다.
"이상한 사람이네...."
"무슨! 누가 이상한 사람이냐! 나는 무엇하나 이상한 행동을 하지 않았다고! 타인의 집에 갑자기 밀어닥치는 사람이 말하지 마!"
"네 네, 그렇게 말한다면 나가줄게"
"귀찮은듯한 얼굴하지 마! 귀찮은 건 이쪽이라고!"
리쿠가 일어서, 나가려고 생각하다, 요우의 얼굴을 빤히 바라봤다.
"뭐, 뭐야, 또 뭔가 용무냐?"
"너, 몇 살?"
"초대면에 나이를 묻다니 실례인 녀석이네. 하지만 매너를 설명하는 시간도 쓸데없네. 난 다음달에 16살이 된다. 그게 어쨋냐"
"와, 같은 나이? 연하라고 생각했어!"
"그런가, 어디서 어디까지 실례인 녀석이네"
"어느 학교에 전학 갈 거야? 카데나 고등학교라면 리쿠랑 같아"
뭐가 즐거운지 소녀가 눈을 빛낸다.
"전학? 아아---"
이렇게 오해받는 건 오랜만이다. 미국에서도 초대면인 상대에게는 외견과 나이 탓으로 중학생으로 오해받기도 한다.
"나는 고등학교는 가지 않아. 이미 졸업했으니까. 덧붙이자면 대학도 옛날에 박사과정을 수료했어. 몇 개의 학과도 말이야"
".....?"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라고 소녀의 얼굴에 쓰여있다.
훗, 하고 콧소리로 웃었다. 평범한 사람이 자신을 이해하기에는 말로는 부족하겠지. 가방에 손을 찔러넣고 "윽...."하고 나방의 인분에 기가 죽으면서도 깊숙이 넣어뒀던 재킷을 당겨 빼낸다.
"펜실베이니아 주 필라델피아에 있는 펜실워니어 대학 사상 최연소 교수로, 미국 정부 공인의 군사 고문이나 왕가 기관의 어드바이스로 많은 공적을 남긴 천재---"
검은 바탕의 미 해군의 공식 예복이다. 소매를 통하는 어깨의 하오리인 그것은 10을 넘는 수의 훈장이 덕지덕지 붙어있다.
"이제까지 허다한 국가적 위기, 그리고 세계의 위기를 구한 영웅, 사도 요우는 나다."
팔짱을 끼고 히죽 웃는 요우.
리쿠가, 멍하니 멍청한 얼굴로 일어선다.
"....."
"실례. 방금 말한 이름은 잊어줘, 난 닥터--- 도쿠로 부르면 돼"
"...."
"나는 어떤 논문을 완성하기 위해 조용한 환경에 몸을 둘 필요가 있었다. 그게 이 섬에 온 이유다. 하지만 나는 누구에게도 생활을 방해받고 싶지 않아. 알았나?"
"으,응"
고개를 끄덕이며, 리쿠가 어깨를 으쓱인다.
"그래서, 도쿠는 어느 학교로 전학 가는 거야?"
".... 일본어가 통한다는 건 거짓말이었나"
이 섬의 주민에겐, 요의 입장이나 지위는 이해 범주 외인 모양이다. 있을 곳을 잃을 재킷을 주섬주섬 가방 깊이 넣어버린다.
"뭐어, 그런 직위도 과거의 영광..... 거짓말 밖에 되지 않지만"
자조하는 듯이 웃는 요우.
천재라고 불린 과거나, 영웅이라고 칭송받던 경력도 전부 버린 후다.
아니 버렸다고 말하는 것보다, 마지못해 사라진 것이지만---.
"너 같은 게 대학 선생일 리가 없고. 아무리 말해도 그런 거 믿을 정도로 바보는 아닌걸"
그렇게 말하고 웃는 소녀는, 멍청한 얼굴 그 자체다. 괜히 머리가 아프다.
"쳇, 이래서 교양 없는 꼬맹이는 싫다고. 나랑 이야기 하고 싶다면, 적어도 석사 이상의 칭호를 취득하고 관리직 실무 경험을 3년 이상 쌓은 다음 부탁한다. 앗, 썩을 재킷 소매가 조금 구겨졌다."
"같은 꼬맹이끼리야.--- 꼬맹이라고 하면, 부모는 어디 있어?"
실내를 둘러보고 소녀가 말한다.
재킷을 끝낸 요우는 탄식한다. 빨리 나가줬으면 하는데, 옆집에 사는 소녀는 쓸데없는 수다를 소망하는 것 같다.
"부모 따윈 없어. 이 집에 사는 건 나 혼자다"
"엑?"
"왜 그렇게 놀라"
"에, 그럼... 밥이라던가, 어쩔거야?"
"네 눈에는 내가 천재가 바보로 보이는 모양이네. 내 몸은 내가 돌봐. 영양섭취는 부자유스럽지 않아"
말하고, 가방에서 영양제가 들어간 병을 꺼내 소녀에게 보여준다.
리쿠는 또 놀란 것 같다. 어째선지 그녀가 그런 눈으로 의심스럽게 바라보는 것인가, 그녀가 놀라는 포인트를 이해할 수 없다.
"그런 걸론 안돼! 제대로 된 걸 먹어야지!"
리쿠는 미간을 찌푸렸다. 새빨간 타인에게 여기까지 참견할 이유는 없다. 마음이 늘쩡한 리쿠라고해도, 참는 데 한계라는 게 있다.
"불법침입한 끝에 내 영양상태까지 간섭당할 다음은 없어! 됐으니까, 빨리 여기서 나가! 민폐다!"
"뭐야, 그 말투! 이쪽은 걱정하는 건데!"
"어떻게 된 거냐... 이런 야만스런 꼬맹이에게 걱정 받다니! 설령 녹슨 물로 샤워해도, 거기까지 몰락한 기억은 없어! 나는 누군가에게 걱정 받고 싶지 않고, 그럴 필요 없어! 누군가의 도움을 받은 적도 없어!"
"거짓말 하지 마! 아까까지 울것 같은 목소리로 부르짖은 주제에!"
"그, 그건 별로 도움을 구한 게 아니야! 자신의 처신을 한탄한 것 뿐이다! 이제 그만 나가지 않으면, 힘으로 쫓아낸다!"
"뭐야! 해볼까!"
"비, 빗자루를 들지 마! 제, 젠장, 총만 있으면....!"
잠깐 서로 노려보는 두 사람.--- 정확히는 리쿠가 빗자루로 위협해, 조금씩 방구석으로 몰려가는 모습이지만.
교착상태에 먼저 움직인 사람은, 소녀였다.
"흠! 좋아, 멋대로 해! 바보!"
말하고, 리쿠가 툇마루에서 뜰로 나간다.
겨우 나갈 마음이 든 건가-- 하고, 멍해진 잠깐 동안. 리쿠가 이쪽을 돌아봐, 헤죽하고 부드럽게 미소를 띠었다.
뜻밖의 기습에 요우의 가슴이 두근 하고 울었다.
"뭐ㅡ뭐야.....? 이제 와서 환영의 말이라도 할 셈인가? 뭐, 뭐어, 그쪽이 호의적인 태도로 맞이해준다면, 다소의 무례한 짓을 해도---"
"말해 두겠는데 그 집..... 나온다고"
"엑"
"후하하하하핫! 잇는 힘껏 무서워해도 돼! 리쿠는 목욕하고 잘 거야!"
"쓰, 쓸데없는 짓으으으을! 어찌나 음습한 녀석이야! 난 섬세하다고!"
절규하는 요우를 곁눈질하며 리쿠가 크게 웃으며 달려간다.
소녀가 사라지면, 정적이 거실을 지배한다.
"흐,흠. 나온다니, 뭐가 나온다는 거냐. 이 몸이 비상식적인 존재를 믿을 거라고 생각한 건가, 바보녀-- 힉!"
거실 구석에서 들린 어떤 소리에 깜짝 어깨를 움츠린다.
바닥을 구르는 영양제 병이 벽에 부딪힌 것이다.
쥐죽은 듯이 고요한 거실에서 일어서, 침을 삼키는 요우, 천장에서 아른거리는 형광등이, 지이잉하고 낮은 소리를 내며 순간, 점멸했다. 미지근한 바람이 뜰에서 불어온다.
".....그,그래! 논문을 계속 쓰면! 그것을 위해 이런 곳에 온 거니까! 확실히 수면을 취했고 기력도 충분해!"
커다란 혼잣말로 정적을 부수며, 가방에서 종이 다발을 꺼낸다. 이미 가는 문장이 쓰여있는 그것을, 셀로판테이프로 거실 벽에 붙인다.
"화이트 보드가 없는 건 불편하네"
요우는 PC로 쓰는 것보다도, 손으로 쓰는 문장이 좋다. PC에선 화면에 비추는 정보량에도 한계가 있으니까 다. 일단, 아날로그 문장이면, 공간이 허용하는 한 동시에 대량의 정보를 시야에 넣는 게 가능하다. 재적해있던 대학의 사실에는 6대의 화이트보드가 놓여있다.
처음에 벽에 붙인 것은, 커다란 단어를○으로 묶은 종이다.
이것들의 논문 메인테마.
거기에는, 이렇게 쓰여있다.
"파괴자"----.
계속해서 다른 종이를 붙여가면, 벽 한 면이 채워졌다.
마지막 한 장을 다른 벽에 붙인다.
거기엔 물음표가 붙은 영어.
"세계가 끝날 때까지, 앞으로 얼마 정도인가?"----.
파멸을 노래하는 한 글자가--- 얄궂게도 요우 자신의 파멸을 불렀다.
"....."
현시점에서 완성한 논문을 늘여서 끝낸다. 후으, 하고 요우는 한숨을 쉬었다.
사는데 익숙해진 미국에서 떨어져, 이런 시속에 온 것은 바캉스가 목적인 게 아니야. 열중증에 걸렸다가, 야만스런 이웃사람과 말싸움을 하기 위해서도 아냐.
모두 이 논문을 완성하기 위해서다.
"세상을 구하는 것은, 세상에서 단 하나... 이 몸이다"
벽을 매운 종이에는, 헤아릴 수도 없는 분량의 문장과 계산 식이 쓰여있다. 하지만, 이걸론 부족해. 이 논문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수배의 이론과 계산 식이 필요하겠지.
자신의 사명을 생각해내고, 백지의 종이에 계속 글을 써내려 가려 했을 때었다.
"--- 힉!"
자잣하고 등 뒤에서 이상한 소리가 났다.
뜰을 바라보면 거기엔 아무것도 없다. 그저 바람 소리 였던 모양이다.
그러면 이번에는, 안에 있는 일본식 방에서 어떤 소리가 났다. 몸을 움츠리는 요우.
그저 집울림이겠지.--- 그런 게 틀림없어.
"....."
논문에 집중하기위해 정적을 지키면, 도리어 작은 소리가 신경쓰인다.
집 안 여기저기에서. 때론 뜰에서.
곤충이 와삭거리는 소리 마저도, 요우에게는 망령이 살며시 다가오는 발소리로 들렸다.
"썩으으으으으으으을! 그 계지이입! 쓸데없는 소릴 하지마아아아앗! 조금도 집중할 수 없잔아아아아아아아앗!"
양 주먹을 바닥에 부딪쳐 의욕을 잃는 요우. "시끄럽네에에에!"하고 들은 적 있는 목소리가 옆집에서 들렸다.
"....... 미국으로 돌아가고 싶어....."
펜실베이니아 주에서, 멀리 떨어진 이국의 땅.
카데나 마을에서의 생활은, 강렬한 홈시크와 함께 시작했다.
2*1
요우의 경력은 절정에 이르렀다.
이 사회에서 가장 경비가 엄중한 밀실에서 한 회의가, 그 절정이라고 해도 좋겠지.
방 중심에 놓인 원탁에는, 장년의 얼굴이 늘어서 있다. 정장이나 군의 예복으로 몸을 두른 남녀로 백발이 눈에 띄지만, 그들의 눈빛은 누구나 노련한 날카로움을 숨기고 있다.
장소에 어울리지 않는 젊은 요우도, 정장을 입고 있다. 옷에는 물론 훈장뿐인 예복이다. 망토 같은 어깨의 하오리는, 자신의 평소 스타일이다.
대형 슬라이드 앞에서 해설을 끝내는 요우.
"파괴자"---.
그 문장을 의문스럽게 바라보며 밀실 안이 아주 조용해졌다.
당분간 그러다, 요우를 비난하는 소리가 집중됐다. 원탁에 앉은 얼굴들은 어깨를 으쓱이고, 머리를 좌우로 흔드는 사람도 있다.
요우의 논문은--- 너무나 뜻밖이다.
고도의 이론과 계산 식에 기초한 지극히 현실성 높은 내용이었다. 하지만 요우 이외의 평범한 사람들에게 있어선, 그것은 레벨이 너무 높아서 우스꽝스럽게 비친 모양이다.
게다가, 그 논문은 아직 마지막까지 결론을 짓지 않았다.
미완성인 논문이었다.
조금이라도 빨리 국가규모로 대책을 세우기 위해, 발의를 서두른 결과였다.
비난과 웃음소리를 받으면서, 요우는 원탁 중앙에 있는 남자를 봤다.
세상에서 최대의 권력과 영향력을 가진 남자다. 지금, 요우가 있는 "백악관"의 주인이기도 하다.
그 남자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로, 요우의 강의를 평가하는 회의가 개시됐다.
그중에는 요우를 지지하는 사람도 있다. 특히 철사같이 가는 실루엣의 남자가 요우를 감쌌다.
원탁에 앉은 누군가의 보좌관이다.
요우의 팬이겠지. 셀 수 없는 공적을 자랑하는 요우에게는, 세상 속 어디에나 팬이 있다.
하지만 팬의 원호도 쓸데없었다.
요우는 "백악관"에서 추방당해 타락을 시작한다.
들리는 것은 요우에 대한 험담 눈에 들어오는 것은 모멸의 시선.
요우에게 주어진 대학 사실은, 역대 교수 중에서 최고의 실적을 가진 자가 사용했던 유서 있는 곳이었다.
요우는, 그 사실이 불타오르는 것을 지켜봤다.
책상이나 의자가 역대 교수가 새겨진 벽의 낙서가, 마음에 들었던 소파와 커피 메이커가, 그리고- 그의 논문이 불타 사라지는 것을 바라봤다.
그 뒤, 요우는 대학을 떠나, 그 나라를 뒤로했다.
명예를 잃고, 비웃음 받으며, 아래로 굴러떨어진 패배한 개.
모든 것을 잃은 비참한 영웅.
하지만 나라를 떠나는 그의 입가에는--.
어째선지 온화한 미소가 띠어있었다.
2*2
뭔가가 두드리는 소리로, 요우는 꿈에서 현실로 끌려왔다.
표정근을 눈에 잔뜩 써서 불쾌함을 떨치고, 몸을 일으킨다.
눈 부신 햇살이 요우의 망막을 자극한다.
"노라... 오늘 커피는 할 수 있는 한까지 짙게 해줘---"
낮은 소리를 내고, 자신이 처한 상황을 기억해 낸다.
먼저 눈에 비친 것은, 금 간 벽과 먼지투성이인 바닥이다. 자기 전에 담요 대신으로 쓴 셔츠는 거실 구석에서 피레네 산맥 흉내를 내고 있다.
요우는 바닥을 손으로 만지작거리고, 레코더를 붙잡는다.
"8월 12일, 새로운 집에서 첫 아침을 맞았다. 너무 상쾌하고 천국에 불려온 것 같다."
전신이 땀투성이로, 최고로 기분 나빴다.
더워.
그냥 있어도 기온이 높은데, 창을 닫고 있으니 더욱더다. 야만스런 옆집 사람의 습격에서 몸을 지키기 위해서 내일부터는 생각을 고치자. 이 더위는 생명에 직결된다.
"꿈을 꿨어... 이 열악한 환경이, 이의 없이 과거의 영광을 생각나게 하는 거겠지. 특히 선명한 것은, 그때의 관경이다..... 그래, 화이트 보드의---"
일어나서, 문득 어느 것이 생각났다.
선명한 꿈이다.
그래, 슬라이드에 비친 논문에 도달하기까지, 확실히 알 정도로.
"'파괴자의 출현' 꿈속에서의 그 논문은---"
각성한 참이라 아직 의식이 혼란하다. 머리를 누른다.
. . . . . . . . . . . . . . . . . .
"여기에 있는 논문의 끝이 쓰여 있었던 것 같은......."
벽을 본다.
아직 쓰는 중인 논문이, 그곳에 있다. 습기 탓에 종이 끝이 둥그렇게 말려있다.
"그때 썼던 것은 미완성의 논문... 제대로 완성하면 나를 비웃었던 바보 자식들도 눈을 뜨게 할 수 있을터다... 그렇게 생각하고, 조용한 곳으로 논문을 완성시키기 위해....."
아직 뭔가 두드리는 소리가 난다.
똑똑하고 그 소리는 커진다. 그래도, 요우는 바로 옆에서.
"뭐어, 신경 써도 쓸데없나. 꿈 따윈. 모순의 대명사 같은 것---"
소리가 신경 쓰여, 뒤를 돌아본다.
요우는 조각상처럼 경직했다.
"..."
거실 창에, 밖에서 수수께끼의 생명체가 달라붙어 있다.
머리와 얼굴에 수건을 두르고, 팔에도 수건을 두르고 있다. 어깨에서도 수건을 늘어트리고 있다.
수건 틈에서 엿보이는 푸른 눈동자와 시선이 맞았다. 창문을 격하게 두드린다.
"- 캬아아아아아아아악!"
꼼짝 못하는 상태에서 벗어나, 요우는 벽까지 후퇴한다.
"이, 이 녀석, 그 아이스크림인가 하는 걸 강매한.....! 뭐, 뭐야 그 대금은 부족함 없이 강도질이라도 하려는 건가! 이런, 도망칠 곳이 없어!--- 썩을, 왜 이 나라는 총 소지를 허락하지 않는 거야! 어제도 적어도 3번은 필요한 상황에 빠졌다고!"
수건을 두른 것이 창을 두드리고 있다. 자력으로 창을 파괴하려는 듯한 모습이다.
"우왁,우와아아! 겨,경찰! 아니, SWAT를 불러야--- 아악, 전화가 없어! 누, 누군가아아아!"
"그러니까, 시끄럽네!"
수건을 두른 것을 밀치고 본적 있는 얼굴이 창밖에서 나타났다.
옆에서 사는 그녀, 하마요지 리쿠다.
"너, 넌! 그 녀석은 친구인가! 잘됐어, 통역해! 여긴 네가 원할 만한 먹을 것이나 값어치 나가는 건 없다고!"
"됐으니까, 조금 열어. 괜찮아, 아무것도 아니니까. 그렇게 쫄지마"
"아침부터 수건을 두른 괴물에게 깨워진다면 누구든 쫀다고! 그럼 이것도 네 짓이냐! 어제도 너 때문에 아침까지 자질 못했다고!"
"생각한 것보다 소심한 사람이네! 그건 사과할 테니까, 조금 열어줄래?"
"거, 거절한다! 나는 테러리스트완 교섭하지 않아! 위협에도 굴하지 않고 자존심을 걸고 전면 거절을---"
"아- 정말, 귀찮은 인간이야-. 테루, 쳐, 치라고!"
"라져!"
"그, 그만둬어어어어! 부서져! 부서져!"
양측의 대치는 수 분후--.
너무 두드려서 틀에서 떨어져 나간 창에서, 리쿠와 수건을 두른 것이 진입하는것으로 끝이 났다.
2*3
오키나와 이주 이틀째의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었다.
자택을 나오면, 눈앞에 펼쳐진 바다가 푸르게 반짝이고 있다. 오늘은 바람이 약한 탓인가, 어제보다 흰 물결이 보이지 않아.
작은 모래사장 끝에는, 소나무가 한그루 서 있다.
어제는 주변 경치에 눈을 돌릴 여우가 없었지만, 다시 보면 자택 주변에 다채로운 식물이 자라고 있다. 집 앞을 달리는 도로변에는 파인애플과의 생물이 살고, 주거지 여기저기에 국화과 고사리 같은 종류의 화초도 보인다.
"식사를 권하려 왔다면 처음부터 그렇게 말해! 그것만으로 창을 부수고"
요우는 바다에 등을 향하고 주거지의 비탈길 위에 올라선다. 리쿠와 수건을 두른 것도 함께다.
"아무래도 너무 겁낸다고. 도쿠는 소심한 사람이네-"
"그런 정체 모를 생물이 창을 밀고 있으면 누구라도 적의 습격이라고 생각한다고!"
"생각 안 해"
"애초에 쓸데없는 이야기야. 나는 타인의 도움 따윈 필요 없다고 말했겠지"
"아무래도 그런 이상한 약만 먹으면 몸 망쳐. 가까이에 우리 가게가 있으니까 거기서 제대로 된걸 먹는 게 좋아"
"이상한 약이 아냐. 영양제다, 하지만, 과연. 자신의 가게 선전이란건가. 귀찮지만 거절하는 것도 귀찮으니, 부득이 하군... 부득이 하지만, 그래서, 그--- 그 녀석은 대체, 뭐하는 녀석이야. 근처 전투민족인가 뭔간가?"
요우가 쭈뼛쭈뼛 타올을 두른 것을 보면, 그녀석도 이쪽을 봤다.
"테루야"
높은 목소리로, 무뚝뚝하게 말하는 수건 소녀.
"테루야......? 어니, 여자. 번역해"
"여자가 아니라, 리쿠야. 그리고 잘난 듯이 말하지 마. 자, 테루. 너도 그거 벗고 제대로 자기소개해!"
리쿠가 소녀에게서 수건을 뺏는다.
그러면 수건 괴물이, 원피스 차림의 작은 소녀로 변신했다.
새하얀 피부에 푹신푹신한 긴 금발. 나이는 요우보다 한살인가 두살 아래겠지. 미국 가정극에서 뛰쳐나온 듯한, 귀여운 백인 여자아이이다.
"바우스필드 테루!"
리쿠에게서 수건을 다시 빼앗으면서, 소녀가 말했다.
일단, 자기소개를 하게 할 생각인 것 같다. 수건을 다시 얼굴에 두르고, 손을 내민다.
"돈"
"어째서냐!"
"테루의 귀여운 얼굴을 봤으니까 요금! 오백 원"
"용돈 정도의 생생한 금액을 요구하지 마! 보고 싶어서 본적도 아닌데 쫓아버릴까! 나는 어린애 취미가 아냐!"
"하아? 테루는 어린애가 아니고! 상처 입었고! 천원! 지갑 내놔!"
지갑을 들고 맞붙는 요우와 테루.
"테루는 아버지에게서 배운 격투기 쓰지 마"
리쿠가 그렇게 말하고 중재에 들어간다.
"자-아, 테루. 초대면의 사람에게 돈 뺏으면 안 돼. 항상 말하잖아"
"항상 그러는 건가! 무서운데!"
"조금 돈이 정말 좋아하지만 나쁜 애는 아니야. 사이좋게 지내줘. 아, 덧붙여서 저 수건은 햇빛에 타는 거 방지를 위해서라고"
경박하게 웃는 리쿠와는 대조적으로 수건 소녀-- 테루는 실망한 모습이다.
"대단한 선생이라고 해서 기대했는데, 가난뱅이고.... 하아, 실망이고"
"나는 가난뱅이가 아니고, 네가 꼬맹이잖아!"
"아- 정말, 싸우지 마!"
리쿠가 또 중재하려고 하나 무언가를 깨달았다.
"아, 하르방, 안녕하수꽈"
본 적 있는 노인이 비탈길에서 내려왔다.
어제, 모래사장에서 얼굴을 맞대고 무언으로 사라진 노인이다. 변함없이 오이 같은 얼굴이다.
"안녕"
노인이 웃었다. 이쪽과는 다른 호응을 하며 잔 돌멩이에 걸려 넘어질뻔 하고 비틀거린다.
"왁, 하르방, 괜찮아?"
"집까지 데려다 줄까?"
리쿠는 어쨌건, 테루까지 노인의 시중을 들며, 걱정하는 듯한 얼굴을 한다.
"이 정도로 걱정하면 안 돼. 오늘은 무릎 상태가 나빳던 거야. 걱정 없어"
커다란 입을 벌리고 웃곤 다시 걷는 노인. 그 눈이, 히끗 요우를 봤다.
"?"
하지만 요우에게는 아무 말도 없이, 그대로 비탈길을 내려보내고 말한다.
"너희랑 아는 사인가?"
"이 근처 사람은 전부 아는 사이야-. 그런데 그 하르방도 도쿠의 이웃이야. 리쿠랑 정 반대편 이웃이야."
"그저 근처 이웃치고는 굉장히 친했으니까"
"이런 건 보통이고"
이상힌 듯한 얼굴을 하는 테루를 보고, 요우는 이해한다.
"노인을 공경하는 풍습이 있는 건가. 벽지 풍습엔 흔히 있으니까"
"벽지라고 말하지 마. 도쿠가 살던 데랑은 달라?"
리쿠가 물으면 요우는 코웃음 친다. 사람스레 비탈길을 올라간다.
"토지 이전에, 지위나 돈에 집착하는 더러운 노인을 잔뜩 봤으니까.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새삼스래 공경할 마음은 없어"
"후음. 그래도 나중에 제대로 인사해둬. 도쿠의 앞에 살고 있는 하르방도 사이좋아지면, 분명 좋을 거야"
"홈 파티에 불러서, 같이 마시멜로를 굽기라도? 흐음, 집지키는 개는 강도보다 이웃집에 자주 짖는 것이다"
멍해지는 리쿠와 테루.
"......?"
"즉. 입이 옆에 있으면 트러블도 많고, 대개는 친해지지 못한다는 의미다.-- 하아, 정말이지, 선뜻 충격이라고 말 못해. 앞으로 교양 없는 사람관 말하고 싶지 않아"
"리쿠 언니. 이 녀석 패도 돼?"
"으, 으-음... 조그만 상황을 보자"
이윽고 세 사람은 가느다란 차도로 왔다.
요우가 나하 공항에서 걸어온 국도는, 더 끝에 있다. 자동차로 혼잡한 국도완 달리, 이쪽은 거의 차가 달리지 않는다.
비탈길을 돌아 차도로 들어오면, 바로 쿠키 상자 같은 작은 건물이 나타난다.
상점에는 자동판매기가 5대 들어서 있고 뭔가 장대가 서 있다.
정면에 도착하면, "미소라 상점"이라는 페인트칠 된 점포 이름이 보인다.
"여기가 우리 가게야"
리쿠가 웃었다.
가게 옆에 자갈을 깔아놓은 공간이 있다. 주차장이겠지. 좌측에는 간이식 지붕이 펴져 있고, 의자와 테이블이 놓여있다.
경사면인 가게 뒤편에는 펼쳐진 바다가 보인다.
"그런가. 그럼 가게 안을 보지--"
리쿠의 가게에 들어가려다 출입문에 머리를 강타한다. 이마를 누르고 주저앉는다.
"왜, 왜 그래 도쿠. 갑자기 문에 돌진하고"
"아하하! 바보네!"
"자, 자동문이 아닌 가게와 조우한게 오랜만이였던 것 뿐이다"
일어서서, 다시 한번 가게에 들어간다.
점내는 쿨러가 틀어져 있다. 문명적인 기온에 안심하고, 가게안을 둘러본다.
외견을 보고 알았지만, 안은 좁다. 덤으로 조금 어둡다. 선반에는 봉지에 들어간 과자나, 세제 휴지 같은 생활용품이 들어서 있다. 통로를 만들지 않은 것인지 곤란할 정도로 좁다. 안에는 낡은 카운터와 오래된 레지스터가 있다.
"어서 오세요"
카운터에 여성이 나타났다. 나이는 40세 전후인가. 계란형의 얼굴에 얇은 어깨, 검은 머리를 뒤로 묶고 있다. 아시아틱한 풍모지만, 짤랑짤랑하고 목에 걸은 목걸이와 꽃무늬 원피스의 센스는 조금 모자란다. 그녀가 점주겠지.
"아아, 너희들 말이야"
리쿠와 테루가 거리낌 없이 점주에게 말을 건다.
"엄마, 이게 어제 말한 도쿠야. 뭔가 먹여줘. 아, 리쿠는 야키소바"
"한턱내?"
"으-음 뭐, 됐나, 좋아, 엄마"
"네네, 오늘뿐이야"
"야호! 테루, 낙지볶음밥!"
"그쪽의 너는?"
"..... 오키나와 소바"
걸려 있는 메뉴 중에서, 무난한 것을 고른다. 처음 듣는 요리뿐이지만 '소바'라는 것은 워니가 통구이를 만들어낼 것 같은 해프닝은 아닐터다.
"기다려"
웃으며 점주가 카운터 안에 있는 통로로 사라졌다.
기다리라고 말해서, 요우는 기다리기로 한다.
하지만 리쿠와 테루는 기다리지 않았다. 재빨리 가게를 나가버린다.
상품을 늘어놓은 곳에서는 보이지 않았지만, 카운터 옆에는 아이스크림을 넣어둔 냉동고가 있다. 빌이 말한 냉동고도 있다.
좋은 냄새가 난다. 점주가 사라진 통로 안에서다. 거기가 주방 인것 같다.
당분간 그러고 있으면, 그릇을 가진 점주가 나타났다.
"자, 저 애들 것도 받아줄래?"
카운터에 놓아둔 것은, 확실히 소바였다. 돼지고기와 파, 분홍 생각이 올려져 있다.
"오늘은 첫 방문 서비스, 돈은 됐어"
미소로 말하지만, 요우는 지갑에서 화폐를 꺼내 대금을 지불 했다.
"그냥 말해본 핫도그가 반경 10미터를 휘감고 폭발한 이래, 그런 서비스는 거절하고 있어.--- 그래서 이것은, 여기서 먹는 건가? 너랑 마주 보고?"
"..... 그래도 괜찮지만, 밖에 의자랑 테이블이 있어"
"알았다"
요우는 젓가락과 자신의 소바만을 가지고, 가게 밖으로 나왔다.
의자로 향하면, 이미 리쿠와 테루가 앉아있다.
"우리 건? 벌써 됐어?"
"아아"
자기들의 식사를 가지러 가는 둘을 곁눈질하며 자리에 앉는다.
소바를 후루룩거린다. 가츠오부시 베이스의 국에 평평한 국수를 담근 심플한 맛의 요리다.
하지만, 덥다. 냉방이 안 돼는 실외에서 먹으면, 땀이 멈추질 않아. 메뉴에는 차가운 중국음식도 있었지만, 오이를 먹을 수 없어서 요우의 선택지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옆에는, 푸른 바다.
하늘에서는--- 굉음.
미군기지에서 날아온 전투기겠지.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을 수 대의 비행기 그림자가 일직선으로 빠져나가는 것이 보였다.
리쿠가 돌아오는 기척이 났다.
"먹지 못할 건 아니네"
더운데 소란스럽다는 최악의 식사 환경 속에서 요우는 한번 한숨을 흘렸다.
2*4
"그거 혼자선 못 가져가, 리쿠가 도와줄 테니까"
가진 돈을 몽땅 털어 구입한 상품 량을 보고, 점주가 말했다. 카드는 쓰지 않았다.
생활에 필요한 것을 고르면 많은 양이 됐다.
"필요 없어"
세면 용구나 샴푸, 티슈나 수건 같은 소모품이 주다. 그 외에도 미네랄워터나 컵, 냄비, 속옷, 컵라면이나 초코바, 여름용 이불도 샀다. 커다란 비닐봉지 4개에 나눠 담는다.
"그래? 조금 기다려"
점주가 카운터 안으로 들어간다. 짐수레를 가지고 돌아온다.
"이거 써. 다음에 돌려주면 되니까. 어차피 또 먹으러 올 거지?"
"수레가 있는데 카드가 없는가.... 그런데 에어컨이 고장 났는데, 수리 가능한 업자를 모르는가"
"아아, 단골이 있으니까, 보러 가게 할까"
"부탁해. 그리고 가스도 쓰고 싶어. 전화나 인터넷 같은 통신수단이 없으니까, 수배하고 싶어도 하지 못해"
"네네, 가스랑 전화도 말이지"
부담 없이 맡아주는 점주.
"아아, 그래도 에어컨은 시간 걸릴지도. 이 시기, 그런 업자는 바쁘니까"
"흠. 내가 고치는 게 빠를지도 모르겠는데. 공구도 파는 건가?"
빵빵히 부풀어 오른 봉지를 3개, 수레에 실으면서 묻는다. 실리지 않는 건 손으로 들 수 밖에 없어 보인다.
"너, 고칠 수 있어?"
"내가 고칠 수 없는 건 헐리우드 배우의 바람기 정도다. 대략 공구세트가 필요하지만 없으면 드라이버 몇 개만 있어도 돼"
"파는 물건엔 없는데.--- 그래, 네 옆집 하르 방이 마침 가지고 있어. 조금 쓰고 싶다면 하르 방에서 빌리면?"
그 오이를 방불케 하는 노인인가. 리쿠에겐 호의적으로 대하지만, 요우에 대해선 속뜻이 있어 보이는 기분이---.
"생각해보지"
"부디-."
수레와 비닐봉지를 들고 가게를 나오면, 많은 말소리가 들렸다.
의자와 테이블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재빠르게 요우의 모습을 발견한 리쿠가 이쪽으로 오라고 손짓한다.
"아, 도쿠! 좀 와봐! 모두 소개할 거야!"
"필요 없어"
"그러지? 귀찮은 인간이지? 이봐, 이리 와!"
"끄, 끌지마! 물건이냐!"
리쿠가 뛰어와 요우의 팔에 자기 팔을 휘감았다. 억지로 요우를 의자로 데려간다. 아주 가는 소녀의 피부 감촉에, 실수로 두근두근해버린다.
"나, 나는 바빠! 쓸데없는 시간을 소비할 틈은---아, 너!"
요우는 사람이 모여든 중심에 있는 인물을 보고, 생각지도 못하게 방어했다.
수건을 머리에 두른 노부인도 있다. 잊을 리가 없다. 어제, 반쯤 죽은 요우를 익사시키려고 한 용서 못 할 악마다.
"할 망을 알아?"
"우리 할망 한테 뭔가 물만 있어? 있으면, 테루가 상대한다고!"
의외 인듯한 얼굴을 하는 리쿠, 묘하게 익숙한 자세를 취하는 수건 소녀. 느슨하게 주먹을 쥔 앞으로 기운자세는, 미국 해군의 격투술과 닮았다.
"아아 어제 두린아이가"
이상한 말을 하고, 이상한 미소를 띠운 노부인. 요우를 죽이려 했던 걸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이제까지 몇 명이나 죽인 건지 상상하는 것만으로 두렵다.
"불만 있는건 이쪽이다! 나는 어제, 이 녀석에게 살해당할뻔했다고! 젠장, 또 나를 습격하러 온 건가! 그렇게 둘까!"
리쿠네가 멍해진다.
바로 대 폭소한다.
"할 망이 그런 짓 할 리가 없어-"
"우리 할망 한테 트집 잡지 마!"
"캬악!"
리쿠나 다른 얼굴들이 크게 웃고, 테루의 로우킥이 요우의 넓적다리에 직격 한다.
"큭.... 네 조모였던 건가! 어쩐지 이해 가는 흉포성이다.....!"
"도쿠가 이상한 말 하니까-"
"뭐, 뭐가 이상해! 현재 내가 다 죽어가던 때 말이야! 열중증으로 약해저있던 참에, 무리하게 자스민 티를 먹여서 익사시키려고 했다고!"
"열중증으로 약해져서, 자스민 티?... 산삥차인가?"
(*오키나와에서 일반적으로 마시는 산삥차(さんぴん茶).
산삥차란, 소위 재스민차를 뜻함. 녹차에 재스민향을 첨가한 것이기 때문에, 원래는 녹차라고 해야 하나 일반적인 재스민차만큼 향이 강하지 않은 것이 특징이라네요...)
사람들 속에는 소년도 두 명 정도 있다.
그중 사이 키 큰 쪽은, 반바지에 샌들이라는 가벼운 옷차림이다. 짧은 머리와 햇빛에 탄 얼굴이 스포츠맨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제법 남자답지만, 그래서인지 제일 인상적이라 판단했다. 요우의 생애에 잘생긴 남자와 호의적인 관계를 맺은적은 일 초도 없다.
"그건, 널 도와준 게 아닌가?"
어깨를 움츠리는 요우.
몇 박자 늦어서---- 요우의 머리가, 소년이 하는 말을 이해한다.
듣고 보면, 확실히 그렇다. 그 상황은, 요우가 도움받을 걸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뭐라고...."
비틀거린다.
이 정도로 쇼크를 받은것은 펜실워니어 대학 이사장의 손자를 본 이래 처음이다. 친척 일동 괴물이 모두 모인 곳에서 천사가 태어난다. 그런 불가사의하고 부조리한 수수께끼는, 살짝 DNA 검사를 15회 정도 시험해봐도 풀리는 일은 없었다.
"이 몸이... 이런 노부인에게 도움받았다고? 즉, 나는 저 노부인에게 동정받은 건가....? 떨어질 때까지 떨어졌단 건 이런 건가.... 폭파된 비행기 해발 18000미터의 높이에서 떨어졌을때로, 이 정도의 절망은 맛보지 못했다..... 어찌된 거야......"
"어기, 리쿠... 왠지 혼자서 중얼거리고 있어. 괜찮아, 저 녀석?"
"기분 나쁘고"
"저게 리쿠네 옆집으로 이사 온 도쿠란 사람이네. 보는 대로, 이상한 인간이야"
리쿠가 키 큰 소년을 가르킨다.
"이쪽도 소개해 둘게, 도쿠. 이 큰 게, 나츠. 나츠키야. 1살 위 고등학교 2학년생. 근처에 살고 있으니까, 잘 이 근처를 어정거려"
"도쿠? 이상한 이름이네-. 랄까 리쿠랑 동갑인 건가. 좀 더 어릴거라 생각했어"
스포츠맨 풍의 소년이, 리쿠와 닮은 바보같은 얼굴로 웃었다.
"그래서, 이 동생은 하루. 하루마사. 초등학교 6학년이야."
"안녕!"
기세 좋게 손을 든 것은, 키가 작은 쪽 소년이다. 팔꿈치나 무릎에 반창고를 붙였다. 기운 넘치는 어린애다. 장래가 유명한 얼굴이라, 이 녀석도 적이다.
"그래서, 이쪽이 리쿠의 친구 카오리!"
".....아, 안녕하세요"
이제껏 조용히 있던 원피스 차림의 소녀가, 꾸벅 인사했다. 긴 머리와 쳐친 것 같은 눈이 어른스러운 인상을 준다. 경찰이나 소방관 포스터 모델을 하면 어울릴 것 같다.
그들의 신원 따윈 요우에겐 어찌되든 좋았다. 아까 받은 쇼크 때문에 일어서질 못하겠다.
"이 몸이 이런 완전히 말라비틀어진 노부인의 은혜를 받다니... 약해졌다곤 해도 뭐지, 썩을... 이런 형태로 영웅 경력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을 줄은...."
자기 혐오에 망연자실한 요우의 앞에 할머니가 뭔가를 내밀었다.
"받아"
투명한 봉지에 들어있는 공 같은 것이다. 요우는 경계하고 후퇴한다.
"히익! 뭐야? 포, 폭탄인가?"
"왜. 그냥 안다기야"
(* 정확히는 사타안다기 오키나와 전통 도넛)
리쿠가 말했다.
"모두 할망 한테 받은 참이야. 맛있다고?"
튀긴 것의 일종 같다. 아이가 기뻐하는 것을 보니 과잔가 뭔가겠지.
할머니가 요우에게 말을 건다.
(죄송합니다 한계입니다..... 할머니는 지금 요우에게 일본인도 못 알아듣는 오키나와 사투리로 말을 걸고 있습니다......)
"제대로 밥은 먹는 건가?"
"하?"
"너무 가늘어서 여자애 같다고"
"무슨 말인지 몰라! 그리고 이런 건 필요 없어!"
"그렇게 말하지 마 먹어봐"
"필요 없다고 말했겠지! 이 이상, 배푸는 건--- 극!"
거부하면 문답 무용으로 그것을 입에 쑤셔 넣는다. 그 민첩함은 광전 석화. 많은 수라장을 살아나온 영웅 사도 요우마저 피하지 못했다.
"무극! 쿡! 켈록! 켈록!"
목 막힌 요우를 가리키며 아이들이 크게 웃는다.
안다기라는 것은 달았다. 미국에서도 잘 먹었던 도넛과 비슷하지만, 좀 더 소박한 달콤함과 딱딱하게 씹히는 맛이 특이했다.
"이 이번엔 자살 시킬 생각인가! 젠장 타지인이라고 얕보고!"
요우는 얼굴을 새빨갛게 만들고 수레를 가지고 아이들 에게서 떨어졌다. 섬사람들에 향해 집게손가락을 들이대고, 말한다.
"이 천재를 웃음거리 취급한 것을, 언젠가 후회하게 될테니까! 기억해둬!"
"살면서 기억하라고 말하는 사람 처음 봤고"
"응, 조금 별난 녀석이네"
"그렇지?"
"아하하하!"
제멋대로인 섬사람을 남기고, 요우는 상점에서 떠난다.
"무척 야만적인 민족이다. 생활 습관이 맞지 않다면, 앞으로의 생활에 불안이 느껴져. 거기에 쓸데없는 간섭이나 하고. 이래선 미국에서 탈출한 의미가 없잖아......"
탕탕하는 소리를 내며 한 손으로 수레를 끌고, 또 하나의 손으로 커다란 비닐봉지를 들고 있다. 길모퉁이를 돌아 비탈길로 들어섰을 때는, 양팔이 꾀 피로하다.
"사, 상상 이상으로 무거운데... 이건 중량을 착각했단 것보다, 나 몸이 약한것이 원인인가. 운동부족에 어제의 피로가 아직 축적되 있는 모양이다"
광대한 바다를 내려다 보면서, 비탈길을 내려간다.
그러면 등 뒤에서, 탁탁하고 가벼운 구두 소리가 들렸다.
"저기, 도와줄까?"
그렇게 말을 걸고 요우의 옆에 선 것은 카오리라는 소녀였다.
"필요 없어"
요우는 소녀의 얼굴도 보지 않고, 무정하게 말한다.
완벽하게 거부당해, 카오리는 당황한 모양이다. 한 번더 말을 걸지, 그게 아니면 떠날지 망설이며 허둥지둥 요우의 얼굴과 물건을 비교한다.
"귀찮은 일에 휘말리는 건 사양이다"
"엑?"
"리쿤가 뭔가 하는 여자와 싸운 것의 중재라도 부탁할거겠지?"
"......엑?"
카오리가 눈을 동그랏게 뜬다.
"친구라고 소개했을 때, 너는 순간 얼굴의 구륜근과 표정근을 굳어지게 했다. 그후 입술을 씹고, 긴장한 모습으로 리쿠와 눈을 맞추지 않았다. 죄악감을 느꼈을 때의 전형적인 반응이다. 눈을 맞추지 않은 주제에, 빈번히 상대의 얼굴을 살피는 행위는 상대와의 관계를 복원하고 싶다는 의사가 느껴져"
요우는 수레 앞으로 돌아서서 브레이크를 걸면서, 신중히 비탈길을 내려간다.
"양자의 관계가 좋지 않다 해서, 리쿠에게 과실이 있다면, 그 성격에서 그녀가 사죄해야겠지. 그게 아니란 것은, 원인은 너에게 있고, 더욱더 너 자신의 문제로 관계회복을 하지 못하는 상황을 의미하지"
"...."
정곡인 모양이다. 카오리는 말이 없다.
"거기서 타인의 힘을 빌리고 싶다는 거다. 그것도 뒤탈없는 새빨간 타인인 나에게 말이야.--- 공교롭게도 말이야. 나는 어린애 싸움에 머리를 들이밀 마음은 털끝도 없어."
쌀쌀맞게 거절 받아, 소녀의 커다란 눈에 작은 눈물이 고였다.
"훗, 나한테 눈물공세는 통하지 않는다고. 대학 제일의 미녀가 울며 매달렸지만 용서 없이 단위를 떨어트려 버린 적도 있어. 나중에 그녀의 판에게 맞아 죽을 뻔한 적도, 지금은 우스갯소리---윽"
자기 자랑을 하며, 요우와 함께 있던 사람이 긴장을 늦춰버린다. 수레에 다리가 걸려 넘어져 버린 것이다.
지지대를 잃을 수레가, 요우를 치어 죽일 듯이 다가온다.
"히익-"
하지만 충돌하기 직전 우뚝 수레가 멈췄다.
간발의 차로 카오리가 양손으로 수레를 받친 것이다.
"...."
공포로 새파래진 요우와, 무표정인 카오리. 양자의 시선이 교착해--.
소녀가 눈을 피했다. 빠끔하고 중얼 인다.
"... 손 놓아주지 않을래"
"서, 서두르지 마! 냉정히 이야기하지 않겠는가! 네 요구는 뭐야!"
이리하여----
요우는 비닐봉지. 카오리가 수레. 역할배분을 하고, 두 사람은 비탈길 아래를 내려오는 꼴이 됐다.
"리쿠짱은 굉장히 다리가 빨라"
카오리가 말했다. 교섭, 아니 협박으로 요우가 이야기를 듣는 것을 승낙한 것이다.
"썩을... 뭐야, 이 섬 주민은... 변변한 인간이 없어......"
"제대로 이야기 들어"
카오리가 뺨을 부풀린다. 아가씨인가, 불쾌함을 어필하는 제스쳐마져도 그녀의 원피스와 똑같이 분위기 있다.
"드, 듣고 있으니까, 내 뒤로 수레를 이동시키지 마! 치어죽일 생각인가? 썩을 이런 어른스러운 인간이, 엽기살인 범인이 되는 거야"
"... 중학생때 중거리 달리기로 인터하이에도 나간 적 있고. 나는 운동을 못하니까, 리쿠짱은 자랑스러운 친구였어"
(인터하이- inter+highschool 고교(高校) 대항 경기 대회.)
"너는 자길 나(私)라고 부르네. 다른 여자는 자길 이름으로 부르는데"
"나, 출신은 요코하마야. 지금, 그런 건 어찌 돼 든 괜찮지?"
"히이! 일일이 내 등 뒤로 돌리지 마! 이야길 계속해"
"허지만, 리쿠짱... 고등학교에 들어가고, 육상 그만둔 거야. 모두 기대했는데. 그 이유도 확실히 가르처주지 않고... 이전에 그걸 끈질기게 물어서... 그 후로 조금, 서먹서먹해져서..."
본심, 어쩌든 좋은 이야기다.
육상경기를 그만둔 리쿠와, 그런 리쿠가 동경하던 모습으로 돌아가길 바라는 카오리.
무엇을 할지, 하지 않을지는 본인의 자유가 있다. 왜냐하면 요우의 짐작대로 카오리의 어리광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카오리 자신도 그것을 자각하고 있는 건지, 쉽게 물러나지 않는 것은 리쿠에 대한 동경이 강한 것이다.
"본인이 바라지 않는 것을 강제하지 마. 친구라면 본인의 의사를 존중해, 이상"
빨리 일단락 지으면 카오리가 물고 늘어진다.
"하, 하지만! 리쿠짱, 중학교 때 육상부에서 뭔가 있어서, 그제 원인인 걸지도...."
"쓸데 없는 망상이다"
"하지만 체육 시간에 달릴 때는 즐거워 보였는걸! 달리는 게 싫을 리가 없는데"
"그래서, 내가 어쩌라고? 그 여자를 개조해서, 꺄하하하고 즐겁게 웃으면서 달리는 올림픽 선수로 만들면 만족인가?"
"그, 그런 게 아니라! 리쿠짱이 왜 달리기를 그만둔 건지 티 않나게 묻고싶어서....."
"티 않나게, 인가. 새빨간 타인인 나에게 약간 곤란한데.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받아주지"
"이를테면 이렇게....『야아, 나랑 달리기하지 않을래? 우와아, 너는 다리가 빠르네. 그런데 왜 육상을 하지 않아?』같은 느낌으로"
"훗, 성인 남자가 비키니를 입고 은행 강도질을 할 정도의 자연스럽고 자연스럽네"
"....."
"히익! 그러니까, 나를 치지 마!"
간신히 카오리가 인도에 발을 디뎠다. 요우의 옆으로 돌아와, 눈물 짖는다. 울고 싶은 건 이쪽이다 라고 크게 부르짖고 싶다.
"쳇, 앞으로 사춘기 꼬마는 싫어... 이 세상에 가장 이유가 통하지 않는 희귀종들"
토라진 것인지, 그게 아니면 포기한 건지. 카오리는 그것을 끝으로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요우의 자택에 도착했다. 물건을 두고 무언으로 떠나려는 카오리를 보고, 요우는 탄식한다.
"하아.... 저 여자가 다시 육상경기 돌아가면, 너는 만족인 거지?"
"에?"
"소원을 들어준다고 말하는 거다"
"어, 어떻게 된 거야?"
"친구가 다시 육상경기로 돌아갔으면 하는 거지? 그런 여자를 그런 마음이 들게 하는 것 따윈 간단해. 조금 약점을 붙잡는 것만으로도 괜찮아"
"......"
"나는 천재니까. 그 녀석은 다시 트럭을 달리고, 너의 사이도 원대로 돌아오겠지.-- 내가 고치지 못하는 건 피에로의 낯빛정도니까. 맡겨둬"
히죽 웃는다.
"물건 옮겨다 준 심부름 값이다. 사양하지 마"
"...."
카오리는 불안한 듯이 요우의 얼굴을 바라봤지만--.
바로 등을 돌리고, 도망가듯이 요우의 자택에서 달리며 떠났다.
2*5
사온 물건의 정리를 끝내고, 요우는 크게 한숨을 쉬었다.
"이걸로 겨우 논문에 집중할 수 있어......"
거실 벽에 붙여둔 문자와 기호투성이인 종이 다발로 향한다.
"파괴자"--.
그것은, 어떤 위험의 도래를 경고하는 내용이다.
요우는 그것을 완성하지 않으면 안 된다.
"...."
흰 종이를 새롭게 벽에 붙이고, 펜을 잡는다. 땀 방울이 이마에서 바닥으로 떨어졌다.
일찍이 미완성인 그것을 공표해, 국가에 경고했다. 하지만 그것은 받아들여지지 않고, 요우는 과대망상 별난 사람으로, 비판과 멸시의 대상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결코, 포기한 건 아니다.
평범한 두뇌라도 이해할 수 있게 하려면, 이 논문을 완성하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논문이 인정되면 다른 나라도 눈을 뜰 것이다. 요우가 올바르다는 것을 누구나 인정해, 잃어버린 위치를 되찾아, 파멸을 미연에 막은 영웅으로 이전 같은 명예를 되찾을 수 있다.
요우는 천재이고, 영웅인 것이다.
누구난 존경하는 곳이야말로, 요우에게 어울린다.
많이 있는 팬도, 또다시 기대해 응해 요우를 찬미할 것이다.
이런 돼지우리에 자는 나날은, 화려한 컴백극의 프롤로그에 지나지 않아--.
"...."
개방한 창문에서, 자꾸 매매의 울음소리가 울려온다.
요우는 빤히 하얀 종이 노트를 의문스러운 듯이 바라봐, 다음 문장을 쓰기 위해 집중한다.
땀 방울이 떨어졌다. 매미 소리가 짜증 난다.
땀이 흐른다. 매미가 시끄럽다.
땀이--- 매미가----.
"집중할까 보냐아아아아아!"
펜을 바닥에 내리친다.
이 맹렬한 매미 소리는, 고문에 필적한다. 환경에 익숙해진 주민이라면 어쨌든, 요우는 섬세한 것이다. 일 년 내내 온도가 알맞게 조절되는 밀실에서 움직이지 않고, 커피에 설탕 하나 들어가지 않은 것이라면, 한 달 동안 파업할 확신이 있다.
"히이익!"
죽기 직전의 매미가 창에서 실내로 날아온다. 형광등에 달라붙어 울어댄다.
"짜증나나나나앗! 제, 젠장! 벌레 새끼까지 나를 바보 취급하 는 건가! 나가! 이봐!"
요우가 아무리 위협해도 매미는 모른 체 한다.
"썩을! 네놈이 나가지 않는다면, 내가 나간다! 언제까지고 눌러앉아 있을 거라면 화학병기 사용도 마다치 않는다고! 살충제라는 거다! 각오해둬!"
팔을 휘두르며 요우는 자택에서 뛰쳐나왔다.
그리고 3분 후 후회한다.
지글지글 타오르는 태양 아래, 머리 위를 통과하는 미군의 전투기를 올려다본다.
"...... 이대로는 어제의 계속, 오늘도 바짝 말라버려. 살충제를 사러 아까 그 가게로 갈까. 아니, 또 그 녀석들이 있으면 성가신데...."
집 앞의 오솔길을 걷는다. 옆에 있는 모래사장과 바다가 태양을 반사해, 눈부시다.
"어쩔 수 없어 근본적인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
걷고 나서 7초하고도 조금. 요우가 다리를 멈춘 것은 이웃집이었다.
옆집이라고 해도 리쿠의 집은 아니다. 또 다른 옆집이다.
돌담 벽으로 둘러싸인 단층집으로 부지면적은 요우의 자택과 별로 다르지 않다. 단 구조가 콘크리트가 아닌 목조로 뾰족한 기와지붕이 인상적이다.
계속 바닷바람을 맞고 있는 탓에 기둥이나 벽이 당연히 긁힌 흔적이 있지만 요우의 자택보다 나아 보이는 게 신기하다.
부지에 들어가, 현관문의 초인종을 누른다. 하지만 반응이 없었다.
"옆집 사람인데, 주인은 있는가?"
뜰에는 수도꼭지와 구겨진 호스, 그리고 가는 철봉과 철망으로 구성된 직육면체가 있다. 거기에 무수한 담쟁이가 달라붙어, 여주가 매달려있다.
사전에서 본 적 있지만, 실물을 보는 건 처음이다. 비터 멜론이란 작물이다.
"그 노인, 외견만이 아니라 정말로 오이를 재배하고 있었던 건가. 비터멜론 할아범이네"
달칵하는 소리가 나고, 옆에서 문이 열렸다.
"무슨 일 인가?"
탱크톱차림의 노인이, 요우를 내려다본다. 가늘고 긴 얼굴과 체격 탓에 쓸데없이 키가 커 보인다. 기세에 눌려 요우는 순간, 꿀꺽 침을 삼킨다.
"미, 미소라 상점의 주인이 말했다. 여기서 공구를 빌릴 수 있다고"
"흠, 미소라짱인가..... 어디에 쓰려고"
자신의 이마를 가볍게 문지르는 비터 멜론 노인. 주름투성이의 얼굴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 건지 읽기 어렵다.
"자택의 냉방이 움직이지 않아서, 수리한다"
"너, 수리 가능한 건가"
"내가 고치지 못하는 건 펜실베이니아 역 아나운서의 독어 사투리 정도다."
"흠... 기다려"
노인이 집 안으로 모습을 지우고, 다시 돌아온다. 그가 요우에게 향해 던진 것은, 그냥 공구세트가 아니다.
"이건 공구가 아니라 목장갑이라고 말해. 이상하다고. 일본어가 잘 전해지지 않은 모양이다"
"좋아, 외출"
몇 분 후.
요우는 목에 수건을 두르고, 양손에 목장갑을 끼고 있다. 밀짚모자도 새로 빌렸다.
다시 말하자면--- 찌는 듯한 날씨에 뜰에 있는 비터 멜론밭의 잡초를 뽑고 있다.
"이상하다고. 나는 공구를 빌리러 온 건데, 어째선지 밭일을 하고 있어"
비처럼 흐르는 땀을 닦고, 머리를 갸우뚱하는 요우. 이런 촌스러운 작업에 힘쓰다니, 태어나서 처음이다.
"불평하지 마. 공구를 빌리고 싶다면, 당연해"
뒤에서 잡초를 뽑으면서, 노인이 말했다.
"당연.....? 흠, 이 지방에서는 공구를 빌리려면 잡초를 뽑는 게 뭔가의 관계성이 있는 건가. 전통적인 의식인가 뭔간가? 그게 아니면 풍토나 민족성과 관계가....."
작업은 한 시간에 달했다.
아니, 정확히는 그게 한계였다.
"..."
뽑은 잡초의 산 옆에서, 요우는 엎드려 쓰러졌다. 쓰러진 요우를 비웃는 듯이 머리 위를 전투기의 굉음이 지나간다.
"벌써 지친 건가 어쩔 수 없네, 안에 들어가"
그렇게 말하고 노인이 요우를 운행한 건은 거실이었다.
드디어 공구를 가져오는 건가 하고 생각했더니, 오래된 선풍기도 함께였다.
"최근, 이 녀석의 상태가 나빠"
고쳐, 라고 말하는 것 같다.
이번 의도는, 요우에게도 바로 전해졌다.
"흠.... 내가 이 공구를 쓰는걸 시험 할 셈인가, 좋지"
밭일보다, 상당히 의기양양한 분야다. 바로 금속제 상자에서 드라이버를 꺼내 선풍기의 토대 부분의 커버를 벗긴다. 유치한 짜임새의 기판과 배선이 드러났다.
"목마르지, 자"
노인이 얼음이 들어간 컵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자스민 티였다.
이 집에도 냉방을 켜지 않는 모양이다. 하지만 장지문을 열어둔 실내는, 요우의 자택보다 체감 온도가 낮다, 그저 중도동을 한 후라, 그런 느낌이 드는걸 지도 모르겠지만.
산들바람이 불어, 풍령의 가벼운 음색이 울린다.
비터 멜론 할아범의 집 거실은 검소 그 자체라, 식탁과 TV 그 외에는 선반이 하나 놓여있을 뿐이다.
요우는 공구상자에서 펜치를 꺼내고, 선반에 놓여있던 이상한 물체를 알아차린다.
도자기로 작은 상(象)이다. 신사에서 보이는 코마이누와 닮았다.
(코마이누-신사나 절 앞에 돌로 사자 비슷하게 조각하여 마주 놓은 한 쌍의 상)
"시사야"
(시사-오키나와에서 액막이로 지붕 사방에 붙여 놓는 옹기로 된 사자상.
)
요우의 시선을 눈치챈 것인지, 툇마루에 앉아있던 비터 멜론 할아범이 말햇다.
"오키나와의 수호신이야. 본토인은 그다지 보지 못하니까"
"...나는 본토 사람이 아니야 미국인이다"
정확히는 미국과 일본, 양쪽의 국적을 가지고 있지만, 설명할 생각은 없었다.
풍령의 소리, 매미의 울음소리.
거기에 전투기의 굉음.
평화로운 관경과 무기가 뒤섞여 혼재하는 섬.
그것이, 이 토지인 것이겠지.
".... 그 녀석은 어떻게 됐어?"
갑자기 비터멜론 노인이 말했다.
"질문의 의미가 불명이야"
"네가 오기 전에, 살고 있던 하르 방 말이야. 그 녀석한테서 집을 산 거지?"
"아아--"
요우의 뇌리에 그 집을 구입하게 된 만남이 되살아났다.
그러면, 작은 두통이 덮쳐온다.
".....?"
요우는 어떤 노인과 미국에서 만나, 그 집을 양도받았다. 그것은 틀림없다.
그런데-- 그때의 기억에 잡음이 끼어들어 대화가 단편적으로밖에 기억나지 않는다.
기억력에는 자신 있지만, 드문 현상이다.
"그 녀석은, 그 집을 누구에게도 팔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들 부부가 같이 살자고 불러도 건너 생활지 맞지 않을지도 몰라 그래서 언제라도 돌아올 수 있게 말이야"
".... 친구였던 모양이네. 리쿠란 여자한테서 들었다"
"그거야 오랜 사이지. 50년 이상이야"
요우는 평정을 가장하고, 수리에 집중한다.
기억이 분명치 않은 것은 자신에게서 불필요한 정보니까 겠지. 실제, 이렇다 할 이야기도 없었고 신경 쓸 건 아니다.
"나는, 어떻게든 믿질 못하겟어... 그 녀석이 간단히 집을 팔다니 "
과연---. 그가 요우에게 보여준 경계심은 이방 사람이기 뿐만은 아니다.
속속들이 알고 있던 친구에 대한 의문을 포함된 모양이다.
"네가 말하는 인물이, 내가 조우한 인물과 동일인물일지는 몰라. 하지만"
요우는 손을 움직이면서 말한다.
"묘하게 허물없는 남자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리쿠라는 여자와 닮은 듯하다. 펜실베이니아 국립역사공원에서 미아가 돼,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묻지도 않았는데 자신에 관해 이야기하고, 바보같이 큰소리로 웃었다"
"아아, 그 녀석... 틀림없이 그 녀석이야"
노인이 그리운 듯이, 그리고 기쁜듯이, 눈을 가늘게 떴다.
"나에 대해서도 끈질기게 묻고, 달갑지 않았다"
관광객이라면 어쨌든, 요우는 그때, 역사공원 같은데 있었던 거지?
순간, 미국에서 만난 노인의 말이 떠올랐다.
거긴 좋은 녀석들뿐이야--.
그렇게 말하고, 웃었다.
"국립역사공원에서 미아가 돼,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묻지도 않았는데 자신에 관해 이야기하고, 바보같이 큰소리로 웃었다"
"아아, 그녀석... 틀림없이 그 녀석이야"
노인이 그리운 듯이, 그리고 기쁜 듯이, 눈을 가늘게 떴다.
"나에 대해서도 끈질기게 묻고, 달갑지 않았다"
관광객이라면 어쨌든, 요우는 그때, 역사공원 같은 데 있었던 거지?
순간, 미국에서 만난 노인의 말이 떠올랐다.
거긴 좋은 녀석들뿐이야--.
그렇게 말하고, 웃었다.
"그 노인도-- 그렇게 말했다"
"그랬을 거야. 여긴 상처를 낫게 하는 데에는 좋은 곳이야"
상처를 낫게 해?
요우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멈췄다.
묘하게 걸리는 말이었다.
자존심에 상처 입었다는 의미론 요우는 확실히 상처입었다.
하지만, 낫게 한다니?
"너도, 머리가 좋아 보이는 모양이야. 하지만---"
"알아듣는 말로 말해"
"총명하단 의미야"
"후, 뭘 감추려고, 난 천재니까"
드라이버를 움직이면서 히죽 웃는다.
"영웅이란 녀석이야. 일찍이 미국 대통령마저도, 내 팬이었던 때가 있어. 본래는 이런 곳에 있을만한 인간이 아니야"
"그런가"
또 머리가 아팠다. 자신이 초대면의 노인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잘 생각나지 않아.
"그래-- 그 노인은, 어째선지 내가 자신과 달았다고......"
컵에 입을 대려던 노인의 손이 딱 멈췄다.
"그때, 나는 뭘...."
어느 순간 작업이 중단돼버렸다. 정신 차리고 작업에 돌아온다.
"---- 흠, 뭐어, 어찌되든 좋아. 서로 이해가 맞았을 뿐이다. 그 노인도, 미국에 이주하게 되서 미련을 없애고 싶었갰지"
"아니... 잘 알았다"
비터 멜론 노인이 컵을 내려놓았다. 바다를 바라보는 그 표정은, 그에게선 보이지 않는다.
"이상하네... 지금 보면, 그런가, 그런가"
".....?"
"모처럼 오키나와에 왔다면. 느긋이 있어 여긴 좋은 녀석들뿐이야"
비터 멜론 할아범이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어차피 하마요지 리쿠처럼 웃어넘길거라 생각해서, 예상외의 반응이다.
"거긴, 분명 고민이나- 중압적인 곳이겠지 "
요우는 탁 손을 멈췄다.
중압--.
그 말에, 요우의 가슴속에 뭔가가 끓어올랐다.
아무런 예고도 없다.
이유마저 모른다. 너무나 당돌한 충동이었다,
"나는 천재다. 천재는 망설이지 않아"
번뜩이며 노인을 노려본다.
"나는 영웅이다.-- 영웅에게 중압감 따윈, 없어"
적의. 아니, 살의마저 집어넣은 눈빛을 노인이 바다를 바라보는 채로 받아넘긴다.
"그런가"
요우는 잠깐 노인을 노려봤지만, 혀 차는 소리와 함께 선풍기로 방향을 돌린다.
어째서 자신이 노여움을 기억하는지는 몰라. 하지만 노인의 농담이 무기가 되다니 그것이야말로 영웅에 어울리지 않는 행위다.
"--- 끝났다고"
정체불명의 감정을 눌러 죽이고, 선풍기 커버를 닫는다.
전원을 넣고, 한번 움직여 본다. 문제없이 정상으로 작동한다.
"훗, 내 평소대로의 완벽한 일이다. 이걸로 합격이겠지"
"합격?"
노인이 머리를 갸우뚱한다.
"잘 모르겠지만 알겠다고 가져가"
드디어 공구를 빌려도 좋단 허가가 나왔던 때였다.
"하르 방!"
몇 명의 어린애들이, 집 부지 내에 뛰어들어온다.
선두에 있는 것은 상점에서 소개받은 동생 쪽이다. 이름은 하루마사라고 했나. 같은나이 대의 남자아이나 여자아이를 끌고 와, 합계 5명의 단체가 툇마루에 쇄도한다.
"또 낚싯대 빌려줘!-- 아, 도쿠가 있어!"
하루마사가 도쿠를 가리켰다. 어린애가 질색인 요우는, 당연한 듯이 무시한다.
"저기, 하르 방! 또 도와줄 테니까 괜찮지!"
"됐어 됐어, 오늘은 형이 일해줄 테니까. 물건만 가져가"
"야호!"
"응? 어이 기다려, 거기 어린애"
요우가 불러 멈추면 달려가던 하루마사가 뒤돌아봤다.
"도와주다니 무슨 소리야"
"도쿠도 뭔가 빌리러 온 거 아니야? 그러니까 하르 방을 돕는 거지? 하르 방은 뭐든 가지고 있고 대단하지!"
요우의 표정이 조각처럼 굳는다.
".....? 나, 갈 거야?"
이상하게 머리를 갸우뚱하는 하루마사.
요우는 기세 좋게 일어선다. 자신이 하고 있던 것의 의미를 이제야 이해한다.
"네 네놈. 이, 이 몸에게, 한 짓이 잡일을 시킨 것인가!"
얼굴을 새빨갛게 만들고, 노인을 쏘아본다.
그냥 잡일이라면 작업의 의미도 이해 간다. 너무 득이 없어서 여태껏 몰랐던 것이다.
"미국의 영웅인 내가, 이런 노인에게 부려 먹히다니, 무슨 굴욕이야! 완전히 속은 자신이 한심해!"
공구상자를 껴안고, 현관에서 집 밖으로 뛰쳐나간다.
"이 창피함은 일생 잊지 않을 테니까! 기억해둬!"
분노에 맡기고 호통치며, 요우는 부지에서 뛰쳐나왔다.
"..... 이상한 녀석이야"
"응, 이상한 사람이라고"
등 뒤에서 주민의 어이없는 목소리가 들린다.
2*6
자택으로 돌아오면, 대형 트럭이 집 앞에 정차하고 있다.
"안녕하세요-. 야마다 타로씨, 물건을 전하러 왔습니다-"
작업복 남자들이, 짐받이에서 골판지 상자를 옮기려 하던 참이었다.
"누구냐, 야마다 타로는! 그런 녀석 여기에 없어!"
"에? 이상한데 주소는 틀림없는데도"
"---아, 역시 여기면 돼! 그러고 보니, 그런 위명을 썼었지! 무엇을 숨기리 내가 야마다 타로다! 물건은 적당히 빈방에 넣어둬!"
분노를 담아 소리 지르고 현관에서 집으로 들어오는 요우.
공구 상자를 거실에 내려놓고, 갈아입을 셔츠를 찾는다.
"썩을, 일평생 워스트 3에 들어갈 쓸데없는 시간이었다! 이 몸이! 천재, 사도 요우가, 한 짓이, 그런 할아범에게....!"
갈아 입을 옷을 가지고 욕실로 향한다.
"이런 땅에서 더러워지다니 멕시코에서 마피아가 장치한 지뢰에 긁혀서 죽을뻔한 이후로 처음이다! 그때는 대통령의 사죄로도 용서하지 않았다고!"
일각이라도 빨리 땀과 진흙을 흘려버리려 수도꼭지를 튼다.
물이 나왔다. 하지만 3초 정도 흘러나오고 바로 멈춘다.
"...."
샤워기를 들여다보고, 수도꼭지를 몇 번 돌려도, 다시 물이 나오지 않았다.
요우는 툇마루로 돌아와, 절망에 고개를 떨군다.
"FUCK......"
노부인에게 동정받고, 노인에게 사용당하고, 여자애에게 비웃음당해---- 결국 더러워진 몸을 씻지 못하는 곳까지 굴러떨어졌다. 너무 비참해 오열이 흐를 것 같다.
"안녕! 야끼소바 가지고 왔어! 이거, 저녁밥 하지?"
월등하게 밝은 목소리가 부지 내에서 들렸다.
리쿠가 온 것 같다. 요우는 얼굴을 들 힘도 없다.
"왁. 왜, 왜 그래, 도쿠? 죽을 것 같은 얼굴하고"
"....눈물이 나오는걸 참고 있어"
"그런가, 괴로운 일이 있었던 거네. 뭐어 하지만, 기운내!"
팡팡하고 있는 힘껏 등을 친다. 요우는 반대로 좋은 일도 있었지만, 리쿠는 죽이고 싶을 정도로 하이텐션이다.
"저기-. 물건을 다 옮겨서 사인이나 도장 부탁합니다"
"네네-"
"왜 네가 대답해"
"응? 야마다 타로? 누구, 이거. 뭐어, 됐나"
"감사합니다-"
"왜 사인이 아무것도 아닌 듯이 수리되는 거야"
"수고하셨습니다"
바라건대 멀어져가는 트럭과 함께 리쿠도 사려졌으면 하는 것이다.
"-- 그래서 뭐가 있었던 거야 도쿠"
긴 속눈썹이 요우의 얼굴을 들여다본다. 요우는 가냘프게 웃는다.
"샤위기에 물이 나오지 않아... 욕실 수도관이 녹슨 모양이야"
"그런가, 엄마한테 수리를 부탁할게. 하지만 업자님도 바로 오지는 않아"
"...."
"어쩔 수 없네- 여기는 누님이 발 벗고 나서줄까"
동갑이지만, 이라고 반문할 기력도 없었다.
어짜피 변변치도 않을걸 생각하는 게 틀림없다----.
그렇게 생각했지만 의외로 리쿠는 몸의 더러움을 흘려버리는 데 성공한다.
그리고 동시에--- 변변치 않아, 란 예상도 적중한다.
"어때? 이 더위론, 그냥 물로는 시원해지지 않지?"
"....."
가부좌를 튼 상태에서, 요우는 머리로 물을 끼얹는다.
단 장소는 자택의 뜰.
물을 방출하고 있는 것은, 리쿠가 가져온 원예용 호스에서다.
"구멍 안 나서 다행이다. 어릴 때 쓰던 거라서"
어린애용 간이 비닐 풀.
그것이 리쿠가 제안한 해결책이다. 부엌에 끼운 호스를 리쿠가 가지고, 꽃무늬 풀에 앉은 요우가 머리에서 그것을 뒤집어쓴다.
덧붙여 요우는 수영복을 가지고 있지 않다. 반바지와 티셔츠를 입은 채이다.
"앗, 테루"
수건 괴물이, 불쑥 집 앞에 나타난다.
"웃을 뿐이라면 웃어도 돼...."
전부 포기한 상황으로, 요우는 가냘픈 웃음을 띤다.
"라져"
테루가 진지한 얼굴로 집게손가락을 세우고 ㅡ 그곳에서 달려간다.--- 라져라는 의미의 말은 미 공군 같은 곳에서 쓰이는 용어다. 신변에 공군 관계자라도 있는 거겠지.
-- 테루는 바로 돌아왔다.
마사하루와 5명의 아이를 데리고 왔다.
"봐, 모두, 잘 보도록. 저렇게 되면 안 되고"
"아하하-! 어린애 풀에서 놀고 있어-!"
"어른인데 이상해-!"
"도망쳐-!"
혼자서 웃으며 만족하면, 테루나 어린애들이 기세게 달려가 버린다.
"....따르라고 했지만 비웃으라곤 안했어....."
풀 안의 물에 얼굴을 파묻고 눈물을 숨기는 요우.
리쿠가 기분 좋게 웃는다.
"하하하, 도쿠, 기운 내! 저 애들도, 내일이면 잊어버린다고!"
"...."
"이, 이쪽 노려보면서 떠오르지 마 무서우니까"
".....굉장히 기분 좋아 보이네"
"아, 알겠어? 사실 아까 친구랑 화해해서"
부끄러워하는 모습과 뺨을 부풀리는 리쿠를 보고, 요우는 한숨을 쉰다. 풀에 고인 물을 손으로 뜬다.
"그런가"
"리쿠, 중학교 때는 육상부에 있었는데---"
" 완전히 흥미 없으니까 말 안 해도 된다고"
"고등학교 육상부에는 들어가지 않았어. 그랬더니, 이제까지 응원해줬던 애가 실망해서...."
요우를 무시하고 계속하는 리쿠. 차별주의자에게 말하려는 소녀는 그런 생물 같다.
"달리지 않는 이유를 말하지 않은 사이에 조금 서먹머석해져서-"
리쿠의 표정이 그늘진다. 처음으로 보는 표정이지만, 그런 것보다 샤워기가 빗나가서 미친 듯이 요우의 안면에 명중하고 있는 상황을 어떻게든 해줬으면 한다.
"어차피 시시한 이유겠지. 개인경기가 맞지 않았다, 일까"
리쿠가 깜짝 놀란다.
"엑 어떻게 알았어!"
"스포츠 선수의 멘탈리즘을 분석해 카운셀링을 응용한 연구에서, 집단의식과 개인주의의 상호작용에 대한 고찰을 도운 적이 있어"
"저, 전혀 모르겠습니다"
"신체능력 이외에도, 인격 면에서 개인경기에 적합하지 않은 경향이 있어"
리쿠가 말을 우물거린다.
"..... 같은 400M를 달린 애가, 한번 리쿠보다 좋은 타임을 낸 적이 있어서"
"스포츠맨이라면 분함을 양식으로 분발하는 장면인데"
"그 애, 굉장히 기뻐보여서.... 그 얼굴을 봤더니---"
리쿠가 순간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이상하게 울고 싶다고 판별되는 표정이다.
"-- 그 상대보다 좋은 타임을 낸 것에 주저한 건가"
소녀가 흠칫 표정을 굳혔다. 요우는 물로 얼굴을 씻고, 한숨 쉰다.
"동료의식을 잘못 알았네. 그런 동정을 받으면, 나라면 널 목 졸라 죽인다"
"아, 상대한테 실례라는 것 정도는 리쿠라도 알아!"
그렇게 말하고 리쿠가 입을 삐죽인다.
"하지만, 리쿠가 또 그 애에게 이기는 게 정해진 것도 아니고.... 혹시 이겨도, 또 질지도 모르고.... 별로 적당히 한 게----"
"어린애 냄새나는 변명이다"
"어린앤걸"
"그것도 오만한 꼬마다. 이길 자신이 있었으니까, 쓸데없는 망설임을 품는 거겠지"
리쿠가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바로 머릴 들고 얼버무리려는 듯이 웃는다.
"응, 왠지 여러 가지, 리쿠에겐 달릴 자격이 없는듯한 기분이 들어서, 그만뒀어. 그것뿐이야"
"흠, 자격 따윈 대단한 문제가 아냐. 보지 않았던 것 뿐이다"
"......응"
리쿠가 미소 짓는다.
"아까, 카오리에게 그걸 겨우 말했어. 그런 시시한 이유로 관뒀다고"
"그런가"
"뭐라고 말했는지 알아?"
"응?"
리쿠의 미소가, 요우에게 접근했다. 원예용 샤워기의 힘이 강해진다.
"카오리가 말이야. 울면서 사과하면서. 강요해서 미안해 라고"
"아, 아팟! 수압이! 코, 코는 그만... 켈록! 켈록!"
"그래서- 걱정 끼쳐서. 도쿠가 리쿠에게 심한 짓 하려고 해서. 리쿠의 약점은 뭐야? 너 같은 게 리쿠에게 대적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쿨럭! 그, 그만둬! 그, 그런 건, 거짓말이 당연하잖아! 조금 협박해본 것뿐이다!"
덧붙여 가까이 다가와 리쿠의 손이 요우의 머리를 덥석 움켜쥐었다.
"왜 그런 착한 애를 협박해? 응?"
"착한 애라고? 그 여자, 나를 치어죽이려고 했다고! 복수 한 번 정도는 당연해!"
"뻥치지마! 그런 어른스런 애가, 그런 짓 할 리가 없어!"
"너, 너는 그 여자의 본성을 모르는 것뿐이다! 시험 삼아 칼을 쥐여줘 봐도 좋아! 기분 나쁘게 웃으면서 혀로 핥을게 틀림없어!"
리쿠가 겨우 호스를 껐다.
"정말, 성격 나쁘다고! 결과적으로 화해했지만!"
"성격 나쁜 게 누군데! 히이이! 피! 코피가! 이, 이건 이미 살인 미수라고! 소송 걸 테니까, 그사이 변호사를 준비해!"
눈물로 호소하는 요우에게 샤워기를 내던지고, 리쿠가 등을 돌렸다.
"치우는 건 맡길게! 나중에 수박 가져줄게!"
"필요 없어! 두번 다신 오지 마!"
소녀의 등에다 대고 노성을 지르고, 요우는 코피 섞인 풀에 잠긴다.
"흠.... 죄악감을 품은 인간을 솔직하게 만드는 건 간단해. 조금 압박을 주면 돼. 그 카오리라는 여자는 훨씬 전에 한계였으니까, 더욱더 간단해"
요우의 초조함을 평온하게 흔들리는 수면이 들이마셔 녹아간다.
여하튼, 이건 이거대로 쾌적하다.
"내가 고치지 못하는 건, 이런 악취미적인 꽃무늬 풀을 사는 센스정도다......"
2*7
저녁해가 지고 어두워지면 정말 조금 더위가 가신다.
툇마루에서 바닷바람이 불어오고, 옆집에서 풍령 소리가 들린다. 지금쯤 비터멜론 할아범도 툇마루에서 바람을 쐬고 있겠지.
"파괴자의 탄생은, 문명 멸망의 카운트 다운 개시를 의미한다...."
요우는 벽에 붙인 문자를 바라보면서, 레코더에 내용을 불어넣는다.
"다행히도, 파괴자의 탄생 조짐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야 말로 내가 이 사이 그 전모를 예견해서, 계획을 저지 해야 한다"
녹음과 계산. 다른 작업을 동시에 진행하며 백지 부분에 계산 식을 추가해간다.
"그것은 천재의 의무이자 영웅의 사명이다. 나 이외엔 누구도---응?"
문득 창 밖에 기척을 느껴, 뒤돌아본다.
"히이이이익!"
장신의 다른 수건 괴물이 둘, 뜰에 우두커니 서 있다.
"도쿠, 너무 놀라. 리쿠랑 테루야"
머리에 두른 수건을 벗으면, 리쿠의 얼굴이 나타났다. 거친 티셔츠 차림으로, 목욕한 후인지 머리가 젖어있다. 접시에 올려둔 수박 토막을 가지고 있다.
"수박 가져왔으니까 먹지?"
"필요 없다고 말했을 터야! 게다가 거긴 현관이 아니라고!"
"덥고-. 쿨러 어디? 엑, 왠지 엉망진창이고!"
"아, 이봐. 왜 멋대로 불법침입 하는 거야, 꼬마!"
캐미솔 차림의 테루가 거실에 올라온다. 해체된 상태의 에어컨을 보고 놀란다.
"수리하려고 했지만, 부품 그 자체가 안돼서 포기했다.-- 어이, 왜 멋대로 TV를 켜"
"리쿠 언니도 자, 빨리. 수박 먹자"
"네네, 테루는 성급하네"
"집주인은 무시인가... 점점 숏건의 밀수계획이 필요해졌다"
그녀들의 행패를 저지하기에는, 지금 요우에게는 그 수단이 없다. 적은 체육 회계의 육상부원과 무투파 강도 소녀이다. 육탄전으로 승리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구석에 놓아둔 테이블에 리쿠가 접시를 늘어놓고 테루가 리모콘컨으로 TV를 조작한다.
"왁, 테이블 정도는 닦지? 닦지도 않아? 청소?"
"더러운 TV고-. 화면도 작고. 더럽고. 최악이고"
"제멋대로, 네놈들..... 아, 그건 걸래가 아니라 내 셔츠--악, 젠장 애초에 옆집 여자는 어쨌든 왜 썩을 꼬마까지 있는 거야"
둥글게만 셔츠로 테이블을 닦으며, 리쿠와 테루가 사이좋은 듯이 얼굴을 맞댄다.
"여름 방학 숙제를 하기 위해 오늘은 합숙회인걸-"
"걸-"
"그거라면, 빨리 숙제하는 걸 하라고"
"그게 정말, 우리만으론 진행되질 않아서"
"카오리 누나가 오지 않은 건 착오고"
".... 여기에 그 사디스트가 더해질 가능성을 생각하면 한기가 느껴져"
"누가 사디스트야. 자, 도쿠도 먹어"
요우는 포기의 탄식을 하고, 수박만을 잡고 벽으로 돌아간다.
"아, 이봐. 앉아서 먹어. 버릇없어"
"네가 매너를 말하다니... 더티 하리에게 신호를 지키라고 말하는 기분이다"
"더티 뭐라고 뭐?"
"흘러 넘겨-. 도쿠는 때때로 이상한 말을 해"
수박을 볼이 미어지게 배어 무는 소녀들.
요우도 뾰족한 끝단에 잎을 댄다. 입안에 신선한 달콤함이 퍼진다.
"당분 보급의 보탬 정도는 되는가-- 우와아악!"
타올을 두른 테루의 얼굴이 새하얀 걸 보고 나자빠지는 요우.
"정말, 시끄럽네. 그냥 팩이고"
"그 나이에 그런걸 하는 건 리쿠도 어쩌지 하고 생각하지만"
"이 계정, 피부를 신경 쓰지 않는 쪽이 여자로서 어떨까 하고 생각하고"
"... 리쿠도 여자를 버린 게 아닌걸...."
"리, 리쿠언니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미인이고! 그리고! 가슴 크고!"
깜짝, 하고 반응하고, 요우는 슬쩍 뒤돌아본다. 말하고 보면, 확실히 리쿠는 스타일이 좋은 부류에 들어가는 걸로 보인다.
테루가 날카로운 눈으로 이쪽을 바라본다. 요우는 당황해서 벽으로 시선을 돌린다.
"여, 역시 이 식에는 변수가 부족한데, 응. 이 경우 생각할 수 있는 요소는....."
".... 방금, 리쿠언니를 봤어?"
"무, 무슨 소리냐! 나는 일 때문에 바빠! 생트집 잡지 마!"
경계하는 리쿠와 테루를 곁눈질하자, 리쿠가 네 손발로 기어 벽에 접근한다.
"도쿠, 아까부터 뭐 하는 거야. 낙서?"
"일이라고 말했지만? --- 윽, 그 자세는 그만둬"
"헤?'
"가슴! 리쿠언니!"
리쿠의 셔츠 가슴께에 햇볕에 탄 피부가 보일것 같다. 테루가 당황해서 끌어안고 작은 손으로 덮어 가린다.
"리쿠 언니는 너무 무방비해! 그냥 피부 보여주는건 있을 수 없고!"
"이, 이런 여자의 피부에 흥미 없어! 하지만, 얼마냐!"
"500원!"
"지불 가능한 금액을 제시하지 마! 생트집이지만-- 아, 아니, 별로 보고 싶은 게 아니니까!"
"와하하! 실례했습니다. 도쿠는 남자애라는 느낌이 없으니까, 방심했어"
뺨을 붉게 물들이고 웃으며 머리를 긁적이는 리쿠.
뒤에서 새하얀 얼굴의 테루가, 더욱저 하얀 눈으로 요우를 본다.
"그냥 남자가 아니고. 인기 없는 남자고. 이런 게 제일 무섭고"
"어이, 기다려, 멋대로 정하지 마. 내가 인기 없을 리가 없겠지. 나는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이 섹시하다고 말하면서 유혹받은 적이 있을 정도라고"
리쿠가 코웃음 친다.
"그런가. 도쿠는 인기 있구나....."
요우는 관자놀이에 혈관을 세우며 펜을 버린다.
"좋아, 결투다. 나를 모욕한 죄는 피로 대신하게 하겠어"
"대통령? 굉장하고!"
의외의 반응이 옆에서 끼어든다. 테루가 눈을 빛내며 요우를 올려다본다.
이 나라에 와서, 처음 받는 반응이다. 아주 나쁘지도 않은 기분이다.
"호우, 너는 말을 알아듣는 모양이네. 장래가 보인다고"
"저기, 테루? 그런 거 믿으면---"
"대통령과 이야기한 적 있어? 대통령이 섹시라니 무슨 말?"
"웃, 그게 아니야. 대통령 부인, 즉 퍼스트레이디에게 유혹받은 적이 있다고 말한 거다. 뭐, 실제론 퍼스트레이디로 분장한 어떤 나라의 스파이지만"
"오-, 퍼스트레이디! 스파이! 뭔가 굉장해 보이고!"
"천재인 내가 가짜를 간파해, 납치된 진짜를 구한 거야. 그때는 큰일이었지. 폭파된 관저에서 탈출해 총격전을 빠져나와...."
"폭파! 총격전! 헐리웃 같고!"
얼굴의 팩을 구기고 흥분하는 테루.
하지만 그런 테루에게, 리쿠가 손짓한다.
"테루. 조금 이리와"
"뭐야 뭐야?"
리쿠가 테루에게, 뭐라고 속삭인다.
"저기.... 도쿠는..... 라서..... 인기 없어..... 대통령....."
"이상하네. 겨우 이거 설명했는데 인기 없다는 단어가 들렸다고"
"그러니까.... 라는.... 거야"
"....."
비밀 이야기를 끝내고, 테루가 요우를 보는 눈이 일변했다.
그렇게나 눈을 빛내던 소녀가, 경멸하는 듯한 얼굴로 혀를 찬다.
"실망이고"
"비난하면 안 돼. 도쿠는 조금 허세 부린 것 뿐이야"
"어이! 내 이야기를 거짓말이라고 말하는 건냐! 섭섭하다고!"
"테루는 순수해. 뭐든 믿으니까 그만둬, 도쿠"
"순수한 녀석이 친구의 피부에 500원을 받는가!"
"그런 거, 귀여운- 농담이야. 그렇지, 테루?"
"농담? 뭐가?"
"......"
흔들, 무언으로 일어서는 리쿠를, 요우가 제지한다.
"지, 진정해. 너희의 살생에 말려드는 건 사양이다"
"... 일단 도쿠도 도쿠야. 어딘가의 대학교수라던가. 대통령이라던가 거짓말만 잔뜩 하면 안돼. 그런 거 아무도 안 믿고, 우릴 놀리는 거야?"
분노의 창끝이 부당히 요우에게 향한다. 불온한 공기를 느끼고, 요우는 당황해 자신의 캐리어를 끌어당긴다.
"노, 놀리는게 아니야. 나는 천재고, 미국의 영웅이다. 농담이 야냐"
훈장투성이의 재킷을 꺼내, 두 소녀에게 보여준다.
"뭐야, 그거?"
"보면 알겠지. 훈장이다. 이 훈장의 수만큼 나는 미국에 공적을 세운 거다. 그것도 이만저만한 공적이 아니야. 어떤 나라엔, 나는 구세주라고---"
"....."
빤히 재킷을 의문스럽게 바라보는 테루가, 돌연 그에게 그것을 빼앗았다.
"앗, 뭐 뭐하는 거야! 아아악! 기, 기다려! 어디가! 돌려줘!"
재키ㅛ을 가진 채로 테루가 툇마루에서 밖으로 뛰쳐나간다. 말릴 틈도 없이, 앗하는 사이에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무....!에엑....! 어.....!"
너무 당당히 낚아채는 피해를 봐, 패닉에 빠진 요우를 리쿠가 달랜다.
"뭔진 모르겠지만, 어차피 빨리 돌아올 거야. 수박 아직 1통 있어?"
"아니....! 하지만..... 에에에에에엑.....!"
다행히도 리쿠의 예언은 바로 적중했다.
테루가 재킷을 가지고 다시 거실로 돌아왔다.
"대디한테 물었더니, 기지 매점에 비슷한 거 판다고 실망했고"
"그건 선물용 가짜다! 그런 거랑 같은취급 하지마!"
재킷을 빼앗아 훈장의 수를 센다. 하나하나가 요우의 축적된 경력인 것이다. 멍청하게 잃어버리면 미안하다.
"하아.... 도쿠는 정말 굉장한 사람이야?"
리쿠가 멍한 얼굴로 물었다. 아무래도 믿을 마음은 없는 모양이다.
요우는 눈물이 글썽글썽한 눈으로 두 소녀를 노려보고, 재킷을 소중하게 가방 안에 넣는다.
"흠! 너희 평범한 인간이 믿다니 처음부터 생각하지도 않았어!--- 아니, 오히려 그 녀석들에게 몸을 숨기기엔 그편이 형편 좋으니까!"
"그 녀석들이라니?"
"CIA다! 내 머리에는, 얼마든지 국가비밀이 가득 채워져 있으니까! 그 녀석들 언제나 나를 감시하려 하고!"
"시 아이 에- 굉장하고! 영화에서 본 적 있고!"
"아아 정말, 또... 이제 어느 쪽이든 좋아. 그 벽에 붙인 것도, CIA?"
리쿠가 창을 던지는 듯한 동작으로 벽을 매운 논문을 눈으로 지적했다.
"질문의 의미를 모르겠지만... 이건, 내 논문이다. 이것을 완성하는것이 이 섬에온 목적이다. 그러니까 정말로, 부탁이니까, 방해하지 말아줘....."
마음 깊은 곳에서 간원했지만, 쓸데없는 것으로 끝났다. 요우의 자택에서 나가게 하려 했던 것이, 오히려 논문에 흥미를 품게 한 모양이다. 기호와 수식이 들어선 종이다발을, 계속해서 의심스럽게 바라본다.
"흠 흠, 알았어. 이 답은 2개야"
"이 근처에 글자가, 얼굴에 보이고"
"내 존엄을 건 논문을 잘도 적당히 모욕한 것들이다, 네놈들"
"응, 영어는 전혀 모르지만 이건 도쿠의 여름 숙제?"
리쿠가 천진난만한 얼굴로, 요우를 뒤돌아본다. 요우는 크게 웃는다.
"나에게 숙제를 낼 절도의 인간을 알게 된다면 부디 만나고 싶은 것이다"
"데모리셔-....?"
테루가○으로 둘러싸인 문자를 읽는다. 리쿠와 달리 그녀는 보이는 대로, 영어를 이해 가능 한 것 같다.
"데모리셔. 일본어로 옭자면, 파괴하는 자라는 의미다"
말하면서, 논문을 계속 써내려간다.
"뭘 부수는거야?"
리쿠가 물었다. 요우는 즉답한다.
"세상을"
두 소녀가, 멍해진다.
"인류가 내포한 사회적 문명의 확대와 일치에 관해 본능에 관한 필요성의 완성예상 알고리즘이 도출한, 포화상태의 주기 및 최종 공정의 고촬--- 그것이 이 논문의 테마다"
계산 식을 써넣으면서 무지한 인간이 질문한다---.
그 구도에, 대학에서 교편을 잡고 있던 때의 기억이 떠오른다.
대학에 재적 돼 있던 때, 요우는 자신의 사실에서 학생들에게 강의했다. 자료의 산에 둘러싸인 좁은 공간에서, 10명 정도의 학생과 화이트보드를 마주 보고 논쟁한다.
교단 자신의 데스크에는 진한 커피.
창가에서는 조수가 들여온 유리의 꽃향기.
가족애, 우정, 연애--- 그것들 전부와 무연했던 요우가 유일하게 타인과 간섭할 수 있는 게 수업이란 시스템임이 틀림 없다.
".... 설명이 필요한 모양이네"
바보 같은 얼굴로 머리를 갸웃하는 리쿠와 테루를 보고, 요우는 탄식한다.
익숙한 친근한 관경이다. 요우는 무지한 학생에게 애가타, 수업의 레벨을 낮추는거다.
타인에게 흥미가 없는 요우가, 어째서 그렇게까지 교편은 잡고 있었는가. 그 이유는 그것이 대학에 재적할 수 있는 수단이었단 것뿐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냐.
"세상을 명망 시킬 재능을 가진 주(主)는 역사상, 여러 번 출현했어"
논문의 내용은 기밀 중의 기밀이지만, 상대는 바보 같은 어린애다. 다소 설명한 정도로 이해할 리도 없고, 문제없겠지.
이 섬에 오고 나서 상태가 미칠 것 같아서 재활이 필요하다.
육감을 고치는 의미로도, 이 논문에 대해 복습하는 걸로 하자.
"하지만 세상은 멸망하지 않았어. 어째선지 아나?"
리쿠와 테루가 얼굴을 서로 마주 봤다.
"왜?"
"정의의 편이 있어서, 힘냈어!"
"생각하는 건 꼬마가 훨씬 났네. 머리를 갸웃거리는 것뿐이라면 원숭이도 가능해"
리쿠가 입을 삐죽이는 한 편 테루가 얇은 가슴을 필요 이상으로 편다.
"인류 문명을 지키는 것이 정의라면, 그것을 행한 인간이 있다는 것이다. 뭐 대개는 세상을 명말 시키기 전에 수명을 다해 죽지만, 대항세력에 죽은 건 어느 쪽이냐다 너희도 세계사를 배우고 있다면 집히는 지도자나 혁명가의 이름 하나 둘 정도는 있겠지"
"그런 거, 있었어?"
"세계사는 사회 말이야?"
"이제 됐어. 어쨌든, 나는 그들의 능력이나 행동을 분석해서 파괴자라는 카테코리에 분류했지만.... 뭐, 그런 녀석들은 확실히 있다. 하지만 그들은 하지 못했다. 이런저런 이유가 있지만, 어떤 3개의 조건이 부족했던 탓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뭐가 부족했어?"
리쿠가 질문한다.-- 사실은 파괴자를 정의하는 조건의 산출은 시물려이션 쪽이 재밌지만 일부러 거긴 생략한다.
요우는 새로운 백지를 벽에 붙이고 일본어로 써내려간다.
"기간, 무기... 그리고 정보다"
그것들의 문자를 쓰고, 밑줄 긋는다.
"시간?무기?"
"정보?"
"그렇다. 먼저 시간이지만, 수명이라고 명해도 좋아. 세상을 파멸에 이르게 하기까지는 광대한 시간이 필요하다. 수족이 되는 군사를 얻어서, 그것들을 세뇌해 장악해 훈련해 사명을 전달해 목적지에 이동하는 시간-- 세계규모로 그것을 실행하기엔 인간 하나의 인생으론 부족해. 최대한이라도 대륙 하나 지배할 정도다. 파괴자라 해도 자신의 수명을 늘일 순 없어"
"흐-음....."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미묘하게 맞장구치는 소녀들.
"다음은 무기. 죽창으론 세상은 멸망하지 않아. 총으로도 무리다. 문명을 멸망 시키려면 그것이 가능할 정도의 강력한 무기가 필요하게 된다."
요우는 계속한다.
"다음으로, 정보. 파괴자 한 명으로 문명을 멸망 시키기는 불가능하다. 어쨌든 수십억의 사람을 찾아, 찾아내, 죽인다는 과정은 품이 너무 들어. 이것을 해결하려면 세상 속의 인간을 패닉으로 에워싸 의심암기에 빠져 서로 죽이게 할 필요가 있어. 그것을 위해서는 인간으로서 공포를 전염시킬 정도의 정의나 정보전달이 필요하다. 소문이라는 열화 되기 쉬운 정보전달속도가 느린 수단도 안된다"
".... 뭔가 무서운 이야기가 됐어"
"무서운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까 당연해"
요우는 이야기를 그만두지 않는다,
"일찍이 파괴자도, 세계전체를 저주할 뿐인 재능과 증오를 가지고 있었다. 그저 부족했을 뿐이다. 시간과 무기, 그리고 정보라는 조건이"
갑자기 요우는 TV에 가까이 다가가, 리모컨을 조작한다.
『빈발하는 테러 활동이, 이윽고 미국뿐만이 아니라, 중동 아시아에 불이 옮겨붙어---』
뉴스 채널으로 돌린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 시대의 흐름이, 파괴자에게 부족했던 조건을 채워주고 있어"
"?"
"인간이나 물자의 수송수단이 비약적으로 향상된 거야. 무기나 식재를 끌어모으면서, 몇 달에 걸쳐 옆 나라를 공격하던 시대완 달라. 지금은 지구의 반대편까지도 배나 비행기에 타면 몇 일만에 쳐들어갈 수 있게 됐다. 문명이 발달한 것으로 파괴자의 목적 달성이 몸의 생애로 수습되는 기간 내로 단축됐다고 말해도 좋아"
아니, 단축됐다고 해야 할까--.
문명의 발전에는 적잖이 그 시대에 숨어있는 파괴자의 영향도 있었겠지.
그렇게 생각하면, 파괴자는 자신의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 다음 세대의 파괴자를 위해 준비를 계속해 왔다고 말해도 좋을지도 몰라.
"무기도, 그렇다. 대량파괴무기, 라는 이름 정도는 들어본 적이 있을터다"
"굉장한 폭탄이라던가?"
테루가 말했다. 요우는 끄덕인다.
"핵폭탄인가. 그것도 파괴무기의 일종이지. 과학의 발전이지만, 더욱 많은 사람을 확률적으로 죽이는 무기를 만들어냈다."
"그럼, 정보라는 건?"
리쿠가 표정을 흐리는 것을 보면, 요우는 비웃었다.
"네가 말했다"
"에?"
"정보전달 수단이 반전한 것으로 몇만 킬로미터가 떨어진 장소의 사건도 가까이서 느끼게 됐다. 일반인에게 전해질 때까지, 보도나 인터넷에서 공포는 전염되지. 군인을 가진 권력자도 마찬가지다. 멀리 떨어진 나라의 테러사건마저, 자국에 영항 받는다. 국민의 불안을 제어하지 못하게 됐을 때 위정자는 밖에서 적을 만들어내 통제를 도모한다. 이것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어. 그럼, 그것이 세상 속 나라에서 팽창하길 계속하면 어떻게될까--"
테루가 벽의 노트를 마구 만진다.
"잘 모르겠지만.... 여기에, 그 방법이 쓰여있어? 숫자뿐이고"
"네가 지금 만진 곳은 이슬람의 원리주의의 이데올로기의 유동적인 변화와 그것이 미치는 연관조직의 확대와 수축, 그리고 타문화에 대해 공격에 달하는 조건을 산출하기 위한 알고리즘이 쓰여있어. 각 종교간의 대적의식의 변화에 관련된 시뮬레이션도다"
"?"
또 머리를 갸웃하는 두 소녀. 요우는 다를 종이를 펜으로 두드린다.
"이건 어떤 대국이 몰래 원조한 게릴라에 대한 것이다. 간섭했다고 생각되는 측 나라의 파워 밸런스에 의해 변수는 변하지만, 이것들도 곧 알고리즘화 돼"
"......?.....?"
머리 위에 물음표를 띄우는 리쿠와 테루.
"요약하자면, 테러리스트 조직의 분석을 하고 있어. 혹시 내가 파과자였다면, 이미 어느 정도의 전력을 가지고, 훈련을 끝내, 언제라도 행동 가능한 상태에 있는 그들을 쓴다. 그들을 써서 뭘 하냐 하면---"
요우는 백지에 문장을 쓴다.
"세계 동시 다발 테러다"
또 밑줄.
"파괴자의 첨병으로 쓰는 전력은, 각국이 가진 군사라고 해도 좋아. 하지만 그건 조금 귀찮다. 어딘가의 나라에서 그것을 움직이면, 반드시 여러 나라에서 수를 써 그것을 부수려 할 테니까. 그러면 오히려 적이 늘어날 뿐이다. 그것보다도 세계규모의 테러 활동, 그것도 게릴라적인 동시에 파괴활동을 하는 것으로, 타국과 협력하는 정도로 각국의 국내를 교란하는 편이 유리하다"
리쿠와 테루가, 침묵했다. 이제까지 요우가 하는 말을 하나도 믿지 않았던 주제에, 무서운 화제가 되면 기가 죽을 수밖에 없다.
리쿠가 말한다.
"테러리스트는, 뭔가 하려고 하면 누가 방해하지?"
"어중간한 파괴라면"
요우는 히죽 웃는다.
"제1, 대규모의 파괴를 세상 속에서 동시에 일으킨다. 이걸로, 먼저 여러 나라를 지키려고 반격이 둔해진다.-- 그리고 제2, 파괴자는 반격을 받지 않게 완벽히 모습을 감춘다."
"모습을... 감춰?"
"파괴자는 머리가 좋아. 이제 발판에 서서 목청껏 사람들을 동요시키는 시대가 아니야. 몸을 감추고, 남몰래 각지의 테러리스트와 커뮤니케이션을 해 그들에게 대량 파괴병기를 전해 타이밍을 재서 행동에 옮기도록 이끈다. 테러조직은 자신들이 부서지고 있는 것도 모르고, 몸의 신념과 함께 행동했다고 세계동시 다발적 테러에 가담하겠지"
"....."
"지금 조건은 만족했다. 그 뒤는 파괴자의 재능을 가진 자가 나타나면--- 세상은 끝나"
테루가 테러 보도가 흐르는 TV를 봤다. 저렇게 방약무인한 금방의 소녀가, 작은 동물처럼 몸을 움츠리고 리쿠에게 달라붙어 있다.
"혹시, 최근 TV에서 보이는 이 테러도...?"
"그래, 파괴자가 안에서 그들을 조종하고 있어"
리쿠와 테루가 겁먹은 모습으로 몸을 붙이는 걸 보고--.
요우의 속이 풀린다. 불법침입에 대한 보복은 이 정도면 되겠지.
입꼬리를 올리고 콧소리를 낸다.
"-- 그럴 리 없잖아"
"헤?"
눈을 동그랗게 뜬 소녀를 보고, 요우는 펜 끝을 빙글빙글 돌려 보인다.
"파괴자가 완벽히 존재를 감춘다고 해도, 이 몸만은 예외다. 나는 세상에 하나뿐인 천재라고. 나와 같은 정도의 재능을 가지고 있는 녀석을, 나만은 놓치지 않아. 그런 녀석은 또 존재하지 않아 .그 전조조차 없다고 단언해"
리쿠가 얼굴을 새빨갛게 만들었다. 놀린걸 알고, 테루가 요우의 명치를 차버린다.
"뭐,뭐야 정말!"
"바보"
"컥! 포... 폭력은 그만둬!"
"심술부리지 마! 테루는 그런 거 바로 믿어버린다고!"
"엑! 방금 건 리쿠언니도 믿었고!"
"저, 전부 거짓말이라는 건 아니라고! 빈발하는 테러활동은, 확실히 그럴듯한 연관성이 보였다 안 보였다 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 혹시 이것이 파괴자에 의한 준비 라고 하면---"
사실, 일련의 관계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
파괴자 자신이 없는 이상, 깊이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한 것 뿐이다. 하지만 그래도, 강행으로 요우가 생각한 알고리즘에 맞춰 풀어낸다면---.
"슬슬 대량 파괴 병기를 입수해도 좋은 때네. 핵은 안돼. 나라면..... 그래, 독일의 국립연구소에 알맞은 게 있어. 노린다면 그거네. 거기엔 "헬"이라는 두려운 것이---"
"이젠 됐다니까!"
이번엔 리쿠가 정강이를 걷어찼다. 요우는 다리가 밀려 바닥을 구른다.
"쿠오옷.....!"
"하지만"
테루가 TV를 보고, 슬며시 말한다.
"파과자 라는 게 정말로 있다면, 왜 세상을 부수려고 하는 거야?"
"복수, 혹은 변덕이겠지"
"헤?"
"미녀에게 차였다. 어쩌면 햄버거에 싫어하는 피클이 들어있었다.--- 그런 때, 기분전환으로 세상을 부수려고 생각할 수도 있단 거다"
리쿠가 어이없는 얼굴이다.
"하아? 그런 걸로?"
"파괴자가 될 힘을 가진 자라면, 세계 따윈 그 정도의 가치도 없어"
리쿠에게 등을 돌린 채로, 요우는 표정을 지우고 말한다.
"... 이를테면, '세상'에서 파괴자를 거절했다던가"
리쿠가 일어선다.
"의미를 모르겠어. 이제 갈래, 테루"
"라져. 아, 도쿠. 수박 돈!"
"알단, 들어두지 얼마냐"
"5만 원!"
"이번엔 부당히 높아! 누가 없애버려, 빨리 돌아가!"
"좋아... 리쿠의 피부 따위, 어차피 수박 한 조각 정도 인걸..."
축 쳐져서 떠나려는 리쿠가 생각난 듯이 뒤돌아본다.
"아, 도쿠. 뭔가 필요한 거 있어? 있으면, 우리 가게에다 사둘 건데"
정말로 쓸데없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여자다. 요우는 조금 생각하고 말한다.
"...그렇네. 컴퓨터랑 휴대전화가 가지고 싶은데 그 가게는 무리겠지"
"음- 생각해 볼게"
그렇게 말하고, 빤히 요우의 얼굴을 의심스레 바라보는 리쿠.
"뭐야? 아직도 일 있어?"
"뭔가 할 말 없어?"
".....?아! 너, 너의 가슴을 본 건 불가항력이었다고! 사죄할 생각은 없어!"
"아냐!"
가슴을 누르고, 리쿠가 수박껍질이 담긴 접시를 본다.
"수박 가져왔으니까 고마워 정도는 말하지!"
".....? 네가 멋대로 가져온 거겠지?"
"아냐!"
"애초에 나는 태어나서 타인에게 예의를 말한 적이 없어"
"하아?"
리쿠가 이상한듯한 얼굴로 요우를 본다.
"그전에 이렇게나 거절하고 있는데 왜 너는 끈질기게 나에게 간섭하는 거야. 뭔가 목적이라도...... 아----"
"뭐, 뭐야"
당황하는 리쿠를, 다시 한번 관찰한다. 햇볕에 탄 피부는 시골어린아이의 것이지만, 잘 보면 확실히 얼굴 조형은 나쁘지 않아. 스타일도 그렇 저렇이다. 머리가 짧은 건 요우의 취향은 아니지만. 요우는 시선을 돌리고, 우물거리며 말한다.
"그, 그런가.... 나, 나는 너 같은 교양 없는 어린애에게 흥미는 조금도 없지만.... 뭐, 뭐어 네가 나에게 마음이 있다면, 인색하지는 않달까..."
"기분 나쁘고! 어린애한테 너무 우쭐해 하고! "
돌아온 테루가, 요우의 정강이에 스트레이트를 먹인다. 아까 맞은 곳에 데미지를 받아, 웅크리는 요우.
"...아, 아직 있었던 건가, 네놈..."
리쿠도 진지하게 손을 내밀어, 그만하란 재스쳐를 한다.
"전에 살고 있던 하르 방에게 잘 부탁한다고 부닥받은것 뿐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무슨...! 제로라는 숫자를 간단히 쓰지 마! 제로는 아니겠지!"
"바보! 죽어! 갈래 테루 언니!"
"네"
리쿠가 끄덕이고, 떠날 때 이쪽을 돌아봤다.
그를 걱정하는 줄 알았더니 베, 하고 혀를 내민다.
"큭... 섬주민 놈들....."
바닥에 엎드려 레코더를 손에 든다.
"섬 주민의 불시 습격에 부상 당했다... 오늘은 논문작성을 쉴 수밖에 없어....."
거기서 말을 끊고 생각한다.
"..... 제로는 아닌 거지.....?"
그 물음에 답한 것은 상심을 달래는 부드러운 파도소리뿐이다.
2*8
밤.
상점에서 구입한 이불을 뒤집어쓰고, 요우는 눈을 감았다.
침실이 아닌 거실에서 자는 것은, 집안에서 여기가 제일 통풍이 좋아서다. 온도 조정이 이루어지는 침실에서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자던 때가 그립다.
"....."
제법 잠들지 못했다.
그 원인은, 낮에 있었던 일이 머리를 빙빙 돌아서다.
--- 그 녀석은 어땠지?
옆집에 사는 비터멜론 노인의 말.
요우는 그 질문에 애매하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펜실베이니아에 있는 역사공원에서 이 집을 가진 주인과 만났다. 그것은 틀림없다.
그 인물의 얼굴도, 확실히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거기서 나는 대화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누군가와 한 대화를 잊어버리다니 태어나서 처음이다.
그 이외의 기억은, 확실히 하고 있다. 태어난 조산원 축복의 말에서 시작해, 양친의 얼굴이나, 어릴 적의 기억.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학생생활. 대학교수의 호적에, 온갖 국가적 도모의 위기를 구한 영광의 나날. 어떤 날에 요우와 같이 살게 된 연상의 조수 얼굴도 전부 기억하고 있다.
당연, 그 '백악관'도 미국의 중진들에게 비웃음당한 그때도---.
"응.....?"
생각나지 않는다.
요우가 바보 취급당해, 탄압당해 미국에서 탈출하는 계기가 된 이야기.
그 '백악관'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제각기 요우를 떠들어대는 중진들의 얼굴만은 잘 기억하고 있다.
"누구나 내 논문을 믿지 않았다... 그랬을 거야... 그러니까 누구나 나를 망상환자 취급했다... 그랬을 거야....."
그래서 요우는 잡음에서 몸을 떨어트리기 위해, 이 땅에 온 것이다. 아무도 모르는 땅에서 논문을 완성해, 자신을 바보 취급한 연중을 되돌아보게 하기 위해.
그런데도 가장 중요한 그렇게된 순간이 기억나지않는다.
"....."
벌떡 요우는 몸을 일으킨다.
어째선지 심장의 고동이 빨라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 잘 수 있을 리가 없다.
달리 생각나지 않는 게 없는가.
그 답은, 바로 알았다.
미국을 떠나기 직전, 대학의 사실이 불타는 모습을 바라보는 자신의 모습--.
"나는-- 왜, 자신의 연구실을 불태운거야....?"
자신을 해고한 대학에게 보란 듯이 한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정말로 그런것 일까? 그냥 싫어하게 하기 위해, 역대 유명교수가 쓰던 전통 높은 그 연구실을 불태워? 그게 과연, 천재인 요우가 할 행동일까?
일본식 방으로 향한다. 점심에 들여온 요우의 사물. 그중에는 대학 사실에서 가져온 것이 있다.
예전 사물을 손에 쥐면, 기억이 확실히 떠오르지 않아.
"그 군인 꼬맹이에게 쳐 맞은 탓이 틀임 없어. 정말이지, 사람을 팡팡 치고. 그게 아니면 모인 피로 탓에, 사고능력이 저하된 것인가..."
창문에서 달빛이 들어오는 일본식 방에, 골판지 상자의 산이 솟아있다.
요우는 그 중 하나를 손에 쥐고, 테이프를 벗긴다.
"......"
꽝이었다. 거기엔 시계나 애용하는 컵 같은 잡화밖에 없다.
두 번째에 손을 뻗는다.
또, 꽝. 이번엔 의류다.
세 번째, 네 번째도. 어찌 되든 좋은 것밖에 들어가 있지 않다.
"......"
정체 모를 초조감이 요우를 찔렀다. 전력을 다해 골판지 상자의 산을 쓰러트린다.
충격으로 얼마의 골판지 상자가 내용물을 쏟아낸다. 하지만 논문은 없다..
요우는 학자이자, 박사이자, 교수다.
그럴 터인데-- 그의 경력의 증거가 되는 물건이, 하나도 없었다.
"바보같은....! 어째서, 없어.....? 이제까지 써온 논문이... 펜실베이니아의 사진 한 장 마저도... "
드디어 남은 골판지 상자가 마지막 하나가 됐다.
두려워하며 손을 뻗어, 그것을 연다.
"-----"
이미 조금, 비명을 질러버린 참이었다.
마지막 골판지 상자의 내용물은-- 텅 비어 있었다.
"......."
얼굴을 경직시키며, 후퇴한다.
빈 골판지 상자를 부치다니, 보통은 생각할 리도 없다. 그런 짓에는 아무런 의미도 없다.
숨이 거칠어졌다. 폐가 목을 매는 듯이 괴롭다.
"바보같은......! 바보같은......! 이것을 보낸 건--- 누구야......"
팟 하고, 거실에 뛰어서 되돌아온다.
매달리는 듯이 꺼내든 것은, 스틱 타입의 디지털 레코더였다.
이것은 두려워 하며 손을 뻗어, 그것을 연다.
"-----"
이미 조금, 비명을 질러버린 참이였다.
마지막 골판지 상자의 내용물은-- 텅비어 있었다.
"......."
얼굴을 경직 시키며, 후퇴한다.
빈 골판지 상자를 부치다니, 보통은 생각할리도 없다. 그런 짓에는 아무런 의미도 없다.
숨이 거칠어졌다. 폐가 목을 매는 듯이 괴롭다.
"바보같은......! 바보같은......! 이것을 보낸건--- 누구야......"
팟하고, 거실에 뛰어서 되돌아온다.
매달리는 듯이 꺼내든것은, 스틱 타입의 디지털 레코더였다.
이것은 펜실베이니아를 떠나기 직전에 기록을 남겼을 터였다.
이것의 첫 음성을 재생하면---.
"......"
재생하려면, 어째선지 몸이 거부한다. 머리 깊숙이에서 경보가 울린다.
그것을 들으면 안 돼---.
누군가가 귓가에서 울부짖는다.
"하악.....! 하악....!"
전신에서 땀이 내뿜어지고 레코더를 든 손이 떨린다.
액정화면에 비친 날짜를 조정한다.
첫 한마디가 들리지 않는다면, 적어도---.
날짜와 시간을, 나하 공항에 도착하기 직전으로 설정한다.
덜덜 떨리는 손끝으로 어떻게든 재생버튼을 누르는 데 성공했다.
『8월 10일.... 비행기 기내에서 잠이 들어.....』
"...... !"
요우는 생각지도 않게 그것은 놓아버린다.
『눈을 떴을 때는 오키나와에 도착해 있겠지.....』
무기질적이고 무감정한 목소리.
"야----'
바닥에 떨어트린 레코더에서, 비켜선다.
"누구의---- 목소리야----"
들린것 은, 요우의 목소리라곤 생각 할 수 없는 낮은 소리였다.
『계획은 착실히 진행되고 있어.... 몇 일후에는 그것을 손에 넣겠지.... 독일에 있는 '헬'을....』
"우와아아아아악!"
레코더를 발로 차버린다.
바닥에 내팽개쳐둔 캐리어에 손을 집어넣어, 깊숙이 넣어둔 재킷을 꺼낸다.
훈장투성이인 그것을 손에 쥐고 마음속으로 안심했다.
일찍이의 영광을 상징하는 재킷까지 사라졌다면, 정말로 미쳐버릴 참이었다.
"누구야, 이전에 레코더를 녹음한 인간은......"
재킷을 뒤집어쓰고 바닥 위를 구른다.
"누구야--- 어제, 이 섬에 내려온 인간은"
완전히 패닉한 상태다. 머리를 휘젓고, 자의식을 유지한다.
"나는 사도 요우...... 세계 제일의 천재로, 미국의 영웅으로.... 미국에 있었던 것도, 이섬에 내려온 것도, 이 몸이다..... 지친 탓에, 일시적으로 혼란한 것뿐이다....."
몸에 뒤집어쓴 재킷을 강하게 붙잡는다.
-- 아아.... 도쿠는 정말 굉장한 사람이야?
-- 기지 상점에서 비슷한 거 팔고 있다고.
리쿠와 테루의 말이, 뇌리를 스친다.
"이 재킷은, 진짜다.... 가짜가 아니야....."
기억나는 것과 기억나지 않는 것.
그 대비는 압도적으로 기억나는 것이 많다.
그러니까,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그러나---.
형언할 수 없는 혼란과 공포에 머리가 가득 채워져, 이윽고 한계가 왔다.
뚝 하고 요우의 의식이 두절 되는 것을 느끼고---.
요우는 의식을 잃었다.
3*1
"좋은 아침"
눈을 뜨고, 정말 수 센티의 거리에 하마요지 리쿠의 얼굴이 있었다.
"----"
상황을 이해하기엔 3초가 걸렸다.
"이미 아침이야. 좋은 아침"
리쿠가 얌전한 얼굴로 되풀이한다. 어째선지 그녀는 머리맡에 정좌해, 위에서 요우의 얼굴을 엿보고 있다. 잠버릇으로 짧은 머리와 부르러워 보이는 입이, 요우의 코끝에 있다--.
"우와---아아아아악!"
요우는 이불에서 탈출해, 벽면으로 후퇴했다. 새빨간 얼굴로 항의한다.
"뭐뭐뭐뭐뭐 뭐야, 너! 어디서 들어왔어! 아, 창인가! 아니 잠깐, 아무래도 비상식이잖아! 내내내내내가 잘 때를 습격하다니 어쩔 생각이냐!"
"이거 봐"
기죽지도 않고 리쿠가 TV의 전원을 켠다.
『---에 의해서 전문가를 부르겠습니다. 연일같이 해외에서 테러리스트에 의한 파괴행위가 전해지는 중, 이번 사건은 어떤 견해를---』
전국방송의 아침 와이드 쇼같다. 아나운서와 해설자가, 양복을 입은 학자풍의 인물과 의논하고 있다.
『이번 케이스는 이제까지에 비해, 에에, 위험하기 짝이 없다는 억측이라 부르기도 어렵네요. 여하튼 오늘 미명에 습격당했다는 장소가 특수한 것입니다. 이 시설, 독일의 국립연구소인데---』
".....!"
요우의 심장이 뛰었다.
『이곳은 국영 화학기술 연구소이고, 에에, 국제적으로 봐도 굉장히 중요한 시설입니다. 물론 그 많은 것이 국가기밀이고, 어떤 피해가 있었는지 아직 공표되지 않은 것도 신경 쓰이네요. 이것은 가정입니다만, 심각한 손해를 입었을 가능성도....』
『범인 측에서 성명을 내지 않는다는 것에서도, 당국은 당황해 하는 모양이고요. 지역 신문 정보에 의하면, 이 시설을 습격한 것은 훈련 받은 병사로 보인다고---』
"도쿠... 어제, 독일의 연구소가 습격당한다고 말하지 않았어?"
굳은 미소를 띠는 리쿠. 그 얼굴에는 불안한 기색이 보인다.
『정확히 예상해두고 싶은 것은 이번 습격으로 어떤 피해가 있었던 것인가. 그리고 일련의 테러 활동과 관련이 있는 것인가. 그 두 가지 인데.』
『피해에 관해서는, 에에, 어쨌든 화학 연구소 시설이니까. 최첨단 화학약품이나 기밀 기계가 강탈당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면 돈이 될테니까요.』
『테러 활동과의 관련성은?』
『이것은 다른 사건이라고 생각해야겠죠. 범행성명이 없으니까. 거기에, 특수한 것을 다루기엔 고도의 전문지식이 필요합니다. 시설 내부에 정통할 필요도 있겠죠. 이것은 테러라기보단. 돈이 목적인 계획적인 강도인 가능성이---』
"----시시해"
요우는 한숨을 쉬고, 일어섰다. 리모컨을 빼앗아 TV를 끈다.
"에?"
"그냥 우연이다. 세계가 테러로 허둥거릴 때 돈 목적으로 무리가 욕심부린 것에 지나지 않아. 바로 당국에 포획 당하고 끝이다"
"그, 그런 거야?"
리쿠는 멍해진 모양이다. 감정이 표정에 잘 나오는 소녀다.
"어제, 도쿠가 위협하니까, 리쿠는 완전히--"
"그런것 보다"
요우는 이불에 몸을 감싸고 얼굴을 붉힌다. 아까 리쿠의 입술을 생각해내, 자신의 입술에 손등을 파묻고 눈을 피한다.
"나, 나에게 이상한 짓은 하지 않았겠지...."
갸웃 리쿠가 고개를 기울인다.
"이상한 거?"
"그, 그러니까, 그.... 자고있을때, 내 몸에....."
리쿠가 퍼뜩 알아차린다. 그녀도 얼굴을 불게 물들인다.
"바보! 왜 리쿠가, 도쿠 같은 거 한테! 무슨짓 할 리 없어!"
"저, 정말인가....?"
"빰을 물들이고 고개 숙이지 마! 죽어!"
리쿠가 펜을 주워 던진다. 이마에 직격 당해 요우도 격분한다.
"네놈! 불법침입에도 모자라, 성희롱까지 하는 건가!"
"누가 성희롱이야! 자의식 과잉이야! 이 고물!"
"고, 고물이라고! 나는 천재라고! 두드리면 고쳐지는 라디오가 아니야!"
"뭐-가 천재야! 대단한 선생이라고 거짓말이나 한 주제에! 이 거짓말쟁이!"
"거짓말쟁이라고... 요, 용서 못해! 이렇게 되면 실력행사다! 밖으로 나와!"
"할 테면 해봐!--- 모자란놈"
"네, 네놈--- 악"
간단히 넘어져 리쿠가 요우에게 덮인 상태로.
둘은 뜰 건너, 부지 밖에서, 이쪽을 보고 있는 인영을 알아차린다.
우연히 그곳을 지나가고 있었겠지.
낚싯대를 가지고 있는 어린애 마사하루다.
"......칫"
리쿠가 귀까지 새빨갛게 물들이고, 뭔가를 말한다.
얇은 옷의 두 사람, 그것도 소녀가 소년을 밀어 넘어트린 형태로, 서로의 옷을 붙잡고 있다.---
그런 상황을 보고, 마사하루가 기쁜 듯이 달려간다.
"리쿠 누나 저질렀다-! 도쿠랑 엣찌-!"
"아냐!"
리쿠가 절규한다.
"잠깐, 하루! 이봐아!"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 리쿠가 창에서 뜰로 뛰어간다. 뒤돌아보면서 말한다.
"다른 사람한테 퍼트리는거 막고 올게!--- 랄까, 왜 네가 부끄러워하는 거야!"
"너, 너, 역시, 그런 목적으로"
"아니, 아닙니다. 정말, 그런게 아닙니다. 착각하지 말아주시겟습니까"
진지한 얼굴로 그만하란 제스쳐를 하는 리쿠.
"됐으니까 도쿠는 옷 갈아입어! 나중에 데리러 올테니까!"
"데리러?"
"휴대폰 가지고 싶었지! 나중에 키타야 갈 거니까, 도쿠도 데려가 줄게!"
그런 말을 남기고, 달려가는 리쿠. 전 육상부원답게 훌륭한 스타드 대쉬지만 뒷모습까지 귀가 빨개져 있단걸 알았다.
"챠탄?"
잘 모르겠지만, 휴대전화를 구입 가능한 장소에 안내해주는 모양이다.
"......"
어찌나 소란스러운 아침이다. 태풍 충격이라도 받은 기분이다.
바닥에 떨어진 리모컨을 주워, 다시 TV를 켠다.
『이 독일 연구에서는 많은 연구가 행해지고 있어---』
채널을 돌려보지만, 어디서든 같은 화제다.
소란 피우는 것처럼 보이지만, 거기에 긴장감은 없다. 남일 같은 식이다. 실제로 먼 이국의 테러 피해가 번지면 어떻게 될까--.
평화에 익숙해진 나라니까 반동이 크다는 것은 쉽게 상상이 간다.
"-- 우연이다"
요우는 거실에 앉아서 수건을 머리에 감는다. 전신에서 차가운 땀이 뿜어진다.
"내가 그 연구소에 대해선 잘 알고 있지만--"
TV를 보는 요우의 뇌리에 피해를 받은 연구시설의 내부상황이 떠오른다. 건물의 구조뿐만이 아니다. 주된 연구원의 얼굴이나, 그리고 연구소의 최심부에 봉인된, 두려운 재앙--.
그 모든 것이,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있다.
"'헬'에 대해선 알고 있지만...."
리쿠의 앞, 아까는 평정을 가장한 것이다. 하지만 내심 불안함과 초조함이 잔뜩 있었다. 뉴스 영상을 봤을 때도, 가까스로 비명을 지르지 않았다.
"공동 연구를 제의하고, 그 연구소를 방문한 적이 있으니까.... 그래서 알고 있는 것뿐이야. 그 이외에 특별한 이유 따위 있을 리가 없어...."
요우는 일찍이 독일 정부에서 의뢰를 받아, 그 연구소를 방문한 적이 있다.
그뿐이다. 그 이상, 싶은 의미는 없다--.
"......"
발밑에 떨어져 있는 레코더를 보고, 꿀꺽하고 침을 삼킨다.
어제 일어났던 일.
요우가 가지고 온 화물에 일찍이 자신의 흔적을 보여주는 것은 없었다.
레코더에 녹음한 목소리도--- 음질은 깨끗한데 마치 죽을 장소를 찾는듯한 노인의 지친 목소리었다. 의기양양하게 나하 항공을 내려온 요우완 다른 사람이다.
"난......."
벽에 붙여둔 노트를 본다.
"파괴자"---.
그 문장에서 눈을 돌리고, 떨리는 손으로 레코더를 손에 쥔다.
"8월 13일. 오늘은 조금 바람이 강해--"
떨림을 숨기는 듯이 몸을 둥글게 말고, 말한다.
"이 이외엔 아무것도 없는, 잔잔한 아침이다--- "
레코더에서 들린 낮은 목소리가.
-- 거짓말마.
그의 귓가에서, 그렇게 속삭인듯한 기분이 들이었다.
3*2
"너, 넌----"
국도를 달리는 화물겸용 승합차의 조수석에서 요우는 운전석에 앉은 남자를 올려다봤다.
"손에서 아만타디움 합금의 손톱을 꺼내고 그러진 않겠지......?"
"앙?"
콧수염과 날카로운 눈초리, 그리고 근육질인 몸의 남자가, 힐끗 요우를 노려봤다. 그 풍모는 어떤 헐리우드 영화의 초능력 히어로를 쏙 빼닮았다.
"말할 땐 확실히 말해! 여자냐! 배로 소리를 내!"
일본제 휴 잭맨이 한 손을 핸들에서 떼, 요우의 배를 붙잡는다.
(휴 잭맨은 오스트레일리아의 배우, 영화 제작자로 영화, 뮤지컬, 드라마 등에서 활동한다. 그는 세계 빈곤 퇴치 프로젝트에서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2009년 4월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에 올랐다.)
"캬악! 거, 거리낌 없이 만지지마! 성희롱이라고!"
"어이, 가늘잖아. 정말로 여자 같은데"
"아, 아파! 누르지 마! 아, 앞을 보고 운전해!"
8인승 화물겸용 승합차의 차내는 비린내가 났다. 운전석 문에 있는 수납 케이스에는 꾀죄죄한 목장갑과 낚시 바늘. 계기판 위에는 스프링 달린 참치 장식, 그리고 요우의 발밑에는 방해 말곤 아무것도 아닌 텅빈 에어컨 박스가 있다.
이걸 잭맨의 취미인 수공예입니다. 라고 말한다면, 요우는 맨하튼의 타임스 스퀘어에서 삼바를 알몸으로 춰도 좋다.
"테루 누나, 감자 칩 혼자서 먹고 있어! 나츠 오빠가 가져왔는데, "
"테루 뿐만이 아니고! 리쿠 언니도 카오리 언니도 먹고 있고!"
"테루짱 너무 많이 먹으면 살쪄? 모처럼 날씬한데"
"자, 하루. 사탕도 있으니까 이 정도로 해둬-"
"정말, 나츠. 또 테루의 어리광 받아주고. 안돼, 테루. 모두와 먹는 거야"
시트를 젖혀둔 뒷좌석에서는 5인의 소년 소녀들이 소란스럽다.
리쿠, 테루, 나츠키, 마사하루, 그리고 카오리다.
"그런데 날씨 좋네. 낚시하는데 데려가 줄까, 낚시. 밖으로 나와"
그렇게 말하고 낚싯대를 빼는 행동을 하는 잭맨.-- 나츠키와 마사하루의 아버지 같다.
"거절한다. 탔던 배가 전복해서 백상어와 대결한 이래, 3톤 이하의 선박에는 타지 않기로 맹세했다"
어째서, 이런 섬 주민의 대이동에 요우가 동행하고 있는 가. 그 이유는 이렇다.
먼저 리쿠와 테루, 카오리 3명이 번화가에 놀러 가기로 했다. 그것을 나츠키가 듣고, 동생과 함께 가기로 했다. 그러자 마을에 용무가 있는 듯한 잭맨이 차를 꺼내, 휴대폰을 사고 싶은 요우도 운행돼버렸다는 이유다.
"내 배는 그런 부드러운 게 아니야. 좋아, 이번에 태워주지"
"그럼 적어도 상어한테 지지 않게, 나도 금속 뼈대를 개조할 때까지 기다려줘"
탄식하는 요우의 시트가 이상하게 흔들린다.
"이제부터 갈 챠탄은 말이야 이런저런 놀 거리가 많은 곳이야"
카오리다. 뒤에서 몸을 기대고 피식 웃는다. 스트레이트의 머리나 고상한 옷은 섬 주민 중에서 혼자만 도회적인 인상이 있다.
"상점도 있으니까, 휴대폰도 살 수 있을거라고 생각해?"
"그게 목적이니까"
"그런데 리쿠짱 한테서 들었는데"
싱글벙글 웃으면서, 카오리가 요우에게 얼굴을 붙인다. 작은 소리로 속삭인다.
"리쿠짱을 육상으로 다시 돌아가게 해준다는 이야기.... 그냥 짓궂은 말이였지?"
"아? 아, 아니, 그건---"
"그리고오, 마사하루군한테서 신경 쓰이는 걸 들었어. 오늘 아침에...."
카오리가 양손을 살짝 그의 목에 둘렀다. 그 차가운 손의 감촉에, 등골이 얼어붙는다.
"그, 그 꼬마......! 하필이면, 어째서 이 녀석한테 일러바쳐---"
"이방인이.... 리쿠한테 이상한 짓 하면 용서 없으니까?"
"히익! 어째서 그렇게 손이 차가워! 놔, 놓으라고!"
"카오리-. 나츠가 사탕 달라고. 도쿠도 줄까?"
"응, 고마워. 리쿠짱. 아, 도쿠는 필요 없대"
아가씨 티나는 미소로 돌아보며 뒷좌석으로 돌아가는 카오리.
해방돼서 가슴을 쓰다듬으며 내려다보는 요우를 보고, 잭맨이 태평하게 웃는다.
"어제 오늘 막 온 참인데 제법 사이 좋아 보이네, 어이"
"호러 영화에서 전기톱을 들이대는 히로인에게 같은 말을 해봐. 내 기분을 대변해줄것이 틀림없어"
식은땀을 닦고, 창밖을 바라본다.
화물겸용 승합차가 달리는 국도 변에는 끝없이 이어지는 숨이 있다.
"저 건너에는 뭐가 있는지 알아?"
그냥 보고있었을 뿐이지만, 잭맨은 요우의 식선이 신경쓰인 모양이다.
요우는 답한다.
"카데나 비행장. 제18 항공단을 시작으로 미국 공군이 주둔하는 미군 기지다"
"오? 자세하네. 혹시 마니아야?"
"그냥 지식으로 알고 있을 뿐이다"
"훗, 그럼 오늘부터는 그냥 지식이 아니게 되는 거네"
핸들을 조작하면서, 잭맨이 웃었다.
"오키나와에 산다면 싫어도 저것과 함께 살아야 하니까"
"싫어도, 인가"
"없는 걸로 할 수 는 없겠지"
피식 웃는 잭맨. 그것을 마지막으로 기지에 관해 말하려고 하지 않는다.
오키나와에 사는 인간으로서, 이제까지 많은 문제를 마주하고 있었던 거겠지. 신참자 요우에 대해 필요 이상으로 사정을 말하지 않는 것도, 그 나름의 생각이 있는 것일지도 몰라.
"이만한 규모의 군사력이 하나의 섬에 집중하고 있는 것은, 세계적으로 봐도 신기하지. 아시아권 전체에 대해 억제력으로, 그것이 필요한지 어떤지 의견이 갈리는 거겠지"
요우의 말에 잭맨은 웃는 채로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억제력의 대상을 강요받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그들이다.
"초대면의 인간과 정치나 종교에 대해 말할 정도로, 나는 어리석지 않아. 하지만 이들의 군사력이 사라지는 것이 어느 때인지 정도는 알아"
"호우, 어떤 때야"
"세상이 평화로워 졌을때가... 혹은 세상이 끝났을 때다"
그것이 필요하지 않게 된다.
혹은 좀 더 강대한 힘으로 구축된다.
너무 강대한 힘은, 이 이외에 소멸시킬 방법을 모른다.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후자의 가능성이 높지만... 조금, 생각을 바꿀 수밖에 없게 됐다"
요우는 한숨을 쉬고, 백미러를 올려다본다.
거기에 비추고 있는 것은, 경박하게 들떠있는 바보 같은 얼굴이었다.
"세상은, 의외로 평화로운 걸지도 몰라"
잭맨이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는다.
"그런것도 몰랐던 건가?"
그렇게 묻는다면, 요우는-----.
예스라고 대답할 수 없다.
적어도 이 섬은, 요우가 살아온 것 중에서 가장 평화로운 곳으로 보였다. 세계 유수의 군사력을 이웃하고 있는 주제에.
"영웅의 천적이니까"
요우는 창 밖을 바라보면서 중얼거린다.
"평화라는 것은"
그래.
어리둥절하게, 기억이 혼란할 정도로.
이런 평화로운 섬에 있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요우는 알 수 없게 됐다.
3*3
"신규 계약이군요. 감사합니다. 보호자는 없습니까?"
"그런 거 없어"
오랜지 색이 눈에 띄는 점내.
요우는 막 흘러넘친 영업 스마일을 띄운 접수원과 마주 보고 있다.
"신기종으로 바꾸고 싶고-. 리쿠 언니 사줘-"
"억지 부리지 마 리쿠도 우미 언니 걸 물려 쓰고 있는데"
"오빠, 나도 휴대폰 가지고 싶고-"
"중학생이 될 때까진 참아. 가끔은 내걸 빌려줄 테니까"
"아, 이거 귀여울 지도 리쿠짱 봐봐"
요우네는 챠탄 마을에 있는 휴대폰 전문 가게에 있다. 그들을 여기서 내려준 잭맨--- 나츠키와 마사하루의 아버지는, 자기의 일을 끝내기 위해 떠난 뒤다.
요우는 카운터에 앉아, 그 이외의 각 방면에 디스플레이된 기종을 보고 있다.
"나는 보호받을 필요가 있을 정도의 약자가 아니니까"
접수원 여성은 20대 전반으로, 눈이 치켜 올라간 미인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영업 스마일을 무너트리지 않는 모습은, 틀림없는 프로페셔널이다.
"...... 미성년자에게 계약을 할 수 없어 20세 이상인 분의 동의가 필요합니다만"
"연대 보증인 이라는 건가?"
"그렇군요, 그렇게 생각해주셔도"
"본체는 현금으로 지불할 거고, 사용료는 미리 내도 좋아. 그래도 인가"
"죄송합니다. 규칙이라서....."
"도쿠? 왜 그래?"
입씨름을 하는 요우와 접수원을 알아차리고, 리쿠가 가까이 왔다.
"부모님이나 20세 이상의 형제가 있으면, 그런 방향으로....."
"그런 거 없어"
요우는 태연히 말한다.
리쿠와 디스플레이를 보고 있던 아이들이, 놀란 모습으로 이쪽을 바라본다.
"돈이라면 있어. 보증인의 대리 서비스인가, 거기에 가까운 것도 없는 건가"
"대단히 죄송합니다"
고소하는 접수원을 대신해 테루가 끼어들었다.
"돈? 도쿠는 부자야?"
테루는 과연 마을 밖에선 평소처럼 수건을 두르진 않았다. 하지만 무슨 생각인지, 커다란 선글라스로 얼굴을 숨기고 있다.
"응? 이제까지 실컷 나라나 군, 기업의 연구에 협력해서 보수를 받았고, 특허도 있으니까 엔화로 치면 10억 정도 저축하고 있다고"
"시.....! 오,오오오오오오오오......!"
떠는 테루.
테루 이외의 얼굴들이, 얼굴을 서로 마주 본다.
"또, 시작했다-. 테루를 놀리는 건 그만해 도쿠"
"뭐가 시작한 거야? 뭔가를 시작한 기억은 없지만"
"10억....! 전부 주세요!"
"어째서냐! 욕심부리는 정도가 있다고! 부부의 이혼 조정이라도, 적어도 절반 정도지만!--- 칫, 이렇게 된다면"
눈빛이 변해 달려드는 테루를 누르고, 리쿠를 의문스럽게 바라본다. 본인은 15살이라고 말했지만, 그 나름의 체형과 모습으로 다른 가능성을 생각한다.
빤히 평가되, 리쿠가 반사적으로 가슴을 양손으로 숨긴다.
"뭐, 뭐야?"
"너...... 사실 아이를 가진 부모 같은 게 아닌가? 혹시 그렇다면 보증인으로 고용하지"
"무슨......!"
리쿠가 쇼크를 받은 모습으로 굳는다. 유감이지만 연령 사칭은 아닌 모양이다. 그녀의 등 뒤에서 히죽 웃으며 "죽여버린다?"라고 무언으로 입을 움직이는 카오리가 두려웠다.
"나츠.... 리쿠는 그렇게 늦었어.....?"
".....어, 어른스러워! 리쿠는 어른스러운 거야!"
요우는 탄식했다. 의자에서 일어선다.
"시간을 뺐겼네"
"네?"
"계약은 없다. 이번엔 포기하기로 하지"
그렇게 말하고 가게를 나오는 요우.
바로 아이들도 뒤에서 따라온다.
"괜찮은 거야, 도쿠? 뭣하면 리쿠 엄마한테 부탁해서라도---"
"필요 없어. 처음부터, 타인한테 부탁할 생각은 없어"
"리쿠가 애가 딸렸다면 부탁했을 주제에...."
"그건 농담이다. 뒤에 잇는 여자가 무서우니까,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마"
리쿠가 카오리를 돌아본다. "?"하고 귀엽게 머리를 갸우뚱하고 계속 멍하게 있는 카오리.
"다음엔 적당히 이 근처를 볼 테니까, 택시를 잡아서 돌아가는 걸로 하지. 그럼"
"엑? 안내해줄 거야? 챠탄 처음이잖아?"
나츠키가 불러 멈추자, 요우는 코웃음 쳤다.
"이 정도의 지리로 미아가 될 시절은, 말을 기억했을 때 졸업했어. 거기에 너희 꼬마들의 보호라니 질색이다"
"엑? 리쿠네가 보호받는 입장?"
"도쿠는 장해 보이네--"
리쿠와 마사하루의 항의를 뿌리치고, 요우는 혼자서 걸어갔다.
정당히 걸으면, 사람이 많이 지나는 에리어가 나왔다.
국도에서 계속해서 자동차가 흘러넘치고, 펼쳐진 도보에서는 통행인이 오가고 있다. 장난감 같은 서양식 건물이 늘어서, 멀리서 감시 차량 같은 커다란 고리가 보인다.
영어로 쓰인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미하마 아메리칸 프렌치.
그게 이 대로의 이름 같다. 이 지망 사람뿐만이 아니라, 보기에도 관광객 같은 얇은 옷을 입은 사람들, 거기에 외국인의 모습도 보인다.
"에어컨의 구입이나 컴퓨터를 살 수 있을듯한 장소는 없어 보이네...."
시야에 비치는 점포나 통행인의 짐을 보면, 일목요연하다. 그들이 손에 쉬고 있는 것은 아이스크림이나, 신발, 거기에 옷. 이곳에 사는 사람들에겐 놀러 오는 장소이기도 하고, 관광객은 쇼핑센터나 놀이공원이 목적이겠지.
"점심만 먹고 빨리 돌아갈까"
"테루가 추천하는 가게는 저기고"
바로 옆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커다란 선글라스로 얼굴을 숨긴 소녀가 옆에서 걷고 있다.
"....."
주변을 둘러본다. 옆에 있는 것은 소녀뿐이고, 달리 기억하는 얼굴을 찾을 수 없다.
"자, 주스 마셔"
테루다. 종이컵에 담긴 음료수를 요우에게 건넨다.
"왜, 네가 여기 있어?"
"왜냐니... 그런 거, 도쿠랑 같이 놀고 싶었고"
눈을 피하고, 부끄러운 모습으로 입을 삐죽이는 테루.
"나와 함께? 그러니까, 왜--"
어깨를 으쓱이는 요우의 팔에 테루가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의 팔을 감았다.
실수로 두근두근하고, 어떤 것을 알아차리는 요우.
아직 어리다곤 해도, 테루가 장래 유망한 외견을 하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반짝이는 금발과 하얀 피부, 그리고 커다란 눈동자. 조용히 서 있으면, 그 나름대로 사람의 눈을 끄는 얼굴이다.
"과, 과연. 어린애에게 흥미는 없지만.... 거기까지 네가 나를 신경 쓰인다면 이쪽으로선 나쁜---"
"ATM 여기니까. 일단 10만엔 꺼내서, 커다란 케이크 먹고 싶고!"
딱 ATM 앞에 도달해, 요우는 뻐끔거린다.
"FUCK...."
"아, 훅이라고 말했다! 그거 말하면, 대디한테 바로 혼나고!"
"어린애보다 아내한테 욕먹는 게 좋은 거겠지.-- 뭐 좋아. 조금 이제 생활비를 꺼내려고 했던 참이야. 한턱내지"
테루의 팔을 흔들어 풀고, 요우는 자동문을 빠져나와 현금 자동 지급기로 향한다.
"엑, 어째서 의미를 모르겠고!"
"이쪽의 대사다!"
지갑을 꺼내 현금카드를 기기에 넣는다.
"10만엔 10만엔"
"노래하지 마. 손장단 치지 마"
전자음과 함께 카드가 들어간다. 액정화면 위에 주의가 표시된다.
"해외 은행 계좌는 처리하지 않는 건가? 이래서 시골은...."
다른 카드로 시험해 보지만, 역시 받아들이지 않는다.
신용카드를 넣어도 똑같다. 표시되는 문장은 변함없다.
-가지고 계신 카드는 현재, 처리할 수 없습니다.
그 한 가지 뿐이다.
"....."
이리하여 요우는 1엔도 손에 넣지 못하고, 자동문으로 나오게 됐다.
"어째서야, 전부 쓸 수 없다니.... 미국 정부의 소행인가? 아니, 이건 누구에게도 밝히지 않았거... 일단, 연중이 이 계좌를 알았다면, 발자취를 붙잡기 위해 동결 따윈 하지 않고, 내가 헤엄쳐 그물에 걸리게 할터다.... "
멍하니 중얼거리는 요우의 옆모습에, 테루가 거대한 한숨을 쉬었다.
"실망이고... 선행 투자가 쓸데없었고"
요우에게 준 주스는 선행투자를 할 속셈이었던 것 같다.
"도쿠 정말 가난했어. 점심... 사줄까?"
"부, 불쌍한 눈으로 보지 마! 나를 깔보지 마! 꼬마에게 밥을 사줄 정도의 변변함과 서비스 정신은 있으니까!"
"사주는 거야? 야호-"
이해 가지는 않지만, 선행투자 주스를 받아버린 이상 어쩔 수 없다.
수십분후, 요우와 테루는 핑크색 외벽인 매점 앞에있다.
밖에 설치된 의자와 테이블에 앉아 통행인을 바라보며 타코스를 먹는다.
(타코스-옥수수 가루를 반죽하여 얇게 펴서 구워 만든 조각에 야채나 고기를 싼 멕시코 요리.)
"스테이크가 아니고"
다람쥐처럼 뺨을 부풀리면서 테루는 불만스럽게 말한다. 옥수수를 바탕으로 소고기를 저며 양파에 얻고 살사소스를 뿌렸다.
"예약도 필요 없어 보이는 레스토랑에 들어올 정도라면, 정크푸드쪽이 나아"
요우도 그것을 먹는다.
"맛있으니까 용서하고"
"뭐하는 놈이야, 너는. 그렇게 항상 비싼 요리를 젓가락으로 먹는 건가?"
"으-응, 아이스크림이던가 10엔 초코렛이라던가 껌이라던가"
"길들인다고 하는거다, 그런 건..."
"모처럼 데이트해주는 건데. 도쿠는 인기 없으니까 이게 첫 데이트네"
"정하지 마. 나는, 나름대로 인기 있어. 유명한 헐리웃 여배우의 에스코트를 한 적도 있다고"
"헐리웃 여배우? 굉장하고!"
"그 후, 그 여배우는 목만 남아서 샹들리에의 장식품이 됐으니까"
"......"
"물론 내가 범인을 알아내, 배상을 지불하게 했다"
걷잡을 수 없는 잡담을 하며, 요우는 현금카드를 바라본다.
그걸 쓸 수 없어서 막연한 불안함이 가슴을 스쳐 간다. 요우 이외에는 누구도 알지 못할 터인 계좌에서, 돈을 뽑을 수가 없다.--- 그런 일은 볼래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요우의 실종을 알고, 그 잠복처를 알아내려는 사람은 많다. 요우의 팬 대표이기도 한 우수한 조수도 있다. 그 여자는 당연--- 미 당국이나 CIA도, 눈에 핏발을 세우고 요우를 찾고 있을 터다. 아까도 생각했지만, 혹시 그들에게 계좌의 존재가 들켰다면, 그것을 단서로 요우의 행방을 잡으려고 하겠지. 동결시키려는 어리석은 책을 취하지 않는다.
그들 이외에 요우의 계좌에 갑섭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계좌의 주인이기도 한 사도 료우, 본인뿐이다.
"....."
지끈, 하고 요우의 머리에 희미한 아픔이 왔다.
좌절과 함께 초조함이 요우의 발밑에서 살그머니 다가온다.
현금카드를 바라보는 요우의 두통이, 증가한다---.
"얌. 바람이 강해졌고"
건방짐을 부추기며, 테루의 선글라스가 흘러내렸다.
요우는 정신을 차린다.
"... 오늘은 수건을 두르지 않았네"
내심 초조함을 숨기고, 어찌 되든 좋은 것을 말한다. 물이 빠지는 듯이 두통이 사라지고, 잘 모르는 불안도 안개처럼 흩어졌다.
돈 따윈, 어떻게든 된다. 사소한 문제다--.
마음속에서 자신에게 말하면서, 깊이 생각하는 것을 그만둔다. 문제를 뒤로 미루다니, 자신답지 않은 판단이지만-- 지금은 논물을 완성 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사소한 문제에 시간을 들이면 안 된다.
"이런 마을 안에 수건 같은걸 둘렀다 간, 그냥 수상한 사람이고"
테루가 자못 당연한 듯이 말한다. 그 얼굴에는, 수상한 선글라스가 올려저다.
"그 선글라스도 어쩔지 생각하는데"
"선글라스는 어쩔 수 없고. 테루는 아이돌이니까, 눈에 띄었다간 큰일나고"
요우는 머리를 갸웃했다.
조금 생각해 보지만, 요우의 지능을 더해도 그녀가 하는 말의 의미를 모르겠다.
"앗! 저 사람, 방금, 테루를 봤고! 들키면 사인 공격당해!"
테루가 그렇게 말하고, 길을 지나가는 가족들에게서 얼굴을 돌린다.
요우는 그 가족들이, 테루보다 더 먼 곳을 보는 듯이 보인다.
".....?"
"뭐야, 그 눈은"
테루가 노려보면 요우는 처음부터 의문이였던 것을 말한다.
"일본에서 말하는 아이돌이란건 흔히 말하는 그건가. 노래하고 춤추는....."
"당연하고. 오키나와에선 유명한 액터즈 스쿨이 있어. 이제까지 몇 명이나 유명인을 배출해냈고"
"이 섬에 그게 있는 것과, 네가 아이돌을 자칭하는 것과 뭔가의 관계가?"
"그러니까, 테루가! 거기에 다니는 거야! 이전에, 드디어 TV에 데뷔했고!"
의기양양한 얼굴로 몸을 내미는 것을, 미묘하게 눈을 휘는 소녀.
"지방 방송으로 2초 정도였지만"
"그걸로 사인공격에 당한다면, TV에 비친 심령현상이라고 생각한 게 아닌가...."
"아, 앞으로! 앞으로 유명해 질 거고!"
얼굴을 불게 물들이고 우기는 테루. 타코스 조각이 요우의 이마에 날아왔다.
요우는 이마를 닦고, 콧소리를 낸다.
"유명해 져서 어쩔거야?"
"돈을 잔뜩 벌고, 많은 사람들에게 어리광부려서, 세계제일의 부자와 결혼해서, 성에 살고 매일 놀면서 지내고, 그리고....."
"시원할 정도 욕망의 덩어리네"
요우는 어이없지만, 테루는 진지 그 자체다. 이상의 미래를 꿈꾸며, 눈을 반짝이고 있다.
그런 소녀를 보고, 요우의 뇌리에 어떤 기억이 되살아났다.
이 세상에 태어난 순간은, 많은 사람에게 둘러싸인다.
하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요우의 곁에서는 한 사람, 또 한 사람이 멀어지고-- 이윽고 완전한 고독이 방문한다.
고독해지고 나서 늘어난 것은 적이다.
선망, 존경, 기대----- 그것을 모두 덮을 정도의 거대한 질투, 시기, 그리고 증오.
늘어난다고 하면 팬도 그렇다.
천재인 요우를 존경해, 동경해, 숭배하는 자들도 많이있다.
그중에는 유명인이나, 재능이 넘치는 인물도 많았다. 요우의 재능을 이해하기에는, 그것뿐 으론 일정 이상의 재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팬"들도, 결국엔 요우의 적과 같은 존재로 변했다.
그들이 최후에 띄운 것은 조소.
이제까지 요우에게 의지해 도움받으며 살아왔던 사람들이 손바닥을 뒤집는 것을 몇 번이나 보아왔다.
그런데도, 작은 계기로 또 요우에게 매달리는 것이다.
요우는 그때 기분이 나빴던 건지, 다시 그런 기대에 재차 부응해왔다.
어째서냐면, 그것이 천재이고, 영웅인 요우의 사명이니까---.
"그만둬"
요우가 그렇게 말하면, 테루가 멍해진다.
"유명해진 정도로, 쓸만한건 없고---"
테루의 천진난만함에, 먹힌걸지도 모른다.
요우의 안에서, 작은 초조함이 태어났다.
"너에게 그런 재능은 없어. 어차피 부끄러워 도망가는 게 끝이다"
"....."
테루는, 바로 그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모양이다. 하지만 곧 얼굴을 불게 물들인다.
"테, 테루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면서, 왜---"
"나는 알아. 어째서냐면, 나는 천재니까"
요우는 웃었다.
"너에겐 재능이 없어. 쓸데없는 노력 따위, 빨리 그만둬"
그 말을 끝내지도 전에--.
적던 타코스가 요우의 안면에 명중했다.
더욱더 타코스로 기가 죽은 틈에, 텅 빈 배에 화살 같은 주먹이 꿰뚫는다.
"쿠엑!"
"FUCK! 죽어!"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고함치며 테루가 그곳에서 달려가 버린다.
그 뒤에서 그 모습을 지켜본 요우는 탄식했다.
"대디한테 혼나는 게 아니었나.....?"
주변의 시선이 집중돼 얼굴을 더럽힌 타코스를 닦는다.
이걸로 시끄러운 꼬마에게 시달릴 리는 없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속이 시원해진 요우였지만-.
멀리서 화난 얼굴로 접근하는 아이들을 보고---.
"역시 애딸 린 부모 원숭이야 저건..."
생명의 위험을 느꼈다.
3*4
공격을 예측한 요우에겐 리쿠의 손을 피하는 것은 쉬웠다.
하지만 연결 공격으로 발길질 하는 것은 회피하지 못했다.
"캭!"
옆구리를 걷어차여 요우는 의자에서 굴러떨어진다.
"테루한테 사과해!"
어깨를 치켜든 리쿠가 요우에게 삿대질한다.
나츠키나 마사하루 카오리도 요우를 노려본다.
무슨 일인가하고 주변의 이용객들의 시선이 모인다.
"칫.... 말보다 먼저 폭력이라니 원숭이다운 행동이야"
요우는 옆구리를 누르며 리쿠의 등에 숨은 소녀를 노려본다. 고자질한 본인, 테루가 요우를 향해 혀를 내민다.
"재능이 없다니 그런 거 간단히 말하면 안 돼!"
자기 일도 아닌데, 리쿠는 진심으로 화난 모양이다.
"특히 테루는 공격에 약해! 이제까지 잔뜩 어리광부려왔으니까!"
"그건 그거대로 교육에 나쁘다고 생각하는데..."
"테루한테 사과해!"
요우는 일어서, 가까이에 있던 점원을 손으로 제지한다.
"사죄? 그런 거, 태어나서 한 번도 한적없어.--- 나는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어. 예행연습을 해준 것 뿐이다"
아이들이 어깨를 늘어트린다.
"그 녀석은 세계 제일의 유명인이 되고 싶은 모양이다. 세계제일의 평가를 받는 인간이란, 동시에 세계제일의 비판을 받은 인간 이기도 해"
말하며 웃음을 띤다.
"간단히 인간에게 말하면 안 돼? 아니, 타인의 악언 정도 간단히 입에 내는 게 아냐"
"....."
"자신을 모르는 상대 정도가 그 녀석의 재능인 거야. 이 정도의 악언으로 포기할 정도라면 처음부터 큰소리 치지마"
눈을 반짝이며 꿈을 말하는 테루를 보고 초조했던 것은, 그것이 첫 번째 이유였다.
시기 당하는 압박과 낙담을 견디는 것,
요우는, 그 격차를 알고 있다.
"잘난 듯이. 왜 도쿠 같은 게 그런 말을 하는거야"
"나는 천재로, 영웅이라고"
요우는 그곳에서 떠나려고 했다.
초조하다곤 하나, 어린애를 상대로 너무 열받아 버렸다. 이런 시시한 말다툼이야말로, 쓸데없는 시간임이 틀임없다.
"세계최대의 찬사와 최악의 매도.- 둘 다 알고 있는건 나뿐이야"
말을 남기고, 요우은 옆길로 지나가려고 한다. 하지만 그녀가 들이받아 멈춰서 버렸다.
"거짓말쟁이!"
참을 수 없는 듯이 리쿠가 소리친다.
"도쿠가 천재라니, 어차피 거짓말이야! 왜 그런 거짓말을 하는 거야!"
"그런 비판은, 이미 싫증 나도록 들었어"
쌀쌀맞게 말하고 이번에야말로 아이들을 지나친다.
"태어났을 때부터 계속해서 들어왔으니까"
이번엔 누구도 요우를 막는 사람이 없었다.
등 뒤에서 남은 아이들의 대화가 들린다.
"형, 나 저 녀석 싫어!"
"성격 나쁘네!"
"리쿠짱 이제 그만하자 응?"
"으으..."
요우는 천재다.
옆에서 들리는 잡음도 요우에게는 데미지가 되지 않는다.
"..."
길에서 택시를 잡아, 자택으로 향하는 차내에서, 요우에게 이변이 생겼다.
"손님 괜찮요? 얼굴, 새빨개요?"
운전수가 걱정할 정도로, 이상한 상태겠지.
15세의 소년이 양쪽 귀를 틀어막고 떨면, 걱정하는 게 당연한걸 지도 몰라. 미국에서라면 약물중독자로 보겠지.
"나, 나는...."
-- 도쿠가 천재라니, 어차피 거짓말이야!
리쿠가, 요우를 힐책하는 소리가 고막에 달라붙어 떠나질 않는다.
거기에 편승하는 것처럼 과거의 비판이나 매도가 겹쳐진다.
거만한 어른들이, 모두 요우를 중상하는 광경. 수가 너무 많아서 매도하는 내용은 판별되지 않을 정도의, 누구나 요우를 비난하고 있는 것을 알았다.
"거, 거짓말 같은 거 아니야.... 나는... 으으으...."
--- 그랬을 터인데.
길에서 택시를 잡아, 자택으로 향하는 차내에서 요우에게 이변이 생겼다.
"손님, 괜찮아? 얼굴, 새빨개"
운전수에게 걱정받을 정도로, 이상한 상태겠지.
15세의 소년이 양 귀를 틀어막고 떨면, 걱정받는게 당연할지도 모른다. 미국에서는 약물중독자로 보이겠지.
"나,나는..."
- 도쿠가 천재라니, 어짜피 거짓말이야!
리쿠네의, 요우를 힐책하는 소리가 고막에서 떠나질 않는다.
거기에 편승하는 듯이 과거의 비난이나 매도가 겹친다.
거만한 어른들이 모여 요우를 중상하는 관경. 수가 너무 많아 내용이 판별되지않을정도의, 누구나 요우를 비난하고 있는 것을 알았다.
"거, 거짓말 같은게 아니야... 나는... 으으..."
낮은 소리로 중얼거리며 환상을 거절한다.
이 섬에 오고 다소 혼란한 건지, 이런 건 관계없다.
자신의 기억이 요우가 어떤 사람인지는 확실히 말했다. 탁월한 두뇌로 많은 문제를 해결해왔다는 실적--- 그 하나하나를, 요우는 제대로 기억하고 있다.
요우는 천재이고, 미국의 영웅인 것이다.
정말 조금만.
미국에서 탈출하기 직전 기억의 일부, 결손이 있을 뿐이다.
그러니까 거짓말쟁이라고 불리는 것에 동요할 필요는 없는데도-.
"병원 가는 게 좋다고 형씨"
쓸데없는 말을 남기고, 자택 앞에서 택시가 달려가 버린다.
두통이 도졌다. 발한양도 이상하다.
"상태가 이상해....어, 어쩔 수 없지, 논문은 나중에 조금 쉬고---"
지금은 쉬자--- 그렇게 생각하고, 현관으로 향하면.
"히익!"
우리 집 현관 앞에, 사신이 서 있다.
아니, 아니다.
노부인이다. 머리에 헝겊을 감은 이를테면---- 요우를 2번은 죽일 듯한 자객이다.
"뭐, 뭐야, 당인...아, 아니, 지금은 위험해. 나를 죽일 생각이라면, 나중에 다시 와. 나는 상태가 나빠서, 그럴 참이---"
뒷걸음질치는 요우를 보고, 노부인이 머리를 갸웃한다.
"상태 나쁜건가?"(죄송합니다 사투리입니다)
"뭐, 뭐라고?"
"제대로 된거 않먹으니까 그러지. 이거 먹어"(사투리예요)
노부인이 다리 밑에 둔 커다란 발포 스티로폼 상사를 봤다.
그 옆에는 커다란 리어카가 있다. 그것을 써서 옮겨온 모양이다.
"오징어야"(세이카)
"무슨 우산?"(세이카사)
"리쿠에게 말하면 요리해 줄 거야"
".....?......?"
"젊은 애가 배곯으면 안돼"
그렇게 말하고 노부인은 웃으며 요우의 등을 쳤다.
"아파!"
캬캬캬,하고 악마 같은 웃음소리와 함께 노부인이 리어카를 끌고, 사라졌다.
"뭐, 뭐였던거야..... 게다가 이건 대체- 캬악!"
현관 앞에 놓인 상자 뚜껑을 열면, 커다란 물보라 올라왔다.
상자 안에는 바닷물과--- 한 마리의 오징어가 있다.
그냥 오징어가 아닌. 요우의 신장 2/3는 될만한 거대한 오징어다. 게다가 살아있다.
"오징어....인가?"
요우는 그것이 일본 남부 난해에 서식하는 대형 오징어라는 걸 안다.
상자 안에서 폭주하는 오징어와 노부인이 사라진 방향을 번갈아 본다.
이만큼 훌륭한 오징어다. 희소한 것인 것은 틀림없다. 거듭 말하자면 그 나이에 이만한 대물을 가지고 오는 수고도 엄청나다. 그 사실에 비추어 요우의 천재적인 추리력은 하나의 결론을 도출했다.
"과연.....평화교섭인가"
어떤 미개한 토지에 사는 민족은, 우호의 증거로 귀중품을 타민족에게 바친다 한다.
"그 정도의 전사다... 내 실력을 간파하고 형세 불리로 판단한 건가. 연단이다. 네 의사는 확실히 받아들였다고. 이 공물은 정전 협정 증거로서--- 아팟!"
상자를 엿보는 요우의 뺨을 폭주하는 오징어의 지느러미가 때린다.
"써, 썩을......! 배울 뇌마저 없는 하등 생물 주제에.....!"
요우는 상자를 끌고 욕실로 가져간다.
오징어를 바닷물과 함께 욕조 풀어놓으면서, 생각한다.
"좋아, 너를 폰토 피단이라 명명하지"
전설의 거대 오징어, 크라켄을 기억하는 인물에 관련해 명명한다.
"있는 힘껏 성장해라. 네가 있는 한 섬 주민에게 습격을 받은 일은 없을터--- 아파!"
동정을 가지고 말을거는 요우에게 마저, 지느러미로 치는 반항정신. 걱정할 것 없이 건강히 성장할듯하다.
뺨을 문지르면서 거실에 돌아와, 앉는다.
이걸로 겨우 쉴 수 있다.
안심하면, 벽에 붙여둔 논문이 시야에 들어온다.
"....."
파괴자.
천재, 사도 요우에 의한 세계파멸의 길을 그린 미완성의 논문.
그것을 보고 있으면, 돌연---.
"......!"
뇌리에 어떤 광경이 생생히 떠올랐다.
"백악관"에서, 권력자들에게 파과자의 논문을 강구하는 자신의 모습.
그것은, 그저 환각--.
그럴 터이다.
어째서냐면, 그 환각 속에서 요우가 가리키는 논문은--- 지금, 눈앞에 잇는 그것보다도 앞서 가 있다.
아니, 앞이 아니다.
순간의 백일몽으로 엿본 논문은, 좀 더 앞---.
최후의 한 문장까지, 확실히 쓰여있는 듯이 보였다.
"----!"
멍하니 있을 수 없게돼, 요우는 벌떡 일어났다. 샌들으로 갈아신고 자택을 나온다.
"바보같은.... 있을 수 없어. 그냥 망상이다. 그때, 그곳에서 쓴 논문은 미완성이였을 터.... 그래서 누구도 그 가치를 이해할 수 없어 이 몸을 추방한거야... 나는 논문을 완성시킬 필요가 있어...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그것을 하기 위해, 나는 이런 벽지의 섬에 온 거야---"
중얼거리면서 걷는다, 자택 앞에서 작은 해변으로 나온다.
테니스 코트 정도의 크기 정도 밖에 안되는 모래사장이다. 레저 스포츠의 한복판이라 해도 관광객 같은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대신 지방 아이 같은 게 몇 명, 옷을 입은채로 미역을 감고 있다. 수영복을 입는단 학습이 없는 걸지도 모른다.
"....."
요우는, 모래 위에 앉는다.
바다를 바라보며 생각에 빠지는 센티멘탈리즘은 없다. 그냥 자택에 있는 것이 싫었을 뿐이다. 지금 또 논문을 봐도, 냉정해질 자신이 없다.
얼마 나의 시간 동안 밀려왔다 밀려가는 파도를 바다를 보고 있었을지.
해면이 귤색으로 물들쯤, 옆에서 말을 걸어 왔다.
"왜 그래"
목소리로 알았다. 옆집의 비터 메론 노인이다.
누군가와 잡담할 기분은 없었다. 적당히 대응하기로 한다.
".... 빌린 공구는 거실에 있어. 가지고 가"
노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옆에서 사람의 기척이 사라진다.
잠시 있다, 또 기척이 돌아왔다. 달각 달각하고 공구상자가 흔들리는 소리가 들린다.
"뭔가 했더니, 욕실에 커다란 오징어가 있네. 그건 어떻게 된 거야"
"테룬가 하는 꼬마의 조모가 두고 갔어"
쌀쌀맞게 말한다. 노인이 즐거운 듯이 웃는다.
"우하하. 그 할멈인가. 그건 옛날부터 그랬어. 내가 이렇게 어렸을 적에도, 배고파하는 어린애를 보면 먹여주고 말이야. 나나 네게 있는 곳에 살던 할아버지도, 전후 때부터 제법 돌봐줬어"
"노인의 옛날이야기에 어울려줄 정도로 지금 나는 한가하지 않아"
"리쿠한테 맡겨. 그 엄마라면 잘 요리해줘"
"요리라고.....?--- 아, 그건 먹으라는 의미인 건가? 분명히 위 용량을 초과하고 있다고!"
놀라서 생각지도 않게 얼굴을 들면 비터멜론 노인이 유쾌하게 웃었다.
그 이상 아무말도 하지 않고, 그곳에서 떠나려한다.
"..... 기다려"
생각지도 않게 불러세우는 요우.
"너한테 말한 그 집에 전에 살았던 사람말인데... 그건 거짓말이야"
노인이 뒤돌아보고, 이상한 듯한 얼굴을 한다.
"아니, 정확히는 잘 기억하지 못한다고 할까"
요우는 노인에게서 눈을 비하고, 또 바라를 바라본다.
"그 집에 예전에 살았던 주인과 이야기 했을 때의 기억이 어째선지 애매해"
어째서, 그런 참회하는 것 같은 말을 하는 건가. 요우 자신도 잘 몰랐다.
그저 숨기는게 더 위미가 없다고 생각햇을 뿐이다.
"거짓말이 아니야"
"....?"
"그 녀석은 잘 웃는 녀석이다. 여기를 나갈 때도 그랬어"
뒤돌아보면, 노인이 미소를 띄우고 있다. 그리운 듯이, 하지만 연륜이 들어간 주름에 그늘을 포함하고 있다.
"그 녀석은 오키나와 사람이 아니었어. 원랜 본토인이야"
"....."
"그 녀석은 전에 살았을 던 곳에서, 도망쳐온 거야"
요우는 눈을 크게 떴다.
다른 땅에서, 도망왔다---.
그것은 마치 요우 자신의 처지와 닮아있다.
"처음엔 전혀 웃지 않았어. 하지만 그 녀석은, 언제나 웃어. 그 녀석이 향하는 미소라면, 그렇게 정해져 있어"
그렇게 마라고, 이번에야말로 떠나려는 노인.
"....."
요우는 어리둥절했지만, 이윽고 일어섰다.
빠르게 자택으로 돌아간다.
-- 그 노인은, 어째선지 날 자신과 닮았다고....
이전, 자신이 비터멜론 노인에게 말한 말이 뇌리를 스쳤다.
심장이 빨라지고, 전신에서 땀이 나온다.
"나, 나는 결코 도망친 게....."
샌들을 벗어 던지고 거실로 돌아와, 벽에 붙인 미완성 논문 앞에 선다.
"나는....!"
그 문자가, 요우의 안구에 비친다.
"도망 따위---"
아직 머릿속에 뒤엉킨 상태의 기억이 떠올랐다.
완성한 논문.
요우를 매도하는 어른들의 관경.
"내 논문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보들을 되돌아보게 하기 위해.... 그것을 위해, 이런 곳에 왔어----"
두통에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자신의 처지를 말한다. 마치 극본을 읽는 듯한 어조로.
"벌써 완성했을 리가 없어.....! 완성했다면, 이런 섬에 올 의미 따윈 없어....! 도망친 의미 따위 없어.... 세계제일의 천재인 내가, 대체 왜 도망친다는 거야--"
말하면서, 얼어붙는다.
두려운 형상이, 머리에 떠오른다.
"파괴자에게서....?"
너무나 바보 같은 생각에, 옅은 미소를 띤다.
"있을 수 없어--- 파괴자 따윈 없어. 혹시 그렇다면, 내가 모를 리가 없어... 하지만, 혹시---"
뒤돌아서 TV를 노려본다.
'혹시 정말로 파괴자가 존재한다면..... 그 연구소를 습격한것이 이미 존재라는 파괴자라고 한다면... 이 다음은---"
리모컨을 손에 쥔 팔이 떨린다.
"동시 다발 테러 계속에서 각국의 눈을 돌리기 위해 이제까지 제일 거대한 테러를 일으킨다---- 대량 살상 무기는 아직 사용하지 않지만--- 장소는, 그래, 이기리스 근처에-----"
TV의 전원을 켠다.
『방금 전 일어난 이기리스에서의 자폭테러의 속보입니다. 이 폭발에 의한 피해자는 사망자를 합쳐 50을 넘는 규모가 될 것 같습니다. 아침 통근시간을 노려 일어난 이 테러활동에 관해서 이미 범행성명이---』
"으와---아아아아아악!"
리모컨을 내던지고 그곳에 엉덩방아를 찍는 요우.
뭐야 뭐냐고, 의미를 모르겠어.
"이, 있을 리가 없어.... 파과자 따위, 이 곳에 존재할 리가---"
요우는 머리를 감싸고 부들부들 떤다.
"그것이 가능한 사람은 남들과는 다른 재능을 가진 천재밖에 없어.... 나 이외에, 그런 게 있을 리가 없는데----"
딱, 요우는 말을 멈췄다.
요우 밖에 할 수 없다.
떨림이 멈추고, 심장마저 순간 박동을 멈추었을지도 모른다.
"----"
세상에 있는 테러리스트를 비밀스레 조종하고.
자신이 손을 쓸 것도 없이 대량파괴 무기를 손에 넣어.
세상을 의심암귀의 전쟁상태에 빠트리면서, 자신은 아무도 모르는 곳에 잠복한다.
그것은 완벽히 수행하는 것이 파괴자 이다.
"나 이외에-- 그런 천재는 없어....?"
파괴자가 이미 존재한다면?
세상의 파멸을 인도하며 이미 모습을 감춘 후라면?
그래-- 그 본인마저도 파괴자라는 존재를 모른다면?
모든 If를 만족하게 하는 답이 딱 하나 있다.
"내가... 파괴자라고 한다면....?"
요우 이외의 천재는 없다.
이미, 파괴자는 존재한다.
그 조건을 만족하는 답은, 달리 없었다.
"와야 할 종말에서 도망가기 위해, 이 섬에 온 것이라면....?"
있을 수 없다. 그런 거 있을 리가 없다.
필사적으로 부정하는 요우의 눈에--.
바닥 위에서 굴러다니는 디지털 레코더에 뛰어들었다.
"....."
레코더를 손에 쥐고, 조작한다.
이전에는 몸에 거부했다. 녹음 기록의 첫 번째 소리.
이제까진, 그것을 들을 필요가 없었다.
아니--- 듣지 말아야 한다.
"시시해... 나는 천재로, 자신의 논문을 완성하기 위해 여기에 온 거야... 이것을 들으면 모든 걸 알아"
매우 소란스러운 경보가 머리에서 울리지만, 무시한다.
액정화면에 비춘 것은, 최초의 녹음인 음성 파일.
"내가 파괴자일 리가 없어... 하지만 파괴자가 있다면, 나 이외엔 있을 수 없어... 난 천재니까...."
요우는 각오를 다지고, 이윽고 재생버튼을 누른다.
『8월 6일.... 나는 오늘부터 자신의 행동을 녹음할 필요가 있다... 조수에게 받은 카운셀링으로 의사에게 가게되서이다...』
낮고 지친듯한 목소리.--- 역시, 어떻게든 자신의 목소리라곤 생각 할 수 없다.
하지만 목소리의 이질보다도, 어떤 단어가 신경 쓰인다.
"카운셀링...? 뭐야, 그런... 나는, 그런 거 받은 기억은-----"
『이것은 내 요양 기록 녹음이 되는 거겠지....』
요우의 손에서 레코더가 떨어졌다.
하지만 기기는 멋대로 음성을 계속해서 재생한다.
『나는, 부서져 버렸다... 나는 자신이 천재라는 망상에 빠진 모양이다--』
뭔가가 레코더를 격하게 친다.
자신의 주먹이다.
무의식으로 요우는 레코더에 주먹을 휘둘러, 강하게 재생을 멈췄다.
"아, 아니야---"
몸을 둥글게 말고, 떨면서 중얼거린다.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냐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요우는 천재이자, 영웅이다.
또는 그 정체는 혼을 악마에게 팔아넘긴 파괴자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했지만, 어느 쪽도 아닌 가능성이 돌연 뛰어올랐다.
그냥---- 병자.
자신이 천재라고 망상에 홀린, 망상광.
그게 답이라면--.
"나는 병자 같은게 아니야... 나는 천재로...."
뭔가가 비틀려 일그러져 부서진다. 그렇게 느꼈다.
뭔가의 답이.
뭔가의 현실이.
요우는 긴장의 실이 끊어져 기절할 때까지 출구 없는 자문자답을 반복했다.
4*1
요우는 눈에 핏발을 세우고, 벽에 붙인 백지의 종이 다발에 계산 식을 써넣는다.
창 밖이 밝아오는 듯 했다. 디지털 레코더를 주워, 액정화면의 녹음단추를 누른다.
『8월 14일-- 오늘은 바람이 강하다. 태풍이 가까이 있는 모양이다....』
짧은소리로 목소리를 불어넣고 레코더를 던진다.
그리고 또 종이에 문자를 써넣어간다.
"이봐 이봐... 다음 다음 새로운 논문의 떠올라... 나는 역시 천재야"
강한 미소를 띠고, 또 새로운 노트를 난폭하게 벽에 붙인다.
바람이 집을 두리는 소리가 요란스럽다. 하지만 매미 소리가 나지 않는 만큼, 어제보단 낫다. 태양을 구름이 가리고 있어서 약간 기온이 내려간 것도 좋다.
무엇보다 방해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 굉장했다.
"드디어 신바람이 난다고....!"
볼펜의 잉크가 떨어져서 던져버린다. 새로운 펜으로 수식을 갈겨쓴다.
세계각지에 숨어있는 테러리스트의 세력 분포도와 위험도, 더욱더 그것들이 영향을 끼쳐 일어나는 리스크의 확대와 확산.
사상의 차이에 의한 대립과 국가의 군사력에 의한 억제와 반발.
과거부터 이어지는 현재의 테러 인자.
세상 속에 잠재하는 파괴의 씨앗이 요우의 머릿속에서 알고리즘화해, 미래에 일어날 현상을 예측, 예지에 이른다.
계산의 베이스가 되는 데이터는, 요우의 머릿속에 이미 입력돼있다.
"하하... 병자가 이런걸 할 수 있을 리가 없어..... 이런 계산이 될 리가 없어....... 나는 망상광 같은 게 아니라고....."
모든 요인이 포화상태가 됐을 때, 세상은 파탄으로의 카운트 다운을 시작한다.
세상을 명하기 위한 시간, 무기, 정보란 세 가지의 조건은 만족 됐다.
나머진 스위치를 넣는 것 뿐이다.
세계 동시 다발적으로 일어나는 테러의 시작 버튼이다.
그 스위치가 눌리는 것으로 세계는 공포상태에 빠진다.
일반인도 피해자가 되어, 누구나 죽음의 공포와 무관하지 않게 된다. 그렇게 되면 혼란한 국민을 제어하지 못하는 국가가 나타나, 타국을 침략하는 것으로 부를 빼앗으려 한다.
그것이 도미노 게임처럼 연쇄해서---- 세계 규모의 전쟁이 일어난다.
그렇게 되면 다음은 간단하다.
현대에 와서, 수십만 명의 단위로 적을 죽이는 게 가능한 병기는 드물지 않다.
"세계멸망의 스위치를 누르는 것이-- 파괴자다"
파괴자가 언제 어떻게 스위치를 누를 것인가.
그것을 시물레이션 한 것이 요우가 쓴 논문의 참뜻이다.
이 획기적인 논문이 공표되면, 세상 모든 국가가 전율하겠지. 그리고 요우를 인정하고 그에게 구원을 청하는 것이다. 파괴자를 저지할 수 있는 것은 천재인 요우 이외엔 없다.
그렇게 요우는 잃어버린 명예와 자존심을 되찾는 것이다.
영웅, 사도 요우의 화려한 컴백이다.
"나는 천재야.... 파괴자는 아직 없어...... 나는 정상이야....."
벽 한 면을 종이로 매워지고, 옆 벽에도 새로운 종이를 붙인다.
창에서 새어오는 태양이 지고 어두워져도 요우는 계산을 계속했다. 식사는 적당히, 수면을 취할 생각은 없다.
"8월 15일. 최상이다. 일찍이 없었던 스피드로 논문이 완성에 가까워지고 있다---"
창에서 햇빛이 흘러들어올 때쯤 레코더에 달려들어 녹음한다. 그리고 레코더를 내평겨치고, 또 벽에 달라붙는다.
벽이 눈문으로 가득 차 결국엔 바닥에 붙어 계산을 계속하던 때였다.
"도쿠!"
최상에 취한 요우의 곁에, 잡음이 비집고 들어온다.
거실의 창을 멋대로 열고 툇마루에 흠뻑 젖은 소녀가 나타났다.
리쿠다.
동시에 격한 잡음이 고막을 흔든다.
집 밖에서, 바람과 비가 불어 들어온다.
논문 작성에 정신이 없어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이다. 강풍이 나무들을 비스듬히 기울이고, 툇마루 쪽에 선 소녀를 때리는 비는 마치 산탄총 같다.
""으으---"
리쿠가 절규했다.
논문뿐인 이상한 광경에 기가 죽은 건지.-- 그게 아니면 비웃음을 띠고 리쿠를 의문스럽게 바라보는 요우의 눈에 앞도 된 걸지도 모른다.
"----"
요우는 바도 소녀에게서 시선을 뗐다. 재차 계산 식을 써넣는다.
"할망이 없어! 찾는거, 도와줘!"
리쿠가 부르짖는다. 숨이 거친 걸 보면, 정신없이 달려온 것 같다.
"밭을 보러 가고 나서 집에 돌아오지 않아서! 모두 찾아도 보이질 않아서.... 오늘 아침부터 감기 기운 있었다고 말하고--"
요우는 무시한다.
리쿠가 거실에 올라온다. 요우를 붙잡는다.
"조금이라도 남의 도움이 필요해! 부탁이야, 도쿠!"
"생각한 이상으로 파과자가 나타날 징조가 강해... 이건 위험해... 위험하다고"
"도쿠도 할망한테 도움받았잖아! 저기, 도쿠!"
"--- 방해다!"
요우는 얼굴을 일그러트리고, 리쿠를 내친다.
리쿠가 어리둥절했다. 윤기잇는 검은 머리가 흠뻑 젖어있다. 티셔츠가 벌어져 속옷 라인이 보이지만, 서로 그런 건 신경 쓰지도 않는다.
"이런 촌구석의 노인이 죽던지 살던지 알까 보냐!"
쌓였던 짜증을 토해내는 듯이 요우는 고함쳤다. 그게 뜬 눈이 리쿠를 노려보고, 머리를 긁으면서 몸을 떤다.
"나는 천재야! 영웅이야! 파괴자의 논문을 완성해야만 해! 그렇게 하지 않으면 세상이 파멸해!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나는 영락한 그대로야! 나는 이런 곳에 있어도 될 인간이 아니야!"
짜증 내는 어린애처럼 부르짖는 요우를 보고, 리쿠가 입술을 씹었다.
"또, 그런 소리야...."
요우는 움찔한다. 요우를 노려보는 소녀의 눈에, 눈물이 고여있어서다.
"이제 부탁 않해!"
리쿠가 몸을 뒤집었다. 창을 닫지 않고 폭풍 빗속을 달려간다.
"쳇....!"
요우는 혀를 차고, 논문으로 방향을 돌렸다.
뭐가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이라도 있는 건지, 욕실에서 격한 물보라 소리가 들렸다.
"시끄럽다고, 폰토 피단!"
엉뚱한 데다가 고함친다.
"상태 좋았는데 방해하고....!"
재차 펜을 쥐고, 계산 식을 쓰려고한다.
"아아, 정말 상태가 좋아. 얼마든지 계속 쓸 수 있을 것 같아"
혼잣말을 해도, 그 말에 반해 손가락이 움직이려고 하지 않았다.
"얼마든지 다음을 알아----"
몸의 움직임과 함께 시간까지 멈춰버린 것 같다. 집을 두드리는 폭우소리가 그것은 그냥 착각이라고 주장한다.
"다음을--- 알고있어.....?"
요우는 얼굴을 들었다.
벽을 매우고 있는 논문.
이 이틀간 그것들은 바닥에까지 이르고 있다.
바닥의 절반이 노트로 깔렸고 그 끝은 공백이다. 아무것도 없다.
라지만 요우가 주시하는 공백--.
그 끝에 계속해서 문장과 계산 식이 눈에 떠오른다.
"----"
하마터면 정신을 잃을듯한 충격이 요우의 정수리에서 발끝을 꿰뚫는다.
"문장은--- 이미 완성돼 있는건가....?"
상태가 좋다, 라는 것은, 그렇게 믿은 것이다.
착각. 오해.
요우는 이미 완성한 논문을, 재차 써내려가는 것에 지나지 않아---.
"거짓말이야---"
펜을 떨어트린 손으로 머리를 누른다.
"뭐가 어떻게--- 논문이 완성돼있는 거라면--- 나는 어째서, 이런 섬에-- 왜 기억하질 못해---"
무의식적으로 바닥 위에 있는 레코를 본다.
요양.
망상.
낮은 소리로 말하던 단어가, 머릿속에서 서로 싸운다.
"....."
아무 것도 생각 할 수 없었다.
아니, 머리가 생각하는 것을 거부했다.
얼마 나의 시간을 멍하니 있었던 걸까.
"--- 그러고 보니, 어제부터 샤워하지도 않았네...."
창 밖에서 불어닥치는 비바람을 바라보며, 전혀 관계없는 소리를 중얼거린다.
현관에서 샌들을 신고, 우산도 쓰지 않고 집 밖으로 나온다.
금세 바람과 비에 라이트 훅을 먹었다. 수 미터 정도 비틀거린다.
"....."
자연 샤워에 취해 우두커니 서 있으면, 또다시 요우완 전혀 관계없는 생각이 떠오른다.
- 이젠 부탁 않해!
눈물을 머금고 그렇게 부르짖던 소녀의 얼굴이다.
"..... 어제부터 식사도 하지 않았어"
텅 빈 눈으로 빠끔하고 중얼거린다.
상점으로 가서 배를 채우기로 하자.
건성으로 비탈길을 오르면 상점가가 있는 거리가 나온다.
몇 명의 사람이 급하게 달려간다. 큰 소리로 부르며, 길 옆에서 흔들고 있는 것이 보인다.
행방불명이된 노부인을 찾는 것이겠지. 요우에겐 어찌 되든 좋은 일이다.
걸으면서, 요우는 관계없는 사고를 계속했다.
어느 때, 어떤 대학교수의 인공 생명 프로그래밍에 관한 연구를 도왔다. 자율행동을 하려 하는 인공생명체를 프로그램으로 묶어, 그것을 어떤 일정 범위로 움직이는 것이다.
인공생명체들에 주어진 사명은 "구역 내를 수색해, 더욱 안전한 장소를 찾아내는 것". 그것은 인류의 사회 형성 패턴이기도 하다. 그것을 시뮬레이션하는 것으로, 아직 발견되지 않은 인류 문명의 흔적을 찾아내는 것이 최초의 명목이었다.
대학교수는 우수했고, 바로 인공 생명의 모델화에 성공했다.
그것은 바로 실용화됐다.
미국 육군에 의한, 잠복 중인 게릴라 수색의 수단으로서.
더욱 안전한 장소는 즉, 차페물이 많고, 외부에서 보기 힘든 장소이기도 하다.
간단히 말하자면--- "사각"이다.
어떤 것을 찾으려고 해도 보이지 않는 다면, 사각을 산출해, 그곳을 찾으면 된다---.
"시골 지리는 어려워.... 상점에 가고 싶은데, 길을 헤매버린 모양이네"
어렴풋이 중얼거리며, 상점 앞을 그냥 지나친다.
시야에 비치는 주택지를 머릿속에서 와이어 프레임화시켜, 비에 젖어 달리는 사람들의 행동 패턴을 차례로 짜 넣는다.
어째서 지금, 자신관 전혀 관계없는 프로그램을 머릿속에서 재현하고 있는 것인가.
이유는 없다.
구태여 말하자면, 지금 요우는 미칠 지경이다.-- 그것이 이유다.
"....."
차도에서 벗어난 좁은 길에, 안전한 장소--- 외부에서 발견하기 어려운 장소를 발견했다.
걸어서 가까이, 상태를 본다.
아무것도 없다.
요우는 또 걸어간다.
필사적인 형상의 인간과는 엇갈린다. 요우는 무시하고, 다른 장소를 찾아낸다.
"......"
아무도 없다.
요우는 길로 돌아와, 또 걸어간다.
그러면 샛길에서 뛰어나온 리쿠와 마주쳤다.
"도쿠.....!"
그녀는 놀란 모양이다. 적의를 드러내고 노려본다.
"뭐하러 온거야.....!"
요우는 그녀를 무시했다. 주변을 두리번두리번 둘러본다.
3개의 장소를 찾아냈다. 비탈길을 내려간다.
리쿠가 뒤에서 따라왔다.
"그쪽은 이미 다른 사람이 찾았다고! 도와줄 거라면, 다른 곳을---"
요우는 상관없이 민가 사이의 좁은 길에 들어가, 찾아낸 사각을 엿본다.
가는 다리를 찾았다.
"----"
리쿠가 요우의 시선 끝을 보고 숨을 삼킨다.
본 기억 있는 노부인이 쓰러져있다. 머리의 헝겊이 벗겨져, 얼굴빛이 새파래져 있다.
민가와 민가의 사이를 지름길로 지면의 구덩이에 발이 걸려 넘어진 거겠지. 옆머리에서 피가 흐르는 것은, 넘어졌을 때 담에 부딪힌 것인가. 풀숲에 가려져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다.
요우는 천재니까, 결과를 냈다.
망상광 환자가 이런 게 가능할 리가 없다.
"구급차를 불러"
요우가 말하면, 소녀가 깜짝 놀랐다. 휴대폰을 잊은 것인지, 주머니를 만지작거리며 울거같은 얼굴을 한다.
요우는 탄식하고, 발밑에 떨어진 굵은 나뭇가지를 주웠다.
주저 없이 민가의 창문을 깨부순다. 비바람 소리와 유리창이 깨지는 소리가 섞인다.
"구급차다"
요우가 턱으로 노부인을 가리키면, 주민이 당황해서 안으로 들어간다.
"---어이, 너, 달리는 건 자신 있었겠지"
내내 서 있던 리쿠에게 요우는 "어떤 일을" 지시했다.
이상한 듯한 얼굴을 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이고, 달려가는 리쿠.
그 후, 바로 많은 사람이 모였다. 안에는 요우가 기억하는 얼굴도 있다.
"할 망! 들려! 정신 차려!"
"구급차, 불렀으니까!"
사람들이 소리 지르는 중 잭맨--- 나츠키의 아버지가 심장 마사지를 한다.
하지만 잭맨의 표정은 딱딱하다. 요우가 보는 한, 노부인의 호흡은 이미 정지해있다. 비전문가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시끄러운 주거지에, 유달리 커다란 비명이 울렸다.
"할 망!"
요우를 내치고 작은 인영이 노부인의 곁으로 달려왔다.
테루다. 평소의 푹신푹신한 금발에 젖어 볼륨이 1/3로 줄어들어 있다.
"할 망! 괜찮아!"
"비켜, 테루! --- 나츠키!"
노부인에게 매달리려고 하는 테루를, 잭맨이 누른다. 아버지에게 명령받은 나츠키가, 테루를 노부인에게서 떼어놓는다.
"구급차는 아직 인가....!"
비통한 잭맨의 목소리에 주변 사람도 상황을 헤아린 모양이다.
"이제 충분히 살았겠지"
요우가 태연히 한 말에 아무도 반론하지 않았다. 단 한 사람, 테루만이 지금도 물어 뜯을듯한 얼굴로 그를 노려본다.
그곳에 침묵이 내려앉은 것 같다.
그곳에---.
"도쿠! 이걸로 된 거야?"
하얀 상자를 품은 리쿠가 달려왔다. 요우의 예상보다 0.8초 정도 빠른 도착이었다.
요우는 고개를 끄덕이지도 않고, 상자를 홱 낚아챈다.
"비켜"
노부인에게 가까이, 잭맨을 밀친다.
"비에 젖지 마"
냉담하게 말하면서, 노부인의 입가에 손을 대고 호흡을 확인한다. 다음은 맥을 확인한다.
심장이 멎어있다.
몇 명이 사람이 우산을 각자 가지고 노부인을 비에서 지켜줬다.
하얀 상자를 열면, 그것에는 구명용 의료물품이 들어있다. 요우가 가져온 화물 안에 있던 구명 도구이다.
"....."
요우의 작업은 재빠르게 행해졌다. 노부인의 기도를 확보한다.
상자에 비치된 AED 세동장치에서 패드를 꺼내서 테루에게서 빼앗은 수건으로 닦은 노부인의 흉부에 직접 부착한다. 상자 안에 있는 모니터를 확인하면서, 신호도 없이 전기쇼크를 가한다. 노부인의 몸이 진동하는 것처럼 보여서, 사람들이 비명을 지른다.
노부인의 심장은 움직이지 않는다.
"나는 만나자마자 당신에게 살해 당할 뻔 했지만--- 그런 나를 도우려고 한 모양이네"
요우는 상자에서 주사기를 꺼냈다.
"쓸데없는 짓이나 하고"
푹하고 만들어낸 소리 같은 솜씨로, 노부인에게 주사를 찔러넣는다. 강심제다.
그리고 거기에 AED로 전기 쇼크를 가하면---.
".... 흠"
요우는 콧소리를 냈다.
상자 안에 비추는 모니터에, 반응이 생겼다.
한번 멈춘 노부인의 심장이 재차 움직이기 시작했다.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목숨을 구해야하는 비참함을 당신도 맛보는 게 좋아"
내뱉는 듯이 말하고, 요우는 일어섰다.
그대로 가버리려고 하면, 리쿠에게 어깨를 붙잡혀 멈췄다.
"어, 어떻게 된거야....?"
"보면 알겠지. 소생했어. 구명사가 올 때까지 안정하게 해둬"
낭담하게 말한다. 멀리서 구급차의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
상황을 지켜보던 사람들이 소용돌이친다. 제각기 안도의 말을 흘린다.
"도쿠.....!"
리쿠가 표정을 밝혔다. 눈물을 머금고, 오열을 참는 모양이다.
잭맨도 요우를 보고 있다.
그들 모두가 감사의 미소를 띄웠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부끄러워하면서 약간 영웅기분에 취하겠지.
요우에게는 질리도록 느낀 시선이다.
그럴 터인데---.
"---!"
그들의 얼굴을 보고, 머리가 깨질듯한 충격에 덮쳐졌다.
망치로 머리를 맞아 중심이 뒤섞여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기억을 맨손으로 파낸듯한--- 격한 혐오감과 구역질에 시달린다.
섬광처럼----.
봉인된 기억의 파편이, 뇌리에 되살아난다.
"백악관"에서 권력자들에게 논문을 강구하는 요우,
마지막에 비춘 논문은--- 틀림없는 완성본이었다. 요우의 말을 듣는 얼굴들에 그것을 비웃는 사람은 없다.
사실은, 요우의 논문을 믿지 않는 사람은 없었다---.
그렇다면, 어째서--- 요우는 추방당한 거지?
"으악.....!"
번개에 맞은 듯이 몸을 젖히고, 비틀거린다.
그 계기가 된 것은 노부인을 구한 요우를 보는 주민의 시선이었다.
"보----"
요우를 보는, 신뢰와 기대의 눈빛.
그래, 그것은---.
그 백악관에서 논문을 공표한 직후의, 권력자들의 눈빛과 완전히 똑같다.
누구나 요우를 바보 취급하지 않았다.
그뿐 아니라, 누구나 요우를 믿어---.
요우는 그 손을 뿌리친다.
"보, 보지마---"
"엑?"
"그런 눈으로... 날... 보지마아!"
주민이 놀라서, 이상한 얼굴을 한다.
하지만 요우의 눈에는 그들이 더욱더 요우를 칭찬하는듯이 보였다.
천재이자 영웅으로--- 자신들의 구세주.
자신을 바라보는 선망의 눈빛에, 백악관에서 본 권력자들의 그것이 겹쳤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대량의 모르는 사람들이, 한 사람 또 한 사람 증식해간다. 그 녀석들은 매달리는 듯한 눈으로 요우에게 홀려 그의 다리에 달라붙는다.
"으으으으으으.....!"
어떻게든 생각해내고 싶지 않았던 기억의 파편이, 격류가 되어 되살아난다.
일찍이 백악관에서 사실을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
국입 역사 공원에서 만난 노인과, 무슨 이야기를 했던 것인가.
어째서 요우는 대학 사실을 불태운 것인가.
어째서 패배자처럼 어깨를 늘어트리고 미국에서 도망쳐왔는가---.
"우와아아아아아!"
되살아나는 진실에 견디지 못하고, 요우는 도망치듯이 그곳에서 달려간다.
폭우 속을 정신없이 달려나가--.
어느순간, 자택에 뛰어들어왔다. 복도에서 발이 걸려 넘어져 거실로 굴러 들어간다.
"으으으으으.....!"
머리를 감싸고, 신음한다. 얼굴을 일그러트리고,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떠올리고 싶지 않은 것을 떠올려 버렸다.
아니---.
떠올려선 안 되는 것을 떠올려버렸다.
요우는 도망친 것이다.
자신의 처지에서.
자신의 책임에서.
그렇게 된 계기는 요우를 비웃는 소리도, 대학에서 추방된 것도 아니다.
모든 것은, 그래--.
다름 아닌 요우 자신이 안고 있던 어떤 망상에 의해---.
"도쿠!"
리쿠가 창에서 거실로 뛰어들어왔다. 요우를 쫓아온 모양이다. 이런 시간이라도 현관을 사용할 생각은 없는 모양이다.
"갑자기 어떻게 된 거야? 머리가 아파?"
몸을 둥글게 말고 괴로운 듯이 얼굴을 일그러트린 요우를, 소녀가 엿본다.
"왁!"
리쿠가 깜짝 놀라 소리를 높인다.
요우가 달려들어 리쿠에게 안겨서이다.
"새, 생각났어-- 전부, 생각나 버렸어---"
부들부들 떨며, 헛소리를 중얼거리는 요우.
리쿠는 가슴에 붙은 요우에게 당황하면서 고소하곤 안아준다.
"대체 뭘 생각해 낸 거야"
"나, 난--- 난---"
태어나서 처음으로, 그 말을 입에 낸다.
"천재가 아니야-- 천재일 리가 없어---"
리쿠의 한숨이 목에 닿았다. 웃는 모양이다.
"응, 도쿠는 그런 굉장한 사람으로 보이지 않아"
"그래서, 도망친 거야-- 천재가 아닌 나는--- 미국에서 도망쳤다---"
"그런가. 도망친 건가"
"나는---"
남의 눈치도 보지 않고, 오열한다.
"나는--- 부서졌어"
"....."
"아니-- 부수고 싶었어--- 전부다---- 그렇게 하면----"
"......"
"그렇게 하면...... 드디어, 끝날 거라고 생각했어"
요우가 말하는 의미의 1%마저도 리쿠는 이해하지 못하겠지.
하지만, 그래도---. 요우의 머리를 쓰다듬는 감촉은 다정했다.
"그런가"
"여기에 오면, 평범하게 살 수 있다고--- 그 노인이--- 그래서, 나는---"
소녀의 가슴에 머리를 묻고, 울음소리를 흘리는 요우.
"아니-- 그마저도 진실인지 어떤지-- 지금의 나는, 아니-- 나 자신이 그렇게 했으니까--- 뭐가 사실인지, 하나도 모르겠어----"
리쿠의 손이 또 요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평범하게 살고 싶다면, 그렇게 하면 돼"
"....."
"여기는 도쿠를 괴롭히는 사람 따위 아무도 없어"
리쿠의 다정한 목소리가, 요우를 미치게 하는 기억의 역류를 녹여서 사라지게 한다.
요우는-- 도망친 것이다.
자신을 숨기고, 이제까지의 자산도 전부 처분했다.
그렇게 해서, 평범하게 살기 위한 장소로, 이 섬을 택했다.
하지만 아직 완전히 기억나지 않는다.
그렇게 느꼈다.
"지금의 나는 진짜 내가 아니야...."
"응"
"나는-----"
요우가 무의식으로 어떤 것을 중얼거릴 때가 왔다.
격한 비바람이 몰아치는 뜰에 인영이 나타났다.
정장을 입은 중년의 남성이 둘이다.
"거기 너에게 이야기를 듣고 싶은데"
수염을 기른 남자가 말했다.
그 뒤에는--- 부지 밖에 멈춘 순찰차가 있다.
4*2
카테나 경찰서 조사실은 요우의 자택 거실보다 넓었다.
조사는 침착하게 진행됐다.
"뭐어, 기소당하는 일은 없겠지. 결과적으로 할 망을 구했으니까"
싸구려 책상을 두고 사십 대 중반의 남성이 말했다. 수염을 기르고 머리는 짧다. 하얀 셔츠가 꽉 끼는 체형은, 좋게는 달마, 나쁘게는 험프티 덤프티다.
가끔 들리는 윙윙거리는 소리는, 바람 소리다. 강풍이 건물 전체를 작게 흔든다.
"그래도 말이야, 의사 면허도 없는 인간이 약물을 다루는 건 범죄야. 강심제, 라는 건가? 형씨, 의사면허 가지고 있수?"
"....."
요우는 멍한 얼굴로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옷은 젖은채 지만, 경찰서에서 빌린 수건을 머리에 감고있다.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네"
탄식하고, 펜으로 귀속을 긁는 험프티. 책상위는 조서가 올려져있다.
"형씨, 할 망에게 주사 썼지? 목격자한테서 들었는데"
"......"
"왜, 그런 걸 가지고 있어? 며칠 오키나와에 있었던 모양인데, 미국에서 왔다고? 일본어 보르는가보네?"
"...."
"이 패스포트에 올려져 있는 이름과 주소는 형씨게 틀림없어?"
요우는 입을 움직이던가,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는다.
험프티가 펜을 책상에 놓고 고소했다.
"하아.... 침묵도 좋은데, 적어도 조서 쓰는데 협력해줄래. 그러면 서류송청으로 바로 석방이야. 서로 편하게 하자"
요우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그런 요우를, 험프티가 의문스럽게 바라봤다. 머릴 들지 않아도, 그 의문 깊은 시선을 느낄 수 있다. 표면적으로는 웃어도, 결코 상대에게서 눈을 돌리지 않는 것이 경찰관이다.
"하지만 뭐, 부모 형제도 없는데, 그 나이에 혼자서 오키나와라니. 뭐하러 왔어? 관광은 아닌 모양인데"
잡담으로 꾸미고 있지만, 그것은 본명을 묻는 질문이겠지. 주사의 위법적인 사용보다도, 요우의 정체에 이상함을 느낀 모양이다.
"의사 흉내 내고 게다가 집에선 이상하게 인연을 끈은 모양이고. 그건 뭐야? 그냥 낙서한 건 아니겠지"
"....."
"거기에 이 패스포트의 이름.... 야마다 타로? 실례지만, 굉장히 평범한 이름이네"
"....."
"형씨--- 뭐하는 사람이야?"
훗, 하고 요우는 입을 느슨하게 했다.
당연 야마다 타로라는 이름은 본명이 아니다.
모든 것을 떠올려버린 요우는 자기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쓸데없는 걸 알아버렸을 뿐이지만----.
"나는 천재다...."
요우는 간신히 머리를 들었다.
험프티가, 흠칫 어깨를 움직였다.
"--- 그렇게, 생각했다"
많은 박사 칭호를 얻어, 펜실브아니아 대학의 최연소 명예 교수가 된 천재.
미국의 정부기관은커녕, 군, 기업에 달하기까지 모든 조직에 협력해, 확고한 실적과 명성을 쌓아올린 영웅으로서, 많은 팬을 가진 상징적 존재.
그것이 사도 료우.
그리---- 생각해 온 것이다.
하지만, 그 환상은 부서져 버렸다.
지금 여기에 있는 요우는, 극히 평범한 일반인과 같은---- 아니, 그 이하의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
"나는 그냥.... 부서져버린 잡동사니다"
자신의 비참함에, 자기혐오마저 느껴지지 않는다.
있는 것은, 포기뿐이다.
"그래서, 도망쳤어....."
눈살을 씨푸리는 험프티 덤프티.
그 후, 얼마의 질문을 받았지만, 요우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베터랑 형사가 결국 끈기가 딸려 연기도 아닌 한숨을 쉰다.
"말해줬지만, 아까 의미 모를 내용 말인데, 반대로 귀찮다고. 정신감정을 하게 되면 약물 조사가 필요할지도 몰라"
요우는 자조하듯이 웃었다.
"그건 상관없어... 중독자인 편이, 더 죄가 가벼워"
"응? 뭐라고 말했어----"
험프티가 되물었을 때였다.
조사실 밖에서 누군가가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책상이 쓰러질듯한 소리에 이어, 한 두 사람이 아닌 대량의 구두소리도 들린다.
".....!"
요우가 놀라서 어깨를 떨었다. 머리를 들고, 눈을 크게 뜬다.
"뭐야....? 밖이 소란스러운데-- 어, 어이! 왜 그래!"
험프티가 놀랐다. 요우가 의자에서 굴러떨어져, 방구석에서 떨고 있어서다.
"시, 싫어....!"
부들부들 떨면서, 요우는 머리를 감싸 안는다.
"찾아버렸어... 으아아아... 이제 끝이야...."
"무슨말이야? 괜찮아? 진정해!"
조사실 밖에 있는 것이 어떤 사람인지 요우는 확실이 알았다.
그 구두소리는, 경도를 더한 합성수지의 군화다. 그 수는 대략 12개. 미히하게 들리는 금속음의 높이와 수부터, 소총이나 수류탄을 장착한것을 안다.
"싫어어어어어어!"
요우의 절규와 동시에, 조사실 문이 강하게 열렸다.
실내에 뛰어들어온 것은---- 완전무장의 군사였다. 위장복과 두꺼운 군화, 소총이나 수류탄, 나이프라는 전투태세다. 방탄성 방호 마스크다.
"무슨....!"
일어서는 험프티에게, 군사 중 하나가 붙잡았다. 마지 흉악범 앞에서 일반인을 보호하는 듯이, 유무를 말하지 않고 실외로 데려가 버린다.
남은 군사가, 일제의 요우에게 뛰어들었다.
"우아아아아아! 그만해! 놔!"
폭주하는 요우를, 군사 셋이 달라붙어 제압한다. 양팔을 가슴 앞으로 교차시켜, 그 위에서 덮어씌우는 듯이 강하게 흰옷을 입힌다.
"그, 그만둬---"
부르짖는 요우의 입에, 재갈 대신 고무 봉이 더해졌다. 필사적으로 저항하지만, 힘센 군인들에게 당해낼 리가 없다.
"-----"
약 1분도 지나지 않아 요우는 완전히 몸의 움직임이 봉해져 버렸다.
구속복이 입혀져, 양발, 양손을 밸트로 고정 당한다. 입에는 재갈이 물려져,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것은 눈 정도이다.
축 늘어져 움직이지 않는 요우를, 군사 두 명이 안아 조사실을 나온다.
"미군이 무슨 일이야!"
사무실에서, 아까 그 험프티가 군사에게 덤벼들었다.
요우는 깜짝 몸을 흔들었다.
군사에게 저항하는 험프티의 건너----.
서장실에서, 하나의 여성이 모습을 드러내서다.
결국--- 찾아내 버렸다.
이 세상에서 가장 들키고 싶지 않은 상대에게.
요우가 미국에서 도망친 것은, 그 녀석에게서 1cm라도 멀어지는 것이 첫 번째 목적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방금 전, 경시총감의 사인이 달린 위임장을 서장에게서 수리했습니다. 그의 신변은 공식적으로 미국정부가 인수하겠습니다"
물 흐르는 듯한 일본어로 그렇게 말한 것은, 백인의 여성이었다.
170cm 이상인 장신과 굽이치는 금발. 가는 어깨와 눈꼬리가 올라간 눈동자. 한눈을 고급품인 걸 아는 비스니스 정장.
지금부터 잡지 사진 촬영이라도 있는 걸까 하고 생각할 정도로 완벽한 복장을 한 미인이다.
"그에 관한 이 나라의 일절의 범죄는 면죄 받았습니다. 이번 체포도 말소해 주싶시오. 그는 좀 더 커다란 용의가 미국에서 걸려있습니다"
담담히 말하는 여성.
요우는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를 안다. 점잖은 외견과는 모순되게 아직 10대인것도.
"좀 더 커다란 용의....?"
얼굴을 일그러뜨린 험프티의 질문에, 미녀가 답했다.
"국가반역죄입니다"
여성이 증오를 담을 푸른 눈에--.
몸을 떠는 요우는, 얼굴을 돌릴 수 없었다.
4*3
장신의 금발미녀를 선두로, 요우를 구속한 군사들이 서의 계단을 내려온다.
지나가던 길에 일반 내객용의 로비에 익숙한 얼굴들이 있다.
"--- 도쿠?"
하마요지 리쿠가 말이 막혔다. 요우의 이상한 모습을 봤으니까 다.
리쿠 뿐만이 아니다. 카오리나 나츠키, 마사하루도 있다. 테루의 모습이 보이지 않지만, 그녀는 지금 쯤, 병원에 있는 노부인의 곁에 있는 게 틀림없다.
"....."
하얀 박각시 신세가 된 요우는 어렴풋이 리쿠들의 얼굴을 바라본다.
"뭐야, 당신들! 도쿠를 어쩔 셈이야!"
리쿠가 가까이 가려 하지만, 군사 한명에게 의해 막힌다.
하지만, 그것뿐이었다.
길가의 돌멩이를 피해 걷듯이 아무런 표정도 보이지 않고, 옆을 지나가려한다.
그 길을, 나츠키가 가로막았다. 평소완 돌변해서, 위험한 얼굴이다.
"도쿠를 어디로 데려가는 거야 그 녀석은 아무런 나쁜 짓도 하지 않았겠지"
앞길이 막혀 여성이 얼굴을 찌푸렸다. 손수건을 꺼내 입을 누른다.
".....? 어이, 듣고 있어?"
"실례--- 쓰레기 시궁쥐가 인간의 말을 짖껄여서, 욕지기가 났습니다"
나츠키는 물론, 아이들 전원이 아연해한다.
"아무것도 나쁘지 않아? 아뇨, 그는 당신들 같은 빵 케이크를 태운 후의 프라이팬에 눌어붙은 쓰레기들에겐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커다란 죄를 범했습니다. 더러운 얼굴에 연옥을 박아넣고 싶지 않다면, 거길 비키세요"
여성이 이마를 처 올리고 신호했다. 군사 두 명이 앞으로 나와, 나츠키를 벽에 밀어 붙친다.
"무슨....! 썩을, 기다려!"
"도쿠!"
리쿠가 불러도 요우는 반응이 없다.
이제 손가락 하나도 혀 1mL도 움직일 기력이 없었다.
죄를 폭로 당해 현실에 취한 때, 자신은 대체 어찌 될 것인가----.
그 상상을 한것 만으로도, 이상해질 것 같다.
아니.
이미, 휠씬 전에 요우는---.
"서둘러주세요"
여성의 지시로, 요우을 운행하는 군사들이 카데나 경찰서에서 나온다.
밖은 여전히 폭우였다. 멀리서 보이는 도로가 침수돼있는 것을 봐도, 오히려 기세는 증가하고 있다.
군용 차가 몇 대와 정중하게도 쇠창살이 달린 호송차가 대기하고 있다.
군사들이 군용차에 올라탄다.
요우는 몇 명의 군사나 금발의 여성과 함께 호송차로 향한다.
요우가 올라타고 바로 호송차가 달린다.
"그에게 갈아입을 옷을 충분히 신경 써주세요, 그가 그럴 마음이라면, 당신들 따위 3초만에 지옥행입니다."
군사들이 방호 마스크를 벗고 요우를 붙잡았다. 구속복을 벗기고, 바들 옷을 입힌다. 요우는 아무런 움직임도 없이 옷을 갈아입는 인형 역에 임한다.
"당신을 찾아낸 건 우연이었습니다---"
라는 여성의 말은, 요우에게 향한 것이었다.
"이 섬에 체재하고있는 공군 대령이, 길에서 당신을 본 모양입니다. 가족과 쇼핑을 하던중 아이와 말다툼하는 당신을 본 것. 아이와 말다툼, 이라는 의미 없는 행동을 하는 시점에서 의심했던 참이지만, 다른 단서 없이, 이 수일, 섬 안을 철저히 수색했습니다"
대령 정도 되면 요우의 얼굴을 알아도 이상할 게 없다. 완벽히 모습을 감췄을 터이지만, 미군이 기르는 개의 가족 서비스 탓으로 찾아내다니, 얼간이 짓에도 정도가 있다.
"이제, 도망칠 수 없습니다."
살의마저 들어간 눈초리가, 요우를 꿰뚫는다.
"당신이 범한 죄는, 반드시 속죄하셔야겠습니다"
맹 스피드로 달리는 호송차는, 빨리도 목적지에 가까워져 가는 모양이다.
커다란 문 앞에 일단 정시해, 위장복을 입은 문지기에 운전수가 입장 허가증을 모인다.
재차 호송차가 출발해, 광대한 부지에 들어간다.
화려하게 포장된 도로와, 하얀색을 바탕으로 한 건물 몇개.
그냥 마을이 아닌 것은, 바로 알았다. 무턱대고 긴 도로가 늘어져잇고, 그 끝에는 평탄한 아스팔트가 보인다.
그냥 평지가 아니다.
활주로다.
여기가, 어디인지---.
생각할 것 까지도 없이, 요우는 알고 있다.
호송차가 정차했다.
차량 뒤편의 문이 열려, 눈 부신 빛이 망막을 자극했다.
"...."
요우는 약한 발을 움직여 차량을 내린다.
구속복은 이미 입고 있지 않다.
요우가 갈아입은 것은 주문제작한 고급 슈트다. 목에 감긴 넥타이를 고정한 것은, 다이아몬드가 들어간 링이다.
소매를 지나지 않고 망토처럼 어깨에 하오리를 걸친 재킷이 격한 바람에 나부꼈다. --- 훈장투성이의 그것은 자택에 숨겼을 터이다. 조사당하는 사이에, 이미 그쪽은 수색했다는 것이겠지.
멋대로 세팅 당한 올백머리가, 비에 젖어 빨리도 엉망진창이 된다.
"천재로서의 책무에서 도망친 책임은, 조수인 저의 책임이기도 합니다."
현역 대학생으로서, 요우의 조수-- 노라 달링이 요우의 옆에 선다.
요우와 그 조수를 마중한 것은, 군복을 입은 미국 군인들이었다.
"대통령에게서 긴급한 협력요청이 나와 있습니다. 닥터 사도"
수만의 군인을 통솔하는 자가 그렇게 말해도, 요우는 그것이 현실이라고 믿지 않았다.
"....."
완전히, 버렸을 터다.
완전히, 부쉈을 터다.
천재로서의 쌓아올린 경력도.
전부 부셔서, 도망쳤을 터인데---.
요우는 도망칠 수 없었다.
"당신의 논문을 훔쳐내, 그것을 실행하려는 자가 잇습니다"
조수, 노라의 목소리가, 죽음의 선고처럼 들렸다.
"지금 틀림없이 세계 동시 다발 테러를 계획하고 있는 '파과자'를-- 당신이 멈춰주십시오"
이 섬에서 보낸 몇 일.
그 평화로운 일상과 너무나 멀어진 세상에-----.
요우는 돌아와 버렸다.
5*1
미국의 뉴욕주 맨해튼에서, 사도 료우는 태어났다.
양친은 일본인의 비즈니스맨. 바쁜 부모를 대신해 요우를 키운 것은, 미국계 미국인인 베이비시터 여성이다. 일을 열심히 하는 그녀는 요우의 감성을 기르기위 해서도, 메트로 볼로그 미술관이나 브루클린 히스토리칼 소사이어티, 브롱스 동물원 같은, 뉴욕 시내에 있는 눈에 띄는 명소를 유모차로 망라했다.
3살의 요우가 예술 문화를 이해하는 모양이다, 라고 베이비시터는 양친에게 알렸다.
양친은 베이비시터의 정신을 의심할 뿐으로, 별로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는다.
그런 양친이 이혼한 것은 요우가 5살이었을 때다. 어머니와 함께 일본에 귀국한 요우는 도쿄에서 초등학교 5학년이 됐다. 그때는 요우의 남들과 다른 재능이 당연한 사실이 되어있었다.
그 후, 이유가 있어서, 맨해튼에 사는 아버지의 곁으로 돌아가게 된다.
주변의 추천으로 요우는 고등학교에 월반으로 다니게 됐다.
암흑시대의 개막이다.
10살부터 12살이 될 때까지, 연상의 동급생들 안에서 고독히 살았다. 명백히 다른 색의 그를, 모든 사람이 괴롭혔다.
또 이런저런 일이 있어 아버지와 결별하고, 요우는 뉴욕을 나왔다. 장학금으로 펜실워니어 대학에 들어간 것이다. 거기서 요우는 12살부터 1년도 채 못 돼 5개의 박사칭호를 취득해, 그 대학을 졸업. 동시에 명예교수로 취임했다. 이례 중의 이례지만, 이사장이 천재 소년을 기부금을 모으기 위해 이용했을 뿐이라는 사정도 있다.
거무칙칙한 학생 시절이 종언을 고하면 세상이 변했다.
국가나 기업이, 모두 요우에게 협력을 구하게 됐다.
요우는 그들에게 응해, 칭찬받았다.
우등생에 질투의 대상에 지나지 않았던 학생 시기와는 크게 달랐다. 실적을 올리면, 그만큼의 명예와 존경을 받았다. 그렇게 되면 요우의 두뇌도 풀 회전해, 가속했다.
그렇게 요우는 -- 정말 순간, 인간의 테두리를 벗어나 버린 걸지도 모른다.
세상의 발단이 되는 사상과 시사열을 해결해, 어떤 결과를 도출해버린 것이다.
그것이 "파과자"의 이론.
세상을 파멸에 인도하는 카운트 다운을 가리키는 논문이었다.
요우는 완성한 그것을, 어떤 인물의 앞에서 강구했다.
미국 대통령.
그곳은 화이트 하우스. 그린룸이라고 불리는 회의실에서, 요우는 의기양양하게 강연했다.
원탁에 앉은 대통령이나 정부요인과 군 관계자가, 그것을 듣고 있다.
요우의 설명이 끝나면----.
그 곳에 침묵과 긴장감이 머물렀다.
행복인가 불행인가, 원탁에 앉은 흰 순썹의 사람은 요우의 이제까지 실적을 잘 알고 있다. 그중에는 직접 의뢰받아, 다른 누구도 해결하지 못할듯한 트러블에서 구해준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은 요우의 팬이 된 자도 적지 않다.
조용히 있는 것은 요우의 팬뿐만이 아니다.
요우의 논문을 검증하기 위해 모인 학자들도, 일동이 침묵을 지키고 있다.
그것이 학자들의 평가였다.
대통령과 원탁에 앉은 얼굴들이 요우를 봤다.
그 눈.
그것이 요우를 파탄으로 인도했다.
- 그렇게 되면, 세상을 구하는 것도 그뿐이라는 것인가.
요우는 "엑?" 이라고 생각지도 못하게 소리를 내버렸다.
어째서 그것을 생각하지 않았지?
당연히 귀결이다.
요우 밖에 세상파탄의 가능성을 알아채지 못한 것이다.
그렇다면, 혹시 그것이 실행될 때--- 저지할 수 있는 것도 요우밖에 없다.
원탁에 앉은 얼굴들의 기대에 찬 눈초리.
그것을 보고, 최고조에 달한 요우의 이미지력이 상상한 것은---.
70억에 가까운 수의 구원을 원하는 눈빛이었다.
백인이나 미국계 아시아계나 소수민족에 이르기까지.
천재이기에, 자신에게 매달린 전 인류의 모습을 확실히 이미지 해버린 것이다.
그냥 망상. 하지만 현실에서 일어날 미래.
그것은, 이제까지 감당해온 기대와 무게가 완전히 달랐다.
-우두둑,
요우는 자신의 재능에, 금이 가는 소리를 확실히 들었다.
생각하면, 당시의 요우는 재능의 최고조인 동시에, 피로도 또한 피크에 달한 것이겠지. 평범한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난제를 해결하길 계속해, 100%의 확립으로 그들을 구하길 계속했다. 그것이 천재의 사명이기도 하고, 영웅의 일이니까 다.
- 사람들을 구한다.
그 이외에 요우의 삶의 방식은 없었다.
가족도 안됐다. 친구도 없었다. 연인도 없다.
천재인 요우가 있을 곳은--- "영웅"이란 테두리 안밖에 없었다.
그렇게 움직이길 계속한 끝에, 최대의 압각이 요우를 짓누른 것이다.
약 70억 인분의 중압----.
인류란 종의 무게가 요우를 덮쳐 우두둑거리는 소리를 내며 요우에게 밀어닥친 것이다.
그래, 그 순간, 요우는 부서져 버린 것이다.
-라고, 하는 건 조크입니다.
어느 순간, 요우는 그렇게 말했다. 굳은 미소와 함께.
대롱령 이하, 그곳에 있는 전원이 얼어붙은 것은 말할 것도 없다.
- 전부 조크입니다. 즐겨주셨습니까?
부들부들 떨며, 폭포 같은 차가운 땀을 흘리면서 요우는 웃는다.
당연, 그린 룸은 시끄러워졌다. 세상에서 가장 권위 있는 곳에서 시시한 수작을 부린 것이다. 누구나 요우를 비난했다.
요우를 감싸는 사람은 있다. 누군가의 측근 같은 가늘고 긴 체격의 청년 같은 사람은 최후까지 요우를 감쌌다. 열열한 요우의 팬 같다. 그 밖에도 요우를 옹호하는 사람은 있다.
하지만 그들 팬에 의한 보조도 허무하다.
요우는 단죄당했다.
미국의 요인을 화이트 하우스에 모아 웃기지도 않은 조크를 날린 것이다. 그 응보로, 요우의 경력이 실추됐다.
화이트 하우스에서, "기행"을 벌인 천재 소년은, 모든 업계에서 조소의 대상이 되었다. 이제까지 요우의 재능에 혜택을 받은 어른들이, 멋지게 손바닥을 뒤집었다.
대학에서 추방 선고를 받은 것도, 당연하다.
요우는 자긴에게 절망하고, 자포자기했다. 자신의 사실을 불태우고, 하나도 남김없이 과거의 영광을 지웠다.
천재는 사라졌다-.
주변에서, 그렇게 야유했지만, 그것은 사실이었다.
화이트 하우스의 1건 이래, 요우는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 빠졌다.
이전 같은 레벨 높은 발상을 하지 못하게 되고, 사고능력이 쇠퇴라는 것도 느꼈다. 경도의 기억장애마저 발병해, 자신이 무슨 사람인지도 모르게 된 적도 있다.
하지만 요우는, 그런 자신의 변화를 주변에 숨기고---.
쌓아올린 경력를 태워버리고---.
이젠 천재가 아니란 사실만을 숨기고, 미국에서 도망친 것이다.
5*2
카데나 기지의 지령 동에 해당하는 건물 내.
그 최상층에 있는 한 방에서, 요우는 안내됐다.
상당히 넓은 회의실이다. 벌어진 두 줄, 옆에 4줄로 늘어선 테이블 안에 군복의 착석 자가 있는 것은 전방의 3열이었다. 테이블에는 마이크나 스피커가 설치되, 바닥 사이를 케이블이 메우고 있다.
왼쪽의 벽에는 액정 모니터가 늘어서, 옆에는 국기가 걸려있다. 미국, 영국 프랑스,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같은 10여 개 이상은 있다.
요우의 조수인 노라가, 테이블에 앉아 군복들을 소개한다.
"도쿠, 이쪽이 제18 전술 함공단 부사령관인 아도스 대령, 이쪽은 390 정보대의 이스터 중사, 해군 요크셔도 소령, 육군의 갈 소령입니다. 또 각 군에서 정보활동 담당의 분들도 들어와 있습니다."
오키나와 미군기지에 주둔하는 부대의 높으신 분네들이 집결했다.
군복들이 일어나, 요우에게 목례했다.
"......"
요우는 어렴풋이 그 얼굴들을 바라봤다. 특히 공군 대령의 얼굴을 빤히 본다. 요우가 있는 곳이 들킨 원인인 제악의 근원이다.
요우가 노려봐, 바위처럼 딱딱한 얼굴인 대령이 기가 죽는다. 살짝 눈을 피한다.
대령이라는 지위의 인간답지 않은 태도에 요우는 깜짝 어깨를 움직인다.
"저쪽 모니터에 비추는 것이 NCTO장관인 리처드 숀씨입니다."
벽 모니터에서 유일하게 전원이 들어간 상태의 화면이 있다.
하얀 눈썹과 하얀 턱수염을 기르고 매의 눈을 한 초로의 남성이 비추고 있다. 위압감 있는 풍경과 의심 깊어 보이는 눈빛에서 보면 순수한 군인이겠지.
노라가 말한다.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다짐해두기 위해 보충합니다. NCTO란 정식명칭 국제 테러 대책 정보집. 미국의 태러 대책을 전문으로 하는 조직입니다. 발족에서 또 수년 미만이지만, 이미 선진국을 중심으로 타국에도 지지를 받아 국제적으로 연계를 하고있습니다. 테러에 관해서 말하자면 FBI나 CIA 국가안전보장국에 우선하는 최상위 기관입니다"
요우에게는 상식적인 이야기다. 설명들 받을 것까지도 없다.
조수의 설명을 흘려듣는 요우의 앞에, 10대 후반의 남자가 나왔다. 가늘고 긴 몸과 천연 파마가 특징적인 백인 남성이다.
"그는 NCTO의 보좌관 엘릴오씨. CIA에서 파견했습니다. 이 섬에서 도쿠의 수색을 도와줬습니다."
"이곳에 동석하게 돼 영광입니다, 닥터! 당신의 팬입니다! 이전, 화이트 하우스에서 만났지만, 기억하십니까? 그 때는 CIA 장관의 보좌관으로 동행했지만---"
흥분한 모습으로 요우의 오른손을 잡고, 강하게 악수하는 천연 파마.
과연, 요우가 발견된 것은 이 CIA의 개 때문인 것 같다.
".....FUCK"
"FUCK! 들었습니다! 그 영웅, 닥터 사도가 나에게 FUCK이라고! 오늘 블로그 갱신 힘내야지!"
견디기 어려운 공기 중, 어울리지 않게 엄청나게 기뻐하는 천연 파마. 요우의 팬은, 누구나 이런 느낌이다.
노라가 가볍게 인사했다.
"나, 노라 달링은 이대로, 도쿠의 조수로서 의뢰인의 교섭, 연락계를 책임지겠습니다"
펜실워니어 대학의 학생이기도하고 요우의 조수이기도 한 여성, 노라 달링.
그녀야말로 요우의 팬 대표라고 해도 좋다. 자신도 월반으로 대학에 입학한 수재이기도 하면서, 요우와 처음 만났을 때 그 재능에 심취한 여성이다. 반은 억지로 그녀는 요우에게 따라붙으면서 그의 신변 이야기에서 연구를 도와주거나, 그의 서포트 역을 자청하게 되어 현재에 이른다.
"....."
요우는 노라에게서 눈을 돌렸다. 바로 전까지 생활을 함께하고 있던 조수마저도, 지금의 요우에게는 별세계의 주민으로 보인다.
『닥터 사도. 먼저 사죄를 하지. 당신의 논문을 분실한 건이다』
모니터 안에서, 리처드 숀 장관이 말했다.
『화이트 하우스에 닥터가 제출한 논문이, 어떤 자에 의해서 도난당한 것은 비상히 유감이다. 정치적 책임으로 범인을 찾아내 도난품의 탈환에 전력을 다해.---- 이상이 대통령의 전언이다. 확실히 전했다고』
사죄와는 모순되게. 뛰어난 장관이 주눅이 드는 모습이 없는것은----.
그 눈동자 깊이 숨긴 요우에 대한 의심과 적의 탓이겠지.
『한 층더 나아가서 닥터가 강구한 대로의 사건이 빈발하는 현상 증거와, 앞으로 일어날 위험성의 배제에 협력을 부탁하고 싶다. -- 이것도 대통령의 메세지다. 즉, 이것은 대통령의 명령이다. 너에겐 NCTO의 고문으로서 사건해결에 협력받지』
"......"
『예의 화이트 하우스의 1건-- 나도 그곳에 동석했다』
흠칫 요우는 어깨를 떨었다.
70억 인분의 압박에 짓눌린 그 1건.
요우의 두뇌가, 재능이, 금이 가, 붕괴해버린 순간을 떠올린다.
『지금, 닥터가 충고한 대로의 위험이 발생했다.--- 이것은 너에겐 찬스다 이 일련의 사선--- "파괴자"가된 범죄자가. 사실은 너 자신이라는 의문을 품과 동이세 불명예를 씻을 최대의 기회니까』
요우에게 테러사건의 주모자란 용의가 걸려있다---.
너무나 당연한 일리다.
이 정도의 위협으로 세상을 흔드는 것이 가능한것은, 천재에 닮은 재능을 가진 주인뿐.
더구나 요우는 사전에, 그 위협을 예언한 것이다.
이것만으로 요우에게 용의가 걸릴 이유는 충분하다.
『성과를 냈을 때에는, 네가 나라에서 도망쳤을 때 범한 불법출국이나 패스포트위조 등의 범죄 면제, 거기에 대학에 복귀할 조력도 아끼지 않겠다고 대통령은 말하신다.』
"불명예를.... 씻어....?"
생각지도 못한 전개에, 요우는 멍한 얼굴을 들었다. 틀림없이 중요참고인으로 불려 온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되돌릴 수 없는 실추를 범한 천재가, 이전의 명예를 되찾을 수 있다---.
그런 일발 역전의 찬스가 부여해지는 것은, 예상하지 않았다.
"장관이 말하는 대로입니다. 도쿠에게는 간단한 일이겠죠"
노라 달링이 확신에 가득 찬 표정으로 끄덕인다.
그녀가 말하는 대로다.
요우는 일찍이 노라와 함께, 모든 난제를 타파했다.
때로는 국가규모의 음모를 간파하고, 때로는 획기적인 장치를 발명하고, 때오는 등골도 얼리는 연쇄살인귀를 붙잡고, 때오는 석유왕이 잃어버린 애완동물을 무사히 찾아냈다.
의뢰의 성공률은 100%.
사도 요우에게 불가능은 없다.
그래서야 말로,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천재. 구국의 영웅이라 칭송받는 것이다. 노라가 매스컴을 싫어해서 미디어 노출을 피하지 않으면, 세상 속에 요우의 이름이 울려 퍼지겠지.
이번 의뢰도 완벽히 소화해낼 수 있다고 약속할 수 있다.
단---- 지금 여기에 있는 요우가, 이전의 자신이라면의 이야기지만.
『앞으로 관계되는 각 나라와 국제회의를 연다. 닥터는 회의에 참가해 일련의 테러 사건에 관한 고찰과 해명에 이어지는 의견을 부탁하고 싶다.』
뛰어난 장관이 말하면, 벽 모니터에서 일제히 영상을 비췄다. 인종이나 연령, 성별은 제각각이지만, 누나 세계 각국의 중요인물이다.
요우는 회의실 전방에 눌러 앉혀져, 정면에 있는 한층 더 돋보이는 커다란 모니터 옆에 앉았다.
리처트 숀 장관이 형식적인 인사를 하고, 이번 회의를 설명한다.
그 후, 정면의 모니터에 세계지도가 비쳤다.
『-- 보이는 바와 같이 미국뿐만이 아닌 아시아나 아프리카 제국에 이르기까지 소규모의 테러활동이 다발하는 상황입니다. 우리 NCTO는 애초에 이것을 우연에 의한 소산물이라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아니었다. 왜냐면 미국 국내에서 이슬람계 테러 그룹이 군의 무기고를 습격해서 빼앗은 무기가... 러시아 국내의 반정부 테러그룹에 의해 사용되는 사태가 일어나서입니다』
압수된 무기의 사진이나, 테러그룹의 조직도 같은 것이 모니터에 표시된다
『결코 어울릴 리 없는 사상을 가진 테러그룹이 어째서 무기를 공유하는가... 그런 일은 비상히 드물고 본래는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일어났다. 거기에 좀 더 수수께끼인 것은--- 무기를 실제로 사용한 그룹은 그것이 다른 테러 조직에서 공급된 것을 몰랐다는 사실입니다』
『몰랐다?』
모니터에 비추는 인물의 한 사람이 의문의 소리를 올렸다.
『에에, 돈으로 무기상인에게서 샀다는 인식밖에 없었다. 그 무기상인을 체포하고 군부를 횡류한 물건이라고 듣고 그것을 구입했다고 증언했습니다. --- 이것뿐이라면 우연이라고도 볼 수 있어. 하지만 한번이 아니라 중동 아시아나 호주에 이르기까지, 온갖 테러 사건에서 비슷한 케이스가 발생하는 것이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 문제입니다.』
『비슷한 케이스라는건 구체적으로 얼마나 돼야 사건이 그렇게 되는 건가?』
또 다른 인간이 묻는다.
리처드 숀 장관이 화면 건너에서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모두 매일 아침 이를 닦으며 뉴스를 보고 있겠죠.-- 거기서 전달되는 테러사건 그 전부입니다』
『......!』
『즉 의도적으로, 하지만 그러면서 눈치채지 못하게 테러그룹끼리 연휴를 하게 만들 의사를 가진 자가 있다는 것입니다. --- 대체 어떤 자가 어째서 그들의 무기를 유통 시키고 있는 것인가... 우리는 영국이나 독일의 정보기관과 연휴 해서 찾는 것의 아직 밝혀내고 있습니다』
회의실이 침묵에 싸인다.
『거기에 어제 독일 국립 연구에서 두려운 것이 도난당했습니다. 습격사건 그것은 보도로 알고게시겠죠. 하지만 무엇을 훔쳤는지는 공표되지 않았다』
리처드 숀 장관이 다짐하는 듯이 잇는다.
『"헬"--- 독일이 국가 프로젝트로 연구해온 신형 탄저균입니다』
탄저균.
그 단어를 들은 회의실의 참가자들이 숨을 들이마시는 분위기가 전해진다.
『탄저균은 비상히 강력한 살상력을 가진 세균입니다. 독일은 그것이 생물병기로 테러 행위에 사용될 경우를 예상하고, 보다 유효한 항체를 만들려고 피륙에서 변형한 신종을 만들어냈습니다. ---- 그것이 "헬"이라 명명된 탄저균입니다. 2그램으로 3백만 명 이상이 치사량에 이르는 독소를 가지고 있으며, 연구소에서 도난당한 양을 환산하면---- 3천억 인을 살해 가능한 양에 달합니다.』
『---』
인류를 40번은 사멸시킬 생물병기가 도난당했다.
그 사실은 세상의 중요인물을 절규시키기에는 충분할 정도의 임팩트가 있다.
겨우 들린 것은, 누군가가 낸 참기 어려운 고통스러운 목소리였다.
『그 정도의 생물병기가 도난당하다니--- 그 소재마저 모른다고?』
『그렇게 인정하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상황입니다. 더하자면 연구소에서 "헬"을 훔치는 것이 가능한 전문지식을 가지고 있는 것에서 그것을 병기로서 쓰기 위해 살포장치도 당연히 이미 준비했다고 예상합니다』
『어찌 된 일이야......』
『우리가 어떻게든 멈춰야 하는 테러그룹의 유통 루트도-- 혹시 거기에 "헬"이 풀리면 어디서 언제 그것이 사용될 것인지 상상도 가지 않아....』
『......』
『- 하지만 이 사태를 예상한 인물이 단 한 명 존재합니다』
모니터 건너편에서 리처드 숀 장관의 날카로운 눈빛이 요우를 본다.
『닥터 사도 그는 세상에 존재하는 테러 그룹을 안에서 조종해 게다가 그들을 네트워크화라는 것으로 세계규모의 동시 다발 테러에 이르게 하는 존재-- "파괴자"에 관한 논문을 제창해, 경계를 호소한 적이 있습니다. -- 어떤 사정으로 그 논문이 사라져버렸지만, 우리나라의 연구소는 현재 그 논문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그런, 설마.....』
『아니, 닥터 사도라면 이상할 것도 없어. 우리나라라도 그는----』
모니터를 통해 웅성거리는 참가자들. 그들의 안에서도 요우의 팬이 있는 모양이다.
리처드 숀 장관이 말한다.
『거기에 더해 그 자신이 파괴자라는 가능성은 낮아. 이미 이 수일간 그의 알리바이는 확인돼 있습니다 』
붙잡히고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았는데 이미 있는 대로 전부 조사한 모양이다. 있는 곳까지 들켜 버리면, CIA의 정보수집력으로 어떻게든 된다.
『이상을 근거로 우리 NCTO는 닥터에게 직접 어드바이스를 받기 위해, 회의에 참가하도록 했습니다』
모니터에 비추는 사람들이, 일제히 시선을 움직인다.
세상을 움직이는 중요인들이, 요우에게 주목한다---.
『사상이 이상한 세상의 테러리스트가 연계해, 그것이 세상의 파멸에 이르는 스위치가 된다고 제창했다』
리처드 숀 장관이 말한다.
『나는 뭐라 해도 이 스위치를 누르는 것을 저지해야만 한다』
"......"
『그 스위치가 되는 테러는 언제 어디서 방생하는 겁니까?』
너무 간단한 질문이다. 아무튼, 파괴자를 제창한 것은 다른 사람도 아닌 요우 자신이다. 이제까지 그가 말한 그대로의 사태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그것이 도달할 끝도 요우만이 알고 있다.
요우가 또 세상을 구해, 영웅이 되는 것이다.
틀림없는 천재의 컴백에 걸맞은 스테이지라 말한다.
"....."
요우는 헤죽 웃었다.
지금 자신이 입에 담아야 할 말은 하나밖에 없다.
그 너무나 명쾌함에 떨림이 치솟는다.
떨림뿐만이 아니다.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져 식은땀이 내뿜어져---.
『닥터?』
모니터 안에서 리처드 숀 장관이 흰 눈썹을 움직였다.
재촉받아 결국 요우는 그 단순한 답을 입에 담는다.
"--- 없어"
목소리가 작아서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화면에 비추는 사람들이 눈살을 찌푸린다.
"몰----라---"
천재라면, 간단하다.
그래서 요우에게는---.
아니.
천재, 사도 요우가 아닌, 그냥 잡동사니로 영락한 지금의 자신에게는---.
도출할 수 없었다.
"모른다고...."
요우는 눈물을 맺히고, 머리를 끌어안으며 신음한다.
회의실을, 완전히 정적이 감싼다.
세상의 중요인물이 전원, 표정을 얼려버린다.
"몰라...."
몸이 부들부들 떨며, 차가운 땀을 내뿜는다.
무엇하나 몰라. 정말로 모르는 것이다. 파괴자가 실재하는 것마저, 지금의 요우는 느낄 수 없었다. 그 녀석이 어디에 나타나서, 무엇을 할지 말해도 안 하느니만 못하다.
예전에 부서져버린 요우에게는, 너무나 난해한 문제였다.
"아, 아무것도 몰라...."
허공을 의문스럽게 바라보고, 떨리는 목소리로 반복한다.
그것이 지금의 자신.
재능을 잃고, 모든 책임을 해방하고 도망한, 비참한 패배자.
그런 자신을, 일찍이 천재였던 사도 요우가 조소하는 환각이 보였다.
"몰라... 나는, 몰라....."
부서진 테이프 레코더처럼, 몇 번이고 되풀이하며 중얼거린다.
그것이.
사도 요우하는 존재가, 완전히 세상에서 포기해버린 순간이었다.
5*3
세계 동시 다발 테러에 관한 국제회의는, 용두사미로 막을 내렸다.
각국에서 대응책이 올라왔지만, 어느 것이고 애매한 것뿐이다. 무엇보다 파괴자가 된 흑막이 실재하는가 어떤가마저, 확실히 단정 지을 수 없는것이다. 가정에 지나지 않는 적의 대응책을 생각하는 것에 반대하는 소리도 올라왔다.
사도 요우의 존재는, 완전히 무시당했다.
노골적으로 그를 탓하는 자는 없었다. 하지만 누구도 의견을 말하지 않은 시점에서, 이번 회의가 실패로 끝났다는 것은 누구의 눈에도 명확하다.
결국, 일련의 테러행위는 각국에서 임기응변으로 대처한다, 라는 호소로 회의는 종료했다. 요컨대 아무것도 결정 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각국의 중요인물이 통신을 끊고, 최후로 리커드 숀 장관이 남았다.
『닥터』
깍지낀 양손 위에 이마를 대고 NCTO의 톱이 눈을 부라린다.
『나는 대통령에게 회의의 일부 시작과 끝을 보고해야 할 의무가 있다』
"시간이 부족했던 것뿐입니다!"
CIA 출신 천연 파마, 엘릴오가 요우를 감싼다. 다른 군 관계자, 공군 대령이나 육군 해군의 중진들은 빨리도 회의실에서 나가고 있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소환당하면, 아무리 천재라 해도 당황하는 게 당연합니다! 그의 미국에 대한 이제까지의 공적과 충성심을 생각하면, 조금만 더 유예를"
『언제 어느 때도 최고의 결과를 내니까 천재라고 불리는 거겠지?』
"그.....! 그것은...."
『닥터에게는 휴양이 필요한 모양이다. 대통령에게도 그렇게 전언하지』
차가운 말, 리처드 숀 장관의 백미가 모니터 화면에서 사라졌다.
군부의 인간이 회의실에서 줄줄이 나간다.
남은 것은--- 무언으로 조금씩 떠는 요우.
조각상처럼 서 있는 조수, 노라 달링.
그리고, 이미 위로의 말마저 찾지 못하는 천연 파마였다.
"----"
요우는 한숨을 쉬고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기대
낙담
모멸
조소
카메라 너머라고 해도 요우를 바라보는 눈빛이 변화를 충분히 느꼈다.
리쳐드 숀 장관은 지금 쯤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있겠지.
- 천재는 사라졌다.
틀림없는 사실이다.
사실이기에 요우는 그 사실을 숨기고, 이런 섬에 도망쳐 온 것인데---.
"우아아아악....!"
요우는 부르짖으며 마이크나 스피커 테이블을 쓰러트린다.
"닥터......!"
곤란해하는 천연 파마를 무시하고, 이번엔 케이블을 잡아당기고 벽에서 모니터를 떨어트린다.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머리를 감싸고 절규한다.
완전히 화풀이. 유치하고 하등한 야만인의 행위다. 생각지도 못하게 그런 행동을 할정도로 ,요우는 바보가 돼 있는 것이다.
"그, 그만둬 주세요, 닥터! 상처 나요! 달링 여사, 당신도 멍하니 있지말고, 그를 멈춰주세요!"
"도쿠...."
이제까지 한마디도 없이 미동하지 않았던 금발 미녀가 요우를 의문스럽게 바라봤다.
그 가지런한 얼굴이 믿을 수 없는 것을 본듯이 일그러졌다.
"당신은 대체 --- 누구입니까?"
흠칫 요우는 절규를 멈췄다.
"정말로 그 닥터입니까.....? '몰라'라니, 천재인 당신이 말할 말이 아니야......"
노라 달링이 본적 없을 정도로 당황했다.
일찍이 천재였던 사도 요우를 제일 잘 아는 것이 그녀다.
그런 인물이 다른 사람으로 생각할 정도로---.
지금의 요우는, 일찍이의 영광마저도 남아있지 않았다.
"-----!"
요우는 조수의 시선에서 도망쳤다. 미국에서 도망한 때와 같아.
회의실을 뛰쳐나와 지령탑을 뛰쳐 내려간다.
격한 비바람이, 요우를 환영했다.
지령탑 앞에는 원래 장소로 돌아가려던 공군대령이 있다.
"닥터?"
놀라는 그들을 신경 쓰지 않고 요우는 옆에 정차한 군용차에 뛰어든다. 얼룰 무늬 사륜구동으로 통칭 험비라고 불리는 차량이다.
쓸모없는 쓰레기에 지나지 않는 요우도 차 운전 정도는 할 수 있다.
악셀을 밟아 험비를 급발진시킨다.
그를 제지하는 목소리가, 엔진음과 비바람 소리에 사라졌다.
빨리 경계명령이 떨어진 것인지, 기지 입구에 군사가 가로막았다. 총을 들고있다.
하지만 요우는 악셀을 늦추지 않는다.
착란상태에서 폭주했을 뿐인 손님에게, 발포허가까지 내리진 않은 모양이다.
실제, 요우는 커다란 저항도 없이. 군사들의 틈을 돌파할 수 있다. 뒷바퀴를 미끄러트리면서 국도로 뛰어드는 험비.
"---"
시선이 일그러진 것은, 앞유리의 빗방울뿐만이 아니다.
비바람과 엔진음뿐인 소리만이 들리는 세상에서, 요우는 차를 달린다.
"썩을-- 썩을---"
터무니없을 정도로 비참하다.
미국뿐만이 아니라, 회의에 참가한 주요각국에서도, 요우의 무능함이 알려져버렸다. 지금쯤 천재의 가련한 최후를 비웃으면서 한잔하고 있겠지.
"도망쳤다고 생각했는데---"
다리가 멋대로 악셀을 밟는다. 팔이 멋대로 핸들을 꺾었다.
"이제 와서 왜--- 나를 뒤쫓아와--- 이런 나를---"
비에 젖은 앞유리에 어떤 인물의 얼굴이 떠올랐다.
조소를 띄운 그 녀석은, 마치 여자같은 얼굴을 한 동양인이었다. 충동적으로 패버릴 정도로, 눈매가 나쁘다.
"천재, 사도 료우----"
요우를 뒤 따라 온 것은 미국도 파괴자도 아닌.
다른 누구도 아닌, 일찍이의 자기 자신.
과거, 확실히 존재했던 사도 료우가, 영락한 사도 요우를 뒤 따라 온다---.
"이제 놔줘--- 나는 이제 사도 요우가 아니야---"
자신의 기억을 고치고, 위조하기까지 도망쳐 온 것이다. 그 이외에 과거의 자신에게 도망칠 방법이 없었겠지.
미국에서 도망친 기억에 아직 애매한 부분이 남아있는 것은, 그렇게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천재의 한면 정도는 남아있었던 적의 자신에게서 자신의 기억을 조작하는 정도는 쉽다.
"이렇게 될 때까지, 쫓아올 것까지는 없잖아---"
무의식으로 운전하는 험비가 일직선으로 향하는 것은---.
요우에게 남겨진, 단 하나의 있을 곳.
패배자의 둥지.
작은 모래사장의 옆에 우두커니 서 있는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단층집이다.
"......"
요우는 험비에서 내려, 자택으로 들어갔다.
비바람 너무 강해서 뜰을 걸었을 분인데 완전히 젖었다.
복도에 물보라를 피우고, 거실로 향한다.
지금은 아무런 의미도 없는 "파괴자"의 노트로 채운, 살짝 어두운 공간.
"나는.... 부서져 버린 자신을... 여기서 치유하고 싶었던거야...."
이런 섬까지는 아무도 쫓아오지 않아.
일찍이 요우는 그렇게 생각한 것이 틀림없다.
여기까지 도망치면 아무도 방해하지 않아.
그렇게 생각했는데--- 도망을 성공하지 못한 것은 그 판단을 했을 때의 요우마저도 이미 부서지기 시작했단 것이겠지.
"....."
고소를 띄운다.
이 섬의 주민.
하마요지 리쿠를 시작으로, 억지로 쓸데없는 이야기만 잔뜩 불태우려 하는 사람들을 생각했다.
그들의 간섭에 대해서는, 천재였던 적의 요우라도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 틀림없다.
리쿠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소리높여 울었던 것을 생각해내고 얼굴을 붉힌다.
"그 여자의 감촉만은... 뭐어, 나쁘지 않았다고 평가하지"
부끄러운 소리를 해도, 그것을 듣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바닥에 굴러다니는 디지털 레코더를 주워, 입을 댄다.
"8월 15일 결국엔 있는 곳을 들켜버렸다. 다음으로 도망칠 곳을 찾아야...."
먼지가 쌓인 거실을 둘러보고 중얼거린다.
"나는-- 일찍이의 나에게서 도망친다"
이제 존재하지 않는 천재의 환영을 뿌리칠 때까지 도망치길 계속한다.
"누구도 천재를 찾으려고 하지 않는, 좀 더 먼 곳으로---"
기대도 낙담도 이제 충분할 정도로 맛봤다.
"....."
손바닥의 레코더를 바라본다.
부끄럽다.
그러기에, 이제 두려워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 레코더에 녹음한 내용이 생각나지 않는것은... 아직 내가 완전히 기억을 되찾지 않았단 건가....."
무엇을 생각하고 일찍이의 요우는 도망 끝에 이 섬을 선택한 것일까? 미군기지가 있는 이 땅은, 도망칠 장소로 어울리지 않다는 것을 생각하지 않았던 것일까?
"... 자신의 기억을 조작조차도 불완전 하다니... 나는 정말......"
자신의 기억이 빠진, 최후의 한 조각을 버리려고 한다. 새는 어지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본 속담 떠날 때는 뒤처리를 깨끗이 해라)
요우는 레코더의 날짜를 조작해 재생스위치를 누른다.
『8월 6일 ... 나는 지금부터 자신의 행동을 녹음할 필요가 있다... 조수에게 잠자코 받은 카운셀링에서, 의사에게 조언받으라고 해서이다.... 』
냉정하게, 낮은 소리.
타인의 목소리로 잘못 들은 적도 있지만, 지금은 확실히 안다.
이것이 일찍이 요우 자신--- 천재의 재능을 조금이라도 남겨두었을 적 자신의 목소리다.
『이것은, 내 요양기록이 되겠지. 나는... 부서져 버렸다. 나는 자신이 천재라고는 망상에 빠진 것이다---』
요우는 눈을 감았다.
이것을 녹음한 때의 기억이, 천천히 되살아난다.
요우는 이때 펜실워니어 대학 사실에서 혼자, 짙은 커피를 마시면서 녹음하고 있었다. 창 밖에서는 학생들의 소란스런 못소리와, 디 스틸 핑크 라는 새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지금도 천재로 있다는 망상이. 그때, 화이트 하우스에서 내 재능이 사라져버린것은 아무도 알아선 안 된다.--- 알려지지 않은 사리에 이 나라를 뜨려고 생각한다. 그것을 위해, 그 노인에게서 집을 산것이다』
움찔하고 요우는 어깨를 움직였다.
그래, 요우는 틀림없이 한 명의 일본인에게서 이 집을 샀다.
그것은 망상이 아니다.
『그가 살고 있던 장소는 일본의 오키나와라는 섬이다...』
과거 자신의 목소리를 듣는 사이에, 그 노인과의 첫 만남도 떠올랐다.
그것은, 그래---.
요우가 부서지기 시작했을 참의 일이었다.
요우는 인디펜던스 국립역사공원을 방문했다.
그 공원은, 미국 탄생지역으로 꼽히는 국립 공원이자 유명한 관광명소이기도 하다. 세계 유산이기도한 독립기념관이기도 하고, 거기선 일찍이 독립 선언의 채택이나 헌법제정회의를 했다. 선언을한 때 울렸다고 한 자유의 종도 유명하다.
어째서 그런 곡에 다리를 옮긴 것인다.
미국이란 대국이 시작한 땅에서하묜, 요우 자신이 또 부활할 힌트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바래서이다. 그런 시시한 감상에 매달릴 정도로, 요우는 깊이 생각했다.
자유의 종을 치며 역사에 남은 소리를 울렸다.
하지만 요우는-- 부딪힌 충격에 부서져, 엉망진창이 되어, 두 번 다시 소리를 낼일은 없다.
"안녕하수꽈! 형씨, 일본인인가?"
독립기념관 앞에 있는 워싱턴 상의 발밑.
돌계단에 앉아 멍하니 있던 참, 마른 노인이 말을 걸었다. 디지털카메라와 등산용 가방을 가지고, 아무리 생각해도 여행자 풍이다. 꽤 고령이지만, 햇볕에 탄 피부와 바보같이 밝은 미소가, 남아도는 에너지가 느껴지는 인물이었다.
"...."
스르륵 요우는 이마를 잡는다.
"살았다! 여긴 너무 넓어서, 돌아갈 길을 몰라"
귀찮을 정도로 큰소리로 말하고 허락도 받지 않고 그 녀석은 요우의 옆에 앉았다.
"저기, 형씨 혼자야? 부모나 친구와 오지 않은 건가?"
"....부모는 없어 친구도"
"앗챠! 그런가, 괜한 걸 물었다! 미안하우이!"
짜증낼 기력도 없었다. 요우는 무언으로 흘려듣는다.
"그래서, 어떻게 돌아갈 수 있는지 가르쳐줘!"
바라는 대로, 가르쳐준다. 애초에 공원을 온 루트는 요만큼도 떨어지지 않았다.
"알기 쉽네! 형씨 머리 좋나 보네!"
짓궂은 칭찬을 받았다. 요우는 아주 최근 바보 취급 당한 참이다.
돌아가는 길을 가르쳐줘도, 노인은 일어서려고 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도 죽을 것 같은 얼굴이네"
"....별로 죽어도 좋아. 아니---"
요우는 중얼거린다.
"죽는 편이 좋아....."
재능을 잃은 것을 알면, 이제까지 요우를 숭배한 사람들은 그것을 바라겠지. 영락한 천재를 볼 정도라면, 영웅의 칭호를 묘비에 두고 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을 바랄 터다.
나라도 같다. 요우가 이제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기밀유지를 위해 요우의 암살을 생각해도 이상할 것은 없다. 라고 할까, 틀림없이 그렇겠지.
이제까지 요우를 눈엣가시라고 생각한 학자들에 이르면, 그를 말살할 찬스와 광희난무(狂喜?舞)할게 틀림없다.
"지금의 나에게 적은 없어--- 아니, 원래, 적도 같은 편도 없었어. 나는 언제라도 혼자야....."
자신의 동료와 만난 적이 없다.
그게 어느 정도의 불행인지, 요우 이외엔 결코 모르겠지.
태어나고 나서 계속 요우는 혼자였다. 있는 것은 한 명의 천재와, 이 이외의 인간이란 두 종류뿐이다. 양자는 항상 상대를 두려워하고 상처입혀왔다.
공존이 용서되는 것은--- 천재가 평범한 사람을 위해 힘쓸 때뿐.
그래서 요우는 그들을 돕고, 인간인 척을 하는 것으로 고독을 얼버무려온것이다.
"하지만 지금, 죽고 싶어-- 도망치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에는.... 난 인간의 이웃으로 있고싶다고 바란 거야...."
도방치고 싶어, 라는 말을 듣고, 노인이 놀란 모양이다.
"그런가"
헤죽 웃는 노인의 얼굴도 확실히 기억하고 있다.
그 후로도 노인은, 뻔뻔스럽게 요우의 사정을 물었다.
요우는 건성으로 무엇을 말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야기가 끝나면, 노인은 먼눈으로 중얼거렸다.
"내랑 같네...."
뭐가 어떻게 닮은건지, 그는 말하지 않았다.
대신 말한 것은, 어떤 섬에 남은 자신의 집이었다. 같이 살자고 아들 부부가 말해서 미국에 온 것, 남겨둔 집을 처분할 마음도 없다고 한다.
"좋은 곳이야. 따스하고, 무엇보다 좋은 녀석뿐이야"
노인이 표정을 빛내며 말했다. 요우는 세일즈맨은 싫어하지만, 눈앞의 노인에게 그런 표정으로 추천받았다간 집 한 채나 두 채를 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요우는, 실제로 사게 된다.
"거기선 모두가 도우며 느긋이 사니까"
노인은 그렇게 말하고 웃었다.
그 2주 후---.
요우는 펜실워니어 대학의 연구실을 불태우고, 미국에서 도망쳤다.
역사공원에서 일어난 일을, 확실히 기억해냈다.
옆에 사는 비터멜론 노인도, 이걸로 변명이 되는 모양이다.
『오키나와--- 그래. 오키나와야. 짓궂게』
"----에?"
자신 과거의 목소리에 생각지도 않게 반문한다.
"짖궂다고....?"
『실로... 조금 좋아』
조금 좋아?
그것은, 어떤 의미인 것인가?
요우의 머리가, 또 지끈거리며 아프다.
『내일은 미국을 뜬다. 그 전에, 나는 자신의 유산을 처분하려고 생각하고, 정든 집이지만, 이제 존재하지 않는 천재의 흔적을 남길 의미도 없어....』
그 것이 그날의 마지막 음성이었다.
"짖굳어.....? 조금 좋아....? 대체 뭐야?"
두통에 얼굴을 일그러트리면서, 신음한다.
일찍이 요우는, 제2의 인생을 보낼 장소로 오키나와를 선택한 것이 아니었나?
대부분 기억을 되찾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직 자신의 안에는 숨겨진 기억이 남아있는 모양이다.
『8월8일 준비는 만반이다. 이제부터 미국을 뜬다』
동요하는 요우를 멀리하고, 레코더는 멋대로 다다음날의 음성을 재생한다.
『그래서, 또 국내에서 테러 사건이 일어났다. 이번에도 또 내가 제창한 파괴자의 알고리즘에 들어맞는 사건이다. 파괴자가 태어나버린 것인가?』
주변에 사람이 있는건가 소리가 다소 작다.
『아니, 있을리없어.... 파괴자는 천재가 아니면 안 돼. 하지만 나 이외의 천재는 없을터다.... 그러니까, 없어.... 아니, 내 논문이, 사악한 어떤 자에게 도난당했다면....? 하지만 그것을 훔친 것만으로 제대로 이해 가능한 인간이 있는 것인가? 으으.... 그런 인간이 나타났다면, 멈출 수 있는 것은 나밖에... 아,아니, 나는 이미....』
소리가 떨린다. 착란한 모양이다.
『혹시, 나는 이제 아무것도 아니야... 으으... 어쩔 수 없어... 용서해줘....』
용서해줘---.
대체, 누구에게 용서를 구하는 거지? 프라이드 높은 요우가, 수치도 체면도 버리고 용서를 구하는 상대는 대체....?
요우는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으으...."
자신의 입에서도 과거의 자신과 완전히 같은 신음소리가 흘렀다.
『8월 10일 비행기의 기내에서 잠든다. 눈을 떴을 때는 오키나와에 도착했겠지』
음성파일이 완전히 교체된다.
『계획은 실제로 진행되고 있어. 수일 후에는 그것을 손에 넣겠지. 독일에 있는 '헬'을』
일찍이 자신의 목소리가, 지친 것을 알았다.
『파괴자는 또 하나의 나다. 내 논문 탓이라 해도, 그 녀석은 확실히 나와 같은 레벨에 도달하고있다....』
"....으으...."
요우는 머리를 누른다. 휘청거리는 다리가, 무의식으로 창으로 향한다.
『또 하나의 자신에게서 도망친다... 이제 하나의 자신을 멈출 수 없어...아아아...』
창에서 맨발 소리가 밖으로 나온다.
격한 비바람 소리 안에서도, 레코더의 음성을 들을 수 있었다.
『한계다... 이대로는, 나는 정말로 미쳐버린다... 안돼, 미치는 건 허락할 수 없어... 이제 자신의 기억을... 두뇌를 재정리해, 처리능력을 부수고 재기동하는 수밖에 없어....』
아니, 귀로 듣는 게 아니다.
알고 있는 것이다.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무엇을 생각하는지를.
『자신의 머리를 재구성하다니 천재였을 적의 나라면 간단하지만.... 하지만 지금의 내가 그것을 할 수 있을지 어떨지는... 잘하면, 일반인 정도의 지능은 남길지도 몰라... 하지만 그것은 바라는 바다. 마음 깊숙이서, 계속 바래 왔던 것이다』
"으으으으으....."
비바람이 불어닥치는 뜰을, 비틀비틀 걸어가는 요우.
『드디어 정말로 되고 싶었던 존재가 되는 것이다--- 평범한 인간으로』
"으으으으.....!"
『하지만 실패하면, 이번에야말로 정말로 부서지겠지....』
"으아아아아아....."
『그리고 어떤 존재가 되더라도 혹시 '파괴자'가 실재한다면---』
요우의 자택 앞에 수 대의 군용차가 정차했다. 금발미녀와 군인이 나타난다.
노라다.
"도쿠!"
달려오는 조수를 무시하고, 요우는 자신이 타고 온 험비로 향했다.
"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당신이나 되는 분이 어째서 도망 따윌!"
노라는 비통한 표정이다. 지금도 울 것 같은 그녀의 얼굴을 요우는 처음으로 봤다.
"일찍이의 당신은 어디에 있는 것입니까!"
그 일찍이의 요우는, 레코더를 통해 현재의 요우에게 말을 건다.
『혹시, '파과자'가 있다면--- 모든 것에서 도망친 나를 단죄하겠지』
매달리는 노라를 내치고, 요우는 험비에 올라탄다.
"으으으으으.....!"
얼굴을 일그러트리면서도 시동을 건다.
즉각 노라가 조수석에 올라탄다. 이번엔 떨어지지 않게.
"도쿠!"
『된 거야... 그것은 당연하다. 영웅의 의무를 다하지 못한 이상, 그 결말을 하나밖에없어... 그걸로 용서받을 거라 절대 생각하지 않지만....』
"으아아아아....!"
요우는 액셀을 밟고, 험비를 몰았다.
목적지는, 알고 있다.
그곳에는, 이미 과거의 자신이 예상하고 있다.
『그저, 최후의 어리광으로, 한시라도 평범한 인간으로 살고싶어---』
일찍이의 요우가 미소를 품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설령 한시간이라도....』
요우를 놓치지 않으려고 군용차들로 뒤를 잇는다.
앗 하는 사이에 주거기를 빠져나와, 일방 1차선의 국도로 나온다. 태풍 탓인지 그게 아니면 붐비는 시간대인지, 요우와 다른 차도를 달리는 자동차는 적지않다.
"왜-- 중도반단이야--"
요우는 눌러 죽인 목소리로 말했다.
전부 생각났다.
정말로 이번에야말로, 전부 다 생각났다. 너무 바보 같아서, 분해서 눈물이 맺힌다.
일찍이 요우는 사소한 어리광을 부탁한 것이다.
하지만, 그 어리광은 이루워지지 않았다--.
"평범하게 살지도 완전히 부서지지도 못했어....."
"도쿠? 무슨 말을 하는 겁니까? 어디로 가는 겁니까!"
"그 공항에 내렸을 때, 나는 다시 태어난거야... 머릴 리셋하고 평범한 인간이---되고 싶었던 인격을 얻으려고 했다... 하지만 지금, 실제로 여기에 있는 나는--- 그냥 '부서졌을뿐'이다... 중도반단에 천재의 재능을 남긴, 애매한 쓰레기야..... "
"도쿠!"
시끄러운 조수를 태우고 요우가 향한 곳은---.
오키나와 본섬과 외딴섬을 잊는 다리 옆이었다.
지리는 이해하고 있다.
여기밖에 없다, 라는 장소를 일찍이 요우는 이미 계산했다.
"공항에 내리기 전의 나는-- 파과자의 표적을 알고 있었어....."
험비는 방파제 옆을 달려, 막다른 길에서 정차했다.
울타리와 방파제 건너에는, 물가에 붙는 형태로 커다란 바위산이 떠있다.
요우가 차에서 내리는 동시에, 그 바위산에서 검은 인영이 뛰쳐나왔다.
잠수복으로 몸을 감싸고, 머신건을 가신 인물들이다.
"파괴자가 세계 동시 다발 테러의 스위치를 넣는 것은--"
요우를 노린 정장의 남자들이 총을 난사한다.
5*4
세계 동시 다발 테러의 발단이 되는 것은, 이 오키나와다.
혹시 파괴자가 실재한다면, 틀림없다.
요우가 파괴자라도 그렇게 한다.
"도쿠!"
노라가 도쿠에게 뛰어들어 험비 안으로 숨는다.
다행히도 머신건의 총탄은 두 사람을 스치는 정도로 끝났다. 요우의 어깨가 피를 튀기고 노라의 잘린 금발이 허공을 춤춘다.
요우를 뒤쫓아온 군사들이 권총을 꺼내 수수께끼의 습격자에게 응전했다. 군용차를 방패 삼아 발포하지만, 한 군사가 어깨를 맞아 뒤 쪽으로 휙 사라진다.
"닥터! 여사! 저들은 뭐하는 자야!"
우락부락한 미국계 군인이 험비로 달려왔다. 예비 권총을 노라에게 넘긴다.
권총의 탄창을 밖으로 꺼내 탄을 확인하고 안전장치를 벗기며 노라가 부르짖는다.
"불명입니다! 닥터! 설명을!"
격한 비와 바람 그리고 총소리 탓으로, 아주 가까운 거리라도 큰 소리를 내지 않으면 들리지 않는다.
시간은 저녁이다. 완전히 해가 떨어질 때까지, 앞으로 수십분 정도.
"나는 알고있었어... 파괴자의 목적이.... 그런데도.... 아아... 어찌나 수치를 모르는 거야...."
자신의 몸을 안고 부들부들 떠는 요우.
그런 요우를 보고, 노라가 입을 씹었다. 미국계의 군인에게 돌아선다.
"당신은?"
"브렌 바몬! 계급은 하사! 이 무리를 지휘하고 있다!"
"무리의 구성과 공적은?"
"10인 구성의 분대다! 무기는 최소한밖에 없어!"
총탄 전이 한 참 일때 군사중 하나가 이쪽으로 작은 뭔가를 던졌다.
군장이 그것을 잡아, 자신의 한쪽 위에 장착한다. 노라도 2개를 받아서 귀에 끼고 또 하나를 요우의 귀에 장착한다.
소형의 무선 통신기다. 골전도로 장착 자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것도 가능하다.
노라가 귀에 손을 댄다.
"적의 상황은 알겠습니까?"
통신기를 통해서, 대원들의 정보가 전해졌다.
『암벽에 숨은 자가 셋! 물가에 셋! 전원 잠수복을 입은 것을 입고 머신건과 권총으로 무장했습니다! 얼굴을 중동계!』
『옆에 버려진 소형 잠수정이 보입니다! 20기 이상 있어!』
『같은 편이 한 명 다운!』
사람 수로 이긴다 해도, 화력에 차이가 있다. 길게는 버틸 수 없겠지.
"응원을 요청한다!--- 그게 아니면 후퇴인가?"
군장에게 시선을 향해 금발 미녀가 일순 침묵했다. 하지만 바로 말한다.
"버텨주세요. 도쿠만 진정하면 이 정도의 적 따위 일순간으로 제압합니다"
"뭐라고?"
군장이 의문스럽게 요우를 봤다.
"도쿠! 상황 설명을! 왜 이곳으로 온 겁니까! 연중은 뭐하는 자입니까?"
떠는 요우를 노라가 붙잡는다.
"으으으으으으......나는....나는....."
"도쿠!"
격하게 흔들려서 요우는 머리를 감싸 안는다.
"지금.... 여기야---"
"엑? 뭐가 말입니까?"
"파괴자가 세계 동시 다발 테러의 스위치를 넣는 장소와 타이밍이야! 장소는 여기 오키나와! 타이밍은 이제 곧이다!"
그만두지 않고 요우는 계속 부르짖는다.
"파괴자는 이 섬에 있는 미군을 헬으로 파멸시킬 생각이야!"
노라와 군장이 얼어붙었다.
단 수 그램으로 수십만 명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상상력을 가진 탄저균.
우연한 산물이라곤 하나, 그것이 변형해, 더욱더 치사성이 높아진 신종이 태어났다.
북구신화에서 재난이나 불행을 일으키는 죽음의 여신 헬. 그 이름을 딴 신종은, 본래의 탄저균보다 더욱더 수 배의 위력을 가진다.
"군을 파멸시킨다....? 헬이란 대체... 그는 무슨말을 하는 거야?"
당황하는 군장. 그들 같은 말단 군사는 일련의 정보도 전해지지 않은 모양이다.
노라가 갈라진 목소리로 말한다.
"헬이란 탄저균--- 생물병기입니다. 그것을 이 땅에서 뿌리는 것으로 세계 동시 다발 테러의 발단으로 삼으려 계획하는 적이 있습니다"
"----"
절규하는 군장.
노라가 동요를 눌러 죽이고, 요우에게 묻는다.
"도쿠.... 어째서, 오키나와를 노리고 있다고?"
"파멸의 지도, 시작의 권총을 쏘는데 이 정도로 적합한 장소는 없어... 여긴 아시아나 중동방면에 대란 미국군의 일대 거점이야. 여기가 파멸하면, 타국에 있는 미군기지도 테러를 경계해서 몸을 봉하고, 실질적으로 미국이란 억제력은 무력화 돼..... "
머리를 감싸면서, 요우는 중얼거린다.
"그렇게 되면 각국에 대항하는 테러리스트는 활성화되겠지. 파괴자는 이미 그들에게 헬의 분배도 진행되고 있을 터다. 이 섬을 시작으로 각국에 생물병기에 의한 테러가 다발하면... 나가눈 그 이상의 군사력으로 그들을 진압할 수 없게 돼"
이것은 망상이 아니다.
현대에는, 그런 종언을 실현할 수 있을 만큼의 두려운 무기가 아주 많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렇게 대량파괴병기의 응수에 제동이 어려워졌을 때--- 세상이 끝난다"
시작 신호가 울려 퍼지면 이제 다신 되돌릴 수 없다.
인류문명 붕괴가 지금 이 땅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 대령에게 연락을"
노라가 굳은 얼굴로 군장을 바라본다.
"여기에 있는 적의 수와 잠수정의 수사 맞지 않습니다. 이미 실행부대는 상륙한 뒤로 보입니다. 육군이나 해군들을 연계해서 각 기지나 관련 시설에 엄중 경계 태세를 펼쳐주세요, 테러리스트가 시설에 침입하는 것이 두렵습니다. 생물병기에 대응하기 위한 장비의 준비도"
"라져!"
"-침입할 필요는 없어"
요우는 굳어진 미소를 띠었다. 노라가 뒤돌아본다.
"엑?"
"헬은 물에 강해...."
요우는 강한 비가 쏟아져 내리는 하늘을 올려다봤다.
어두워지길 계속하는 하늘에서 소용돌이치는 빗방울이, 미친 듯이 춤추는 사신으로 보였다.
"설마 기지 밖에서 헬을 살포할 셈이라도?"
금발의 조수가 눈을 크게 뜨고 항의한다.
"이 폭우 속에서? 그런 짓을 하면 탄저균이 공중에 확산 돼버려 살상력이 떨어지는 것은---"
"파괴자라면 가능해-- 섬 내의 정확한 풍향과 풍속을 계산하면, 리얼타임으로 변화하는 가장 좋은 확산 포인트를--- 기지 내에서 뿌리는 것보다도 효율적으로 기지 전체를 탄저균으로 덮어버릴 포인트를 계산가능해---"
경악하는 노라와 군장.
"적은 이 태풍을 집단에 상륙하기 위해서가 아닌--- 헬의 살포에 이용할 셈이라는 겁니까......?"
"어디서 살포할지 모르는 것은, 아떻게 대처해야.....!"
『같은편이 한 명 다운! 큭... 또 한 명 다운! 군장!』
무선기에서, 비통한 목소리가 울린다.
군장이 이를 갈았다. 열세에다 절망적인 테러계획을 듣고, 동요를 감추지 못한다.
"- 최저한의 병력을 지기에 남기고, 그 이외 군사를 섬 안에 전개할 수 있게 대령에게 요청을"
먼저 냉정함을 되찾은 것은 노라였다.
"더해서 내 PC에 군의 기상 데이터에 엑세스할 권한을 주십시오. 리얼타임으로 섬 내의 풍향과 풍속의 계측값을 볼 수 있게, 일본의 기상청에도 협력받겠습니다"
"무, 무슨 짓을 할 셈이냐?"
"여기를 탈출해, 도쿠에게 헬의 살포 포인트를 계산하게 하겠습니다"
단호히 노라가 말했다.
"무리다---"
요우는 더욱더 몸을 말고, 딱딱거리며 잇소리를 낸다.
"나, 나에게는 무리야... 지금의 나는 이미...."
"아니요, 해주셔야겠습니다!"
노라가 요우의 어깨를 붙잡는다. 소리 지른다.
"당신이라면 가능합니다! 아니요, 당신밖에 없습니다! 어째서냐면 당신은 세계 유일의 천재라서입니다! 세상을 구할 영웅이라서입니다!"
"그, 그만둬어! 아냐! 아니야! 나, 나는....!"
저항하고 날뛰어도 노라의 팔을 뿌리칠 순 없었다.
마치 자신을 얽매는 강철의 사슬처럼---.
요우를 천재라 부르는 그녀의 팔이 요우를 구속하고 놓지 않는다.
『이제 탄환이 조금밖에 없어! 군장, 후퇴 명령을.....!』
"닥터! 네가 뭐하는 자인진 모르지만, 이 사태를 벗어날 수 있다면 그것을 해줬으면 한다! 이 대론 너 자신도 죽어버린다고!"
"시시한 소릴 하지 말아주세요! 쓸모없고 굼뜬 돼지가!"
노라가 귀신의 형상으로 군장을 노려본다.
"도쿠의 목숨 따위 문제가 아닙니다!"
군장은 바보처럼, 요우까지도 입을 크게 벌렸다.
"세상을--- 인류를 구한다는, 영웅의 사명을 다하지 않고 어쩌자는 겁니까!"
금발미녀의 푸른 눈이 요우를 의문스럽게 바라본다.
"이제까지 계속 그렇게 해왔겠죠! 몇 번이고 사람들을 구해왔겠죠! 어째서입니까? 그것이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천재의 일이니까 입니다! 그것을 할 능력밖에 없으니까 입니다! 그것을 해서 간신히 살짝 미움받지 않아도 사람의 소리에 섞이지 일 수 있었던 거겠죠! 동료에게 따돌림받지 않게 몇 번인가 인간인 척을 계속해오고! 인간이 아닌주제에! 이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천재 주제에!"
"------"
조수의 매도가 금간 요우의 뇌 균열을 후벼 판다.
봉인했을 터인 기억.
양친이 두려워하고, 멀리하고, 때론 상처받아, 버려버린 유년기.
사회나 학교란 틀 안에서도 독립해 모른 공격을 받아낸 학생 시기.
요우에게 같은 편은--- 아니, 이해자마저 한 명도 없었다.
천재와 인류.
그런 풍으로 분류돼버린 양자는, 마치 천적처럼 서로 거절했다.
겨우 우호 관계를 맺는 것이 가능해진 것은 요우가 성장해서다. 닥터라고 불리게 돼, 충실한 인류의 하인으로서 그들에게 공헌하기 때문이다.
"천재가 아닌 당신은 그저 쓰레기입니다"
노라가 요우의 몸을 흔든다. 부서진 TV를 흔드는 듯이.
"영웅이라면, 인류에게 도움을! 그것도 아니면 불태워서 버린다고!"
태어난 그 순간부터---.
서로 달라붙어 살아가는 인류라는 종을, 멀리서 에워싸 바라봤다.
그런 요우에게 있어서, 그들에게 아무런 용무도 없는 낙인을 강요한 것은---.
이제 천재가 아닌 것이 들켜버리면---.
화형에 처하는 것보다도 두려운 벌이었다.
"----"
떠올랐다.
이사 갈 곳에 화물과 함께 텅 빈 상자를 보낸 이유.
본래라면, 거기엔 가족이나 친구들의 사신을 넣으려 했는데--- 그것이, 하나도 없어서다. 누구도 이해해주지 않고, 가족과도 결별한 요우에겐, 미국에서 가져갈 추억 따윈 전무했다.
그래서 신세계에는, 거기에 들어가야 할 것이 가지고 싶었다.
단 한 장이라도 좋아.
천재가 아닌, 평범한 사람들과 섞여서, 미소를 띤운 자신의 모습을---.
"으으으----"
요우는 눈을 크게 뜨고, 험비의 그늘에서 움츠러든다.
수일 전의 자기 자신은, 어쩔 수 도 없는 바보였다.
천재로 있을 수 없게 됐다면, 차라리 완전히 부숴버렸어야 했다. 평범한 인간이 될지도 모른다는 아련한 기대를 하고, 기억이나 인격을 리셋시킨다는 바보 같은 짓을 한 것이다.
그 결과가, 이것이다.
중도반단인 천재만을 남기고, 게다가 이 섬에 온 목적을, "논문을 완성하기 위해"같은 이상한 해석을 한 형태로 믿었다.
이 섬에 온 목적---.
그래, 요우가 잃은 기억의 단편은, 어느 것이든 그 목적에 관련돼있다.
요우가 오키나와에 온 것은, "어떤 소원"을 위해서였다.
그럼에도 평범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쓸데없는 어리광을 추가하려 한 덕분에--- 모두 엉망이 됐다.
"도쿠가 사전에 이곳으로 온건은 파괴자에게서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서죠?"
노라가 부르짖었다.
아니다.
요우의 진짜 소원은, 그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천재의 재능이 조금이라도 남아버린 이상 요우에게는 선택의 여지 따윈 남아있지 않겠지.
"-아, 아직 이곳에 있는 적을 제압하지 못하고 이, 있는 건가"
빠끔거리며 요우가 중얼거렸다.
노라가 손가락 끝으로 안경을 고쳐 썼다. 열린 문에서 조수석에 놓아둔 PC에 손을 뻗는다.
"한 명도 쓰러트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도쿠 지시를! 군장 도쿠의 지시가 있을 때까지 부하에게 탄을 보존하게 해주십시오! 저는 군과 기상청의 데이터를 조정하겠습니다!"
"라져!"
"으으으으으으-"
체육 자세로 단단히 양다리를 끌어안고, 요우는 엄지손톱을 물어뜯는다.
전신이 떨리며 눈꼬리에 눈물이 맺힌다.
생각하자마자, 사고가 젖어 확산 돼버리는 것을 느꼈다.
금이 간 양동이에 필사적으로 물을 들이붓는 것과 같은 것이다. 어린아이의 놀이와 같은 간단한 계산인데, 필요한 수식이 잘 성립되지 않는다.
"--- 그래서, 적은 중동에서 훈련받은 모양이다. 파괴자가 미군에 한을 가진 이슬람계를 부추긴거겠지....6명 다 남자로, 나이 대는 20대 전반에서 40대 후반. 10시 방향에 있는 남자부터 시계 방향으로 A부터 F까지 지정. B를 특히 신중히, D가 잘 총탄을 조각낸다.... 아마도 리더는 F다...."
총성이 들리는 방향과 패턴에서, 적의 정체를 분석한다.
군장이 숨을 들이마신 걸 알았다.
"총성만으로, 그런걸 아는 건가....?"
"으으으으으...."
슈퍼 컴퓨터가 부서져서 주판을 쓰는 느낌이다. 일찍이는 생각할 것까지도 없이 가능한 시뮬레이션이다.
"A랑 B와 D가 총탄을 조각내고 있어... F가 몸을 숨길 타이밍이 가까워. C는 이쪽이 쏘면 몸을 숨길 테니까 표적은 2시 방향에있는 E다.... 준비해... 3,2,1--"
군장의 호령으로, 같은 편 무리가 일제히 2시 방향으로 발포했다.
바위산에서 뛰쳐나온 적 하나가 전신에 총탄에 덮쳐졌다.
『다운!』
"안돼!"
군장들이 차의 그늘에 숨는다. 동시에 적이 반격에 들어갔다.
격한 총성을 요우는 재분석한다.
"A가 쏘면서 이동하고 있어... B와 D가 엄호사격.... 9시 방향으로 들어간 A가 뛰어나온다... 3,2,1---"
"쏴!"
같은 편의 총성으로 옆으로 이동하던 적이 벌집처럼 됐다.
『다운!』
"사각이 생겼다... 둘을 20시 방향으로 이동시켜...."
"요쿠! 키무! 엄호해라! 간다!"
『라져』
"F가 그 둘을 노리고 뛰어나온다... 3,2,1---"
"쏴!"
『다운!』
"B가 남은 3발로 탄을 쪼갠다... 아까 둘을 그대로 전진시켜... 총탄을 쪼개면 뛰어들어"
『다운!』
"D의 총격 패턴이 흐트러지고 있다... 이제 곧 도망간다... 3,2,1---"
"쏴!"
『다운!』
"C가 긴장하고 있다... 갑자기 달려나온다.... 3,2,1---"
총성이 울려 퍼진다.
『다운!』
최후의 적이 쓰러지고, 군사가 일제히 바위산의 그늘로 들어간다.
『클리어!』
『클리어!』
『제압완료!』
『생물병기 같은 것은 확인돼지 않습니다!』
군사들의 정보를 받고, 군장이 요우를 의문스럽게 바라본다.
"정말로 1분도 걸리지 않고 저정도의 적을... 너는 대체....?"
"천재입니다.--- 군장, 대령은 뭐라고?"
노라가 일어서, 요우의 목덜미를 붙잡는다. 험비의 뒷좌석에 요우를 집어넣는다.
"카데나 기지내에 닥터를 호송해 보호하도록. 또 생물병기 살포 포인트를 알아내는데 전력을 다하길 바라는 바이다"
"알겠습니다. 서두르죠, 도쿠"
"--- 시, 싫어..."
뒷좌석 시트 위에서, 요우는 몸을 만다.
"나, 나에겐 무리야... 무리야..."
방금 전투로, 확실히 알아버렸다.
절정기 보다 지금의 자신은 10분의 1의 계산능력도 없다. 이런 쓰레기에게 영락한 뇌로, 파괴자의 계획을 저지할 순 없었다.
"군장, 기지로 향하죠"
"요쿠! 운전해! 다른 놈은 엄호다! 닥터를 후송해!"
운전석에 백인의 군사 조수적에 군장 노라는 요우와 함께 뒷좌석에 앉는다.
엔진 소리를 내며 차량 대열을 짜며 달려간다.
전방에 2대, 후방에 1대의 군용차가 배치되 험비를 지키는 형태다.
"자아, 도쿠! 선 전체의 풍속과 풍향의 리얼 타임 정보입니다! 헬의 살포 포인트는 어디입니까?"
노리기 노트북을 요우의 코앞에 들이민다.
액정화면에는 오키나와 본섬의 지도와 무수한 화살표가 비추고 있다.
"아, 안돼... 나는 아무것도 몰----"
신음하는 요우의 얼굴이, 액정화면서 격돌했다. 노라가 그의 얼굴을 노트북으로 쳤기 때문이다.
요우의 코에서 피가 뿜어져 나온다.
"--- 당신이 모르는 것 따윈 하나도 없습니다"
눈만을 움직이며 금발미녀를 보면, 바로 근처에 악마 같은 푸른눈이 있다.
"어째서냐면 당신은 천재라서입니다"
"----"
"파괴자라는 썩을 테러리스트 같은 것에게 늦을 리가 없습니다"
그것은 노라 달링이라는 그냥 조수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천재 사도 료우의 팬.
한층 더 나아가 전 인류의 대변 이기도 하다.
한번 도망쳤을 터의 압박이---.
재차, 요우를 뒤쫓아온다.
"으으으으으으......."
눈물을 머금고 요우는 화면을 의심스럽게 바라본다.
눈을 크게 뜬 요우의 눈동자 안에서, 반응 없는 화면 위의 화살표가 일그러졌다. 그것들은 기호와 숫자로 형태를 바꿔, 소용돌이처럼 섞여, 좀더 고차원의 이미지로 변환돼간다.
요우의 사고가 인루가 모르는 기호로 채워진 세상으로 이끌려간다.
일찍이 요우가 자택 뜰에 들어가던 것처럼 있기 좋은 세계.
요우 이외의 인물은, 누구도 그 세상을 모른다고 말한다.
무엇보다도 순수하고 아름다운 그 세계는, 요우의 도망칠 곳도 있다.
설령 현실세계에서 거절 당한다 해도, 이 세상만은 요우를 언제나 환영해준다---.
"헤..... 헬 살포에 적당한 예측지점은 현시섬으로 5개---- A, B, C, D, E 라한다. 대, 대략 예측지점은, 여기, 여기, 여기, 여기, 여기다... 바로 접근하고 있는 부대를 향하는....."
요우가 화면을 만지는 부분이, 붉은 표적이 되어 지도위로 떠오른다.
머리가 무겁다---.
일찍이의 요우라면 순식간에 해답을 도출하는 것이 가능할 터다.
그런데도 지금은 하지 못한다.
또 머릿속에서 뭔가가 갈라지는 소리가 들렸다.
"이쪽의 PC와 기지 사령부의 통신을 동기시킵니다! 현지에 전해지도 있습니까?
"아아! 지금 부대가 포인트로 향하고 있다!"
"느, 늦어... 풍향이 변했다.... 포인트를 수정한다---"
그렇게 말하면서, 요우는 흠칫 얼굴을 올린다.
해변에서 국도에 들어가는 교차점을 보고, 부르짖는다.
"잠복하고 있어! 스피드를 올려....!"
"--- 잠복하고있다! 스피드를 올려!"
군장의 명령을 받고 군열이 스피드를 올렸다.
직후, 옆 숲길에서 커다란 트레일러가 뛰쳐나왔다.
"......!"
격한 충돌음이 험비의 뒤에서 울렸다.
뒤에서 달리고 있던 군용차가 트레일러와 충돌했다. 빙글 돌아 전신주에 부딛친다.
요우의 험비는 직전에 가속한 것이 다행히 아슬아슬하게 충돌을 회피하는 것이 가능했다. 혹시 정차했다해도 도로가 막혀 선 채로 죽었겠지.
뒷바퀴를 미끄러트리면서 전방의 2대와 함께 국도로 들어간다.
그러면 폭우소리와 섞여 총성이 들렸다.
앞을 달리는 같은 편 군용차에 불꽃이 피어오르는 게 보였다.
『전방에서 3대의 4WD가 접근! 발포해, 병행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테러리스트는 아까 바위산에서 상륙한 연중뿐만이 아닌건가...!"
"적이 미군이나 해상안전 경계 구역을 알고 있는 것으로 가정한 경우-- 상륙 포인트는 거기 외에도 적지 않게 군데군데가 있어.... 애초에 이렇게 간단히 섬에 상륙 가능 했던 것도, 해상 경계망을 상세히 알고 있어서다...."
군장이 뒷좌석의 요우를 돌아봤다.
"파괴자라는 자식은-- 군의 관계자라는 건가?"
"그렇지도 몰라, 관계자니까 정보를 손쉽게 손에 넣은 걸지도 몰라--- 파괴자의 정체는 뭐야... 본인은 결코 모습을 보이지 않아....."
"도쿠는 살포 포인트 특정을 서둘러 주세요! 군장, 사령부와 연락은 제가 맡겠습니다! 당신은 부대의 지시를! 도쿠를 잃으면 테러를 저지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세상의 위기를 막는 것이 가능한 것은 요우 단 한 명---.
요우는 그 압박과 고독감에서, 도망친 것인데---.
"포인트 B가 정해지고 있다..... 으으으으으....."
이전엔 놀이터였던 고차원의 세상이, 몹시 쌀쌀맞은 듯이 느껴졌다.
넌 여기의 주민이 아니다--- 그렇게 말하는 기분이 들었다.
"여, 여기다....!"
요우는 얼굴을 일그러트리고, 화면 상의 1점을 지정했다.
혼자선 외로우니까 인간이라는 테루리에 섞이기위해 일한다.
그것만을 생각하고 요우는 잃어버린 날개를.
잊어버린 수영법을.
이를 악물고 되찾길 계속한다.
"1부대가 포인트 B에 도착! 표적을 발견! 교전합니다!"
폭우, 엔진소리, 총성을 노라의 커다란 목소리가 가른다.
"포인트 C와 D가 이동했다... 여기와....으으...."
또 머릿속에서 뭔가가 금이 갔다. 땀이 뿜어져 나오고, 화면을 바라보는 요우의 얼굴이 굳어진다.
"여기,다..."
『신병이 옵니다! 이쪽은 이미 탄이....!』
적을 가까이하면 3대의 군용차가 필사적으로 응전한다.
"씨발 놈들! 기지에서 응원은 아직인가....!"
"부대가 포인트 C 포인트 D에서 표적에 접촉! 조건은 개시! 포인트 B는 --- 제압 완료! 살포장치를 회수! 아직 헬은 살포되지 않았습니다! "
"포인트 A와 E가 이동했다. 이동지는---"
삣하는 소리가 들렸다.
험비의 앞유리에 탄환이 명중한 것이다. 탄이 군장과 노라를 스키고 후방의 유리를 관통한다.
그것이 요우의 두뇌가 완전히 붕괴하는 결정적 한발이 되었다.
"A와 E의 포인트는.... 으으으으으....."
요우의 안에서 조립된 알고리즘이, 달그락거리는 소리를 내며 붕괴해간다.
이전의 요우라면, 리얼 타임 같은 건, 풍향을 읽어서 살포 포인트를 도출하는 것이 가능하다.
파괴자도 그것이 가능하다. 그것은 이미 의심할 것도 없다.
하지만 집중력이 부서진 요우는, 이미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왜그러십니까, 도쿠! 포인트을 지정해 주십시오!"
"모, 몰라---"
"에?"
"이런 간단한 계산을 나는 이제하지 못해....."
요우의 항복선언에 노라와 군장은 말을 잃었다.
머리가 새하얗다.
이제 천재도 평범한 사람도 아니다.
1 더하기 1도 모르는 그냥 쓰레기다.
"그렇겐 안됩니다---"
노라가 요우를 붙잡고 노성을 지른다.
"당신은 천재로 영웅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안됩니다! 지금, 세상이 위기에 빠진 것도 당신탓 이겠죠! 당신이 그런 논문을 쓰니까! 당신 같은것과 무관계한 인류가 살해당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책임져!"
"알아.... 내 탓이야... 전부, 내탓이야....."
부들부들 떨면서, 요우는 초점이 맺히지 않은 눈으로 노라를 바라본다.
"인류가 망하려는 것도... 파괴자가 태어난 것도.. 그리고 세상을 구하지 않는 것도 전부 내 탓이야...."
있는 힘껏 얼굴을 일그러트리고, 눈물을 흘리는 요우.
"그래도, 지금의 나는 어떻게 할 수 없어---"
".....!'
절규하는 노라.
『탄이 떨어졌다..... 썩으을!』
무선기에서 군산의 목소리가 전해졌다.
군용차 1대가 스피드를 올렸다. 적의 4WD에 부딪힌다.
철과 철이 부딪치는 커다란 소리.
2대의 4WD를 길동무 삼아 군용차가 빙글 돈다.
아스팔트 위에 떨어져 2대의 차가 요우의 곁을 굴러 뒤로 사라진다.
남은것은 적의 4WD가 2대. 이쪽은 험비와 엄호 군용차가 1대뿐이다.
"썩을!"
적을 길동무삼아 사라진 부하를 보고, 군장이 몸을 아프로 내민다. 전방을 달리는 적에 향하고 발포한다.
"어떻게든 해줘 닥터! 이대로는 우리나 군뿐만이 아냐.... 이 섬에 있는 일본인도 휘말려 들어버린다고?"
"----"
이 섬에 사는 사람.
그 말에, 요우는 흠칫 몸을 떨었다.
그렇다.
헬이 살포되면 미군은 파멸한다.
하지만 피해가 그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은 알고 있었을 터인데---.
몰랐던게 아니다. 무의식적으로 그 사실을 머리에서 지워버린 것이다.
"내--- 탓이다---"
새하얗게 물들어버렸을 터인 머리에 섬 주민의 얼굴이 떠오른다.
하마요지 리쿠를 시작으로 요우의 새로운 짐의 이웃들.
요우를 익사시키려고 한 노부인이나 비터멜론 노인, 테루나 카오리, 나츠키나 마사하루의 얼굴이 떠오르고 사라진다.
그런 연중들이 어떻게 되든 요우에겐 관계없다.
그렇게 생각했을 터인데, 그들의 사체를 생각한 것 뿐으로, 어째선지---.
형용할 수 없는 공포에 소름이 끼쳤다.
"그 녀석들이 죽는 것도--- 내탓인가---"
"그 녀석들....?"
노라가 어깨를 으쓱했다. 팟하고 요우의 몸을 흔든다.
"설마 경찰서에 있던 원주민들 입니까? 그런 쓰레기 같은 것들 보다도 인류 전체를 생각해주세요! 그것이 천재의 사명이겠죠!"
"그 녀석들은 관계없어-- 하지만, 죽어--- 나 때문에---"
멍하니 중얼거리는 요우를 보고, 노라의 표정이 차가워진다.
"--- 싫어어어어어어어어!"
이 세상의 끝처럼 절규해 금발미녀가 가슴을 몇 번이고 친다.
"어떻게 된 겁니까, 도쿠! 제정신으로 돌아오세요! 특정인간에게 동정하다니, 그런 쓸데없는 감정-- 이전의 당신은 가지지 않았는데! 당신 이외는 똑같은 인간입니다! 돼지입니다! 당신은 인류 전체를 구할 영웅이면 됩니다! 특정 인간을 특별 취급이라니, 그런 인간 같은 시시한 생각을 하면 안됩니다!"
"내 탓에---"
"유일한 예외는 나! 노라 달링 만이면 됩니다! 나야말로 당신의 유일한 이해자입니다! 내가 없으면 아무도 같은 곳에 있을 수 없어... 그랬을 거겠죠! 그런 쓰레기들이 당신을--- 천재를 이해 할리 없어!"
"이해 따위 안 해---"
요우는 눈을 크게 뜨고 멍하게 중얼거린다.
"하지만, 여기에 있어도 된다고 말했어..."
"-----!'
노라가 소리없는 비명을 질렀다.
요우의 새로운 집.
그 너덜거리는 작은 집에 와준 아이들은 그가 천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무엇하나 기대하지 않고 그들 뒤쫓지도 않아.
- 좋은 녀석들 뿐이야.
국립 공원에서 만난 노인은, 그에게 그렇게 말했다.
- 거긴 상처를 치유하기엔 좋은 곳이야.
옆집 비터멜론 노인은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여기엔 도쿠를 괴롭히는 사람 따위, 아무도 없어.
참견쟁이 소녀가 요우를 안으며 그렇게 말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알았다.
하지만 혹시 그것이야말로---.
사람의 테두리에 더해진다는 것이 아니었던 것일까?
하지만 그런 그들도 요우의 탓으로 전부, 죽어버려---.
"...! 그 쓰레기들! 먼지들! 나의 도쿠에게 뭘 불어넣은 거야!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천재를 더럽혀버리고! 기억해두겠어....!"
매도하면서 앞 시트에 몇 번이고 자신의 머리를 박는 노라. 이전부터 히스테릭한 점은 있었지만 이렇게나 착란한 것을 보는 건 처음이다.
이마에서 피를 흘리는 조수가 기세 좋게 요우를 바라본다.
"도쿠 당신은 그들관 다릅니다...!"
"아, 아니야, 나는---"
"당신은 고독한 천재로, 세상을 구할 영웅입니다. 그렇게 되지 않으면 안 돼. 어째서냐면---"
노라의 푸른 두 눈이, 푸르게 흔들리는 불처럼 보였다.
"천재가 아니면 그들을 구할 수 없어"
"---"
요우는 경직했다.
영웅이라면 그들을 구한다.
"그들을 구하고 싶다면 외톨이 천재로 돌아가죠"
천사처럼 아름다운 악마가, 요우의 귓가에 속삭인다.
"감정이란 쓸데없는 것을 버리고... 그들과는 결코 어울리지 못하는 영웅으로 돌아가는 겁니다"
왜 구할 필요가 있지?
그것은 그들이 요우에게 곁에 있어도 된다고 말했으니까.
하지만, 일찍이의 자신 같은 존재는 그들과 함께 있을 수 없다.
요우는 대체 무엇을 위해--.
"나는---"
쓰는데 익숙하지 않은 감정이란 프로그램이, 버그를 일으켜서--- 합선됐다.
대신, 흩어졌던 재능을 주워 모은다.
조각을 모아, 접착제를 붙여 누덕누덕 기운상태로 회복해간다.
"...."
노라의 팔을 떨치고, 요우는 pc 화면을 무표정으로 의문스럽게 바라본다.
쓸데없는 건 하나도 없다. 대답밖에 존재하지 않는 고차원의 세상이 재차 요우를 이끈다.
의식은 고차원의 수식이 난비하는 이차원에, 하지만 오감은 현실에.--- 이형의 세상을 넘어 사고를 돌리는 요우의 두 눈동자에 별 같은 빛을 발하는 반짝임이 생긴다.
요우의 반짝이는 눈동자가, 화면의 한 점을 붙잡았다.
"- 포인트 A는 여기다"
요우의 손가락이 떨어진 곳에, 빛나는 점이 떠오른다.
"지급, 부대를 향하게 해 주십시오!"
변모한 요우를 보고 노라가 기쁜 소리로 무선기에다 부른다.
"포인트 E가 이동한다-- 기다려"
흠칫 요우는 머리를 들었다. 바람 소리에 귀를 귀울인다.
"3시 방향에서 동풍이 불어. 적이 밸런스를 무더트린다. 저격해"
말을 끝내는 동시에 국도를 강타하는 강렬한 돌풍이 덮쳤다.
차에서 몸을 내놓고 있던 적이 밸런스를 무너트려 총격이 멈춘다.
미리 돌풍에 대비한 군장과 같은 편의 군용차가 적의 4WD에 총격을 쏟아 붓는다. 총을 가진 적이 탄환을 맞아 도로에 떨어져, 앗하는 사이에 후방으로 사라져간다.
"포인트 C와 D를 제압 완료! 헬의 살포장치를 회수! 포인트 A는 여전히 교전중! -- 도쿠! 최후의 포인트 선정인 아직입니까?"
"떠들지 마. 아직 안 정했어. 라는 건 적도 아직 거기에 도착하지 않았을거야"
반짝이는 눈으로 화면을 바라보면서, 억양 없는 목소리로 말한다. 더욱더 덧붙인다.
"....사선이 비었다고, 어설픈 자식, 오른쪽으로 이동해 총에 맞는다고"
험비의 핸들을 쥔 군사가, 앗하는 순간에 오른쪽 차선으로 차를 옮긴다.
직후, 아까까지 험비가 달리고 있던 공간에 총탄의 비가 쏟아졌다.
"아아 도쿠!"
자기 목숨의 위험까지 눈썹하나 까딱 않고는 요우에게, 노라가 상황도 잊고 안겨든다.
"돌아온 거네요, 나의 도쿠! 그것이야말로 당신입니다!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최고의 영웅! 지금의 당신이라면, 나, 무슨짓을 당해도 좋아....!"
뺨을 비비는 조수에게 요우는 아무것도 느끼지 않는다. 근처에 다가온 입술도, 부드러운 몸도, 정욕이란 쓸데없는 본능과는 무연한 요우에겐 아무런 의미도 없다.
"포인트 E가 발생했다.-- 여기다"
거치적거리는 조수를 치우고, 결국엔 최후의 살포 포인트를 산출해낸다.
하지만---.
"부대가 포인트 E에 도착! -- 표적을 확인할 수 없습니다!"
믿을 수 없는 얼굴로 노라가 소릴 지른다.
계산을 잘못했다---.
노라나 군장의 얼굴이 놀라서 요우를 돌아본다.
하지만 요우가 띄운 것은 환희의 미소였다.
"과연, 그런 건가!"
눈에 띄운 별을 반짝이며, PC를 의문스레 바라본다.
포인트의 지정이 빗나간 것으로 요우는 어떤 것을 확신했다.
"포인트 E가 본명이다. 틀림없이 그 근처에 대부대가 있어. 주변의 군사를 집결시켜 "
"도쿠?"
시선으로 물어오는 노라에 대해 요우는 얼굴을 들며 웃는다.
"파괴자가 포인트 E의 발생을 한번 무시했다. 나와 대결할 생각이다"
"일부러...?"
"나는 좀 더 앞의 수를 읽는다고 하고 말하는 거겠지.-- 자, 포인트 E가 사라지고, 이동을 시작했다. 다음 발생 포인트로 이동해"
요우는 크게 뜬 눈으로 액정화면을 바라본다.
"우리를 매복시킬 모양이다. 파괴자는 나를 기다리고 있는건가...."
"----큭!"
앞유리가 부서지는 소리. 괴로운 신음 소리.
그리고 격하게 좌우로 흔들리는 험비의 차내.
적의 총탄이 운전수의 미간에 명중한 것이다. 흩뿌려지는 피와 쇠 냄새가. 창에서 불어 닥치는 바람에 의해 차내에 충만하다.
"닥터! 적의 이동을 가르쳐줘! 장비도 부하도 한계다!"
도움을 원하는 군장의 소리를 하지만 요우는 무시했다.
"파괴자가 나를 신경 쓰지 않을 리가 없어"
무엇보다 요우의 친부모 인것이다.
그런 파괴자가 요우에게 말을 걸지 않을 리가 없다.
"E가 2번째 살포 포인트를 발생시켰다고.-- 여기다"
".... 포인트에 부대를 소집! 하지만 표적은 없습니다!"
"그런가! 2수 앞이라는 건가 3수 앞을 읽은 거네 너는!"
요우는 기쁘게 웃었다.
틀림없다!
파괴자는 요우와 같은 세상의 주민이다.
"처음뵙겠습니다 네"
계기는 요우가 생각해낸 논문이라 하나-- 요우는 지금, 드디어 만난 것이다.
육친이나 친구보다도, 아득히 가까운 존재에.
아득히 사랑스러운 존재에.
"너는 나의 동류네....."
요우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마음속 깊이 웃었다.
총성이 험비를 덮쳤다.
같은 편 군용차는 험비를 지키려는 참이지만, 이미 싸울 상황은 아니었다. 차체는 총탄에 의한 구멍투성이로, 몸을 기대고 발포 해야할 군사는 피투성이다.
군장이 응전하지만, 총탄이 스친 관자놀이에서 피가 흘러나온다.
"큭....!"
"도쿠! 이대로는 우리가 버티지 못합니다! 전투 지시를!"
"방해하지 마"
요우는 노라나 군장을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지금,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대화'를 하는거다---"
동류와 같은 레벨로 취하는 커뮤니케이션이, 이렇게나 즐거울 줄은.
요우는 흥분했다.
그것은 결코 쓸데없는 감정이아냐.
태어나서 처음으로 품은, 연모에 가까운 감정이었다.
".......!"
요우 이외의 전원이 갈라신 신음 소리를 올린다. 앞유리가 전부 부서져, 파편이 차내에 흩뿌려진다. 돌풍과 비가 쏟아진다.
이미 전투라고 부를 것이 아니다.
같은 편 군용차가 결국 미끄러진다. 운전수가 총에 맞은것이다. 그대로 국도를 벗어나, 민가의 벽에다 결돌한다.
"이, 이젠 버티지 못합니다.....!"
"멈추지 마! 멈췄다간 저격당한다....!"
"도쿠! 지시를....!"
"다음은--- 여기다. 최후의 공작원은, 틀림없이 여기 있어"
노성과 비명을 무시하고, 요우는 액정화면을 만졌다.
군장이 우렁차게 외치고, 최후의 총탄을 적에게 향하고 쏜다.
운전수가 적의 총탄을 피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비틀거리며 운전한다.
그런 극한상태에 노라가 귀의 무선기에 손을 대고, 부르짖는다.
"포인트에 전 부대 도착!"
요우는 히죽 웃는다.
"--- 없습니다! 목표를 확인할수없습니다!"
"......!"
절망적인 얼굴인 군장과 운전수.
뭔가가 파열되는 소리가 울렸다.
적의 총탄을 받은 타이어가 폭발한 것이다.
험비가 격하게 흔들리고 결국---.
"----!
스핀을 일으켜 가드레일에 올라타 좌우로 구른다.
위 아래의 감각이 사라지는 진동과 전신을 치는 충동.
몇 번이고 돌아, 험비가 가로수에 격돌했다. 앞유리 말고 다른 유리도 전부 금이간다, 엉망진창으로 일그러진 차제의 내부에 신음 소리가 울린다.
"도---쿠---무사---합니까---"
측두부에서 피를 흘리는 노라가 요우를 향해 떨리는 손을 뻗는다.
"......"
요우는 몽롱하면서도 천천히 눈을 뜬다.
아무래도 자신은 차내에서 뒤집힌 상태인 모양이다. 전신에 타박상을 입고, 후두부와 미간에서 피가 흘러나오는 것을 안다.
운전수는 피투성이가 되어 기절했다.
조수석에서 머리를 누르면서 군장이 부르짖는다.
"위험해....! 녀석들이 온다고.... 도망쳐, 닥터!"
4WD의 라이트가 접근해온다.
도망가라 말해도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요우는 한숨을 쉬고 빠끔하고 중얼거린다.
"이제, 끝인가....."
일찍이의 감각이 무산되는 것을 느꼈다.
엉망인 상황에서 붙잡힌 재능이 재차 소리를 내며 부서져간다.
".....!"
총성이 울렸다. 노라와 군장이 몸을 긴장시킨다.
하지만---.
"무슨----"
영각하는 군장의 시선 끝에서 총탄을 받은것은 적의 4WD었다.
가로등에 비쳐서 군용차 무리가 가까이 오는 것이 보였다.
"겨우 응원부대의 행차인가...."
안도의 한숨을 흘리고, 몸에 힘을 빼는 군장.
"도쿠"
동시에 노라도 안도의 표정을 띠었다.
"방금 전 도쿠가 지시한 포인트에 적이 나타난 모양입니다. 이미 임전 태세로 대기하고 있던 전 부대가 단숨에 제압했습니다. 살포장치도 무사히 회수한 모양입니다."
"--- 20수, 앞이다. 뭐어, 그 정도라고 생각했어"
별의 반짝임이 사라진 눈동자를 조용히 감는다.
천재, 사도 요우.
그 동류, "파괴자"---.
"이제, 끝나버렸어...."
오랜 생각이 가득 쌓인 친구와의 이야기 정도의 결말은---.
찰나의 귀환을 끝낸 천재의 승리로 끝났다.
5*5
세계동시 다발 테러의 저지를 끝내고, 요우는 카데나 기지로 되돌아왔다.
기지로 향하는 차내에서 응급처치를 받을 수 있었다. 요우는 머리에 열상을 소독하고, 몸에 붕대를 감았지만, 목숨에 관련되는 상처는 없다.
노라도 상처를 입었다. 특히 오른쪽 다리의 염좌가 심해, 자력으로 걷는 것이 곤란할 정도다.
호위 병사들에 이르러서는 상처 없는 자가 없었다. 군장은 간신히 두 다리로 서 있지만, 얼굴 절반을 붕대로 감고 있다. 치료를 받는 부하들이나 안치된 시체자루를 신묘한 표정으로 지켜보는 모습이 엿보였다.
"...."
구호차의 창문에서 요우는 밖의 상태를 멍하니 바라봤다.
기지의 상태는 어수선하다. 출입구를 빈번히 군 식량이 들어오고, 세균으로 몸을 지키기 위한 방호복을 집은 사람들을 태운 밴이 기지에서 뛰쳐나오는 것도 봤다.
구내에 달하는 이과 팀이 파견 돼, 탄저균의 검출을 행하고 있다. 지금은 헬은 어디서도 검출되지 않은 모양이다.
동시다발 테러의 최초의 하나는 막았다.
시작의 스위치가 울리지 않으면, 세계 각지에 있는 테러리스트도 침묵한 채다.
이 사이에 NCTO가 남은 헬의 수색이 전력을 다하겠지.
테러리르트 끼리 인재나 무기의 유통을, 어째서 NCTO가 파악하지 못한 것일까. 그 이유는 이미 알고 있다.
"닥터!"
구호차의 뒷문이 열려, 강한 바람이 차내에 불어닥친다.
공군대령이다. 옆에는 측근 군사들과 호위병을 두른 노라, 거기에 군장이다.
"잘해줬다! 대통령이 바로 감사의 인자를 전하고 싶다고 하신다"
딱딱한 얼굴을 푼 대령이 요우에게 군용 위성전화를 넘겼다.
요우는 그것을 받아, 상대의 말을 기다리지 않고 말한다.
"여기에 있는 공군대령을 체포해라"
그곳에 있는 전원이, 얼어붙었다. 특히 대령 본인은 놀란 모양이다.
"무슨---"
"분명 나는 이 섬의 쇼핑몰을 방문했다. 그때, 시야에 있던 손님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어. 전부 관광객의 얼굴이다.---- 대령은 없었다"
담담히 계속한다.
"하지만 대령은, 거기서 나를 발견했다고 위증했다. 협박당하고 있는 건가, 그게 아니면 돈이 목적인지는 모르지만, 그는 파괴자의 협력자다. 파괴자 본인은 아니야. 이 정도로 꼬리를 내놓다니, 파괴자의 얼굴마저 모르는 쓰고버릴 말이라는 거겠지...."
노라가 품고 있던 상처투성이의 PC를 보고 말한다.
"파괴자가 헬의 살포 포인트를 도출해낸 것도 내가 보는 것과 같은 군의 데이터를 쓰고 있어서다. 그 엑세스 권을 흘린 것도 대령이겠지.--- 그뿐만이 아니야. NCTO 내부에도 협력자가 있어. NCTO가 일련의 테러를 파악하지 못한 것은, NCTO의 조사가 누설돼서다"
전화 상대도 놀란 건지, 짧은 말을 요우에게 고했다.
요우는 전화를 군사 중 하나에 넘긴다.
"대령을 구속해. 대통령의 명령이다"
"......!"
얼굴을 굳힌 대령을 군장과 군사들이 구속한다.
테러의 가담은 중죄다. 애국자 법에 의해 재판 돼 사형도 받을 수 있다.
"군장"
대령을 연행하는 군장이 멈춰서, 뒤돌아본다.
"너흰 너희의 일을 할뿐이다. 감사를 할 생각은 없어"
".....'
"하지만 너희의 일을 완수한 너와 너희에게--- 경의를 표한다"
그쪽을 보지 않고 말하는 요우에게 군장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한번 예를 표하고 대령을 운행해 간다.
사라져가는 군사들을 배웅하고 노라가 말했다.
"국방부나 NCTO와의 브리핑의 준비가 된 모양입니다"
결국 수십 분 전의 착란상태는 어리로 간 것인건지 평소처럼 사무적인 태도다.
하지만 한마디 덧붙인다.
"군의 개에게 치하의 말따위.... 평범한 것 같은 행동은 두번 다시 하지 말아주세요"
"....."
시야에 비추는 것은 군복을 입은 군사들.
총과 혈흔.
사체 자루.
이전과 같이, 당연한 요우의 일상으로 돌아온 모양이다.
요우는 사명을 다했다.
영웅의 의무로서, 세상을 구했다.
하지만--- 그것도, 이걸로 마지막이다.
재능을 되찾은 것은 정말 일 분간의 기적에 지나지 않아.
요우는 두번 다시 이전의 자리로 돌아갈 수 없겠지.
그래서야 말로, 요우는---.
"더욱더 바람이 강해지는 모양이네요. 어디까지 성가신 섬인가요"
휘몰아치는 폭우에 노라는 금발을 집게손가락으로 잡아 귀 뒤로 넘긴다.
"---뭐라고?"
흠칫 요우가 머리를 들었다.
구호차에서 내려 가데나기지를 덮은 바람과 비를 피부로 느낀다.
"도쿠?"
"기상청의 예상으론 태풍은 이미 멀어져도 좋을 때다... 내 예상이라도---"
노라의 PC에 달칵 전원을 넣는다.
액정화면에 섬 내의 기상정보가 비춘다.
예상대로 섬을 덮은 저기압은 멀어져갔다. 섬 전체에 불어닥치는 바람은 약해져 있다.
하지만 일부뿐.
다른 곳에선 바람이 불어와 급속도로 기세를 더해가는 에리어가 있다.
떨림이 올라온다. 숨이 거칠어져, 차가운 땀이 뿜어져 나온다.
"부,부대를...바,바로---"
"뭡니까? 죄송합니다, 바람이 강해서 들리지---"
아니, 부대를 준비시키면 늦어진다. 일일이 지시하면 늦어진다.
요우는 튀어 나가는 듯이 갈려가, 옆에 정차한 군용 지프에 올라탄다.
"토쿠! 어, 어쩌려는 겁니까!"
놀란 조수를 버려두고, 지프를 급발진시키는 요우.
"이제 끝, 이라고?-- 아냐"
조수석에 놓아둔 PC의 화면을 보면서, 폭우에 둘러싸인 기지 내를 달린다.
"그런 건, 부서진 쓰레기의 쓸데없는 생각이다....!"
섬 내에서 유일하게 바람이 강해지는 구역.
그것은 -- 여기였다.
카데나 기지.
이 미군 주둔지 내부가 틀림없었다.
"이전의 나라면 여기까지 예상했을 건데....!"
떠올랐다.
요우가 일순간이라 해도 되찾은 것은 결국 재능을 긁어 모은 것이다.
하지만 파괴자는 다르다.
또 하나의 천재인, 파괴자라면---.
"6개의 새로운 살포포인트가 발생했어...!"
핸들을 꺽어
"이쪽인가...? 아니, 이쪽이다---"
폭우가 내려오는 활주로는, 전투기는 물론 각종 차량이나 사람의 모습도 없었다. 이런 악조건이다, 전투기나 차량은 격납고에 보관된다는 것은 이미 안다.
"썩을...... 한 번만 더--- 딱 한 번 더 원래 재능을---"
활주로를 달리면서, 노트북 화면을 의심스레 바라본다.
이전이라면 수초. 아까의 요우라면 수십 초 정도 걸렸을 계산에, 몇 분을 소비해도 답은 나오지 않는다.
쓸데없는걸 생각하지 말고 집중해라---.
초조할 정도로 요우의 머리에 어떤 광경이 떠올랐다.
독에 당해 괴로워하면서 죽어가는 마을 사람들의 얼굴이다.
"으으으....! 바, 방해하지 마! 내가 어떻게 할 수밖에 없어....!"
한 손으로 머리를 막 긁어댄다.
사고가 정말 정리되질 않는다.
천재의 정원이었어야 할 그 세상이 그를 이끌어주지 않아.
"두 번 다시 이전의 나론 돌아가지 못해도 좋아... 부서져도 좋아... 죽어도 좋아! 그러니까, 한 번만 더.....!"
앞유리에 비추는 폭우 건너에 환각이 보였다.
조용히 멈춰선, 눈매가 나쁜 사람.
그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천재었을 적의 사도 요우였다.
그 녀석은 괴로워하는 요우를 비웃고 있을 뿐으로, 결코 손을 내밀어 주려 곤 하지 않았다.
"내가 파괴자를 멈추지 않으면--- 그것을 위해 이 섬에 온건데.....!"
일찍이의 사도 요우의 환각이 비웃는 표정과 함께 입을 움직였다.
- 거짓말 하지 마. 네가 이 섬에 온 본래 이유는....
"......!"
환각의 사도 요우가 말을 끝내지 전에, 지프로 그 녀석을 치어죽인다.
자신과 같은 얼굴인 망령이, 비와 바람이 되어 흩어진다.
"썩을......! 썩을.....! 썩으으으으으을!"
어째서 자신이 지금,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이미, 이미 알고 있어서다.
이제, 시간에 맞출 수 없다는 것을.
노트북 화면 상에 새로운 포인트가 생겨났다.
그곳은---.
보기 흉하게 절규하는 요우가 있는 장소와는 완벽히 다른 곳이었다.
"우아아아아아아악!"
수백 미터가 떨어진 위치에 있는, 전투기 격납고.
지금 그곳에서 최악의 생물병기 헬이 살포된다고--.
요우는 확신했다.
5*6
요우가 헬의 살포를 확신한 수분 후.
하얀색 일색의 건축물 앞에서 요우는 지프를 정차했다.
"....."
텅 빈 표정으로 지프에서 내리는 요우.
거대한 상자같은 건물의 주변에 인영은 없었다.
전투기의 격납고이다.
요우는 정면의 셔터가 아닌, 건물 옆에 있는 문으로 향한다.
인증카드를 끼워 넣어야 할 기기에는 바늘이 붙은 코드가 끼어 넣어져, 점토로 소형의 기기가 붙어있다. 해킹장치다.
락을 무효화시킨 문은 쉽게 열렸다.
건물 안에 들어가면 거대한 괴조들이 요우를 맞이했다.
최신형 전투기다. 한번 하늘을 날면 강력한 파괴력을 자랑하는 그들이지만 지금은 어두운 조명에 비춰져 가만히 숨을 감추고 있다.
격납고의 천장에는 예비용 전창 크레인이 늘어트려 져 그것과는 다른 이동형 크레인 차도 있다. 벽에는 지나다니는 통로가 온통 둘러, 정비원의 대기소도 보인다.
그런 공간의 중앙에, 파괴자가 있다.
무거운 발걸음으로 접근하는 요우를 알아차리고 그 녀석이 뒤돌아본다.
"닥터!"
기쁜 듯이 표정을 빛내는 모습은, 회의실에서 만났을 때와 전혀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복장은 변했다. 길고 가는 체형에 딱 어울리는 수지산 정장을 입고 있다. 등에 작은 봄베를 3개 짊어지고, 거기서 뻗어나온 튜브가 목 언저리에 장비된 두꺼운 테두리에 이어져 있다.
본적 없는 장비지만, 그것이 방호복이란 것은 확실하다. 아마 테두리에서 뻗어나온 비닐을 헬멧으로 써서 방호복을 완성하는 것이겠지. 가방 하나에 들어갈 듯한 휴대성도 좋고, 흥미 깊은 장비이다.
"결국엔 따라온 모양이네요! 역시 닥터 사도입니다!"
그 녀석이 진심으로 기쁜 듯이 웃었다.
"일부러 인듯한 대사하지 마...."
요우가 힘없이 말한다.
"나를 기다렸던 건가. 한참 전에 헬을 살포해도 됐을 것인데...."
그 말에 정장남이 피식 웃는다.
요우의 논문을 훔쳐내 세계 동시 다발 테러의 계기로 인류의 파탄을 계획한 파괴자---.
그 정체가 요우의 눈앞에 있는 인물.
테러대책기관 NCTO의 일원이기도 하고 현역 CIA 위원이기도 한 남자.
엘릴오라는 이름의 요우의 광팬이었다.
"어떤가요? 모처럼이고, 이제부터 옥상에서 헬을 살포하는 순간을 관람하지 않겠습니까? 보면 당신이 죽어버리지만, 어차피 보지 않아도 죽어버리고"
그렇게 말하는 엘릴오의 오른손에는 농구공모양의 커다란 기기가 있다.
금속관을 모퉁이에 늘어놓고 그 위아래를 드러낸 기기로 막은 것이다. 금속관 중심에는 유리로 되어있고 그 안의 유리관이 접속돼있다.
헬의 살포장치이다.
"그런 걸 보여주기 위해 나를 기다렸던 건가....?"
"당신 이외의 누구에게 보여준단 겁니까?"
만면의 미소를 보고, 엘릴오가 양팔을 펼쳤다.
"당신은 정말로 대단해! 이전부터 당신의 광팬이었지만, 그 논문은 엄청났습니다! 아니, 자릿수 같은 게 아니야, 인간의 영역을 초월한 것이야! 좀 더 높은 레벨의 존재가 인간이란 종을 해석해 그 구조를 알고리즘화한 신의 글! 그것에 쓰인대로 하면 인류를 멸하고, 막으면 인류를 구할 수 있어!"
뺨을 붉게 물들이고 흥분한 상태로 몸을 떠는 엘릴오.
그 모습은 애독서나 심취한 영화에 대해 말하는, 틀림없는 팬의 그것이었다.
"한 문장을 읽는 것만으로도 나의 뇌가! 나의 세포가! 활성화해가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 정도의 수업은 없어! 당신의 생각에 따라, 나는 당신의 세상에 이끌려간 것입니다! 그렇게 나는 당신의 논문을 완벽히 해석해, 파괴자가 되는 것이 가능했다!"
이제 변명의 여지마저 없다.
이 이상이 없을 정도로, 완벽할 정도로--- 무엇이든 요우의 책임이었다.
요우의 논문이 사람을 천재에 이르게 해 세상을 위험에 빠트린 것이다.
"아아, 당신은 나의 스승입니다! 당신의 팬이라 다행이야! 당신의 덕분에, 나는 천재가 됐어! 당신의 동류가 되는 게 가능했어!"
어울리지 않게 흥분하는 엘릴오에게 요우는 조용히 묻는다.
"그렇게 기쁘다면 어째서 세상을 부수려고해... 어째서 파괴자가 되려고 해?"
딱 하고 엘릴오의 홍소가 멈췄다.
요우의 팬을 자칭하는 남자가 띄운 것은, 분노의 표정이었다.
"당신 정도 되는 분이 모르는 겁니까? 당신의 팬이자 학생이자 어린아이인 내 생각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어제, 잠을 잘못 잤나. 조금 상태가 나빠...."
요우는 무기력하게 말한다.
엘릴오가 이해한 얼굴을 했다.
"잘때의 자세는 중요하죠. 저는 침대와 벽 사이에 끼어 자요. 구속감이 참을 수 없어서 추천입니다. 아, 닥터는 엎드려 자는 파입니까? 그게 아니면 위를 향해---"
"어째서 파괴자가 되려고 했냐, 다"
"- 당신이 도망쳐서 입니다"
흠칫 요우는 눈썹을 움직였다.
"화이트하우스에서 논문을 공표했던 때 당신은 절망했겠죠? 그곳에서 정말로 논문의 의미를 이해한 인간이 있었습니까? 그냥 흔한 테러리즘의 위협만을 인식하고, 그 알고리즘의 아름다움을 이해하지 못했어! 그래서 당신은 질려버렸어.-- 그런 당신을 절망시킨 바보 같은 연중은 당신을 모욕하고, 규탄했어"
아니다.
확실히 고독은 느꼈다.
하지만 그것은 그때에 한정된 것이 아니고ㅡ 요우가 도망친 이유는 다른 데 있다.
게다가 그것은 요우의 팬으로선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이유겠지.
"처음엔 파괴자인 척 만류할 생각이었습니다. 당신의 논문이 올바르다는 것을-- 당신의 논문의 대단함을 바보 같은 인류가 알 수 있는 형태로 보여주기만 할 생각이었습니다. 그것을 씩씩하게 되돌아온 당신이 저지한다! 역시 천재, 닥터 사도! 인류를 구한 히어로! 당신이 경고한 대로의 핀치가 찾아와, 당신의 힘으로 세상을 구했다! 틀림없는 영웅에 어울리는 컴백입니다!"
엘릴오가 과장된 몸짓으로 양팔을 펼친다.
"하지만 당신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 정도로 당신은 인류에게 절망한 거겠지.--- 그래서, 나는 파괴자를 마지막까지 연기하기로 했습니다. 도중에 그만둬 버렸다간, 그것이야말로 당신의 이름에 흠이가. 그런 건 당신의 팬이 할짓이 아니야"
천재, 사도 요우의 컴백극의 스테이지를 만들려 했다.
하지만 천재는 돌아오지 않고 파괴자는 정말로 인류사회의 적이 됐다.
웃어버릴 정도로, 어디까지도 요우의 책임이다.
"이상이 당신의 첫 번째 팬인 저의 동기입니다"
엘릴오가 거리낌 없이 웃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저는 당신을 뛰어넘어버린 모양입니다. 당신을 찾아내 지금 여기에 있는 것이 증거네요"
말한다, 몸을 번복하려 한다.
"대단히 감사했습니다. 닥터. 당신을 존경합니다. 그러면 파괴자의 역을 끝낼 수 있겟네요. 이 섬에 있는 인간을 모두 죽여서, 내일부턴 내가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천재가 되기로 합니다"
매점에 까페오레를 사러 가는 듯한 가벼운 어조로 말하고, 엘릴오가 등을 돌렸다. 벽에 설치된 계단을 향하고 걸어간다.
"- 실망이다...."
뻐끔하고 요우가 중얼거렸다.
계단으로 향하려는 엘릴오가 뒤돌아본다.
"뭐라고?"
"- 내가 어떤 마음으로 파괴자를 그려냈는지, 아는가......?"
고개 숙이고, 지면에 시선을 떨어트린 채로, 슬픈 듯이 얼굴을 일그러트리는 요우.
"결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어떤 인간이라도 조종해, 어떤 망설임도 없이 세상을 파멸에 이끄는, 또 하나의 천재... 그것이 파괴자야...."
"그것은 저를 천재로 인정한다는 의미입니까?"
기쁜듯한 얼굴을 하는 엘릴오.
"나는--- 친구를 떠올린 거야"
천천히 얼굴을 드는 요우의 눈동자에서, 눈물이 흘러넘쳤다.
"나와 같은 존재라면--- 파괴자가 될듯한 천재라면, 통할 거라고 생각했어. 이런 나와 함께, 함께 있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정직하게 말하면, 아까까지, 그렇게 생각하고-- 마음속 어딘가에서 기대한거야"
요우의 눈물을 이해하지 못하고, 엘일오가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그런 기대는 어긋났다...."
"-- 뭐, 라고?"
"혹시 내 동류라면, 훨씬 전에 헬의 살포를 끝냈을 터다.. 나를 기다린다니, 불순하고 쓸데없는 동기는 결코 품지 않아.... 그 정도의 자객으로 나를 죽이려고 생각할 리가 없어... 자화자찬을 위해 자신이 실행범이 된다는 리스크를 무릅쓰고, 나와의 시시한 잡담 따위 할 이유가 없어... 레벨이 너무 낮아...."
엘릴오가 낯빛을 바꿨다.
"나의 레벨이 -- 낮다고?"
굴욕과 노여움에 얼굴을 일그러트리고, 완전히 요우를 바라본다.
"이런 도발로 화낼 바보도 아냐....."
요우는 엘릴오를 향해 걸었다.
"아까까지 나는 그 이웃의 존재를 느꼈다. 하지만, 그것은---"
엘릴오가 권총을 들었다. 요우를 향해 겨눈다.
"그것은, 그냥... 일찍이의 나 자신이었던 건가...."
파괴자와의 승부로 슬쩍 였본 즐거움과 기쁨---.
뭐라 할 것은 없다.
그것은 파괴자의 안에 있다, 자기 자신의 카피를 봤을뿐이다.
"실제로 존재했던것은.... 내 논문을 덧그려 흉내냈을 뿐인 이런 시시한 인간에 지나지 않았다... 나는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을 친구라 착각한 것인가...."
무방비로 가까워지는 요우의 미간에, 엘릴오가 권총을 향했다. 하지만---.
"그 수엔 놀아나지 않아요. 닥터-"
파괴자가 헤죽 웃고 겨냥을 빗긴다.
"당신이란 사람이 무방비로 접근할 리가 없어. 어차피 내가 발포하면 발동할 함정을 장치한 거겠죠? 걸리지 않아요, 나는 그 위를 읽습니다"
"헬 따위 쓰게 하지 않아... 그 누굴 죽게 하게 할까......!"
요우는 엘릴오에게 뛰어들었다. 권총을 가신 팔에 매달린다.
의표를 찔려, 엘릴오가 요우와 함께 지면을 구른다.
"오옷? 그렇게 왔습니까! 뭔가 굉장한 무기를 장착하고 있는 겁니까? 어디에 숨긴 겁니까!"
"으으으으으......!"
요우는 필사적으로 남자에게서 권총을 빼앗으려 한다.
하지만 요우의 완력 따위 뻔하다. 가늘고 긴 엘리오마저 당해내지 못한다.
"전부, 내 탓이야....! 그래서, 책임을 져야....!"
눈물로 엉망진창이 된 얼굴에, 필사적으로 엘릴오에게 매달리는 요우.
떼쓰는 아이 같은 모습을 보고, 엘릴오가 경직했다.
"---엑?"
또 다른 팔 가진 살포장치로, 요우의 후두부를 내려친다.
"설마...엑? 거짓말이죠?"
"큭....!"
요우는 의식을 잃을 것 같지만, 이를 악물고 버틴다.
엘릴오가 딱딱한 미소를 띠었다. 몇 번이고 살포장치로 요우를 때린다.
"혹시-- 아무것도 없습니까? 그것이, 그런 쓸모없는 모습이 당신의 최수의 수단인 겁니까?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천재가! 그럴 리가 없겠죠! 자아, 천재의 깊은 수를 보여주세요!"
"크악.....! 칵......!"
때리길 계속하는 엘릴오. 하지만 하릴없이 맞기만 하는 요우의 모습을 보고 순식간에 얼굴을 일그러트린다.
"우와아아아아악! 거짓말! 그런 거 거짓말이야! 이런 건 천재가 아냐! 내가 존경하는 닥터의 모습이 아냐!"
패닉에 빠진 요우를 때리길 계속하는 엘릴오.
한편, 요우는 피를 흘리면서도, 결코 남자의 팔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누구야, 너는! 당신 따윈 닥터가 아니야! 영웅이 아니야!"
그런 건 알고 있다.
당사자인 요우가 누구보다 제일 잘 알고 있다.
지금 여기에 있는 요우는 천제도 아니거니와 평범한 인간도 아니다.
천재였을 뿐인 그냥 쓰레기다.
이 세상에서 가장 비참하고, 가련하고 누구도 필요하지 않은 존재---.
부서져, 광기에 먹혀버린 쓰레기.
그런 것이 있어도 되는 세상이 이 세상 어디에 있는 거지?
그래서-- 그 목적을 위해 이 섬에 온 것이다.
"그대로야.... 나는 이미, 천재가 아니야....."
몽롱한 의식 속에서 요우는 중얼거린다.
"천재 따위- 이제 한 명도 없어... 파괴자의 존재도 느껴지지 않으니까, 그것을 저지하지 못한다는 걸 알았다.... 오키나와가 목표라는 걸 알고, 그것을 누군가에게 경고하려고도 하지 않았다....."
요우의 목 깊은 곳에서 오열이 흘렀다.
자신은 최악이다.
요우는 특히 터무니없는 죄를 범한것이다.
"이 섬에서 미연에 범행을 막아도, 파괴자는 다른 장소를 노릴 거란 걸 알았으니까....! 그래서--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엘릴오의 크게 뜬 눈이, 요우를 의문스럽게 바라본다.
"당신이 이 섬에 온 것은, 저와--- 파괴자와의 싸움을 위해서가 아니야....?"
"나는 한번 이 섬을 버린거야...! 이제 천재가 아닌 나론 파괴자를 멈출 수 없단 걸 알았으니까, 그래서, 나는---"
요우가 이 섬에 온 진짜 이유.
영웅으로서, 결코 용서받지 못할, 그 이유는---.
"그래서 나는-- 파괴자에게 살해당하기 위해 이 섬에 왔다----"
천재가 아닌 자신은 이제 인류를 구할 수 없다.
영웅의 의무를 다할 수 없다.
인류를 멸할 적과 싸우는 것을 처음부터 포기하고, 그 속죄로 섬 주민과 함께 죽으려 생각한 것이다.
"나는--- 죽기 위해 이 섬에 온 거야"
싸우지도 않고.
섬에서 살아가는--- 하마요지 리쿠 같은 죄 없는 사람들을 못 본 척하고.
책임과 압박에서 죽는 것으로 도망치려고 한 것이다.
"나는, 영웅 같은게 아니야... 그냥 겁쟁에...... 비겁자로--- 아무런 쓸모도 없어, 쓰레기야....."
그 위에, 있는 것이---- 비행기로 이 섬에 내려오기 직전의, 욕심이었다.
설령 한 시간이라 해도 죽기 직전 정도는 평범한 사람으로서 살아보고 싶다고---.
사람들을 구할 사명을 잊고, 많은 죄 없는 사람들을 못 본 척하고, 자신의 책임에서 도망쳐, 빈틈없이 평범한 사람으로 살아가려 했다.
그런 쓰레기 같은 존재가, 지금의 사도 요우.
일찍이의 영웅의 찌꺼기였다.
"거---"
엘릴오가 엉망진창으로 폭주한다.
"거짓말이야아아아아아!"
요우의 옆머리를 후려치며 그를 뿌리친다.
저항도 이 지면에 내던져지는 요우.
"바보 같은-- 내가--- 우리 진짜 팬이 바란 것은, 이런 쓰레기 같은 게 아냐---"
엘릴오가 거친 숨을 내뱉고, 권총을 요우에게 겨눴다. 시궁창이라도 보는 듯한 눈빛으로 방아쇠에 걸은 손가락에 힘을 준다.
"내가.....! 우리가 바란 것은.....!"
파열음이 격납고에 울려 퍼졌다.
하지만 ,그것은 한발이 아닌---.
"......!"
무수한 총탄을 받은 것은 엘릴오였다.
요우는 몸을 약간 움직여서 퉁퉁 부은 눈으로 뒤쪽을 본다.
거기엔 총을 가진 군사들의 모습이었다.
노라의 모습도 있다.
"---"
쓰러진 엘릴오의 눈이 요우와 맞았다.
그 눈에 머문 감정은--- 모멸.
인간 이하의 존재로 영락한 요우를 깔보는 눈이었다.
"그랬지... 나쁜 건, 내 쪽이야...."
기절하기 직전 요우는 웃었다.
요우 자신도 또한 자신을 비웃으며---.
"실망하게 해서.... 미안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사죄했다.
5*7
요우는 들것에 실려가는 도중에 눈을 떴다.
한쪽 눈의 시야를 막는 것은 붕대인 모양이다. 주변은 군용차와 군사의 기척으로 채워져, 눈부신 라이트로 비치고 있다.
벤에 실려온 요우에게 목발을 짚은 노라 달링이 곁을 따른다.
"눈뜨셨습니까? 그러면 즉시 다음 의뢰를 검토하겠습니다. 현재, 4개의 4안이 있지만, 먼저 마이애미에서 빈발하는 엽기살인사건에 대해. 이 사건에 관해서는 FBI에서 조사협력을 요청해---- "
"......"
어렴풋이 머릴 기울여 옆을 본다.
1개의 시체자루가 군사에 의해 옮겨지려는 참이었다.
요우의 시선을 알아챈 거겠지. 노라가 의뢰 이야기를 중단했다.
"걱정 마시길. 도난 당한 논문은 반드시 찾아내 보이겠습니다"
그런 걱정 따위 조금도 안 했다.
파괴자의 위협은 이제 지나갔다.
요우는 책임을 다했다.
지금의 자신에게 있는 것은--- 한번은 도망쳤다는 죄의식뿐이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면 좋은 거지?
이런 죄 많은 영웅의 찌꺼기가 살아갈 토지 따위 이 세상에 있는 걸까?
"--- 당분간 일을 미루고, 요양하겠습니까?"
"엑"
생각지도 못하고 노라의 얼굴을 바라보는 요우. 상당히 스파르타인 조수가, 부드러운 말을 하다니 전대미문이다. 그야말로 인류의 멸망이 도망갈지도 몰라.
"지금 도쿠가 이전의 도쿠가 아니란 것 정도는, 저도 알고 있습니다"
그렇게 말한 노라는 복잡한 모양이다.
"문병 도쿠는 지친 겁니다. 제가 위로해드리면 좋겠습니까...."
"위로해.....? 그, 그건---"
무슨 의미냐, 라고 묻기 전에 자연히 시선이 노라의 가슴에 머문다. 의식해서 어른처럼 보이고 있다곤 하나 노라는 아직 10대로 스타일도 좋다.
요우의 시선을 알아챈 노라가 경멸의 눈초리를 띄웠다. 요우의 머리를 난폭하게 움켜쥔다.
"이성의 육체에 욕정 하는 쓰레기 평범한 인간의 흉내는 좋지만, 평소에도 말씀드리고 있겠죠? 나 같은 것에 신경 쓰지도 않는 천재라면, 무슨 짓을 당해도 상관없지만"
"아파아아아앗! 사, 상처를 후비지 마!"
"어쨌든 도쿠는 일각이라도 빨리, 원래의 컨디션으로 돌아와야. 언제 또다시 도난당한 다른 논문이 악용당할지도 모르니까 "
두근.
비유도 없이 요우의 심장이 파열했다.
방금 전 조수의 입에서 나온 말을 순간 이해하지 못했다.
. . . .
"다른..... 논문.....?"
갈라진 목소리로 요우를 보고, 노라가 머리를 갸우뚱한다.
"왜 그러 십니까?"
"도난당한 논문은..... 파괴자뿐만이..... 아니야....?"
"화이트 하우스에 제출한 논문이 도난당했단 보고입니다만?"
의아하게 미간을 찌푸리는 노라.
그 입에서 다음에 나올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
이번엔 농담이 아닌, 정말로 인류멸망의 전조를 느꼈기 때문이다.
"그때 도쿠는 세상을 명상시킬 '재액'의 하나로 '파괴자'에 대해 접한 것이 아닙니까"
간신히.
이 마당에 요우는 화이트하우스에서 일어난 일을 완전히 떠올렸다.
슬라이드에 비춘 파괴자라는 문자를 가리키는 일찍이의 자신.
카메라를 줌아웃하는 듯이 그 관경이 멀게 휘감긴다.
파괴자란 문자 외에도 ○으로 둘러싼 문자가 있다.
대가 그것을 "재액"이라 묶어 논하고 있다---.
"--- 그런가...."
생각지도 못하고 흘린 중얼거림에 "네"하고 노라가 끄덕인다.
"그런것 인가..."
구제할 수 없다.
자신은 되돌릴 수 없는 짓을 한 것이겠지.
그리고 세상도 구제할수없다.
요우 자신이 말한 것이다.
천재는 이 세상에 이젠 한 명도 없다고.
남은 것은 일찍이의 천재가 남긴 위험뿐---.
"괜찮습니까, 도쿠? 낯빛이....."
엘릴오가 마지막에 말한 말을 기억해낸다.
-우리 진짜 팬이 바란 것은 이런 쓰레기가 아니야---.
우리.
그래 파괴자가 된 남자가, 우리라고 말한 것이다.
요우의 팬은---.
세상 속에 있다.
"미국으로 돌아가죠 도쿠"
요우를 태운 구호차 밴이 닫혔다.
엔진음이 울리고 진동과 함께 달려간다.
"여긴 도쿠가 있어야 할곳이 아닙니다"
그런 건 이미 알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싫을 정도로 알았다.
자신은, 앞으로 필요하겠지.
천재의 유산 탓으로.
요우는 앞으로도 천재인 척을 계속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런 변경의 섬에 남아있을 이유 따윈 하나도 없었다.
"....."
요우는 눈을 감고, 일순간 얼굴을 일그러트리고---.
작게, 끄덕였다.
에필로그
요우는 어둠 속, 어렴풋이 떠오른 영상을 의문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후후---"
조수에게 양도받은 노트북 디스플레이를 바라보면서, 옆에 있는 노트에 수식을 써내려간다. 지금 틀림없는 최고의 논문이 완성되고 있다.
"후후....크후후...."
철야 작업으로 요우의 눈가에 다크써클이 내려왔다.
거기에---.
"안녕 하수 꽈!"
기운 넘치는 목소리와 함께, 거실 덧문과 창이 한 번에 열렸다.
"캬악!"
갑자기 눈 부신 빛이 들어와 요우가 바닥 위를 뒹군다.
"눈가! 내 눈이이이이이이! 자외선에!"
"도쿠 언제 돌아온 거야-"
"걱정했다고"
"테루는 별고 걱정 안 했고"
거길 창에서 척척 사양 없이 올라 온 것은 리쿠와 나츠키, 테루였다. 평소대로 머리 나빠 보이는 얼굴을 바보처럼 늘어놓고 있다.
다른 창도 열어서 햇빛이 들어오게 하고 리쿠가 놀랐다.
"뭐야 그 상처! 붕대투성이야!"
당연하다. 파괴자를 붙잡은 것은 어젯밤이고, 인체의 상처는 한숨 자도 낮지 않는다.
"경찰서에 있던 녀석들에서 뭔가 당한 건가? 그 후, 어디로 끌려간 거야"
나츠키도 요우에게 다가선다.
요우는 손을 휘두르고, 귀찮은 듯이 섬 주민을 멀리한다.
"할로윈 파티의 예행연습에 어울려준 것 뿐이다! 이 붕대도 말이야! 만지지 마! 이런 건 아무것도 아냐!"
"아, 아무것도 아닐 리가 없어! 잘 보여줘!"
"심한 얼굴이라고. 그런 얼굴로 뭘하---"
"앗, 이거! 테루의 걸그룹 프로모션 TV고!"
노트북 화면 안에 춤추는 소녀들을 보고, 테루가 목소리를 올린다.
리쿠와 나츠키가 뒤돌아본다.
"엑"
"보,보지마아아아아!"
요우는 당황해서 노트북을 낚아채 화면 위를 덮는다.
하지만 뒤에서 나츠키에게 붙잡혀 어이없이 떨어져 버린다.
"무, 무슨 흉내야 이 자식! 불법침입으론 만족하지 못하고, 프라이버시 침해까지 하는 건가! 놔, 놔!"
"왜 도쿠가 이런 거 가지고 있어....?"
"테루가 어제, 현관에 놓고 갔어. 할 망을 구해준 답례고"
"그, 그런가..... 받아서 기쁜걸 까나 이거?"
".... 아직 잔뜩 재고 남아 있고....."
"기, 기뻐! 테루의 귀여운 노래와 춤을 보면 기쁜 게 당연해!"
"혹시 도쿠.... 않자고 계속 이걸 보고 있었던 건가?"
나츠키가 말했다.
소녀 둘이 뒤돌아 몸을 끈다.
"에--"
"역시 그건 끌린거고..."
"벼, 별로 보고 싶어서 본 게 아니야, 착각하지 마! 이 수중에 있는 것을 본적이 없으니까 신기했던 것 뿐이다!"
새빨개져서 주장하는 요우.
라곤 해도, 테루는 나쁜 마음은 없었던 것 같다. 의기양양이 가슴을 편다.
"하지만 이걸로 테루의 굉장함을 알았겠지? 아이돌 테루의 사인 가지고 싶어? 어떻게든 가지고 싶다면 줘도 좋고"
"그, 그런가? 그럼, 이것을"
나츠키에게서 해방 돼 요우는 수식을 써넣은 노트를 테루에게 건넨다.
"뭐야, 이거? 여기에 사인하면 되는 거야?"
"아냐. 안무와 가사를 분석해서, 보다 주목도를 올려, 게다가 호감도를 올리기 위해 필요한 수정점을 더 써넣은 것이다. 이대로 하면, 인기도 오르겠지"
"그런걸 쓰는 건 신기해하는 레벨이 아니야...."
리쿠가 더욱더 후퇴하지만 테루는 눈을 반짝인다.
"굉장해! 이걸로 테루도 인기인이고!"
"이것을... 그, 마미짱에게....."
"테루가 아니고!"
테루가 정원을 찌르며 돌진해 요우의 명치를 확실히 붙잡는다. 웅크리는 요우.
"큭....! 제, 제대로 넘겨! 난 레코드 회사에 협력을 의뢰받아서 전미에서 이백만 장의 매출을 올린 실적이 있어. 그 노하우를 집어넣은 소중한 논문이라고"
"네네, 도쿠는 굉장해-"
"밥 먹었어? 어차피, 아직 이겠지. 같이 먹으러 가자고"
"이백만 장--- 라져. 테루가 제대로 마미에게 전해줄 거고"
히죽 하고 사악한 미소를 띠고 테루가 집게손가락을 세웠다.
"됐다 됐어. 이걸로 마미 따위 밀어내고, 테루가 제일 인기고"
"됐다 됐어란 이 나라의 말인가? 본인에게 넘기지 않았다간 물어볼 테니까...."
리쿠네와 함께 자택을 나오면, 강한 햇빛이 쏟아진다.
태풍은 어젯밤 사이에 지나가, 오늘은 흔적이 남아있을 뿐이다. 나뭇가지나 뭔가의 기계부품 같은 쓰레기가 주변에 흩어져있다.
"오늘은 순수히 리쿠랑 오네?"
기쁜듯한 얼굴인 리쿠를 요우는 마음껏 노려본다.
"어차피 거절해도 무리하게 끌고 갈 거겠지....!"
"응. 인간, 포기가 중요해"
"포기한 참이지만 어떤 의미 복종이네.... 이 굴욕은 언젠가 풀어줄 테니까"
밉살스럽게 신음하면서 요우는 마음속에서 덧붙인다.
거기에 어차피 이걸로 마지막이고---.
내일은 미국으로 출발한다.
마음을 그렇게 정했다. 오늘은 화물을 정리하기 위해 돌아왔을 뿐이다.
요우를 구한 인간은, 세상 속에있다.
적어도 지금, 이렇게 어깨를 나란히 하는 이 아이들과는 다르다.
자신을 필요로하는 사람들을 위해, 또 자신의 책임을 끝내기 위해---.
이런 벽지의 섬에서, 요우가 놀고있어도 좋을 리가 없었다.
"아, 할 망"
먼저 간 테루가, 노부인과 이야기하고 있다.
나츠키가 요우를 돌아본다.
"병원을 싫어해서. 오늘 아침, 빨리 퇴원한 거야"
그래서, 어쨌어. 요우에겐 관계없는 것이다.
노부인이 이쪽으로 왔다.
"도쿠. 할 망이 이야기 하고 싶다고. 우린 먼저 갈테니까"
아이들이 상처 난 사람을 두고, 빨리 비탈길을 내려간다.
"....."
노부인이 요우의 곁으로 가까이 온다.
"--- 고마워"
꾸벅하고 노부인이 머리를 숙였다.
예를 말하고 있다는 것은 어떻게든 알았다. 하지만 그럴 처지가 아니다. 그녀를 구한 것은 어디까지고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요우를 구하려고 한 일의 보답이다.
노부인이 웃으며, 지나가려 했다.
"아-...."
요우는 의미 없는 소리를 냈다. 노부인이 돌아본다.
어차피, 두번 다신 만날 일도 없어---.
여행의 부끄러움은 버려라 라는 것이다.
노부인에게 예를 말할 처지가 아니다.
하지만 마지막에 예를 말해버리면 요우가 한 것은 보답이 아니게 돼버린다.
"처음 만났을 때... 너는, 나를 도와준 모양이네"
머리를 긁으면서, 엉뚱한 방향을 바라보면서 입을 삐죽인다
"..... 고마워"
태어나서 처음으로 감사의 말을 입에 낸다.
노부인이 히죽 웃고, 작게 끄덕인다.
"쳇...."
어째선지 그냥 부끄럽지 않았다. 요우는 빨리 그곳을 뒤로한다.
상점으로 가면, 이미 아이들은 벤치를 점령하고 담소하고 있다. 요우가 금세기 최대의 부끄러움을 견뎠다는데, 느긋한 녀석들이다.
점 내에 들어가면 평소대로 리쿠의 어머니인 점주가 마중했다.
"어서와.... 뭐니, 그 상처"
설명이 귀찮아서 요우는 무시했다. 메뉴를 올려다보고, 새로운 종이 한 장이 추가된 것을 깨닫는다.
"오징어 튀김?"
"아-, 그거 말이야. 어제 리쿠가 가져왔어. 네 거라고? 욕실에서 죽어있었다고 했지만"
그러고 보니 어제 집에 돌아왔을 때는 이미 바스타브는 없었다. 리쿠가 경찰서에서 사라진 요우를 걱정해서 자택에 와 그 녀석을 찾아냈다는 거겠지.
"..... 폰토피단....."
"응?"
"아니.... 키나와 소바와 그 튀김을"
"매번 고마워. 다되면 가지 올 테니까 밖에서 기다려"
함께 밥을 먹는다는 감상 따윈 없다. 일시 동거인의 최후를 알아주는 것도 가주의 의무일지도 모른다. 대금을 지불하고 점 외 벤치로 향한다.
리쿠의 옆이 비어있어서 거기에 앉는다.
"저기, 도쿠. 정말로 그 상처, 어떻게 된 거야? 어제 사람들이 괴롭혔어?"
걱정되는 듯이 얼굴을 들여봐서 반사적으로 몸을 묻히는 요우.
이 얼굴이다.
이 아이들을 떠올리지 못했다면-- 최후의 최후까지, 파괴자를 멈추지 못했을지도 몰라.
"도쿠는 약하니까. 무슨 일이 있으면 우리가 지켜줄 거야"
"무슨---"
생각지 않은 리쿠의 말에 요우는 얼굴을 붉혔다.
"바,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 나는 누구의 도움도 필요 없어! 나를 지키다니, 그런 오만한 소린----"
얼굴을 돌리고 말한다.
"부모한테도 들은 적 없는데....!"
"에-? 그럴 리 없어"
"게, 게다가 지켜주는 건 내 쪽이라고! 천재인 내가 없으면 지금쯤 너희는 어떻게 됐을지...."
그렇게 말하고 웃는 요우를 아이들이 멍하니 바라본다.
"하아? 도쿠가 또 의미 모를 소릴 해"
"우린 별로 아무런 보호도 못 받았는데"
"할 망을 도와줬다고 우쭐해졌고!"
"너, 너희들..."
어제 일어난 일을 상세히 설명해 줄까 하고 생각했다가 다시 생각한다.
도와줬다곤 해도 엄밀히 따지면 요우 자신이 뿌린 씨를 거둔 것 뿐이다. 그것뿐이지만, 요우는 한번 --- 이렇게 천진난만하게 웃는 그들을, 죽게 내버려두려고 했다.
요우는 앞으로, 그 죄를 조금이라도 자신의 손으로 갚지 않으면 안된다.
세상을 구하는 영웅으로서.
천재인 척을 계속할 각오는 돼 있다.
"흠, 뭐 좋을 대로 말해. 어차피, 너희완 바로 이별이다"
"---엑?"
아이들이 낯빛이 변했다.
"도쿠, 설마 오키나와에서 가버려----"
"자. 오키나와 소바랑 오징어"
리쿠의 말을 자르고 요우가 부탁한 메뉴가 나왔다.
완전히 점주가 가져올 거라 생각했지만, 그것은 아니었다.
"응? 누구, 이애?"
그렇게 말하고 요우의 얼굴을 바라본것은-- 여신이었다.
쟁반을 가진 여성에게, 테루와 나츠키가 친근하게 말을 건다.
"아, 우미 언니. 뭔가 한턱내!"
"오늘 당번은 우미 누난가"
"엄마가 있다가 모아이에 간다고 해서 우미도 친구랑 놀려고 했는데"
눈매는 리쿠와 닮았지만, 머리가 길다, 리쿠보다도 좀 더 어른스럽다. 나이는 요우보다도 2살인가 3살 위 정도겠지. 무엇보다 가슴의 용량이 리쿠와 다름없는데, 허리와 다리가 몇 할 가늘고 스타일이 예술적이다.
"--- 여기에 영주하자...."
뻐끔 하고 중얼거리고 요우는 자신의 인생의 방향을 전환했다.
그러면 우미를 정신없이 바라보는 요우의 옆구리에, 강렬한 일격이 들어왔다.
"캬악! 뭐, 뭐하는 거야 이 썩을 꼬마...."
"테루가 아니고"
냉정하게 테루가 말해서, 옆을 본다.
리쿠가 진지한 얼굴로 아이스크림에 열중하고 있다.
"도쿠는 금후, 우리 가게 출입 금지입니다"
"엑! 어, 어째서냐.....! 앞으로도 다닐 거라고! 매일!"
"뭔지 잘 모르겠지만, 여기에 둘 테니까 말이야"
소바와 튀김을 두고, 사라지는 미녀.
그 뒷모습을 보고있으면, 또 일격이 들어왔다.
"우린 그런 가게가 아닙니다. 정말 그만두지 않겠습니까"
"이, 이쪽의 대사다....! 멋대로 때리는 건 그만둬, 난 부상자라고!"
"저기, 도쿠. 뭐야, 아까. 이별이란 거"
나츠키가 말해, 요우는 생각했다.
사라진 천재로서의 재능은, 그렇게 간단히는 돌아오지 않아.
요우의 부서지고 병들어버린 마음도 같다.
하지만 리쿠는 말했다.
- 평범하게 살고 싶다면, 그러면 돼.
천재로 있는 것과 같을 정도로, 그것은 어려운 것이겠지.
"아무것도 아냐"
미소를 띠고 말한다.
똑같이 곤란하다면-.
이 섬에 가져온 텅 빈 상자에 사진 1장 정도의 추억을 집어넣을 때까지---.
여기서, 평범하게 살아봐도 좋을지 몰라.
그렇게 생각했다.
후기
안녕하세요, 이와이키 요헤이입니다.
이번, 이렇게 새로운 시리즈를 전해드렸습니다만, 또 천재군이 나왔습니다. 또, 라는건 대뷔작인 심심풀이 도전자시리즈에서도 일부러 머리 좋은 사람이 나와서입니다.
좋아하니까 어쩔 수 없어, 랄까 작풍이니까 어쩔 수 없어, 라고 이런저런 이유로 주장합니다. 실제, 이제까지 써왔던 시리즈도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이 테마가 돼버렸고.
천재의 정의라는 것은, 무수히 있다는 것이겠죠.
자신은 평범한 사람이 시간을 들여도 될 수 없는 것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치밀한 그림을 그리거나, 굉장한 계산을 순간적으로 할 수있 다는 것이 아니라--- 물론, 그것이 가능한 사람은 굉장합니다. 하지만 어느 쪽이 위라는 게 아니라, 그것관 다르게 본적도 없는 표현으로 그림을 그리거나,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방정식을 만들어내는 사람도 대단해, 라고.
그런 사람은 시간의 흐름에 의해 변화를 뛰어넘어 인류를 별 시대, 다른 스테이지로 끌고 갈 힘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예술이나 과학, 또 다른 분야에서 혁명을 일으킨 사람처럼.
그렇게 생각해보면, 과거에 천재가 있었던 것이 명확하지 않아서. 그렇게 되려면 현대에 그들과 같은 존재하지 않을 리가 없어. 혹시 그들이 현대 사회나 예술을 이용해, 선의와 악의를 가지고 대립했다면 대체 어떻게 될까---.
그런 것을 계속 생각해, 다음 이야기도 써가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무사히 1권이 만들어져서, 다음은 좀 더 취미로 달려서 얼얼한 것을 내놓겠습니다.
좋아하는 것, 그 2.
오키나와. 좋아요, 오키나와. 자신은 오키나와에서 태어난 것도 아니지만, 도시에서 태어난것도 아니어서, 그리움과 멍해지는 있을 곳의 좋은 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분명 따스한 풍토와 거기에 사는 사람들의 포용력 덕분이겠죠. 그들의 발을 미소를 보는 것 뿐으로, 어떤 종을 받아들인 감을 기억합니다. 그래서야 말로 오키나와에 가면 미소가 지어지고, 집에 돌와온 듯한 안도감에 잠깁니다.
이 작품을 쓰게되어서 오키나와에사는 분들에게 적지않게 잡담도햇습니다. 이런저런것을 몰랐던 관습도 가르쳐줘서, 이후 조금이라도 내놓고싶습니다.
이번 작품을 쓰게돼서 무시우타시리즈도 담당하고 있는 야마쿠치씨에게 신세 졌습니다. 거기에 일러스트를 그려주신 Bou 선생님에게도 등장인물이 많다고 억지부려 신세 졌습니다. 오키나와에 대해서 지도해주신 이라바씨나, 현지 분들에게 마음에서 우러나온 감사를.
다음 권에서도 분명 신세 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필시 이제 와서 나온다고 생각할 무시우타도 함께, 이번 시리즈에도 전력으로 쓰겠습니다.
다음 권에서 또 독자님과 만나면 기쁘겠습니다.
이와이키 요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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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꿈을 꿨어..."
"이것도 평소와 같나.........."
컨티뉴 하시겠습니까?
Yes/ No
재래 히어로즈
아무도 없을 교사에 발소리가 울렸다.
나무 바닥이 뚜벅뚜벅 하고 불쾌한 소리를 세운다.
밖은 이미 완전히 어두워 졌다.
퐁당 하고 어딘가의 수도꼭지에서,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바람이 창문을 덜컹덜컹 흔든다.
평소와 같은.
몇 번이고 봐온 결말.
D네는 B코를 죽였다.
그 후에 D네도 죽었다.
그리고 A야는 C타를 죽였다.
최후로, A야는 여기서 자살한다.
아무도 남지 않는다.
또 몇 번이고, 아무도 남지 않는다.
게임오버.
아-아, 또 해버렸다.
시시해 시시해 시시해 시시해.
B급 결말은 이제 됐어.
자, 빨리 끝내자고.
몇 번이나 해도 같아.
마음의 어딘가에서 있을 리 없을 이레귤러를 원했다.
이 낡아빠진, 극히 흔해 빠진, 시시한 패러렐 월드로 도망친 이야기의 '결말'이.
-그리고, '평소대로' 구교사의 전 음악실의, 문이 열렸다.....................
범행성명
이야기는 계속해, 내릴 리도 없는 막은......
창 밖의 흐린 하늘과 동조해, 다시 불안을 부채질한다. 아직 여름도 시작되지 않는 계절 사라질 리 없는 하나의 소문이 있다.
자세히는 아무도 모른다. 아니, 아무도 알아선 안 됐다.
그저 텅 빈 책과 고양이의 서표를 찾아도, 결코 만져선 안 된다고 말해진다.
-그것이 종언의 서표.
종언 게임 룰
하나의 배신자 '여우'에 의해 게임은 시작됐다.
빠져나가려면 이하의 조건에 주의해, 종언을 맞이해라.
-자아, 즐거운 종언 게임 시작.
게임의 종언을 맞이하려면 여우를 죽여라.
여우를 찾아내지 못하면, 그 이외는 죽는다.
여우를 찾으면서 콧쿠리씨의 부탁을 따라라.
콧쿠리씨의 부탁은 편지로 전달된다.
콧쿠리씨의 부탁을 수행하는 유효기간은 일주일으로 한다.
부탁을 들어주지 않는 경우는 죽는다.
지시의 수행을 방치한 경우에도 죽는다.
부탁 내용을 외부에 보이거나, 알리는 경우에는, 알게 된 그 사람이 죽는다.
이 게임은 종언을 맞이할 때까지 절대 빠져나갈 수 없다....... 절대로.
"뉴스 속보입니다-"
CHAPTER1
비밀anD시크
제작자:D네
비밀anD시크I -기시감 템플릿-
"...그러고 보니, 그 밖에도 이런 소문 알아?"
노후화가 진행 돼, 이제까지 거의 쓰이지 않는 목조 2층 건물 구교사.
그 2층인, 전 음악실에, 우리 네 명은 모여있다.
"최근 안 이야기지만 말이야, 웃는 자살자라는 도시 전설이 있어"
평소처럼 듣고 있던 소문을 공표하고 있는 것은, A야.
전혀 세팅하지 않은 모양으로, 조금 긴 머리카락은 군데군데 뻗쳐있다. 눈 밑에서 다크써클이 있어, 겉치레로라도 호청년이라고는 말하기 어렵다.
비굴한 미소를 띤 채로, A야가 계속한다.
"어떤 카메라맨이 경험한 이야기인데 말이야, 그날, 그 사람은 예쁜 경치를 찍으려고 생각해서, 산속에서 촬영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야"
"응"
"시야가 열리면, 마침 눈앞에 절벽이 보여서, 그 사람은 절벽의 사진을 찍으려고 카메라를 잡았지만, 렌즈 너머로 보니, 어떤 것이 눈에 들어왔던 모양이야"
"......어떤 것?"
".....그래, 절벽 위에는, 사람이 있었어. 하얀 원피스를 입은, 젊은 여성이 말이야. 그는 싫은 예감이 들었지만, 파인더에서 눈을 뗄 수 없었어. 그리고, 그가 셔터를 연속으로 누르길 계속하는 사이에---"
"......설마"
"---그 여성이 절벽에서 뛰어내렸다"
".....!"
"그는 위험한 걸 찍어버렸다고 생각했어, 그녀가 절벽에서 뛰어내리고,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계속 셔터를 누르길 계속했으니까. 하지만, 그것 뿐만이 아니였어. 그가 무서운 그 사진을 확인해보면, 1장만, 뭔가 이상한 사진이 들어있었어"
"...이,이상한... 건?"
"......그 사진을 확대해보면......"
"..."
"-확실히 여성은, 카메라를 바라보며 웃고 있었던 거야"
"......힉!!"
"...뭐어, 소문이지만"
비굴한 미소를 보다 일그러트려 A야가 말한다.
"하하, 또 오늘은 굉장히 무서운 이야기네"
아까까지 무서운 이야기는 없었던 것 처럼 미소로 A야에게 말을 거는 것은C타. 색소 옅은 부드러워 보이는 고양이 털에 사람 좋아 보이는 처진 눈을 하고 있어, 일반적으로 이케멘으로 불릴 듯한 외모다.
"그럴까? 무척 재미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하지만 말이야"
"다,당신.. 변함없이 악취미네......"
귀여운 비명을 지른 후, 겨우 입을 연 것은 B코. 예쁘게 손질한 숏컷 머리도 색소가 옅다, 그 아래에서 엿봐도 반듯한 이목구비는 학교에서도 틀림없이 톱 클래스에 들어갈 미소녀다. 평소엔 청초하고 어른스러워서, 누구에게나 인상 좋지만, 이 교실 안에서는 그 미목수려한 우등생이라는 가면이 조금 느슨해져, 평소엔 보이지 않을 듯한 욕지거리를 쓴다.
나는 그 표정이, 무척 좋았다.
"......B코짱의 이중성도, 상당히 악취미라고 생각해요?"
나는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그렇게 말한다.
"이중성이라니...당신 사람을 다중인격 처럼 말하지마"
"솔직히 조금 의심스런 레벨이예요?"
".....D네.....당신 말이야....."
B코는 뭔가 말하려고 하지만, 그것을 포기하고, 한숨을 쉬며 의자에 고쳐 앉았다.
-D네.
그것이 내 이름.
이 교실에 모이는, 언제나 보이는 얼굴 하나.
B코에 비하면 검고 무겁고 긴 머리카락. 표정은 결코 풍부하다고 말할 수 없겠지. 별반 특히 특징이 있는 것도 아닌, 평범한 여자아이.
...... 아니, 어느 쪽인가 하면 A야 처럼, 어두운 인상을 주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그 밖에도 말이야, 비슷한 이야기로, 이런 이야기도 있어"
A야기 피식 웃고 계속한다.
"...... 또, 또있는거야?"
"응, 창가의 여성이라는 이야기인데 말이야.....? 어떤 학생이, 학원에서 돌아가는 길, 좁은 길을 지나 돌아가고 있었어, 그런데 문득 길가에 있는 맨션을 봤는데 말이야, 창문에서 이쪽을 보고 웃고 있는 여성이 있었다고"
"흐-음. 뭔가 멋진 이야기뿐이네?"
C타가 웃으며 말한다.
"...... 응, 무척이나. 그래서, 그 날은 그대로 돌아갔지만, 다음날도, 그 다음 날도 그녀는 그 시간, 창가에 있었다고. 하지만 그가 손을 흔들어도 전혀 반응 없음, 그녀는 그저, 창가에 서 있을 뿐......'
"......응"
"어느 날, 너무 신경 쓰여 어쩔 수 없게 된 그는, 낮에 그 길에 가본 거야. 그러면, 그날도, 그 여자는 창가에 있다......"
"......어떻게된거야......?"
"계속 계-속 창가에 있다니 이상해, 그렇게 생각한 그는, 의심하고 빤히 그녀를 본 거야, 그러면....."
"-그것은 목 매달린 시체였어"
"....!"
"그녀는 누군가에게 발견될 일도 없이, 오랫동안 그렇게,공허한 눈으로 이쪽을 보고 있었어. 학생의 통보가 있어서 경찰이 조사하면, 시체는 이제 어찌할 수도 없을 정도로 부패해있었던 모양이야....."
교실 안이 순간 정적이 둘러싸인다.
A야는 손바닥으로 얼굴을 숨기는 듯이 웃음을 참고 있다.
.....정말, 기분 나쁘다. 하지만, A야의 소문 이야기는 언제나 우수하다.
우린 그런 식으로 언제나 도시 전설이라던가, 그런 부류의 소문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다.
오컬트 연구회 같은 것이지만, 부활도 동호회도 아닌 그저 그냥 모여서 이야기 하고 있을 뿐.
모이는 날이 절해져 있는 것도, 할당량이 있는 것도 아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특히 오컬트 같은 것에 흥미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여기에 있을 때의 B코는 즐거운듯하고, 무엇보다 학교에서도 인기인 B코와 이야기 하는 것이 가능한 것은, 이곳뿐인 것이였다.
나는 그저, B코와 함께 있고 싶으니까, 이곳에 왔다.
정말로, 그저, 그것뿐 이었다.
"아, 슬슬 나는 돌아갈까"
오랜 시간이 지난 후, C타가 그렇게 말하고 가방을 잡았다.
"나도 슬슬....윽, 역시, 그 인형, 신경 쓰여"
B코가 C타의 가방에 달려 있는 인형을 손가락 끝으로 튕기면서 그렇게 말했다.
"에-, 귀여운데? D네짱도, 그렇게 생각하지?"
"아니요, 티끌만큼도 귀엽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나는 피식 웃고 그렇게 말했다.
C타는 그래도 미소를 부수지 않고,
"아하하, D네짱 다운 말투네"
라고, 말했다.
"......인형이라 하면, 도시 전설인 혼자 하는 숨바꼭질에서도, 인형을 쓰네"
A야도 오늘은 돌아갈 모양으로, 가방을 손에 쥔다.
"혼자 하는 숨바꼭질?"
"응, 인형을 쓰는 강령술 같은 것의 일종일까. 최종적으로는 그것을 찢어버려야 하는 모양이지만 말이야"
".....흐-음, 아, 인형 하면 나는 A야와의 어렸을 적이 생각나네"
".....응?"
"으으응. 그저, 혹시 혼자 하는 숨바꼭질을 하더라도, 그 인형은 쓰지 말아줬으면 하고"
".....무슨소리?"
"아무것도 아냐"
C타는 미소 지은 채 였다.
- 어렸을적, 인형......
뭘까, 확실히, 나, 어렸을 적, 소중히, 소중히 하고 있었던 인형이 있었다.
그래, 이름은, 리리카. 친구로, 그렇게나, 그렇게나 좋아 했는데......
-지금, 어디에 있는 거지?
".....D네? 돌아가지 않아?"
"!"
정신이 들면 B코가 교실 문에서 부르고 있다.
"......아, 돌아가요- 미안해"
"......?"
나는 가방을 쥐고, 복도 쪽으로 잰걸음으로 달려갔다.
집으로 돌아가는 중, 모두와 헤어진 후에도, 계속 신경 쓰였다.
어렸을적 좋아했던, 인형......
나는 어째서 그렇게나 리리카를 좋아했던 거지?
...어째서, 가지고 놀지 않게 된거지......?
아주 최근 생각해 낸 듯한 기분이 드는데, 떠올릴 수가 없다.
이 가슴의 웅성거림은 대체......
집에 돌아가면 나는, 인형을 두었을 가능성이 있는 장소를 모두 찾아봤다.
방의 크로셋 속, 헛간 안...... 하지만, 어딜 찾아도, 찾을 수 없었다.
-대체, 리리카는 어디에 있는 거지......
*
다음날 방과 후, 나는 B코와 합류하면 오늘도 구 교사로 행했다.
2층으로 올라가, 전 음악실의 문을 열면, 그곳엔 이미 선객이 있다.
"......오야? 오늘도 굉장히 화났네?"
C타다. 화났다는 건, B코를 말하는 거겠지.
오늘 학교에서 퍼졌던 소문 건으로, 확실히 B코는 부들부들 떨고 있다.
"...... 당신의 소꿉친구는 역시 어떻게 안 되는 거야?"
나와 B코는 자신의 물건을 놓고, 어쩐지 평소 이쯤이라는 자리에 앉았다.
"아아, 그 소문? 걸작이지? 변함 없이 최고야"
"......당신 말이야......"
B코가 일어서려고 한 참에, 재차 교실의 문이 결리는 소리가 났다.
".......야아"
-A야다.
"야아가 아냐..... 당신의 악취미는 좋은데, 남을 재료로 쓰는 거, 이제 그만해 줄래?"
"...... 무슨 말일까?"
"......어제의 계속, 시치미 떼는 거 아냐. 소문이 악화했잖아"
B코는 분노를 필사적으로 억누른다.
"자아, 아니 땐 굴뚝에는 연기가 나지 않아. 나는 조금 장난으로 농담한 것뿐 아냐"
"......당신 말이야"
"지금 너를 우연히 누군가가 봤다간, 분명 가짜라고 생각하는 게 아닐까?"
"정말로 이제 그만 적당히......!"
"...... 그건 그렇고, 최근 조금 신경 쓰이는 게 있어"
드디어 B코가 A야를 추궁하려는 참에, A야가 돌연 말을 자른다.
"기분 탓인지, 또는 뭔가의 괴기현상일지도 모르지만"
"......괴기현상?"
의자에서 일어서있던 B코는, A야를 향해 고쳐 앉았다.
"그래, 최근 아침에 일어날 때 말이야, 확실히 누군가의 시건을 느끼는거야"
"가족...... 같은 건 아닙니까?"
"응, 양친은 빨리 나가니까 말이야"
"그런 게 아니라도 좀 더 이렇게, 제삼자의 시선을 느끼는 거야..... 마치, 세상의 위에서 누군가 엿보고 있는 듯한 감각...... 물론, 뒤돌아봐도 아무도 없어, 그런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
"......후-음"
"집동자라던가, 그런 거 일까....."
"메리씨면 전화라던가 거는 거지?"
"으-음......"
A야가 한번 호흡하고 더욱더 계속했다.
"하나, 신경 쓰이는 게 있는데"
"뭐야?"
"요전, 콧쿠리씨를 했잖아? 나와 B코와 C타 세명이서......"
"아아......"
"-그 다음날부터 말인데, 시선을 느끼게 됐어...... 그래서 이것은, 종언의 서표 탓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고 있어......"
"......"
"......"
"......"
"......"
-종언의 서표
A야에게서 들은 이야기에 의하면, 이 학교의 어딘가에 종언의 책과 종언의 서표라는 것이 숨겨져 있는 모양이다. 그 책에는 이 세상에 있는 모든 소문이 기재돼있고, 서표가 끼워진 페이지를 열면, 그 소문이 현실이 돼버린다는 것이다.
소문만으로 들으면 아무 일도 없다. 하지만, 우리에겐 이 소문이 다른 소문과는 다른, 중요한 것이라는 이유가 있다.
-아무래도, 이 책과 서표는 존재하는 모양이야.
딱 10년 전, 이 구 교사가 실질적으로 쓰이지 않게 된 때, 이 학교에서 불가사의한 연속살인이 일어났다.
이것은, 신문에도 기재돼있는 사실인 모양이다.
어느 선생님에게 물어도, 부자연스러운 답밖에 돌아오지 않는다.
하지만, 이 학교의 어느 학생이나 한번은 들어본 유명한 이야기 이다.
어째서 그런 옛날 사건을 대부분 학생이 알고 있느냐 하면, 그것은 물론 사건이 마치 괴담 같은 형태로 전해 내려오고 있어서이다.
-10년 전 그 사건도...... 그들이 종언의 서표를 손에 넣어서다.
그런 식으로 종언의 서표에 관한 소문은 10년 전 사건과 함께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A야의 발견을 계기로, 우리 활동은 갑자기 활발해졌다.
-그 발견이라는 것이, 10년 전의 일기다.
10년 전 이 구 교사에서도 똑같이 오컬트 이야기를 모으고 있던 학생들에 의한, 교환일기.
그들이 모은 이야기는, 이제까지 들어본 적도 없는 것이 많았다.
그리고 그중에 종언의 책과 종언의 서표라는, 이제까지 이 학교에 전해 내려오는 전설에 접해있었다.
그들은 그것들을 손에 넣어, 그리고......----- 죽었다.
이제까지 일주일에 한 번 모일까 말까 하는 정도였지만, 지금은 거의 매일같이 누군가가 이 교실에 있다.
수일 전에도, 실제로 일기에 쓰여있는 방법으로, 콧쿠리씨를 해서 시험해 본듯하다.
그때 나는 없었지만, 막상 시작하려고 하니 터무니없는 감각에 덮쳐져, 두려운 나머지 도중에 그만둬버린 모양이다.
오늘은 구 교사 맴버가 전원 모여 있다.
"...... 어쨌든, 지난번의 콧쿠리씨는 실패였어"
A야는 그 말을 입에 담고, 더욱더 계속한다.
"실패라니...."
"종언의 책도 종언의 서표도 손에 들어오지 않았지?"
"확실히, 룰 대로는 아니었지만...... 하지만......"
교실 안이 정적에 싸인다.
나는, 그의 다음 말을 예감해, 정말로 짜증 나겠지 하고, 그렇게 생각했다.
"......또 한 번 하자"
비밀anD시크II -평소 비일상-
다음날, 나는 아침부터 최악의 기분이었다.
어제, 그 구 교사에서 그런 일이 일어난 것도, 물론 그 이유 중 하나지만, 나는 진짜 공포라는 것을, 그때는 아직,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
"...... 또 한 번 하자"
A야의 말에 의해, 우린 일기에 쓰여있는 대로 콧쿠리씨를 시작했다.
하는 방법은 흔한 콧쿠리씨의 하는 방법인듯하다.
A3 사이즈 정도의 종이 한가운데 토리이를 그려, 그 좌우에 '네' 아니요'를 쓴다. 그 아래에 우측에서부터 '아이우에오. 카키쿠케코......'하고 오십 음을 써, 더욱더 숫자를 1~10까지 쓴다.
코인은 A야가 가지고 있던 10엔을 쓰기로 했다.
모두 10엔에 집게손가락을 놓는다. 사람 수가 많아서, 조금 손가락을 놓기 힘들다.
커튼을 닫고, 방을 새까맣게 해서, TV를 켜고 그 빛만으로 행한다.
"콧쿠리씨, 콧쿠리씨, 혹시 오셨다면, '네'의 위치까지 가주세요"
10엔은 천천히 '네'의 위치까이 움직였다.
지난번엔 이 이상 진행하기가 무서워, 여기서 종료한 모양이다.
"이제부터, 모두 하나씩 질문을 해간다, 먼저......D네......"
"자아, D네에게 좋아하는 사람이 있습니까?"
"그런 시시한 질문으로 괜찮습니까?"
B코가 장난처럼 말한 질문에, 나는 표정을 바꾸지 않고 말한다.
"아, 움직였다"
"......'네'라고......"
"D네! 좋아하는 사람 있어!?"
"에? 하지만, 전, B코짱을 정말 좋아하니까"
만면의 미소로 답한다. B코는 그 답이 이해 가지 않는 듯해서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후후훗, 변함없이 B코는 D네에게 약하네"
"짜증 나"
장난치는 듯이 보이지만, 그 뒷말이 나오지 않는 걸 느낀다.
모두, 뭔가가 일어나길 바라는 마음과,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길 바라는 모순된 마음을 품고 있는 거겠지.
"자아 B코짱에게는 좋아하는 사람이 있습니까?"
나는 장난치는 분위기로, B코에게 질문을 돌려줬다.
"잠깐! D네! 뭐 묻고 있는 거야!?"
"후후훗, 답례입니다"
토리이의 위치까지 돌아가 있던 10엔은, 천천히 이동해 간다.
"......아,아...... 정말......"
B코가 허둥대고 있다.
허둥대는 모습도 귀엽다고 생각하면서, 나는 B코를 바라봤다.
그리고 10엔은 '네'의 위치에서 멈췄다.
......뭐어, 그렇겠죠.
"'네'라니...흐-음......"
"잠깐 A야! 뭐, 뭐야 그 흥미 있습니다. 같은 태도는!"
"......아니, 그런 답을 모를 듯한 질문을 해도 어쩔 수 없고"
A야가 이런 이런,하는 분위기로 말했다.
"......그, 그렇지만......"
B코는 조금 주늑든 듯한 얼굴을 하면, 화제를 바꾸기 위해선지, 바로 다른 질문을 했다.
"아, 그, 그럼말이야, A야의 어제 저녁밥은 물고기다!"
"......뭐야 그거?"
그 질문에, A야는 질린듯한 얼굴을 하고 있다.
".....하, 하지만 답을 알 수 있겠죠?"
"......뭐 그렇지만......"
"아, 움직였다"
"......'아니요'라고...... 뭘 먹었어?"
"...... 햄버그"
"그, 그럼 맞은거네..... 콧쿠리씨 콧쿠리씨 토리이 위치 까지 돌아가 주세요"
"햄버그, A야네 집은 햄버그 맛있지, 또 먹고 싶네"
C타가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A야는 그것을 듣고있었던 것인지 듣고 있지 않았던 것인지, 특히 반응은 없는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은 어떨까?"
C타가 소리를 조금 크게 해, A야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내 집에 옛날에 있던 인형은, 고양이 인형이다"
"에?"
"어떻게 된 거야?"
"......아, 움직였다"
콧쿠리씨는 '아니요'로 이동해갔다.
"C타,이거 무슨.....?"
"콧쿠리씨가 제대로 맞추는지, 모르잖아? 그러니까, A야도 아는 질문으로 하려고 생각해서...... A야, 내 집에 있던 인형은, 무슨 인형이었는지...... 알지?"
"......"
A야는 조금 생각하고, 이렇게 말했다.
"......토끼야"
C타의 표정이 아무래도 일그러진듯한 기분이 들었지만, 나는 잘 보이지 않았다.
B코도 상황이 잘 이해 가지 않는 모양이다.
순간의 침묵 후, 나는 ,뭔가를 말하려고 입을 열었다...... 그때였다.
-지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
""""---!?""""
돌연, 구 교사에 설치돼 있던 낡은 브라운관 TV가 노이즈를 내며 점등했다.
"뭐야?"
"꺄아아아아아!"
"......설마!"
"......"
'- 한 명의 배신자 여우에 의해 게임은 시작됐다"
무기질적인 목소리가 교실에 울린다.
마치 뇌에 직접 흘려 넣는 듯한 불쾌한 노이즈.
"빠져나가려면 이하의 조건에 주의해, 종언을 맞이해라.

-자아, 즐거운 종언 게임의 시작"
게임의 종언을 맞이하려면 여우를 죽여라.
여우를 찾아내지 못하면, 그 이외는 죽는다.
여우를 찾으면서 콧쿠리씨의 부탁을 따라라.
콧쿠리씨의 부탁은 편지로 전달된다.
콧쿠리씨의 부탁을 수행하는 유효기간은 일주일으로 한다.
부탁을 들어주지 않는 경우는 죽는다.
지시의 수행을 방치한 경우에도 죽는다.
부탁 내용을 외부에 보이거나, 알리는 경우에는, 알게 된 그 사람이 죽는다.
이 게임은 종언을 맞이할 때까지 절대 빠져나갈 수 없다....... 절대로.
담담하게 말하는 의미 모를 말의 나열.
질 나쁜 농담이라고 웃으며 날려주고 싶지만, 절대적인 공포가, 한번 경험한 적 있는 듯한 절망적인 미래의 예감이, 모두에게, 이것이 예삿일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큭"
-지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
C타가 겨우 소리를 짜낸 참에, 재차 격한 노이즈.
액정에 비친 남자의 얼굴이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듯이 일그러져, 미소와 곤란한 얼굴과 우는 얼굴과 화난 얼굴을 오간다.
-그리고 방문하는 정적.
"......뭐, 뭔가요.....바, 방금......?"
"...... 몰라"
"...... 여우? 배신자라고......?"
".....지, 질 나쁜 농담이겠죠......?"
"......"
일동은 침묵해, 서로를 봤다.
옅은 어둠 속의 방안, 누구나 창백한 얼굴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상당히 긴 시간...... 실제로는 1분도 채우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침묵은 이어졌다. 그리고 누군가의'...... 알던 오늘은 돌아가자....."란 목소리에 재촉하는 듯이, 우린 학교를 뒤로했다.
나는 입에 돌아와서도, 말할것도 없는 불안감을 기억해, 꿈이었으면 좋겠다고 빌면서, 그대로 침대로 들어갔다.
*
- 그리고 다음날, 이것이 꿈이 아닌, 진짜 공포의 시작이었단걸 안다.
아니, 혹시,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되풀이되는 악몽 속에서 미아가 된걸지도 몰라.
아침에 잠깐 조는 중, 나는 침대 일부에 조그만 위화감을 기억했다.
확실히 눌리는 듯한 감각..... 악몽? 아니, 달라.... 뭔가가 올라가 있다. 그렇게 무겁지는 않다.
두려워하며 이불을 걷으면, 툭 하고 중량감을 느끼게 하는 소리를 내며 침대에서 그것은 떨어졌다.
새까만 표지.
사전보다도 크고, 오래된 책 표지.
......그리고, 그곳에 끼워진......서표.
"......힛!"
나는 순간적으로 이것이 '좋지 않은 것'이라고 느꼈다.
피부 감각으로 안다. 이것은, 놀이도 농담도 아니다.
*피부감각- 오랫동안 몸에 익혀 숙련된 감각.
-진짜 종언의 책과 종언의 서표다.
"......어, 어째서......!?"
나는 공포로 동요한 나머지, 그 이상 소리를 낼 수 없었다.
그리고 오랫동안, 책을 바라보는 채로 나는 침대 위에서 굳어있다.
대체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난 거지.
정신적으로 우울해진 참에, 나는 그 책을 가방 안에 넣어버렸다.
그리고 빨리 준비하면, 학교로 발걸음을 서둘렀다.
한번 혼란해서 인지, 마음은 묘하게 고요했다.
이 책을 어떻게든 버리면 된다.
나에게는 아직 편지라는 녀석이 도착하지 않았다. 편지가 도착하기 전에 이 책과 서표를 버리는 것이 가능하면 게임은 시작하지 않고 끝나지 않을까, 그런 식으로 안이하게 생각해 버렸다.
이 책만...... 이책만......!!
"어라? D네짱, 좋은아침~!"
신발장에 도착한 곳에서 돌연 뒤에서 말을 건다.
클레스 메이트인 여자아이, 확실히 육상부 소속으로,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밝은, 클래스에서도 언제나 중심에 있을듯한 아이. 그래서 그런고로 나에게도 가끔 말을 걸어준다.
나는, 그녀의 그런 친절에 대해서 반대로 원한을 품을 정도로 비굴하진 않지만, 그것은 무척 위선적이네, 하고 생각했다.
사실은 어려운 주제에, 무엇을 생각하는지 모르겠어라고 생각하는 주제에, 무리해서 말 걸지 않아도 괜찮은데.
"빠르네! 나는 말이야, 아침연습이 있어 항상 이 정도인데......"
"......그래......나, 급해서......'
나는 대화도 그냥저냥으로, 신발장을 열고 그곳을 떠나려고 했다.
하지만, 거기에, 있어선 안 될 물건이 눈에 들어왔다.
신발장 안에, 한 통의 편지.
그 영상이, 오한과 함께 몸 안을 달려나갔다.
"......큭!"
"응? 어라? D네짱, 그 편지 뭐야~? 저기, 혹시...... 러브레터-?"
나는 이런, 하고 생각했다.
그녀는 그 성격에 이 편지의 내용을 보려고 하겠지, 하지만, 이것은......
부탁 내용을 외부에 보이거나, 알리는 경우에는, 알게 된 그 사람이 죽는다.
아니, 설마 그런. 하지만, 안된다. 혹시 이것이, 이것이 진짜라면.....!
내가 머릿속에서 이래저래 생각을 돌리는 중에, 그녀가 돌연 그 편지에 손을 뻗었다.
".....앗!"
"괜찮아 괜찮아! 이런 건 친구에게 상담하는 편이 좋다고~"
안된다, 하지만, 그런 일이...... 있을 리가 없어...... 이것이, 그 편지로 정해진 것도 아니고...... 하지만, 이것이 역시 진짜라면......!
"......안돼"
".................................................................................................................................................................................................................................................................................................................................................................뭐야 이거?"
"---큭!"
이미 편지를 열어버린 그녀의 표정에서, 일체의 감정이 사라져, 완전히 새하얀 표정인 채로, 그녀는 그렇게 말했다.
그 후, 더러운 것이라도 보는 듯이 나를 노려보고, 편지를 가진 채로, 뭔가를 중얼거리는 채로 교사 안으로 걸어간다.
나는 그저 두려운 나머지 그곳에서 움직이지 못하게 돼버렸다.
*
그리고 방과 후, 나는 아직 편지의 내용도 모르고, 책도 서표도 버리지 않은 채이지만, 구 교사로 다리를 옮겼다. 그곳에는 이미 모두가 모여있다.
"......!"
B코는 순간 이쪽을 보고, 바로 얼굴을 반대 방향으로 돌렸다.
어떻게 된 거지, 혹시, 그녀에게도 이미 뭔가 이상한 일이 일어난 걸지도 몰라.
나는 평정을 가장하면서, 모두의 이야기에 끼어든다.
"......결국, 어제는...... 뭐였을까요?"
".....지금 단계에서는 몰라...... 그냥 공들인 장난이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해..... 분하지만......"
A야의 말에 조금 안도한 듯이 B코가 얼굴을 든다.
말하지 않아. 나에게 종언의 서표가 도착했다고, 말하지 않아.
"......하지만, 혹시 정말이라면, 이 중에 하나....."
"---그만둬!"
B코는 돌연 부르짖고, 귀를 막는 듯이 머리를 감싼다.
나는 그 모습이 무척 귀엽다고 생각했다.
필시, 내 정신상태도 지금, 정상이 아니겠지.
나는 두렵다던가, 무섭다는 감정을 잘 표현 할 수 없다. 그만큼, 정말 좋아하는 B코가 대신 겁내주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 기뻐진 것이다.
나는, 판단력도 저하된 상태로, 무음으로 사진을 찍는 어플을 조작해, 언제나 하는 것처럼 B코에게 숨기고 사진을 찍으려 했다.
액정 너머 B코를 보면, 마침 창밖에서 들어오려는 서쪽 해가 역광처럼 된것이 멋졌다.
셔터 버튼을 누르려고 한 참에, 뭔가의 위화감을 기억했다.
-텅!!!
돌연 굉장한 소리가 울리면, 우리가 있는 구교사의 음악실 창문에 거대한 그림자가 나타났다.
-그것은, 인영이었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한 박자 늦은 B코의 절규가 들린다.
나는 두려운 나머지, 그 인영에서 눈을 떼지도 못하게 됐다.
그 인영은, 그녀였다. 오늘 아침 내 편지를 보아버린, 육상부의......
그녀는 지금, 2층의 허공에 떠서, 교실 안을 엿보는 듯한 형태가 돼 있다.
옥상에서 뻗어있는 로프가, 그녀의 목을 지지해,공허한 눈과 눈이 맞는다.
"......차, 창가의 여성이다......"
A야가 공포에 굳어 반쯤 웃는 표정으로 떨고 있다.
"......누, 누군갈.... 불러야......"
C타도 겁먹었다.
하지만 모른다. 나는, 나는, 내 공포는 너흰 일절 몰라......!!
부탁 내용을 외부에 보이거나, 알리는 경우에는, 알게 된 그 사람이 죽는다.
이 게임은 진짜로,
이 책도 서표도 진짜로,
어떻게든 해야......!
눈앞의, 이, 공허한 눈의, 그녀처럼......!!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죽어. 죽어.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그 기억은 애매하다.
어딘가에서 선생님들이 와서, 그 후 경찰 같은 것에 가볍게 이야기하는 것으로 우리는 빨리 돌아가도록 풀려났다.
경찰의 단편적인 정보로, 후에 들은 이야기는, 이번 사건은 명확히 불명인 점이 않는 모양이다.
구 교사의 옥상은 애초에 출입이 되지 않게 되어있어, 사건 후 옥상에 가도ㅡ 유일한 문은 자물쇠로 채워진 채였다.
더욱더, 옥상은 신 교사의 4층 배란다에서 잘 보여, 사건이 일어난 그 시간에도, 취주악부의 몇 명이 배란다에 있었던 모양이지만, 누군가 있었던 듯한 기척은 없었던 모양이다.
로프는 옥상에 있는 목책 너머 3미터 정도되는 폴 윗부분에 엄중하게 묶여있었다.
한 번 목책을 넘어, 폴을 오르지 않으면 어려운 위치.
그런 장소에 로프를 묶고 있었다간, 확실하게 신 교사의 누군가가 알아차리겠지.
즉, 이것은 불가능 살인...... 아니, 불가능 자살이다.
밤에는 일부 미디어가 블가사의한 사건을 도보해, 학교는 일단 일주일간의 휴교를 정했다.
나는 어떻게 돌아왔는지도 기억하지 않지만, 집에 돌아오고 나서도, 그 공허한 눈이 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어, 진정할 수 없었다.
머릿속이 새하얀 채로, 가방을 누려고 한 참에, 위화감을 깨닫는다.
......가방이 이상하게 가벼웠다.
천천히 가방 속을 확인하면, 역시, 어느 사인가 종언의 책과 종언의 서표가 사라졌다.
대신, 그 여학생이 가지고 가버린, 그 편지가 들어있다.
"......큭!"
콧쿠리씨의 부탁은 편지로 전달된다.
콧쿠리씨의 부탁을 수행하는 유효기간은 일주일으로 한다.
부탁을 들어주지 않는 경우는 죽는다.
이 게임은 종언을 맞이할 때까지 절대 빠져나갈 수 없다....... 절대로.
도망가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나는, 그 편지에서 도망칠 수 없다....
각오를 정한 나는, 천천히 그 봉투에서 편지지를 꺼내, 안을 열었다.
- 혼자 하는 숨바꼭질 제작자: D네-
"......역시......"
예상하고 있던 절망이 습격한다.
그 아이는 내 탓으로, 내가 멈추지 못한 탓으로, 여우에 의해 살해당한 것이다.
내 탓에, 내 탓에......
수 시간전의 기억이 플래쉬 백한다.
밝고 결코 나쁜 인간은 아닐 그 아이가, 마지막에 보인 추악한 표정.
눈을 감고,귀를 막고 필사적으로 잊으려 하지만, 그 표정이, 어떻게든 잊히지않는다. 그리고, 구 교사 밖에서 보고 있던 그, 그, 공허한 눈......!
나는 매달리는 듯한 기분으로 휴대폰을 쥐었다, 그 아이의 죽음은 내 탓이라고, B코에게 전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바로 다른 누군가에게 편지에 대해 전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 손을 멈춘다.
이 이상, 내 탓에 사람을 휘말리게 하고 싶지 않다.
나는 살짝 숨어서 찍은 B코의 사진을 보고, 적어도 정신적인 진정을 취하려고 생각했다.
사진을 보면, 그곳에는 방금 사진을 찍은 B코의 사진이 있다.
하지만, 그곳에 어째선지 같은 사진이 5장이나 들어있다.
아니, 이것은, 같은 사진이 아니다.
사진을 찍을 때 기억한 위화감. 그것은, 어째선지 연속촬영 모드가 되어있었다.
나는, 깊게 생각하지 않고 1장 1장을 끄게 표시시켜, 확인해간다.
...... 잘 생각하면 판단력이 낮아졌다고 생각한다.
어느 사진도 겁먹은 B코가 귀엽게 찍혀있다.
빨아들이는 듯이, 암시에 걸린 듯이, 1장, 2장, 3장, 4장을 표시시켜, 마지막 5장 째를 표시시킨 것으로, 나는 소리 없는 비명을 질렀다.
"......!"
그곳에는 이쪽을 향해 미소 짓는, 육상부 클래스 메이트가 찍혀있다.
낙하의 순간인데 확실히 내 쪽을 향하고 미소 짓고 있다.
A야의 이야기를 떠올린다. 창가의 여성 웃는 자살자.
"......싫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그 후로 몇 시간이 지났는지 모른다.
현실은...... 이, 이야기 속 같은 현실은 변할 리도 없이, 눈앞에는 편지가 놓인 채로다.
나의 마음은 훨씬 전에 허용량을 넘어버린 것인가, 그게 아니면, 드디어 뭔가의 결심이 난것인가, 불안을 품은 채로 어떤 것의, 하나의 방향으로 수습하기로 했다.
나는 훨씬 전에 이 게임에 휘말려 들었다.
한 번 더 게임의 룰을 떠올린다.
게임의 종언을 맞이하려면 여우를 죽여라.
죽인다? 그런 건 무리인 게 당연해......
하지만, 여우를 찾아내지 않으면 나는 확실히 살해당한다......
돌연, 거친, 흔해 빠진 비극.
"......어째서......"
하지만, 어쨌든, 어떻게든 해야......
나는 도망가버리고 싶은 마음과, 어디로도 도망가고 싶지 않은 절망감의 사이에서 오열을 흘리면서, 먼저 여우를 찾아보기로 정했다......
비밀anD시크 III -초여름의 소문-
다음날부터 나는 빨리 행동을 시작한다.
먼저, 정보를 모르는 것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모으는 정보는 10년 전의 사건에 대해서다.
A야의 이야기나, 학교에서 전해지는 소문에 의하면, 10년 전, 구교사에 모인 네 명의 학생들이 변사체로 발견됐다는 것이다. 소문으론, 그들은 종언의 서표를 손에 넣어 버려 죽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실제 일어난 사건이라면, 좀 더 다른 일도 기록돼 있을 것이다.
나는 먼저 학교 도서 자료실에 향하기 위해, 거리로 향했다.
밖은 온도가 높아, 빨리 걸으면, 살짝 땀으로 옷이 달라 붙어, 독특한 불쾌감을 주고 있다.
학교와 집 사이에 있는 쇼핑몰 근처를 지나면, 그곳에는 몇 명의 아는 사람을 찾아내는 것이 가능했다.
그들에게는, 동급생의 자살도, 불가사의한 죽음도, 현실미 따윈 없는 픽션에서나 나오는 듯이 느끼고 있겠지, 이번 휴교도 그냥 방학으로 밖에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안에는 필시 커플인 남녀도 보인다.
나는 그것을 보고ㅡ 평소 이상으로 불쾌감을 느낀 것이다.
......하지만, 거기서 생각지도 못한 인물을 찾아내게 된다.
착각 할리 없는, 언제나 보고 있던, 그 리본.
인간쓰레기 속에서도 유달리 눈에 띄는 귀여움.
-B코다.
어째서 그녀가 이런 곳에?
순간 그늘에 숨어 그녀를 감시한다.
그녀는 누군가를 찾고 있는 모양이다.
......설마, B코까지, 이런 상황 속에서......? 있을 리 없어, 그런 일, 있을 리 없어...... 아니야! 아니야!
그녀가 누군가를 찾은 듯이 달려간다.
그곳에 있는 누군가를 보려고 한 참에 돌연 바람이 불었다.
"......큭!"
뭔가가 들어 온 듯 해서, 눈과 콘택트렌즈 사이에 들어간 쓰레기가 내 눈을 아픔을 준다.
정말 수초였지만 B코에게서 시선을 떼고, 한 쪽 콘택트렌즈를 잠깐 뺐다.
한쪽 눈으로 봐선, 초점이 맞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그곳에는 이미, B코도 B코가 기다리고 있단 누군가도 찾을 수 없었다.
"......B코?"
-사라졌다? 아니야..... 도망갔다? 어째서? 무엇을 위해? 혹시, 내가 보고 있던 걸 알아서?
나는 여우에 대해 생각을 돌린다.
구 교사에 있던 누군가가 배신자. 하지만, 그것이 한 명인라 단정 지을 수 없다.
혹시, 나 이외의 모두가 배신자일 가능성도 있다.....
사고를 가로막는 듯이 머리를 흔들고 콘택트렌즈를 다시 넣기 위해 한번 쇼핑몰안 화장실로 향했다.
지금은 무슨 생각을 해도 답이 나오지 않아......
"....좋아"
나는 콘텍트렌즈를 다시 넣고 거울안 자신과 마주봤다.
...... 어라? 내 눈색......
한 순간 정말 한 순간, B코와 같은, 옅은 갈색 눈이 된 기분이 들었다. 다시 한번 보면, 평소대로, 검다......
......기분탓.....인가.
쇼핑몰을 나와 학교로 향했다.
학교는 휴교 중인 것도 있어, 사람의 기척도 없다.
며칠은 미디어 기자나 카메라맨이 있었던 모양이지만 현재는 사라졌다.
나는 뒷문으로 들어가면 교사 쪽을 향했다.
혹시 교사 자체가 열려있지 않을 가능성도 생각했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일부 교사가 나와 있는 모양이었다.
신 교사 안의 도서실과 도서 자료실로 향하는 곳에서, 나는 열쇠를 빌리지 않는 것을 깨달았다.
......혹시,열려있지 않을까?
도서실과 도서 자료실에는 이미 가까워서, 그런 것을 생각하면서 가보기로 했다.
그때는 '열려있지 않겠네'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것, 예상에 반해서, 도서실의 문은 열려있는 채였다.
......휴교 중에도 열어두는 걸까......?
천천히 자료실 방향으로 향해 지방신문 같은 것이 모여있는 코너로 향했다.
연대 별로 늘어 놓은 신문을 모아둔 파인더를 찾는다.
신문은 전 페이지가 보존 돼 있는 것도 아닌, 신문부가 지방 신문과 전국 신문에서 신경 쓰이는 기록 같은 것을 잘라 모아, 시대별로 모아든듯 하다.
혹시 학교에서 소문으로 들은 듯한 처참한 사건이 일어났다고 하면, 분명히 파일링해 뒀겠지.
나는 마침 10년전의 파인더를 손에 쥐면, 근처 책상 위에 그것을 펼치면서, 그것 같은 기사를 찾았다.
하지만, 페이지를 둘러봐도 둘러봐도, 그것 같은 기사를 찾아낼 수 없다.
그런 참에, 한 부의 기사가 슬쩍 사라진 흔적이 있다.
이것은, 어찌 생각해도, 여기에 10년 전 사건의 기록이 있었던 거겠지.
숨겼어? 그게 아니면......?
".....!"
나는 급히 시선을 느낀 기분이 들어 일어섰다. 하지만, 찾아봐도 아무도 없다......
나는 이제 이곳에 있어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 이 지역에 있는 시립도서관으로 향했다.
이 도서관은 통학로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다. 작은 도서관이라는 것과, 오늘은 평일 낮이 지났다는 것으로 나 외에는 이용자가 없는 모양이었다.
직원은 카운터에 한 명 뿐으로, 책장의 제일 깊은 테이블에 앉은 나는, 혼자뿐이라고 말해도 좋은 상태였다.
나는 여기서도 똑같이 지방 신문이 모여있는 파인더를 펼쳤다.
학교 것 보다도 많은 자료가 모여있는 모양으로, 목적인 기사를 찾아내기까지는 조금 시간이 걸려 버렸다.
하지만, 이곳은 확실히 10년 전의 기사가 남아 있다.
"......이거다......"
학교 부 활동 중에 사고가 4명이 사망---.
역시 현실에 있었던 일이었어......
들이밀어진 현실에 눈 앞이 캄캄해지는 것을 느끼면서도, 좀 더, 자세한 정보는 없는 것인가, 나는 몰두하고 다른 기록을 찾으려 했다, 너무나도 몰두하고 있어 바로 뒤에 있는 인영을 알아차리지도 못하고 있었다,
-툭
"......힉!"
돌연 어깨가 처진 것에 놀라서 돌아보면, 바로 뒤에는 면식 있는 인물이 서 있다.
B코다. 그 표정은 어째선지 혐오감 같은 것으로 넘쳐흐르고 있다.
"......어,어떻게 된 건가요.....? 이런 곳에----"
"뭐 하고 있어?"
"......에?"
"아까부터 뭐하고 있느냐고 묻고 있는 거야"
"...."
나에게 있어선 B코는 특별한 인물이었다. 나는 친구 이상의 호의를 품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만큼, 그녀를 휘말리게 하는 것만큼은, 절대로 하고 싶지 않았다.
무엇보다, 나는 그녀에게 미움받고 싶지 않았다.
"......아하, 어떻게 된 건가요? B코짱 뭔가 화나---"
"아까도! 쇼핑몰에서 누군가를 찾고있었지?"
"......에?"
"나....? 여기도, 앞질러 가려고?"
"B코짱,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사고 회로가 혼선됐다. B코는 대체 무엇에 겁먹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 거지? 이래서는 마치, 나를---.
"나, 봤어!"
"......에?"
"......그날, 신발장에서......"
상상속의 제일 최악인 패턴이 머리를 스친다. 부탁이야, 그것만은, 그것만큼은 하지 마!
"당신이 편지를 보여준것..... 당신이 그녀를 죽인거죠!"
"......아,아니야......."
"이제 싫어 이제 그만둬! 여우도, 혹시 D네가 아닌가 하고, 나...... 그렇다면, 그렇다면 이제...... 이런 악몽 끝나게 해줘......!"
"......B짱, 아닙니다...... 나는...."
뭔가를 말해도 그녀를 안심시킬 수 없겠지.
분명, 쇼핑몰에 있었던 것도......
알고 있었다, 이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지금, 무엇을 말하든 신뢰는 받을 수 없겠지.
-그렇다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
"......B코짱"
"......뭐, 뭐야......"
"내가, B코짱을 좋아한다고 말했어......"
"......에?"
그렇게 평소와 변함없은 최선의 미소를 나는 띠웠다.
"...... 거짓말이 아니니까요?...... 그거"
내내 서 있는 B코의 옆을 빠져나가, 나는 시립도서관을 뒤로했다.
앞으로 무슨일이 일어나더라도, 나는 이제, 괴로워 할 리 없다.
*
집으로 돌아오는 도중, 신사의 근처에서 재차 아는 얼굴을 찾아냈다.
"......D네짱?"
C타다. 평소처럼 미소를 띄우려 하지만, 그 표정을 짓기에는 힘이 없었다.
나는 조금 신사 안에 들어가 C타에서 말을 걸었다.
"......C타씨, 어찌 된 겁니까?"
"......으으응, 아무것도...... 아냐......"
"......?"
"...... 이상한 소릴 묻는 건데...... 오늘, 나와 만나거나.... 하지 않았지?"
"......? 오늘 만난.... 참인데도......?"
".......그렇네......"
C타는 조금 안도한 듯이 계속한다.
"...... 모두, 이상해졌어......"
"...... 어떻게 된 겁니까? 아까 만난 B코짱도 그렇습니다만...... 평소와 다른... 마치, 가짜 같았어요?"
가짜...... 그것은, 원래 있을 리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제정신으로 있을 리가 없다.
"......가짜.....인가....."
".....정말로 괜찮습니까?"
"......응......괜찮아....라고 말하고 싶지만, 말이야......"
"......그렇, 군요......"
긴 친묵.
"......C타씨는, 여우는 누구라고 생각합니,까?"
"......몰라......"
"저는,B코짱에게, 배신자가 아니냐고..... 그렇게 들었습니다......"
"......B코가......?"
"......네....."
"무리도 아냐.... 지금 상황은, 누구라도 불안해...... 나도 D네가 여우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그런 소릴 한 B코가 수상하다고 생각해......A야일지도 몰라......"
C타는 보다 더 피로감을 띄우고, 나를 향해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혹시, 혹시나, 야? D네짱이 여우의 정체를 알아내, 이 게임을 끝내는 것이 가능해지면......주저하지 않고, 단숨에.... 끝내줬으면 해"
게임을 끝낸다......
나는 여우의 정체를 모른다.
하지만, 한가지 가능한 것이 있다면, 자신이 배신자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한다는 것뿐......
앞으로의 내 행위로, 과연 뭔갈 알 수 있을지, 그게 아니면......?
"......네"
오랜 침묵 후, 나는 그렇게 답했다.
그리고 우린 그 이상의 말을 나누지 않고, 신사에서 멀어졌다.
- 빨리, 이 게임을, 끝내야.
비밀anD시크 IV-RE: -지금부터 내가......-
집으로 돌아와, 내 방에 들어가면 편지를 책상 위에 놓았다.
앞으로 나는 편지에 쓰여있는 도시 전설을 실행하기로 정했다.
콧쿠리씨의 부탁을 수행하는 유효기간은 일주일간으로 한다
부탁을 들어주지 않을 경우엔 죽는다.
지시의 수행을 방치한 경우에도 죽는다.
게임 룰에 의하면, 콧쿠리씨의 부탁을 수행하는 것으로 여우에 대해 뭔가 알 리는 없는 모양이다.
하지만, 이것을 실행하는 것으로 종언의 서표의 진상에 조금이라도 가까워질 기분이 든다.
게임은 아무리 불합리한 룰이라도, 그 룰에 따를 수밖에 없다.
편지 안에 쓰여있는 것은 혼자는 숨바꼭질이라는 도시 전설의 제작자가 나라는 것.
돌아가는 길에 그 도시 전설에 대해 검색해봤다. A야는 강령술이라고 말했지만,유명한 도시 전설인 모양으로 그것의 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세부하게 조사하는 것이 가능했다.
"......좋아"
나는 결심을 굳히고 콘택트렌즈를 빼고 안경을 쓴다.
한순간 부예지는 세상. 평소의 시야로 돌아온 참에......
-텅!!
책상 위에서 뭔가가 떨어졌다.
그것은, 찾아도 찾아도 나오지 않았던, 그 인형...... 리리카였다.
리리카는, 머리에 리본을 단 상태로 책상 위에서 공중에 매달린 상태가 돼 있다.
있을 리 없는 현실에 소름이 돋는다. 리리카의 공허한 눈이 육상부 여자아이와 링크되서 기억이 플래쉬 백한다.
사고가 한순간 정지하지만. 편의주의 리리카의 등장이 보다 더욱 나의 결심을 강고한 것으로 바꾼다.
"......나는..... 배신자 같은 게 아냐......!"
나는 휴대폰을 꺼내면 B코에게 메일을 보낸다.
Re:지금부터 제가 배신자가 아닌 것을 증명해 보입니다
송신완료를 확인하면 나는 드디어 혼자 하는 숨바꼭질을 실행하기로 했다.
*
먼저 손발이 있는 인형을 준비합니다. 이것은 정중히 준비한 리리카를 사용하기로 했다.
나는 확실히 그녀가 정말 좋고, 그녀에 가까가워 지고 싶다고 생각했다.
유소기 특징인 감정이 있는 것, 리리카는 나에게 있어선 확실히 친구였다.
언제나 이야기하고 사이 좋았던 일을 떠올리면, 앞으로 내가 그녀에게 해야만 하는 일에 가슴이 아프다.
다음으로, 쌀을 준비한다. 부엌으로 가지만 가족은 없는 모양이었다.
그대로 부엌에서 소금물을 만들어 컵에 준비하면, 거실로 향했다.
그리고, 바늘과 붉은 실, 가위와 커터칼을 손에 넣는다.
이제부터는, 게임을 시작하기 전의 단계로 들어간다.
나는 리리카에게 '미안......'이라고 중얼거리고 그녀의 배를 찢었다.
그리고, 그곳에 쌀과 자신의 손톱을 잘라 넣어 찢은 입구를 꿰맨다.
작업하는 사이 계속 누군가가 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 진정되질 않았다.
인형의 손이나 다리, 입에도 붉은 실을 꿰매보지만 언뜻 보기에도 무척 그로테스크한 것으로 보인다.
"......마치, 혈관 같아......"
나는 뻐끔하고 중얼거리고 다음으로 소금물을 가진 채로 양친의 침실 벽장 맹장지 깊숙이 그것을 가지고 갔다. 이것은, 숨을 장소에 두는 것 같다.
"......인형의 이름은 정해져 있어......"
이것으로 준비는 전부 됐다.
"......시작하자......"
나는 집안의 전기를 전부 끄고, 커튼을 닫고 TV만을 켰다. TV는 모래 폭풍 화면을 선택한다.
"첫 번째 술래는 D네니까. 첫 번째 술래는 D네니까. 첫 번째 술래는 D네니까---."
무표정인 채로 그렇게 말하고 화장실로 가 욕조에 리리카를 담갔다.
물이 어둠 속의 희미한 빛을 반사해 마치 살아있는 듯이 리리카의 표정을 일그러트린다.
그녀의 표정은 슬퍼하는 것 같기도 화나 있는 것 같기도 보인다.
나는 아주 조금 죄악감을 느꼈다.
리리카의 눈은 나를 바라보고, 나도 리리카의 눈을 바라봤다.
다음으로 침실에 돌아오면 꺼내둔 커터칼을 손에 쥐고 눈을 감고 10초 정도 센다.
하-나, 두-울, 세에-엣, 네에-엣, 다서-엇, 여서-엇, 일고-옵, 여더-얼, 아호-옵......
눈을 감고 있는 사이 내 바로 뒤에서 누군가가 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어,수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그것이 가까워지는 기분이 들어서, 나의 팔도 다리도 목도 공포가 달라붙었다.
-열.
"이제 됐니?"
그렇게 말하고 화장실로 가서 욕조의 덮개를 열어 리리카를 꺼내......
-배를 찌른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몇 번이고......! 푹 푹 푹.
서투르게 젖은 배의 틈에서 물이 들어가는 거겠지.
기분 나쁜 소리와 함께 뱃속에서 액체가 흘러나온다.
어둠 탓에 색이 확인되지 않아 액체는 마치 혈액처럼 보였다.
공허한 눈에도 물방울이 모여 마치 살아있는 듯이 이쪽을 바라보고 모여있던 물방울이 뺨에 닿는다.
"다음은 리리카가 술래. 다름은 리리카가 술래. 다음은 리리카가 술래......!"
내가 떨면서 목소리를 내면 한번 부엌으로 돌아가 커터칼을 둔 후 소금물을 둔 침실로 돌아가 벽장속 맹장지 안에 숨었다.
그리고 조금 후에 소금물을 입에 머금은 채로 나와 인형을 찾아서 컵에 남은 소금물과 입에 머금은 소금물을 순서대로 뿌려 '나의 승리'라고 3번 단언하면, 종료되는 모양이다. 벽장 깊숙이서 나는 이런저런 것을 생각한다.클래스 메리트인 그 육상부 여학생이나 리리카의 출현.콧쿠리씨 때 일어난 방송은 아직 장난으로 현실 가능할지도 모르지만......혹시, 혹시나...... 여우의 정체는...... 잠시 후, 돌연, 들릴 리 없는 소리가, 내 귀에 울렸다. 뚜벅 뚜벅 복도에 발소리가 울리고 있다.아무도 없을 복도에......어째서!?나는 숨을 죽이고 몸을 숨긴다.발소리는 차례차례로 가까워져 오는 모양이었다. 뚜벅 뚜벅 뚜벅 뚜벅 혹시 리리카가......!?나는 내 배가 똑같이 찢기는 미래를 상상한다.리리카는 내 배 속의 내장을 끄집어내고 이렇게 단언한다. "......내 승리야" 싫어 싫어 무서워 무서워 무서워 무서워 무서워 무서워 무서워 무서워 무서워 무서워 무서워 ! 뚜벅 뚜벅 뚜벅 뚜벅 뚜벅 뚜벅 뚜벅 뚜벅 나는 무심코 흘려버릴 듯한 목소리를 내 손바닥으로 누르면서 천천히 천천히 벽장 틈을 엿본다. -그곳에는 똑같이 이쪽을 엿보는 '눈'이 있다. "싫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 벽장의 맹장지를 열고 밖으로 뛰쳐나오면 그곳에는 내가 예상하지 못한 존재가 있다. 재빨리 도망치려는 내 손목이 붙잡힌다. 무심코 몸의 밸런스를 무너트려 바닥에 내던져진다. 나는 혼란해 짓듯 한 머리를 필사적으로 진정시키고 그것의 눈을 본다. "XXXXXXX!!" 귓가에 울리는 목소리가, 내 머리를 급속도로 냉각시켜, 몸속의 힘을 빼앗았다. "XXX의XX시XXXX너XXXXX다" -그렇게 말하고, 나는 마지막으로 킥하고 웃었다. CHAPTRER2그림자 밟기 싸움 제작자:C타 그림자 밟기 싸움 I -시점C와 스트랩 명- "당신의 소꿉친구! 정말 어떻게 안 되는 거야!?" 목조 2층 건물에서 그 2층에 있는 전 음악실에 화난 고함이 울려 퍼진다.목소리를 흘리고 있는 것은 학교에서도 제일 소문이 자자한 미소녀, B코다.재색겸비, 미목수려, 인상 좋은, 누구에게나 친절한..... 이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표면의 설정 같고, 이 구교사 전 음악실 안에서는 그녀는 오히려 성질이 사나운 쪽이겠지.B코의 뒤에는 그런 짜증 난 그녀를 싱글벙글하게 바라보고 있는 D네가 있다.긴 머리에 가는 몸, 어느 쪽인가 하면 어두워 보이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두 사람은 언제나 대체로 정해져 있는 듯한 위치에 물건을 두고 의자에 앉았다. "아아, 그 소문? 걸작이지?" 나는 피식 웃으면서 바보짓을 한다. "......당신말이지......" B코가 이쪽에게 추궁하려는 참에, 재차 교실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야아" -A야다. A야는 나와 소꿉친구로, 이 구 교사에 모이는 맴버 중 한명이었다.이발료를 들이지 않는 것 이겠지, 조금 습관이 된 머리털. 눈 아래에는 다크써클이 있고, 조금 삼백안 기미가 있어 기본적으로는 무표정. 겉치레로라도 호청년이라 말할 수 없는 외견을 하고 있다. "야아가 아니야...... 당신의 악취미는 좋은데, 남을 재료로 삼는 건 그만둬 줄래?" "....... 무슨 이야기일까?" "......시치미 떼는 거 아니야" B코는 분노를 억누르면서도, A야를 노려본다.화난 것은 필시 A야가 흘린 것일, 소문에 대해서였다.그 소문이라고 하는 것이 B코의 가짜가 배회하고 있다는 모양이다, 아니, 정확히는 도플갱어라고 말하는 걸까?어쨌든, A야는 그런 소문을 흘리는 것이 취미로, 더욱더 그런 소문을 퍼트리는 데 능숙하다.그저, 잘 생각해보면, A야는 나에 관한 소문을 흘린 적이 없었다.소꿉친구로 계속 함께 있어서 일까......? "......하아...... 이제 익숙해져서 괜찮지만......" B코는 A야를 추굴하여는 참이었지만, 한숨을 쉬고 자리에 고쳐앉았다. "......그래서, 소문으로 흘린, 도플갱어는 뭔가요?" D네가 질문한다. "......아아" A야가 한 쪽 입꼬리를 조금 올리고 그것에 답한다. "독일어로, 이중으로 걷는자라는 의미인데 말이야, 말 그대로, 특정 인물이 동시각에 완전히 다른곳에 나타나는...... 요컨데 가짜가 나온다는 초상현상이야" 가짜......네. "이 초상현상은 세계각지에서 목격담이 나오고있어, 유명한거야. 링컨이나,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도 체험했다고 말하고있어. 흔히 말하는보충 정보로는, 가짜는 본인과 관계있는 장소에서 목격된다, 가짜는 주면 인간과는 일체 대화하지 않아..... 그리고, 본인이 가까와 만나면...... 본인이 살해방해버리네......" '......살해당한다니, 그, 그러면 어떻게 되는거야......?" "글쎄, 많은 설이 있지만, 가짜가 그대로 본인을 대신한다. 그래도 주위에선 알아차리지 못해...... 그런느낌 아닐까?" 교실이 정적에 감싸인다. "......자, 나, 나는 진까니까! 랄까, 그런 질나쁜 소문 그만둬...... 기분 나쁘니까!" 소문이 흐른 본인으로서는, 확실히 방금 소문은 무서울지도 모른다.최종적인 결말이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런 이야기는, 이야기로서는 이류다.그저, 흔해 빠진 결말 보다도, 그 쪽이 상당히 리얼리티있을지도 모른다. 뭐어, 어떤 이유로 우린 이렇게 언제나 소문을 수집하고 있다.소문...... 이라곤 해도 내용은 대부분이 오컬트나 도시 전설으로 분류되는 것이다.이런 '입 찢어진 여자'나 '인면견'이나......그런 소문 이야기를 서로 주고받는 사이에 차례로 이 구 교사에 모이게 됐다.부활도 동호회도 아닌 A야가 모아오는 것이다.나나, D네는 원래 오컬트 같은데 흥미 없고, B코는 보이는 대로 뜻밖에도 무서워하면서 호기심은 있어도 조사해 오는 것은 좀 처럼 안되는 모양이었다. "......그러고 보니, 그 외에도 이런 소문, 알고 있어? 최근 알게 된 이야기인데 말이야, 웃는 자살자라는 이야기가 있어" A야가 재차 수집한 소문을 희희낙낙하게 말하기 시작했다.밖은 해가 떠 있지만 석양이 새빨갛게 하늘을 물들인다.예쁘지만 불길한 색이네,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이야기를 듣고 있다. "아, 슬슬 나는 돌아갈까" 오랜 시간이 지난 후, 그렇게 말하고 가방을 잡았다. "나도 슬슬......윽, 역시 그 인형이 신경쓰여" B코가 내 가방에 달려 있는 인형을 손끝으로 튕기면서 그렇게 말했다. "에- 귀여운데? D네짱도, 그렇게 생각하지?" 키 홀더로 달려 있는 '의욕 키씨" 인형.팽나무에 얼굴이 붙어있는 듯한 캐릭터지만, 그 표정은 이름에 반해 아무것도 할 의욕이 없는 느낌으로, 무척 귀엽다고 생각한다. 잘 보면 A야와 조금 닮아있는 기분이 든다.인기 캐릭터는 아니라서 확실히 반에서라던가 학교 안에서 나 이외에 달고있는 사람은 본적이 없다.사려고 했을 때도 잘 모르는 잡화점에서 찾아낸 마지막 한 개였다. "아니요, 티끌만큼도 귀엽다곤 생각하지 않아요?" D네는 피식 웃고 그렇게 말했다.나는 그대로 미소를 무너트리지 않고, "아하하, D네짱 다운 말투네"하고, 답했다. "......인형이리고 하면, 도시전설인 혼자 하는 숨바꼭질에서도, 인형을 쓰네" A야도 오늘은 돌아갈 모양으로, 가방을 손에쥔다. "혼자 하는 숨바꼭질?" "응, 인형을 쓰는, 강령술 같은 것의 일종일까. 최종적으로 그것을 잘게 찢어버려야 하지만 말이야" "......흐-음, 아, 인형이라고 하면 나는 A야와 어렸을 적 일이 생각나네" "......응?" 나는 옛날, A야에게 준 토끼 인형을 떠올렸다.내가 A야와 일생 사이좋게 지내자고 생각한, 그 계기가 된 인형.그 인형이 갈가리 찢긴다면, 나는 견딜 수 없겠지. "으으응. 그저, 혹시 혼자 하는 숨바꼭질을 한다 해도, 그 인형은 쓰지 않아 줬으면 해서" "......무슨소리?" "......응?" 나는 A야에게 미소를 띄우고, 그대로 대화를 유야무야로 흘렸다. * 다음날 방과 후, 나는 오늘도 구교사의 전 음악실로 갔다.다른 맴버는 아직 오지 않은 모양으로, 교실 안에는 나 한 명이었다.잠시 있으면, 교실 문이 조금 기세 좋게 열리고, 두 사람이 나타났다. "......오야? 오늘도 굉장히 화났네?" B코와 D네다. B코는 어제 이상으로 분노를 억누를 수 없는 모양이다.필시, 오늘 학교 내에서 퍼진 소문이야기겠지. 어제 이야기가, 더욱더 구체성을 가지고, 정말 있었던 이야기처럼 퍼졌다. "......당신의 소꿉친구는 역시 어떻게 안 되는거야?" D네와 B코는 짐을 두고, 왠지 모르게 평소 이 근처라는 자리에 앉았다. "아아, 그 소문? 걸작이지? 변함없이 최고야" "......당신 말이야......" B코가 일어서려고 한 참에, 재차 교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야아" -A야다. "야아가 아니야...... 당신의 악취미는 좋은데 말이야, 남을 재료로 쓰는 거 그만둬 줄래?" "......무슨 소리일까?" "......어제의 계속, 시치미 떼는거 아니야. 소문이 악화됐잖아" B코는 분노를 필사적으로 억누른다. "자아,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지 않아. 나는 조금 장난으로 농담을 한것뿐 아냐" "......당신 말이지" "지금의 너를 우연히 누군가가 본다면 분명 가짜라고 생각하는 게 아닐까?" "진심으로 이제그만 적당히......!" "......그런 그렇고, 최근 조금 신경 쓰이는 일이있어" 드디어 B코가 A야에게 추궁하려는 참에 A야가 돌연 말을 자른다. "기분 탓인지, 또는 뭔가의 괴기현상일지도 모르지만"
"......괴기현상?"
의자에서 일어서있던 B코는, A야를 향해 고쳐 앉았다.
"그래...... 최근 아침에 일어날때 말이야, 확실이 누군가의 시선을 느끼는거야"
"가족...... 같은 건 아닙니까?"
"응, 양친은 빨리 나가니까말이야"
"그럼 누군가가 밖에서 보고 있다~ 던가?"
"그런 게 아니라도 좀 더 이렇게, 제삼자의 시선을 느끼는 거야..... 마치, 세상의 위에서 누군가 엿보고 있는 듯한 감각...... 물론, 뒤돌아봐도 아무도 없어, 그런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
......누군가의 시선.....인가.
"...... 후-음"
"집동자라던가, 그런 거 일까....."
"메리씨면 전화라던가 거는 거지?"
"으-음......"
A야가 한번 숨을 들이쉬고, 더욱더 계속했다. "하나, 신경쓰리이는 게 있는데"
"뭐야?"
"요전, 콧쿠리씨를 했잖아? 나와 B코와 C타 세명이서......"
"아아......"
"-그 다음날부터 말인데, 시선을 느끼게 됐어...... 그래서 이것은, 종언의 서표 탓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고 있어......"
"......"
"......"
"......"
"......"
-종언의 서표
이것은, 지금, A야가 좀 더 뜨거워진 소문 중 하나였다. 나는 오컬트에 대해서는 솔직히 어떻게 되든 좋았지만, 정말로 10년 전에 수수께끼의 사건이 일어난 것이라면 조금 흥미가 있다.
"...... 어쨌든, 지난번의 콧쿠리씨는 실패였어"
A야는 그 말을 입에 담고, 더욱더 계속한다.
"실패라니...."
"종언의 책도 종언의 서표도 손에 들어오지 않았지?"
"확실히, 룰 대로는 아니었지만...... 하지만......"
교실 안이 정적에 싸인다.
나는, 그의 다음 말을 예상하고, A야 답네하고, 그저 그렇게 생각했다.
"......또 한 번 하자"
그렇게, 우린, 최악의 종언 게임에, 말려들게 된다......
그림자 밝기 싸움- II - 어느 날 들은소문-
-지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
콧쿠리씨를 하는 도중에 돌연 흐른 무기질적인 아나운서 소리. 척수를 도려내는 듯한 불쾌한 소리가 교실 안에서 부자연스럽게 울린다.
내가 겨우 목소리를 낸 참에, 재차 강해지는 노이즈.
화면 위에 비치는 남자의 얼굴이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것같이 일그러져, 미소와 곤란한 얼굴과 우는 얼굴과 화난 얼굴을 오간다.
-그리고 방문하는 정적.
"......뭐, 뭔가요.....바, 방금......?"
"...... 몰라"
"...... 여우? 배신자라고......?"
".....지, 질 나쁜 농담이겠죠......?"
"......"
일동은 침묵해, 서로를 봤다.
옅은 어둠 속 방안, 누구나 창백한 얼굴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대체 방금 뭐였지.......?
혹시 누군가의 장난...... 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다해도 자연스럽지 않은 것이 너무 많다. 무엇보다, 피부감각이 이것이 진짜 악몽이라는 것을 예상하게 한다.
A야는 어쩌고 있지 하고 보면, 내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공포로 가득찬 얼굴을 하고 있다. 분명 이런 도시 전설을 좋아하는 A야니까 지금 상황에 기뻐할 거라고 생각 했지만, 그렇진 않았던 모양이다. 잘 생각하면, 이런 도시 전설을 누구보다 믿고 있는 것이다, 공포도 어중간하지는 않겠지.
그리고 상당히 긴 시간...... 실제로는 1분도 채우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침묵은 이어졌다. 그리고 누군가의'...... 일단 오늘은 돌아가자....."란 목소리에 재촉되는 듯이, 우린 학교를 뒤로했다.
*
결국, 난 A야와 함께 돌아갔지만, 한마디도 하진 않았다.
내 집에 도착해, 방안으로 들어가면, PC에 전원을 넣는다.
바로 평소처럼 익숙해진 화면이 나타난다.
-그곳에는 방금 전 헤어진 참의 A야의 모습이 비치고 있다.
처음엔 농담 반이었다.
A야의 가방 주머니 깊은 곳 그 더욱더 안에 절대로 모를 정도의 작은 도청기를 장치한 것이 시작이었다.
남의 생활을 엿본다는 행위는, 남들과 어울리는 게 어려운 A야의 행동을 지켜봐 주기 위해 나를 무릎쓰고 더욱더 에스컬레이트해졌다.
애초에 가족 단위로 어울리고 있어, 예비열쇠를 숨겨둔 곳도 알고 있다.
집안에서 보이는 정도로, 이상할 건 없다.
나는 A야의 유일무이한 친구니까!
그런 마음으로 나는 도청기나 감시카메라를 설치해, A야의 생활을 감시하고 있다.
"시선을 느낀다....네"
그것이 내 시선이라는 것, A야는 전혀 모르고 있겠지.
A야는 방에 돌아가면 침대에 옆으로 누워, 태아처럼 무릎을 감싸 안고 떨면서 이불에 숨었다. 하지만, 몇 번이고 이불에서 나와 주변을 확인 하거나, TV를 켰다 끄기를 반복하고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나도 아까부터 떨림이 멈추지 않는다.
A야의 그런 움직임을 보면서,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것으로 어떻게든 평정을 유지하려고 했다.
"......저, 정말로...... 어쩔 수 없네, A야는"
그래, 냉정히 생각하면, 정말로 이런 일이 일어날 리가 없다.
죽기 위한 죽이기 위한...... 그런 일이 가능할까 보냐.
여기서 정신 차리지 않으면 A야를 도와주는 것은 나뿐이니까.
......라곤 해도, 역시 정신적인 피로는 피크를 맞이하고 있다.
나는 PC의 전원을 끄고, 침대로 들어간다.
*
그리고 다음날, 나는 수업이 끝난 후, A야와 합류해, 구 교사로 다리를 옮겼다.
그곳에는 이미 B코가 기다리고 있다.
"............!"
B코는 이쪽을 보고, 뭔가를 말하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왜그래? B코짱"
"......"
"......B코?"
"......어, 어제는................. 자, 장난이.......지......?"
B코의 동요가 격해졌다. 확실히 어제 일어난 일은 층격적이었지만, 그렇다 해도 과잉반응이다.
혹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큭"
-덜컹.
"............!
B코가 뭔가를 말하려는 참에 교실 문이 열려 D네가 나타난다.
순간 B코는 D네를 봤지만 눈을 피하고 입을 다물었다.
"...... 결국, 어젠......뭐였죠?"
D네는 신경 쓰지 않는 것인지, 말을 걸어 왔다.
"......지금 단계에서는 몰라...... 그냥 공들인 장난이란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해...... 분하지만......"
A야의 말에 조금은 안도한 듯이 B코가 얼굴을 든다.
"......하지만, 혹시 정말이라면, 이 중에 한 명......"
"-그만둬!"
B코는 돌연 부르짖고, 귀를 막는 듯이 머리를 감싼다.
그리고, 그 순간이었다-,
-텅!!!!
돌연 굉장한 소리가 나면, 우리가 있는 구교사의 창문에 거대한 그림자가 나타났다.
-그것은, 인영이었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한 박자 늦은 B코의 절규 소리가 들린다.
나는 놀란 나머지 사고가 정지했다.
A야를 보면 A야도 놀란 나머지 허리에 힘이 빠져, 주저 앉아 있다.
인영은 지금, 2층 공중에 떠서, 교실 안을 엿보고 있는듯한 형태이다.
옥상에서 뻗어온 로프가, 그 목을 지지하고 있다.
"......누, 누군가......불러와야......"
나는 겨우 상황이 이해 돼, 그렇게 말하고 움직이려고 했다.
하지만, 확실히 이미 늦었단 것은 누가 봐도 확실하다.
불러......? 대체, 누구를?
결국, 나도 머리가 혼란해진 채로, 움직이지 못하게 됐다.
그 후, 내 기억은 띄엄띄엄 끊어진 채로다.
당분간 그렇게 있으면, 그 후 경찰 같은 것에 가볍게 이야기하는 것으로 우리는 빨리 돌아가도록 풀려났다.
경찰의 단편적인 정보로, 후에 들은 이야기는, 이번 사건은 명확히 불명인 점이 있는 모양이다.
"......그런 일 있을 리 없어......"
A야가 뻐끔 중얼거린 그 말이 뭔가 지독하게 귀에 들어왔다.
*
집에 돌아가면, 드디어 현실을 이해하기 시작한 것인가 빠르게 공포가 덮쳐왔다.
이제까지 공포라고 생각한 것은, 그냥 경각심으로, 진짜 공포를 느끼면, 추운 것인지 더운 것인지 아픈 것인지 가려운것 인도 모르고, 뇌가 패닉을 일으키고 있다.
나는 몸을 움츠리면서 담요를 덮는다.
"......그 눈이, 그 눈이 나를 봤어......!'
남을 감시하는 것을 즐겼던 자신이, 그 더욱더 윗 단계에서 감시 당하는 기분. 얽혀 붙는 시선이 너무나 불쾌해 기분 나쁘다.
나만이 어렇게나 공포를 느끼고 있는 것일까?
이 공포는, 나만의 것인건가......!?
나는 안절부절 못하고, PC의 전원을 넣는다.
A야는 A야는 지금쯤 어쩌고 있는 거지......!?
화면이 나타나고, 평소와 같은 A야의 방이 표시될---,
-터였다.
한순간, 정말 한순간, 그곳에는 활실히 A야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카메라에 비치고 사라졌다.
"......!?'
......방금, 대체, 누구야?
A야의 가족은 아니고, A야가 집에 부를 만한 친구는 나 이외엔 없을, 터다.
A야는 책상 쪽을 향해 뭔가를 하고 있고, 표정은 보이지 않는다.
내 뇌리에 최악의 시나리오가 떠오른다, 혹시, A야가 여우에게 노려진 것은......!?
"...... A야!"
내가 소릴 내서 이름을 부른 그 순간, A야가 뒤를 돌아......
-이쪽을 봤다.
마침 카메라 방향, 스크린 너머로 눈이 맞는다.
...... 설마,렌즈를 알아차렸다......? 있을 리 없어, ......그런거.
당분간, 의미도 없이 침묵해, 미동 없이 시간이 지나길 기다린다.
A야는 일절 표정을 바꾸지 않고 이쪽을 보고 있지만 그 뒤에 있는 방을 빤히 둘러보는 듯이 머리를 움직이면 그대로 침대에 들어가 무릎을 끌어안고 잠들어 버렸다.
...... 기분탓인가? 방금 전의 인영도...... A야의 시선도......?
나는 당분간 A야의 방을 감시했지만, 특히 뭔가 일어날 리도 없었다.
그것보다도 방금전 A야가 이쪽을 보고 있던 때의 눈이, 화질이 그렇게 좋지 않다는 것도 있어, 이상하게 공포를 느꼈다. 거듭 그 눈을 생각낼듯 했다.
나는 PC의 전원을 끄고, 침대로 들어가려고 의자에서 일어섰다.
-뒤 돌아보면------......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침대 위에는 본적 없는 것이.
-서표가 끼워져있는 오래돼 보이는 책.
피부감각이 나에게 말하고 있다.
-진짜다, 라고.
어떻게 된 거야! 어떻게 된 거야!!
하필이면, 나에게 제일 먼저!?
그런 일 있을까 보냐, 그런 일......!
무서워! 무서워! 어쩌지! 어쩌지! 어쩌면 되는 거야!?
심장의 고동이 빨라진다.
부들부들 떨리는 머리를 억누르고, 페이지가 찢어지지 않게 책을 붙잡았다.
먼저, 이것을 어딘가에서 처분해야......
일단 내 방에 있는 가방 안에 그것을 집어넣고, 방금 전 A야와 똑같이 이불을 덮고 무릎을 끌어안고 떨면서 눈을 감았다.

그림자 밟기 싸움-III -둘만의 작전 회의-
다음날이 왔다.
나는 거의 자지 못하고, 그저 이불 속에서 그것이 들어있는 가방을 보고 있다.
빨리 그것을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해, 결심을 하고 이불에서 나온다.
두려워하며 가방을 들어 올린 참에, 느껴져선 안 될 위화감이 느껴졌다.
-가방이, 이상하게 가벼워.
어떻게 된 거.......야?
침을 삼키고, 두려워하며 가방을 열면, 그곳에는 어제 확실히 들어가 있었을 종언의 책과 종언의 서표가 사라졌다.
대신, 본적 없는 편지가 들어 있다.
콧쿠리씨의 부탁은 편지로 전달 된다.
"......힉!"
어제는 확실히 계속 가방을 보고 있었다, 확실히 수마가 덮쳐온 때도 있었지만, 적어도 누군가가 방에 들어왔다면 확실히 알았겠지.
현실에선 있을 리 없을, 이것은...... 이것은......!
나는 편지를 조금 난폭하게 가방에 넣는다.
이해하긴 불가능하다, 어쨌든 지금은, 이 편지를 어떻게든 해야.
확실하게 읽어버릴 수는 없고, 어쨌든 이 편지를 어떻게든 처분하자.
나는 혼란을 계속하며, 외출하기 위해 옷을 갈아입고, 가방과 휴대전화를 가지고 방을 나서려고 했다.
그때였다.
-피로링
"......!"
마침 휴대전화를 손에 쥔 참에 통신 음이 울린다.
어느새 매너모드가 풀린 거야?
나는 수상해 하며 휴대폰 화면을 보면 그것은 트위터 통신으로 클래스 메이트에게 DM이 온 것을 알리는 것이었다.
<C타 발-견! 신사에서 뭐하고 있어-?>
......?
이 녀석, 무슨 소릴 하고 있는 거야?
<나, 지금 집인데?>
누군가와 착각한 거겠지 하고 DM을 보낸다.
<어라? 하지만, 저기에, 아, 없어?>
<잘못 본걸까? 미안해- 어제 그거, 큰일이었잖아, 혼자니까 신경 쓰여서- 잘못 본거라면 괜찮아, 미안해->
트위터 화면을 닫는다.
착각이라고 생각 하지만, 기분이 나쁘다.
신사라고......?
학교 근처의 신사, 그곳에는 확실히 자주 갔다. 특히 어릴 적에는 A야와 함께 경내에서 놀거나 했다.
......아니, 설마......
-♪♪♪♪♪♪♪♪♪♪♪♪♪!!
"----!"
재차 휴대폰이 울린다. 이번엔 메일 착신 음인 모양이다.
확실히 매너모드로 설정해놨을 텐데...... 라는것 보다도 휴대폰 화면을 보면, 매너모드로 돼있다...... 대체 어떻게 된거지......?
차례로 증폭 돼가는 공포에 표정을 일그러트리면서도 휴대폰을 열면, 그곳에는 보고 싶지도 않은 문자의 나열이 늘어서 있다.
<C타 학교에서 뭐하고있어?>
"......!!!!"
어떻게 된 거야. 완전히 다른 사람들에게서, 거의 동 시각에?
그 후 메일으로 자세하게 확인하면, 아버지의 차로 지나가던 때 학교 근처에서 나를 봤다는 것이었다. 바로 지나가 버렸지만, 그것은 확실히 나로 보였다는 것이었다.
두사람이, 두사람이 함께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착각?
그게아니면......
-정말로 목격했어?
기분이 나빠지면서 밖으로 나온다.
대체 무슨 소리야!
뭐가 일어나는 거야!
기억 속에서 A야가 한쪽 입꼬리를 올리고 웃는 표정이 떠오른다.
확실히, 그것은, 도플갱어?
"독일어로 이중으로 걷는자 라는 의미인데 말이야, 그 말대로, 특정 인물이 동 시각에 완전히 다른 곳에 나타나는...... 요컨대 가짜가 나온다는, 초상현상이야"
하지만 이것은, B코의 소문. 거기에, A야는 결코 나에 대한 소문을 흘리지 않았잖아!
"이 초상현상은 전 세계 각지에서 목격담이 나오는, 유명한 거야. 링컨이나 아쿠타카와 류노스케도 경험했다고 말하고 있어. 흔히 말하는 보충 정보는 가짜는 본인과 관계있는 장소에서 나타나, 가짜는 주변 인물과는 일절 대화하지 않아...... 그리고 본인과 가짜가 만나면...... 본인이 살해당해버린다는 말이지......"
살해 당해?
혹시.... 전부, A야가 한거야......?
창가의 여성도 그렇고, 도플갱어의 이야기도 그래, 애초에, 콧쿠리씨를 하자고 말한 것도 A야 아냐.
어제도, 이쪽을 알고 있었다면?
아니, 이제까지, A야는 알고 있고 그래도 계속 방치한 것 이라면?
감시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내가, 반대로 손바닥 위에서 놀아난 것이라면......?
아니, 그런 일...... 그런일, 있을리 없어!
정말로? 확인하자.
나는, A야의 집으로 향하기 위해 걸어가기로 했다.
-♪♪♪♪♪♪♪♪♪♪♪♪♪!!
그때, 또다시 휴대폰이 불길한 소리를 울린다.
이번엔 착신을 알리는 소리였다.
차례차례 뭐라는 거야!?
공포에서 짜증으로 변하는 감정.
화면을 보면, 같은 학년의 남자아이에게서의 착신이었다.
그는 잘 A야에게 들러붙어 소문을 손에 넣으면 그 소문을 퍼트리는 녀석이었다.
나는 머리가 혼란해지면서, 전화를 받는다.
"여보세요?"
『어-이! C타! 이쪽 이쪽! 뒤-......』
-뚝!
전화가 갑자기 거기서 끊어졌다.
뒤를 돌아봐도 아무도 없다.
뒤......? 무슨 소리야?
-♪♪♪♪♪♪♪♪♪♪♪♪♪!!
그 동급생에서 재차 전화가 걸려 온다.
"......네"
『어이~ 끊지 마~! 』
"아니...... 그것보다......"
『아아, 방금 말이야 쇼핑몰에 있었지? 지금 나도 거기 있는데 말이야 아까 널 봐서 전화 걸었어』
"......왜?"
『아니, 조금 떨어져 있어서말이야』
"......아니야, 어째서, 나라고, 생각 했어?"
『......에?』
"뒷모습이었지? 잘못 본 것일 수도 있잖아"
『아니 아니~! 그건 틀림없는 너라고!』
"그러니까, 어째서 그렇게 말해......!"
『--- 그 기분 나쁜 인형 달고 있었다고?』
-뚝!
전화가 다시 거기서 끊긴다.
이번엔 다시 걸려오지 않는다.
...... 기분 나쁜 인형?
확실히 그 녀석은 사사건건 나에게 트집 잡아선 가방에 달려 있는 인형을 기분 나빠 기분 나빠하고 웃으면서 심술부렸다.
하지만, 그걸 봤다?
나 이외에 가지고 있는 녀석을......?
적당히 하라고. 쇼핑몰이라고 말했지.
찾아내 줄게. 범인이 있다면 찾아내 줄게.
도플갱어와 본인이 만나 죽는다면, 먼저 죽여줄게!
나는 A야의 집으로 향하려고 했지만, 방향을 바꿔 쇼핑몰로 향하기로 했다.
*
쇼핑몰에 도착한 나는 근처를 구석 구석 찾았다.
카페나 상점 공장 광장 같은, 이런 저런 곳을 돌아본다.
하지만, 어디에도 그런 것 같은 인물은 없었다.
피로 때문인가 수면 부족 때문이가 현기증이 나, 일단 벤치에 앉는다.
"......C타"
"....!"
그 곳에는 아까 전 나에게 전화를 건 동급생이 있다.
"뭐야! 역시 있잖아!"
"......아냐"
"아까는 갑자기 전화 끊고 그 뒤로는 이어지지 않아서, 기분 나빴으니까-"
"......미안...... 조금 기분이 나빠......"
"- 그리고 보니 A야랑 함께 있는거 아냐?"
"......에?"
지금, 뭐라고 말했어?
"응? 아까 A야도 이쪽에서 본 기분이 드는데...... 이건 기분탓인가? 아, 그리고 달리 .....와 만난......."
......A야가 있다? 이 쇼핑몰에?
나는 혼란한 나머지, 그의 그 뒷이야기를 들을 수 없었다.
......................................................역시............A야가?
".............아니, 나는 오늘 혼자있어"
나는 미소로 그렇게 말하고, 그곳에서 떠났다.
*
공원에서 쉰 후, 나는 집으로 돌아갔다.
A야가 여우일 가능성이 있다면, 바로 추궁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먼저 증거를 붙잡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본격적으로 A야를 감시할 필요가 있다.
집에서라면 그것이 가능하다. 이미 감시 카메라를 알아차려 회수했을 가능성도 있지만, 그 이외에도 도청기가 있다.
이런 똥싸게 게임 끝내 주겠어......!
집으로 돌아가는 중 방금 전 트위터로 목격담을 말해준 신사 가까이를 지난다.
조금 조사해 보려고 안으로 들어갔지만 특히 이것도 말해서 이상한 것은 없었다.
밖으로 나가려고 출구 방향을 보면, 그곳에는 잘 아는 인영이 서있다.
-D네다.
"......D네짱?"
나는 평소처럼 미소를 띄우고, 말을 건다.
D네는 조금 공원 안으로 들어온다.
"......C타씨, 왜 그럽니까?"
"......으으응, 아무것도......아냐......"
"......?"
"...... 이상하게 들릴 텐데 말이야...... 오늘, 나와 만나거나.... 하지 않았지?"
"......? 지금 만난.... 참인데도요......?"
"........ 그렇지......"
나는 그 대답을 듣고, 더욱더 계속한다.
"......모두 이상해졌어......"
"......왜그럽니까? 아까 만난 B코짱도 그렇습니다만...... 평소와 다른...... 마치, 가짜같았어요?"
가짜......내......가짜.
오늘 돌아다니고 있는 나는 대체 뭐지?
이것도 종언 게임과 관계있는 건가?
그리고, 가짜와 함께 있었을지도 모르는 A야는......
"......가짜......인가......"
"......정말로 괜찮습니까?"
"......응...... 괜찮아......라고 말하고 싶지만, 말이야"
"......그렇,습니까......"
잠시동안의 침묵.
"C타씨는 여우는 누구라고 생각하십니, 까?"
"............몰라......"
"나는 B코짱에게 배신자가 아니냐고...... 그렇게 들었습니다......"
".......B코가......?"
"......네......"
"무리도 아냐...... 지금 상황은, 누구라도 불안해...... 나도 D네가 여우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그런 말을 한B코도 수상하다고 생각해..... A야 일지도 몰라......"
정말로 여우의 정체는 대체 누구야......?
A야의 방에서 비친 그 누군가가 범인? 그게 아니면, A야 자신이 여우로, 다른 누군가와 협력하고 있어......?
혹시 A야가 여우라면 나는...... 이 게임을 끝내는 것이 가능한 걸까......?
"......하지만, 혹시, 혹시나, 야? D네짱이 여우의 정체를 간파해서, 이 게임을 끝낼 수 있게 된다면...... 주저하지 말고, 단숨에 끝내줬으면 해"
D네는 잠시 동안의 침묵 후, 천천히 답했다.
".........네"
앞으로 나는 이 게임을 끝내기 위해 행동한다.
혹시 내가 안될 때는 D네도 움직이지 않으면 살해당한다.
D네도 분명 뭔갈 알고 있다.
우린 그 이상의 말을 나누지 않고 신사에서 떨어졌다.
-빨리 이 게임을 끝내야.
그림자 밟기 싸움- III -Correct Answer-
나는 집에 도착하면, 가방 안에서 편지를 꺼냈다.
뭐가 쓰여있어도 결심은 변하지 않는다. 그런 마음을 정하고, 천천히 편지를 연다.
--- 도플갱어- 제작자:C타----
도플갱어와 조우 하지 마
편지 안에는 그저 그것만이 쓰여 있다.
이것이 뭔가의 주의라도, 지금의 나는 이 게임을 끝내는 쪽을 우선하기로 결정했다.
나는 PC의 전원을 넣는다.
평소처럼 A야의 방을 감시하기 위해서다.
오프레이션의 기동 액션이 끝난 후, 바로 나는 윈도우를 띄운다.
그것에는 평소와 같은 A야의 방이 비춰질......
-터였다.
"......!?"
그곳에는 이게까지 이상하게 현실과 떨어진 영상이 나타났다.
A야의 방, A야의 책상 앞에......
- 내 뒷모습이 비치고 있다.
내 뒷모습 정도 내가 볼일 없는 것도 아니지만, 바로 이것이 나라는 걸 알아 차린다.
카메라 너머의 내 가방은 의욕 키씨의 인형도 달려있다.
내 방에 있는 가방을 확인하면 그곳에 아까까지 확실하게 달려 있었을 인형이 없었다.
A야는 잘 책상에 앉아있지만 내 등이 방해되 확인할 수 없다.
그리고, 잘 보면, 내 손에는 가위가 들려있다.
"............A야아아아아아아아아!!!"
나는 방을 뛰쳐나와, A야의 집으로 향했다.
혹시 A야가 범인일지도 몰라? 이것이 함정일지도 몰라?
......아니야! 나는 알아.
범인은, 내 생각이 맞으면 여우는 분명..........!
"A야!"
나는 A야의 집 문을 손으로 두드린다.
-텅! 텅 텅 텅 텅!!
잠겨있는 모양이다.
나는 옛날부터 변함없는 예비열쇠를 숨겨둔 곳에서 열쇠를 꺼내 문을 열서 안으로 들어갔다.
"A야아아아! 어디야!?"
집 안에 들어가면 각방을 확인하면서 나아간다.
달려왔는데, 땀이 흐르질 않는다. 극도의 정신상태여서인걸까? 피로나 공포도 느껴지지 않는다. 있는 것은 그저, 사명감이라고도 말할 듯한 감정이었다.
부엌에는 어째선지 커터칼이 놓여있다.
나는 그것을 손에 쥐고 철컬 철컥 하고 칼날을 꺼내 손에 쥐었다.
그대로 A야의 방으로 향한다.
꿀꺽하고 침을 삼키고, 커터칼을 고쳐잡고, 나는 문을 기세 좋게 열었다.
-탕!
......아무도 없다.
아까까지 감시 카메라에 확실히 비췄을 내 가짜와 그리고 A야도 없다.
어디야? 대체 어디로 갔어!?
나는 방안을 구석구석까지 찾아주겠다고 생각하고, 방 안으로 다리를 디딘다.
-♪♪♪♪♪♪♪♪♪♪♪♪♪♪♪♪♪♪♪♪♪♪♪♪♪♪!!
"......!?"
그때였다, 돌연 휴대폰이 대 음량으로 울렸다.
놀라서 순간 몸이 경직하지만 바로 휴대폰을 연다.
그곳에는 메일이 도탛챘다.
"......이것은......!"
메일의 본문으로 눈을 향한다. 그 내용에 머리가 혼란스럽지만, 바로 이상한 감각을 기억한다.
- 확실히 아무도 없을 방에, 기척이 느껴진 것이다.
나는 당황해서 뒤를 돌아본다.
"......!!!!"
내 등 뒤에 나타난 광경, 그리고, 이 메일로 나는, 모든 것을 이해했다.
아니, 이해는 되지 않았지만 이해될 리가 없는 상황이었다.
"XXX의 정체는 역X시X너XXXXX다"
-그렇게 말하고 마지막으로 나는 킥하고 웃었다.
CHAPTER3
배덕 Byeb콜
제작자:B코
배덕 Byeb콜I - 노이즈 노이즈 노이즈-
"당신의 소꿉친구! 어떻게 안 되는거 야!?"
-나는 지금, 화나 있다.
목조 2층 건물인 구 교사 그 2층에 있는 전 음악실에 화난 고함 소리가 울린다.
화난 고함 소리의 주인은 물론 나다.
"아아, 그 소문? 걸작이지?"
피식 웃음을 띠우면서 놀리는 듯이 대답하는 것은 C타.
색소가 옅고 부드러워 보이는 고양이 털에 사람 좋아 보이는 처진 눈을 하고 있어, 일반적으로는 이케멘이라고 말할듯한 외모다. 나는, 어느 쪽인가 하면 어렵다.
"......당신 말이야......"
C타를 추궁하려고 한 참에 재차 교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야아"
-A야다.
"야아가 아니야...... 당신의 악취미는 좋은데 말이야, 난을 재료로 쓰는 거 그만둬 줄래?"
"......무슨 이야기일까?"
"......시치미 떼는 거 아니야"
나는 분노를 필사적으로 억누르면서 A야를 노려본다.
화난 것은 필시 A야가 흘린 것일 소문에 대해서였다.
그 소문이라는 것이 내 가짜가 배회하고 있다는 것이다.
확실히 이 녀석이 흘린 것일 소문에 매번 화내지만, 이것 또한 매번 있는 일이니까 기죽지도 않는 A야의 표정에 화난 이쪽이 어른스럽지 않은 기분이 든다.
"......하아......이제 익숙해져서 괜찮지만 말이야......"
나는 한숨을 쉬고 자리에 고쳐 앉았다.
"......그래서, 소문으로 흘린 도플갱어는 뭔가요?"
D네가 질문한다.
"......아아"
A야가 한쪽 입꼬리를 조금 올리고 그것에 답한다.
"독일어로 이중으로 걷는 자라는 의미인데 말이야 말 그대로 특정 인물이 동 시각에 전혀 다른 장소에 나타나는...... 요컨대 가짜가 나온다는, 초상현상이야"
가짜......네.
나처럼 남의 안색을 살피며 살아가는 타입의 인간에게 그런 소문은 지독하다고 생각한다.
뭐어, 이런 수의 소문도 처음은 아니니까 특히 쇼크는 받지 않았지만......
뭐어, 어쨌든 우린 이렇게 언제나 소문을 수집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처음은 A야를 추궁하는 사이였고, 이 이상 이상한 소문을 흐르게 하지 않는다는 감시를 위해서였지만, 그 사이 어떤 것을 깨달았다.
나는 아무래도 오컬트 류의 이야기가 좋은 모양이었다.
인생에 있어 뭔가에 열중하는 일이 없었던 나지만, 오컬트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가슴 깊숙이서 두근두근하게 쑤셔오는 것을 느끼고 있다.
이 학교에 과거에 실제 일어났던 학생 변사 사건을 들었을 때는 신중하지 못하게도 공포와 흥미가 끓어 그 두 개의 감정은 내 피부에 소름이 끼쳤다.
"......그러고 보니, 그 외에도 이런 소문, 알아? 최근에 안 이야기인데 말이야 웃는 자살자라는 도시 전설이 있어"
A야가 재차 수집한 소문을 희희낙락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밖은 해가 떠 있지만 석양이 새빨갛게 하늘을 물들인다.
예쁘지만 불길한 색이네, 그런 것을 생각하면서, 나는 소문을 듣고 있다.
"아, 슬슬 나는 돌아갈까"
오랜 시간이 지난 후, C타가 그렇게 말하고 가방을 잡았다.
가방에 걸려있는 이상한 인형이 흔들린다.
팽나무가 짜잔! 하는 포즈를 하고 있지만, 그 팽나무의 얼굴이 의욕 없어 보여서 절묘하게 귀엽지 않다.
덧붙여서 이름은 의욕 키씨라는 잘 모르는 치환문자로 돼 있는 모양이다.
"나도 슬슬...윽, 역시 그 인형, 신경 쓰여"
나는 C타의 가방에 달려있는 인형을 손끝으로 튕기면서 그렇게 말했다.
"에-, 귀여운데? D네짱도 그렇게 생각하지?"
"아니요. 티끌만큼도 귀엽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D네는 피식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C타는 그런데도 미소를 무너트리지 않고,
"아하하, D네짱 다운 말투네"
라고 답했다.
"...... 인형이라고 하면, 도시 전설의 혼 자하는 숨바꼭질 에서도, 인형을 쓴단 말이야"
A야도 오늘은 돌아갈 모양으로 가방을 손에 쥐고 있다. 그 사이에도 도시 전설을 이야기하고 있다.
*
다음날, 나는 오늘도 다시, 화나 있다.
어제 그렇게나 이야기했는데도 개의치 않고 소문은 더욱더 지독해져 있었던 것이다.
그중에는 내 가짜를 목격했다는 사람까지 나왔다.
악질에도 정도가 있다. 오늘이라는 오늘에야말로 A야를 때려 패지 않으면 기분이 풀리지 않을지도 모른다.
방과 후가 돼, D네와 합류하면 구 교사 문을 기세 좋게 연다.
"......오야? 오늘도 굉장히 화났네?"
C타다, 오늘도 피식 웃으며 아무것도 모르는 척 하고 있다.
절대로 내가 화난 이유도 알고 있으면서, 멍청한 척 하고 있는 것이다.
"......당신의 소꿉친구는,역시 어떻게 안되는 거야?"
나와 D네는 짐을 내려놓고 어쩐지 언제나 이 근처인 자리에 앉았다.
"아아, 그 소문? 걸작이지? 변함없이 최고야"
...... 진짜 이 녀석! 나 같이 다른 사람에게는 태도 좋은 주제에 절대 성격 나빠!
"......당신 말이야......"
무심코 일어서려는 참에, 재차 교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야아"
-A야다.
"야아가 아니야...... 당신의 악취미는 좋은데, 남을 재료로 쓰는 거 그만둬 줄래?"
"......무슨 소리일까?"
"...... 어제의 계속, 시치미 떼는 거 아니야. 소문이 악화했잖아"
나는 분노를 필사적으로 억눌렀다.
"자아, 아니 땐 굴뚝에 연기는 나지 않아. 나는 조금 장난으로 농담한 것뿐 아냐"
"......당신 말이야"
"지금의 너를 우연히 누군가 봤다면 분명 가짜라고 생각하는거 아닐까?"
"진심으로 이제그만 적당히......!!"
"...... 그건 그렇고, 최근 신경 쓰이는 일이 있어"
A야는 돌연 이야기를 자르고, 거기서 최근 자산의 주변에 일어나고 있는 신비한 현상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종언의 서표에 관련된 이야기를 하면 마지막에 이렇게 말했다.
"......한 번 더하자"
그렇게, 우린, 최악의 종언 게임에, 휘말려 들어가게 돤다......
*
-지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
C타가 겨우 목소리를 낸 참에 재차 격해지는 노이즈.
화면 위에 비치는 남자가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것 같이 일그러져 웃는 얼굴과 곤란한 얼굴과 우는 얼굴과 화난 얼굴을 오간다.
-그렇게 해서 찾아오는 정적.
"......뭐, 뭔가요......바,방금......?"
"......몰라"
"......여우? 배신자라니......"
"......지,질 나쁜 농담이죠......?"
".............."
일동은 침묵해, 서로 봤다.
살짝 어두운 방 안, 누구나가 새파란 얼굴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거기서 꽤 긴 시간...... 살제로는 1분도 채우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침묵은 이어졌다.
그리고 누군가의"......일단 오늘은 돌아가자......"란 목소리에 재촉된 채로, 우린 학교를 뒤로했다.
*
나는 집에 돌아와서도, 계속 떨림이 멈추지 않았다. 심장박동도 빠르지, 호흡도 얕다.
그 목소리가, 계속 귓속에서 들리는 듯해서 공포가 북받친다.
"......도와줘......"
나는 작은 소리로 그 녀석의 이름을 부르면서, 휴대폰을 붙잡는다.
몇 번이고 전화를 걸어보려고 생각해도 용기를 내지 못했다.
...... 그렇게 나는 그저 오열을 흘리면서, 밤이 지나기를 기다린 것이다.
배덕Byeb콜-II - 목 매달음 주의보-
다음날 나는 아침 일찍부터 학교로 향했다.
어쨌든 혼자선 공포가 북받쳐버려, 참을 수 없어서다.
학교로 빠른 발걸음으로 교사 안으로 들어가려고 한 참에, 신발장 앞에서 아는 얼굴을 찾아냈다.
-D네다.
나는 상황을 공유 가능한 사람을 찾아낸 것에 안도하고, 말을 걸려고 한다.
"......D-"
말을 걸려고 한 때, D네의 근처에 또 한 명이 있는 것을 알았다.
......저건, D네의 클래스 메이트인 여자아이, 확실히 육상부 소속으로 클래스에서 언제나 중심이 될듯한 여자아이다.
나도 복도에서 엇갈리면 인사를 할 정도로 사이가 좋았다.
대체, 그녀가 D네와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거지......?
나는, 마침 두 명에게서 사각지대가 되는 곳에 숨으면서 목소리가 들리는 곳까지 가까이 간다.
"......르......네,......니까......이정도.........."
"......그래......나................"
잘 대화를 들을 수 가 없다. 아무래도 D네는 주변을 꽤 신경 쓰는 모양이다.
나는 숨을 죽이면서 둘의 상황을 엿본다.
그러면 D네가, 돌연 신발장을 열었다.
"........큭!"
나는 무심코 홀려버릿 듯한 목소리를 내 손으로 누른다.
먼 곳에서, 게다가 한순간 이어서 확실하지는 않지만, 잘못본것이 아니라면 그곳에는 있길 바라지 않은 것이 존재했다.
그것은, 한 통의 편지였다.
한순간뿐이라도 싫은 분위기가 여기까지 전해져 온다, 확실히 평범하지는 않아 보이는 편지.
내 위치에서는 D네의 표정이 보이지 않지만, 어째서 그녀의 신발장에 편지가 있는 거지?
나는 입을 손으로 누른 채로 한 번 더 대화를 듣기 위해 몸을 내민다.
그러면, 어느 사인가 그 편지는 육상부인 여자아이의 손에 넘어가 있다.
나는 그 기분 나쁜 아나운서의 목소리를 떠올린다.
콧쿠리씨의 부탁은 편지로 도착한다.
콧쿠리씨의 부탁을 수행하는 유예기간은 일주일간으로 한다.
부탁을 들어주지 않을 경우는 죽는다.
지시의 수행을 방치한 경우에도 죽는다.
부탁 내용을 부외 자에게 보이거나, 알린 경우에는, 알게 된 그 사람이 죽는다.
설마, D네! 그런! 이대로 일리는 없겠지!?
D네에게 편지가 혹시 온 것이라면, 그 내용을 보였다간, 죽어버린다고?
D네가 그런 짓 할 리 없어......!
할 리가 없겠지!
내 마음의 목소리 따윈 전혀 닿지 않은 듯이 육상부인 여자아이는 편지를 뜯으려고 한다.
그 손의 움직임이 마치 슬로우 모션같이 보인다.
안돼......하지만...... 그런짓......!
"...............................................................................................................................뭐야 이거?"
"----큭!"
육상부 여자아이의 얼굴이 한순간 이쪽을 향한다.
그곳에는 일체의 감정도 없는 생기도 없는 눈에는 빛이 없었다............!
너무나도 두려운 그 얼굴에 나는 울어버릴 것 같다.
-대체 그 편지에는 뭐가 쓰여있어?
그 후, 육상부 여자아이는 편지를 가진 채로, 뭔가를 중얼거리면서 교사 안으로 걸어간다.
나는 그저 두려운 나머지 그곳에서 움직이지 못하게 돼버렸다.
D네도 그곳에 내내 서 있지만, 조금 지나면 교사 안으로 사라졌다.
나는 그날은 수업을 받을 기분도 들지 않고 신 교사의 옥상에서 무릎을 끌어안으면서 그저 시간이 지나기를 기다렸다.
*
그리고 방과 후, 나는 공포를 느끼면서도 구 교사 전 음악실로 다리를 옮겼다.
너무 빨리 온 거겠지, 구 교사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A야가 오면, 오늘 아침에 있었던 일을 상담해야 할까......?
하지만, 그 편지가 아직 진짜라고 정해진 것도 아니야.
나는 어쩌면, 좋은 거지......?
그런 것을 생각하고 있으면 돌연 교실 문이 열렸다.
ㅡ탁.
"......!"
그것은 A야와 C타였다. 나는 D네와 둘만이 되지 않았던 것에 안도를 기억했다.
"......왜그래?B코짱?"
"......"
"......B코?"
"......어,어제................자,장난이..........지.........?"
그렇다, 어제 일은, 혹시 장난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A야나 C타의 표정에서 두 사람이 생각하는 것이 전해져 왔다.
그것이, 혹시 전부 진짜였다면, 이 후......분명......
"......큭"
-탁.
"............!"
내가 D네에 대해 말하려고 한 참에, 교실 문이 열려 D네가 나타난다.
나는 무심코 무서워져 버려, D네에게서 눈을 파하고 입을 다문다.
"......결국, 어젠...... 뭐였을까요?"
D네는 내 반응에 신경 쓰이지 않는 것인지 대화에 들어왔다.
"......지근 단계에서는 몰라...... 그저 공들인 장난일 거란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해...... 분하지만......"
장난, 이라는 A야의 말에 안도해 얼굴을 든다.
"......하지만, 혹시 정말아라면, 이 중에 한 명......"
이 중에 한 명, 배신자가 있다.
"-그만둬!"
나는 그 말을 막는 듯이 부르짖고 귀를 막는 득이 머리를 감싼다.
그런 말 듣고 싶지 않아. 하지만 아직, 그런 기분을 모르는 건 아니다.
혹사 혹시나 그 육상부 여자아이가 죽게된다면..........?
그럴 리가 없어! 사람이 그렇게 간단히 살해당하다니, 그런 비현실적인 일 따위, 그래 일어 날리---!
-텅!!!!
돌연 굉장한 소리가 울리면 우리가 있는 구 교사 음악실 창문에 거대한 그림자가 나타났다.
-그것은, 인영이었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나는 부르짖고, 그리고 한 박자 늦게 그것을 이해한다.
내가 상상하고 있던 모든 나쁜 일이, 그것보다 더욱더 지독한 현실로 물들어가는 것에 눈 앞이 캄캄해지는 것을 기억했다.
-인영은, 그, 육상부 여자아이였다.
나는 두려운 나머지, 나는 그 인영에게세 눈을 떼지도 못하게 돼버렸다.
그녀는 지금, 2층 허공에 떠서, 교실 안을 엿보는 듯한 형태가 돼어있다.
옥상에서 뻗어있는 로프가, 그녀의 목을 지지해, 공허한 눈과 눈이 맞는다.
"......차, 창가의 여자다......"
A야가 공포에 굳어 반쯤 웃는 표정으로 떨고 있다.
"......누, 누군갈.... 불러야......"
C타도 겁먹었다.
하지만 모른다. 나는, 나는, 내 공포는 너흰 일절 몰라......!!
......D네......!!
부탁 내용을 외부에 보이거나, 알리는 경우에는, 알게 된 그 사람이 죽는다.
이 게임은 진짜다.
아무리 비현실적이더라도, 모든 것이 현실이다.
나는 완전히 눈앞의, 이, 공허한 눈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그때 D네의 표정을, 보지 못했다.
그 후, 내 기억은 띄엄띄엄 끊어진 채로다.
당분간 그렇게 있으면, 그 후 경찰 같은 것에 가볍게 이야기하는 것으로 우리는 빨리 돌아가도록 풀려났다.
경찰의 단편적인 정보로, 후에 들은 이야기는, 이번 사건은 명확히 불명인 점이 있는 모양이다.
그거야 그렇겠지, 이것은, 이 살인은......
*
내가 집에 도착에 방에 들어가면 때마침 휴대전화가 울렸다.
그것은 사이좋은 클래스 메이트의 휴대폰 채팅이었다.
<B코, 괜찮아? 깜짝 놀랐겠네?>
아무래도 그녀는 누군가가 내가 자살현장을 목격했다고 들은 모양이다.
걱정돼서, 채팅해준 모양이다.
나는 침대에 앉아서, 휴대폰에 문자를 입력해 간다.
<......응, 미안, 아직 조금 쇼크가 심해서......>
걱정되서 연락해준 친구에게는 미안하지만, 지금은 장시간 대화할 기력도 없었다.
<그런가, 미안해, 하지만 기운 내>
<응, 고마워>
<보고 있던 다른 두 사람도 그렇지만, 너무 우울해 하지 마......>
......두 사람? 어떻게 된 거야? 그때 구 교사에는 나 외에 세 명이 있었는데.
<......두 사람이라니, 무슨 소리야?>
<에? 아아...... 항상 넷이서 있는 건 왠지 모르게 알고 있으니까>
<에? 미안, 그러니까 무슨 소리야?>
<하지만, 그때, C타군은 다른 곳에 있었어?>
............무슨 소리야?
<항상 네 명이니까, 분명 B코도 있어서, 세 명이겠구나 하고>
<......그런가>
<......? 응, 정말로 괜찮아? 뭔가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라도 말해줘?>
<......으,응, 고마워>
<그럼 안녕>
나는 휴대폰을 두고 당분간 생각한다.
C타가, 다른 곳에 있다?
그녀가 착각하였을 가능성도 있지만, 대체...... 어떻게 된 거지?
"- 한 명의 배신자 여우에 의해 게임은 시작됐다"
배신자는 한 명.
D네가 혹시, 정말로 편지를 받은 것 뿐이라면......?
하지만, 편지의 내용을 알렸다간 뭔가가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는데 D네는 간단히 그것을 보여줄까?
나는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사고의 수렁에 발을 디디고 있다.
초조해하면 초조할수록 깊이 빠져가는 생각은, 훨씬 전에 논리정연과는 먼 상태가 되어있다.
정신 차리면 커튼 너머로 아침 햇살이 들어왔다.
나는 혼란과 공포와 불안으로, 이제까지 느낀 적 없을 정도의 피로를 느꼈다.
......저기, 도와줘......
생각하고 있을지도 아닐지도 모르게 된 나는 결국엔 어린아이 같은 중얼거리면서, 그 녀석의 휴대폰 번호를 눌렀다......
배덕Byed콜 III -이름도 없는 소문-
"......여보세요?"
평소와 변함없는 그 목소리를 들은 순간, 나는 단숨에, 막혀있던 감정이 흘러나와버렸다.
"...... A야아......"
나는 철들고 나서, 거의 처음으로 남에게 울음소리를 들려줬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그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을 여유도 없었다.
"......도와줘......"
나는 내가 아는 한도의 정보를 A야에게 전했다.
D네에게 편지가 도착한 것, C타가 목격됐다는 것......
A야는 내 오열 섞인 목소리에도 특히 아무 말도 없이, 그저 평소대로 이야기를 듣고 있다.
그리고 내가 모든 이야기를 끝내면, 당분간의 침묵 후, 이렇게 말했다.
"...... 이 사건은, 있을 수 없는 일투성이야......"
A야의 목소리에는 조금 분노가 담겨있는 듯이 들렸다.
"내 도시 전설을 매사 이용하고 있어, 웃는 자살자 창자의 여성......C타는 도플갱어일까?"
"......무슨 소리야?"
"......이 세상에 있는 것은 진실 같은 것과 거짓 같은 것 뿐이야"
"......에?"
"실제 그것을 영상에 담지 않으면 안 된다니, 이류각본가야"
"......A야? 무슨..... 소리야?"
전화 너머의 표정이 보이지 않았지만, 거기서 겨우, A야가 웃고 있는 것을 알았다.
"......이런 게임, 끝내버려 주지......"
A야의 마음 든든한 목소리에, 나의 공포심은 날려가 버린 듯한 기분이 들었다.
끝내? 하지만? 어떻게?
게임의 종언을 맞이하려면 여우를 죽여라.
혹시, 라고 생각한 내 생각을 읽은 듯이 A야가 계속한다.
"......이런 게임 룰 너무 불합리해. 아직 모르지만, 애초에, 정말로 여우가 우리 네 명 안에 있는 것인가 마저 수상하다고 나는 생각해"
"......에?"
"......절대로, 이 게임 룰 이외에도, 범인을 쫓을 방법이 있을 거야"
"......쫓을...... 방법?"
나에게 그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이야기였다.
애초에, 나는 이 네 명중에 여우가 있다는 것을 의심하는 것조차 하지 않았고, 지금도 아직 의심하고있다......
"...... 하지만, 어떻게 그것을 조사하면......"
"......나는, 10년 전의 사건이 수상하다고 생각해. 그 사건을 좀 더 조사하면, 뭔갈 알 수 있을지도 몰라"
"......10년 전의, 그 사건......"
"......애초에 일기라니, 뭔가가 이상해...... 그것만 알면 어쩌면......"
A야는 중얼거리면서 뭔가를 생각하고 있다.
......나는, 나는 대체 어쩌면 좋은 거지......
그저 무릎을 끌어안고, A야가 해결해 주기를 기다리면 되는 걸까.....?
그런 건...... 그런 건 싫어. 하지만, 나 같은게 도움이 될 리도 없어......
그런 것을 생각하고 있으면 A야가 이렇게 말했다.
"......함께 조사하자"
"......에?"
"10년 전의 사전에 대해, 함께 조사하자......"
"......하지만......"
"혼자선 어떻게 안될지도 몰라...... 도와줘. 그리고, 이런 게임 끝내버려 주지......!"
나는 그 말이, 기쁘구나 하고, 이런 상황에서도 그렇게 생각했다.
*
"....후우...."
전화를 끝내면 오랜만에, 샤워했다.
몸에 달라붙어 있었던 것 같은 불안이 조금은 흘러가, 시름이 잊히는 듯이 느껴졌다.
그리고, 방금 전 A야와 이야기한 내용을 확인한다.
우린 도서관을 분담해서 찾기로 정했다.
10년 전의 사건에 대해서, 좀 더 상세한 정보를 얻기 위해, 당시 신문기사같은 것을 조사하는 것이 된 것이다.
먼저 어떤 정보를 모아야 할 것인가, 가볍게 이야기하기로 했다.
이 근처에 있는 도서관은 두 개, 학교 내의 도서관과 시립도서관이다.
마침 그 중간에 쇼핑몰이 존재한다.
거기에 앞으로 집합해, 이야기한 후 저마다 도서관으로 향한다.
샤워를 끝내고 옷을 갈아입으면, 쇼핑몰로 향했다.
밖으로 나오면 온도가 높다, 발 빠르게 걸으면, 가볍게 땀이 배일 정도였다.
쇼핑몰 근처에 오면, 그곳에는 몇 명의 아는 얼굴를 찾아내는 것이 가능했다.
안에는 필시 커플으로 보이는 남녀도 있다.
나는 어쩐지 몸을 숨기면서 기다리기로 한 지정장소로 향했다.
기다리기로 한 장소에 도착하면, 전원이 꺼진 휴대폰을 꺼냈다.
오늘 아침에 또, 클래스 메이트의 사이 좋은 친구들이 나를 걱정해서 채팅이나 메일, 답신이나 DM이 날라온 것이다.
제법 많은 통지가 와서, 약속장소에 도착할 때까지는 전원을 꺼뒀다.
나는 A야의 전화만을 받으려고, 다시 전원을 넣었다.
"......엑"
그곳에는, 있을 수 없을 정도의 대량의, 착신통지가 표시 돼 있다.
클래스 메이트의 메일도 있지만, 어째선지 트위터의 DM이 모르는 ID에게서 도착해있는 것이다.
수수께끼의 열쇠 어카운트 'mearry1713'.
팔로우 하지 않으면 DM은 도착하지 않는데...... 기억에도 없는 어카운트는 팔로우 1, 팔로우 1...... 즉, 나하고만 이어져 있다.
나는 두려운 나머지 하나를 연다.
『나, 언제나 당신을 보고 있어 』
......뭐라는 거야......?
한번에 내리 일어나는 이해 불가능한 현상에 솔직히 겁먹으면서도, 이제까지처럼 패닉에 빠져드는 것은 조금 적어졌다.
그것보다도 빨리, 이 게임을 끝내는 것을 생각했다.
A야는 아직인 걸까......!
"......큭!"
얼굴을 조금 들어 주변을 둘러보려고 한 그때였다,나는 감정에 가득 찬 시선을 느꼈다.
착각이 아니다, 이것은 확실히, 나를 보고 있다.
그 시선을 모르는 척을 하면서, 그쪽으로 뒤돌아본다.
"!"
-한순간이었지만, 그곳에는 ,D네가 있었던 듯한 기분이 들었다.
A야는 모르겠다고 말했지만, 혹시, D네가 여우라면......?
휴대폰이 다시 진동하며, DM이 온 것을 알린다.
나는 천천히 그것을 열었다.
『지금도 보고 있어 』
"......B코......?"
"......!"
내가 시선을 느낀 방향을 확인하려고 한순간, 돌연 조금 떨어진 곳에서 누군가 말을 것어왔다...... 그것은, A야 였다.
나는 방금 전 느낀 시선이 이미 벌써 느껴지지 않게 된 것을 알아차리고, A야의 근처로 달려갔다.
"......왜그래?"
"......으으응, 아무것도 아냐......"
"......그래"
A야는 고개를 끄덕이고, 그 이상은 추궁하지 않았다.
"어디서 할까? 어딘가 들어갈래?"
"아니, 걸으면서 이야기하자. 기본적으론 간단해, 10년 전 마침 지금 정도의 계절.그때 지방신문 같은 것을 조사하고 싶어. 뭔가 조금이라도 세세....... 이를테면 사인이라던가, 발견된 시간을 알 수 있다면 기쁘겠어"
"......응"
"나는 학교 도서관으로 가려고 생각해, B코는, 시내 도서관으로 가줬으면 해"
"......알았어"
"끝나면, 단서의 유무 상관없이, 일단 합류하자"
"응......!"
- 이래저래 생각하는 것은 그만뒀다, 어쨌든 지금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수밖에 없어......!
A야와 헤어진 후, 나도 바로 시립도서관으로 향하려고 했다.
하지만, 쇼핑몰에서 나가려고 한 참에, 나는 동급생에게 발견돼, 말을 걸어와 버렸다.
"B코짱!"
높고 투명한, 통하는 목소리.
뒤돌아보면, 그는 A야의 클래스 메이트 였다.
밝고 사교성 높은 성격을 하고 있어, A야가 왈, 잘 서문을 퍼트려 주는 녀석.
나는 그가 조금 어려웠다.
"B코짱, 어제는 큰일이었네...... 이제 괜찮아?"
"......아, 응, 괜찮아"
나는 이런 때 마저 자신의 가면을 벗지 못하고, 것 보기에 좋은 미소를 띄운 채 대답해 버린다.
"아니, 정말, 걱정했어-"
그는 마음에도 없어 보이는 것은 한결같이 몇 번이고 반복한다.
나는 슬슬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말을 중단하기로 한다.
"......아, 나, 슬슬......"
"-그러고 보니, C타가 이상해"
......에?
"......이상......하다니?"
"응, 오늘 찾아내서 말이야, 무심코 뒤에서 전화한 거야. 조금 떨어져 있었고. 그랬더니, C타, 이상한 반응으로 전화 끊어 버린단 말이야"
"......그건, 정말로......?"
"하지만 그 기분 나쁜 인형까지 가지고 있었다고?"
C타의......가짜?
나는 힘내서 사고를 돌린다.
혹시, 혹시나 C타의 가짜가 있다면?
우리 네 명중에 배신자가 있고, 우리 네 명중에 배신자가 없다는 것이도 이어진다......?
그리고, 그것은 D네도 가까지 있을지도 몰라.
내가 본, 나를 쫓고 있던 D네도 가짜라면 어쩌지?
"-한 명의 배신자 여우에 의해 게임은 시작됐다"
아직, 아직 뭔가가 잘 들어맞지 않는다.
나는 대화를 적당히 자르고, C타, 혹은 D네의 가짜를 찾아서, 한 번 더 쇼핑몰을 수색하고 나서야 시립 도서관으로 향했다.
배덕Byed콜- IV -시크릿 미션 Side B-
시립도서관에 도착했을 때 즈음엔 완전히 정오를 지나 있었다.
예상 이상으로 쇼핑몰에서 시간을 빼앗겨버린 모양이다. 빨리, 빨리 10년 전의 사건을 조사해야.
이 도서관은 통학로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다.
작은 도서관이라는 것도 있고, 직원은 카운터에 한 명뿐으로, 다른 이용자는 없는 모양이었다.
나는 깊이 있는 자료 코너로 향한다, 그곳에는, 오래된 책이나 고지엔 보다도 클 듯한 전문서, 더욱더 독자적으로 모은 자료 같은 것이 파일링 돼 있다.
커다란 책이 많아서 나는 목적의 자료를 찾는 것에 시간이 걸려버린다.
몇 개인가의 책장을 둘러본 후, 문득, 깊숙이 있는 작은 책상 위에 올려둔 책을 알아차렸다.
누군가가 본 후 그대로 두고 간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표지를 엿본다.
......그것은, 새까만 책으로, 검은 고양이가 그려져 있는 서표가 끼워져있다.
"......큭!"
이제까지 제일 불길한 감정을 기억한다.
심장이 종을 치듯이 두근두근 울려, 호흡이 귓가에 들릴 듯이 커진다.
내가 가까이에 있던 책장에 기대면, 위에서 뭔가가 떨어졌다.
...... 그것은, 한 통의 편지 였다.
나는 보지 않고 도망쳐버리고 싶은 마음과 현명하게 싸우면서, 이 게임을 끝내기 위해, 그 편지를 천천히 뜯었다.
-메리씨의 부탁 제작자:B코-
메리씨의 전화를 받지 마.
그 편지를 본 순간, 휴대폰이 울렸다.
"......큭!"
나는 무심코 부르짖을 것 같은 목소리를 필사적으로 억누르고, 휴대폰 화면을 확인했다.
그것은, 조금 전 어카운트에서 온 DM인 모양이다.
전화가 아닌 것에 조금 안심한 나는, 그 DM을 연다.
『아까는 쇼핑몰에 있었어』
......에?
내가 그 DM을 보면 바로 다음 메세지가 도착했다.
『------ 지금은 이제, 도서관 앞에 있어 』
--!!!!!!!!!!!!!!!!!!!!!!!!!
그때였다. 마침 도서관 안에 누군가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근처 책장 뒤에 숨어 숨을 죽인다.
이 수일간, 나는 몇 번이나 공포에 쫓겨왔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현실의, 리얼리티 있는 공포가, 한걸음 그리고 또 한걸음 가까이 왔다.
도서관에 들어온 누군가는, 망설이지도 않고, 이쪽 자료코너로 가까이 왔다.
거기서 당분간 책장을 본 후, 몇 개인가의 자료를 가지고 책상으로 향한 모양이다.
공포를 견디면서, 그 모습을 뒤에서 엿본다.
-그것은, D네였다.
"...........다......"
뒤라서 표정은 보이지 않지만, 그녀도 뭔가의 자료를 찾고 있다.
역시, 그녀가 여우......? 10년 전의 자료를, 감추려고, 하고 있어......?
그럴 리...... 그럴 리 없지......!? D네......!
나는 천천히 천천히 그녀의 등 뒤로 다가간다.
D네는 자료에 열중해 일체 알아차리지 못하는 모양이다.
결심하고, 소원을 담아, 나는 그녀의, 어깨를 쳤다.
-툭.
"......힉!"
갑자기 어깨를 친 것에 놀라, D네가 돌아본다.
가까이 온 것으로 알았지만, 역시 그녀가 조사하고 있었던 것은, 10년 전의, 그 사건인 모양이다.
D네는 그것을 책으로 숨기는 듯이, 조금 앞으로 몸을 숙였다.
"......어, 어떻게 된건가요......? 이런 곳에----"
"뭐 하고 있어?"
"......에?"
"아까부터, 뭘 하고 있냐고 묻고 있어"
"......"
나는, 혐오감과 절망감을 숨길 수 없었다고 생각한다.
"......아하, 어떻게 된 건가요? B코짱 뭔가 화나---"
D네는 그래도 얼버무리려 한다.
"아까도! 쇼핑몰에서 누군가를 찾고 있었지?"
"......에?"
"나....? 여기도, 앞질러 가려고?"
"B코짱,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나는 무슨 소릴 하고 있는 거지, 이래선 마치, D네를---.
"나, 봤어!"
"......에?"
"......그날, 신발장에서......"
이것을 말했다간 이제 돌아갈 수 없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그래도 나는, 자기 자신을 멈출 수 없었다.
"당신이 편지를 보여준것..... 당신이 그녀를 죽인 거죠!"
"......아,아니야......."
"이제 싫어 이제 그만둬! 여우도, 혹시 D네가 아닌가 하고, 나...... 그렇다면, 그렇다면 이제...... 이런 악몽 끝나게 해줘......!"
나는 혼란스러운 나머지 흐트러져버렸다.
"......B짱, 아닙니다...... 나는...."
뭔가를 말하려 하다, D네는 입을 다물어 버렸다. 당분간의 침묵이 이어진다.
나는 이대로 살해당해 버려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음으로 D네가 알려준 말은, 생각에도 미치지 못한 것이었다.
"......B코짱"
"......뭐, 뭐야......"
"내가, B코짱을 좋아한다고 말했어......"
"......에?"
그렇게 말하고 D네는 평소와 다름없는 미소를 띄웠다.
"...... 거짓말이 아니니까요?...... 그거"
내내 서 있는 내 옆을 빠져나가, D네는 시립도서관을 뒤로했다.
나는 D네가 사라지고 나서도, 당분간 그저 멍하니 그곳에 서 있었다......
*
나는 지금, 후회하고 있다.
혹시, 혹시나 D네가 여우가 아니라면, 나는 지독한 말을 해버린 걸지도 몰라.
"...... 빨리, 이런게임, 끝내야'
나는 일어서, D네가 펼쳐놓았던 자료 근처까지 다가갔다.
이곳은 조금 전 종언의 책이 놓여있던 책상을 보는 것이 가능하지만, 그것인 이미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이제, 무슨 일이 일어나도 움직이지 않는다.
나는, D네가 조사하고 있던 자료를 눈으로 훑는다.
그곳에는, 10년 전에 학교에서 일어났던, 변사사건이 세세하게 쓰여있디.
영화 연구회 학생 4명이 변사.
부할동 중에 사고가? 사건의 가능성도.
......영화 연구회?
이상하다, 10년 전의 일기에는, 그런 건 쓰여있지 않았다.
그들은 우리와 같이, 오컬트 연구회처럼 모였을 텐데....... 그렇다면, 대체......
나는 그 밖에도 자세한 기록이 없다 조사한다.
몇 개인가의 기사를 읽고 비교하고 있으면, 그 표기 방식이 이상한 것을 알아차렸다.
대부분 기사에서, 사인 같은 것의 기록이 없는 것이다. 자세한 것은 알 수 없어...... 라고 쓰여있어, 그 이후는 잊힌 듯이, 확실히 기사가 개재돼있지 않다.
나는 먼저, A야에게 이것을 알려야 한다고 생각해, 휴대폰을 꺼냈다.
하지만 몇 번이고 발신버튼을 눌러도 기계적인 소리만으로 전파상태가 나쁘다는 것을 전할 뿐이었다.
나는, 안절부절못하고, 그곳에 있는 자료를 가지고 도서관을 나온다.
어쨌든 학교로 가야지, 그렇게 생각한 참에, 재차 휴대폰이 떨렸다.
메일 본문에는, 그저, 이렇게, 쓰여있다.
『RE: 지금부터 내가 배신자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 보입니다 』
......D네......!
나는 싫은 예감이 들었다.
그 아이가 혹시, 정말로 배신자가 아니라면, 그 아이의 곁에도, 편지가 도착했다면. 그 아이가, 내가 말한 것이...... 거짓이 아니라면......!!
- 나는, 학교로 향하려고 한 그 방향을 바꿔, 필사적으로 달리려 한다.
하지만 그 순간, 재차 휴대폰이 떨렸다.
나는 서둘러 휴대폰 화면을 확인한다...... 그것은 **에게서의 착신이었다.
『 부재 착신이 1건 있습니다 』
화면을 바라보고, 한번 숨을 쉰다. 동시에 휴대폰이 다시 울렸다.
그 진동과 관계없이 손가락이 떨렸다.
"XXX의 정체는,역X시X너XXX였다"
-그렇게 말하고, 마지막으로 나는 킥하고 웃었다.
CHAPTER4
정몽 몽키핸드
제작자:A야
정몽 몽키핸드I - 패배자 지상주의-
꿈이다, 이것은, 조금 전에 꾼, 꿈 이야기다.
어렸을 적, 되고 싶었던 것이 됐다는 꿈.
나는, 그 꿈속에서, 히어로가 돼 있다.
어린애다운 꿈이지?
하지만, 옛날부터 조금 뒤틀렸다고 생각한 것은, 그것은 , 허무한 히어로다.
두뇌파로, 다수의 비밀을 가지고 있다.
이른바, 다크 히어로라는 녀석.
고정 대사는 이렇다.
"내가 풀어줄게"
씩씩하게 나타나, 수수께끼를 풀어, 악을 쓰러트린다!
멋있지?
......하지만, 현실 세상에서는 그렇게 되지 않는다.
나는 그 꿈을 꾼 날, 지각을 해버렸다.
히어로라던가, 열등생밖에 되지 않는다.
때때로, 이런 일이 있으면 생각한다.
이 세상은, 누군가가 꾸고 있는 꿈으로, 그중에 나는, 그저 군중 캐릭터에 지나지 않는 게 아닐까 하고 말이야.
그래서, 주인공이 되지 못한다. 따라서 영웅도 아니다.
뭐어 별로, 히어로를 동경할만한 나이도 아니고, 괜찮지만 말이야.
그런 참인데, 나는 성장과 함께, 그 비틀려졌다고 할까, 변화구법적인 부분을 증폭시켰다. 그 결과로서, 소문이라던가, 그런 것에 흥미있는 비뚤어진 성격의 고등학생이 돼버렸다.
뭐어 어쨌든, 이것은 꿈 이야기.
꿈은 언젠가, 깨어나는것......
*
목조 2층 건물 안 구 교사, 그 2층에 있는 전 음악실을 향해 나는 걸어갔다.
수업 중, 선생님의 눈을 피해 자서, 조금 머리가 멍해진다.
어제도, 도시 전설에 관한 사이트를 보거나, 자료를 읽거나 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조금 숨을 내쉬고, 교실 문을 열었다.
"......야아"
- 교실에는 나 이외의 세 사람이 이미 모여있다.
"야아가 아니야...... 당신의 악취미는 좋은데, 남을 재료로 쓰는 건 그만둬 줄래?"
"......무슨 소리일까?"
"......시치미 떼는 거 아니야"
B코가 노려본다.
화난것은, 아마도 내가 흘린 것일, 소문에 대해서다.
정말이지, 몇 번이고 몇 번이고 흘리고 있는데, 변함없이 화나서 오네.
"......하아......이제 익숙해져서 괜찮은데....."
당분간 B코는 나를 노려봤지만, 내가 너무 무반응으로 있어선가, 한숨을 쉬고, 자리에 고쳐 앉았다.
"...... 그래서, 소문으로 흘린, 도플갱어는 뭔가요?"
D네가 질문해온다.
"......아아"
나는 의기양양한 얼굴로 그것에 답했다.
목조 2층 건물 안 구 교사, 그 2층에 있는 전 음악실을 향해 나는 걸어갔다.
수업중, 선생님의 눈을 피해 자서, 조금 머리가 멍해진다.
어제도, 도시 전설에 관한 사이트를 보거나, 자료를 읽거나 하고있었던 것이다.
나는 조금 숨을 내쉬고, 교실 문을 열었다.
"......야아"
- 교실에는 나 이외의 세사람이 이미 모여있다.
"야아가 아니야...... 당신의 악취미는 좋은데, 남을 재료로 쓰는건 그만둬 줄래?"
"......무슨소리일까?"
"......시치미 떼는거 아니야"
B코가 노려본다.
화난것은, 아마도 내가 흘린 것일, 소문에 대해서다.
정말이지, 몇 번이고 몇 번이고 흘리고있는데, 변함없이 화나서 오네.
"......하아......이제 익숙해져서 괜찮은데....."
당분간 B코는 나를 노려봤지만, 내가 너무 무반응으로 있어선가, 한숨을 쉬고, 자리에 고쳐 앉았다.
"...... 그래서, 소문으로 흘린, 도플갱어는 뭔가요?"
D네가 질문해온다.
"......아아"
나는 의기양양한 얼굴로 그것에 답했다.
우린 이렇게 언제나 소문을 수집하는 활동을 하고있다.
언 뜻 제각각에 정리 없이 자신과는 양립되지 않을 듯한 인간인 그들이지만 하나만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그들도 또한, 극도로 소문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목조 2층 건물 안 구 교사, 그 2층에 있는 전 음악실을 향해 나는 걸어갔다.
수업중, 선생님의 눈을 피해 자서, 조금 머리가 멍해진다.
어제도, 도시 전설에 관한 사이트를 보거나, 자료를 읽거나 하고있었던 것이다.
나는 조금 숨을 내쉬고, 교실 문을 열었다.
"......야아"
- 교실에는 나 이외의 세사람이 이미 모여있다.
"야아가 아니야...... 당신의 악취미는 좋은데, 남을 재료로 쓰는건 그만둬 줄래?"
"......무슨소리일까?"
"......시치미 떼는거 아니야"
B코가 노려본다.
화난것은, 아마도 내가 흘린 것일, 소문에 대해서다.
정말이지, 몇 번이고 몇 번이고 흘리고있는데, 변함없이 화나서 오네.
"......하아......이제 익숙해져서 괜찮은데....."
당분간 B코는 나를 노려봤지만, 내가 너무 무반응으로 있어선가, 한숨을 쉬고, 자리에 고쳐 앉았다.
"...... 그래서, 소문으로 흘린, 도플갱어는 뭔가요?"
D네가 질문해온다.
"......아아"
나는 의기양양한 얼굴로 그것에 답했다.
우린 이렇게 언제나 소문을 수집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언뜻 제각각에 정리 없이 자신과는 양립되지 않을 듯한 인간인 그들이지만 하나만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그들도 또한, 극도로 소문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소문......이라고 해도 그 내용은 대부분이 오컬트나 도시 전설에 분류되는 것이다.
이런 '입 찢어진 여자'나 '인면견'이나......
그런 소문 이야기를 서로 주고받는 사이에 차례로 이 구 교사에 모이게 됐다. 부활도 동호회도 아닌, 그냥 모여서 이야기 할 뿐. 모이는 날이 절해져 있는 것도, 할당량이 있는 것도 아니다. 사이가 좋은 것도 아무것도 아닌데 모인다는 것은 주변에서는 기분 나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쓸데없는 관심인 만큼, 기분은 좋았다.
"...... 그러고 보니, 그 외에도 이런 소문, 알아? 최근 안 이야기인데 말이야 웃는 자살자라는 도시 전설이 있어"
나는 재차 수집한 소문을 말하기 시작했다
*
"아, 슬슬 나는 돌아갈까"
오랜 시간이 지난 후, C타가 그렇게 말하고 가방을 잡았다.
"나도 슬슬......윽, 역시, 그 인형, 신경 쓰여"
B코는 C타의 가방에 달려 있는 인형을 손가락 끝으로 튕기면서 그렇게 말했다.
C타는 옛날부터, 남들과 귀엽다는 감각이 엇갈린 모양이라고 생각한다.
"에-, 귀여운데? D네짱도 그렇게 생각하지?"
"아니요, 티끌만큼도 귀엽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D네는 피식 웃고 그렇게 말했다. C타는 그래도 미소를 무너트리지 않고,
"아하하, D네짱 다운 말투네"
라고 답했다.
"...... 인형이라고 하면, 도시 전설인 혼자 하는 숨바꼭질에서도, 인형을 쓰네"
나는 가방을 잡으며, 중얼거렸다.
"혼자 하는 숨바꼭질?" 그 중얼거림이 들린 모양이라, C타가 반응한다.
"응, 인형을 쓰는, 강령술 같은 것의 일종일까. 최종적으로 그것을 찢어버려야 하지만 말이야"
".....흐-음, 아, 인형 하면 나는 A야와의 어렸을 적이 생각나네"
".....응?"
C타가 더욱더 계속한다.
"으으응. 그저, 혹시 혼자 하는 숨바꼭질을 하더라도, 그 인형은 쓰지 말아줬으면 하고"
".....무슨 소리?"
"아무것도 아냐"
C타는 나에게 미소를 던지면서, 그대로 대화를 흐지부지하게 흘렸다.
*
다음날 나는 오늘도 다시 수면 부족으로 불쾌함을 질질 끄는 채로 구 교사로 왔다.
"......야아"
오늘도 나 이외의 세명이 이미 모여있다.
"야아가 아니야...... 당신의 악취미는 좋은데, 남을 재료로 쓰는 거 그만둬 줄래?"
"......무슨소리 일까"
'......어제의 계속,시치미 떼는 거 아니야. 소문이 악화했잖아"
B코는 분노를 드러내면서 일어선다.
"자아, 아니 땐 굴뚝에 연기는 나지 않아. 나는 조금 농담을 말한 것 뿐 아냐"
"......당신 말이야"
"지금의 너를 우연히 누군가 봤다간 분명 가짜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진심으로 이제그만 적당히......!"
"......그건 그렇고, 최근 신경 쓰이는게 있어"
나는 이야기를 자르고, 그리고 최근 신변에서 일어나는 불가사의한 현상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최근, 내 몸에는 확실히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
누군가의 시선을 상당히 느끼는 것도 그렇고, 뭔가, 상당히 기시감 같은 것도 느끼는 것이다.
뭣 하면, 이 이야기마저, 나는 몇 번이나 이야기하는 듯이 생각된다.
이것도 종언의 서표 탓일까?
어쨌든 나는, 전날 행한 콧쿠리씨 이야기를 한 후,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한 번 더 하자"
*
-지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
C타가 겨우 목소리를 낸 참에, 재차 강해지는 노이즈.
화면 위에 비치는 남자의 얼굴이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것같이 일그러져, 미소와 곤란한 얼굴과 우는 얼굴과 화난 얼굴을 오간다. -그리고 방문하는 정적.
"......뭐, 뭔가요.....바, 방금......?"
"...... 몰라"
"...... 여우? 배신자라고......?"
".....지, 질 나쁜 농담이겠죠......?"
"......"
일동은 침묵해, 서로 봤다.
옅은 어둠 속 방안, 누구나 창백한 얼굴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그리고 상당히 긴 시간...... 실제로는 1분도 채우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침묵은 이어졌다. 그리고 누군가의'...... 일단 오늘은 돌아가자....."란 목소리에 재촉되는 듯이, 우린 학교를 뒤로했다.
결국 난 C타와 함께 돌아갔지만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집에 돌아오면, 평소 이상으로 시선을 느끼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되면 반대로 시간이 가깝게 느껴지는 기분이 들어, 몇 번이고 이불을 나와 주변을 확인하거나, TV를 켰다 껏다하는 것을 반복했다.
-결국, 정신 차리면 아침이 되어있다.
*
다음날 나는 수업이 끝난 후, C타와 합류해, 구 교사로 다리를 옮겼다.
그곳엔 이미 B코가 기다리고 있다.
"............!"
B코는 이쪽을 보곤, 뭔가를 말하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왜그래? B코짱"
"......"
"......B코?"
"......어, 어제는................. 자, 장난이.......지......?"
B코의 동요가 격해졌다. 그리고, 어제 있었던 일은 장난이라고 해줄까. 확실히 실현 불가능하진 않지만, 하지만 그러기엔 상당한 준비가 필요할 텐데......
"......큭"
-덜컹.
"..........!"
B코가 뭔가를 말하려는 참에 교실 문이 열려 D네가 나타난다.
순간 B코는 D네를 봤지만 눈을 피하고 입을 다물었다.
"...... 결국, 어젠......뭐였죠?"
D네는 신경 쓰지 않는 것인지, 말을 걸어 왔다.나는 지금 내 생각을 말한다.
"......지금 단계에서는 몰라...... 그냥 공들인 장난이란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해...... 분하지만......"
내 말을 듣고, B코가 얼굴을 든다.
"......하지만, 혹시 정말이라면, 이중에 한 명......"
"-그만둬!"
B코는 돌연 부르짖고, 귀를 막는 듯이 머리를 감싼다.
그리고, 그 순간이었다-,
-텅!!!!
돌연 굉장한 소리가 나면, 우리가 있는 구교사의 창문에 거대한 그림자가 나타났다.
-그것은, 인영이었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한 박자 늦은 B코의 절규 소리가 들린다. 나는 너무 놀란 나머지 주저앉아 버렸다.
인영은 지금, 2층 공중에 떠서, 교실 안을 엿보고 있는듯한 형태이다.
옥상에서 뻗어온 로프가, 그 목을 지지하고 있다.
"......차, 창가의 여성이다......"
나 자신이 말한 것이 현실에 물들어 나온 듯한 공포를 느꼈다. 두려운 나머지, 뭐라고 말할 수 없는 표정으로 일그러져버린다.
"......누, 누군갈...... 불러야......"
C타가 그렇게 말하고 움직이려고 했다. 하지만, 확실히 이미 늦었단 것은 누가 봐도 확실하다. 결국, C타도 그렇게 말하고, 움직이지 못하게 됐다. 당분간 그렇게 있으면, 그 후 경찰 같은 것에 가볍게 이야기하는 것으로 우리는 빨리 돌아가도록 풀려났다.
경찰의 단편적인 정보로, 후에 들은 이야기는, 이번 사건은 명확히 불명인 점이 있는 모양이다.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사건.공포와 경악으로 회전하지 않는 머리였지만, 현실에서는 일어 날리 없는 일이 일어났다는 모순이, 뭔가의 실마리를 알리는 듯이 느껴졌다.
"......그런거, 있을 리 없어......"
......나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정몽 몽키핸드 II -시크릿 미션 Side A-
집에 돌아가면, 드디어 현실을 이해하기 시작한 것인가 빠르게 공포가 덮쳐왔다.
이제까지 공포라고 생각한 것은, 경악이 더해진 것으로, 단순한 공포가 아니다.
확실히 처음으로 본 시체는, 그 눈은, 지금 떠올려도 몸이 떨리지만, 그것보다도 커다란 위화감이 내 안에 응어리졌다.
평소처럼 책상에 앉으면 휴대전화를 손에 잡아, 메일 작성 화면을 띄운다.
계속 변하지 않는 버릇.
메일을 수신할 일 없이, 그저 초고로 내 생각을 써간다.
콧쿠리씨 후에 일어난 그 방송.
그리고, 내가 이야기한 도시 전설을 재현한 듯한 사건.
어떻게 생각해도, 나무나 잘 돼있다.
나는 열중하고 휴대폰에 쳐넣어 간다.
수수께끼를 풀 열쇠는 종언의 책과 종언의 서표 그리고 여우의 존재......
필사적으로 쳐넣고 있으면, 문득, 목덜미에 날붙이가 닿아있는 듯한 오한을 느꼈다.
"......큭!"
서둘러 뒤를 돌아본다.
하지만 그곳에는 당연히 아무도 없었다.
나는 당분간, 기척이 난 쪽을 바라본다.
계속 느껴지는 시선은, 이 기시감은.
확실히 누군가 보고 있다던가 그런 레벨이 아닌 게 아닐까......?
한점을 그저 바라보면서 나는 사고의 미로를 헤맨다.
어찌 생각하면 되는 거지......
이 물음에, 정답이 있는 것일까......?
당분간 생각했지만, 이 이상의 결론에는 도달할 수 없다고 생각해 생각하는 것을 그만뒀다.
그 후, 만일을 위해 방안을 둘러보고, 그래도 침대에 숨어들어 가 무릎을 감싸 안는 듯이 잠들었다.
*
"......여보세요?"
다음날 이른 아침, 생각하지도 못한 인물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나는 평소처럼 기분 나쁜 듯이 전화를 받았다.
"......A야......"
B코였다, B코의 목소리는 평소 학교에서 듣는 소리와 너무나도 달라서, 순간 놀라 버린다.
평소처럼 말하지만 , 잘 생각하면 B코와 통화하는 것은 거의 이게 처음인 듯한 기분이 들었다...... B코는, 아무래도, 울고 있는 모양이었다.
"......도와줘......"
나는 B코의 이야기를 그저 평소처럼 들었다.
D네에게 편지가 도착한 것과 C타의 가짜가 목격됐다는 것......
B코는 가끔 말하면서도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를 가능한 한 확실히 전하려고 해줬다.
그리고 B코의 이야기가 전부 끝나면, 당분간 생각한 후, 이렇게 말했다.
"......이 사건은, 있을 수 없는 일투성이야......"
내 목소리에는 조금 분노가 들어갔다고 생각한다.
"내 도시 전설을 매사 이용하고 있어, 웃는 자살자 창자의 여성......C타는 도플갱어일까?"
"......무슨 소리야?"
"......이 세상에 있는 것은 진실 같은 것과 거짓 같은 것뿐이야"
"......에?"
"실제 그것을 영상에 담지 않으면 안 된다니, 이류각본가야"
"......A야? 무슨..... 소리야?"
나는 나도 의식하지 못한 사이에 입꼬리가 올라간 것을 알았다.
"......이런 게임, 끝내버려 주지......"
전화기 너머로 B코가 우려하는 기척이 느껴진다.
내가 특정의 누군가를 죽인다, 라고 생각하고 있는 거겠지.
"......이런 게임 룰 너무 불합리해. 아직 모르지만, 애초에, 정말로 여우가 우리 네 명 안에 있는 것인가 마저 수상하다고 나는 생각해"
"......에?"
"......절대로, 이 게임 룰 이외에도, 범인을 쫓을 방법이 있을 거야"
"......쫓을...... 방법?"
그래 아무도 남이 만든 룰을 지키며 진행할 필요 따윈 없다. 이렇게나 형편 좋게 지나치고 있는 것이 나에겐 아무래도 이상하게 생각되는 것이다.
-결정적이었던 것은, 그 여학생의 자살. 그것은, 이 게임의 룰이 절대라는 것의 장렬한 선전으로, 하나의 룰이 올바르다고 한다면, 다른 모든 룰이 올바르단 경각심을 낳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나의 이벤트에 의해, 다른 모순을 지워버리다니, 그런 건 상투수단이다.
"...... 하지만, 어떻게 그것을 조사하면......"
그래, 그렇다. 나는 아직, 정보가 부족하다. 절대적인 뭔가가 어딘가에 숨어있을 터다. 애초에 종언의 책 종언의 서표의 비밀도 그렇다......!
"......나는, 10년 전의 사건이 수상하다고 생각해. 그 사건를 좀 더 조사하면, 뭔갈 알 수 있을지도 몰라"
"......10년 전의, 그 사건......"
"......애초에 일기라니, 뭔가가 이상해...... 그것만 알면 어쩌면......"
나는 중얼거리면서 생각한다. 이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겨우 혼자서 실행할 수 없었다. B코는 확실히 지금, 꽤 겁먹었겠지. 하지만, 혼자서는, 이 게임을 끝내는 것을, 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함께 조사하자"
"......에?"
"10년 전의 사전에 대해, 함께 조사하자......"
"......하지만......"
"혼자선 어떻게 안될지도 몰라...... 도와줘. 그리고, 이런 게임 끝내버려 주지......!"
나는 내가 가능한 한의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서, B코에게 그렇게, 알렸다.
*
그리고 나와 B코는 도서관을 분담해서 찾기로 정했다. 이 근처에 있는 도서관은 두 개, 학교내의 도서관과 시립도서관이다.
마침 그 중간에 쇼핑몰이 존재한다.
거기에 지금부터 집합해, 이야기 한 후 저마다 도서관으로 향한다.
나는 바로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섰다.
밖으로 나오면 온도가 높아, 질퍽질퍽한 공기가 달라붙었다.
평소처럼 심한 다크써클에 부스스한 머리.
그저 평소처럼, 고개를 숙이지 않고 확실하게 앞을 향해 빠르게 걸었다.
쇼핑몰 안에 들어가면, 그곳에는 거동이 수상하게 두리번두리번 주위를 신경 쓰는 B코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늘진 곳에 숨어서 좀처럼 찾아낼 수 없었다.
"......B코......?"
"......!"
나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말을 건다.
B코는 그것을 알아차린 모양으로, 이쪽으로 달려왔다.
"......왜그래?"
"......으으응, 아무것도 아냐......"
"......그래"
B코는 꽤 정서가 불안정한 모양이지만, 필사적으로 아무것도 아닌 듯한 척 하고있다.
"어디서 할까? 어딘가 들어갈래?"
"아니, 걸으면서 이야기하자. 기본적으론 간단해, 10년 전 마침 지금 정도의 계절.그 때 지방신문 같은 것을 조사하고 싶어. 뭔가 조금이라도 ....... 이를테면 사인이라던가, 발견된 시간을 알 수 있다면 기쁘겠어"
"......응"
"나는 학교 도서관으로 가려고 생각해, B코는, 시내 도서관으로 가줬으면 해"
"......알았어"
"끝나면, 단서의 유무 상관없이, 일단 합류하자"
"응......!"
그렇게 말하고 B코와 해어졌지만, B코는 꽤 한계에 가까운 모양이었다. 이야기를 듣는 한으론, D네도 상당한 정신상태겠지. 그리고, C타도, 혹시 편지가 이미 도착했다면, 가짜는 그 영향일지도 모른다. 모두가 지금 어떤 상황이라고 해도, 나에게 가능한 것은 하나다.이, 종언 게임을 끝내주지......!
-나는, 쇼핑몰에서 나오면, 학교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정몽 몽키핸드 III -어딘가의 소문-
학교는 휴교 중인 것도 있어, 사람의 기척도 없다.
며칠은 미디어 기자나 카메라맨이 있었던 모양이지만 현재는 사라졌다.
나는 만일을 위해 뒷문으로 들어가면 신 교사 안의 직원실로 향했다.
그때 있던 교원은 내가 학교에 있는 것에 놀랐지만, 집에 혼자 있기 싫어, 같은 적당한 소리를 했더니, 상황도 상황이라 도서실 열쇠를 빌려줬다.
그리고, 신 교사 내의 도서실과 도서자료실로 향한다.
나는 열쇠를 열면 천천히 안으로 들어가 자료실에 있는 지방신문 같은 것이 모여있는 코너로 향했다.
연대별로 늘어선 신문을 모아둔 파인더를 찾는다.
신문은 전 페이지가 보관돼있는 것이 아닌 신문부가 지방 신문과 전국 신문에서 신경 쓰이는 가사 같은 것을 잘라 모아 연대별로 정리해둔 모양이다.
나는 딱 10년 전 파인더를 손에 쥐면 근처 책상에서 그것을 펼치면서 그것 같은 기사를 찾았다.
당분간 페이지를 둘러보고 있으면 거기에 그것 같은 기사 일습이 모여있다.
학교 부 활동 중에 사고가. 4명 사망, ......한 명이 중태.
......!
학교에서 전해지는 소문과는 바로 어긋났다.
그리고 내가 가자고 있는 일기와도 다르다.
내가 가지고 있는 일기에는 네 명의 등장인물 밖에 나오지 않는 것이다.
더욱더 당시 신문부의 메모인지, 기사에는 연필로 이렇게 덧쓰여 있다.
영화 연구부 안에서 일어난 엽기살인이!?
영화 연구회 살인사건......이네. 나는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낀다.
그 일기에는 영화 연구부 따위 한마다도 쓰여있지 않았다.
그들은 우리와 똑같이 오컬트 연구회 맴버일터다......
이것들의 기사를 파인더에서 꺼내고 가지고 있던 가방에 그것을 집어넣고 파인더는 원래 책장으로 돌려놨다.
......탁.
"......큭!"
그때 도서실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내가 빠르게 몸을 숨기면 그곳에는 본 기억 있는 인물이 들어왔다.
............D네다.
잠시 동안 숨을 죽이면 그녀도 또한 신문 기록 같은 것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나는 B코와 똑같이 그녀에게도 협력을 부탁해야 할까 고민했지만 지금 그녀의 경계엔 확실히 종언의 책은 한번 도착했겠지.
그럼 내 생각이 맞았다면 이후......
"......!"
한순간 D네가 이쪽을 향해 일어섰다.
나는 그대로 숨일 죽인 채로 숨어있으면 D네는 포기한 것인가 도서실에서 나갔다.
"......후우......"
나는 크게 한숨을 쉰다.
하지만, 이렇게 있을 수 없다. 내 예상이 맞다면 D네는 이 후, 편지에 쓰여있는 일을 하려고 하겠지.
나는 어쨌든 지금은 B코에게 연락을 취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앉은 채로 휴대폰을 꺼낸다.
하지만 아무리 B코에게 전화를 해도 전파가 닿지 않는 상태로 전혀 이어질 기미가 없다.
............이런.
이대론 위험하다.
나는 먼저 학교를 나와 이동하려고 일어섰다.
그리고 아까까지 내가 자료를 펼쳐뒀던 책상을 보면 그곳에 있을 리가 없을 것이 당당하게 놓여있다.
새까만 표지. 그리고, 고양이의 서표.
마치 아까까지 내가 여기서 책을 읽고 있었던 듯이 그 책은 놓여 있다.
......결국엔, 왔다......!
-종언의 책과 종언의 서표.
"----정말로 있었어"
그때 나는 대체 어떤 얼굴을 하고 있었을지.
몇 번이고 보고 싶다고 생각한 책과 서표가 지금 눈앞에 존재한다.
그 평범하지 않은 분위기에 이해나 감정을 넘머 빠져들어 버린 모양이다.
...... 역시 몸이 떨고 있다.
나는 책을 넣기 위해 가방을 열었다.
하지만 그곳에는 아까까지 확실히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 존재 했다.
"......큭!"
한 통의 편지와------ 작은 미라 같은 것.
손목 위밖에 없는 그것은 손가락이 다섯 개 제대로 붙어 있어있는 반쯤 펴진 상태였다.
크기는 초등학생 정도의 손으로 보인다.
꽤 그로테스크한 외견이다.
......이것은 대체......!?
나는 편지를 가방에서 꺼내 천천히 연다.
그곳에는 그저 이렇게 쓰여있다.
- 원숭이의 손. 제작자:A야-
원숭이의 손을 써 운명에 저항해라
...... 원숭이의 손인가...... 확실히 해외 소설에서 나온 적 있는 아이템이다......
소원을 그 손가락 수만큼 이루어 준다는 아이템이었을 터.
-혹시, 이것이 정말로 어떤 소원이라도 이루워 진다면......!
"여우의 정체는 역시 너였던 거다"
-그렇게 말하고 마지막으로 나는 씩 웃었다.
정몽 몽키 핸드 IV -리피 트레지디-
-이것 또한, 하나의 결말.
결과가 나지 않은, 겹쳐진 가능성.
종언 게임, 하나의 정체.
......이 게임은, 서로의 의심을 높이기 위해 시작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 중에 한 명 배신자가 있다.
그 말과 함께 펼쳐지는 비현실적인 비극.
다음은 내가 살해당하는 거 아닌가?
녀석은 무서워! 녀석이 배신자다!
그렇게 펼쳐진 패배의 감정은 이윽고 여우를 죽이는 것을 긍정한다.
죽이지 않으면 살해당한다......!
그렇게 생각하는 인간은 어리석다.
싫은 예감이 든다.
나는 C타에게 "말하고 싶은 게 있으니까 우리 집 앞에서 기다려 주지 않을래" 라는 메일을 보내고 집으로 서둘렀다.
그라고 집으로 도착했지만 C타는 없었다.
하지만 현관문에 손을 대면 안에서 무슨 소리가 들렸다.
현관문에 손을 대면 열쇠가 걸려있다.
나는 천천히 소라를 내지 않으면서 집 안으로 들어간다.
소리는 내 방에서 나는 모양이다.
나는 두려운 방에 가까이 가면서 마지막 가도를 가슴에, C타에게 메일을 친다.
"C타? 내 방에 없지?"
송신완료 화면으로 바뀐 직후 내 방에서 메일 착신을 알리는 소리가 울렸다.
역시 C타가 거기에 있었다.
나는 천천히 방안을 엿본다.
그 순간 C타가 커터 칼을 가진 채로 나를 덮쳐왔다.
"여우의 정체는 역시 너였던 거다"
C타는 마지막으로 그렇게 말하고 씩 웃었다.
*
-나는 당분간 새빨갛게 물든 방 안 눈물과 구토와 오열과 모든 액체를 흩뿌리면서 그저 멍하니 있다.
손에는 방과 같은 색인 가위가 있고 그 앞에는 어렸을 적 부터 함께였던 C타가 뒹굴고 있다.
내가, 내가......
그리고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평소와 같은 흔해 빠진 결말을 향해서.
CHAPTER 5
복수 히어로즈
아무도 없을 터의 교사에 발소리가 울린다.
나무 바닥이 뚜벅뚜벅 하고 불쾌한 소리를 세운다.
밖은 이미 완전히 어두워졌다.
퐁당 하고 어딘가의 수도꼭지에서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바람이 창문을 덜컹덜컹 흔든다.
평소와 같다.
변함없는 몇 번이고 본 결말.
D네는 B코를 죽였다.
그 후에 D네도 죽었다.
그라고 A야는 C타를 죽였다.
마지막으로 A야는 여기서 자살한다.
아무도 남지 않는다.
또 이번에도 아무도 남지 않는다.
이걸로 이 이야기도 끝.
게임오버.
아-아, 또 해버렸다.
시시해 시시해 시시해 시시해.
B급 결말은 이제 됐어.
자, 빨리 끝내자.
몇 번을 해도 같아.
마음속 어딘가에서 있을 리 없을 이레귤러를 원했다.
이 낡아빠진, 극히 흔해 빠진, 시시한 패러렐 월드로 도망친 이야기의 '결말'이.
-그리고, '평소대로' 구교사의 전 음악실의, 문이 열렸다.....................
ㅡ!?
내 눈앞에 펼쳐진 관경이 이해되지 않았다.
구 교사 전 음악실에는 A야 뿐만 아니라 죽은 B코나 C타 D네까지 모여있다. 언제나 학교에서 모이는 듯이 평소의 교복으로 평소처럼......!
그리고 모두가 내 쪽으로 손가락을 가리켰다.
...... 이것은 대체 어떻게 된 거야?
"...... 간신히 이 게임의 구조를 알았어"
A야가 말한다.
"이 게임은 클리어 불가능한 게임이었어. 처음부터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이런 일 있을 리가 없는데"
"그래"
그리고 B코가 계속한다.
"이를테면 그 콧쿠리씨 후의 아나운서의 목소리. 그것에 관해서는 장난의 가능성도 부정할 수 없어. 현실이라도 가능하니까......"
......!
"다음은 그 클래스메이트의 사건입니다"
D네가 더욱더 꿰뚫는다.
"이것은 있을 리 없는 사건입니다...... 하지만, 이것도, 완전히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C타가 더욱더 계속했다.
"하지만, 너무 연출 과잉이었어...... 마치, **의 세상의 사건 처럼"
...... 그래서 그게 어쨌다는거야......!
"어째서 우리가 살아있는가? 그런 얼굴을 하고 있네. D네 B코 C타가 죽고 그라고 내가 죽지 않았나 하고...... 하지만, 아까까지 네가 보고 있던 그것은 있었을 지도 모르는 하나의 결말. 하자만 이번엔 달라. 확실히 가능성의 세계에선 우린 죽어있고, 이겨, 살아있는 상태였다. 마치, 슈뢰딩거의 고양이 같은 말투네...... 네가 관측해서 처음으로 결말이 수렴된다. 하지만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어...... 혹시, 수조 뇌 가설에 가까울 지도 모르네. 이 세상은 ----"
A야는 그대로 말하길 계속했다.
"하지만 확실히 우린 있어 그라고 이 세상에는 현실은 존재하지 않아"
A야는 그렇게 말하고 주머니 안에서 작은 미라의 손목을 잡았다.
그것은 손가락이 하나도 접히지 않은 원래 그대로인 모습이었다.
"내가 풀어줄게"
......!
"이 원숭이의 손은 너무나 꿈같은 아아템이야"
A야는 종언의 책을 가진 채로 미라의 손목을 쳐들고 계속한다.
"보이는 대로 나는 원숭이의 손을 한 번도 쓰지 않았어. 물론 이것이 어떤 물건인가는 알고 있어. 꿈같은 아이템은 맞지만, 이것을 써서 0에서 1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닌 이것에 빈 것과 동등한 가치를 잃고 그것을 받는 조건을 만들어내 또는 누군가의 소유물을 어딘가에서 끌어 당겨온다. 원숭이의 손에 돈이 필요하다고 빈 부부의 아들이 다음날 일하다 죽게 된 덕에 원하던 대로의 금액이 회사에 떨어졌다는 이야기가 제일 대중적일까? 혹시 반대로 내가 자동판매기 앞에서 쥬스가 필요하다고 빌면 그 자동판매기 안에 있는 쥬스가 하나 사라지는 대신 내 지갑에서 돈이 사라지는 걸까? 하지만 그런 거 내가 돈을 넣고 버튼을 누르는 것 뿐만으로도 좋아"
A야는 원숭이의 손을 두고 더욱더 계속한다.
"소원의 내용은 중요하지 않아 요는, 원숭이의 손 따위 필요 없다는 것만 알면 돼......"
......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네가 봐온 것은 흔해 빠진 베드 엔딩. 깨지 않는 악몽이야"
확신한 눈으로, 몰아붙이는 듯한 눈으로......!
"좀 더 간단히 말하면 CD 자켓에 뭐라 쓰여있다 해도 누군가가 듣기 전까지는 어떤 장르의 음악이 들어있는지 몰라. 클래식일 가능성도 락의 가능성도 재즈의 가능성도 똑같이 있어...... 물론 텅 비어서 무음일 가능성도...... 그것은 저녁밥 메뉴도 영화관 팝콘의 맛도 그 영상의 내용도 전부 같은 것으로 방관자 관측자 극장의 관객 읽는 사람이 있어야 결과가 난다. 즉, 결과를 알고 있는 것은 참가자와 그 목격자다. 하지만 목격자는 당당히 선입견이라는 것을 가지고 있어. 혹시 이렇게 되는 게 아닐까, 분명 이렇겠지...... 하고 말이야. 한번 머릿속에 떠올라버린 영상에서는 도망칠 수 없어. 네 머릿속에도 흐르지 않았니? 우리의 베드엔딩이......"
A야는 그렇게 말하고 슥 하고 팔을 올려 이렇게 말했다.
"결정적인것은 흑막이 준 명제야. 이 안에 배신자...... 여우가 있다니. 무슨 책에서 읽은 거야. 아무리 황당무계한 선택지가 있어도 모든 가능성을 생각한 후에 그것밖에 남지 않는다면 의심할 것도 없이 그것이 진실이란 말이야. 즉 여우 이외의 모든 인간을 배제하면 남은 인간이야 날로 여우 달리는 없어...... 나는 말이야 솔작히 의심했어 이 안에 한명...... '이 안'의 정의를 말이야...... 멋대로 이 네 명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어. 하지만 말이야, 잘 생각하면 잘못된거야....."
신문 조각을 던진다.
"간접적이지만 깨달은 것은 10년 전에 일어 났다는 이 사건이다. 네 명이 사망에 그리고 한 명이 중태...... 이건 완전히 직접적인 증거는 아냐. 하지만 조사하면 조사할수록 종언 게임과 이 사건은 겹치는 게 많아. 마치 이 사건을 참고로 게임을 만든 것 같이 말이야. 그래서 우리와 유일하게 다른 이 또 한 명의 존재가, 네 명 이외의 다른 누군가의 가능성을 나에게 보여준 거야"
"그래서 A야는 먼저 나한테 전한 거야. 여우는 네 명 이외라고. 그리고 D네에게 가달라고"
B코가 말한다.
"그리고 나에게도 같은 메일을 해서 집에 있던 나와 합류 했다......"
C타가 A야를 보고 미소 짓는다.
"나는 내가 여우가 아닌걸 알고 있습니다. 그라고 그것은 네 명도 같아......"
D네가 B코를 보고 더욱더 계속한다......!
"......그렇다면 그곳에 있었던 것은 그 콧쿠리씨를 보고 있던 것은 필연적으로 이것을 알고 있는 인물 뿐..... 저기, 너는 그 콧쿠리씨를 보고 있었지? 룰은 네 명 중에 여우가 있다고 한마디도 하지 않았어. 그저 우리 전원이 네 명중에 범인이 있다고 멋대로 생각했어. 너도 포함해서...... 이제 제 4의 벽은 ......평면이기에야말로 쓸 수 있는 트릭은 부서졌어. 혹시 원숭이의 손이 소원을 정말 이뤄준다면 이런 게임 그리고 이렇게나 시시한 수작은 끝내자"
종언의 책은 찢어졌다. 그리고 집게손가락을 이쪽으로 향하고 입을 일그러트리면서 이렇게 단언한것이다.
"아까도 말한 대로 아무리 있을 수 없는 일이라도 모든 가능성을 생각한 후에 이것밖에 남지 않아. 그리고 눈에는 보이지 않는 본인이 제일 예외로 둬버리는 가능성......"
A야는 숨을 들이마신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이번 종언 게임의 여우는...... 너다!"
"......그리고 이것 또한 베드엔딩일지도 모르겠네 참가자는---"
거기서부터 아무것도 귀에 들어오지 않게 됐다. 기우뚱하며 흔들리는 시야, 태세가 바뀐 것에 위화감을 깨닫는다.
주머니 안에 한통의 편자가 들어있었던 것이다.
천천히 그것을 뜯는다.
그곳에는 그저 건결하게 이렇게 쓰여있다......
-꿈의 결말. 제작자:****-
다음 페이지를 넘기지마.
"꿈과 같은 것으로 하지마......"
아무도 없는 관내에 부저음과 음성이 울린다.
이상으로 엽기적인 하이스쿨 라이프 종언의 서표 -명제편-의 공연을 종료하겠습니다.
CHAPTER6
종언 리바이블
청소액 냄새가 코를 찌른다.
몸속에 이어진 선을 통해서 액체가 흘러나온다.
살아있어? 살아졌어?
새하얀 새하얀 세상. 정기적으로 들리는 리듬이 가만히 있어도 졸린 의식을 더욱더 수면상태로 유혹한다.
인간은, 그저 하얀 방에 들어간 것 만으로 미쳐버리는 것 같다.
그렇다면 이미 훨씬 전에 미쳤겠지.......
애초에 종언의 책은 뭐였는가......
지금은 이미 먼 옛날 일 같아 떠오르지 않지만 후회의 감정만이 마음을 쑤신다.
그렇다 해도 그런 해답으로 만족할 리가 없잖아.
정말 바보 같아.
정기적으로 들리는 리듬에, 에코가 걸리기 시작한다.
아아, 또다시 시작해 버리는 거겠지......
*
"E키! 그럼-!"
"내일 봐 E키!"
방과 후 클래스 메이트들이 부활일지 뭔지에 향하는 중 나는 귀가하지도 않고 사람이 없는 쪽 사람이 없는 쪽으로 걷고 있다.
복도에서 엇갈리려는 참에 내 이름을 불러오는 클래스 메이트들.
그 하나 하나에 인사를 돌려주면서 나는 목적 장소로 향했다.
노후화가 진행된 이 층 건물인 목조 건축물. 그 이층에 있는 하나의 교실이 내 목적지였다.
-그렇게 나는 평소 음악실의 문을 열었다.
"윗-스!"
-자기분석을 가지고 백 점의 점수를 매기는 것이 가능한 회답이 사람에게는 저마다 있는 모양이다.
나 E키도 그런 자기 분석의 회답은 기력!이겠지.
랄까 자기분석이 아니더라도 그렇다고 말한다.
한눈에 감도는 기력 오라가 위험해!
나는 어쨌든 기력만이. 장점인 남자였다.
"오, E키~옷스!"
내 이름을 부르면서 가볍게 주먹을 쥐어 올리는 것은 A노.
조금 탄 피부, 움직이기 쉽게 하려고 짧게 만든 스커트 아래에는 체조용 스팬츠를 입었다 짧게 자른 머리도 상쾌하고 쾌활한 인상을 받는다.
사실 레트로 게임을 좋아하는 모양이지만 그런 인상은 전혀 아닌 뭐랄까 전체적으로 스피드 파입니다! 라는 분위기를 풍기는 여학생으로 그 가벼워 보이는 몸은 쓸데없는 살덩어리가 없어...... 주로 흉부에...... 그, 어어......?
"죽어!"
"우와아!?"
돌연 A노의 굉장한 날카로움을 가진 펀치가 내 안면을 노리고 달려든다.
아니 정말, 잘 피했다고!? 갑자기 뭐야!?
"......뭐, 뭐하는 거야 너!"
"당신 내 가슴을 보면서 경량화...... 하아.....같은거 중얼거리면서 한숨 쉬었잔아!"
"...... 에!? 에스퍼!?"
"목소리로 나왔어!! 한 번에 죽어!"
더욱더 한 번 더 일격을 찔러버릴 듯한 펀치가 귀를 스친다.
자, 진심으로 정말 적당히 할 기분 제로 아닙니까!
내 인생은 수염 아버지와 달라서 라이프 일기밖에 없다고......!
"......저,저,저기,저기...... 그만둬 주.....세,요오오......"
그런 우리 사이에 작은 인영이 들어온다.
그곳에는 어찌할지를 모르고 당황해 걱정하는 듯한 표정을 한, B카가 있다.
A노 보다 작은 신장, A노 보다도 여성스러운 페이스, 마음 약하지만 에, 하고 웃으면 언뜻 덧니가 엿보이는 것도 포인트가 높다. 이름도 그렇지만 이미 어디서 어찌 봐도 여성력 만점인 인상인 이 녀석은, 하지만 남학생이었다.
바로 성장할 테니까, 라고 들어서 산 헐렁헐렁한 교복을 입고 있지만 확실히 소매 길이가 길어 흔히 말하는 모에 소매라고 불리는 상황이 돼 있다.
"...... 역시 여자로선 A노 쪽이 압도적으로 패배----"
"죽어어어어어어!"
"아훅!?"
안돼 안돼, 또다시 사고가 표정에 그냥 흘러버린 모양이다.
이번엔 옆구리에 A노의 보디가 히트한다.
이것은 서서히 효과가 오는 녀석이다.
랄까 B카는 어째 얼굴을 붉히는 거야! 여자가!
"......변함없이 시끄럽네요"
교실 구석에서 독서를 하고 있던 여학생이 책을 덮으며 이쪽을 바라본다.
그녀의 이름은 C나. 성실해 보이는 안경, 앞머리 같은 것을 어찌 봐도 위원장 캐릭터! 혹은 수재 캐릭터지만 실제 장난 아니게 학교 성적이 좋다는 것도 아닌 마구잡이로 매니악한 잡지 같은 것을 읽고 있다, 오타쿠계 여자다.
신장은 B카 보다도 더욱더 작다, 나 같은 거랑 나란히 있으면 꽤 몸집이 작은 여성이라고도 말한다.
뭐어, 신장 쪽은 작지만...... 흉부의 살덩어리 같은 건, 상당한? 것을? 가지고 계신다 던가? 아니면......
"죽어!! 죽어서 일생 컨티뉴 하지 마!"
"너무해애!"
"아훅!우욱!?"
세번 째로 너머온 A노의 공격 그리고 어째 선가 B카에게서도 공격을 받는다.
잠깐 기다려 이상하지 않아!?
애초에 인생에 컨티뉴따위 있을 리가 업겠지......! B급 영화 속편이 아니니까......!!
그런 걸 말하는 사이에 C나는 또 책 일가 모드가 됐으니까 말이야!?
"아하하~ E키는 변함없이 재밌네에~(아작아작)"
뒤에서 얼빠진 목소리가 들려온다.
스낵 과자를 아작아작 먹으면서 웃고 있는 것은 D스케였다.
긴 머리를 가볍게 뒤로 묶은 듯한 헤어스타일을 하고 있고 앞머리는 그래도 길어 눈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표정이 보이지 않아서 인가 항상 멍한 인상이 강하다.
나보다 큰 카를 고양이 등으로 구부리고 걸으면서, 항상 과자를 먹고 있다.
......전 부터 오래 봤지만 이게 언제나 전 음악실에 모이는 맴버 다섯 명이었다.
모두 고등학교 2학년이 된 참이다.
음악실에 모인다고 해도 우린 취주악부도 경음악부도 아니다.
정확히! 영화 연구회다!
......라고 말해도, 실은 거의 폐부직전 상태였던 것을 내가 재밌어 보여! 라고 그들을 끌어넣어 부활을 시킨 것뿐으로 활동은 확실하게는 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이래선 안 돼!"
"......응? 뭐야 갑자기?"
"으-음, 역시 역시 영화 연구회인 이상 영화를 찍어야 한다고 생각해! 랄까 영화 찍는 거 재밌어 보이지 않아!?"
"......나는..... 처음부터..... 영화 찍고 싶어서...... 온 거야?(아작아작)"
"D스케는 비디오 카메라도 가지고 있고 말이야!"
"......호러라면 흥미 있습니다. 그것과 PC를 쓰는 편집도"
"역시 C나! 아, 그렇게 말하자면 이번에 빌린 호러 영화 무서웠다고!"
"......아아~ 나도 빌렸지만 뭔가 결말을 조금 잘 알겠는 듯한 모르겠는 듯한??
"슈뢰딩거의 그린듯한 사고실험에 도망가거나 라스트 씬에 갑자기 캐릭터가 흔들릴 정도의 설명구조로 말하게 하는 건 이류랄까 삼류 각본가네"
D스케와 C나가 이야기를 계속하는 중 A노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나는 청춘 같은 게 가능하다면 뭐라도 괜찮아? 영화제작이라니 굉장히 즐거울 거라고 생각해!"
"오오 B카는?"
"......나, 나는, 그, 모두가, 한다면,도,와......?"
예상은 했지만 다섯 명의 의견은 거의 일치하고 있다.
역시 내가 예상하고 모은 정예들이다!
"그래서 난 생각한 거야! 난, 감독 각본 연출 프로듀서! 너희 네 명이 출현 스탭을 담당하는 작품을......! 이 작품을 여름까지 만들어 내자! 먼저 작품을 만든다는 것에 대해 어찌 생각해?"
나는 그렇게 묻고 모두를 둘러본다.
"작품 순서뿐이지만...... 괜찮지 않아?"
"......광장히....기돼돼......"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옷케~"
모두 평소와 다름없이 보였지만 그 기대감을 강하게 느낀다.
"...... 그럼 오래 기다린 작품안이다......"
나는 분필을 집어 칠판에 크게 그 어려운 한자를 쓴다.
"테마는 우리가 새로운 도시 전설을 만드는것...... 글자가 조금 과장이라 중이병을 발휘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서 생각해 왔어"
석양이 비치는 교실에서 우리의 마지막 여름이 시작됐다......
"-타이틀은 종언의 서표다"
후기
처음 봤을 때 부터 "어라 싫다! 커져 버렸어! 굉장히 멋있지 않아!? 장래는 아이돌이 되 는거 아냐? 자금 사인받아버릴까?(폭소)" 같은 텐션으로 이야기해버리자 이사하기 전 이웃집에 사는 할머니까지 좋은 아침입니다. 안녕하세요. 좋은 밤입니다. 감사합니다, 스즈무 입니다.
그럼 그럼 종언의 서표 2권 복수 -Re:vival-을 구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떠셨습니까?
자신은 지금 작품을 쓰기 전 작품인 종언의 서표(편집씨와 무인씨라고 부릅니다)를 몇번이고 몇번이고 반복해 읽었습니다.
처음이라 모르는것 투성이 였던 당시 가분을 떠올리며 조금 비하인드를 느끼는 일이 많았습니다만 딱 한 가지 후회가 있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후기입니다.
그 후기자식은 정말로 이래저래 엉망으로 했구나 하고 다시 생각했습니다.
보고 데미글라스? 학원을 쓰고 있는 Last Note.씨 (이후에 성심성의의 사죄를 드렸습니다)나 그 다른 소설가씨가 쓴웃음을 짓고 있는가 하고 생각하면 좁은 곳에 박혀 절규하면서 헤드베잉하고 싶습니다.
사살을 말하자면 그 후기를 쓰고 있을 때 내 몸은 인플루엔자와 싸우고 진정중이라 체온은 39도 근처 였습니다.
기초 체온이 낮아 39도 같은 게 나온다면 평소보다 심한 심장박동과 한기와 욕지기와 두통과 납기를 지킬 수 없는 아픔이 일제히 덮쳐옵니다.
후기를 쓰려고 생각한 것 까지는 기억하고 있습나다만 그후의 기억이 애매합니다.
써야 했을 담당자를 sns로 파는 화제를 받자 날자도 어른의 사정으로 멋대로 사라져 더욱더 추워져버렀고...... 그 사이비 수염 아버지..... 기억해두세요.....
시시한 변명도 정도껏으로 슬슬 마무리로 들어가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조금이라도 제가 여러분의 입장이었다면 분명 의문도 불만도 잔뜩 가집니다.
회수하지 못해서 루프 같은 것에 도망친건가......! 막이러고.
딱 하나만 전하고 싶은 것은 이제까지의 수수께끼를 흐지부지하게 얼버무릴 생각은 없습니다.
다음 권인 삼권, 그리고 그 계속을 부디 기대해주신다면.
그저 헷갈리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만 화답자는 제가 아닙니다.
그래, 이번 여우인 당신이 회답자입니다.
회답자.....라니 갑자기 말해도 알아듣기 힘들겠네요.
그래서, 여가선 구태여 당신의 직책은 탐정이라는 것으로 가재 해둡니다.
랄까, 화나서 던지기 전에 용기를 가진 네 명의 아이들. 그리고 앞으로 비극으로 빠져들어 가는 다섯명의 아이들이 있는 힘껏 내놓는 힌트를 받아주십시오.
꿈이 결말이었던 것보다도 춥고 깊고 유쾌하지 않은 결말을 당신을 위해 준비하겠습니다.
등정인물들은 얼굴도 보이지 않는 인터넷 토차카에서 손을 대 창으로 두드리는 당신이 정말 싫어서.
심술궃게 부디 날뛰어 주십시오.
P.S
편집자씨에게.
무인씨의 후기 바꾸고 싶습니다. 정말 바꾸고 싶습니다.
수염 아버지도 최근 당분간 굴러서 원래에서 멀어지기 위해......이라는 잔혹한 이유로 이사한 거유를 팔고 있는 살육병기 보인짱(*이것은 제가 부르는 게 아닌 수염 아버지에게서 들었습니다. 이름을 꺼내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사용했습니다)이라도 괜찮으니 상담해 주세요.
그럼, 3권 종언의 서표 3권 결말-Re:write-에서 만나죠.
후기.
종언의 서표 소설 2권 발매 감사합니다. 1권에 이어 캐릭터 다자인 표지 권두 그림 같은 것을 했습니다. 너무 그릴 기회가 없습니다만, 사복 D네짱이 귀엽다고 생각합니다.
사이네
후기. 2권 우오오오오
소설 2권 발매 축하드립니다!
이번에도 삽화를 그렸습니다만,
변함없이 A야군은 그리기 힘듭니다.
하지만 이번, 신 캐릭터 다섯 명을 새롭게 그렸습니다만,
좀 더 그리기 힘든 아이가 즐비해서 A야군이 천사처럼 보였습니다.
B코짱은 변함없이 천사네요 LOVE 'ㅁ'
이번엔 정말로 사랑하는 B코짱이 귀여워서 부디
이것을 계기로 B코짱의 팬이 늘어나길 바랍니다 (격하게 푸슈)
P.S
연어를 죽을 정도로 먹을 수 있는 세상을 찾고 있습니다
B코짱 KAWAII!!!!!!
'ㅁ' 미네.
축하 코멘트
종언의 서표 소설 제2권
발매 축하드립니다!!
스즈무의 뒤틀린(좋은 의미로)발상력에는
매번 놀랍니다. 어떠한 결말을 맞이하는 건지
신경 쓰여 잠들지 못하고, 수면부족이 됐습니다.
그래서, 빨리 다음을 내줘......!!
(또는 슬쩍 가르쳐줘......!!웃음)
기부손.
완하
소설발매 축하드립니다!
이번에도 함정이 설치된 기분이 들지 않습니다.
종언의 서표 2권 발매 축하드립니다!!!
다음 용의자들
A노. A-no
B카. B-ka
C나. C-na
D스케. D-suke
E키. E-ki
Character design:사이네
B코: 그것보다 A야가 네타바레 하니까 스즈무가 화난 거 아냐? 종언 캐릭터를 믿었으니까 다음 달 어렵다고
C타: 그 녀석 따위 이번엔 일러스트 출현횟수 별로 없었는데(웃음) 예-이☆ <-거짓된 녀석
A야: 다음 권 우리 출현 그다지 없는 모양이야..... 마지막 씬 잔뜩 씹었으니까......
흐믓한 순애 Death stoy
종언의 서표
결말 -Re:write-
당신의♥(아, 하트라고 쓰고 마음이라고 읽어 주세요. 죄송합니다. 정말.)
이 추워지는 계절에, 발매☆
*3권 내용은 현재 임시입니다.
크레이와 판의 소원 편지 (0) | 2014.04.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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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이와 판의 꿈꾸는 편지 (0) | 2013.12.30 |
츠쿠모의 하늘우산 (0) | 2013.12.24 |
땅끝의 구세주 PAPERI 파괴자 (0) | 2013.12.24 |
땅끝의 구세주 PAPERII 황금화산과 행복의 소녀 (0) | 2013.12.04 |
[쿄우휴우] 익애 (0) | 2013.12.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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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쿄우휴우]이웃집 형 (0) | 2013.12.31 |
[쿄우휴우]With me (0) | 2013.12.31 |
[토우메이] (0) | 2013.12.13 |
[루사] (0) | 2013.12.13 |
[쿄우휴우] 익애 (0) | 2013.12.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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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쿄우휴우]이웃집 형 (0) | 2013.12.31 |
[쿄우휴우]With me (0) | 2013.12.31 |
[토우토우] (0) | 2013.12.13 |
[루사] (0) | 2013.12.13 |
뭐라고 장대하게 오픈글리라도 쓰가 하다가 귀차나서 포기
에이요 돌아왔다 Yo!
[쿄우휴우] 익애 (0) | 2013.12.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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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우메이] (0) | 2013.12.13 |
- 그것은 틀리없는, 애국심의 표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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